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태윤이가 나 깍쟁이라고 놀릴까 봐 두려워. 좀 더 비싼 자전거를 사줘야 하는데 고작 이런 것만 해주잖아.”노동명은 우빈이를 제 앞으로 끌어와 박스를 가리키며 말했다.“우빈아, 아저씨가 사준 자전거 어때? 마음에 들어? 우빈이 자전거 타고 싶어?”주우빈은 저녁에 엄마랑 집 아래에서 산책할 때 다른 어린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다녔던 장면이 떠올라 연신 머리를 끄덕였다.“네, 아저씨. 나 자전거 좋아해요.”노동명이 웃으며 말했다.“그럼 아저씨가 지금 바로 조립해 줄게. 다 조립하거든 함께 나가서 자전거 타자. 풍차도 사 왔어. 자전거 앞에 달면 우빈이 자전거 탈 때 바람 따라 풍차도 돌아갈 거야. 엄청 예쁘겠다.”우빈의 얼굴에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신난 마음을 감추려야 감출 수가 없었다.하예진은 노동명이 자전거가 2만 원 좌우이고 또 본인과 전태윤의 관계까지 들추어내니 더는 돈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내일부터 노동명이 가게로 아침 먹으러 오면 보름 동안 공짜로 토스트를 해줄 생각이었다.노동명은 박스를 뜯고 우빈이를 위해 자전거를 조립하기 시작했다.하예정이 아래로 내려오다 이 광경을 보더니 가볍게 웃었다.“동명 씨, 회사 안 나가도 돼요?”어젯밤 연회에서 노동명은 손은경과 꽤 친해 보였다. 둘은 나중에 함께 춤도 한 곡 췄고 윤미라는 입이 귀에 걸릴 것만 같았다. 자리에 함께한 사람들은 전부 눈썰미가 좋아 손은경이 윤미라가 찜한 며느릿감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그 뒤로 다들 노동명과 손은경을 부추겼다.하예정은 정말 생각 밖이었다. 전태윤이 집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노동명이 찾아오다니, 게다가 언니와 우빈이가 여기 있다는 걸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어제 너무 달려서 오늘은 집에서 좀 쉬려고요.”노동명은 또다시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우빈이 주려고 어린이용 자전거를 샀는데 태윤이가 우빈이 여기 있다길래 이리로 들고 왔어요.”노동명은 그녀에게 대답하며 함께 따라온 공구 상자에서 설명서와 공구를 꺼내 들고 자전거를 조립했다.우빈이
주형인이 전화기 너머로 말했다.“우빈이 이젠 세 살이야. 내 아들이기도 한데 화동이 어때서? 지금 우빈이랑 어디 있어? 월셋집 도착해서 한참 문 두드렸는데 아무 반응 없길래 전화한 거야. 지금 집 아니지?”서현주는 주형인 옆에서 그와 하예진의 통화 내용을 엿들었다.그날 형님과 대판 싸운 이후로 며칠 쉬었더니 서현주의 얼굴에 난 퍼런 멍 자국이 다 사라졌다.주형인은 또 그녀에게 스킨케어 제품을 두 세트 사주고 주얼리도 큰마음 먹고 한 세트 사준 후에야 겨우 그녀를 달랬다.그는 부모님과 누나에게도 얘기했다. 서현주랑 혼인신고도 했고 그녀도 진심으로 주형인과 잘살아 볼 생각이니 결혼식이 점점 다가오는 지금 제발 좀 서현주를 못살게 굴지 말라고, 인제 그만 신경 쓰지 말라고 간곡히 부탁했다.한때 하예진과 이혼한 건 부모님과 누나의 책임이 크다며 질책하기도 했다.“다들 내가 또 이혼하길 바라는 거예요? 예진이랑 이혼할 때 치른 대가를 생각해 봐요. 그래도 또 이혼시키고 싶으세요 다들? 나 또 이혼하면 사람들이 두 번 이혼한 남자라고, 내가 벌 받은 거라고 놀려대기만 할 거예요. 게다가 종일 이렇게 서현주랑 맞서 싸우며 바람 잘 날 없는데 대체 누가 나한테 시집오려 하겠어요? 다들 내 가족인데 왜 날 위해주지 못할망정 앞길만 망치려고 들어요? 내가 혼자 지내야 만족하시겠어요?”주형인이 이렇게 말한 후 요 이틀 부모님은 조용해지셨고 밥할 때 현주 몫도 해주신다.소란만 피우는 누나 주서인은 아빠에게 쫓겨났고 주형인이 결혼식을 치르기 전까지 관성에 발도 들이지 말라고 했다. 주형인의 결혼식 당일에만 참석하러 오라고 했다.“예진 씨한테 말해요. 우리 우빈이 데리러 간다고요.”서현주가 나지막이 말했다.오늘 아침 조깅할 때 그녀는 또다시 이름 모를 여자로부터 쪽지를 받았는데 빠른 시일 내로 방법을 생각해 하예진의 곁에서 주우빈을 떼어놓으라고 명령했다. 장소는 상관없으니 하예진의 곁에서 떼어놓기만 하면 그들이 알아서 우빈이를 서현주와 주형인의 손에서‘뺏어’가겠다
주형인이 말했다.“우빈의 정장을 산다고 해도 애를 데리고 가서 사야 할 거 아니야. 내가 우빈의 사이즈도 모르는데 덜컥 샀다가 안 맞으면 어떡해?”하예진은 곧장 우빈의 사이즈를 알려줬다.“내가 말한 사이즈대로 사면 무조건 입을 수 있어.”“예진아, 너 지금 나랑 우빈이 못 만나게 가로막는 거야? 이혼할 때 분명히 말했지. 우빈이 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볼 수 있다고. 지금 내 아들 보고 싶다는데, 애한테 새 옷 몇 벌 사주고 싶다는데 왜 안된다는 거야?”하예진은 아예 전화를 끊었다.서현주에게 의심이 생겨난 후부터 그녀는 더는 감히 주형인에게 아이를 보낼 엄두가 안 났다.주형인은 서현주가 누군가에게 이용당하고 있다는 걸 몰라서 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다. 그녀가 우빈이를 결혼식 날 화동으로 쓰겠다고 하니 주형인은 고민 없이 바로 허락했다.그도 굳이 화동을 따로 찾을 필요 없이 제 아들을 세우면 될 거라고 여겼다.우빈이는 말도 잘하고 철도 들었으며 동년배보다 키가 커 화동으로 적합했다.주형인은 심지어 아들이 점점 더 멋지게 변해서 화동을 시키면 아빠인 본인도 면이 설 거라고 여겼다. 게다가 우빈이는 무려 전태윤의 외조카이다.“뭐래요?”서현주가 물었다.주형인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그녀를 쳐다보며 씩씩거렸다.“예진이가 내 전화 껐어. 날 점점 안중에도 안 둬. 내 전화 받고 싶으면 받고 끄고 싶으면 상의도 없이 꺼버려.”서현주는 주형인의 말이 실로 우스웠다.그는 전에 하예진 앞에서 양반처럼 지내서 그녀가 쭉 떠받들어줄 거라고 믿었다.“형인 씨 이젠 예진 씨랑 이혼한 지가 몇 달인데 아직도 적응 못 했어요?”“...”“예진 씨랑 우빈이는 그래서 지금 어디 있대요? 이리로 안 보내면 우리가 직접 가서 우빈이 데려와요.”주형인이 말했다.“예정이네 집이래. 걔 발렌시아 아파트에 사는데 우린 못 들어가. 예진이가 나 우빈이 데리고 정장 맞추러 가는 거 반대해. 우빈이 화동 시키는 건 되지만 아이 정장은 나보고 알아서 사래. 옷 사이즈도 다 알
주형인의 낯빛이 확 어두워졌다.“우빈이는 내 아들이야. 영원히 내 아들이라고. 예진이가 나 아들 안 보여주면 소송을 다시 걸어서라도 아이 입양권 가져올 거야.”서현주는 주형인이 입양권을 가져오게 내버려둘 리가 없다. 그녀는 재빨리 남편을 다독였다.“형인 씨 지금 콜택시 해서 수입이 불안정해요. 우리 결혼도 코앞이고 결혼식 끝나면 신혼여행도 떠나야 해서 입양권 뺏어오는 데 불리해요.”그녀는 주우빈을 이용하고 싶을 뿐 아이를 키우려는 건 아니다.나중에 둘만의 아이도 생길 텐데 우빈이를 데려오면 그녀의 아이와 함께 아빠 사랑을 다툴 게 뻔하다.“예진 씨가 오늘 일찍 가게 문 닫고 예정 씨네 집으로 갔으니 우리 그럼 내일 좀 더 빨리 하루 토스트로 와서 우빈이 데리고 정장 맞추러 가요. 하루 미룬다고 달라질 건 없어요.”주형인이 씩씩거렸다.“하예정만 아니면 우리 둘 다 직업을 잃지도 않았어. 예진이가 이혼할 때 나누어 가진 2억 원을 금방이면 벌 수 있을 거로 여겼는데 이혼하자마자 우리 둘 다 직장에서 잘렸잖아. 이젠 일자리 찾기도 힘들어.”그래서 그는 콜택시를 하면서 돈을 벌고 있다.현재 수입은 전에 매니저 일을 할 때와 비교할 바가 못 된다.전에 한 달 월급이 보통 사람들의 연봉 수준이었는데 지금은...그의 가족들은 모든 게 하예진과 이혼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에 연봉도 오르고 매니저로 승진해 사장님의 신임을 얻은 건 하예진이 남편을 승승장구하게 해주는 복이 있다고 했다.서현주는 남편에게 승승장구도 못 시켜줄뿐더러 재수가 바닥을 쳐서 그녀와 결혼한 뒤로 일자리도 잃고 수입도 끊겨서 모아뒀던 적금으로 겨우 생계를 유지한다고 한다. 게다가 하루하루가 바람 잘 날이 없다.하예진은 전에 자신의 적금을 깨서 신혼집 인테리어를 했고 진심으로 가정에 헌신했다.반면 서현주는 제 돈 아까워 일전 한 푼 꺼내지도 않아서 집안의 모든 지출은 주형인이 부담하고 있다. 그의 부모님은 그가 너무 피해를 본다고 하신다.하지만 이 모든 걸 초래한 사람이 바로 하
서현주는 오늘 낯선 여자의 미션을 완성할 수 없어 상대가 친정 식구들을 해치는 건 아닌지 걱정됐다. 그래서 주형인과 함께 친정으로 내려가 볼 생각이었다.그녀의 친정도 시골에 있다.주형인은 처가에 가는 걸 썩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매번 다녀올 때마다 장모님은 몸이 여기저기 쑤시고 집에 이것저것 부족한 게 많다고 하시니 듣노라면 어쩔 수 없이 지갑을 열어 장모님께 용돈을 드려야 했다.그리 많이 주는 건 아니지만 갈 때마다 이러니 주형인은 기분이 썩 달갑지 않았다. 왠지 처가는 그를 현금인출기로만 여기는 것 같았다.다행히 서현주가 그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함께 잘살아 볼 생각이라 장모님이 거액의 예물 값을 요구할 때 확고하게 그의 편을 들어주며 몰래 호적을 훔쳐 와 주형인과 혼인신고를 했다. 그 뒤로 장모님은 더 이상 예물 값을 많이 요구할 수 없어 몇백만 원으로 낮췄다.비록 몇억 대에서 몇백만 원으로 낮추긴 했지만 관성 시골 사람들에게 몇백만 원의 예물 값도 높은 축이다. 일반인들은 부자가 아니니 재벌가와 비교할 수가 없다.한편 서현주네 가족은 예물 값을 받은 후 분명히 말해뒀다. 결혼식 날 서현주네 가족들 뷔페값은 주형인네 가족들이 물어야 한다고, 만약 안 물면 뷔페를 취소하고 한 무리 친척들을 데리고 주형인의 집으로 찾아가서 술상을 벌이겠다고 했다.주형인은 부모님과 상의한 후 서현주네 가족들 요구를 들어주기로 했다. 결혼식 날 두 집안의 식비는 전부 신랑 쪽에서 부담하기로 했다.예식장은 고급 호텔로 감히 정하지 못하고 수수한 레스토랑으로 정했다. 고급 호텔은 비용을 감당할 수 없으니.서현주네 집에선 딸에게 예단을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 신혼집 이불 세트 몇 개가 전부였다.서현주가 예단이 초라하게 느껴지면 남편 돈으로 알아서 예단을 준비하거나 혹은 그녀의 지갑을 열어 직접 준비하라고 했다.주 씨네든 서 씨네든 다들 서현주가 적금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주 씨네 가족은 서현주가 적금을 깨서 신혼집 리모델링을 하길 원했고 서 씨네 가족은 그녀가
“지금 날 호구로 보는 거야? 내가 돈이 엄청 많다고 생각하나 보지. 내 처지를 봐. 콜택시나 하고 있다고!”주형인은 하예진이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은 후 내내 기분이 잡쳐 있었다.그 바람에 서현주네 가족만 쉴 새 없이 원망했다.그녀도 부모님이 갖은 수법으로 돈을 요구하고 있다는 걸 잘 안다. 전에 그녀가 집에 돌아왔을 때 엄마가 친히 한 말이니까. 서현주는 월급의 절반을 집에 바칠 뿐 엄마가 더 많이 요구해도 돈이 없다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 뒤로 그녀의 엄마도 더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하지만 주형인이 이토록 푸념하니 서현주도 기분이 언짢았다. 어쨌거나 부모 형제이고 한 가족인데 이런 식으로 말을 들으니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다.“우리 엄마, 아빠 그만 원망해요. 날 낳고 키워주신 분들이에요. 힘겹게 딸 키워서 당신한테 시집보냈다고요. 당신은 사위요. 사위는 절반 아들이라는데 병원비 좀 대주면 덧나요?”“당신 부모님은 돈 달라고 한 적 없어요? 그리고 그 인간쓰레기 같은 당신 누나, 파렴치함의 끝을 보이죠! 나 진짜 살다 살다 그렇게 뻔뻔스러운 형님은 처음 봐요. 시집간 지 십여 년이 됐는데 아직도 친정집 일에 간섭하다니!”“당신 부모님도 그래. 당신 누나랑 같은 편이잖아. 내 말 똑똑히 들어요 형인 씨. 내가 하도 형인 씨 사랑하니까 당신네 가족들 참아주는 거예요. 딴 여자라면 진작 도망갔다고요!”주형인은 차 시동을 걸었다가 그녀가 가족을 맹비난하자 또다시 브레이크를 밟고 반박에 나섰다.“우리 부모님이 나한테 생활비 받는 게 뭐 어때서? 너만 낳고 키워준 부모가 있고 난 없냐? 우리 엄마, 아빠는 나 키우느라 고생 안 했어? 사위도 절반은 아들이라고? 그래서 너희 부모님께 효도해야 한다고? 그러는 넌 이미 주 씨네 집안으로 시집왔어. 우리 집안 며느리란 말이야. 너도 우리 부모님께 효도해야지, 안 그래? 누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야. 나 보고 어떡하라고? 그럼 누나랑 연 끊고 살아? 내겐 하나뿐인 누난데!”서현주가 말했다.“당신 지금 누나
서현주는 참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파묻은 채 엉엉 울었다.한참 울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티슈를 꺼내 눈물, 콧물을 닦고 앞으로 걸어갔다.아직은 이혼할 타이밍이 아니다.덜컥 이혼해버리면 이름 모를 여자가 내린 임무를 완수할 수 없다. 그것이야말로 큰일이다!친정집 식구들은 어떡하라고?주형인은 그녀가 하예진한테서 뺏어온 남자인데 이렇게 끝내버리면 다들 그녀가 벌 받은 거라고 엄청 놀릴 것이다.서현주는 이를 악물고 속으로 되뇌었다.‘절대 머리 숙일 순 없어. 물러서지 마. 주 씨네 가족을 반드시 제대로 다스려야 해. 난 두 번째 하예진이 될 수 없다고!’주형인 부부가 대판 싸운 일을 하예진은 아예 몰랐다. 그녀는 단지 주형인의 말투가 꼴 보기 싫어 단호하게 전화를 끊었을 뿐이다.전남편 따위 더는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진심으로 우빈에게 옷을 사주고 싶다면 그녀가 아이의 사이즈까지 알려줬는데 왜 맞는 옷을 사지 못할까?어쨌거나 하예진은 그들 부부에게 우빈이를 절대 맡기지 않을 것이다.만약 그녀가 시간이 되면 함께 따라갈 순 있다.동물원 사건이 아직도 거대한 트라우마로 남아 그녀의 머릿속을 맴돈다. 생각만 하면 심장이 철렁 내려앉을 지경이다.감히 그 뒷일을 상상할 엄두조차 안 난다.하예정이 배불리 먹은 후 노동명도 우빈의 자전거를 다 조립했다. 아이는 신나서 당장 나가 자전거를 탈 기세였다.노동명은 아이와 함께 마당으로 나가 자전거를 태워줬고 하예진도 따라 나갔다.하예정이 마당에 나왔을 때 우빈이는 벌써 자전거 타는 법을 다 배우고 콘크리트 바닥에서 쌩쌩 달렸다. 노동명이 사준 풍차를 자전거 앞머리에 꽂아두니 바람 따라 뱅글뱅글 돌아갔다.실로 아름다운 광경이었다.온 마당에 주우빈의 즐거운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하예진은 휴대폰을 꺼내 영상을 찍었다.이때 노동명이 다가와 그녀와 나란히 섰다.“자전거가 클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딱 맞네. 조금만 더 컸더라면 우빈이가 페달에 발이 안 닿아서 못 탔을 거야.”“고마워요, 대
“대표님?”노동명이 눈도 깜빡이지 않고 빤히 쳐다보자 하예진이 의아한 듯 그를 불렀다.노동명은 정신을 가다듬고 웃으며 답했다.“매일 봐서 아무 느낌 없다가 방금 보니 살 엄청 빠졌네. 얼굴도 예쁘고, 손은경 씨 못지않아.”노동명은 문득 저 자신이 멍청해 보였다. 어떻게 하예진을 손은경에 비할 수 있지?하예진이 웃으며 말했다.“칭찬 고마워요 대표님. 저는 그저 평범한 얼굴이에요. 손은경 씨야말로 미인이죠.”“예진아, 은경 씨는... 우리 엄마 친한 친구 딸이야. 관성에 출장 왔다가 우리 집에서 지내는 거야. 엄마가 딸처럼 예뻐하셔. 너도 알다시피 우리 집엔 아들만 넷이라 딸이 없는 게 엄마의 평생 한이야. 그래서 여자아이를 유난히 더 좋아해.”“전씨 할머니가 증손녀를 간절히 바라시는 만큼 우리 엄마도 여자아이를 원하셔. 두 분 실은 똑같아. 손은경 씨는 나보다 조금 어려. 어릴 때 봤는데 그다지 인상이 없어. 우리 집에서 지내는 한 손님이니 나도 가끔 함께해주는 거야. 아니, 함께하는 것도 아니지. 난 그저 엄마랑 함께 연회에 참석했고 엄마가 손은경 씨를 데려와서 춤 한 곡 같이 춘 거야.”노동명은 본능적으로 어젯밤에 손은경과 있었던 일을 솔직하게 털어놨다.하예진이 그와 손은경을 커플로 부추기는 게 싫었나 보다.사실 하예진은 노동명과 손은경이 연회에 참석한 것도 몰랐고 함께 춤춘 건 더 몰랐다.하예정이 아직 언니에게 안 알렸고 알릴 기회도 없었으니까.눈 뜨자마자 언니가 왜 또 과음했냐며 나무랐고 그 뒤론 아래층에 내려가서 연회에 대해 얘기할 시간이 없었다.노동명의 말을 들은 후 하예진은 가볍게 미소 지었다.“사모님께서 손은경 씨를 무척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대표님 말을 들으니까 은경 씨랑 두 분 꽤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요. 두 분 잘해봐요. 손은경 씨는 성격도 좋으시고 워낙 야무져서 사업에 성공할 여강자 스타일인 것 같아요.”노동명과도 아주 잘 어울릴 것 같았다.노동명이 솔직하게 말했다.“그건 그래. 손은경 씨는 여강자 스타일
한편 호텔에서 도아영을 돌보던 전이혁은 전창빈의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단독으로 그에게 음성 메시지로 물었다.[너 그 먼 곳까지 가서 가정 요리사를 하려고?]전창빈은 소파에 앉아 답장을 보냈다.[안 될 건 없지?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 자리는 도전적이잖아. 내가 합격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어. 다행히도 형 동생이 모든 경쟁자를 물리쳤지 뭐야. 난관을 하나둘씩 돌파했어.]전이혁이 회답했다.[요리사 하나 뽑는 걸 대통령 선거처럼 하는구먼. 얼마나 있을 계획이야? 설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명절에는 안 오려고?]전창빈이 답장했다.[설날에는 아마 못 갈 것 같아. 여기 주인이 날 해고하면 그때나 갈 수는 있겠는지.]전이혁이 피식 웃었다.[네 실력으로는 해고당할 리가 없잖아. 네가 주인을 해고하는 게 더 말이 되겠다. 이해가 안 가. 왜 그 먼 곳까지 가려고 한 거야? 넌 사업도 있는데... 어디서 요리하든 다 마찬가지일 텐데 굳이 몇천 리나 떨어진 곳까지 갈 필요가 있나? 거기 추울 텐데 너 괜찮겠어?]전창빈이 대답했다.[우리 추위를 못 타본 것도 아니고. 형도 할머니에 의해 눈이 수북이 쌓인 산으로 버려지지 않았어? 내 얘긴 그만하고... 형은 어때? 우리 미래의 형수님께 구애하기 시작했어?]‘난 벌써 움직이고 있는데 형이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가 나중에 민아 씨와 함께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갈 때 형은 대체 어쩌려고?’전창빈은 속으로 생각했다.전씨 할머니의 지팡이가 전창빈의 등짝을 때리지 않는다면 해가 서쪽에 뜨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말도 마라. 정말 귀찮아. 큰형수님이 오늘 저녁에 우리한테 밥 사주셨어.]전창빈이 웃으며 회답했다.[하하! 괴로웠겠네.][내 말이. 할머니께서 나에게 정해주신 그 여자분이 큰형수님을 찾아가 하소연했더니 큰형수님이 우리 두 사람에게 밥을 사주신 거 있지.][형이 우리 형수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아직 너의 형수님이 아니거든!]전이혁은 전창빈의 호칭을 정정했다. 그는 도아영과
“저는 앞으로 큰아가씨의 평가에 근거해서 요리 방법을 조정해 나갈 거예요. 그렇게 해야만 실력을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만드는 모든 요리를 큰아가씨께서 만족해하시면 제가 여기에서 졸업할 수 있겠네요.”강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되면 큰아가씨께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걸요.”‘평생 선우민아 씨를 위해 요리해 드리는 건 기쁜 일이지.'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전창빈은 꾹 참았다. 이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설령 전창빈이 선우민아에게 애정 공세를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고 해도 이런 생각을 드러내서는 절대로 안 된다.선우민아가 가업을 운영한다는 건 그녀가 매우 유능한 인물이라는 증거다. 이렇게 강한 강한 여성은 쉽게 넘볼 수 없는 상대이다.전호영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너무 힘들어서 하예정의 도움을 받은 끝에야 지름길을 택할 수 있었고 고현의 마음을 얻었다.강진은 그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깨닫고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전창빈 씨, 오늘 오후 내내 바쁘셨는데 일찍 쉬세요. 내일 아침 큰아가씨를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가장 일찍 아침을 드시는 분은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입니다. 민기 도련님은 학교에 가야 해서 일찍 식사하시고 큰아가씨는 매일 민기 도련님을 학교에 데려다주신 후 회사에 가시니까 두 분은 늘 함께 식사하시는 편이에요. 하여 아침 7시쯤이면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의 아침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의 아침은 9시 이후에 준비하시면 돼요.”전창빈이 말을 건넸다.“그 시간대면 아침과 점심을 함께 드시는 거네요.”“어르신과 사모님은 그렇죠. 점심 무렵에 일어나셨다가 식사 후에는 외출하셔서 저녁에야 돌아오세요. 때로는 안 오시기도 하는데, 그럴 땐 제가 미리 알려드릴게요. 안 오시는 날은 창빈 씨가 쉬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냥 자신의 배만 채우시면 돼요.”여기에서는 사실상 선우민아 자매만 아침을 먹는 셈이다.“큰아
동생 선우정아가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며 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지금은 네가 전창빈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는 일이니까. 앞으로 매일 여기 와서 식사해. 전창빈 씨와 접촉할 기회도 많아져야 그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거 아니야. 만약 그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거리가 멀어도 너희 부모님께서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하실 거야. 혹은 전창빈 씨에게 우리 지역에서 사업을 하게 하고 여기서 집을 사도록 하든가.”선우정아는 또 벙어리가 되어버렸다.선우민아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선우정아는 앞으로는 감히 그 집에 밥 먹으러 가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여겼다.선우민아가 자꾸 자신이 전창빈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지 않는가.전창빈은 미래의 아내는 지금 미래 처제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전이혁은 강진을 따라 숙소로 돌아갔다. 강진은 웃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전창빈 씨, 이제 우리는 동료가 되었군요. 오래 함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선우씨 가문의 여러 집안이 같은 대저택 안에서 함께 살고 있었지만 집안마다 독립된 공간이 있었다.선우민아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었기에 강진 역시 1년 정도는 함께 일할 사람을 원했다.요리사와 친해지기도 전에 퇴직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전창빈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집사님과 오래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가 요리들을 더 연구해서 큰아가씨께서 제 요리만 먹고 싶어 하도록 해야겠네요.”“큰아가씨께서 창빈 씨 요리만 고집하게 만들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요리 대회에 나가면 ‘요리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을 만큼요.”선우민아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전창빈은 웃으며 말했다.“‘요리의 신'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저는 단지 제 요리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손님들을 만족시키고 싶을 뿐이죠.”전창빈은 그가 고용한 요리사들에게는 항상 조언을 해주곤 한다. 본인이 잘 배워야 현재 이끌고 있는 요리사들도
선우민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런 사업을 가진 사람을 네가 정말 좋아한다면 작은아버지와 숙모도 반대하지 않으실 거야. 다만 전창빈 씨가 관성 사람이라 우리랑 거리가 너무 멀어. 작은아버지와 숙모는 네가 먼 곳으로 시집가는 걸 아쉬워할 수도 있을 거야.”선우정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언니! 제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저는 정말 그런 마음 없단 말이에요. 오히려 저는 그분이 언니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우리 자매 일곱 명 중 언니가 맏이라 당연히 언니가 먼저 시집가야죠. 제가 언니를 앞지를 순 없잖아요.”착각인지 정말 본 건지, 선우정아는 전창빈이 선우민아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특별한 시선이 느껴졌다.그리고 전창빈은 사실 정말로 선우민아를 위해 온 거였다.아니, 정확히는 선우민아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다른 손님들도 분명히 만족시킬 수 있을 테니까.선우정아는 생각했다. 선우민아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동생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우리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잖아. 게다가 사촌 자매이기도 하기 때문에 네가 나보다 먼저 시집간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안 되거든. 나는 당분간 시집갈 생각 없어. 만약 고려한다 해도 이 지역의 사람일 거야. 생각해봐, 민기와 민수는 아직 몇 살밖에 안 됐는데 애들이 커서 사업을 이어받을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20년은 더 기다려야 되잖아. 이 20년 동안 우리 자매는 계속 회사를 떠받쳐야 해. 만약 우리가 먼 곳으로 시집가면, 누가 회사를 이끌겠어? 셋째와 넷째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거야 아니야.”셋째 동생과 넷째 동생도 이제 성인이 되어 사업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거대한 가업을 떠받칠 능력이 되지 못했다.하여 선우민아는 자연스레 먼 곳으로 시집갈 생각이 없었다. 시집을 간다 해도 A시의 남자에게 시집갈 것이다. 그래야 시집가서도 친정 회사를 계속 관리할 수 있으니까.앞으로 선우민기
전창빈이 말했다.“행동으로 보여드리죠.”선우정아는 눈썹을 치켜들며 웃었다.“전이혁 씨는 정말 자신만만하신가 봐요.”선우민아는 선우정아를 한 번 흘겨보더니 전창빈에게 물었다.“그럼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이 자리를 위해 온 만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세요. 강 집사님께서 이미 숙소를 준비해 뒀을 테고 월급은 내일부터 계산됩니다. 한 달의 수습 기간이 있고 수습 기간 중 급여는 일당으로 지급됩니다. 공짜로 일을 시키진 않을 거예요.“누구든 마찬가지로 하루 일하면 하루 급여를 계산해 주었다.“집사님께서 어제 이미 숙소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급여는 어떻게 계산되든 상관없습니다. 전 도전을 위해 온 거지 월급을 위해 온 게 아니니까요.”전이혁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아내만 부족할 뿐...“좋아요. 지금은 숙소로 가서 쉬세요. 우리 집에서의 하루 세끼 준비 시간은 집사님께서 알려주실 거예요. 아침을 제외한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은 변함없어요.”선우씨 가문의 사람들 아침 식사는 각자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었다.전창빈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집사님께 여쭤보겠습니다.”그는 다시 모두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전창빈이 떠나자 선우민아도 일어서서 가족들에게 말했다.“저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민기한테는 주말에 데리고 나가주겠다고 전해주세요.”선우민기는 그녀보다 스무 살이나 어렸기 때문에 남동생을 아들처럼 키웠다.선우민기는 선우민아를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랐다.선우정아도 그녀의 언니를 따라 일어섰다.“저도 일 보러 갈게요.”한경주가 딸에게 당부했다.“접대할 때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몸에 해로워.”“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5년 전의 제가 아닌걸요.”선우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회사를 막 이어받았을 때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땐 위엄도, 경험도 없었고 회사에
그러나 전창빈은 사업을 확장하거나 삶을 즐길 생각은 하지 않고 먼 길을 떠나 여기까지 와서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로 지원했다.선우민아는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전창빈은 솔직하게 대답했다.“도전하려고 왔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요리를 좋아했고 스승을 모셔 요리 실력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여러 구역의 다양한 요리를 연구하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창업으로 작은 성공을 거두었지만 산 밖에 산이 있고 사람 위에 사람이 있는 법이라고 여기기에 계속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손님들의 입맛이 바로 저를 발전하게 하는 원동력이니까요.”전창빈은 자신의 요리가 손님들이 맛있다고 생각해야만 요리 실력이 검증된 것으로 생각했다.손님들이 그 요리에 대해 조언을 해주면 그것을 개선해 더 높은 수준의 요리 실력을 갖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선우민아처럼 까다로운 손님을 만났을 때 그녀의 평가는 전창빈을 더욱 발전하게 할 것이다.선우민아는 그가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 자리에 도전하고 싶어서 온 것임을 직감하고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자신이 갑이 되는 것과 남의 밑에서 일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에요. 전이혁 씨는 제대로 고려해보셨나요? 만약 우리 가문에서 요리사로 일한다면 우리 가문만의 가정 요리사가 되어 전국의 다양한 손님을 상대할 기회가 없어요. 아마 전이혁 씨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죠.”전창빈은 빙그레 웃으며 선우정아와 시선을 마주치며 대답했다.“아마 큰아가씨님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몇 명 없을 겁니다. 제가 여기서 일하면 전국의 손님을 상대할 수는 없겠지만 큰아가씨께서 싫증 내지 않을 정도로 1년 정도 일할 수 있다면 제 요리 실력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실력을 키워 앞으로 관성으로 돌아가면 제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도 손님이 떼구름처럼 몰려들겠죠.”전창빈은 자신의 요리사들을 이끌어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전국의 손님들이 고향의 전통 요리와 관성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노
강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 경험상으로 보면 전창빈 씨는 합격일 겁니다. 어서 큰아가씨를 뵈러 가세요. 긴장할 필요 없어요. 큰아가씨는 표정이 좀 진지하지만 사실은 매우 좋은 분이십니다.”“감사합니다.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전창빈은 엄격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선우민아가 아무리 엄격해도 그의 큰형 전태윤보다는 못할 것이다.엄격한 전태윤의 얼굴에 익숙해진 전이혁은 이미 엄격한 사람들에게 면역력이 생겼다.전창빈은 강진을 따라 주방을 나섰다.강진은 전창빈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주방을 나선 후에도 전창빈은 여기저기 둘러보지 않았고 또 선우씨 가문 저택의 호화로움에 놀라지도 않았다.다른 지원자들은 늘 선우씨 저택의 사치스러움에 압도되어 주변을 둘러보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과는 달랐다.강진은 전창빈이 분명 세상 물정을 다 겪어본 사람이거나 굉장한 침착성을 가진 사람일 거로 생각했다.어쨌든 강진은 눈앞의 이 젊은 요리사에게 좋은 인상을 받았다. 아마 내일이면 동료가 될 것 같았다.강진은 전창빈을 데리고 선우민아가 앉은 자리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멈추어 섰다. 그는 전창빈에게 잠시 기다리라는 신호를 보낸 후 먼저 나아가 공손히 말했다.“큰아가씨, 전창빈 씨께서 오셨습니다.”선우씨 가족 중 전창빈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오직 선우정아뿐이었다.다른 사람들은 그때 집에 없어 전창빈을 직접 보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다들 그를 보더니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한경주가 남편 선우진혁에게 소곤거렸다.“정말 젊어 보이네요. 우리 민아랑 비슷한 나이 같아요.”선우진혁도 고개를 끄덕였다.“젊네. 보아하니 매우 침착해 보이고. 조금도 긴장하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구먼.”“이 요리사분이 매우 잘생겼다는 생각 안 들어요?”선우씨 가문의 둘째 부인, 즉 선우정아의 어머니가 작은 목소리로 시누이에게 말했다.한경주가 웃으며 대답했다.“정말 잘생겼네요.”선우정아도 말을 이었다.“제 말 이제 믿으시죠? 제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가 매우 젊고 잘
선우민기는 입을 삐죽 내밀며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민기야, 오늘 저녁 요리 맛있었어?”선우민아가 동생에게 물었다.“맛있어요. 엄청 맛있었어요.”사촌 동생도 따라 말했다.“정말 정말 맛있었어요. 누나, 저 앞으로 매일 누나 집에 와서 밥 먹어도 돼요?”선우민아가 웃으며 대답했다.“오고 싶으면 오렴. 하지만 너랑 민기는 밥 잘 먹어야 해. 놀기만 하면 안 된다?”두 꼬마가 함께 모이면 말 그대로 손오공이 천궁을 뒤집어 놓는 수준이었다.가문의 후손에 남자아이가 둘뿐이라 모두가 그들을 귀여워했다. 선우씨 가문의 누나들이 집에 없을 때면 두 꼬마는 진짜로 지붕조차 뒤집을 기세였다.어르신들이 말릴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만약 두 꼬마가 지붕을 뜯으려 하면 오히려 사다리를 대줄 정도니까.“알았어요. 저희 꼭 말을 잘 들을게요.”“그래, 너희 둘 밖에 나갈 땐 외투 꼭 입고 나가야 해. 밖이 너무 추워.”두 꼬마는 기쁜 마음으로 손을 잡고 집에서 뛰쳐나갔다.동생들이 모두 놀러 나가자 선우민아가 집사에게 지시했다.“아저씨, 전창빈 씨를 만나게 해줘요.”강진이 공손하게 대답했다.“네. 바로 전창빈 씨를 불러오겠습니다.”선우민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자리를 떠났다. 그녀가 이동하자 가족들도 모두 따라 일어나 거실 소파에 앉았다.선우민아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를 만나고 싶다고 하자 선우씨 가족들은 바로 그 지원자가 채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직감했다.확실히 오늘의 저녁 식사는 온 가족을 만족시켰다.선우민아의 입맛이 까다로워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다. 그들은 선우민아 덕분에 항상 최고의 요리사가 준비한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비록 그녀만큼 입맛이 까다롭지는 않았지만 요리의 품질을 가리는 안목은 그래도 꽤 좋은 편이다.강진이 미소를 머금으며 주방으로 들어갔고 전창빈이 의자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모습을 보자 그쪽으로 다가갔다.발소리를 들은 전창빈은 휴대전화에서 시선을 떼었고 고개를 들어
원림성 A시.전창빈은 모든 요리를 다 하고는 주방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휴대전화를 꺼내 뉴스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그는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온종일을 바쁘게 보냈다.정확히 말하면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지금까지 준비한 모든 것이 전부 오늘 저녁 식사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그리고 저녁이 되어서야 주인공이 돌아왔다.잠시 기다린 후, 전이진이 오후 내내 준비한 요리들이 하나둘씩 하인들에 의해 운반되어 나갔다. 물론 그는 나갈 필요가 없었다.선우민아가 그의 요리를 맛본 후 만족스럽다면 전창빈을 불러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통보도 없이 주방에 머물다가 선우씨 가족들이 모두 식사를 마치고 떠나면 집으로 돌아야 한다.비록 전창빈은 자신의 요리 실력에 대한 확신이 있지만 밖이 완전히 어두워졌는데도 선우민아의 면담 요청이 없었다. 그는 겉으로는 여전히 뉴스를 보며 담담해 보였으나 속으로는 조금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다.그는 송일우처럼 세 번이나 도전하는 상황은 원치 않았다. 송일우는 몇 년이나 도전했지만 여전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에 실패한 뒤로는 다시 오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나이도 점점 들어가고 있었던 모양이다.한편 선우씨 가족들이 이미 식사를 마치고 있었다.선우민아도 냅킨으로 입가를 닦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 앉아 있던 선우민아의 어머니 한경주가 관심 있게 물었다.“민아야, 이번 지원자가 만든 음식은 어때?”선우민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한경주는 계속해서 말했다.“엄마 생각엔 괜찮은 것 같은데 그냥 채용하는 게 어때?”선우민아의 남동생 선우민기는 의자에 털썩 앉아 배를 만지며 말했다.“누나, 나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아. 이번 요리는 정말 맛있었어. 오랜만에 이렇게 배불리 먹었어.”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선우민기의 배를 가볍게 톡 치며 눈가에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너는 굶은 적도 없으면서 왜 이렇게까지 많이 먹었어? 이번만 먹고 다음 끼니는 못 먹을 거로 생각한 건 아니지? 좀 앉아 이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