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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Author: 스프링 가든
양주원은 고개를 들어 서유정의 짜증 가득한 얼굴을 보자 심장이 철렁했다.

손을 뻗어 찻잔을 받아들인 그는 서유정을 바라보며 말했다.

“고마워.”

서유정은 아무 말 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양주원은 감정을 가라앉히고 이혜숙을 바라보며 말했다.

“할머니, 제비집을 좋아하신다고 들었어요. 마침 최근에 제 친구가 말란시아에서 돌아오는데 제비집 두 박스를 가져오라고 부탁했어요. 도착하는 대로 제가 직접 가져다드릴게요.”

이 말을 들은 이혜숙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참 고맙구나.”

“할머니는 유정이 할머니인 동시에 제 할머니이기도 해요. 손자가 할머니께 효도하는 건 당연하죠.”

말하는 동안 양주원은 서유정 쪽을 슬쩍 쳐다봤다. 그의 말을 듣지 않는 듯 무표정한 서유정의 표정을 보고 찻잔을 든 손에 힘이 들어갔다.

서유정이 이혜숙 앞에서는 적어도 살갑게 굴 줄 알았는데 이제야 괜한 착각이었음을 깨달았다.

이혜숙은 그런 양주원의 행동을 못 본 척 여전히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주원아, 고맙구나.”

“할머니, 별말씀을요.”

그 후 몇 분 동안 양주원은 계속 이혜숙의 병세를 걱정하며 몇 번이나 말을 꺼내고 싶었지만 서유정의 냉담한 표정을 보며 입 밖에 꺼내려던 말을 삼켜버렸다.

양주원이 할 말이 있는 걸 눈치챈 이혜숙은 서유정을 슬쩍 쳐다보며 웃었다.

“유정아, 갑자기 귤이 먹고 싶어졌어. 나가서 좀 사다 줘. 병원 정문 왼쪽에 있는 과일 가게에서 팔아.”

서유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녀는 일어나며 양주원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양주원은 마음속으로 짜증이 밀려왔지만 애써 잘 감추었다.

서유정이 떠난 뒤 이혜숙이 양주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주원아, 나한테 할 말이 있지?”

잠시 망설이던 양주원은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고 이혜숙을 바라보며 말했다.

“할머니, 죄송합니다. 제가 유정이를 실망하게 했습니다.”

오기 전에 그는 여러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결국 솔직하게 말하기로 결정했다.

겪을 걸 다 겪어온 이혜숙은 눈치가 빨라 거짓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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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요.”전화를 끊은 뒤 서유정은 식당을 예약하고 주소와 시간을 박수환에게 보냈다.저녁 무렵, 박현우는 서유정의 차를 타고 식당으로 향했다.식당으로 가는 길에 서유정은 그에게 저녁에 친구 한 명과 함께 식사한다고 말했다.“유정 누나, 어떤 친구예요? 남자예요, 여자예요? 지난번에 우리 같이 밥 먹다가 만난 그 옛 동창이에요?”박현우의 말에 서유정은 잠시 기억을 떠올리다가 그가 성우현을 말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아니요. 또 다른 친구인데 남자고 현우 씨는 본 적이 없어요.”“남자요?”박현우는 무심코 목소리를 높이며 얼굴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가득했다.오늘은 그가 입사한 기념으로 서유정이 밥을 사주는 건데 여자라면 모를까, 남자가 오는 건 대체 무슨 일일까.그의 격한 반응에 서유정이 입을 열었다.“요즘 내가 일 때문에 바빠서 거의 매일 저녁 그 사람 집에서 밥을 먹었어요. 오늘 저녁에 같이 밥이나 사주려고요.”그 말을 듣고 박현우는 마음속에 위기감이 밀려왔다. 예전에 서유정이 천희에 있을 때 그들은 매일 같이 일했어도 남자가 저녁을 해준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그런데 고작 한 달 만에 서유정 곁에 다른 남자가 나타났다는 사실에 놀랐다.“그 사람 참 착하네요. 그러면 앞으로 내 저녁도 같이 해달라고 해야겠네.”질투심에 박현우의 말투가 다소 시큰둥했다.서유정은 웃음을 머금은 채 그를 돌아보았다.“요리사도 아니고 매일 밥 얻어먹는 것도 미안한데 현우 씨까지 오면 난 내일 먹을 밥이 없어요.”“알겠어요.”보아하니 시간을 내서 요리 배우러 가야 할 것 같았다.절대 다른 남자에게 빈틈을 줘서는 안 된다.박현우는 투지를 불태우며 오늘 저녁 반드시 자신의 매력을 제대로 발산해 상대가 알아서 물러서도록 할 생각이었다.그러나 그 생각은 룸 문이 열리며 안에 앉아 있는 남자를 본 순간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안에 있는 남자를 본 박현우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깜빡이며 환각을 본 건 아닌지 의심했다. 내디뎠던 발은 저절로

  • 내 결혼의 불청객   제195화

    거절당하고 싶지 않았다.서유정이 로펌을 떠난 후 박현우는 당시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분명히 말하지 못한 것을 후회했고, 서유정이 가장 어려울 때 그녀를 도와주도록 자기 부모님께 연락하지 않은 것도 후회했다.그동안 일 때문에 바빠서 정신이 없었지만 항상 서유정이 떠올랐다.그녀를 잊으려 애써봐도 도저히 잊을 수 없었다.서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다가 곧이어 입을 열었다.“현우 씨, 내 생각엔 천희에 남는 게 내 보조로 오는 것보다 나을 것 같아요. 천희는 종합적인 역량이 강하고 발전 가능성도 좋은 로펌인데 내 로펌은 막 등록한 지 얼마 안 돼서 언제 망할지 모르잖아요. 현우 씨 인생을 망치고 싶지 않아요.”박현우는 서유정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유정 누나, 나는 누나를 믿어요. 누나의 로펌은 망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그의 진지한 눈빛을 보자 서유정은 입술을 꽉 다물며 속으로는 감동이 밀려왔다.자신조차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는데 박현우는 이렇게나 그녀를 믿어주고 있었다.“내 로펌에 오면 천희에서 일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 거예요. 잡다한 일도 많이 해야 하고 야근도 자주 할 텐데 내가 현우 씨라면 천희에 계속 있을 거예요.”대형 로펌에 있는 게 막 설립되어 앞날이 불투명한 개인 로펌에 있는 것보다 훨씬 나았다.“유정 누나, 날 계속 보조로 쓸 건지 그것만 말해줘요. 다른 건 내가 다 생각해 봤어요. 제대로 생각 안 했으면 오늘 찾아오지도 않았을 거예요.”이 말을 듣고 서유정은 하려던 말을 삼켰다.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박현우에게 손을 내밀었다. “내 로펌에 온 걸 환영해요.”고개를 숙여 서유정의 하얀 손을 본 박현우도 웃으며 손을 맞잡았다.“유정 누나, 나를 보조로 삼은 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박현우가 오면서 서유정은 보조를 따로 뽑을 필요가 없어졌고 당분간은 회계 담당자와 청소 담당자 한 명만 더 채용하면 됐다.오후, 박현우는 천희로 돌아가 퇴사 절차를 밟았다.서유정은 잠시 생각하다가 진태현에게 전화를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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