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미 이씨 가문을 이어받는다면 그의 남편은 데릴사위가 되어야 했다. 고빈은 데릴사위가 되고 싶은 생각은 눈곱만치도 없었다.고현은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그랬다. 고빈은 이 점을 고려하지 못했다.이씨 가문 가주는 데릴사위와 결혼했지만 다른 가문으로 시집간 사람은 없었다....한편 도씨 가문에서는...호화로운 홀에서 도기범이 다리 꼬고 소파에 앉아 신문을 뒤적이고 있었다.그때 검은 옷을 입은 남자 한 명이 걸어 들어왔다.검은 옷 입은 남자 이준은 도기범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큰 도련님, 도차연이 몰래 관성으로 간 진짜 이유를 알아냈습니다.”도기범은 여전히 신문을 보며 담담하게 물었다.“이유가 뭔데?”이준은 목소리를 낮추어 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도차연은 전 대표에게 첫눈에 반해 전 대표와 그의 부인을 갈라놓으려고 했어요. 큰 도련님이 관성에 가서 도차연을 데려오던 날, 도차연은 전 대표의 집으로 찾아가 큰 사모님을 만났어요. 차도연은 전씨 가문의 사모님을 대놓고 건드린 것 같았습니다.”도기범은 단번에 신문을 접고 이준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올려다보았다.반나절 말이 없다가 도기범은 나지막이 물었다.“진짜야?”“큰 도련님, 확실합니다. 전씨 가문의 사모님과 연관된 일은 알아내기 쉬워요. 그분은 관성에서 유명인이거든요.”도기범은 갑자기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도차연은 참 자신이 잘났다고 생각해. 둘째 작은아버지의 외동딸인 데다 작은아버지의 중시를 받으며 가업의 후계자로 교육받고 있었지. 삼촌이 직접 데리고 다니며 가르치고 있으니 도차연 그 자체가 나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어.”도차연이 없었다면 도씨 그룹은 반드시 도기범에 넘겨주었을 것이고 둘째 작은아버지도 그에게 매우 잘 해주었을 것이다.그러나 그는 지금 도기범은 후보 자리에 자리 잡고 있었다.도차연이 큰 잘못을 저질러 둘째 작은아버지의 분노를 불러일으키지 않는 한, 도기범은 비로소 그 자리에 오를 기회가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도차연의
도기범의 얼굴은 진지했다. 그리고 한참을 생각하다가 갑자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전국에서 전태윤과 비슷한 남자를 찾아봐. 찾아서 훈련을 시켜 도차연과 만나도록 안배해줘. 도차연의 머리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을 거야.”“비슷한 얼굴을 전혀 찾을 수 없다면 비슷한 몸매를 가진 사람을 찾는 것도 마찬가지로 쓸모가 있을 거야.”전태윤 몸에서 허점을 찾을 수 없다면 하예정으로부터 손대는 수밖에 없었다.전태윤이 바람을 피워 내연녀가 생겼다고 생각해서 하예정이 오해한다면 하예정의 성격으로는 전태윤에게 이혼을 요청할 것이다.전태윤은 아내를 목숨보다 더 소중히 여겨서 절대 이혼할 사람이 아니었다.이런 억울한 일을 당한다면 꼭 조사할 것이다. 그때 가서 도차연은 코피 터질 것이 뻔했다.도차연이 꾸민 일을 작은아버지가 알게 된다면 화가 치밀어 도차연을 도씨 그룹에서 쫓아낼지도 모른다. 그럼 도씨 그룹은 도기범의 것이 될 수도 있었다.“알았어요.”“지금 바로 행동해. 하지만 꼭 조심해야 해. 절대로 흔적 남겨서는 안 돼. 그 누구도 내 흔적을 발견해서는 안 돼. 전씨 가문과 소씨 가문은 사이가 아주 좋아. 소씨 가문은 우리가 건드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닌걸.”도기범은 자기 부하에게 신신당부하고 있었다.이준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도기범은 손을 까딱했고 이준은 말없이 물러갔다.“도차연, 드디어 내게 꼬투리가 잡히게 생겼어.”도기범은 눈에 독을 품으며 말했다.“내가 이번에 널 도씨 그룹에서 쫓아내지 않으면 여기서 내가 뛰어내릴 거야."도기범은 도차연을 도씨 그룹에서 쫓아낼 뿐만 아니라 둘째 삼촌이 도차연에게 실망하게 하여 그녀를 외딴곳으로 시집보냈으면 했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거슬리지도 않기 때문이다.전태윤을 건드리는 사람들은 모두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에취! 에취!”멀리 떨어져 있는 관성에서 전태윤은 여러 차례 재채기를 계속했다.노동명과 하예진 모두 전태윤을 쳐다봤다.하예진은 걱정스레 물었다.“제부, 감기 걸린 거 아
노동명은 하예진을 포기하지 않기로 했고 전태윤 역시 좋은 친구를 기꺼이 도와 둘만의 시간을 가지게끔 기회를 마련해줬다.하예진은 고민 끝에 대답했다.“내가 그렇게 빠르지 않을 것 같은데 노 대표가 여기서 기다려주실 수 있다면 내가 바로 일 끝내고 늦게라도 집으로 모셔다드릴 수 있어.”노동명은 바로 말했다.“괜찮아. 기다릴 수 있어. 일 끝나고 데려다줘도 괜찮아. 집에 가면 더 지루해. 여기서 당신 대신 일꾼이 수리하는 걸 지켜줄 수도 있고.”또 하예진에게 많은 의견도 줄 수 있었다.“태윤아, 너 일 있으면 어서 가서 처리해. 날 걱정하지 말고.”노동명은 친구에게 자신을 하예진에게 맡기고 빨리 가라고 재촉했다.하예진이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짜내서 노동명을 데려다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하예진이랑 둘만의 시간을 더 많이 가지려는 속셈이었다."그렇다. 노동명이 지금 휠체어를 타고 있지만 미래의 아내를 쫓아다니는 일에는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노동명은 재활을 열심히 해서 일찍 일어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처형, 동명아, 그럼 전 먼저 가볼게요.”전태윤은 하예진이 못 본 틈을 타 친구에게 몰래 윙크를 하며 힘내라는 동작을 했다.그리고 다시 진지하게 말을 꺼냈다. 하예진은 전태윤이 진짜로 급한 일이 있는 줄 알았다.“어서 가봐.”하예진도 말을 이었다.전태윤은 인사하고는 이내 몸을 돌려 레스토랑 밖으로 걸어갔다.친한 친구와 하예진을 성공적으로 엮어줬다.전태윤이 친구를 도울 수 있는 부분은 여기까지였다.하예진의 새 가게로부터 나온 전태윤은 급히 차를 몰려고 하지 않았다. 휴대전화가 울렸기 때문이다.새로운 번호였다.전태윤은 황급히 전화를 받았다.지금 새 번호로 걸려 온 전화는 모두 전태윤을 버리고 간 그의 아내가 보내온 전화였다.“여보.”정말로 하예정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하예정은 부드럽게 남편을 불렀다.집에 버려진 전씨 도련님은 부드러운 아내의 목소리를 듣더니 마음에 가득 찼던 모든 원한이 한꺼번에 사라져 버리는 것 같았다
하예정의 주변에 어떻게 아기의 울음소리가 있을 수 있지?“여보, 바빠서 전화 이만 끊을게요. 내가 갈 때까지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요.”하예정은 양아들의 울음소리를 듣더니 남편을 뒷전으로 하고 이내 전화를 끊어 버렸다.하예진은 지금 예진 리조트에 있다.모연정은 이란성 쌍둥이를 낳았고 하예정은 그 둘을 수양 아들딸로 여겼다. 하예정의 말로 말하자면 모연정의 복을 이어받아 자신도 이란성 쌍둥이를 낳아 아들딸을 가지고 싶었다.하예정은 전태윤이 예진 리조트에 있다는 것을 알아챘을까 봐 황급히 통화를 끝낸 것이다.마침 전태윤도 그럴 거라고 짐작했다.전태윤은 서러운지 혼잣말을 했다.“아기를 보러 예진 리조트로 달려갔구먼. 날 부르지도 않고. 나도 우리 수양 딸 지연이가 보고 싶은데...”전태윤은 지연이가 무척 이뻤다.지연은 매우 순해서 좀처럼 울지 않았다. 도리어 수양딸의 오빠가 온종일 울고불고 떠들어서 머리가 어지러웠다.어쩐지 어르신이 늘 증손녀를 안고 싶어 하셨다, 여자 아기가 조용하고 얌전했기 때문이다. 사내 아기처럼 잘 울고 장난도 심하지 않다고 생각하신 것이다.예준성 또한 여자를 중시하고 남자를 경시하는 놈이었다. 그는 귀염둥이 딸을 가장 예뻐했다. 예준성의 딸이 태어난지 한 달째 되는 날에 전태윤은 하예정을 데리고 A시로 날아갔다.예준성 그 깍쟁이는 전태윤에게 지연을 한 번도 안게 못 했다. 반면 지호는 언제든지 안을 수 있게 허락했다.결국 하예정이 모연정에게서 지연을 빼앗아 전태윤에게 안겨줬다. 지연은 피부가 하얗고 부드러우며 약간 통통해서 깨물고 싶을 정도로 귀여웠다.물론 감히 물지 못했다.전태윤이 만약 깨물었다면 예준성은 분명 전태윤과 목숨을 걸고 싸울 수 있었다. 물론 예씨 가문의 도련님들도 주먹을 들고 다려왔을 것이다.“딸이 있으면 다야?”지난 일을 생각하면서 전태윤은 또 혼잣말했다.“난 앞으로 우리 예정이와 아이 열 명이나 낳을 거야. 부러워하지나 마."하예정이 들으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내가 돼지인 줄 아세요
“우빈아, 이 여동생이 너무 귀엽지?”할머니는 지연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우빈에게 물었다.“귀여워요. 너무 귀여워요. 우빈이도 언제면 이런 귀여운 여동생이 생길까요?”우빈이도 지연이를 만져보고 싶었지만 어르신은 우빈의 손을 가볍게 톡 두드렸다. 우빈이가 힘을 잘 조절하지 못할까 봐 걱정했다.“마음대로 만지면 안 돼. 힘 조절을 잘 못 하면 아기가 다칠 수도 있어. 아기 피부가 너무 여려."우빈은 되물었다.“태 할머니, 제가 아직 동생을 만져보지도 않았는데 제가 동생을 다치게 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아세요? 제가 동생을 만지는 게 싫으신 게 아녜요?”태 할머니는 희귀한 보물을 다루듯 자주 만지면서도 우빈이는 만지게 못 했다.“맞아, 우빈아. 태 할머니는 네가 여동생을 만지는 게 너무 걱정돼. 난 지연이가 너무 귀여워. 내 증손녀라면 얼마나 좋을까.”어르신은 또 지연의 작은 발을 만지작거렸다.“태 할머니, 여동생 발이 너무 작아요.”어르신은 우빈이를 보지도 않고 대답했다.“너도 태어나자마자 손발이 이렇게 작았어. 네가 태어난 지 두 달 됐을 때도 이렇게 손발이 작았는걸.”어르신과 우빈이는 지연의 순하고 이쁜 얼굴을 감상했다. 어르신이 지연의 발을 만질 때마다 지연은 다리를 뻗으며 반응했다.“아이고, 이 작은 발에 힘 있는 것 좀 봐.”보모가 분유를 타오자 전씨 할머니는 일어서서 허리를 다시 굽히며 아기 침대에서 지연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이내 자리에 앉아 보모에게 말했다.“제가 지연이에게 먹여줄게요.”보모는 지연의 젖병을 어르신에게 건네주었다.할머니는 지연이에게 분유를 먹이며 모연정을 향해 물었다.“모유가 부족해요?”모연정은 아들 지호에게 모유를 먹이며 대답했다.“두 아기라서 모자라요. 분유와 같이 타 먹여야 아기들이 배불리 마실 수 있어요.”다행히도 딸 지연은 순해서 무엇을 먹이든 뭐든 먹었다.아들 지호는 정반대였다. 모유를 마셔본 후 지호는 점점 더 분유를 마시는 것을 꺼렸다. 하지만 정말 배가 고플 때는 미온수 30mL까
전태윤과 하예정이 혼인신고를 한 지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현재 곧 9월로 접어들었고 그 둘이 혼인신고를 한때가 작년 10월이었다. 진정으로 부부가 된지는 반년밖에 안 되었다.외부 사람들이 하예정이 아기를 낳지 못한다고 말하는 것은 분명 질투해서 하는 말이었다. 고의로 하예정이 속상해지라고 한 짓이 틀림없었다.어르신도 모연정의 말에 맞장구쳤다.“맞아, 예정아. 또 누가 그런 말 한다면 가서 그자의 뺨을 후려갈겨 버려. 무서워할 것 없어. 법을 어기지 않는 한 그 누구를 건드려도 내가 너 대신 해결해 줄 수 있으니까.”“내가 해결하지 못해도 태윤이가 틀림없이 너를 도와줄 거야. 하늘이 무너져도 태윤이가 너 대신 받쳐줄 거야.”하예정은 이내 말을 이었다.“저도 직접 들은 건 아니고요. 지인이 말해줬는데 누군가가 제 뒤에서 그런 험담을 했다고 해요. 만약 제가 직접 듣는다면 꼭 제 손으로 뺨을 후려칠 거예요.”“제 일은 그 누구도 좌우치 못해요.”“네 말이 맞아. 하도 할 일이 없으니 오지랖 넓어지는 거지. 우리 어른들도 걱정하지 않는데 뭔 상관이래.”어르신은 점쟁이 말을 굳게 믿었다. 전씨 할머니의 장손 부부는 아들딸을 모두 겸비한 운명을 타고났다고 했다.점쟁이는 운명에 아들딸이 있으면 반드시 나타난 날 것이고 운명에 자식이 없다면 무슨 수를 써도 나타날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모연정은 지호를 품에 안으며 하예정에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시간이 조금 지나면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하예정과 모연정은 비록 관계가 밀접한 친구는 아니지만 서로 존중하고 서로 믿어주는 그런 친구였다.모연정은 하예정이 빨리 임신해서 외부 사람들의 입을 막아버렸으면 했다.하예정도 웃으며 대답했다.“고마워요. 우리 쌍둥이는 언제 백일 잔치 해요? 저와 태윤 씨가 미리 시간을 비워놓을게요. 그때 되면 여기 와서 며칠 동안 머물러야겠어요. 우리 지연이 너무 이쁜걸요.”“다음 달 말 백일 잔치까지 한 달밖에 남지 않았어요. 예정 씨와 태윤 씨는 꼭 우리 쌍둥이
“어르신, 예정 씨, 우리 함께 밥 드시러 내려가요.”모연정은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그리고 우빈을 향해 손을 저으며 말을 건넸다.“우빈아, 가자! 아줌마가 안아줄게.”우빈은 두 아기를 보고 또 이쁜 아줌마를 보더니 결국 아쉬워하며 모연정에게 다가갔다.“모 아줌마, 저 이젠 커서 안아줄 필요 없어요.”모연정은 우빈의 작은 손을 잡으며 말했다.“그럼 아줌마 손 잡고 가자.”모연정은 또 하예정에게 말했다.“우빈이는 참 착해요. 우리 지호보다 더 나아요. 지호 녀석은 종일 울기만 한 것이 정겨울 집의 아기와 겨뤄볼 만한 하다니까요.”아들이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정겨울은 지금 산후조리원에 앉아 있다.정겨울이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을 들은 전이진은 이내 사람을 시켜 보양식을 보냈다. 전이진의 약혼녀가 눈을 치료할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었다.예준일은 전이진이 보내온 보양식을 받더니 얼굴이 새까맣게 변했다. 예준일은 그 보양식을 모두 구석에 처박아두었다.어차피 정겨울의 보양식은 부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기 집의 보양식을 다 먹어도 모자랄 판에 전이진이 준 것을 먹을 리가 없었다.전이진이 다른 뜻이 없는 걸 알면서도 예준일은 매우 불쾌했다. 자신과 전이진은 친척도 친구도 아닌데 자신의 아내에게 다른 남자가 보양식을 보내주는 것 자체가 싫었다.전이진이 선물한 아기 옷 몇 벌은 그럭저럭 볼만 했다.“참, 정겨울 씨가 아기를 낳았는데 제가 조금 있다가 겨울 씨와 아기 보러 가야겠어요.”정겨울은 아직 퇴원하지 않았다.하지만 정겨울의 아들이 울보라는 사실은 이미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었다.예준일은 매번 아기들이 샤워할 때면 자기 아들이 가장 높은 소리로 울었고 가장 난리 쳤다고 한다.많은 산모의 가족들은 예씨 가문의 넷째 도련님이 목욕하는 것을 보기 위해 자주 모여들었다.어르신도 아쉬워하며 일어나셨다. 어르신은 심지어 지연을 안고 밥 드시고 싶어 하셨다.보모가 아기 침대를 밀어 가려고 했다.“아기 침대를 1층으로 밀어 가는 거세요?
전씨 가문은 몇 대째 딸이 없다는 사실을 예씨 가문도 잘 알고 있었다.예씨 할머니도 딸이 있지만 손녀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 모연정이 예씨 집안에 증손녀를 낳아준 덕분에 예씨 할머니가 증손녀를 안을 수 있게 되었다.전씨 할머니가 애타게 증손녀를 바라는 마음을 예씨 할머니는 공감할 수가 없었다.전태윤은 하예정과 결혼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 하예정의 배에는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예씨 할머니도 눈치껏 전씨 할머니 앞에서 아기에 관한 화제를 더는 꺼내지 않았다.전씨 할머니가 간절하게 증손녀를 바라는 그 마음이 하예정에게 부담이 갈까 봐 걱정했다.하예정의 입장도 매우 난처했다.다행히 하예정은 전태윤에게 시집갔다. 전씨 가문은 가풍이 좋고 어른들 사상이 모두진보적인 분이시라 아이를 가지라고 재촉하지 않았다.물론 하예정의 출신도 꺼리지 않았다.애초에 예씨 가문이 모연정을 꺼리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모연정은 그 당시 농촌에서 왔지만 가정 형편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부유한 집안에 속했다.모연정은 친부모를 되찾았기 때문에 만성의 남씨 가문의 장손녀가 되었다. 매우 귀한 신분으로 변한 것이다.현재 남씨 가문의 가주는 모연정의 쌍둥이 오빠였고 그들의 아버지가 은퇴한 후 개인 재산을 모연정 남매에게 똑같이 나누어 주셨다. 지금의 모연정은 예씨 가문의 사모님 신분을 떠나 그녀의 개인 자산으로 따져도 엄청난 부자였다.수조 원에 달하는 재산을 가지고 있는 부자였다.하예정과는 비할 수 없는 부분이다.그래서 예씨 할머니는 전씨 가문의 가풍이 정말 좋다고 느꼈다. 어른들 사상도 진보적이고 전씨 할머니가 손주를 고르는 것도 격식에 맞추지 않고 인품만 중시했기 때문이다.“예씨 동생,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예준성도 우리 집 전태윤과 똑같이 아주 훌륭한 아이입니다. 저는 오히려 준성이가 더 낫다고 생각하는걸요. 성격이 얼마나 좋아요. 우리 태윤처럼 성질 더러운 편이 아니라 다행이죠.”“그래서 예정이 만이 태윤이를 견딜 수 있는 거죠. 다른 사람이라면 하루건너
한편 호텔에서 도아영을 돌보던 전이혁은 전창빈의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단독으로 그에게 음성 메시지로 물었다.[너 그 먼 곳까지 가서 가정 요리사를 하려고?]전창빈은 소파에 앉아 답장을 보냈다.[안 될 건 없지?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 자리는 도전적이잖아. 내가 합격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어. 다행히도 형 동생이 모든 경쟁자를 물리쳤지 뭐야. 난관을 하나둘씩 돌파했어.]전이혁이 회답했다.[요리사 하나 뽑는 걸 대통령 선거처럼 하는구먼. 얼마나 있을 계획이야? 설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명절에는 안 오려고?]전창빈이 답장했다.[설날에는 아마 못 갈 것 같아. 여기 주인이 날 해고하면 그때나 갈 수는 있겠는지.]전이혁이 피식 웃었다.[네 실력으로는 해고당할 리가 없잖아. 네가 주인을 해고하는 게 더 말이 되겠다. 이해가 안 가. 왜 그 먼 곳까지 가려고 한 거야? 넌 사업도 있는데... 어디서 요리하든 다 마찬가지일 텐데 굳이 몇천 리나 떨어진 곳까지 갈 필요가 있나? 거기 추울 텐데 너 괜찮겠어?]전창빈이 대답했다.[우리 추위를 못 타본 것도 아니고. 형도 할머니에 의해 눈이 수북이 쌓인 산으로 버려지지 않았어? 내 얘긴 그만하고... 형은 어때? 우리 미래의 형수님께 구애하기 시작했어?]‘난 벌써 움직이고 있는데 형이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가 나중에 민아 씨와 함께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갈 때 형은 대체 어쩌려고?’전창빈은 속으로 생각했다.전씨 할머니의 지팡이가 전창빈의 등짝을 때리지 않는다면 해가 서쪽에 뜨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말도 마라. 정말 귀찮아. 큰형수님이 오늘 저녁에 우리한테 밥 사주셨어.]전창빈이 웃으며 회답했다.[하하! 괴로웠겠네.][내 말이. 할머니께서 나에게 정해주신 그 여자분이 큰형수님을 찾아가 하소연했더니 큰형수님이 우리 두 사람에게 밥을 사주신 거 있지.][형이 우리 형수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아직 너의 형수님이 아니거든!]전이혁은 전창빈의 호칭을 정정했다. 그는 도아영과
“저는 앞으로 큰아가씨의 평가에 근거해서 요리 방법을 조정해 나갈 거예요. 그렇게 해야만 실력을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만드는 모든 요리를 큰아가씨께서 만족해하시면 제가 여기에서 졸업할 수 있겠네요.”강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되면 큰아가씨께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걸요.”‘평생 선우민아 씨를 위해 요리해 드리는 건 기쁜 일이지.'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전창빈은 꾹 참았다. 이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설령 전창빈이 선우민아에게 애정 공세를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고 해도 이런 생각을 드러내서는 절대로 안 된다.선우민아가 가업을 운영한다는 건 그녀가 매우 유능한 인물이라는 증거다. 이렇게 강한 강한 여성은 쉽게 넘볼 수 없는 상대이다.전호영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너무 힘들어서 하예정의 도움을 받은 끝에야 지름길을 택할 수 있었고 고현의 마음을 얻었다.강진은 그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깨닫고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전창빈 씨, 오늘 오후 내내 바쁘셨는데 일찍 쉬세요. 내일 아침 큰아가씨를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가장 일찍 아침을 드시는 분은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입니다. 민기 도련님은 학교에 가야 해서 일찍 식사하시고 큰아가씨는 매일 민기 도련님을 학교에 데려다주신 후 회사에 가시니까 두 분은 늘 함께 식사하시는 편이에요. 하여 아침 7시쯤이면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의 아침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의 아침은 9시 이후에 준비하시면 돼요.”전창빈이 말을 건넸다.“그 시간대면 아침과 점심을 함께 드시는 거네요.”“어르신과 사모님은 그렇죠. 점심 무렵에 일어나셨다가 식사 후에는 외출하셔서 저녁에야 돌아오세요. 때로는 안 오시기도 하는데, 그럴 땐 제가 미리 알려드릴게요. 안 오시는 날은 창빈 씨가 쉬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냥 자신의 배만 채우시면 돼요.”여기에서는 사실상 선우민아 자매만 아침을 먹는 셈이다.“큰아
동생 선우정아가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며 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지금은 네가 전창빈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는 일이니까. 앞으로 매일 여기 와서 식사해. 전창빈 씨와 접촉할 기회도 많아져야 그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거 아니야. 만약 그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거리가 멀어도 너희 부모님께서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하실 거야. 혹은 전창빈 씨에게 우리 지역에서 사업을 하게 하고 여기서 집을 사도록 하든가.”선우정아는 또 벙어리가 되어버렸다.선우민아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선우정아는 앞으로는 감히 그 집에 밥 먹으러 가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여겼다.선우민아가 자꾸 자신이 전창빈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지 않는가.전창빈은 미래의 아내는 지금 미래 처제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전이혁은 강진을 따라 숙소로 돌아갔다. 강진은 웃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전창빈 씨, 이제 우리는 동료가 되었군요. 오래 함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선우씨 가문의 여러 집안이 같은 대저택 안에서 함께 살고 있었지만 집안마다 독립된 공간이 있었다.선우민아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었기에 강진 역시 1년 정도는 함께 일할 사람을 원했다.요리사와 친해지기도 전에 퇴직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전창빈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집사님과 오래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가 요리들을 더 연구해서 큰아가씨께서 제 요리만 먹고 싶어 하도록 해야겠네요.”“큰아가씨께서 창빈 씨 요리만 고집하게 만들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요리 대회에 나가면 ‘요리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을 만큼요.”선우민아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전창빈은 웃으며 말했다.“‘요리의 신'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저는 단지 제 요리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손님들을 만족시키고 싶을 뿐이죠.”전창빈은 그가 고용한 요리사들에게는 항상 조언을 해주곤 한다. 본인이 잘 배워야 현재 이끌고 있는 요리사들도
선우민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런 사업을 가진 사람을 네가 정말 좋아한다면 작은아버지와 숙모도 반대하지 않으실 거야. 다만 전창빈 씨가 관성 사람이라 우리랑 거리가 너무 멀어. 작은아버지와 숙모는 네가 먼 곳으로 시집가는 걸 아쉬워할 수도 있을 거야.”선우정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언니! 제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저는 정말 그런 마음 없단 말이에요. 오히려 저는 그분이 언니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우리 자매 일곱 명 중 언니가 맏이라 당연히 언니가 먼저 시집가야죠. 제가 언니를 앞지를 순 없잖아요.”착각인지 정말 본 건지, 선우정아는 전창빈이 선우민아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특별한 시선이 느껴졌다.그리고 전창빈은 사실 정말로 선우민아를 위해 온 거였다.아니, 정확히는 선우민아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다른 손님들도 분명히 만족시킬 수 있을 테니까.선우정아는 생각했다. 선우민아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동생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우리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잖아. 게다가 사촌 자매이기도 하기 때문에 네가 나보다 먼저 시집간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안 되거든. 나는 당분간 시집갈 생각 없어. 만약 고려한다 해도 이 지역의 사람일 거야. 생각해봐, 민기와 민수는 아직 몇 살밖에 안 됐는데 애들이 커서 사업을 이어받을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20년은 더 기다려야 되잖아. 이 20년 동안 우리 자매는 계속 회사를 떠받쳐야 해. 만약 우리가 먼 곳으로 시집가면, 누가 회사를 이끌겠어? 셋째와 넷째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거야 아니야.”셋째 동생과 넷째 동생도 이제 성인이 되어 사업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거대한 가업을 떠받칠 능력이 되지 못했다.하여 선우민아는 자연스레 먼 곳으로 시집갈 생각이 없었다. 시집을 간다 해도 A시의 남자에게 시집갈 것이다. 그래야 시집가서도 친정 회사를 계속 관리할 수 있으니까.앞으로 선우민기
전창빈이 말했다.“행동으로 보여드리죠.”선우정아는 눈썹을 치켜들며 웃었다.“전이혁 씨는 정말 자신만만하신가 봐요.”선우민아는 선우정아를 한 번 흘겨보더니 전창빈에게 물었다.“그럼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이 자리를 위해 온 만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세요. 강 집사님께서 이미 숙소를 준비해 뒀을 테고 월급은 내일부터 계산됩니다. 한 달의 수습 기간이 있고 수습 기간 중 급여는 일당으로 지급됩니다. 공짜로 일을 시키진 않을 거예요.“누구든 마찬가지로 하루 일하면 하루 급여를 계산해 주었다.“집사님께서 어제 이미 숙소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급여는 어떻게 계산되든 상관없습니다. 전 도전을 위해 온 거지 월급을 위해 온 게 아니니까요.”전이혁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아내만 부족할 뿐...“좋아요. 지금은 숙소로 가서 쉬세요. 우리 집에서의 하루 세끼 준비 시간은 집사님께서 알려주실 거예요. 아침을 제외한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은 변함없어요.”선우씨 가문의 사람들 아침 식사는 각자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었다.전창빈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집사님께 여쭤보겠습니다.”그는 다시 모두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전창빈이 떠나자 선우민아도 일어서서 가족들에게 말했다.“저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민기한테는 주말에 데리고 나가주겠다고 전해주세요.”선우민기는 그녀보다 스무 살이나 어렸기 때문에 남동생을 아들처럼 키웠다.선우민기는 선우민아를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랐다.선우정아도 그녀의 언니를 따라 일어섰다.“저도 일 보러 갈게요.”한경주가 딸에게 당부했다.“접대할 때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몸에 해로워.”“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5년 전의 제가 아닌걸요.”선우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회사를 막 이어받았을 때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땐 위엄도, 경험도 없었고 회사에
그러나 전창빈은 사업을 확장하거나 삶을 즐길 생각은 하지 않고 먼 길을 떠나 여기까지 와서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로 지원했다.선우민아는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전창빈은 솔직하게 대답했다.“도전하려고 왔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요리를 좋아했고 스승을 모셔 요리 실력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여러 구역의 다양한 요리를 연구하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창업으로 작은 성공을 거두었지만 산 밖에 산이 있고 사람 위에 사람이 있는 법이라고 여기기에 계속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손님들의 입맛이 바로 저를 발전하게 하는 원동력이니까요.”전창빈은 자신의 요리가 손님들이 맛있다고 생각해야만 요리 실력이 검증된 것으로 생각했다.손님들이 그 요리에 대해 조언을 해주면 그것을 개선해 더 높은 수준의 요리 실력을 갖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선우민아처럼 까다로운 손님을 만났을 때 그녀의 평가는 전창빈을 더욱 발전하게 할 것이다.선우민아는 그가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 자리에 도전하고 싶어서 온 것임을 직감하고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자신이 갑이 되는 것과 남의 밑에서 일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에요. 전이혁 씨는 제대로 고려해보셨나요? 만약 우리 가문에서 요리사로 일한다면 우리 가문만의 가정 요리사가 되어 전국의 다양한 손님을 상대할 기회가 없어요. 아마 전이혁 씨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죠.”전창빈은 빙그레 웃으며 선우정아와 시선을 마주치며 대답했다.“아마 큰아가씨님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몇 명 없을 겁니다. 제가 여기서 일하면 전국의 손님을 상대할 수는 없겠지만 큰아가씨께서 싫증 내지 않을 정도로 1년 정도 일할 수 있다면 제 요리 실력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실력을 키워 앞으로 관성으로 돌아가면 제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도 손님이 떼구름처럼 몰려들겠죠.”전창빈은 자신의 요리사들을 이끌어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전국의 손님들이 고향의 전통 요리와 관성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노
강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 경험상으로 보면 전창빈 씨는 합격일 겁니다. 어서 큰아가씨를 뵈러 가세요. 긴장할 필요 없어요. 큰아가씨는 표정이 좀 진지하지만 사실은 매우 좋은 분이십니다.”“감사합니다.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전창빈은 엄격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선우민아가 아무리 엄격해도 그의 큰형 전태윤보다는 못할 것이다.엄격한 전태윤의 얼굴에 익숙해진 전이혁은 이미 엄격한 사람들에게 면역력이 생겼다.전창빈은 강진을 따라 주방을 나섰다.강진은 전창빈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주방을 나선 후에도 전창빈은 여기저기 둘러보지 않았고 또 선우씨 가문 저택의 호화로움에 놀라지도 않았다.다른 지원자들은 늘 선우씨 저택의 사치스러움에 압도되어 주변을 둘러보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과는 달랐다.강진은 전창빈이 분명 세상 물정을 다 겪어본 사람이거나 굉장한 침착성을 가진 사람일 거로 생각했다.어쨌든 강진은 눈앞의 이 젊은 요리사에게 좋은 인상을 받았다. 아마 내일이면 동료가 될 것 같았다.강진은 전창빈을 데리고 선우민아가 앉은 자리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멈추어 섰다. 그는 전창빈에게 잠시 기다리라는 신호를 보낸 후 먼저 나아가 공손히 말했다.“큰아가씨, 전창빈 씨께서 오셨습니다.”선우씨 가족 중 전창빈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오직 선우정아뿐이었다.다른 사람들은 그때 집에 없어 전창빈을 직접 보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다들 그를 보더니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한경주가 남편 선우진혁에게 소곤거렸다.“정말 젊어 보이네요. 우리 민아랑 비슷한 나이 같아요.”선우진혁도 고개를 끄덕였다.“젊네. 보아하니 매우 침착해 보이고. 조금도 긴장하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구먼.”“이 요리사분이 매우 잘생겼다는 생각 안 들어요?”선우씨 가문의 둘째 부인, 즉 선우정아의 어머니가 작은 목소리로 시누이에게 말했다.한경주가 웃으며 대답했다.“정말 잘생겼네요.”선우정아도 말을 이었다.“제 말 이제 믿으시죠? 제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가 매우 젊고 잘
선우민기는 입을 삐죽 내밀며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민기야, 오늘 저녁 요리 맛있었어?”선우민아가 동생에게 물었다.“맛있어요. 엄청 맛있었어요.”사촌 동생도 따라 말했다.“정말 정말 맛있었어요. 누나, 저 앞으로 매일 누나 집에 와서 밥 먹어도 돼요?”선우민아가 웃으며 대답했다.“오고 싶으면 오렴. 하지만 너랑 민기는 밥 잘 먹어야 해. 놀기만 하면 안 된다?”두 꼬마가 함께 모이면 말 그대로 손오공이 천궁을 뒤집어 놓는 수준이었다.가문의 후손에 남자아이가 둘뿐이라 모두가 그들을 귀여워했다. 선우씨 가문의 누나들이 집에 없을 때면 두 꼬마는 진짜로 지붕조차 뒤집을 기세였다.어르신들이 말릴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만약 두 꼬마가 지붕을 뜯으려 하면 오히려 사다리를 대줄 정도니까.“알았어요. 저희 꼭 말을 잘 들을게요.”“그래, 너희 둘 밖에 나갈 땐 외투 꼭 입고 나가야 해. 밖이 너무 추워.”두 꼬마는 기쁜 마음으로 손을 잡고 집에서 뛰쳐나갔다.동생들이 모두 놀러 나가자 선우민아가 집사에게 지시했다.“아저씨, 전창빈 씨를 만나게 해줘요.”강진이 공손하게 대답했다.“네. 바로 전창빈 씨를 불러오겠습니다.”선우민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자리를 떠났다. 그녀가 이동하자 가족들도 모두 따라 일어나 거실 소파에 앉았다.선우민아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를 만나고 싶다고 하자 선우씨 가족들은 바로 그 지원자가 채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직감했다.확실히 오늘의 저녁 식사는 온 가족을 만족시켰다.선우민아의 입맛이 까다로워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다. 그들은 선우민아 덕분에 항상 최고의 요리사가 준비한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비록 그녀만큼 입맛이 까다롭지는 않았지만 요리의 품질을 가리는 안목은 그래도 꽤 좋은 편이다.강진이 미소를 머금으며 주방으로 들어갔고 전창빈이 의자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모습을 보자 그쪽으로 다가갔다.발소리를 들은 전창빈은 휴대전화에서 시선을 떼었고 고개를 들어
원림성 A시.전창빈은 모든 요리를 다 하고는 주방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휴대전화를 꺼내 뉴스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그는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온종일을 바쁘게 보냈다.정확히 말하면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지금까지 준비한 모든 것이 전부 오늘 저녁 식사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그리고 저녁이 되어서야 주인공이 돌아왔다.잠시 기다린 후, 전이진이 오후 내내 준비한 요리들이 하나둘씩 하인들에 의해 운반되어 나갔다. 물론 그는 나갈 필요가 없었다.선우민아가 그의 요리를 맛본 후 만족스럽다면 전창빈을 불러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통보도 없이 주방에 머물다가 선우씨 가족들이 모두 식사를 마치고 떠나면 집으로 돌아야 한다.비록 전창빈은 자신의 요리 실력에 대한 확신이 있지만 밖이 완전히 어두워졌는데도 선우민아의 면담 요청이 없었다. 그는 겉으로는 여전히 뉴스를 보며 담담해 보였으나 속으로는 조금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다.그는 송일우처럼 세 번이나 도전하는 상황은 원치 않았다. 송일우는 몇 년이나 도전했지만 여전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에 실패한 뒤로는 다시 오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나이도 점점 들어가고 있었던 모양이다.한편 선우씨 가족들이 이미 식사를 마치고 있었다.선우민아도 냅킨으로 입가를 닦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 앉아 있던 선우민아의 어머니 한경주가 관심 있게 물었다.“민아야, 이번 지원자가 만든 음식은 어때?”선우민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한경주는 계속해서 말했다.“엄마 생각엔 괜찮은 것 같은데 그냥 채용하는 게 어때?”선우민아의 남동생 선우민기는 의자에 털썩 앉아 배를 만지며 말했다.“누나, 나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아. 이번 요리는 정말 맛있었어. 오랜만에 이렇게 배불리 먹었어.”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선우민기의 배를 가볍게 톡 치며 눈가에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너는 굶은 적도 없으면서 왜 이렇게까지 많이 먹었어? 이번만 먹고 다음 끼니는 못 먹을 거로 생각한 건 아니지? 좀 앉아 이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