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예진이 동생 하예정에게 말했다.“네가 SNS에 올린 게시물을 보고 알았지. 어제 태윤 씨가 전화해서 소식을 알려줬는데 전화를 끊고 나서도 어리벙벙한 거 있지? 그런데 태윤 씨가 관성에 돌아왔다는 소식은 알려주지 않았어.”“그래서 큰이모와 너희 집으로 가려고 했어. 너희가 아직 예진 리조트에 지내는 줄 알고 너희가 리조트로 돌아가면 보러 가려고 했어.”“어젠 우리도 다른 일이 있어 문자밖에 보내지 못했는데, 넌 어떻게 언니한테도 돌아왔다고 말하지 않을 수가 있어?”어제는 이윤미가 집을 찾아왔었다.이윤미가 떠나고 이경혜는 이윤미가 두고 간 검체를 가지고 병원으로 가 DNA 유전자 검사를 의뢰했다.하예정이 조금 무안한 듯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우리도 너무 기뻐 이것저것 신경 쓸 겨를이 없었어.”“일단은 할머니랑 얘기 나누고 있어. 난 매제가 아침 준비하는 걸 돕고 있을게.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뭐든지 말해, 언니가 다 해줄게. 언니 요리 솜씨가 예전보다 훨씬 늘었거든.”하예진은 요식업을 하고 있었으므로 아무리 바빠도 요리를 쉬지 않았다.예전에는 가정식을 위주로 했다면 요즘에는 다른 요리를 배우고 있었다. 새 가게는 아직 영업 전이었으며 최근에는 혼자 연습하고 있던 참이었다.하예진의 요리를 테스트해 준 사람은 노동명이었다.노동명은 농담삼아 하예진이 셰프라면 본인이 10킬로는 찔 거라고 말했었다.그리고 하예진이 요리 학원으로 가서 제대로 배우는 걸 추천했으며 여러 가지 음식, 모든 나라의 음식을 시도해 보라고 말했었다.하예진은 그 의견에 꽤 흥미가 생겼고 며칠 뒤 바로 학원을 신청했다.“언니, 태윤 씨가 준비하면 돼. 요즘 휴가 내고 쉬는 동안 모두 태윤 씨가 요리했었거든.”하예정의 말에 하예진이 바로 말을 보탰다.“그건 태윤 씨가 널 많이 아끼는 거야. 평소 태윤 씨도 얼마나 바쁜데 간만의 휴가에도 요리를 직접 하게 하는 거야? 너도 많이 거들어줘. 태윤 씨도 많이 힘들거야.”“알겠어.”언니는 늘 매제의 편을 들어주며 하예정더러
전태윤이 도와줄 필요 없다고 말했는데도 하예진은 여전히 주방에서 도와주고 있었다.전씨 할머니는 하예정의 손을 잡으며 몸은 어떻냐고 관심하고 있었다.그러다가 전씨 할머니가 문득 말을 꺼냈다.“그 점쟁이도 무척 대단신 분이거든. 너를 위로하는 말이 아니야. 거봐, 맞혔잖아.”하예정이 웃으며 대답했다.“그러게요. 정말 용한 분이시네요.”“그럼. 용하지 않으면 할머니도 믿을 리가 없지.”전씨 할머니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할머니는 사실 운명을 믿는 편이야. 팔자에 나타나야 하는 것은 반드시 나타날 것이고 나타나지 말아야 하는 것은 강제적으로 가져온다 해도 뜻대로 안 되거든.”“우리 전씨 가문은 사람을 해치는 일을 한 적도 없고 예정이도 착한 아이라 하느님이 아기를 갖지 못하게 하지는 않으리라 믿고 있었거든. 다만 인연이 닿지 못했을 뿐이야.”“너도 이젠 임신했으니 마음 편히 몸을 잘 돌보고 스스로 너무 스트레스 주지 말고. 할 수 있는 일은 계속해도 돼. 할머니는 너를 아무것도 못 하게 하고 집에 가만히 있으라고 강요하지는 않을 거야. 무엇보다 너의 기분이 가장 중요하니까.”“아무 일도 안 하면 심심하기도 하고 기분도 우울해 질 테니. 우리 가문의 사람은 그렇게 나약하지 않은걸. 너무 가만히 앉아있으면 몸에 더 안 좋아.”전씨 할머니는 하예정의 성격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하예정이 임신했다고 해서 아무것도 안 할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전씨 할머니가 예전에 아이 몇 명을 낳으셨을 적에도 임신하면서도 계속 일하러 나갔다.며느리들도 임신했을 때 임신 반응이 유난히 강하지 않은 이상 계속했고 남편을 따라 식사 자리에 나서서 사업을 했을뿐더러 각종 행사에 참석했다. 그렇게 임신 말기가 되어서야 집에서 편히 쉬면서 아기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전씨 할머니는 임산부의 기분이 좋은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하여 임산부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내버려 두었고 특별히 구속하지도 않았다.전씨 할머니의 말을 듣고 난 후에야 하예정은 비로소 마
숙희 아주머니가 말을 꺼냈다.“어제 떠날 때 분명히 문을 잠갔는데 오늘 왜 열려있었는지 이해가 안 갔는데. 어르신과 사모님께서 돌아오셨군요.”애완견은 하예정을 보더니 꼬리를 흔들며 달려갔다.하예정이 활짝 웃었다.“봄아.”하예정은 애완견 봄의 머리를 쓰다듬자 봄은 앙증맞게 그녀의 발 옆에 엎드렸다.“어젯밤에 돌아왔어요.”숙희 아주머니가 반가워하며 말했다.“사모님, 저한테 전화 한 통이라도 해주시지. 제가 식자재들을 사 와 요리해 주면 얼마나 좋아요.”“괜찮아요. 근처에 시장도 있는걸요.”숙희 아주머니는 항상 하예정의 곁에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 사이는 매우 좋았다. 숙희 아주머니는 사모님이 거드름을 피우지 않는다는 것에 친근감을 느꼈고 숙희 아주머니도 그러는 사모님께 감히 건방지게 행동하지도 않았다.전태윤이 홀로 주방에서 바쁘게 일하는 것을 본 숙희 아주머니는 재빨리 다가가 도와주었다.전태윤이 말했다.“제가 이미 소고기 육수로 국수를 끓여놓았어요. 안 도와주셔도 돼요. 좀 있다가 베란다로 가서 꽃들에게 물 좀 주세요. 우리가 여기에 살지 않을 때 아주머니께서 그 꽃들을 잘 돌보고 있었더군요. 이번 달에 월급도 좀 올려드릴게요.”숙희 아주머니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감사합니다. 이미 많이 올려 주셨어요.”숙희 아주머니와 강일구의 월급이 가장 빨리 오르고 있었다.두 사람 모두 눈치가 빨라 하예정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그럼 없던 일로 하죠.”숙희 아주머니가 당황했다.“도련님, 몇 번 올려 주셔도 전 의견이 없어요.”전태윤이 웃음을 터뜨렸다.“농담이에요. 올려드려야죠.”“감사합니다.”숙희 아주머니는 생글생글 웃으며 베란다로 가서 꽃들을 돌보았다.하예진은 자신이 끓인 새우만두를 들고나오면서 숙희 아주머니에게 물었다.“숙희 아주머니, 밥 드셨어요?”“먹었으니 신경 쓰지 마세요.”숙희 아주머니는 꽃들 주위에 이름 모를 잡초들이 자란 모습을 보고 쪼그리고 앉아 잡초들을 뽑았다.화분 안의 진흙은 예전에 사모님이
“할아버지께서 하늘에서 보고 계실 거예요. 안심하세요.”전태윤은 할머니의 말을 듣더니 바로 말을 이었다.전씨 할머니가 웃었다.“네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다면 네 할아버지도 안심하실 거야. 할아버지께서 가장 걱정하는 손자가 바로 너였거든. 생전에 너를 가장 예뻐하셨어.”“할아버지께서는 아버지로 되셨을 때만 해도 아들을 그리 아끼지 않으셨는데 할아버지가 되고 나서 손자를 엄청나게 예뻐하셨어.”“예전에 네 아버지가 잘못만 하면 너의 아버지한테 야단치곤 했었는데 손자들이 태어나고 나서부터 너희들이 어떤 일을 하던 항상 웃으면서 즐거워하셨어.”손자들을 무척 예뻐하시는 할아버지였다.하예정은 할아버지를 뵌 적이 없었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전태윤은 할아버지와 할머니 밑에서 자랐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감정도 매우 깊었다.전태윤은 전씨 할머니를 부축해 식탁에 앉혔고 웃으며 말을 건넸다.“제가 젊은 시절의 할아버지와 닮았다고 하셨죠? 그럼 저도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엄한 아빠가 되고 퇴직하면 할아버지가 되어 손주들을 더 예뻐할 거예요.”신분이 상승하여 할아버지, 할머니로 되신 어르신들은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성격도 부드러워지게 될 것이고 게다가 요즘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아이를 한 명만 낳기 때문에 어르신들도 아이를 더 예뻐할 수밖에 없었다.“예진이가 만든 만두야? 요리 솜씨가 얼마나 늘었는지 한번 먹어보자.”전씨 할머니는 식탁 앞에 앉으며 화제를 바꾸었다.할머니에게 전씨 할아버지의 화제는 너무 버거웠다.하예정은 만두를 할머니께 집어드렸다.전씨 할머니는 맛을 보더니 만족하는 표정을 지으며 칭찬했다.“레스토랑에서 파는 새우만두랑 맛이 비슷하구나. 예진이 얼마 안 본 사이에 솜씨가 많이 늘었구나. 네 새 가게도 곧 개업하게 된다고 했지?”“네. 준비 다 돼 가요. 저의 요리 솜씨도 많이 부족한걸요. 저는 단지 집 반찬들을 잘할 뿐이지 요리하는 방법을 많이 알지 못해요.”“노 대표가 요리 수업을 받아보라고 제안하길래 저도 일을 다 마치면 요
“할머니, 예정이 토하지 않게 할 방법은 없을까요?”전씨 할머니가 대답했다.“일반적인 사람들은 모두 입덧을 해. 하지만 임신 초기에만 입덧을 할뿐이지 3개월이 지나고 나면 서서히 입덧하지 않을 거야.”“구토가 너무 심하지 않으면 참을 수 밖에 없어. 하지만 입덧이 너무 심하면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진찰을 받아야 해.”“약 함부로 먹이면 안 돼. 임신하면 약을 조심해서 복용해야 하거든.”전씨 할머니는 장손에게 주의하라고 귀띔했다.하예정이 말했다.“할머니, 저도 알아요. 약 함부로 먹지 않을게요. 참을 만해요.”하예정이 부드러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효진이는 입덧도 잘 안 하던데.”하지만 하예정은 벌써 입덧하고 있었다.“사람마다 다르거든. 어떤 이는 첫째를 임신할 때 입덧이 없다가도 둘째를 임신할 때 입덧이 심해서 죽을 지경이라잖아요.”하예정은 아랫배를 만지며 말했다.“입덧하는 시기도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어요.”“잠시 후 제가 예정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서 입덧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를 물어볼게요.”“이제 시작일 뿐인데. 며칠 지나면 토하지 않을지도 몰라.”하예진은 동생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가져다주었다.“언니, 나 물 안 마실래. 마시기만 하면 토할 것 같아. 시큼하거나 짠 음식 없어? 나 먹고 싶어.”전태윤이 바로 말을 이었다. “집에 간식이 없어. 시큼한 음식도 없는데. 내가 사람을 시켜 신맛이 나는 간식을 사 오도록 할게.”숙희 아주머니가 베란다에서 들어오더니 말을 건넸다.“신 거 먹고 싶으세요? 제가 지금 밖에 나가서 매실 몇 봉지 사 올게요.”“지금 귤이 있을까요? 지금 이 계절에 귤이 있을 리가 없지... 그럼 매실을 신거로 사줘요. 정말로 먹고 싶어요.”숙희 아주머니는 서둘러 밖으로 매실 사러 나갔다.하예진은 여동생에게 주의를 주었다.“가끔 매실 한 알만 먹도록 해. 너무 많이 먹으면 이가 약해져.”“알겠어.”전태윤은 아내를 부축하여 소파 앞으로 가서 앉았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아내를 바라보았
그 당시 하예정이 성기현에게 설득하면서 한 말도 전태윤은 마음속에 새겨두고 있었다.특히 유산도 몸에 매우 해롭다는 말을 기억했다.하예정은 전태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전태윤의 시선과 마주친 하예정은 곧 남편이 무슨 생각을 하지는 지 이내 알아보았다.그리고 방금 남편이 몇 번이나 말을 하려다가 참는 모습도 모두 유의하고 있었다.“태윤 씨, 꿈도 꾸지 말아요!”하예정은 진지하게 경고했다.“태윤 씨가 우리 사촌 오빠처럼 소란을 피우면 제가 태윤 씨와 이혼할지도 몰라요. 아기야 저 혼자 키울 수 있으니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예정아.”“왜요?”전씨 할머니와 하예진은 하예정이 내뱉은 말들을 듣더니 화들짝 놀랐다.이혼 얘기를 꺼낼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지난번 이혼 얘기를 꺼낸 적은 전태윤 신분이 공개되자마자 하예정이 격하게 반응했을 때였다.전태윤은 미친 사람처럼 날뛰었다.두 사람이 심하게 다투었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도 엄청나게 걱정하고 있었다.다행히도 그 뒤로 두 사람 사이가 원래대로 좋아졌지만 말이다.그 후로 하예정은 다시는 전태윤 앞에서 이혼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전태윤이 이혼이라는 두 글자를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알 수 있었다.“그냥 생각해봤을 뿐이야. 내가 얘기도 안 꺼냈잖아. 나도 네가 사촌 형수님처럼 힘들어 할까 봐, 가슴 아파서 그러는 거야. 화내지 마. 당신 화내면 안 좋잖아. 당신이 기분이 좋아야 우리 아기도 행복하지.”전태윤은 다시는 그런 말을 내뱉지 않겠다고 아내를 달랬다.하예정은 전태윤의 옷깃을 잡으며 매서운 눈빛으로 경고했다.“생각하지도 마요!”“알았어. 다시는 안 그럴게. 생각도 안 할게. 화내지 마. 이혼 얘기도 꺼내지 말고. 내가 그 두 글자를 가장 두려워하는 거 알면서.”전태윤은 사랑스러운 아내를 끌어안으며 말했다.“내 잘못이야. 화내지 마. 우리 아이 한 명만 낳자. 다시는 낳지 말자.”“점쟁이도 내가 아들딸 모두 가질 운명이라고 했지만.”하예정은 모연정처럼 아들과 딸을 다 낳고 싶
전씨 할머니는 또 손바닥으로 전태윤의 팔을 호되게 치려고 했다.하예정은 이내 전씨 할머니의 손을 잡았다.“할머니, 저 이젠 화 안 나는걸요. 자꾸 때리지 마세요. 서른도 넘은 사람을 자꾸 때리면 얼마나 창피하겠어요.”“예정이가 너를 감싸며 잘못한 게 없다고 해도 할머니가 너에게 경고해야겠어. 너 이 녀석 딴 생각하면 할머니가 절대로 널 용서 안 할 거야!”전태윤은 쓸쓸히 웃었다.“알겠어요. 저도 원래 말 듣잖아요. 언제 딴 생각했다고 그러세요.”곧 숙희 아주머니가 매실을 사 들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하예정은 재빨리 포장을 뜯어 매실을 입에 넣었다. 신맛이 입에서 퍼지자 하예정은 그제야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너무 맛있어요!”하예정이 맛있어하는 표정을 본 전태윤도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한참을 휴식을 취한 후 전태윤은 하예정을 데리고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다.전씨 할머니와 하예진은 여전히 발렌시아 아파트에 남았다.숙희 아주머니는 계속해서 집안일을 하고 있었다.한참을 바삐 돌아친 전씨 할머니는 그제야 하예진과 노동명에 대해 물어 보았다.“너와 동명이는 아직도 진전이 없는 거야? 동명은 너에게 진심인 것 같던데. 동명 어머님도 이젠 반대하지는 않으실 거고. 기회를 한 번 주는 건 어때?”하예정을 돌보기 위해 전씨 할머니는 더는 손자며느리를 고르기 위한 외출을 하지 않으려 했다.하지만 어르신은 아직도 시간만 나면 중매를 서려고 뛰어다녔다.전씨 할머니는 하예진과 노동명의 일도 마음에 담아두었고 노동명을 도와주려 했다.하예진도 우수한 여자였다.이혼했고 아이도 있지만 노동명이 싫어하지 않는 한 두 사람은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지금 시대는 옛날 시대와 완전히 달랐다.예전 사람들은 이혼이 창피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무리 못살아도 참아야 한다고 여겼다.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더는 살 수 없다고 생각하면 인연을 끊고 자유롭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하예진이 한참을 침묵하더니 대답했다.“저는 지금 사업 때문에 바빠
하예진은 한참 침묵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졌어요. 지금은 회복 중이라 제가 얼마 전에 우빈이 데리고 병문안 갔고요.”전씨 할머니가 말을 이었다.“형인 씨는 여전히 너와 재결합할 생각인 거야?”“후회하고 있지만 저와 재결합하려는 말은 꺼내지 않았어요. 현주 씨와 이혼하지 않았거든요. 그의 가족들은 모두 이혼했으면 했지만 형인 씨 말을 들어보니 이혼하려는 생각은 없는 것 같더라고요.”“하지만 형인 씨가 이혼한다 해도 저는 재혼 할 생각은 없어요. 형인 씨가 우빈의 아버지이기 때문에 우빈이가 형인 씨와 만나서 감정을 키우는 것은 막지는 않을 거예요.”“형인 씨가 그 당시 저와 더치페이를 제안한 순간부터 우리의 인연을 그곳에서 끊어졌거든요.”하예진은 한참을 그렇게 생각하다가 또 입을 열었다.“주씨 집안사람은 지금 형인 씨가 저와 재혼시킬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저는 전혀 그럴 생각 없어요. 제 마음이 상하다 못해 이미 다 죽어버렸는걸요. 다시 돌아갈 생각조차 없어요.”“남은 삶 저 혼자 살지언정 절대로 다시 재혼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주씨 집안 사람들이 우리가 재혼하기를 원하는 이유는 감정 때문도, 우빈이 때문이 아닌 단지 제가 사업이 잘되어가고 예정이가 전씨 가문의 큰 사모님으로 된 것을 알고 난 뒤로 이익을 챙기려는 것뿐이죠.”“저에게 일이 생기면 저는 스스로 해결하는 편이에요. 제부에게 도움을 청해서 예정이를 난감하게 만들고 싶지 않거든요. 따라서 그 집안의 사람들이 예정의 발목을 잡게 내버려 둘 수도 없고요.”“허구한 날 헛된 꿈만 꾸는 분들이시거든요. 제 고향 친척들과 겨룰만한 사람들이에요. 그들 인성은 정말 제가 입에 올리기도 싫은걸요.”하예진은 자기 일 때문에 여동생이 난감해할까 봐 늘 걱정했다. 하예진이 비록 큰이모를 되찾고 큰이모 집안도 형편이 좋아서 그녀에게도 후원자가 생긴 셈이긴 했지만 성씨 가문은 결국 하씨 집안이 아닌 성씨 가문이었다.하예진은 전씨 가문이 여동생을 무시할까 봐 늘 걱정하고
한편 호텔에서 도아영을 돌보던 전이혁은 전창빈의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단독으로 그에게 음성 메시지로 물었다.[너 그 먼 곳까지 가서 가정 요리사를 하려고?]전창빈은 소파에 앉아 답장을 보냈다.[안 될 건 없지?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 자리는 도전적이잖아. 내가 합격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어. 다행히도 형 동생이 모든 경쟁자를 물리쳤지 뭐야. 난관을 하나둘씩 돌파했어.]전이혁이 회답했다.[요리사 하나 뽑는 걸 대통령 선거처럼 하는구먼. 얼마나 있을 계획이야? 설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명절에는 안 오려고?]전창빈이 답장했다.[설날에는 아마 못 갈 것 같아. 여기 주인이 날 해고하면 그때나 갈 수는 있겠는지.]전이혁이 피식 웃었다.[네 실력으로는 해고당할 리가 없잖아. 네가 주인을 해고하는 게 더 말이 되겠다. 이해가 안 가. 왜 그 먼 곳까지 가려고 한 거야? 넌 사업도 있는데... 어디서 요리하든 다 마찬가지일 텐데 굳이 몇천 리나 떨어진 곳까지 갈 필요가 있나? 거기 추울 텐데 너 괜찮겠어?]전창빈이 대답했다.[우리 추위를 못 타본 것도 아니고. 형도 할머니에 의해 눈이 수북이 쌓인 산으로 버려지지 않았어? 내 얘긴 그만하고... 형은 어때? 우리 미래의 형수님께 구애하기 시작했어?]‘난 벌써 움직이고 있는데 형이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가 나중에 민아 씨와 함께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갈 때 형은 대체 어쩌려고?’전창빈은 속으로 생각했다.전씨 할머니의 지팡이가 전창빈의 등짝을 때리지 않는다면 해가 서쪽에 뜨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말도 마라. 정말 귀찮아. 큰형수님이 오늘 저녁에 우리한테 밥 사주셨어.]전창빈이 웃으며 회답했다.[하하! 괴로웠겠네.][내 말이. 할머니께서 나에게 정해주신 그 여자분이 큰형수님을 찾아가 하소연했더니 큰형수님이 우리 두 사람에게 밥을 사주신 거 있지.][형이 우리 형수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아직 너의 형수님이 아니거든!]전이혁은 전창빈의 호칭을 정정했다. 그는 도아영과
“저는 앞으로 큰아가씨의 평가에 근거해서 요리 방법을 조정해 나갈 거예요. 그렇게 해야만 실력을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만드는 모든 요리를 큰아가씨께서 만족해하시면 제가 여기에서 졸업할 수 있겠네요.”강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되면 큰아가씨께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걸요.”‘평생 선우민아 씨를 위해 요리해 드리는 건 기쁜 일이지.'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전창빈은 꾹 참았다. 이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설령 전창빈이 선우민아에게 애정 공세를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고 해도 이런 생각을 드러내서는 절대로 안 된다.선우민아가 가업을 운영한다는 건 그녀가 매우 유능한 인물이라는 증거다. 이렇게 강한 강한 여성은 쉽게 넘볼 수 없는 상대이다.전호영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너무 힘들어서 하예정의 도움을 받은 끝에야 지름길을 택할 수 있었고 고현의 마음을 얻었다.강진은 그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깨닫고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전창빈 씨, 오늘 오후 내내 바쁘셨는데 일찍 쉬세요. 내일 아침 큰아가씨를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가장 일찍 아침을 드시는 분은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입니다. 민기 도련님은 학교에 가야 해서 일찍 식사하시고 큰아가씨는 매일 민기 도련님을 학교에 데려다주신 후 회사에 가시니까 두 분은 늘 함께 식사하시는 편이에요. 하여 아침 7시쯤이면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의 아침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의 아침은 9시 이후에 준비하시면 돼요.”전창빈이 말을 건넸다.“그 시간대면 아침과 점심을 함께 드시는 거네요.”“어르신과 사모님은 그렇죠. 점심 무렵에 일어나셨다가 식사 후에는 외출하셔서 저녁에야 돌아오세요. 때로는 안 오시기도 하는데, 그럴 땐 제가 미리 알려드릴게요. 안 오시는 날은 창빈 씨가 쉬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냥 자신의 배만 채우시면 돼요.”여기에서는 사실상 선우민아 자매만 아침을 먹는 셈이다.“큰아
동생 선우정아가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며 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지금은 네가 전창빈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는 일이니까. 앞으로 매일 여기 와서 식사해. 전창빈 씨와 접촉할 기회도 많아져야 그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거 아니야. 만약 그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거리가 멀어도 너희 부모님께서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하실 거야. 혹은 전창빈 씨에게 우리 지역에서 사업을 하게 하고 여기서 집을 사도록 하든가.”선우정아는 또 벙어리가 되어버렸다.선우민아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선우정아는 앞으로는 감히 그 집에 밥 먹으러 가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여겼다.선우민아가 자꾸 자신이 전창빈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지 않는가.전창빈은 미래의 아내는 지금 미래 처제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전이혁은 강진을 따라 숙소로 돌아갔다. 강진은 웃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전창빈 씨, 이제 우리는 동료가 되었군요. 오래 함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선우씨 가문의 여러 집안이 같은 대저택 안에서 함께 살고 있었지만 집안마다 독립된 공간이 있었다.선우민아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었기에 강진 역시 1년 정도는 함께 일할 사람을 원했다.요리사와 친해지기도 전에 퇴직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전창빈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집사님과 오래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가 요리들을 더 연구해서 큰아가씨께서 제 요리만 먹고 싶어 하도록 해야겠네요.”“큰아가씨께서 창빈 씨 요리만 고집하게 만들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요리 대회에 나가면 ‘요리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을 만큼요.”선우민아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전창빈은 웃으며 말했다.“‘요리의 신'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저는 단지 제 요리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손님들을 만족시키고 싶을 뿐이죠.”전창빈은 그가 고용한 요리사들에게는 항상 조언을 해주곤 한다. 본인이 잘 배워야 현재 이끌고 있는 요리사들도
선우민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런 사업을 가진 사람을 네가 정말 좋아한다면 작은아버지와 숙모도 반대하지 않으실 거야. 다만 전창빈 씨가 관성 사람이라 우리랑 거리가 너무 멀어. 작은아버지와 숙모는 네가 먼 곳으로 시집가는 걸 아쉬워할 수도 있을 거야.”선우정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언니! 제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저는 정말 그런 마음 없단 말이에요. 오히려 저는 그분이 언니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우리 자매 일곱 명 중 언니가 맏이라 당연히 언니가 먼저 시집가야죠. 제가 언니를 앞지를 순 없잖아요.”착각인지 정말 본 건지, 선우정아는 전창빈이 선우민아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특별한 시선이 느껴졌다.그리고 전창빈은 사실 정말로 선우민아를 위해 온 거였다.아니, 정확히는 선우민아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다른 손님들도 분명히 만족시킬 수 있을 테니까.선우정아는 생각했다. 선우민아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동생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우리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잖아. 게다가 사촌 자매이기도 하기 때문에 네가 나보다 먼저 시집간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안 되거든. 나는 당분간 시집갈 생각 없어. 만약 고려한다 해도 이 지역의 사람일 거야. 생각해봐, 민기와 민수는 아직 몇 살밖에 안 됐는데 애들이 커서 사업을 이어받을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20년은 더 기다려야 되잖아. 이 20년 동안 우리 자매는 계속 회사를 떠받쳐야 해. 만약 우리가 먼 곳으로 시집가면, 누가 회사를 이끌겠어? 셋째와 넷째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거야 아니야.”셋째 동생과 넷째 동생도 이제 성인이 되어 사업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거대한 가업을 떠받칠 능력이 되지 못했다.하여 선우민아는 자연스레 먼 곳으로 시집갈 생각이 없었다. 시집을 간다 해도 A시의 남자에게 시집갈 것이다. 그래야 시집가서도 친정 회사를 계속 관리할 수 있으니까.앞으로 선우민기
전창빈이 말했다.“행동으로 보여드리죠.”선우정아는 눈썹을 치켜들며 웃었다.“전이혁 씨는 정말 자신만만하신가 봐요.”선우민아는 선우정아를 한 번 흘겨보더니 전창빈에게 물었다.“그럼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이 자리를 위해 온 만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세요. 강 집사님께서 이미 숙소를 준비해 뒀을 테고 월급은 내일부터 계산됩니다. 한 달의 수습 기간이 있고 수습 기간 중 급여는 일당으로 지급됩니다. 공짜로 일을 시키진 않을 거예요.“누구든 마찬가지로 하루 일하면 하루 급여를 계산해 주었다.“집사님께서 어제 이미 숙소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급여는 어떻게 계산되든 상관없습니다. 전 도전을 위해 온 거지 월급을 위해 온 게 아니니까요.”전이혁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아내만 부족할 뿐...“좋아요. 지금은 숙소로 가서 쉬세요. 우리 집에서의 하루 세끼 준비 시간은 집사님께서 알려주실 거예요. 아침을 제외한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은 변함없어요.”선우씨 가문의 사람들 아침 식사는 각자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었다.전창빈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집사님께 여쭤보겠습니다.”그는 다시 모두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전창빈이 떠나자 선우민아도 일어서서 가족들에게 말했다.“저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민기한테는 주말에 데리고 나가주겠다고 전해주세요.”선우민기는 그녀보다 스무 살이나 어렸기 때문에 남동생을 아들처럼 키웠다.선우민기는 선우민아를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랐다.선우정아도 그녀의 언니를 따라 일어섰다.“저도 일 보러 갈게요.”한경주가 딸에게 당부했다.“접대할 때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몸에 해로워.”“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5년 전의 제가 아닌걸요.”선우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회사를 막 이어받았을 때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땐 위엄도, 경험도 없었고 회사에
그러나 전창빈은 사업을 확장하거나 삶을 즐길 생각은 하지 않고 먼 길을 떠나 여기까지 와서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로 지원했다.선우민아는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전창빈은 솔직하게 대답했다.“도전하려고 왔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요리를 좋아했고 스승을 모셔 요리 실력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여러 구역의 다양한 요리를 연구하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창업으로 작은 성공을 거두었지만 산 밖에 산이 있고 사람 위에 사람이 있는 법이라고 여기기에 계속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손님들의 입맛이 바로 저를 발전하게 하는 원동력이니까요.”전창빈은 자신의 요리가 손님들이 맛있다고 생각해야만 요리 실력이 검증된 것으로 생각했다.손님들이 그 요리에 대해 조언을 해주면 그것을 개선해 더 높은 수준의 요리 실력을 갖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선우민아처럼 까다로운 손님을 만났을 때 그녀의 평가는 전창빈을 더욱 발전하게 할 것이다.선우민아는 그가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 자리에 도전하고 싶어서 온 것임을 직감하고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자신이 갑이 되는 것과 남의 밑에서 일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에요. 전이혁 씨는 제대로 고려해보셨나요? 만약 우리 가문에서 요리사로 일한다면 우리 가문만의 가정 요리사가 되어 전국의 다양한 손님을 상대할 기회가 없어요. 아마 전이혁 씨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죠.”전창빈은 빙그레 웃으며 선우정아와 시선을 마주치며 대답했다.“아마 큰아가씨님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몇 명 없을 겁니다. 제가 여기서 일하면 전국의 손님을 상대할 수는 없겠지만 큰아가씨께서 싫증 내지 않을 정도로 1년 정도 일할 수 있다면 제 요리 실력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실력을 키워 앞으로 관성으로 돌아가면 제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도 손님이 떼구름처럼 몰려들겠죠.”전창빈은 자신의 요리사들을 이끌어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전국의 손님들이 고향의 전통 요리와 관성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노
강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 경험상으로 보면 전창빈 씨는 합격일 겁니다. 어서 큰아가씨를 뵈러 가세요. 긴장할 필요 없어요. 큰아가씨는 표정이 좀 진지하지만 사실은 매우 좋은 분이십니다.”“감사합니다.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전창빈은 엄격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선우민아가 아무리 엄격해도 그의 큰형 전태윤보다는 못할 것이다.엄격한 전태윤의 얼굴에 익숙해진 전이혁은 이미 엄격한 사람들에게 면역력이 생겼다.전창빈은 강진을 따라 주방을 나섰다.강진은 전창빈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주방을 나선 후에도 전창빈은 여기저기 둘러보지 않았고 또 선우씨 가문 저택의 호화로움에 놀라지도 않았다.다른 지원자들은 늘 선우씨 저택의 사치스러움에 압도되어 주변을 둘러보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과는 달랐다.강진은 전창빈이 분명 세상 물정을 다 겪어본 사람이거나 굉장한 침착성을 가진 사람일 거로 생각했다.어쨌든 강진은 눈앞의 이 젊은 요리사에게 좋은 인상을 받았다. 아마 내일이면 동료가 될 것 같았다.강진은 전창빈을 데리고 선우민아가 앉은 자리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멈추어 섰다. 그는 전창빈에게 잠시 기다리라는 신호를 보낸 후 먼저 나아가 공손히 말했다.“큰아가씨, 전창빈 씨께서 오셨습니다.”선우씨 가족 중 전창빈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오직 선우정아뿐이었다.다른 사람들은 그때 집에 없어 전창빈을 직접 보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다들 그를 보더니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한경주가 남편 선우진혁에게 소곤거렸다.“정말 젊어 보이네요. 우리 민아랑 비슷한 나이 같아요.”선우진혁도 고개를 끄덕였다.“젊네. 보아하니 매우 침착해 보이고. 조금도 긴장하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구먼.”“이 요리사분이 매우 잘생겼다는 생각 안 들어요?”선우씨 가문의 둘째 부인, 즉 선우정아의 어머니가 작은 목소리로 시누이에게 말했다.한경주가 웃으며 대답했다.“정말 잘생겼네요.”선우정아도 말을 이었다.“제 말 이제 믿으시죠? 제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가 매우 젊고 잘
선우민기는 입을 삐죽 내밀며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민기야, 오늘 저녁 요리 맛있었어?”선우민아가 동생에게 물었다.“맛있어요. 엄청 맛있었어요.”사촌 동생도 따라 말했다.“정말 정말 맛있었어요. 누나, 저 앞으로 매일 누나 집에 와서 밥 먹어도 돼요?”선우민아가 웃으며 대답했다.“오고 싶으면 오렴. 하지만 너랑 민기는 밥 잘 먹어야 해. 놀기만 하면 안 된다?”두 꼬마가 함께 모이면 말 그대로 손오공이 천궁을 뒤집어 놓는 수준이었다.가문의 후손에 남자아이가 둘뿐이라 모두가 그들을 귀여워했다. 선우씨 가문의 누나들이 집에 없을 때면 두 꼬마는 진짜로 지붕조차 뒤집을 기세였다.어르신들이 말릴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만약 두 꼬마가 지붕을 뜯으려 하면 오히려 사다리를 대줄 정도니까.“알았어요. 저희 꼭 말을 잘 들을게요.”“그래, 너희 둘 밖에 나갈 땐 외투 꼭 입고 나가야 해. 밖이 너무 추워.”두 꼬마는 기쁜 마음으로 손을 잡고 집에서 뛰쳐나갔다.동생들이 모두 놀러 나가자 선우민아가 집사에게 지시했다.“아저씨, 전창빈 씨를 만나게 해줘요.”강진이 공손하게 대답했다.“네. 바로 전창빈 씨를 불러오겠습니다.”선우민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자리를 떠났다. 그녀가 이동하자 가족들도 모두 따라 일어나 거실 소파에 앉았다.선우민아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를 만나고 싶다고 하자 선우씨 가족들은 바로 그 지원자가 채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직감했다.확실히 오늘의 저녁 식사는 온 가족을 만족시켰다.선우민아의 입맛이 까다로워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다. 그들은 선우민아 덕분에 항상 최고의 요리사가 준비한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비록 그녀만큼 입맛이 까다롭지는 않았지만 요리의 품질을 가리는 안목은 그래도 꽤 좋은 편이다.강진이 미소를 머금으며 주방으로 들어갔고 전창빈이 의자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모습을 보자 그쪽으로 다가갔다.발소리를 들은 전창빈은 휴대전화에서 시선을 떼었고 고개를 들어
원림성 A시.전창빈은 모든 요리를 다 하고는 주방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휴대전화를 꺼내 뉴스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그는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온종일을 바쁘게 보냈다.정확히 말하면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지금까지 준비한 모든 것이 전부 오늘 저녁 식사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그리고 저녁이 되어서야 주인공이 돌아왔다.잠시 기다린 후, 전이진이 오후 내내 준비한 요리들이 하나둘씩 하인들에 의해 운반되어 나갔다. 물론 그는 나갈 필요가 없었다.선우민아가 그의 요리를 맛본 후 만족스럽다면 전창빈을 불러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통보도 없이 주방에 머물다가 선우씨 가족들이 모두 식사를 마치고 떠나면 집으로 돌아야 한다.비록 전창빈은 자신의 요리 실력에 대한 확신이 있지만 밖이 완전히 어두워졌는데도 선우민아의 면담 요청이 없었다. 그는 겉으로는 여전히 뉴스를 보며 담담해 보였으나 속으로는 조금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다.그는 송일우처럼 세 번이나 도전하는 상황은 원치 않았다. 송일우는 몇 년이나 도전했지만 여전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에 실패한 뒤로는 다시 오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나이도 점점 들어가고 있었던 모양이다.한편 선우씨 가족들이 이미 식사를 마치고 있었다.선우민아도 냅킨으로 입가를 닦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 앉아 있던 선우민아의 어머니 한경주가 관심 있게 물었다.“민아야, 이번 지원자가 만든 음식은 어때?”선우민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한경주는 계속해서 말했다.“엄마 생각엔 괜찮은 것 같은데 그냥 채용하는 게 어때?”선우민아의 남동생 선우민기는 의자에 털썩 앉아 배를 만지며 말했다.“누나, 나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아. 이번 요리는 정말 맛있었어. 오랜만에 이렇게 배불리 먹었어.”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선우민기의 배를 가볍게 톡 치며 눈가에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너는 굶은 적도 없으면서 왜 이렇게까지 많이 먹었어? 이번만 먹고 다음 끼니는 못 먹을 거로 생각한 건 아니지? 좀 앉아 이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