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예정은 윤미라를 부축하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의자에 앉혔다.윤미라는 말을 이었다.“다른 사람을 만나 교류도 하지 않고 이렇게 혼자 고민하고 있으면 어떻게 잘 나을 수 있겠어요?”그녀는 눈물을 훔치며 전태윤 형제에게 사과했다.“태윤아, 이진아, 우리 동명이를 탓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동명이는 지금 다른 사람을 만나는 걸 두려워해. 때로는 친형들이 보러와도 병실에도 들어오지 못하게 해. 세 형수가 보양식을 챙겨와도 병실에 발 못 들여놓게 하는데 그냥 보양식만 병실에 들어갈 수 있어. 동명이는 지금 누구를 봐도, 어떤 관심의 말을 해도 모두 자신을 동정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 같아.”윤미라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막내아들이 그녀에게 준 인상은 줄곧 매우 강인한 사람이었는데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자 윤미라는 속수무책이었다.노씨 일가의 연장자들도 모두 찾아왔지만, 노동명은 지금 귀에 누구의 말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절친과의 만남도 거절하고 있다. 전태윤과 소정남은 그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도 걸어봤지만 아무런 답장도 받지 못했다.노동명은 완전히 자신을 비관적인 세계에 가두었다.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언제 상처가 회복할 수 있을까?전태윤은 잠자코 있다가 입을 열었다.“아줌마, 동명이 지금 휠체어를 타고 밖으로 나갈 수 있어요? 시간이 있을 때 데리고 산책하러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열흘 정도 침대에 누워있었으니 답답해 죽을 것 같을 거예요. 데리고 나가 산책하며 기분 전환을 하면 기분이 좀 나아질 거예요. 우리 모두 동명이가 이렇게 무너지는 모습을 가만두고 볼 수가 없어요. 이러다 남은 인생까지 망치면 어떡해요? 잘 회복할 수 있게 마음을 가다듬고 삶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죠.”윤미라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비록 움직일 때 다리 통증이 심하지만 휄체어를 탈 수는 있어. 하지만 부축받으며 휄체어에 타자니 또 자신이 쓸모없다는 둥 생각이 드나 봐. 휠체어를 타는 것조차 스스로 할 수 없다면서 말이야. 그래서인지 거
모두 윤미라를 잠시 위로한 후, 일단은 병원을 떠나기로 했다. 들고 온 선물은 경호원에게 주어 병실로 가져가게 했다.윤미라는 사람들을 엘리베이터 입구까지 배웅하고 그들이 엘리베이터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나서야 다시 돌아섰다.다시 돌아온 윤미라는 병실 문앞에 잠시 서 있다가 들어갔다.노동명은 침대에 누워 무슨 생각 하고 있는지 넋이 나간 눈으로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태윤이는 갔어?”노진규가 조용히 물었다.“네, 동명이가 만나고 싶지 않다는데 먼저 떠날 수밖에요.”윤미라는 한숨을 쉬며 침대 옆에 앉아 아들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그녀는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동명아, 모두가 널 관심해서 보러 온 것뿐이지 동정 같은 거 하는 게 아니야. 그러니까 우리 이상한 생각 그만하자, 응?”노동명은 아예 눈을 감아버렸다.분명히 어머니의 말을 듣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이에 윤미라의 마음이 갑자기 쥐어짜듯 아파 났다.시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부터 막내아들은 바른길로 돌아왔고 더는 조폭들과 어울리겠다고 소리치지도 않았다. 그 후 막내아들은 친구인 전태윤으로부터 많은 돈을 빌려서 스스로 사업을 하기 시작했고, 비록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결국 모두 이겨내고 말았다.그로써 십여 년이 지난 지금, 노진 그룹이 있게 되었고 막내아들도 개인 재산이 2조에 달하는 성공한 사람으로 거듭났다.감정 문제만 아니었다면... 그는 여전히 눈부신 노씨 일가의 넷째 도련님이었을 거다.‘이게 다 내 잘못이지 뭐, 내가 모자 관계를 끊겠다며 막지만 안았어도... 이런 교통사고가 나지 않았을 텐데.’어머니를 말을 듣지 않으려고 눈을 감은 노동명은 어느샌가 잠이 들었다.그는 비록 매일 침대에 누워 있지만, 사실 항상 잠을 이루지 못했다.가끔 눈을 감고 일을 생각하다가 날이 밝을 무렵에야 잠시 잠을 잘 수 있었다.교통사고가 그에게 준 타격은 너무 컸다.그는 장애인이 될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여보, 동명이를 잘 지켜요. 난 좀 밖에 다녀올게요.”윤미라는 몸을 일으키며
“사모님.”윤미라가 가게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앉아 있던 하예진은 얼른 일어나 인사를 건넸다.“예진 씨, 근처 커피숍에서 커피 한 잔 사드리고 싶은데 시간 어때요?”“네, 좋아요.”하예진은 앞치마를 풀며 두 점원에게 분부했다.“전 잠깐 나갔다 올 테니 두 분 먼저 테이블 치워줘요. 그리고 이따가 일구 씨가 우빈이를 데려다주면 우빈이 좀 봐줘요.”오늘 원래 하예진은 하루 종일 가게 문을 열 생각이 없었다.그녀는 서평 거리에 있는 한 레스토랑을 보러 갈 예정이었다. 그 레스토랑은 장사가 잘되지 않고, 매달 적자가 나서 사장이 양도하려고 하고 있다.나쁘지 않은 위치라 매일 오가는 손님이 꽤 많을 텐데 왜 장사가 안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사장이 경영을 잘 못하는 건지 아니면 요리사가 요리를 못하는 건지 직접 찾아가 알아볼 예정이었다.하예진은 가서 제대로 알아보고, 주변 환경도 둘러본 후 적합하다면 그 레스토랑을 인수할 생각이다.여동생 하예정이 투자한 채소 농장은 사업이 잘되어 회사를 설립하였고 많은 호텔, 학교, 공장과 협력하여 매일 많은 채소를 공급하곤 한다.또한 하예정은 자신이 투자한 사업도 관리해야 하고, 재벌가 미래의 안방마님으로서의 관리하는 법도 배워야 하기에 정신없이 바쁠 것이다.하예진은 동생만큼의 성과를 얻기는 바라지 않지만 음식업계에서 한 자리 차지하고 싶었다.하예진은 가게 일을 잘 안배한 후 윤미라를 따라서 가게를 나섰다.그녀는 윤미라의 차를 타지 않고 혼자 차를 몰고 윤미라를 따라 근처 카페로 갔다.카페는 장사가 별로인지 조용해 보였다.둘은 모두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사모님, 아주 피곤해 보이는데 휴식 잘하시고 몸조심하세요.”윤미라는 예전에 비해 늙고 초췌해 보였고 화장도 하지 않아 예전처럼 고귀한 여인의 온화하고 점잖은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윤미라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나도 그러고 싶지만, 동명이의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밥도 안 넘어가고, 잠도 오지 않는 게 마음이 너무 괴롭네요.”“
윤미라는 말을 이었다.“예진 씨, 동명의 말을 절대 마음에 담아두지 말아요. 그 아이는 지금... 고슴도치처럼 가시투성이에요. 누가 찾아와도 만나주지 않고, 자꾸만 다른 사람들이 동정 어린 눈길로 자신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사모님, 전 동명 씨를 탓하지 않아요.”윤미라가 이렇게 다정하게 손잡는 게 익숙하지 않은 하예진은 말하며 자기 손을 살며시 뺐다.“예진 씨, 내가 오늘 이렇게 염치 불문하고 찾아온 건 부탁이 하나 있어서예요.”윤미라는 드디어 본론에 들어갔다. 그녀는 애원하는 눈길로 하예진을 바라보며 부탁했다.“우리 가족 모두 동명의 지금 이런 모습을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있지만 전혀 말릴 방법이 없어서 그러는데... 동명이는 예진 씨를 매우 좋아해요. 최근 예진 씨를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 건 다 열등감이 생긴 것 때문이에요. 본인이 불구가 됐다고, 예진 씨를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아서 만나는 것도 거절하는 것 같아요.”하예진은 묵묵히 듣고만 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윤미라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그래서 이렇게 부탁드리는데, 동명이가 자신감을 되찾고 퇴원 후에도 재활치료를 견지할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해요.”윤미라는 하예진이 돕기만 하면 막내아들이 자신감을 회복하고 재활치료를 견지할 수 있을 거로 믿고 있다.지금 이 상태로는 자칫하면 평생 휠체어를 타야 할 것만 같았다.“예진 씨가 사업 때문에 바쁘단 거 알아요. 하지만 걱정하지 말아요, 절대 손해 보게 하지 않을 거예요. 하루에 200만 원을 급여로 드릴 테니 낮에만 좀 돌봐주면 안 될까요? 밤에는 지킬 필요가 없어요. 어떻게 생각해요?”하예진의 토스트 가게는 장사가 잘되고 있지만 하루에 200만 원을 버는 건 무리였다. 윤미라는 자기 아들이 자신감을 되찾도록 도와주기 위해 하예진에게 지급하는 하루 급여를 높게 정했다고 생각했다.“예진 씨가 동명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우리는 절대 간섭하지 않을 거니 걱정하지 말아요. 그건 예진 씨와 동
“예진 씨도 내가 드리는 급여가 너무 많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동명이는 지금 많이 예민해서 걸핏하면 화를 내고 물건을 던지는데... 내가 엄마라서, 나 때문에 그런 사고가 난 거랑 마찬가지니까 참을 수 있는 거예요. 다른 사람이라면 누가 견딜 수 있겠어요? 나도 따로 간병인을 구해 동명이를 돌봐주게 하고 싶었는데, 아무도 그 돈을 벌려고 하지 않아요. 동명이가 지금 여간 돌보기 어려운 게 아니에요.”윤미라는 하예진에게 그 돈을 주는 것이 조금도 비싸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들만 좋아질 수 있다면 아무리 많은 돈을 쓴다고 해도 그녀는 기꺼이 쓸 생각이었다.한 달이면 6천만 원인데 그녀가 들고 다니는 가방은 대다수가 6천만 원이 되거나 그걸 훨씬 넘는다.윤미라는 하루에 200만 원을 지불하는 것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지만, 하예진은 오히려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하예진의 토스트 가게도 장사가 잘되고 있지만 그래도 하루 수입이 200만 원과는 거리가 멀었다.“그리고 우빈이도 키워야 하잖아요, 우빈이가 관성 유치원을 다닌다고 들었어요. 그 유치원 학비도 적지 않던데... 예진 씨가 돈 안 받고 동명이를 돌봐주게는 할 수 없어요. 그럼 우리가 양심이 불안할까 봐 그래요. 한 달에 6천만 원 드리는 게 많이 드리는 게 아니니 더 이상 고민하지 말고 나랑 흥정할 생각도 하지 말아요, 알겠죠? 또 사양하거든 매일 300만 원, 아니 400만 원을 드릴 거예요.”“사모님, 제가 한번 잘 생각해 보고 내일 답변드려도 괜찮겠죠?”하예진은 여동생과 이 일에 관해 토론하고 싶었다.윤미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알겠어요, 예진 씨. 재촉하지 않을 테니 한번 잘 생각해 보세요. 동명이도 퇴원하려면 며칠 더 입원해야 하거든요. 나랑 애 아빠도 아직은 버틸 수 있으니... 나중에 재활치료를 시작하거든 더 힘들어질 거예요.”하예진은 윤미라의 흰머리를 보며 생각했다. 윤미라는 더 이상 도도한 상류층 사모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지금은 오직 아들이 잘 낫기만을 바라고 있는
하예진을 찾아서는 소용없는 일이었다. 문제의 근원은 아들에게 있었기에.윤미라도 아들에게 심한 일들을 했었다.그리고... 지금은 후회만 남았다.하예진은 입을 열었다.“사모님, 예전에 제게 하신 말들은 기억도 나지 않는걸요. 사모님의 마음이 이해도 가고요. 결혼은 역시 비슷한 집안끼리 하는 것이 맞아요. 저도 엄마로서 만약 이제 제 아들이 차이가 크게 나는 여자를 좋아하게 된다면 받아들이기 힘들 거예요.”전에는 아주 개명한 엄마로 될 거라고 생각했더라도 막상 정말 경험해 보면 자녀가 원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을 마음대로 둘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정말로 마음이 넓은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전씨 일가의 어른들이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것이다.하예진은 항상 동생에게 현재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전태윤의 사람 됨됨이가 어떻든 간에 전씨 일가의 어르신들처럼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은 만나기 드무니까.그래서 윤미라가 중간에서 노동명이 찾아오는 것을 막았다는 것을 알고도 하예진은 전혀 화가 나지 않았고 이해가 되었다.“예진 씨, 고마워요. 날 원망하지 않아 줘서.”윤미라는 감격스러운 말투로 고마움을 표했다. 하예진의 인품에 대해서는 그녀도 마음에 들었다.하예진은 비록 출신은 노씨 일가에 못 미치지만, 항상 스스로 강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우수해지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것을 보면 사실 하예진도 괜찮은 사람이었다.윤미라는 줄곧 하예진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문벌의 차이가 계속 마음에 걸렸었다.하지만 앞으로 더 이상 자녀의 감정에 끼어들지 않고 될 대로 내버려둘 생각이었다.“고맙다는 말을 들을 만큼 사모님에게 무슨 일을 해드린 적도 없는걸요.”하예진이 쑥스럽게 말했다.그녀는 다시 위로의 말을 꺼냈다.“사모님, 동명 씨를 믿으세요. 절대 쉽게 쓰러지지 않을 거예요.”윤미라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커피숍에서 한참을 머무르다가 윤미라는 병원에 있는 아들이 걱정되어 얼른 떠나서 병원으로
하예진은 아들에게 휴대폰을 건네주었다. 그녀는 이미 가게의 상황을 살펴보았다. 두 점원은 모두 깔끔히 치웠다. 그녀는 두 점원을 먼저 퇴근시키고 나서 강일구에게 고마움을 표했다.“일구 씨, 또 우빈이를 데려다주셔서 고마워요.”“고맙다는 말 하지 마요. 이건 큰 도련님과 사모님이 저에게 주신 임무이고, 제가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인데요 뭐.”강일구는 헤헤 웃으며 말했다.“예진 씨를 도울 수 있어서 저도 기뻐요. 우빈이도 너무 귀여워서 이제 하루라도 못 보면 보고 싶어지는걸요.”우빈이는 강일구의 말을 듣고 턱을 치켜들고는 자신 있게 말했다.“일구 아저씨, 저 누구든지 좋아하는 귀여운 아이인 거죠?”강일구는 웃으며 말했다.“맞아, 우빈이는 내가 본 아이 중에 제일 귀여운 아이야.”하예진은 꼬마를 데리고 나가면서 웃으며 말했다.“일구 씨 칭찬 그만해요. 더 칭찬하면 코끝이 하늘을 찌를까 봐 무서워요.”“진심을 말한 걸 뿐인걸요. 우빈이는 제가 본 아이 중 가장 귀여운 아이예요.”강일구는 자신이 말한 것이 사실이라고 생각했다.물론, 몇 년 지나서 다른 아이에게 또 같은 말을 하게 될지도 모르지만.하예진은 관성중학교에 동생을 찾아갈 준비를 했다. 강일구에게 따라올 필요 없다고 말하자 그는 알아서 전태윤한테로 돌아갔다.30분 후.“예정 이모, 효진 이모.”우빈이는 내리자마자 가게에 들어오기도 전에 하예정과 심효진을 큰 소리로 불렀다.심효진은 카운터에 앉아서 소설을 읽고 있었다. 심심하여 소설을 읽으며 시간을 때우는 중이었다.하예정은 책장 앞에서 책들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우빈이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가게를 나서자 우빈이가 쪼르르 달려왔다.그녀는 웃으며 조카를 끌어안으며 말했다.“오늘따라 우빈이 엄청 기뻐하네? 무슨 기쁜 일이 있었어? 이모도 같이 기뻐하게 알려주라.”아까 음성 채팅을 할 때 우빈이는 말하고 싶은 것을 참았다.꼬마는 이모의 얼굴을 보며 직접 얘기한 후 칭찬을 듣고 싶었다. 그건 또 음성메시지로 듣는 것과 다른 느낌이었다
하예정은 관심 조로 물었다.“언니, 무슨 일 있어?”“별일 아니야. 그저 급여 많이 주는 일자리를 구했어.”하예진은 쌀을 씻은 후 다시 물을 넣고 플러그의 스위치를 누른 후 밥솥의 취사 버튼을 눌러 밥을 안쳤다. 그다음에야 돌아서서 동생을 마주했다.“토스트 가게 잘 운영하고 있는데 왜 또 일자리를 구한 거야? 우빈이가 유치원에 갈 나이가 돼서 걱정돼서 그러는 거면 내가 우빈이의 학비를 내줄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태윤 씨가 매달 주는 용돈도 다 못 쓰고 있고 시댁에서도 매달 용돈을 주고 있어. 지금 가장 부족지 않은 게 돈이야.”하예정은 언니가 돈이 모자라서 일자리를 찾으려고 한다고 생각했다.“아니야, 우빈이의 학비가 걱정돼서 그러는 게 아니야. 형인이가 처음에 나에게 나눠준 그 돈은 우빈이의 학비로 충분해. 나도 매일 수입이 있고... 돈이 부족한 문제가 아니야.”밖을 내다보던 하예진은 심효진이 우빈이와 같이 노는 것을 보고 이어 말했다.“미라 사모님이 방금 찾아오셨어.”그 말을 듣고 하예정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언니를 왜 찾은 건데? 설마 또 우빈이를 데리고 관성을 떠나라고 한 건 아니지?”노동명은 지금 두 자매를 보고 싶어 하지 않아 한다. 윤미라는 예전에 그런 일을 한 적이 있기에 하예정은 그녀가 아들의 말을 듣고 또 언니에게 우빈이를 데리고 관성을 떠나라고 말한 줄 알았다.“사모님이 나더러 병원에 가서 동명 씨를 돌봐달라고 부탁하셨어. 그리고 동명 씨가 퇴원하거든 재활치료 하는 걸 도와달라고 하셨어. 한 달에 6천만 원을 주겠다며... 난 그게 너무 많은 것 같아. 동명 씨도 나를 많이 도와줬었고 나도 동명 씨를 친구로 생각하고 있어 빨리 낫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대답했더니 기어코 돈을 주겠다는 거야. 만약 그 돈을 사양하거든 더 올려서 줄 거래. 돈에 관한 건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너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어. 어때? 동명 씨를 돌봐주는 게 맞는 일일까? 사모님에게도 말했어, 내가 이 일을 한다고 해도 감정과는 상관없는 일이
한편 호텔에서 도아영을 돌보던 전이혁은 전창빈의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단독으로 그에게 음성 메시지로 물었다.[너 그 먼 곳까지 가서 가정 요리사를 하려고?]전창빈은 소파에 앉아 답장을 보냈다.[안 될 건 없지?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 자리는 도전적이잖아. 내가 합격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어. 다행히도 형 동생이 모든 경쟁자를 물리쳤지 뭐야. 난관을 하나둘씩 돌파했어.]전이혁이 회답했다.[요리사 하나 뽑는 걸 대통령 선거처럼 하는구먼. 얼마나 있을 계획이야? 설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명절에는 안 오려고?]전창빈이 답장했다.[설날에는 아마 못 갈 것 같아. 여기 주인이 날 해고하면 그때나 갈 수는 있겠는지.]전이혁이 피식 웃었다.[네 실력으로는 해고당할 리가 없잖아. 네가 주인을 해고하는 게 더 말이 되겠다. 이해가 안 가. 왜 그 먼 곳까지 가려고 한 거야? 넌 사업도 있는데... 어디서 요리하든 다 마찬가지일 텐데 굳이 몇천 리나 떨어진 곳까지 갈 필요가 있나? 거기 추울 텐데 너 괜찮겠어?]전창빈이 대답했다.[우리 추위를 못 타본 것도 아니고. 형도 할머니에 의해 눈이 수북이 쌓인 산으로 버려지지 않았어? 내 얘긴 그만하고... 형은 어때? 우리 미래의 형수님께 구애하기 시작했어?]‘난 벌써 움직이고 있는데 형이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가 나중에 민아 씨와 함께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갈 때 형은 대체 어쩌려고?’전창빈은 속으로 생각했다.전씨 할머니의 지팡이가 전창빈의 등짝을 때리지 않는다면 해가 서쪽에 뜨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말도 마라. 정말 귀찮아. 큰형수님이 오늘 저녁에 우리한테 밥 사주셨어.]전창빈이 웃으며 회답했다.[하하! 괴로웠겠네.][내 말이. 할머니께서 나에게 정해주신 그 여자분이 큰형수님을 찾아가 하소연했더니 큰형수님이 우리 두 사람에게 밥을 사주신 거 있지.][형이 우리 형수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아직 너의 형수님이 아니거든!]전이혁은 전창빈의 호칭을 정정했다. 그는 도아영과
“저는 앞으로 큰아가씨의 평가에 근거해서 요리 방법을 조정해 나갈 거예요. 그렇게 해야만 실력을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만드는 모든 요리를 큰아가씨께서 만족해하시면 제가 여기에서 졸업할 수 있겠네요.”강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되면 큰아가씨께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걸요.”‘평생 선우민아 씨를 위해 요리해 드리는 건 기쁜 일이지.'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전창빈은 꾹 참았다. 이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설령 전창빈이 선우민아에게 애정 공세를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고 해도 이런 생각을 드러내서는 절대로 안 된다.선우민아가 가업을 운영한다는 건 그녀가 매우 유능한 인물이라는 증거다. 이렇게 강한 강한 여성은 쉽게 넘볼 수 없는 상대이다.전호영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너무 힘들어서 하예정의 도움을 받은 끝에야 지름길을 택할 수 있었고 고현의 마음을 얻었다.강진은 그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깨닫고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전창빈 씨, 오늘 오후 내내 바쁘셨는데 일찍 쉬세요. 내일 아침 큰아가씨를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가장 일찍 아침을 드시는 분은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입니다. 민기 도련님은 학교에 가야 해서 일찍 식사하시고 큰아가씨는 매일 민기 도련님을 학교에 데려다주신 후 회사에 가시니까 두 분은 늘 함께 식사하시는 편이에요. 하여 아침 7시쯤이면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의 아침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의 아침은 9시 이후에 준비하시면 돼요.”전창빈이 말을 건넸다.“그 시간대면 아침과 점심을 함께 드시는 거네요.”“어르신과 사모님은 그렇죠. 점심 무렵에 일어나셨다가 식사 후에는 외출하셔서 저녁에야 돌아오세요. 때로는 안 오시기도 하는데, 그럴 땐 제가 미리 알려드릴게요. 안 오시는 날은 창빈 씨가 쉬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냥 자신의 배만 채우시면 돼요.”여기에서는 사실상 선우민아 자매만 아침을 먹는 셈이다.“큰아
동생 선우정아가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며 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지금은 네가 전창빈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는 일이니까. 앞으로 매일 여기 와서 식사해. 전창빈 씨와 접촉할 기회도 많아져야 그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거 아니야. 만약 그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거리가 멀어도 너희 부모님께서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하실 거야. 혹은 전창빈 씨에게 우리 지역에서 사업을 하게 하고 여기서 집을 사도록 하든가.”선우정아는 또 벙어리가 되어버렸다.선우민아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선우정아는 앞으로는 감히 그 집에 밥 먹으러 가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여겼다.선우민아가 자꾸 자신이 전창빈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지 않는가.전창빈은 미래의 아내는 지금 미래 처제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전이혁은 강진을 따라 숙소로 돌아갔다. 강진은 웃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전창빈 씨, 이제 우리는 동료가 되었군요. 오래 함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선우씨 가문의 여러 집안이 같은 대저택 안에서 함께 살고 있었지만 집안마다 독립된 공간이 있었다.선우민아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었기에 강진 역시 1년 정도는 함께 일할 사람을 원했다.요리사와 친해지기도 전에 퇴직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전창빈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집사님과 오래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가 요리들을 더 연구해서 큰아가씨께서 제 요리만 먹고 싶어 하도록 해야겠네요.”“큰아가씨께서 창빈 씨 요리만 고집하게 만들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요리 대회에 나가면 ‘요리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을 만큼요.”선우민아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전창빈은 웃으며 말했다.“‘요리의 신'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저는 단지 제 요리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손님들을 만족시키고 싶을 뿐이죠.”전창빈은 그가 고용한 요리사들에게는 항상 조언을 해주곤 한다. 본인이 잘 배워야 현재 이끌고 있는 요리사들도
선우민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런 사업을 가진 사람을 네가 정말 좋아한다면 작은아버지와 숙모도 반대하지 않으실 거야. 다만 전창빈 씨가 관성 사람이라 우리랑 거리가 너무 멀어. 작은아버지와 숙모는 네가 먼 곳으로 시집가는 걸 아쉬워할 수도 있을 거야.”선우정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언니! 제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저는 정말 그런 마음 없단 말이에요. 오히려 저는 그분이 언니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우리 자매 일곱 명 중 언니가 맏이라 당연히 언니가 먼저 시집가야죠. 제가 언니를 앞지를 순 없잖아요.”착각인지 정말 본 건지, 선우정아는 전창빈이 선우민아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특별한 시선이 느껴졌다.그리고 전창빈은 사실 정말로 선우민아를 위해 온 거였다.아니, 정확히는 선우민아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다른 손님들도 분명히 만족시킬 수 있을 테니까.선우정아는 생각했다. 선우민아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동생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우리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잖아. 게다가 사촌 자매이기도 하기 때문에 네가 나보다 먼저 시집간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안 되거든. 나는 당분간 시집갈 생각 없어. 만약 고려한다 해도 이 지역의 사람일 거야. 생각해봐, 민기와 민수는 아직 몇 살밖에 안 됐는데 애들이 커서 사업을 이어받을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20년은 더 기다려야 되잖아. 이 20년 동안 우리 자매는 계속 회사를 떠받쳐야 해. 만약 우리가 먼 곳으로 시집가면, 누가 회사를 이끌겠어? 셋째와 넷째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거야 아니야.”셋째 동생과 넷째 동생도 이제 성인이 되어 사업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거대한 가업을 떠받칠 능력이 되지 못했다.하여 선우민아는 자연스레 먼 곳으로 시집갈 생각이 없었다. 시집을 간다 해도 A시의 남자에게 시집갈 것이다. 그래야 시집가서도 친정 회사를 계속 관리할 수 있으니까.앞으로 선우민기
전창빈이 말했다.“행동으로 보여드리죠.”선우정아는 눈썹을 치켜들며 웃었다.“전이혁 씨는 정말 자신만만하신가 봐요.”선우민아는 선우정아를 한 번 흘겨보더니 전창빈에게 물었다.“그럼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이 자리를 위해 온 만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세요. 강 집사님께서 이미 숙소를 준비해 뒀을 테고 월급은 내일부터 계산됩니다. 한 달의 수습 기간이 있고 수습 기간 중 급여는 일당으로 지급됩니다. 공짜로 일을 시키진 않을 거예요.“누구든 마찬가지로 하루 일하면 하루 급여를 계산해 주었다.“집사님께서 어제 이미 숙소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급여는 어떻게 계산되든 상관없습니다. 전 도전을 위해 온 거지 월급을 위해 온 게 아니니까요.”전이혁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아내만 부족할 뿐...“좋아요. 지금은 숙소로 가서 쉬세요. 우리 집에서의 하루 세끼 준비 시간은 집사님께서 알려주실 거예요. 아침을 제외한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은 변함없어요.”선우씨 가문의 사람들 아침 식사는 각자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었다.전창빈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집사님께 여쭤보겠습니다.”그는 다시 모두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전창빈이 떠나자 선우민아도 일어서서 가족들에게 말했다.“저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민기한테는 주말에 데리고 나가주겠다고 전해주세요.”선우민기는 그녀보다 스무 살이나 어렸기 때문에 남동생을 아들처럼 키웠다.선우민기는 선우민아를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랐다.선우정아도 그녀의 언니를 따라 일어섰다.“저도 일 보러 갈게요.”한경주가 딸에게 당부했다.“접대할 때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몸에 해로워.”“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5년 전의 제가 아닌걸요.”선우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회사를 막 이어받았을 때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땐 위엄도, 경험도 없었고 회사에
그러나 전창빈은 사업을 확장하거나 삶을 즐길 생각은 하지 않고 먼 길을 떠나 여기까지 와서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로 지원했다.선우민아는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전창빈은 솔직하게 대답했다.“도전하려고 왔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요리를 좋아했고 스승을 모셔 요리 실력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여러 구역의 다양한 요리를 연구하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창업으로 작은 성공을 거두었지만 산 밖에 산이 있고 사람 위에 사람이 있는 법이라고 여기기에 계속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손님들의 입맛이 바로 저를 발전하게 하는 원동력이니까요.”전창빈은 자신의 요리가 손님들이 맛있다고 생각해야만 요리 실력이 검증된 것으로 생각했다.손님들이 그 요리에 대해 조언을 해주면 그것을 개선해 더 높은 수준의 요리 실력을 갖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선우민아처럼 까다로운 손님을 만났을 때 그녀의 평가는 전창빈을 더욱 발전하게 할 것이다.선우민아는 그가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 자리에 도전하고 싶어서 온 것임을 직감하고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자신이 갑이 되는 것과 남의 밑에서 일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에요. 전이혁 씨는 제대로 고려해보셨나요? 만약 우리 가문에서 요리사로 일한다면 우리 가문만의 가정 요리사가 되어 전국의 다양한 손님을 상대할 기회가 없어요. 아마 전이혁 씨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죠.”전창빈은 빙그레 웃으며 선우정아와 시선을 마주치며 대답했다.“아마 큰아가씨님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몇 명 없을 겁니다. 제가 여기서 일하면 전국의 손님을 상대할 수는 없겠지만 큰아가씨께서 싫증 내지 않을 정도로 1년 정도 일할 수 있다면 제 요리 실력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실력을 키워 앞으로 관성으로 돌아가면 제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도 손님이 떼구름처럼 몰려들겠죠.”전창빈은 자신의 요리사들을 이끌어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전국의 손님들이 고향의 전통 요리와 관성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노
강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 경험상으로 보면 전창빈 씨는 합격일 겁니다. 어서 큰아가씨를 뵈러 가세요. 긴장할 필요 없어요. 큰아가씨는 표정이 좀 진지하지만 사실은 매우 좋은 분이십니다.”“감사합니다.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전창빈은 엄격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선우민아가 아무리 엄격해도 그의 큰형 전태윤보다는 못할 것이다.엄격한 전태윤의 얼굴에 익숙해진 전이혁은 이미 엄격한 사람들에게 면역력이 생겼다.전창빈은 강진을 따라 주방을 나섰다.강진은 전창빈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주방을 나선 후에도 전창빈은 여기저기 둘러보지 않았고 또 선우씨 가문 저택의 호화로움에 놀라지도 않았다.다른 지원자들은 늘 선우씨 저택의 사치스러움에 압도되어 주변을 둘러보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과는 달랐다.강진은 전창빈이 분명 세상 물정을 다 겪어본 사람이거나 굉장한 침착성을 가진 사람일 거로 생각했다.어쨌든 강진은 눈앞의 이 젊은 요리사에게 좋은 인상을 받았다. 아마 내일이면 동료가 될 것 같았다.강진은 전창빈을 데리고 선우민아가 앉은 자리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멈추어 섰다. 그는 전창빈에게 잠시 기다리라는 신호를 보낸 후 먼저 나아가 공손히 말했다.“큰아가씨, 전창빈 씨께서 오셨습니다.”선우씨 가족 중 전창빈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오직 선우정아뿐이었다.다른 사람들은 그때 집에 없어 전창빈을 직접 보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다들 그를 보더니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한경주가 남편 선우진혁에게 소곤거렸다.“정말 젊어 보이네요. 우리 민아랑 비슷한 나이 같아요.”선우진혁도 고개를 끄덕였다.“젊네. 보아하니 매우 침착해 보이고. 조금도 긴장하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구먼.”“이 요리사분이 매우 잘생겼다는 생각 안 들어요?”선우씨 가문의 둘째 부인, 즉 선우정아의 어머니가 작은 목소리로 시누이에게 말했다.한경주가 웃으며 대답했다.“정말 잘생겼네요.”선우정아도 말을 이었다.“제 말 이제 믿으시죠? 제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가 매우 젊고 잘
선우민기는 입을 삐죽 내밀며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민기야, 오늘 저녁 요리 맛있었어?”선우민아가 동생에게 물었다.“맛있어요. 엄청 맛있었어요.”사촌 동생도 따라 말했다.“정말 정말 맛있었어요. 누나, 저 앞으로 매일 누나 집에 와서 밥 먹어도 돼요?”선우민아가 웃으며 대답했다.“오고 싶으면 오렴. 하지만 너랑 민기는 밥 잘 먹어야 해. 놀기만 하면 안 된다?”두 꼬마가 함께 모이면 말 그대로 손오공이 천궁을 뒤집어 놓는 수준이었다.가문의 후손에 남자아이가 둘뿐이라 모두가 그들을 귀여워했다. 선우씨 가문의 누나들이 집에 없을 때면 두 꼬마는 진짜로 지붕조차 뒤집을 기세였다.어르신들이 말릴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만약 두 꼬마가 지붕을 뜯으려 하면 오히려 사다리를 대줄 정도니까.“알았어요. 저희 꼭 말을 잘 들을게요.”“그래, 너희 둘 밖에 나갈 땐 외투 꼭 입고 나가야 해. 밖이 너무 추워.”두 꼬마는 기쁜 마음으로 손을 잡고 집에서 뛰쳐나갔다.동생들이 모두 놀러 나가자 선우민아가 집사에게 지시했다.“아저씨, 전창빈 씨를 만나게 해줘요.”강진이 공손하게 대답했다.“네. 바로 전창빈 씨를 불러오겠습니다.”선우민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자리를 떠났다. 그녀가 이동하자 가족들도 모두 따라 일어나 거실 소파에 앉았다.선우민아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를 만나고 싶다고 하자 선우씨 가족들은 바로 그 지원자가 채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직감했다.확실히 오늘의 저녁 식사는 온 가족을 만족시켰다.선우민아의 입맛이 까다로워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다. 그들은 선우민아 덕분에 항상 최고의 요리사가 준비한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비록 그녀만큼 입맛이 까다롭지는 않았지만 요리의 품질을 가리는 안목은 그래도 꽤 좋은 편이다.강진이 미소를 머금으며 주방으로 들어갔고 전창빈이 의자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모습을 보자 그쪽으로 다가갔다.발소리를 들은 전창빈은 휴대전화에서 시선을 떼었고 고개를 들어
원림성 A시.전창빈은 모든 요리를 다 하고는 주방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휴대전화를 꺼내 뉴스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그는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온종일을 바쁘게 보냈다.정확히 말하면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지금까지 준비한 모든 것이 전부 오늘 저녁 식사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그리고 저녁이 되어서야 주인공이 돌아왔다.잠시 기다린 후, 전이진이 오후 내내 준비한 요리들이 하나둘씩 하인들에 의해 운반되어 나갔다. 물론 그는 나갈 필요가 없었다.선우민아가 그의 요리를 맛본 후 만족스럽다면 전창빈을 불러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통보도 없이 주방에 머물다가 선우씨 가족들이 모두 식사를 마치고 떠나면 집으로 돌아야 한다.비록 전창빈은 자신의 요리 실력에 대한 확신이 있지만 밖이 완전히 어두워졌는데도 선우민아의 면담 요청이 없었다. 그는 겉으로는 여전히 뉴스를 보며 담담해 보였으나 속으로는 조금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다.그는 송일우처럼 세 번이나 도전하는 상황은 원치 않았다. 송일우는 몇 년이나 도전했지만 여전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에 실패한 뒤로는 다시 오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나이도 점점 들어가고 있었던 모양이다.한편 선우씨 가족들이 이미 식사를 마치고 있었다.선우민아도 냅킨으로 입가를 닦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 앉아 있던 선우민아의 어머니 한경주가 관심 있게 물었다.“민아야, 이번 지원자가 만든 음식은 어때?”선우민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한경주는 계속해서 말했다.“엄마 생각엔 괜찮은 것 같은데 그냥 채용하는 게 어때?”선우민아의 남동생 선우민기는 의자에 털썩 앉아 배를 만지며 말했다.“누나, 나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아. 이번 요리는 정말 맛있었어. 오랜만에 이렇게 배불리 먹었어.”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선우민기의 배를 가볍게 톡 치며 눈가에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너는 굶은 적도 없으면서 왜 이렇게까지 많이 먹었어? 이번만 먹고 다음 끼니는 못 먹을 거로 생각한 건 아니지? 좀 앉아 이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