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빈아.”전태윤은 아내의 품에서 아이를 안아왔다.깨어 있는 아이는 저항하지 않고 얌전히 이모부의 품에 안겼다.그가 지금 가장 믿고 있는 사람은 이모와 이모부이다.“우빈아, 겁내지 마. 이모부가 이미 나쁜 놈들을 물리치고 경찰 아저씨한테 부탁해 잡아가라고 했어. 그리고 의사 선생님이 열심히 우빈이의 엄마를 구하고 있으니까, 내일이나 늦어도 모레면 엄마가 저 안에서 나올 수 있을 거야. 아마도 눈을 뜨고 우빈이를 부를지도 몰라.”꼬마는 이모부를 진지하게 바라보며 물었다.“이모부, 금방 한 말 사실이에요?”“당연하지. 이모부가 언제 우리 우빈이를 속인 적이 있어?”전태윤은 꼬마를 안고 화장실로 향했다. “우빈아, 이모부가 우빈이를 데리고 가서 세수하고 손 씻을까?”우빈이는 자기 손이 더러운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전태윤은 꼬마를 안아 들고 화장실로 들어가 얼굴과 손을 깨끗이 씻고 나왔다.마침 경호원이 포장한 음식을 가지고 도착했다.하예정은 입맛이 없어서 먼저 조카부터 먹였는데, 아이도 입맛이 없던지 먹으려 하지 않았다.전태윤은 또다시 달래기 시작했다.“여보, 우빈아. 뭐라도 먹지 않으면 어떻게 버텨? 그러다 쓰러지기라도 하면 어떡해? 이제 처형이 깨어나거든 괜히 걱정시킬 일 있어? 자, 우빈아, 이모부가 밥 먹여줄게. 우리 배불리 먹고 가서 샤워도 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후 엄마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는 건 어때? 지금 이 옷을 입고 있으면 아마도 엄마가 깨어나서 놀랄걸.”우빈은 또 고개를 숙여 자기가 입고 있는 옷을 쳐다보았는데 매우 더러웠다.온통 피투성이였다.아이는 바로 밥을 먹기 시작했다. 하예정도 억지로 음식을 삼켰다. 이렇게 먹고 마시지 않으면 언니가 깨어나기도 전에 쓰러질지 모르니까. 그러면 언니를 돌볼 수도 없다.30분 후.기사가 캠핑카를 몰고 왔다.전태윤은 아내에게 아이를 데리고 가서 목욕시키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으라고 했다.아내가 아이를 데리고 떠난 후에야 그는 소정남에게 전화를 걸었다.“정남아
노동명의 얼굴에 걱정이 스쳐 갔다.그는 한참 후에야 시선을 거두고는 하예정의 품에서 우빈이를 안아오려고 손을 뻗었지만 꼬마는 그에게 안기려 하지 않았다.아이는 아예 고개를 돌리고는 이모의 어깨에 머리를 얹었다.이에 노동명의 안색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그는 본인이 아이를 잘 보호하지 못한 것이 한스러웠다.“우빈이가 많이 놀랐나 봐. 지금은 이모에게만 달라붙어 있으려 해.”보다 못한 전태윤이 한마디 설명했다.노동명은 입술을 깨물더니 말했다.“괜찮아, 얼마나 무서웠겠어. 태윤아, 내가 여기서 예진이를 지키고 있을테니, 너는 예정 씨와 우빈이를 데리고 돌아가서 좀 쉬어.”전태윤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답했다.“그래.”그는 아내에게 우빈이를 데리고 함께 캠핑카로 가서 좀 쉬다가 이제 한밤중에 다시 와서 처형을 지키자고 설득했다.노동명이 여기 있으니 그는 안심할 수 있었다.게다가, 그의 경호원 팀도 옆에서 지키고 있다.“여보, 당신은 버틸 수 있어도 우빈이는 아직 어린앤데, 이렇게 버티다가 무리가 올 수도 있어. 우빈이를 봐서라도 휴식 좀 해. 이건 당신 언니가 필사적으로 보호하려 한 아이잖아. 당신이 잘 돌보고 있어야 처형도 안심하고 깨어날 수 있어.”노동명도 옆에서 우선 좀 쉬라고 권했다.하예정은 자신의 품에 꼭 안겨있는 아이를 바라보더니 결국 타협했다. 먼저 캠핑카에 가서 좀 쉬다가 알람을 맞춰놓고, 한밤중에 다시 와서 언니를 지킬 생각이었다. ... 주씨 일가.“현주가 어떻게... 이게 말이 돼?”부모에게 강제로 끌려온 주형인은 오는 내내 중얼거렸다.그는 믿을 수도 없고 믿고 싶지도 않았다.서현주가 어떻게 어린 우빈에게 손을 댈 수 있는거지?그녀는 그가 전처랑 이혼하는 모든 과정을 지켜봤고, 애초에 그더러 아들의 양육권을 포기하라고 설득한 것도 그녀이다.어머니와 누나는 항상 서현주와 이혼하고 하예진과 재혼하라고 했지만, 그는 그럴 생각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서현주와 결혼식까지 올리기로 했다.또한 결혼식 후 신혼여행도 가
똑똑.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주경진이 문을 열자마자 주서인이 들이닥치더니 긴장한 말투로 물었다.“아빠, 예진이는 어때? 우빈이는? 나 전화 받고 바로 달려왔어.”“우빈이는 괜찮아. 그냥 많이 놀랐어. 지금은 예정이한테만 달라붙어 있어. 예진이는... 아직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데 의사가 며칠만 버티면 괜찮아질 거라고 했어. 버텨내지 못하면... 아니지, 분명 버텨낼 수 있을 거야. 예진이는 착한 아이니까, 분명 하느님이 지켜줄 거야.”“맞아! 예진이는 착한 사람이니까 꼭 괜찮아질 거야!”주서인은 하예정 자매가 그녀의 아들을 구해준 후부터 그들 자매에 대한 태도가 확 달라졌다. 지금은 진심으로 하예진이 낫기를 바라고 있다.동생을 본 주서인은 달려들어 마구 때리면서 욕설을 퍼부었다.“형인아! 너 내 말 듣지 않고 독한 여자와 결혼하더니 우리 집을 난장판으로 만든 것도 모자라 이젠 우빈이까지 해치려고 해?”“지난번 동물원에서도 납치범더러 우빈이를 데려가게 하더니... 독한 년 같으니라고. 내가 현주를 일부러 괴롭힌 건 맞아. 날 미워하고 원망해도 괜찮아. 나를 해할 목적으로 온 거라면 다 받아 들일 준비가 돼있어. 하지만 어떻게 무고한 아이를 해하려고 할 수 있지? 정말 독하기도. 난 내가 이미 충분히 나쁜 줄 알았어. 나보다 더 나쁜 사람이 있다는 건 생각도 못 했어. 난 그렇다 쳐도 예진이는 현주에게 아무 짓도 안 했잖아? 그런데도 우빈에게까지 손을 써? 우리 가문의 핏줄을 끊으려고 작정한 거 아니야?”주서인은 자신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김은희가 전화로 딸에게 자초지종을 모두 말해줬기에 주서인은 오자마자 욕설을 퍼부었다.주형인은 아내를 대신하여 변명하고 싶었지만 입을 열 수 없었다. 다시 서현주를 감쌌다간 자기를 찢어버릴 기세였다.게다가 그도 아들을 빼앗길 뻔한 아찔한 사고를 겪었다.그는 이제 더 이상 서현주의 편을 들 수가 없게 되었다. 부모님의 말처럼 만약 이번 일이 서현주와 관련이 없다면 경찰도 그녀를 데려가
노동명은 자신이 하예진을 그 정도로 신경 쓰고 있는 줄 몰랐다.그는 항상 자신은 우빈이를 좋아하기 때문에 겸사겸사 그녀에게도 잘 대해 준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하지만 나쁜 놈이 그녀를 몇 번 이나 칼로 찌른 것을 안 순간, 그는 말로 설명하지 못할 정도로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 이로써 아무리 감정에 무딘 그라도 본인이 진작부터 그녀를 좋아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떻게 그녀를 좋아하게 되었을까?그도 잘 몰랐다.어쩐지 친구들이 항상 그와 하예진을 엮으려 하더니... 역시 당사자보다는 옆 사람들이 더 잘 본다.그는 우수한 손은경을 마주할 때도 설레기는커녕 피할 생각만 들었다. 손은경이 좋지 않은 것이 아니라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하예진에게 마음을 둔 것이다.주서인 부부와 김은희가 병원에 찾아갔을 때 마침 노동명이 병실 밖에서 지키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발소리에 고개를 돌린 그는 주서인 부부가 찾아온 것을 보고 어두운 얼굴로 차갑게 그들을 쳐다보았다.“당신이 왜 여기 있는 거예요?”주서인이 먼저 참지 못하고 그에게 따져 물었다.그에 노동명은 차갑게 되물었다.“내가 여기 있는 게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지?”주서인은 말문이 막혔다.하예진은 독신인 데다가 다이어트에도 성공했으니 구애하는 사람이 있는 것은 당연했다.노동명은 하예진에게 항상 잘 대해줬다.그들 일가 모두 노동명이 하예진에게 마음이 있기 때문에 우빈에게도 잘해준 것으로 생각했다.하예진이 아직 다이어트에 성공하지 못했을 때, 주씨 일가는 노동명이 회사 대표인 데다 억만장자라 이혼녀에 뚱뚱하고, 세 살배기 아들까지 데리고 있는 그녀를 절대 좋아할 리가 없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하지만 지금 노동명이 병실 밖을 지키고 있는 것을 보고 그들은 더 이상 자신을 속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노동명은 정말 하예진을 좋아한다.아니면 밤늦게까지 병실 밖에서 지키고 있을 리가 없다.주씨 일가의 기분은 말이 아니었다.“한밤중에 안 자고 뭐 하러 뛰어온 거야?”그는 차가운 얼굴로 주
“아까부터 계속 질문만 하는데... 내가 왜 대답해야 하지? 내가 무슨 일을 하든 당신이랑 무슨 상관인데? 당신은 내 일에 간섭할 자격이 없으니 신경꺼. 그리고 예진이가 어떤지 묻지도 마. 예진이가 지금 이렇게 누워 있는 건 당신의 그 잘난 동서 때문이니까.”“그 못된 년을 언급하지도 말아요. 난 그년을 동서로 생각한 적이 없어요. 내 동서는 오직 예진이 한사람 뿐이니까요.”“하! 나참 어이가 없어서.”노동명은 웃기다는 듯이 말했다.“당신이 예진에게 했던 일을 다 잊었어? 예진이는 안정을 취해야하니 여기서 당장 떠나. 그리고 예진이도 주씨 일가의 사람들을 환영하지 않을거야. 그러니 당장 나가!”노동명은 전씨 가문의 경호원에게 주서인 모녀와 임수찬을 함께 쫓아내라고 지시했다.주씨 일가는 그가 본 사람 중 가장 이상하고 못된 부류에 속한다.주서인은 결국 헛걸음을 하였다. 노동명이 문 앞에 막아서서 가까이할 기회조차 없었으니까.김은희는 속으로 이젠 하예진을 볼 면목이 없다고 생각했다.노동명은 그들 주씨 일가 때문에 하예진이 지금 저렇게 누워있다고 한다.주형인이 우빈이를 데리고 나가지 않았더라면, 서현주가 아니었다면 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테니.주씨 일가가 떠난 후 노동명은 다시 창문을 통해 병실 안의 하예진을 바라보았다.“걱정 마, 저 사람들이 당신을 괴롭히고 귀찮게 하면 내가 대신 혼내줄테니까. 그러니 당신도 잘 버텨야 해. 겉만 달콤한 말에 속지 마, 저들은 지금 당신과 주형인이 재혼하길 바라고 있어. 당신의 가게와 예정 씨의 신분을 보고 혜택을 받고 싶어서.”노동명은 그녀에게 많은 말을 했다.원래 전태윤 부부와 반나절씩 나눠 지키기로 약속했지만 그는 떠나지 않고 밤늦게까지 자리를 지켰다.전태윤은 사랑하는 아내를 편히 쉬게 하려고 몰래 알람을 껐다.노동명은 날이 밝을 때까지 자리를 지키느라 하룻밤 사이에 완전히 초췌해졌다.“날이 곧 밝으려 하네. 오늘 해가 뜰 것 같아? 평소 이맘때쯤이면 당신은 가게에서 바삐 일하고 있었을 텐데
그녀는 꿈에서 깨어날 때마다 부모님이 옆에 계시길 얼마나 바라고 바랐는지 모른다.그녀가 얼마나 큰 고통을 감당했는지 아무도 모른다.동생이 슬플 땐 그녀에게 기대어 울 수 있지만 그녀가 슬플 땐 누구한테 기대어 울어야 할까?“엄마, 난 돌아가지 않을래요. 엄마랑 아빠랑 같이 있고 싶어요.”하예진은 어머니 품에서 머리를 흔들며 부모 곁을 떠나지 않으려 했다.어머니는 그녀를 밀어냈다.“예진아, 예정이와 너의 아들 우빈이를 생각해야지. 그들 모두 네가 돌아가기를 기다리고 있어. 그리니까 말 들어, 빨리 돌아가. 여기는 네가 올 곳이 아니야. 빨리 가!”어머니는 말하면서 그녀를 밀쳐냈다.하예진은 그제야 동생과 아들이 생각났다.‘맞아, 나에겐 아들과 동생이 있어. 내가 부모님과 함께 있으면 우빈이는 어쩌지?’그리고 동생도 의지할 친정 식구를 잃게 된다.“예진아, 돌아가라.”잠자코 있던 아버지도 입을 열었다.부모님은 그녀를 재촉했다.부모는 심지어 함께 그녀를 반대편으로 밀기까지 했다. 그녀는 한 걸음 걸을 때마다 고개를 돌려 부모님을 바라보았다. 앞에 밝은 빛이 보이자 부모님은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녀는 눈물을 머금고 무릎을 꿇고 큰절을 올렸다.“빛이 비치는 곳을 향해 걸어가...”부모님의 소리는 점점 멀어지더니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하예진은 눈물을 머금고 빛이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병실 밖의 노동명은 하예진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본 것 같았다.잘못 본 줄 알고 눈을 비비고 자세히 보니 정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일구야, 빨리 와서 예진이가 눈물을 흘리고 있는지 좀 봐봐.”그는 자신이 잘못 봤을까 봐 강일구에게 도움을 청했다.강일구가 다가오자 그는 자리를 비켜주었다. 강일구도 눈을 몇 번 비비고 찬찬히 살펴보더니 입을 열었다.“노 대표님, 정말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 같아요. 곧 깨어날 것 같은데요? 바로 의사를 불러올게요.”강일구는 의사를 부르러 달려갔다.다른 경호원들은 즉시 전태윤 부부에게 알렸다.캠
하예진은 아들이 무사한 모습과 동생이 온 것을 보고 아직 말하지는 못했지만, 씩 웃으며 동생을 위로하려 했는데, 눈가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녀는 또 힘든 선택을 했다.부모님이 아닌 동생과 아들의 곁에 남는 것을 택했다.“의사 선생님, 환자 몸은 어때요?”전태윤이 의사에게 물었다.“이미 의식이 돌아왔고 위험에서 벗어났으니 이젠 중환자실에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이 말에 주위에 몰려있던 사람들은 걱정을 잠시 내려놓았다.하예진은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 전태윤은 조용하고 상처 회복에 적합한 VIP 병실로 예약했다.비록 깨어났지만 아직 몸이 허약한 그녀는 병실을 옮긴 지 얼마 안 돼서 이내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하예정은 우빈이를 안고 침대 옆에 앉아 언니를 지켰다. 가끔 손가락을 언니의 코끝에 대고 호흡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심했다.날이 밝아서야 전태윤은 비로소 이경혜와 다른 사람들에게 하예진이 위험에서 벗어나 잠시 깨어났었다고 알렸다.어젯밤 할머니가 아주 늦은 시간에 관성에 돌아와서 일부러 알리지 않았던 것이다.할머니는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급히 달려왔다.“할머니.”할머니의 모습을 본 하예정은 우빈을 안고 일어나 인사를 했다.할머니는 가볍게 응하고는 먼저 하예진을 보러 갔다. 할머니는 하예진이 창백한 얼굴로 아직 혼수상태인 것을 보고 가슴 아픈 듯 말했다.“가슴 아파 죽겠네,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 여자와 아이조차도 보호하지 못했다니!”전태윤과 노동명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들이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게 사실이니까.“의사가 뭐라고 하던?”할머니는 하예정에게 물었다.“이젠 위험에서 벗어났다고 하네요. 날이 밝자마자 중환자실에서 나왔는데 잠시 깨어나더니 곧 다시 잠들었어요”할머니는 알겠다는 듯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됐어. 이 할미가 걱정돼서 밤새 잠도 잘 못 잤거든. 너도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말했잖아, 너희 자매는 모두 큰 복이 있는 사람이라고. 언니는 곧 좋아질 거야.”할머니는 우빈이를 안으려
노동명은 침묵에 잠겼다.다들 하예진을 보고 난 후 할머니는 그녀가 휴식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도록 다들 먼저 집에 돌아가라고 했다.전태윤 부부의 다크서클도 꽤 심했다.하예진이 위험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알고 성씨 일가와 심씨 일가 모두 그녀를 보러 왔다.이경혜는 병원에서 하예진이 다시 정신을 차린 것을 본 후에야 비로소 마음을 놓았다.경호원은 모두에게 아침을 준비해 주었다.아침 식사 후 전태윤은 노동명에게 말했다.“먼저 가서 쉬어. 어젯밤에 반나절만 지키기로 했는데 혼자 하룻밤을 지켰잖아.”“괜찮아, 졸리지도 않고 피곤하지도 않아.”그는 지인들에게 둘러싸인 하예진을 보고 있었다.다시 정신을 차린 그녀는 말할 때도 아직 허약했지만 처음 깨어났을 때보다 정신이 훨씬 좋아졌다.그녀는 노동명의 존재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그는 멍하니 그녀를 쳐다보기만 하였다. 그녀가 그를 보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는 키가 커서 사람들 밖에서도 그녀를 볼 수 있다. 그녀가 깨어난 것을 보고만 있어도 기뻤고 조금도 피곤함을 느끼지 않았다.따르릉!이때 휴대폰이 울렸다.그는 영향을 줄까 봐 병실을 나와 전화를 받았다.어머니에게서 온 전화였다.“동명아.”윤미라는 전화에서 단도직입으로 물었다.“너 지금 병원인 거야?”경찰이 많은 사람들을 잡아갔기 때문에 어제 일은 큰 파문을 일으켰다.많은 사람은 어제 관성의 대부분 경찰을 출동하여 그렇게 많은 사람을 잡은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아이를 뺏길 뻔한 일이라는 것을 안 후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아이를 옆에 꼭 데리고 다녔다. 아직 어린아이는 아예 안고 다니고, 커서 안을 수 없으면 손을 꼭 붙잡고 다녔다. 윤미라도 당연히 이 일에 대해 들었다.하지만 그녀는 뒤에서야 납치당한 아이가 하예진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았고 하예진이 다친 것도 후에 알게 되었다.막내아들이 어젯밤에 집에 돌아오지 않자, 그녀는 특별히 아들 명의하에 있는 집들을 일일이 찾아갔지만 아들을 찾지 못했고, 회사에 찾아가도 그림자도 보이지 않자 아마
전창빈이 말했다.“행동으로 보여드리죠.”선우정아는 눈썹을 치켜들며 웃었다.“전이혁 씨는 정말 자신만만하신가 봐요.”선우민아는 선우정아를 한 번 흘겨보더니 전창빈에게 물었다.“그럼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이 자리를 위해 온 만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세요. 강 집사님께서 이미 숙소를 준비해 뒀을 테고 월급은 내일부터 계산됩니다. 한 달의 수습 기간이 있고 수습 기간 중 급여는 일당으로 지급됩니다. 공짜로 일을 시키진 않을 거예요.“누구든 마찬가지로 하루 일하면 하루 급여를 계산해 주었다.“집사님께서 어제 이미 숙소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급여는 어떻게 계산되든 상관없습니다. 전 도전을 위해 온 거지 월급을 위해 온 게 아니니까요.”전이혁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아내만 부족할 뿐...“좋아요. 지금은 숙소로 가서 쉬세요. 우리 집에서의 하루 세끼 준비 시간은 집사님께서 알려주실 거예요. 아침을 제외한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은 변함없어요.”선우씨 가문의 사람들 아침 식사는 각자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었다.전창빈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집사님께 여쭤보겠습니다.”그는 다시 모두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전창빈이 떠나자 선우민아도 일어서서 가족들에게 말했다.“저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민기한테는 주말에 데리고 나가주겠다고 전해주세요.”선우민기는 그녀보다 스무 살이나 어렸기 때문에 남동생을 아들처럼 키웠다.선우민기는 선우민아를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랐다.선우정아도 그녀의 언니를 따라 일어섰다.“저도 일 보러 갈게요.”한경주가 딸에게 당부했다.“접대할 때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몸에 해로워.”“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5년 전의 제가 아닌걸요.”선우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회사를 막 이어받았을 때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땐 위엄도, 경험도 없었고 회사에
그러나 전창빈은 사업을 확장하거나 삶을 즐길 생각은 하지 않고 먼 길을 떠나 여기까지 와서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로 지원했다.선우민아는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전창빈은 솔직하게 대답했다.“도전하려고 왔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요리를 좋아했고 스승을 모셔 요리 실력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여러 구역의 다양한 요리를 연구하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창업으로 작은 성공을 거두었지만 산 밖에 산이 있고 사람 위에 사람이 있는 법이라고 여기기에 계속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손님들의 입맛이 바로 저를 발전하게 하는 원동력이니까요.”전창빈은 자신의 요리가 손님들이 맛있다고 생각해야만 요리 실력이 검증된 것으로 생각했다.손님들이 그 요리에 대해 조언을 해주면 그것을 개선해 더 높은 수준의 요리 실력을 갖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선우민아처럼 까다로운 손님을 만났을 때 그녀의 평가는 전창빈을 더욱 발전하게 할 것이다.선우민아는 그가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 자리에 도전하고 싶어서 온 것임을 직감하고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자신이 갑이 되는 것과 남의 밑에서 일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에요. 전이혁 씨는 제대로 고려해보셨나요? 만약 우리 가문에서 요리사로 일한다면 우리 가문만의 가정 요리사가 되어 전국의 다양한 손님을 상대할 기회가 없어요. 아마 전이혁 씨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죠.”전창빈은 빙그레 웃으며 선우정아와 시선을 마주치며 대답했다.“아마 큰아가씨님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몇 명 없을 겁니다. 제가 여기서 일하면 전국의 손님을 상대할 수는 없겠지만 큰아가씨께서 싫증 내지 않을 정도로 1년 정도 일할 수 있다면 제 요리 실력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실력을 키워 앞으로 관성으로 돌아가면 제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도 손님이 떼구름처럼 몰려들겠죠.”전창빈은 자신의 요리사들을 이끌어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전국의 손님들이 고향의 전통 요리와 관성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노
강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 경험상으로 보면 전창빈 씨는 합격일 겁니다. 어서 큰아가씨를 뵈러 가세요. 긴장할 필요 없어요. 큰아가씨는 표정이 좀 진지하지만 사실은 매우 좋은 분이십니다.”“감사합니다.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전창빈은 엄격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선우민아가 아무리 엄격해도 그의 큰형 전태윤보다는 못할 것이다.엄격한 전태윤의 얼굴에 익숙해진 전이혁은 이미 엄격한 사람들에게 면역력이 생겼다.전창빈은 강진을 따라 주방을 나섰다.강진은 전창빈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주방을 나선 후에도 전창빈은 여기저기 둘러보지 않았고 또 선우씨 가문 저택의 호화로움에 놀라지도 않았다.다른 지원자들은 늘 선우씨 저택의 사치스러움에 압도되어 주변을 둘러보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과는 달랐다.강진은 전창빈이 분명 세상 물정을 다 겪어본 사람이거나 굉장한 침착성을 가진 사람일 거로 생각했다.어쨌든 강진은 눈앞의 이 젊은 요리사에게 좋은 인상을 받았다. 아마 내일이면 동료가 될 것 같았다.강진은 전창빈을 데리고 선우민아가 앉은 자리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멈추어 섰다. 그는 전창빈에게 잠시 기다리라는 신호를 보낸 후 먼저 나아가 공손히 말했다.“큰아가씨, 전창빈 씨께서 오셨습니다.”선우씨 가족 중 전창빈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오직 선우정아뿐이었다.다른 사람들은 그때 집에 없어 전창빈을 직접 보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다들 그를 보더니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한경주가 남편 선우진혁에게 소곤거렸다.“정말 젊어 보이네요. 우리 민아랑 비슷한 나이 같아요.”선우진혁도 고개를 끄덕였다.“젊네. 보아하니 매우 침착해 보이고. 조금도 긴장하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구먼.”“이 요리사분이 매우 잘생겼다는 생각 안 들어요?”선우씨 가문의 둘째 부인, 즉 선우정아의 어머니가 작은 목소리로 시누이에게 말했다.한경주가 웃으며 대답했다.“정말 잘생겼네요.”선우정아도 말을 이었다.“제 말 이제 믿으시죠? 제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가 매우 젊고 잘
선우민기는 입을 삐죽 내밀며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민기야, 오늘 저녁 요리 맛있었어?”선우민아가 동생에게 물었다.“맛있어요. 엄청 맛있었어요.”사촌 동생도 따라 말했다.“정말 정말 맛있었어요. 누나, 저 앞으로 매일 누나 집에 와서 밥 먹어도 돼요?”선우민아가 웃으며 대답했다.“오고 싶으면 오렴. 하지만 너랑 민기는 밥 잘 먹어야 해. 놀기만 하면 안 된다?”두 꼬마가 함께 모이면 말 그대로 손오공이 천궁을 뒤집어 놓는 수준이었다.가문의 후손에 남자아이가 둘뿐이라 모두가 그들을 귀여워했다. 선우씨 가문의 누나들이 집에 없을 때면 두 꼬마는 진짜로 지붕조차 뒤집을 기세였다.어르신들이 말릴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만약 두 꼬마가 지붕을 뜯으려 하면 오히려 사다리를 대줄 정도니까.“알았어요. 저희 꼭 말을 잘 들을게요.”“그래, 너희 둘 밖에 나갈 땐 외투 꼭 입고 나가야 해. 밖이 너무 추워.”두 꼬마는 기쁜 마음으로 손을 잡고 집에서 뛰쳐나갔다.동생들이 모두 놀러 나가자 선우민아가 집사에게 지시했다.“아저씨, 전창빈 씨를 만나게 해줘요.”강진이 공손하게 대답했다.“네. 바로 전창빈 씨를 불러오겠습니다.”선우민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자리를 떠났다. 그녀가 이동하자 가족들도 모두 따라 일어나 거실 소파에 앉았다.선우민아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를 만나고 싶다고 하자 선우씨 가족들은 바로 그 지원자가 채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직감했다.확실히 오늘의 저녁 식사는 온 가족을 만족시켰다.선우민아의 입맛이 까다로워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다. 그들은 선우민아 덕분에 항상 최고의 요리사가 준비한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비록 그녀만큼 입맛이 까다롭지는 않았지만 요리의 품질을 가리는 안목은 그래도 꽤 좋은 편이다.강진이 미소를 머금으며 주방으로 들어갔고 전창빈이 의자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모습을 보자 그쪽으로 다가갔다.발소리를 들은 전창빈은 휴대전화에서 시선을 떼었고 고개를 들어
원림성 A시.전창빈은 모든 요리를 다 하고는 주방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휴대전화를 꺼내 뉴스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그는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온종일을 바쁘게 보냈다.정확히 말하면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지금까지 준비한 모든 것이 전부 오늘 저녁 식사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그리고 저녁이 되어서야 주인공이 돌아왔다.잠시 기다린 후, 전이진이 오후 내내 준비한 요리들이 하나둘씩 하인들에 의해 운반되어 나갔다. 물론 그는 나갈 필요가 없었다.선우민아가 그의 요리를 맛본 후 만족스럽다면 전창빈을 불러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통보도 없이 주방에 머물다가 선우씨 가족들이 모두 식사를 마치고 떠나면 집으로 돌아야 한다.비록 전창빈은 자신의 요리 실력에 대한 확신이 있지만 밖이 완전히 어두워졌는데도 선우민아의 면담 요청이 없었다. 그는 겉으로는 여전히 뉴스를 보며 담담해 보였으나 속으로는 조금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다.그는 송일우처럼 세 번이나 도전하는 상황은 원치 않았다. 송일우는 몇 년이나 도전했지만 여전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에 실패한 뒤로는 다시 오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나이도 점점 들어가고 있었던 모양이다.한편 선우씨 가족들이 이미 식사를 마치고 있었다.선우민아도 냅킨으로 입가를 닦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 앉아 있던 선우민아의 어머니 한경주가 관심 있게 물었다.“민아야, 이번 지원자가 만든 음식은 어때?”선우민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한경주는 계속해서 말했다.“엄마 생각엔 괜찮은 것 같은데 그냥 채용하는 게 어때?”선우민아의 남동생 선우민기는 의자에 털썩 앉아 배를 만지며 말했다.“누나, 나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아. 이번 요리는 정말 맛있었어. 오랜만에 이렇게 배불리 먹었어.”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선우민기의 배를 가볍게 톡 치며 눈가에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너는 굶은 적도 없으면서 왜 이렇게까지 많이 먹었어? 이번만 먹고 다음 끼니는 못 먹을 거로 생각한 건 아니지? 좀 앉아 이따
도아영이 홀로 관성까지 찾아온 것도 전이혁을 위해서였다.관성에서 그녀의 안전은 그의 책임이다.앞으로 도아영과 결혼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녀는 할머니께서 정해주신 아내 후보였다. 혹여 도아영이 관성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도씨 가문에서 문제를 일으킬 것은 물론 전씨 할머니께서도 그를 혼쭐 내실 것이 분명했다.전이혁은 전태윤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태윤이 전화를 받자 전이혁이 조심스럽게 부탁했다.“형, 오늘은 형의 스위트 룸에서 하룻밤 자도 돼?”“안방만 빼고 다른 방은 마음대로 써.”전태윤은 거절하지 않았지만 안방 사용만은 허락하지 않았다. 평소 이곳에 머무를 때면 항상 안방을 사용했기 때문이다.“알았어. 고마워. 형.”“도아영 씨는 괜찮아?”“심하게 취해서 토하다가 물 달라고 하길래... 떠날 수 없어서 호텔에서 하룻밤 지내려고. 새벽에 아영 씨를 룸으로 데려다준 후 떠날 계획이야. 같이 묵었다는 사실을 알면 나에게 달라붙을까 봐 겁이 나.”전태윤이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진심으로 도아영 씨와의 관계를 정리할 생각이라면 그렇게 하는 것도 좋아. 그분 명성을 망가뜨리면 안 되지.”전이혁은 머리가 지끈거렸다.“형, 사실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아영 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이고 할머니의 눈썰미는 틀린 적이 없으셨지. 도아영 씨와 함께 지내보니 나랑 잘 맞는 것 같긴 한데... 왠지 그 ‘여우’랑 함께 있을 때가 더 편안하단 말이야.”“‘여우’라고?”“내 꿈에 자꾸 등장하는 그 여자 말이야. 별명이 ‘여우 같은 여자’거든. 화장을 잘하는 건지... 본명도, 고향도, 행적도 전혀 알 수가 없어. 신비로운 느낌을 주어서 나도 자꾸 정복하고 싶어져.”전태윤이 말을 이었다.“이름도 모르는 그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기다니. 그분이 혹시 만성의 남씨 가문의 큰 사모님과 연관 있는 거 아니야?”만성 남씨 가문의 큰 사모님은 모연정의 사촌 형수이자 A시 허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인데 그녀도 이중생활로 유명한 인물이다.허씨 가문
“네.”우빈이는 전태윤의 말을 믿으며 다시 물었다.“이모부, 그 모기는 어디 갔어요?”전태윤은 자신의 손바닥을 펼쳐 우빈에게 보여주었지만 우빈은 모기를 찾을 수 없었다.“날아갔어. 이모부가 조금 늦는 바람에 잡지 못했어.”“그래요?”우빈은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대답했다.하예정은 속으로 웃음을 터뜨렸다.우빈이가 아무리 영리해도 결국은 어린아이일 뿐, 어른을 이길 수는 없었다.“우빈아, 이모부는 일하러 가야 해. 우리도 집에 가자. 이모부한테 잘 가라고 인사해야지.”우빈은 바로 그의 작은 손을 흔들며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모부, 잘 가요!”“집에 가서 빨리 쉬고 이모의 말도 잘 듣고. 이모를 귀찮게 하면 안 돼. 말 잘 들으면 겨울방학에 예진 리조트로 가서 용정이랑 놀게 해줄게.”우빈은 급히 약속했다.“절대로 이모 귀찮게 안 하고 말 잘 들을게요.”“여보, 빨리 일하러 가요. 우리도 갈게요.”하예정은 전태윤에게 일하러 가라고 재촉한 뒤 운전 기사에게 출발하라고 말했다.전태윤은 그 자리에 서서 차가 사랑하는 아내를 태우고 멀어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차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자 비로소 자신의 차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전이혁과 도아영의 일에 대해서 전태윤은 한마디도 묻지 않았다. 도아영이 취하면 전이혁이 그녀를 방으로 데려다줄 것이니까.전이혁은 도아영을 그녀의 방까지 데려다주고 외투와 양말을 벗겨 준 뒤 편안한 자세로 눕혔다. 그리고 그가 떠나려던 참에 도아영이 갑자기 일어나더니 옆으로 토해버렸다.전이혁이 쓰레기통을 가져오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녀는 이미 바닥과 침대를 모두 더럽혔다. 그는 이 광경을 보자 정말로 토할 것 같았다.흠... 전이혁도 토했다. 그는 입을 막은 채 급히 화장실로 달려가 정신없이 토했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코와 입을 가린 채로 나왔다.도아영은 시원하게 토한 뒤 다시 침대에 철썩 누워버렸다.전이혁은 침대 반대쪽으로 돌아가 구토물을 보지 않으려 애썼고 최대한 빨리 도아영을 일으켜 안고
도아영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꿈나라에 들어가서 돌아올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술 마시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말을 안 듣더니 결국 취했네. 내일 아침이면 정말 고생할 텐데.”전이혁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도아영의 이마를 쿡쿡 찌르더니 체념했는지 그녀를 안아 들어 로얄 스위트룸 나섰다. 그러나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참! 난 도아영 씨가 어느 룸에 묵고 있는지 모르는데.'그는 걸음을 멈추고 도아영을 내려놓고는 한 손으로 그녀를 부축하면서 다른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 하예정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예정은 금방 전화를 받았다.“형수님, 도아영 씨가 묵고 계신 룸 번호를 아세요?”하예정이 대답했다.“저도 잘 몰라요. 그냥 관성 호텔에 묵는다는 사실만 알고 있어요. 아영이가 취했어요? 잠깐만요. 제가 알아볼게요.”하예정은 고개를 돌려 남편에게 말했다.“여보, 아영의 룸 번호를 알아봐 줘요. 취했대요. 이혁 도련님이 아영이를 모셔다드리려고 하는데 룸 번호를 몰라서.”전태윤은 표정이 굳었다. 그는 마음에 내키지 않았지만 하예정의 재촉에 어쩔 수 없이 우빈의 손을 잡고 걸어 나갔다가 이내 돌아왔다. 그는 이미 전이혁과의 통화를 끝낸 상태였다.“알아봤어요?”“내가 이혁한테 이미 알려줬어.”전태윤은 여전히 표정이 굳은 표정으로 하예정에게 말을 건넸다.“아까 내가 물어볼 때 프런트 직원들이 나를 보는 눈빛이 마치 내가 바람피우는 거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 내 동생이 도아영 씨를 데려다주기 위해 그러는 거라고, 내가 대신 물어보는 거라고 설명까지 했어.”하예정은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남편의 팔을 다정하게 끌며 달콤하게 웃었다.“설명했으면 그만이죠. 사람들이 뭐라 생각하든 우리 감정엔 아무런 영향이 없는걸요. 제가 의심하지 않으면 되잖아요.”“다음부턴 이런 일 나에게 시키지 마. 이혁의 일은 이혁이가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둬. 내가 왜 도와줘야 해? 나도 예전엔 아무 도움 없이 오직 내 진심과 깊은 정으로 너의 마음을 얻었는데.”“알았어요.
전이혁은 침묵했다.도아영은 눈썹을 치켜들며 물었다.“왜요? 전이혁 씨는 그분을 보호하려고 이름조차 알려주지 않는 거예요? 안심하세요. 저는 공정하게 경쟁하고 싶을 뿐이에요. 수작 부릴 생각은 없어요. 저는 그런 건 못해요. 남자 하나 때문에 그럴 필요도 없고. 제가 이렇게 남자를 좋아한 건 처음이라서 한번 도전해 보는 거예요. 다른 남자였다면 그냥 양보했을 거예요.”도아영이 눈여겨본 건 전이혁이란 사람뿐만이 아니었다. 그녀는 전이혁의 뒤에 있는 전씨 가문이 마음에 들었다. 전씨 가문의 훌륭한 가풍은 소문이 자자했으니까.전씨 가문의 어르신들은 사상이 모두 개방적이어서 후손들이 무슨 일을 하든 언제나 지지해 주었다.심지어 반대한다고 해도 다른 집안 어르신들처럼 억지로 가로막지는 않았다.게다가 전씨 가문의 남자들은 특히 아내를 아끼기로 유명했고 한번 정한 인연과 결혼은 끝까지 지키고 있었다.이런 남자들이 흔치 않았다. 여자라면 누구든 한결같은 남자와 결혼하고 싶을 것이다.하여 도아영은 꼭 한번 도전해 보고 싶었다. 정말 안 된다면 그건 그녀와 전씨 가문의 인연이 아니라는 뜻일 것이다.애초에 노력도 안 해보고 포기한다면 나중에 분명 후회할 것 같았다.도아영은 평생 후회할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하는 여자였다.전이혁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그는 ‘여우’의 이름을 몰랐으니까. 마음의 절반을 뺏긴 주제에 정작 상대방 이름조차 모르고 있다니...도아영은 그가 연적을 보호하는 것으로 생각하며 약간의 질투를 느꼈지만 더는 따져 묻지 않았다.“전이혁 씨가 그녀를 보호할수록 저는 더 궁금해지네요. 도대체 누가 저 도아영을 이길 수 있는지. 근데 괜찮아요. 언젠가는 제 연적이 누군지 알게 될 거니까.”그녀는 전이혁에게 잔을 들며 말했다.“전이혁 씨, 자! 우리 한잔하죠.”전이혁은 잔을 들고일어나 몸을 기울여 그녀의 잔과 부딪혔다. 그리고 도아영이 단숨에 그 술을 들이마시는 걸 지켜보았다.도아영은 더 이상 전이혁과 사랑에 관한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