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의 업계에 대한 조사를 하기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니려고 문을 나서려던 하예진은 이씨 가문의 경호원들에게 길이 막혔지만, 전혀 놀라지 않았다.하예진은 이은화가 그녀를 조만간 찾아올 것으로 짐작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행동할 줄은 몰랐다.“무슨 일이세요?”이씨 가문의 경호원은 공손히 말했다.“예진 씨, 우리 대표님께서 오늘 저녁 연회에 예진 씨를 초대하시려고 해요. 부디 가셔서 저녁 식사를 하셨으면 좋겠네요. 우리 대표님께서 예진 씨가 거절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하세요. 모두 한 가족이니 서로 다니면서 지내는 것이 좋겠다고 하십니다.”“우리 대표님께서 이미 방을 깨끗이 정리하셨고 예진 씨가 그곳으로 이사 가셔서 묵으시라고 하세요. 이 대표님께서 모르시면 그만이지만 예진 씨가 오신 것을 아신 이상 호텔에 묵게 해서는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하루 호텔이 전씨 그룹 밑의 호텔인데도 말이다.하예진이 말을 이었다.“돌아가셔서 이 대표님께 제가 저녁에 식사하러 갈 수는 있지만 묵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전해주세요. 저는 하루 호텔에서 묵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분들을 방해하기 싫거든요.”이씨 가문은 이은화의 구역으로 그곳에서 이은화는 마치 고대 황제와 같은 독재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다.하예진을 개미 한 마리 죽이듯이 쉽게 죽일 수 있는 곳이다.만약 하예진이 이씨 가문으로 이사한다면 아마 어떻게 죽었는지조차 모를 것이다.호랑이 굴에 들어가지 않으면 호랑이 새끼를 얻을 수 없겠지만 호랑이가 너무 많으면 목숨이 더 소중한 법이다.목숨이 없으면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하예진에게 전해야 할 말은 전한 이씨 가문의 경호원들은 하예진의 회답을 받고 돌아가 이은화에게 전하려 했다.경호원이 말을 건넸다.“돌아가서 대표님께 전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실례했습니다.”하예진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이씨 가문의 경호원들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고 차를 몰고 하루 호텔을 떠났다.하예진은 자신의 경호원에게 분부했다.“아래층에서 기다리세요. 호
전호영이 말했다.“이따가 고씨 그룹으로 고현 씨를 만나러 가는데 그녀에게 오늘 저녁에 시간이 되는지 물어보고 우리 두 사람이 누나와 함께 가드릴게요. 오늘 밤 그 늙은 여자가 누나한테 손을 쓸 수 없다고 쳐요. 우리 두 사람이 오늘 따라가게 되면 앞으로 누나 혼자 이씨 가문으로 가게 된다고 해도 그 늙은 여자가 누나 배후에 우리가 서 있다는 사실을 명기하게 될 거에요. 누나를 강성에서 죽이려고 해도 잘 고려하게 될 거니까요. 우리 가문은 말할 것도 없고 고현 씨 강성에서의 세력을 봐서라도 잘 고려해야 할거에요.”“고현 씨를 끌어들이는 건 좀 그렇지 않을까요? 고씨 가문과 이씨 가문은 평소 서로 비틀림 없이 잘 지내고 있던 사이일 텐데 우리와 이씨 가문의 사적인 때문에 고현 씨를 끌어들일 수는 없어요.”전호영이 말려든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하예진의 여동생은 전호영의 큰형수였기 때문에 전호영이 아무 짓을 하지 않아도 이은화의 눈에는 그를 하예진의 편으로 여길 것이다.전호영이 말을 건넸다.“뭐 어때서요? 고현 씨는 앞으로 제 아내로 될 사람이고 우리 전씨 가문의 셋째 사모님이자 우리 큰형수님과 동서지간으로 지낼 사람인데. 고현 씨가 아무 짓 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그녀가 우리 편에 서 있다고 생각할 거예요.”하예진은 그를 비웃었다.“아직 고현 씨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지 못하셨으면서 벌써 호영 씨 아내라고 표현하시는 거예요? 정말 뻔뻔스럽네요. 제가 보기에 고현 씨는 호영 씨의 뻔뻔함에 속아 어쩔 수 없이 당신과 사귀고 있는 것 같아요.”전호영이 바로 그 뻔뻔하고 껌딱지처럼 미래의 아내에게 붙어있는 남자였다.전호영이 입을 열었다.“우리 큰형이 저에게 전수해 준 비결인데 미래 아내의 마음을 훔치려면 뻔뻔해야 한다고 하셨거든요.”전태윤은 하예정에게 별로 구애하지도 못한 채 사촌 동생들에게 아내 쫓는 경험을 전수해 주었다.“그럼 이렇게 결정해요. 저녁에 저와 고현 씨가 누나와 함께 이씨 가문으로 갈게요.”하예진은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고현을 끌
전호영은 큰 돈다발을 들고 고씨 그룹의 대형 회의실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현은 아직 회의 중이었다.이 여자는 정말 전호영보다도 더 바쁘게 보냈다.그렇게 큰 회사를 운영하면서 고현은 매일 끝없는 회의와 끝없는 서류 처리, 그리고 끝없는 비즈니스를 이어가야만 했다.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밖은 어둠으로 뒤덮였지만, 고현은 여전히 회의 중이었다.저녁 바람은 유난히 쌀쌀했다.전호영이 외출할 때 고현이 그에게 기대게 하여 따뜻함을 느끼게 하려고 특별히 두꺼운 코트를 입었다.고현이 따뜻함이 필요 없는데도 말이다.10분이 지나자 회의실 문이 열렸고 회의에 참석한 고위층 인사들이 회의실 안에서 걸어 나왔다.나오자마자 큰 돈다발을 안고 있는 전호영을 본 사람들은 멈추어 서서 서로 대화하던 동작을 멈추고는 정중하게 전호영에게 안부를 물었다.“전 대표님.”“호영 도련님.”전호영은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전태윤이 없는 장소에서는 전호영을 전 대표님으로 불렀다.그들이 멀리 간 후에야 작은 소리로 토론했다.“호영 도련님은 정말 제가 본 사람 중에 가장 성가시고 뻔뻔한 남자예요.”그들 회사의 젊고 냉랭한 고현은 전호영 때문에 삐뚤어지게 되었다.전호영은 들을 필요도 없었다. 그는 사람들이 늘 하던 대로 뒤에서 그의 험담을 할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고위층 인사들은 전호영 앞에서는 그에게 공손하게 인사하고 있었지만, 뒤에서는 그를 욕했요.이때 고빈이 사람들 뒤에서 나와 전호영을 보며 웃었다. 그리고 전호영이 들고 있는 것이 큰 돈다발이라는 것을 똑똑히 본 후 재빨리 전호영의 앞으로 걸어가면서 빙그레 웃으며 말을 건넸다.“호영 씨, 이렇게 큰 꽃다발을 안고 있다니, 고생이 많으시죠? 자, 제가 그 무게를 덜어드릴게요.”전호영은 옆으로 몸을 돌려 고빈이 내미는 손을 피하며 나머지 손으로 고빈의 손을 밀어냈다.“무겁지 않아요. 고빈 씨 형은요?”“우리 형은 아직도 안에 계세요. 이렇게 큰 돈다발이 안 무거울 리가 없어요. 저한테 주세요. 제가 안아 드릴게요
고빈은 웃으며 자리를 떠나더니 다시 돌아와 잘생긴 전호영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가더니 조심스레 물었다.“호영 씨, 정말 우리 엄마께 제 고자질 하실 생각은 아니죠?”“고빈 씨가 저의 험담을 하지 않는다면 저도 그럴 리가 없죠.”두 사람은 서로를 견제하고 있었다.전호영은 고현이 화낼까 봐 걱정했고 고빈은 그의 부모님이 결혼을 재촉할까 봐 걱정했다.고진호 부부가 고빈에게 결혼을 재촉하지 않더라도 그들의 잔소리만으로도 고빈은 충분히 고통받을 것이다.지금 고진호 부부에게는 전호영이 보물이고 심지어 친아들인 고빈보다 더 귀한 존재였다.고빈은 고현 앞에서 자주 자신이 부모의 자식이 아니라고 투덜거렸다. 그의 부모님이 전호영을 그토록 좋아하시는 것으로 보면 그와 전호영이 뒤바뀌었을지도 모른다고 여겼다.그리고 고현에게 한 대 얻어맞곤 한다.고빈은 자신의 집에서 그의 지위가 가장 낮다고 생각했다.만약 고빈이 여자 친구를 집에 데려온다면 고진호 부부 앞에서 그의 지위가 급격히 상승할 것이다.그러다가 또 고빈은 자신이 여자 친구를 데려온다고 해도 집에서 여전히 지위가 가장 낮다고 생각했다.고진호 부부의 주의력은 전호영으로부터 그들의 며느리에게로 옮겨갈 거니까.아무리 귀한 사위라도, 사위는 모두 다른 집 아들이 그들 고씨 가문의 딸을 데려가기 때문이다.하지만 아들 고빈이 데려온 여자 친구는 앞으로 고씨 가문으로 시집갈 것이기 때문에 고진호 부부는 당연히 미래의 며느리를 더 중시하게 될 것이다.고빈은 중얼거렸다.“너무 자만하지 마세요. 어쩌면 제가 여자 친구를 찾아 집에 데려가게 되면 우리 부모님은 호영 씨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물론 그럴 리가 없다.그는 아직 자신을 설레게 하고 독신 생활을 끝내고 싶은 여자를 만나지 못했다.인연이 아직 닿지 않았을 뿐이다.급하지 않다.조급해해도 소용없다.고현은 모든 사람이 떠난 후에야 회의실에서 나왔다.“자기야.”전호영이 돈과 꽃을 들고 마중 나가면서 그의 멋진 얼굴로 활짝 웃었다.“자기라고
“고빈 씨가 너무 한가해 보이는데 그에게 일을 많이 시키세요.”“맡길 수 있으면 진작에 맡겼어요. 고빈에게 못 맡기고 있는 건 그의 능력이 안 된다는 의미죠. 아직 그럴 능력이 없기 때문에 회사를 넘기지 못하는 거예요.”고빈의 능력은 꽤 좋았다.그러나 고현에 비하면 그래도 좀 못했다.게다가 몇 년 동안 고씨 그룹을 고현에게 맡겼기 때문에 고현은 고빈보다 경험이 더 많았다.고현은 빙그레 웃으며 말을 이었다.“호영 씨가 고빈에게 일을 더 많이 주라고 한 사실을 고빈이가 알면 아마 미치고 팔짝 뛸걸요.”“제가 고빈 씨를 걱정할 때에요? 현이 씨가 매일 이렇게 힘들게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너무 가슴이 아파요. 반면 고빈 씨는 매일 여성 지인들과 쇼핑하고 회식하면서 얼마나 행복하게 사는데요.”고현이 말을 건넸다.“저는 이미 익숙해졌어요. 언젠가 정말 제가 멈춰서서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면 습관이 안 될걸요. 저는 아마도 고생하는 팔자를 타고났나 봐요.”“예진 언니는 어디 있어요?”고현이 물었다.“하루 호텔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우리가 누나를 찾아갈까요? 아니면 누나를 먼저 이씨 가문으로 가라고 할까요? 우리가 여기에서 이씨 가문으로 떠날까요?”고현이 물었다.“언니와 약속된 거 아니었어요?”“약속했죠.”“그럼 약속한 대로 해요. 예진 언니가 호텔에서 괜히 기다리게 하지 말고요. 호영 씨가 진작에 갈라져서 떠나자고 했으면 언니도 그토록 오래 기다릴 필요 없었잖아요.”전호영은 빙그레 웃었다.“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우리가 함께 가면 예진 누나가 더 안전할 거로 생각했거든요.”“예진 언니가 감히 여기까지 오신 것으로 보면 아마도 마음의 준비를 다 했을 거예요. 언니를 구속할 필요는 없어요.”전호영이 말을 이었다.“구속하지 않았거든요. 이곳으로 처음 발을 들여놓으셨기에 저는 누나의 버팀목으로 되어주고 싶을 뿐이에요. 누나가 걱정하시지 않도록 말이죠. 그 늙은 여자는 마음이 모질고 손끝이 매서워서 누나가 그 늙은 여자를 건드리게 될까봐
그와 동시에 이씨 가문에서 이은화는 하예진에게 음식을 대접하려고 가족 연회를 준비하고 있었다.이씨 가문 댁 사람들은 점심부터 바삐 돌아쳤다.이씨 가문의 친척들도 도와주러 왔다.이은화가 집에서 연회를 마련할 거라고 했기 때문에 오늘 저녁 연회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씨 가문의 사람들이었다.이씨 가문에서 약간의 지위가 있는 사람들은 전부 이 연회에 참석할 수 있었다.평범한 친척이거나 이은화와의 관계가 멀어진 사람은 참석할 수 없다.이 때문에 많은 이씨 가문 친척들의 마음은 불편하기만 했다. 이씨 가문의 가족 연회라고 했으면 평범한 친척들도 참석하도록 허락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설령 그들의 관계가 멀어졌다고 해도 그들은 여전히 이씨 가문의 사람들이었다.왜 그들이 가족 연회에 참석할 수 없단 말인가!그들은 이은화에 대한 불만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그러나 마음속에 불만을 품고 있었지만, 이은화가 알면 보복할까 봐 감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이은화는 평범한 친척들에게 낯선 사람보다 더 푸대접했기에 그들은 이은숙을 더 그리워했다.이은숙은 돌아가기 전에 누구에게나 등급을 매기지 않고 평등하게 대했다.가족 연회를 거행할 때면 이은숙은 이씨 가문의 모든 사람이 전부 참석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이은숙과 이은화는 같은 엄마의 뱃속에서 태어났지만 일 처리나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 있어서 차이가 현저하게 나타났다.이은숙의 두 딸을 찾았다고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사적으로 이씨 가문에 큰 이변이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화려한 집안에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물론 전부 이씨 가문의 신분 있는 사람들이다.그들은 이은화의 곁을 맴돌며 그녀에게 아첨하고 비위를 맞추어 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대표님, 군호 아저씨는 어디 가셨어요?”이때 이씨 가문의 친척 이연호가 무심결에 물어보았다.그는 들어와서 지금까지 한참 동안 앉아 있었는데도 정군호를 보지 못해 이은화에게 물었다.이연호의 물음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그를 쳐다보았다.모든 사람이 자신
이은숙의 남편은 그녀를 일편단심으로 대했고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러나 정군호는 늘 사심을 품고 있었기에 이은화에 대한 감정이 순수하지 않았다.역시 너무 잘생긴 남자는 믿을 수 없다.“그래요? 편찮으시다고요? 그럼 푹 쉬어야죠.”이연호는 이은화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은화의 말을 이어가면서 더는 정군호에 관해 묻지 않았다.다른 사람들도 재빨리 다른 화제를 찾아서 이은화에게 말을 걸었다.이때 집사는 황급히 들어와 이은화 곁으로 다가가 공손하게 말했다.“가주님, 하예진 아가씨께서 오셨습니다.”집안은 또다시 조용해졌다.이은화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이윤정과 세 아들을 향해 말했다.“너희들이 예진이를 마중하러 나가. 너희들이 예진의 선배지만 멀리서 오신 손님이기 때문에 우리도 예의를 갖추어 손님을 대접해야 해.”따져보면 하예진은 정일범 형제들을 외삼촌이라고 불러야 했다.“알았어요.”정일범은 대답하면서 동생들을 데리고 화려한 집안을 나서서 별장 대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그들이 별장 입구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윤미의 차가 들어오는 것을 보았고 그녀의 뒤에는 검은색 승용차 몇 대가 따라 들어왔다.이윤미는 차를 세우고 바로 차에서 내려 그 승용차들이 잘 주차하도록 도와주었다.그리고 그녀는 곧장 벤츠 차로 향했다.차에서 내린 사람은 하예진이었다.이윤미는 미소를 지으며 하예진에게 오른손을 내밀었다.“예진 씨.”하예진도 그녀와 악수하면서 인사했다.“귀찮게 했는지 모르겠네요.”“귀찮긴요. 우리 엄마가 오늘 저녁에 가족 연회에 초대한 것은 예진 씨를 한 가족으로 생각하시기 때문이에요. 어색해할 필요 없이 자기 집에 있는 것처럼 편히 계시면 돼요.”하예진은 웃고 있었을 뿐 말을 잇지 못했다.정일범은 동생들을 데리고 다가갔다.하예진은 이윤미 앞에 서 있었고 그들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바라보았다.이윤미도 고개를 돌려 정일범 형제와 이윤정을 보더니 그들을 하예진에게 소개해 주었다.“가장 앞에서 걷고 있는 회색 양복
정일범은 동생들을 데리고 하예진에게 다가가 친절하게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예진 씨, 저는 이씨 가문의 맏이, 정일범이라고 합니다. 촌수로 따지면 제가 큰외삼촌이 된다고 저희 어머니께서 말씀하시더라고요.”“그리고 여기는 둘째, 셋째 동생들이에요. 윤정아, 너와는 이미 안면이 있는 사이일 거야.”정일범은 자기 동생들을 한 명씩 소개해 줬다.하지만 하예진은 그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일 뿐 그를 큰외삼촌이라고 부르지 않았다.이은화와 만났을 때도 제대로 예의를 갖춰 부른 적이 없었다. 그녀가 여태껏 단 한 번도 이경혜와 하예진의 어머니가 그녀의 조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또한 지난번에 이은화가 성씨 가문에 가서 이경혜를 만났을 때도 너무 티가 나게 불쾌해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족애가 생길 리 있나.지금 그들 사이에는 오직 원한만 남아있다. 이때, 이윤정이 더는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어른을 보고도 인사 한마디 안 하다니. 이래서 가정교육을 못 받은 사람들은 어딜 가나 티 나는가 봅니다.”그녀의 말에 하예진이 되물었다.“무슨 근거로 그쪽이 어른이에요? 이모도 제 앞에서는 아무런 불만이 없었는데 당신이 뭐라고 제가 예의를 갖춰야 하죠? 더구나 진짜 이씨 가문의 사람도 아닌 주제에 왜 끼어들어요?”몇 마디의 독설로 단번에 이윤정의 입을 닫게 했다.하예진에게 어른 대접을 받고 싶었으나 역시나 호락호락하지 않은 사람이다. “예진 씨, 이만 들어가서 이야기 나눕시다. 엄마가 아까부터 안에서 기다리고 있어요.”이윤미는 그런 이윤정을 못 본 척하더니 하예진을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그리고 이씨 가문 저택에 대해 하나하나 친절하게 안내했다.정일범과 같이 온 동생들은 그들을 곧바로 따라가지 않고 그대로 서 있었다.그러다가 두 사람이 어느새 멀어진 걸 확인한 뒤에야 이윤정은 불같이 화를 내며 정일범에게 말했다.“오빠, 언니는 날이 지날수록 우리를 무시하는 것 같아!”“그리고 저 하예진, 저 계집애는 고아에 이혼까지 당한 주
한편 호텔에서 도아영을 돌보던 전이혁은 전창빈의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단독으로 그에게 음성 메시지로 물었다.[너 그 먼 곳까지 가서 가정 요리사를 하려고?]전창빈은 소파에 앉아 답장을 보냈다.[안 될 건 없지?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 자리는 도전적이잖아. 내가 합격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어. 다행히도 형 동생이 모든 경쟁자를 물리쳤지 뭐야. 난관을 하나둘씩 돌파했어.]전이혁이 회답했다.[요리사 하나 뽑는 걸 대통령 선거처럼 하는구먼. 얼마나 있을 계획이야? 설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명절에는 안 오려고?]전창빈이 답장했다.[설날에는 아마 못 갈 것 같아. 여기 주인이 날 해고하면 그때나 갈 수는 있겠는지.]전이혁이 피식 웃었다.[네 실력으로는 해고당할 리가 없잖아. 네가 주인을 해고하는 게 더 말이 되겠다. 이해가 안 가. 왜 그 먼 곳까지 가려고 한 거야? 넌 사업도 있는데... 어디서 요리하든 다 마찬가지일 텐데 굳이 몇천 리나 떨어진 곳까지 갈 필요가 있나? 거기 추울 텐데 너 괜찮겠어?]전창빈이 대답했다.[우리 추위를 못 타본 것도 아니고. 형도 할머니에 의해 눈이 수북이 쌓인 산으로 버려지지 않았어? 내 얘긴 그만하고... 형은 어때? 우리 미래의 형수님께 구애하기 시작했어?]‘난 벌써 움직이고 있는데 형이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가 나중에 민아 씨와 함께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갈 때 형은 대체 어쩌려고?’전창빈은 속으로 생각했다.전씨 할머니의 지팡이가 전창빈의 등짝을 때리지 않는다면 해가 서쪽에 뜨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말도 마라. 정말 귀찮아. 큰형수님이 오늘 저녁에 우리한테 밥 사주셨어.]전창빈이 웃으며 회답했다.[하하! 괴로웠겠네.][내 말이. 할머니께서 나에게 정해주신 그 여자분이 큰형수님을 찾아가 하소연했더니 큰형수님이 우리 두 사람에게 밥을 사주신 거 있지.][형이 우리 형수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아직 너의 형수님이 아니거든!]전이혁은 전창빈의 호칭을 정정했다. 그는 도아영과
“저는 앞으로 큰아가씨의 평가에 근거해서 요리 방법을 조정해 나갈 거예요. 그렇게 해야만 실력을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만드는 모든 요리를 큰아가씨께서 만족해하시면 제가 여기에서 졸업할 수 있겠네요.”강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되면 큰아가씨께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걸요.”‘평생 선우민아 씨를 위해 요리해 드리는 건 기쁜 일이지.'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전창빈은 꾹 참았다. 이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설령 전창빈이 선우민아에게 애정 공세를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고 해도 이런 생각을 드러내서는 절대로 안 된다.선우민아가 가업을 운영한다는 건 그녀가 매우 유능한 인물이라는 증거다. 이렇게 강한 강한 여성은 쉽게 넘볼 수 없는 상대이다.전호영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너무 힘들어서 하예정의 도움을 받은 끝에야 지름길을 택할 수 있었고 고현의 마음을 얻었다.강진은 그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깨닫고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전창빈 씨, 오늘 오후 내내 바쁘셨는데 일찍 쉬세요. 내일 아침 큰아가씨를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가장 일찍 아침을 드시는 분은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입니다. 민기 도련님은 학교에 가야 해서 일찍 식사하시고 큰아가씨는 매일 민기 도련님을 학교에 데려다주신 후 회사에 가시니까 두 분은 늘 함께 식사하시는 편이에요. 하여 아침 7시쯤이면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의 아침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의 아침은 9시 이후에 준비하시면 돼요.”전창빈이 말을 건넸다.“그 시간대면 아침과 점심을 함께 드시는 거네요.”“어르신과 사모님은 그렇죠. 점심 무렵에 일어나셨다가 식사 후에는 외출하셔서 저녁에야 돌아오세요. 때로는 안 오시기도 하는데, 그럴 땐 제가 미리 알려드릴게요. 안 오시는 날은 창빈 씨가 쉬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냥 자신의 배만 채우시면 돼요.”여기에서는 사실상 선우민아 자매만 아침을 먹는 셈이다.“큰아
동생 선우정아가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며 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지금은 네가 전창빈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는 일이니까. 앞으로 매일 여기 와서 식사해. 전창빈 씨와 접촉할 기회도 많아져야 그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거 아니야. 만약 그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거리가 멀어도 너희 부모님께서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하실 거야. 혹은 전창빈 씨에게 우리 지역에서 사업을 하게 하고 여기서 집을 사도록 하든가.”선우정아는 또 벙어리가 되어버렸다.선우민아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선우정아는 앞으로는 감히 그 집에 밥 먹으러 가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여겼다.선우민아가 자꾸 자신이 전창빈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지 않는가.전창빈은 미래의 아내는 지금 미래 처제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전이혁은 강진을 따라 숙소로 돌아갔다. 강진은 웃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전창빈 씨, 이제 우리는 동료가 되었군요. 오래 함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선우씨 가문의 여러 집안이 같은 대저택 안에서 함께 살고 있었지만 집안마다 독립된 공간이 있었다.선우민아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었기에 강진 역시 1년 정도는 함께 일할 사람을 원했다.요리사와 친해지기도 전에 퇴직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전창빈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집사님과 오래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가 요리들을 더 연구해서 큰아가씨께서 제 요리만 먹고 싶어 하도록 해야겠네요.”“큰아가씨께서 창빈 씨 요리만 고집하게 만들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요리 대회에 나가면 ‘요리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을 만큼요.”선우민아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전창빈은 웃으며 말했다.“‘요리의 신'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저는 단지 제 요리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손님들을 만족시키고 싶을 뿐이죠.”전창빈은 그가 고용한 요리사들에게는 항상 조언을 해주곤 한다. 본인이 잘 배워야 현재 이끌고 있는 요리사들도
선우민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런 사업을 가진 사람을 네가 정말 좋아한다면 작은아버지와 숙모도 반대하지 않으실 거야. 다만 전창빈 씨가 관성 사람이라 우리랑 거리가 너무 멀어. 작은아버지와 숙모는 네가 먼 곳으로 시집가는 걸 아쉬워할 수도 있을 거야.”선우정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언니! 제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저는 정말 그런 마음 없단 말이에요. 오히려 저는 그분이 언니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우리 자매 일곱 명 중 언니가 맏이라 당연히 언니가 먼저 시집가야죠. 제가 언니를 앞지를 순 없잖아요.”착각인지 정말 본 건지, 선우정아는 전창빈이 선우민아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특별한 시선이 느껴졌다.그리고 전창빈은 사실 정말로 선우민아를 위해 온 거였다.아니, 정확히는 선우민아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다른 손님들도 분명히 만족시킬 수 있을 테니까.선우정아는 생각했다. 선우민아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동생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우리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잖아. 게다가 사촌 자매이기도 하기 때문에 네가 나보다 먼저 시집간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안 되거든. 나는 당분간 시집갈 생각 없어. 만약 고려한다 해도 이 지역의 사람일 거야. 생각해봐, 민기와 민수는 아직 몇 살밖에 안 됐는데 애들이 커서 사업을 이어받을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20년은 더 기다려야 되잖아. 이 20년 동안 우리 자매는 계속 회사를 떠받쳐야 해. 만약 우리가 먼 곳으로 시집가면, 누가 회사를 이끌겠어? 셋째와 넷째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거야 아니야.”셋째 동생과 넷째 동생도 이제 성인이 되어 사업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거대한 가업을 떠받칠 능력이 되지 못했다.하여 선우민아는 자연스레 먼 곳으로 시집갈 생각이 없었다. 시집을 간다 해도 A시의 남자에게 시집갈 것이다. 그래야 시집가서도 친정 회사를 계속 관리할 수 있으니까.앞으로 선우민기
전창빈이 말했다.“행동으로 보여드리죠.”선우정아는 눈썹을 치켜들며 웃었다.“전이혁 씨는 정말 자신만만하신가 봐요.”선우민아는 선우정아를 한 번 흘겨보더니 전창빈에게 물었다.“그럼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이 자리를 위해 온 만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세요. 강 집사님께서 이미 숙소를 준비해 뒀을 테고 월급은 내일부터 계산됩니다. 한 달의 수습 기간이 있고 수습 기간 중 급여는 일당으로 지급됩니다. 공짜로 일을 시키진 않을 거예요.“누구든 마찬가지로 하루 일하면 하루 급여를 계산해 주었다.“집사님께서 어제 이미 숙소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급여는 어떻게 계산되든 상관없습니다. 전 도전을 위해 온 거지 월급을 위해 온 게 아니니까요.”전이혁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아내만 부족할 뿐...“좋아요. 지금은 숙소로 가서 쉬세요. 우리 집에서의 하루 세끼 준비 시간은 집사님께서 알려주실 거예요. 아침을 제외한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은 변함없어요.”선우씨 가문의 사람들 아침 식사는 각자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었다.전창빈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집사님께 여쭤보겠습니다.”그는 다시 모두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전창빈이 떠나자 선우민아도 일어서서 가족들에게 말했다.“저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민기한테는 주말에 데리고 나가주겠다고 전해주세요.”선우민기는 그녀보다 스무 살이나 어렸기 때문에 남동생을 아들처럼 키웠다.선우민기는 선우민아를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랐다.선우정아도 그녀의 언니를 따라 일어섰다.“저도 일 보러 갈게요.”한경주가 딸에게 당부했다.“접대할 때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몸에 해로워.”“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5년 전의 제가 아닌걸요.”선우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회사를 막 이어받았을 때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땐 위엄도, 경험도 없었고 회사에
그러나 전창빈은 사업을 확장하거나 삶을 즐길 생각은 하지 않고 먼 길을 떠나 여기까지 와서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로 지원했다.선우민아는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전창빈은 솔직하게 대답했다.“도전하려고 왔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요리를 좋아했고 스승을 모셔 요리 실력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여러 구역의 다양한 요리를 연구하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창업으로 작은 성공을 거두었지만 산 밖에 산이 있고 사람 위에 사람이 있는 법이라고 여기기에 계속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손님들의 입맛이 바로 저를 발전하게 하는 원동력이니까요.”전창빈은 자신의 요리가 손님들이 맛있다고 생각해야만 요리 실력이 검증된 것으로 생각했다.손님들이 그 요리에 대해 조언을 해주면 그것을 개선해 더 높은 수준의 요리 실력을 갖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선우민아처럼 까다로운 손님을 만났을 때 그녀의 평가는 전창빈을 더욱 발전하게 할 것이다.선우민아는 그가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 자리에 도전하고 싶어서 온 것임을 직감하고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자신이 갑이 되는 것과 남의 밑에서 일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에요. 전이혁 씨는 제대로 고려해보셨나요? 만약 우리 가문에서 요리사로 일한다면 우리 가문만의 가정 요리사가 되어 전국의 다양한 손님을 상대할 기회가 없어요. 아마 전이혁 씨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죠.”전창빈은 빙그레 웃으며 선우정아와 시선을 마주치며 대답했다.“아마 큰아가씨님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몇 명 없을 겁니다. 제가 여기서 일하면 전국의 손님을 상대할 수는 없겠지만 큰아가씨께서 싫증 내지 않을 정도로 1년 정도 일할 수 있다면 제 요리 실력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실력을 키워 앞으로 관성으로 돌아가면 제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도 손님이 떼구름처럼 몰려들겠죠.”전창빈은 자신의 요리사들을 이끌어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전국의 손님들이 고향의 전통 요리와 관성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노
강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 경험상으로 보면 전창빈 씨는 합격일 겁니다. 어서 큰아가씨를 뵈러 가세요. 긴장할 필요 없어요. 큰아가씨는 표정이 좀 진지하지만 사실은 매우 좋은 분이십니다.”“감사합니다.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전창빈은 엄격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선우민아가 아무리 엄격해도 그의 큰형 전태윤보다는 못할 것이다.엄격한 전태윤의 얼굴에 익숙해진 전이혁은 이미 엄격한 사람들에게 면역력이 생겼다.전창빈은 강진을 따라 주방을 나섰다.강진은 전창빈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주방을 나선 후에도 전창빈은 여기저기 둘러보지 않았고 또 선우씨 가문 저택의 호화로움에 놀라지도 않았다.다른 지원자들은 늘 선우씨 저택의 사치스러움에 압도되어 주변을 둘러보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과는 달랐다.강진은 전창빈이 분명 세상 물정을 다 겪어본 사람이거나 굉장한 침착성을 가진 사람일 거로 생각했다.어쨌든 강진은 눈앞의 이 젊은 요리사에게 좋은 인상을 받았다. 아마 내일이면 동료가 될 것 같았다.강진은 전창빈을 데리고 선우민아가 앉은 자리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멈추어 섰다. 그는 전창빈에게 잠시 기다리라는 신호를 보낸 후 먼저 나아가 공손히 말했다.“큰아가씨, 전창빈 씨께서 오셨습니다.”선우씨 가족 중 전창빈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오직 선우정아뿐이었다.다른 사람들은 그때 집에 없어 전창빈을 직접 보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다들 그를 보더니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한경주가 남편 선우진혁에게 소곤거렸다.“정말 젊어 보이네요. 우리 민아랑 비슷한 나이 같아요.”선우진혁도 고개를 끄덕였다.“젊네. 보아하니 매우 침착해 보이고. 조금도 긴장하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구먼.”“이 요리사분이 매우 잘생겼다는 생각 안 들어요?”선우씨 가문의 둘째 부인, 즉 선우정아의 어머니가 작은 목소리로 시누이에게 말했다.한경주가 웃으며 대답했다.“정말 잘생겼네요.”선우정아도 말을 이었다.“제 말 이제 믿으시죠? 제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가 매우 젊고 잘
선우민기는 입을 삐죽 내밀며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민기야, 오늘 저녁 요리 맛있었어?”선우민아가 동생에게 물었다.“맛있어요. 엄청 맛있었어요.”사촌 동생도 따라 말했다.“정말 정말 맛있었어요. 누나, 저 앞으로 매일 누나 집에 와서 밥 먹어도 돼요?”선우민아가 웃으며 대답했다.“오고 싶으면 오렴. 하지만 너랑 민기는 밥 잘 먹어야 해. 놀기만 하면 안 된다?”두 꼬마가 함께 모이면 말 그대로 손오공이 천궁을 뒤집어 놓는 수준이었다.가문의 후손에 남자아이가 둘뿐이라 모두가 그들을 귀여워했다. 선우씨 가문의 누나들이 집에 없을 때면 두 꼬마는 진짜로 지붕조차 뒤집을 기세였다.어르신들이 말릴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만약 두 꼬마가 지붕을 뜯으려 하면 오히려 사다리를 대줄 정도니까.“알았어요. 저희 꼭 말을 잘 들을게요.”“그래, 너희 둘 밖에 나갈 땐 외투 꼭 입고 나가야 해. 밖이 너무 추워.”두 꼬마는 기쁜 마음으로 손을 잡고 집에서 뛰쳐나갔다.동생들이 모두 놀러 나가자 선우민아가 집사에게 지시했다.“아저씨, 전창빈 씨를 만나게 해줘요.”강진이 공손하게 대답했다.“네. 바로 전창빈 씨를 불러오겠습니다.”선우민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자리를 떠났다. 그녀가 이동하자 가족들도 모두 따라 일어나 거실 소파에 앉았다.선우민아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를 만나고 싶다고 하자 선우씨 가족들은 바로 그 지원자가 채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직감했다.확실히 오늘의 저녁 식사는 온 가족을 만족시켰다.선우민아의 입맛이 까다로워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다. 그들은 선우민아 덕분에 항상 최고의 요리사가 준비한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비록 그녀만큼 입맛이 까다롭지는 않았지만 요리의 품질을 가리는 안목은 그래도 꽤 좋은 편이다.강진이 미소를 머금으며 주방으로 들어갔고 전창빈이 의자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모습을 보자 그쪽으로 다가갔다.발소리를 들은 전창빈은 휴대전화에서 시선을 떼었고 고개를 들어
원림성 A시.전창빈은 모든 요리를 다 하고는 주방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휴대전화를 꺼내 뉴스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그는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온종일을 바쁘게 보냈다.정확히 말하면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지금까지 준비한 모든 것이 전부 오늘 저녁 식사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그리고 저녁이 되어서야 주인공이 돌아왔다.잠시 기다린 후, 전이진이 오후 내내 준비한 요리들이 하나둘씩 하인들에 의해 운반되어 나갔다. 물론 그는 나갈 필요가 없었다.선우민아가 그의 요리를 맛본 후 만족스럽다면 전창빈을 불러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통보도 없이 주방에 머물다가 선우씨 가족들이 모두 식사를 마치고 떠나면 집으로 돌아야 한다.비록 전창빈은 자신의 요리 실력에 대한 확신이 있지만 밖이 완전히 어두워졌는데도 선우민아의 면담 요청이 없었다. 그는 겉으로는 여전히 뉴스를 보며 담담해 보였으나 속으로는 조금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다.그는 송일우처럼 세 번이나 도전하는 상황은 원치 않았다. 송일우는 몇 년이나 도전했지만 여전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에 실패한 뒤로는 다시 오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나이도 점점 들어가고 있었던 모양이다.한편 선우씨 가족들이 이미 식사를 마치고 있었다.선우민아도 냅킨으로 입가를 닦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 앉아 있던 선우민아의 어머니 한경주가 관심 있게 물었다.“민아야, 이번 지원자가 만든 음식은 어때?”선우민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한경주는 계속해서 말했다.“엄마 생각엔 괜찮은 것 같은데 그냥 채용하는 게 어때?”선우민아의 남동생 선우민기는 의자에 털썩 앉아 배를 만지며 말했다.“누나, 나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아. 이번 요리는 정말 맛있었어. 오랜만에 이렇게 배불리 먹었어.”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선우민기의 배를 가볍게 톡 치며 눈가에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너는 굶은 적도 없으면서 왜 이렇게까지 많이 먹었어? 이번만 먹고 다음 끼니는 못 먹을 거로 생각한 건 아니지? 좀 앉아 이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