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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화. 빚 보다 먼저

Author: 케사르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23 06:15:00

퇴근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사무실은 조금씩 조용해졌다.

해원은 마지막 메일을 보내고 모니터 오른쪽 아래 시계를 확인했다.

여섯 시 십 분.

오늘 저녁에는 약속이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어제 자기가 그렇게 정했다.

부르지 말라고 했다.

명령하지 말라고 했다.

먼저 말하기 전까지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그런데 퇴근 시간이 되자 그 빈자리가 생각보다 선명했다.

해원은 휴대전화를 집었다.

새 메시지는 없었다.

태헌에게서도.

해원은 화면을 껐다.

내가 그러라고 했지.

굳이 그다음 생각까지 이어가지 않았다.

가방을 정리하다가 손을 멈췄다.

어젯밤 받은 자료가 아직 휴대전화에 남아 있었다.

해원은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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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낮에는 오빠, 밤에는 주인님   96화. 응 엄마

    사진을 찍고 나온 뒤 둘은 한참을 더 걸었다.해는 조금씩 기울고 있었고, 거리에는 낮보다 사람이 많아졌다. 조금 걷다 보니 카페가 하나 보였다.“들어갈까요, 오빠?”말하고 나서 해원은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방금 처음 부른 것도 아닌데, 사람들 사이에서 소리 내 부르니 전혀 다른 말처럼 들렸다.태헌은 안을 한번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둘은 창가 쪽 자리에 앉았다. 해원은 말차 라떼를, 태헌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음료가 나오기 전까지 둘 다 잠깐 휴대전화를 봤다.해원이 먼저 다음 주 일정을 열었다.“다음 주 토요일은 안 될 것 같아요.”태헌이 화면에서 눈을 들었다.“왜.”“회사 행사 있어요. 늦게 끝날 거예요.”“몇 시쯤.”“아홉 시 넘을 것 같아요.”“그럼 일요일.”해원은 일정표를 넘겼다.“일요일은 괜찮아요.”“그럼 그때 보자.”“네.”다음에도 만날지 묻는 사람은 없었다. 언제 만날지만 정했다.해원은 화면을 조금 더 내려보다가 말했다.“목요일도 늦으시죠?”“응.”“해외 쪽 회의 있는 날 아니에요?”태헌이 해원을 봤다.“기억해?”“전에 말씀하셨잖아요.”“맞아.”“그날은 저도 늦어요. 아홉 시쯤.”“그럼 금요일은?”해원이 다시 일정표를 확인했다.“금요일은 괜찮아요.”태헌은 고개를 끄덕였고, 해원도 더 말하지 않았다. 둘은 어느새 다음 주 일정까지 맞춰놓고 있었다.음료가 나왔다. 해원

  • 낮에는 오빠, 밤에는 주인님   95화. 오빠도요

    식당을 나온 뒤에도 둘은 어디로 갈지 정하지 않았다.해원이 아까 창밖으로 봤던 소품 가게에 먼저 들어갔다. 특별히 살 건 없었지만 작은 그릇과 향초, 문구류를 천천히 둘러봤다. 태헌은 옆에서 기다리거나 해원이 집어 든 물건을 같이 봤다.해원이 작은 유리잔 하나를 들었다.“예쁘네요.”“사.”“집에 잔 많아요.”“그래도 맘에 들면 사.”해원은 잠깐 들고 있다가 다시 선반에 내려놨다.가게를 나온 뒤에는 바로 옆 디저트 가게에 들렀다. 해원이 마들렌 하나를 샀고, 태헌은 필요 없다고 했다. 해원은 한입 먹다가 남은 걸 반으로 갈라 그의 손에 올려놨다. 태헌은 별말 없이 받아먹고 조금 뒤에 말했다.“괜찮네.”“그렇죠?”둘은 다시 걸었다.주말 오후라 거리는 사람들로 붐볐다. 해원이 사람을 피하려고 태헌 쪽으로 조금 붙자, 태헌은 자연스럽게 해원의 손을 잡았다. 한 번 잡은 손은 사람이 적어진 뒤에도 놓지 않았다.대화는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눈에 들어오는 가게가 있으면 잠깐 들어갔다 나왔고, 마음에 드는 게 없으면 그냥 다시 걸었다. 해원이 걸음을 늦추면 태헌도 같이 늦췄고, 태헌이 길을 건너려고 방향을 틀면 해원도 별말 없이 따라갔다.한참을 걷다가 해원이 네컷사진 가게 앞에서 멈췄다.입구 옆 벽에는 사람들이 찍고 붙여놓은 사진이 가득했다. 안쪽에는 촬영 부스가 여러 개 나란히 있었고, 막 찍고 나온 커플들이 출력물을 보며 웃고 있었다.태헌이 해원을 봤다.“찍을래?”해원이 조금 의외라는 듯 그를 봤다.“먼저 물어보시네요.”“보고 있었잖아.”해원은 다시 가게 안을 봤다.“찍어요.”

  • 낮에는 오빠, 밤에는 주인님   94화. 그렇게 좋아?

    “그래서 어디 가요?”해원이 안전벨트를 매며 물었다.태헌은 차를 출발시키고 나서야 대답했다.“일단 가.”“어디를요.”“가면서 정하지.”해원은 바로 옆을 봤다.“진짜요?”“응.”“주인님이요?”“왜.”“이런 거 제일 싫어하시잖아요. 어디 갈지, 몇 시에 갈지, 얼마나 걸릴지 다 정해놓는 거 좋아하시면서.”태헌이 신호 앞에서 차를 세웠다.“오늘은 안 정했어.”“왜요?”“그냥.”해원은 조금 의심스러운 얼굴로 그를 봤다.“저한테 맡기려고 그러시는 거예요?”“아니.”“그럼 더 이상한데.”태헌이 웃었다.“갈 데 하나는 있어.”“역시.”“근데 거기 갔다가 그다음은 몰라.”해원은 그제야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 정도면 주인님 기준으로는 엄청난 모험이네요.”“시끄러워.”해원은 웃으며 창밖을 봤다.토요일 낮이라 도로에는 차가 많았다. 둘 다 오전 일정이 없어서 평소보다 늦게 만났고, 점심도 아직 먹지 않은 상태였다. 해원은 어디를 가는지도 모르면서 그냥 집 앞에 내려오라는 말만 듣고 나온 참이었다. 평소 같으면 한두 번 더 물었을 텐데 오늘은 별로 상관없었다.차 안에 음악이 작게 흐르고 있었고, 태헌은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해원은 휴대전화를 조금 보다가 금방 화면을 껐다.“멀어요?”“한 삼십 분.”“거기 가서 밥도 먹어요?”“근처에 있겠지.”

  • 낮에는 오빠, 밤에는 주인님   93화. 좋아했네

    “조금만 더.” 해원은 태헌을 올려다봤다. “얼마나요?” “조금.” “그게 몇 분인데요.” 태헌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허벅지를 감고 있는 로프 위로 손바닥을 천천히 움직였다. 조금 전까지 팽팽하게 힘이 들어가 있던 다리는 이제 완전히 풀려 있었다. 손이 닿아도 해원은 더 이상 피하려 하지 않았다. “주인님.” “왜.” “이거 생각보다 힘들어요.” “알아.” “아시면서 안 풀어주시고.” 해원은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좋으세요?” 태헌의 대답은 이번에도 빨랐다. “응.” “그렇게 좋으세요?” “많이.” 해원은 입술을 깨물었다가 결국 웃음을 참지 못했다. “진짜 솔직하시네요.” 태헌이 해원의 허리를 감싸 조금 더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묶인 다리가 그의 몸에 닿았다. 조금 전처럼 긴장해서 버티는 힘은 없었다. 해원은 그냥 몸을 맡긴 채 그의 어깨에 기대었다. 한동안 둘 다 말하지 않았다. 태헌의 손은 허벅지 위에 그대로 있었다. 가끔 엄지로 로프 사이의 피부를 쓸어주거나, 눌린 자리를 확인하듯 손끝을 움직였다. 해원은 그 손길을 느끼며 가만히 있다가 말했다. “저 지금 되게 이상하게 생겼죠.” “아니.” “거울로 다 봤거든요.”

  • 낮에는 오빠, 밤에는 주인님   92화. 안 풀어주실 거에요?

    태헌이 먼저 해원의 턱을 끌어올렸다.입술이 겹쳐지자 해원은 평소처럼 그의 목을 감으려고 팔을 들었다. 그런데 손은 배 앞에서 멈췄다. 허리 앞쪽 줄에 붙들린 손목이 한 뼘도 채 올라가지 못하고 팽팽하게 당겨졌다. 키스는 이어지는데 그를 끌어당길 손이 없었다. 해원은 입술을 떼지 않은 채 손목을 몇 번 당겨보다가 결국 포기하고, 대신 상체를 그의 가슴 쪽으로 기울였다. 묶인 가슴이 태헌의 셔츠에 닿았다. 로프 매듭이 천에 눌리는 감촉까지 그대로 느껴졌다.태헌이 입술을 조금 떼고 낮게 웃었다.“손 쓰려고 했지.”“……습관이에요.”“오늘은 안 돼.”그가 다시 입을 맞췄다. 이번에는 더 깊었다. 해원은 손 대신 고개를 들어 그를 따라갔고, 태헌이 일부러 조금 물러나면 목을 길게 빼서라도 입술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키스가 끝나자 태헌은 해원의 허리와 접힌 다리를 한꺼번에 받쳐 들었다. 해원은 저항할 새도 없이 몸이 들렸다. 혼자서는 무릎 하나 펼 수 없으니, 침대 안쪽으로 옮겨지는 동안 할 수 있는 건 그의 어깨에 이마를 기대는 것뿐이었다. 태헌은 해원을 베개 쪽에 눕히고, 벌어진 두 다리가 제자리에 오도록 무릎을 하나씩 잡아 위치를 바로잡았다. 자세를 정한 건 전부 그였다.해원은 등을 대고 누운 채 몸을 조금 틀어봤다. 옆으로 돌아누우려 해도, 다리를 모으려 해도, 결국 제자리로 돌아왔다.“이거 생각보다 진짜 못 움직이겠는데요.”“그러라고 묶었어.”“주인님… 너무 못됐어요.”“오늘은 좀 그런 것 같네.”태헌이 그 위로 몸을 낮췄다. 입술이 목덜미를 지나 쇄골로, 가슴 위를 가로지른 줄 바로 위로 내려갔다. 로프 사이로 도드라진 살에 입술이 닿자 해원의 등이 저절로 휘었다. 몸을 비틀어 피하고 싶었는데, 줄에 붙들린 몸은 오히려 그의

  • 낮에는 오빠, 밤에는 주인님   91화. 이제 시작이야

    해원은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태헌의 손에 들린 검붉은 로프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한쪽 끝은 그의 손에 감겨 있었고, 나머지는 바닥 가까이까지 길게 늘어져 있었다. 색이 짙어서, 피부 위에 놓이면 훨씬 선명할 것 같았다.해원은 상의부터 벗었다.단추를 하나씩 풀 때마다 태헌의 시선이 손끝을 따라왔다. 셔츠가 어깨에서 미끄러져 팔꿈치를 지나 떨어졌지만 그는 도와주지 않았다. 해원이 직접 바지를 내리고 마지막 속옷까지 벗는 동안에도 그 자리에 서서 보기만 했다.모든 옷이 바닥에 떨어지고 나서야 태헌이 가까이 왔다.“팔 들어.”해원이 양팔을 들자 태헌은 로프를 길게 풀어 먼저 등 뒤로 넘겼다. 줄이 겨드랑이 아래를 지나 앞으로 돌아오더니 가슴 위를 가로질렀다. 차갑지는 않았다. 생각보다 매끄러운 감촉이 피부 위를 천천히 밀고 지나갔고, 해원은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쉬었다.로프는 가슴 윗선을 따라 이어졌다가 가운데에서 한 번 교차했고, 다시 갈라진 줄이 아래로 내려와 가슴 밑을 받쳤다. 태헌은 서두르지 않았다. 등 뒤로 돌아간 줄을 정리하고 다시 앞으로 가져올 때마다 로프가 닿는 자리가 조금씩 달라졌다. 해원이 숨을 들이쉬면 줄이 가슴에 더 단단히 붙었다가 내쉬면 아주 조금 풀리는 것 같았지만, 태헌이 뒤에서 길이를 조절할 때마다 그 작은 여유마저 사라졌다.남은 줄이 허리를 한 바퀴 감고 배꼽 위에서 정리되자 태헌의 손이 떨어졌다.팔은 아직 자유로웠다. 그런데도 자세가 벌써 달라져 있었다. 로프가 가슴과 허리를 잡아주면서 등이 자연스럽게 펴졌고, 위아래 줄 사이로 모인 가슴도 평소보다 더 도드라져 보였다.“앉아.”해원이 침대 끝에 앉자 태헌이 바로 앞에 몸을 낮췄다. 그는 해원의 오른쪽 다리를 들어 무릎을 깊게 접었다. 발뒤꿈치가 엉덩이 가까이 올라오면서 종아리와 허벅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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