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미친 짓이란 말인가! 감히 여운초를 비꼬고 모욕하다니!문씨 가문의 연회에서 그것도 전씨 가문의 세 사모님 전부 있는 상황에서 임유나가 감히 여운초를 모욕하고 여운초의 황당한 소문을 퍼뜨려 그녀의 명성을 손상시켰다!임유나가 방금 한 말이 전해지게 되면 전이진이 그녀를 찾아 결판을 낼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사람들이 시선만으로도 임유나는 쥐구멍으로 들어가고 싶을 것이다.임유나는 술을 몇 잔 마시다가 문가희와 여운초가 즐겁게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참지 못하고 와서 문제를 일으켰다.전이진을 짝사랑했지만 얻지 못해 여운초에 대해 미친 듯이 질투하여 결국 입 밖으로 여운초를 비꼬는 말이 터져 나오게 되었다.그러다가 그녀가 무언가를 소홀히 했다.여운초는 혼자 온 것이 아니다!여운초는 여씨 가문의 아가씨일 뿐만 아니라 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이기도 했다.전이진도 그의 큰형과 마찬가지로 아내에게 푹 빠져있는 남자로서 여운초에게 일편단심이었다.임유나는 여운초가 사업을 할 때 그녀의 미모에 의존했다고, 여운초가 바람났다고 말했던 사실들은 전부 거짓이었고 명예 훼손에 속했기에 고소하면 반드시 이길 사건이었다.이희진은 돌아서서 미안한 마음으로 여운초에게 말했다.“운초 씨, 우리 유나가 술 몇 잔 마셔서 술주정 부리고 있었나 봐요. 상처 입으셨을 텐데 정말 죄송해요!”그녀는 운초에게 정중히 사과했다.그리고 고개를 돌려 딸을 꾸짖었다.“얼른 사과해!”임유나는 더는 날뛰지 못하고 몇 걸음 앞으로 나아가 여운초를 향해 고개 숙여 사과했다.“죄송해요. 술을 좀 마시다가 너무 부럽기도 하고 질투도 나서 상처를 주는 말을 하게 됐어요. 잘못했어요. 사과드릴게요. 제가 예전에 전이진 도련님을 사모한 적이 있어서... 참다못해 자꾸 비꼬면서 말하고 싶었나 봐요. 정말 죄송해요. 사모님, 저를 부디 용서해 주세요. 저 앞으로 다시는 이런 험한 말을 하지 않을게요.”이진희도 여운초에게 말했다.“운초 씨, 유나를 쉽게 용서하지 마세요. 유나를 고소해서 벌을
하지만 만약 임유나가 한 말이 외부로 흘러나간다면 여운초는 반드시 법률의 무기를 들고 자신을 위해 정의를 요구할 것이다.임유나가 법의 처벌을 받게 할 것이다.다른 사람들도 여운초에게 고소당하고 싶다면 말하던가! 여운초는 반드시 끝까지 추궁할 것이니까.임유나가 이희진을 쳐다보자 이희진이 다시 그녀를 노려보았다.이희진은 계속해서 딸을 꾸지람했다.“사모님 말 들었어? 사모님께서 마음이 넓으셔서 잠시 따지지 않으신대. 사모님이 착하셔서 하는 행동인데 따지지 않는다고 해서 또 시름 놓거나 교훈을 얻지 못하면 안 돼. 헛소리하면 남들한테 상처를 줄 뿐만 아니라 너 자신도 상처를 입을 수 있어. 그리고 아빠와 엄마에게도 잘못하게 되고. 네가 이렇게 함부로 말할 때마다 남들은 너를 잘 가르치지 못한 우리를 욕할 거야. 너와 같이 말썽을 피우고 헛소문만 퍼뜨리는 딸을 키웠다고 말이야. 하긴, 엄마가 딸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서 네가 오늘 밤과 같은 잘못을 저질렀지. 사모님, 오늘 정말 미안하게 됐어요. 내일 선물을 들고 댁으로 사과하러 찾아뵐게요.”임유나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했다.그녀가 충동적으로 몇 마디 한 탓으로 자신의 체면을 구겼을 뿐만 아니라 부모님의 명성도 손상시켰다.그랬다. 남들이 임유나를 언급할 때마다 그녀의 부모님도 입에 올렸다.그들은 임유나의 부모님이 딸을 잘 가르치지 못한다고, 그들 임씨 가문의 가정 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임유나가 가 여운초의 음란 소문을 퍼뜨리면 여운초가 화가 날 것은 물론 그녀의 명성도 손상될 것이다. 만약 누군가가 일부러 인터넷에 올린다면 여운초는 심지어 사이버 폭행을 당할 것이다.임유나가 입으로 가볍게 한 몇 마디 말이 여운초에게 주는 상처는 누구도 상상도 할 수조차 없다.여운초가 그녀를 쉽게 용서하지 않고 고소하면 임유나는 분명 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갈 것이다.그뿐만 아니라 그들 임씨 가문은 이로 인해 여씨 가문과 전씨 가문을 건드리게 된 셈인데 전이진이 과연 임유나를 용서할 수 있을까? 임씨
여운초는 강인함과 인내심의 대표였다. 임유나가 근거 없는 말로 지껄여도 현장의 사람들은 임유나의 입이 너무 싸다고 생각했고 허튼소리만 해댄다고 여겼다.만약 이희진이 다가와서 임유나를 혼내주지 않았다면, 임유나가 계속 술주정을 부렸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상상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연회에 참석한 사람들도 임유나가 여운초를 괴롭힌 이유가 바로 전이진을 짝사랑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되었다.하지만 다들 임씨 가문의 딸이 전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에게 구애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 없었다.그냥 계속 짝사랑만 했을 뿐이다.어쩐지 여운초를 질투하더라니!“사모님, 정말 죄송하게 됐네요. 제가 딸을 잘못 가르쳐서. 내일 다시 딸을 데리고 댁으로 가서 사과드리겠습니다.”이희진은 딸이 진심으로 사과한 뒤 다시 한번 여운초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그리고 구경꾼들에게 말했다.“조금 전에 제 딸이 한 말은 모두 근거도 없는 말들이에요. 유미가 전씨 가문의 사모님을 질투해서 허튼소리를 한 겁니다. 제 딸은 제가 교육할 테니 우리를 교훈으로 삼아 이 소문을 외부로 흘러나가게 하지 말아주세요. 여러분이 이 소문을 퍼뜨린다면 아마도 그 결과를 책임지셔야 할 겁니다. 명예훼손죄로 고소당하시면 형을 선고받아야 하죠.”이희진은 사람들에게 경고한 뒤 임유나를 데리고 양유미와 전씨 가문의 세 사모님에게 사과했다.전씨 가문의 세 사모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양유미는 주인으로서 반응해야 했다. 그리고 집사에게 이희진 모녀를 배웅하도록 지시했다.“운초야, 괜찮아?”전씨 가문의 세 사모님이 여운초 곁으로 다가가 관심 있게 물었다.“괜찮아요. 임유나 씨야말로 일이 있겠죠. 저를 모함하길래 와인을 뿌렸어요.”명해은이 칭찬했다.“잘했어. 넌 너무 착해. 다음에 이런 사람을 만나면 뺨을 때려!”장소민도 맞장구쳤다.“맞아. 뺨 때려줘야 해. 남을 건드릴까 봐 걱정할 필요 없어. 우린 남을 괴롭히지 않지만 그렇다고 만만한 사람은 아니야.”여운초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남들에게 고통을 주려 한다면 되려 그 고통 때문에 본인이 불구덩이에 빠질 수도 있다.설령 불구덩이에 빠지지 않더라고 형을 선고받으면 감옥에 가게 될 것이고 전과가 남게 되어 인생에 오점이 생길 것이 뻔하다.여운초 일행을 둘러서서 구경하던 사람들은 곧 흩어졌다.다들 조금 전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다시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었다.여운초가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명해은은 연회에서 남들에게 괴롭힘 당할 때 바로 반격하는 모습을 보고 시름을 놓았다.양유미는 다시 사모님들을 집안으로 초대했다.전씨 가문의 사모님들이 떠난 후, 여운별은 여운초의 곁으로 다가가 예의 바르게 물었다.“운초 씨, 가희 씨. 함께 앉아도 될까요?”“사모님, 얼른 앉으세요.”문가희는 용씨 사모님이 방금 여운초를 위해 나서는 모습을 보더니 곧 용씨 사모님에게 호감을 느꼈다.젊은 사람들끼리 더 쉽게 어울릴 수 있었다.용씨 사모님은 비록 이미 시집갔지만, 매우 젊었다. 연회에서 그녀는 다른 사모님들과도 대화가 잘 통하지 않았다.여운초는 예의를 갖추며 여운별에 인사했다.“제가 아직 약을 먹고 있어서 술을 못 마시거든요. 임유나 씨가 저를 그렇게 말하니 제가 유나 씨 몸에서 제 여동생의 그림자를 봤다니까요. 제 여동생도 사고뭉치예요. 여기저기서 사고를 치고 다니거든요. 우리 엄마가 너무 사랑해주셔서 망쳐놓은 거죠. 우리 엄마가 문씨 사모님의 총명함을 절반만 나누어 가졌더라면 제 여동생도 오늘과 같은 상황에 부닥치지 않았을 텐데.”참아야 하느니라!꾸욱 참아야 한다!화내지 말아야 한다!화가 나면 허점을 드러나게 된다.지금 여운별은 용씨 사모님이지, 여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도 아니고 여운초의 여동생도 아니다.여운초는 그녀의 여동생 잘못을 말했을 뿐 용씨 사모님과는 무관하며 아무런 관계도 없다.여운별은 마치 여운초가 그녀를 시험해 보고 싶어서 그녀 앞에서 여동생 이야기를 자주 꺼내는 것 같다고 느꼈다.문가희는 여운초 자매가 암투를 벌이고 있다
여운별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집에 일이 생겨서 다음에 시간이 나면 다시 약속을 잡죠. 가희 씨, 혹시 연락처를 주실 수 있으세요?”문가희는 거절하지 않고 그녀와 카카오톡을 주고받았다.여운별이 두 명의 경호원을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가 양유미와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양유미는 여전히 집사에게 여운별을 밖으로 배웅하게 했다.차에 올라타자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여운별의 얼굴에 있던 부드러운 표정이 바로 사라졌다. 그리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끊임없이 여운초를 욕하고 있었다.경호원들은 여운초를 무시했다. 그녀가 욕설을 퍼부어도 내버려 두었다.“열받아 죽겠어. 장님! 두고 봐. 언젠가 내 앞에서 무릎 꿇고 빌게 해줄 테니까. 때 되면 반드시 죽기보다 못한 삶을 해줄 테니까.”여운별은 다른 사람을 욕할 때마다 그 몇 마디만 반복했다.“사모님, 조금 전에 하마터면 들킬 뻔했어요.”경호원 한 명이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여운별은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그 얼어 죽을 장님이 말이 얼마나 듣기 싫게 하는지 몰라서 그래요. 자꾸 제 험담을 하잖아요. 제가 먼저 도와주었는데도 제 험담을 했다니까요. 제가 임유나와 같은 부류라면서, 사고뭉치에 안중에 사람도 두지 않고 오만한 사람으로 말한 거 있죠? 제가 언제 사고를 치고 사람을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고... 제가 안중에 사람도 없으면 제게 평소에 본 것들은 영혼이란 말이에요?”여운별은 씩씩거리면서 계속해서 말했다.“만약 태호 씨의 말을 기억하지 않았다면 저는 아마 정말로 임유나 씨를 도와 그 얼어 죽을 장님을 심하게 혼내주고 싶었어요.”경호원이 차갑게 말했다.“사모님께서 용 사장님의 말씀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하마터면 우리 사장님의 일을 망칠뻔하셨어요. 사모님께서 구미호도 아니시고 목숨이 9개가 없으시잖아요.”여운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다행히 그녀는 성질을 억눌러 허점을 드러내지 않았다.용태호를 망칠 일이 없었다.그렇지 않으면 여운별이 어떻게 죽었는지조차 모를 것이다.현재 그녀
여운별은 가여운 모습으로 말했다.“태호 씨가 여운초를 도와주라고 하셔서 제가 다 도와드렸잖아요.”여운별이 임유나에게 얼마나 파이팅을 외치고 싶은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여운초 씨가 그런 말을 할 것은 아마 운별 씨를 시험하려고 한 말일 거예요.”여운별이 말을 이었다.“저도 이런 느낌이 들었어요. 계속 저를 의심하고 떠보는 것 같았거든요. 다행히도 발견되지 않았어요.”경호원은 차갑게 응했다.“발견하지 말길 바라야죠.”여운별은 연습을 거쳐 듬직해 보이긴 했지만, 그녀의 성격은 이미 굳어져서 여운초와 비교할 수조차 없다. 여운초가 떠보면서 무언가를 발견했을지...경호원은 돌아가서 용태호에게 이 일을 보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여운별이 떠난 지 30분 후, 전씨 가문의 세 사모님도 여운초를 데리고 돌아갔다.길을 가던 도중에 명해은이 며느리에게 물었다.“가희 씨 말고 또 사귀고 싶은 사람 있어?”여운초가 대답했다.“아직은 없어요. 그 모임에 쉽게 어울리기 쉽지 않더라고요. 저를 데리고 놀기를 원하지 않는데 저도 일부러 끼어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몇몇 유명 연예인들은 여운초에게 악의가 없었지만 공손한 태도만 보였다. 단지 그뿐이었다.여운초도 일부러 그들과 사귀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그녀들과 친하지 않고 그녀들도 그녀에 대해 잘 몰랐다.앞으로 또 접촉할 기회가 있을 것이고 서로에 대해 깊이 알아본 후 사귈 가치가 있다면 여운초는 그녀들과 친구가 될 것이다.깊이 사귈 가치도 없다고 느끼면 그냥 고개만 끄덕이는 사이일 뿐입니다.관성 상류 사회를 거닐면서 여운초는 많은 친구가 필요 없었다.그렇다고 외롭지도 않았다.그녀의 동서들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내 친구들이 네가 정말 훌륭하다고 내 앞에서 널 칭찬하더라.”여운초는 가볍게 웃었다.“어머님의 체면이 깎이지 않았다니 다행이네요.”명해은은 웃으며 칭찬했다.“그럴 리가. 우리 며느리가 최고야.”명해은은 여운초가 전이진이 곁에 없을 때 괴롭힘을 당할까 봐 걱정했지만, 오늘 밤에 지켜
유전자 감정 결과는 아무도 본 적이 없었다. 짐작컨대 여운초는 그녀의 친아버지의 딸일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여태웅 부부가 여운초를 학대하지도 않을 것이다.하여 추미자가 진작부터 여태웅과 바람을 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지금 생각해보니 명해은은 여태웅 부부가 여운초를 사랑하지도, 가르치지도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여운초는 그녀의 작은 고모 여준희와 예전에 여운초를 가장 아끼던 보모의 가르침 하에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게 되었다.만약 여태웅 부부가 여운초에게 잘 대해주었다면 어떤 모습으로 자랄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그들이 여운초를 학대했지만, 여운초는 오히려 강한 성격을 키웠고 올바른 가치관으로 자랐다.그 부부가 지금의 여운초를 보면 아마 땅을 치며 후회할 것이다.“저들을 탓하지 마세요. 우리 어머님께서 자식 농사를 잘 지으셔서 그래요. 전씨 가문의 자식마다 훌륭한데 누가 싫어하겠어요? 집에 딸이 있는데 당연히 좋은 시댁을 고르고 싶지 않겠어요? 사위와 사위의 엄마도 골라야 하니까요. 결혼은 원래 두 사람의 일이 아닌 두 가정의 일인걸요. 결혼 후로 부부는 서로의 가정에 어울려야 하고 서로의 생활습관도 적응하면서 살아야 하잖아요. 남을 바꿀 생각을 하지 말고 스스로를 먼저 바꾸는 것이 정답이죠.”명해은은 눈웃음만 짓고 있었다.며느리한테서 칭찬을 들으니 웃음이 도무지 걷히지 않았다.명해은은 갈수록 이 며느리를 좋아하고 있다.어둠 속에서 10년을 살았지만, 여운초는 쓰러지지 않고 오히려 남의 마음을 꿰뚫고 인간성을 꿰뚫어 보는 능력을 갖추었다.전씨 가문의 사모님은 이런 안목이 필요했다.임씨 가문.임형식은 막 술 한 잔을 따라서 부엌에서 나오는데 자동차 소리를 듣게 되었다.그는 그 술잔을 들고 문 앞으로 걸어갔고 곧 아내와 딸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았다.이희진은 화가 난 듯 차에서 내린 뒤 임유나를 기다리지 않고 곧장 집안으로 걸어왔다.임유나는 이희진의 뒤를 조심스레 따라왔다.‘무슨 일이 있었나?’임형식은 이희진 모녀와 연회에
이희진은 차오르는 화를 가까스로 억누르며 대답했다.“여운초, 그녀도 오늘 저녁 그 댁 시어머니와 함께 연회에 참석했더군요. 가희가 우리 유나랑 친분이 있어서 유나한테 그녀를 소개해 줬는데 글쎄 유나가 아직도 전이진에 대해 환상을 품고 있지 뭐예요.”이희진은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었다.“유나가 글쎄 여운초 면전에서 눈 한번 깜빡 안 하고 아주 대놓고 상스럽고 모욕적인 말들을 하는데, 결국 여운초도 참다못해 마시던 술을 유나 얼굴에 부어버렸어요.”임형식은 딸의 행동에 적잖이 놀라 잠시 생각에 잠겼다.“......”“유나가 정말 그런 말들을 했다고요? 평소 우리의 가르침을 아예 귓등으로 들었다는 말이에요?”아내의 말이 사실이라면 형식은 여운초에 너무 미안했다.“그래서 당신은 유나를 대신해서 사과했어요? 내일 우리 양손 무겁게 직접 그녀를 찾아가서 제대로 사과합시다.”임형식은 임유나가 정확히 어떤 모욕적인 말들을 했는지 굳이 묻지 않았다. 하지만 아내가 화를 낼 정도면 딸이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이 분명했다.“바로 사과했죠. 유나도 사과했어요. 여운초가 하도 아량이 넓은 사람이라 유나를 더 추궁하지 않긴 했지만, 우리까지 그냥 이렇게 넘어가게 둬서는 안 돼요.”자식을 매우 신중하게 잘 가르쳤다고 생각했지만, 상대에 모욕적인 말들을 했다니, 임형식은 자신이 딸을 잘 못 가르쳤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희진도 잔뜩 화가 나고 심한 죄책감이 몰려왔다. 이희진은 속상한 눈으로 남편을 바라보며 말했다.“난 우리가 우리 애들을 신중하게 잘 가르쳤다고 생각했고 애들도 올바르게 잘 자랐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오늘......결국 우리가 부모가 돼서 잘 가르치지 못한 거예요.”“똑같이 전씨 가문 도련님을 좋아했던 성소현을 보세요. 전태윤이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바로 마음을 접고 어떤 연락도 집착도 하지 않았어요. 하예정을 괴롭히지도 않았고요. 심지어 둘이 사촌 자매라는 것을 알고는 친자매처럼 더 돈독하게 지내는 것 같더라고요.”이희진은 똑같은
“할머니, 제가 뭐가 똑똑해요, 전 진짜 멍청해요. 할머니야말로 대단하신 분이죠.”전이혁은 할머니께 아부하는 멘트를 던졌다.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아부라고 할 수 없는 게, 할머니는 정말 대단한 인물이었다. 남들이 보기엔 전씨 가문 자손들은 이미 충분히 뛰어난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할머니의 손바닥 안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할머니는 마치 삼장법사였고 자손들은 손오공 같은 존재로 손오공이 아무리 강해도 삼장법사 앞에선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할머니, 저 진짜 꼼수 같은 거 부리지 않아요.”“그건 네 사정이고. 어떻게 하든 네 마음대로 해. 할머니는 이미 너에게 신붓감을 골라줬고, 대시하든 포기하든 그것 역시 너에게 달린 일이야. 1년이면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줬다고 생각한다.”“하지만 한 가지 경고할게. 지금까지 우리 전씨 가문에는 일편단심인 남자만 있었을 뿐 양다리를 걸치는 남자는 없었어. 네가 전씨 가문의 가풍을 망가뜨리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전이혁은 최대한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알겠어요, 할머니. 저 이제 운전해야 해요. 도착해서 또 이야기 나눠요.”“그래, 운전 조심하고.”할머니는 전이혁에게 안전을 당부하고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끊은 뒤, 할머니는 곧장 양씨 아저씨에게 전화를 걸었다.“양 집사, 내 생선은?”할머니는 자신이 잡은 생선을 혹시 다른 사람이 먹을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양씨 아저씨는 웃으며 대답했다.“어르신께서 구운 생선은 냄새가 정말 좋아요. 아무도 어르신의 생선을 뺏어 먹으려 하지 않으니 안심하세요.”그들 몇몇 자식들 따라 직원 숙소에서 지내는 할머니들은 전씨 할머니가 좋은 분인 걸 알고 함께 수다도 떨고 낚시도 하지만 전씨 가문의 중심인 전씨 할머니의 권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들은 전씨 할머니의 물건을 건드리는 일은 없었다. 혹시나 건드렸다가 이곳에서 일하는 자식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었으니까.서원 리조트의 모든 직원은 훌륭한 대우와 복지를 받고 있었다. 산기슭에 지어진 숙소는 혼자인
두 사람은 함께 아침을 먹은 후, 방을 나섰다.그러자 집사는 전태윤이 다음에 올 때 묵을 수 있도록 스위트룸을 원래 상태로 정리하기 시작했다.도아영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서 다시 잠을 청했다.전이혁은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고, 할머니가 전화를 받자 물었다.“할머니, 지금 어디 계세요?”“리조트에 있어. 무슨 일이야? 할머니 보고 싶어? 그렇다면 와서 할머니랑 같이 밥 한 끼 먹자.”그러더니 할머니는 한 마디 덧붙였다.“지금 생선이 막 익었어. 냄새 진짜 좋다.”전이혁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침부터 생선 구워 드세요?”“너한테 말한 거 아니야. 친구들이랑 얘기 중이었어. 아침부터 생선 구우면 안 돼? 그리고 지금 아침도 아니잖아. 아홉 시도 넘었네, 해가 중천에 뜨려고 하고 있어.”“오늘 날씨도 풀렸고, 할머니는 친구들이랑 낚시 갔다가 지금은 잡은 생선 구워 먹고 있어. 소풍하는 느낌이라 꽤 괜찮아.”전이혁은 그 모습이 쉽게 그려졌다. 산 아래에는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고 물 아래에는 물고기와 새우들이 헤엄치고 있었다.할머니는 가끔 몇몇 직원들의 어머니들과 함께 낚시하곤 했었다. 냇가에는 큰 나무 한 그루 있었는데 그 아래에는 돌로 된 테이블이 몇 개 있어 할머니의 한마디면 집사는 바비큐 그릴을 가져와 그들이 직접 구워 먹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할머니가 말하길, 그들은 먹는 것보다는 굽는 과정을 더 즐겼다. 비록 직원이 구워줄 수도 있었지만, 그들은 다른 사람이 구워주는 건 맛이 없다며 투덜대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들은 다 먹지 못할 때면 남은 건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었다.서원 리조트의 직원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할머니는 권위를 내세우며 직원들에게 막 대하지 않고 옆집 할머니처럼 따뜻하게 대해준다는 사실을.“할머니, 생선 더 잡아서 구워주세요. 저 지금 갈게요.”전이혁은 결심한 듯 할머니에게 진실을 털어놓으러 갈 생각이었다.“네가 와서 직접 잡아. 손질까지 하면 할머니가 구워줄게.”그러더니 할머니는 전이혁에게 물었다.“
“여긴 호텔 맞고, 당연히 아영 씨가 묵던 방일 수가 없죠. 어제 아영 씨가 취해서 방에 데려다줬는데 눕자마자 토하더라고요. 침대랑 바닥까지 모두 엉망이 돼서 어쩔 수 없이 다른 방으로 옮겼어요.”전이혁은 다시 자리에 앉더니 도아영에게 말했다.“아영 씨 술 취하면 정말 감당하기 힘들어요. 앞으로 술 좀 줄이는 게 좋을 것 같네요.”도아영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뗐다.“제가 전이혁 씨랑 함께 많이 마신 건 알겠는데 그 뒤로는 기억이 하나도 안 나네요. 그런데 그 술 진짜 맛있었어요. 제가 해주시로 돌아갈 때 한 박스만 챙겨줘요. 기분 안 좋을 때 집에서 한두 잔 마시려고요.”“아영 씨가 그 정도로 술이 부족하진 않을 텐데요?”전이혁은 도아영의 집에 좋은 술이 부족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그는 도아영의 말이 전혀 믿기지 않았다.“맞아요. 술이 부족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전이혁 씨가 준 술은 부족하죠.”전이혁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그래요. 아영 씨가 돌아갈 때 한 박스 챙겨줄게요. 그리고 관성 특산물도 좀 챙길 테니 같이 가져가요. 어찌 되었든 먼 길 왔는데 헛걸음하게 하면 안 되니까요.”도아영은 웃으며 대답했다.“맞아요. 헛걸음하게 만들면 안 되죠.”그러더니 그녀는 전이혁의 옆으로 다가가 소파에 기대어 앉았다.“전이혁 씨, 여기 꿀 있어요? 머리가 아파서 그러는데 저 꿀물 좀 타 주면 안 돼요?”“아까는 참을 만하다면서요?”전이혁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일단 세수 좀 하고요. 그리고 타 줄게요. 아영 씨도 세수해요.”“목욕할 거면 아영 씨 방에 가서 해요. 여긴 우리 형이 자주 묵는 스위트룸인데, 아영 씨니까 형이 허락한 거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형수님이 부탁해도 절대 안 된다고 했을 거예요.”전이혁의 큰형과 형수님은 도아영이 할머니께서 정해준 자신의 신붓감이라는 걸 알고,이미 도아영을 가족이나 다름없이 생각하고 있었다.어젯밤, 전이혁이 그런 말을 했을 때 도아영은 살짝 기분이 상했었다. 하지만
전이혁은 얼른 도아영을 부축하더니 살짝 귀찮다는 듯이 물었다.“아영 씨, 또 왜 그래요?”“저... 화장실... ”도아영은 눈이 풀린 채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화장실 가고 싶어요?”도아영은 비틀거리며 제대로 걷기도 힘든 상태였고 전이혁의 표정은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다. 도아영을 혼자 화장실에 가게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남자인 자신이 부축해서 데려가는 것도 난감한 일이었다.도아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전이혁은 급히 그녀를 부축하며 다시 한번 물었다.“혼자 괜찮겠어요?”도아영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녀는 이미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를 정도로 심하게 취해 있었다.도아영의 상태를 보아하니 전이혁은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부축해 화장실로 데려가야 했다. 전이혁은 가면서도 입으로는 끊임없이 투덜거렸다.그는 도아영을 화장실로 들여보내고 도망치듯 밖으로 뛰어나왔다.전이혁은 도아영이 나올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10분이 넘도록 나오지 않았고, 노크를 해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결국, 전이혁은 걱정된 마음에 문을 살짝 열어 안을 들여다봤지만 무슨 일인지 도아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어? 어디 간 거야?’전이혁은 의심스러운 마음에 문을 활짝 열고 들어가 보았다. 그 결과, 도아영은 화장실 문 옆 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그러니 문틈 사이로 도아영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다.“이 여자 진짜!”도아영의 모습을 보자, 전이혁은 앞으로 절대 그녀에게 술을 많이 마시게 하지 않으리라고 결심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전이혁은 앞으로 자신이 도아영과 함께 밥을 먹게 된다면 그녀에게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 자신 말고는 도아영이 다른 누구와 함께 얼마나 마시든, 그건 전이혁이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전이혁은 안으로 들어가 도아영을 안고 나온 뒤,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그는 원래 방으로 돌아가 쉴 예정이었지만, 도아영의 상태를 보아하니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결국 그날 저녁,
한편 호텔에서 도아영을 돌보던 전이혁은 전창빈의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단독으로 그에게 음성 메시지로 물었다.[너 그 먼 곳까지 가서 가정 요리사를 하려고?]전창빈은 소파에 앉아 답장을 보냈다.[안 될 건 없지?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 자리는 도전적이잖아. 내가 합격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어. 다행히도 형 동생이 모든 경쟁자를 물리쳤지 뭐야. 난관을 하나둘씩 돌파했어.]전이혁이 회답했다.[요리사 하나 뽑는 걸 대통령 선거처럼 하는구먼. 얼마나 있을 계획이야? 설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명절에는 안 오려고?]전창빈이 답장했다.[설날에는 아마 못 갈 것 같아. 여기 주인이 날 해고하면 그때나 갈 수는 있겠는지.]전이혁이 피식 웃었다.[네 실력으로는 해고당할 리가 없잖아. 네가 주인을 해고하는 게 더 말이 되겠다. 이해가 안 가. 왜 그 먼 곳까지 가려고 한 거야? 넌 사업도 있는데... 어디서 요리하든 다 마찬가지일 텐데 굳이 몇천 리나 떨어진 곳까지 갈 필요가 있나? 거기 추울 텐데 너 괜찮겠어?]전창빈이 대답했다.[우리 추위를 못 타본 것도 아니고. 형도 할머니에 의해 눈이 수북이 쌓인 산으로 버려지지 않았어? 내 얘긴 그만하고... 형은 어때? 우리 미래의 형수님께 구애하기 시작했어?]‘난 벌써 움직이고 있는데 형이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가 나중에 민아 씨와 함께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갈 때 형은 대체 어쩌려고?’전창빈은 속으로 생각했다.전씨 할머니의 지팡이가 전창빈의 등짝을 때리지 않는다면 해가 서쪽에 뜨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말도 마라. 정말 귀찮아. 큰형수님이 오늘 저녁에 우리한테 밥 사주셨어.]전창빈이 웃으며 회답했다.[하하! 괴로웠겠네.][내 말이. 할머니께서 나에게 정해주신 그 여자분이 큰형수님을 찾아가 하소연했더니 큰형수님이 우리 두 사람에게 밥을 사주신 거 있지.][형이 우리 형수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아직 너의 형수님이 아니거든!]전이혁은 전창빈의 호칭을 정정했다. 그는 도아영과
“저는 앞으로 큰아가씨의 평가에 근거해서 요리 방법을 조정해 나갈 거예요. 그렇게 해야만 실력을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만드는 모든 요리를 큰아가씨께서 만족해하시면 제가 여기에서 졸업할 수 있겠네요.”강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되면 큰아가씨께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걸요.”‘평생 선우민아 씨를 위해 요리해 드리는 건 기쁜 일이지.'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전창빈은 꾹 참았다. 이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설령 전창빈이 선우민아에게 애정 공세를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고 해도 이런 생각을 드러내서는 절대로 안 된다.선우민아가 가업을 운영한다는 건 그녀가 매우 유능한 인물이라는 증거다. 이렇게 강한 강한 여성은 쉽게 넘볼 수 없는 상대이다.전호영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너무 힘들어서 하예정의 도움을 받은 끝에야 지름길을 택할 수 있었고 고현의 마음을 얻었다.강진은 그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깨닫고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전창빈 씨, 오늘 오후 내내 바쁘셨는데 일찍 쉬세요. 내일 아침 큰아가씨를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가장 일찍 아침을 드시는 분은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입니다. 민기 도련님은 학교에 가야 해서 일찍 식사하시고 큰아가씨는 매일 민기 도련님을 학교에 데려다주신 후 회사에 가시니까 두 분은 늘 함께 식사하시는 편이에요. 하여 아침 7시쯤이면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의 아침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의 아침은 9시 이후에 준비하시면 돼요.”전창빈이 말을 건넸다.“그 시간대면 아침과 점심을 함께 드시는 거네요.”“어르신과 사모님은 그렇죠. 점심 무렵에 일어나셨다가 식사 후에는 외출하셔서 저녁에야 돌아오세요. 때로는 안 오시기도 하는데, 그럴 땐 제가 미리 알려드릴게요. 안 오시는 날은 창빈 씨가 쉬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냥 자신의 배만 채우시면 돼요.”여기에서는 사실상 선우민아 자매만 아침을 먹는 셈이다.“큰아
동생 선우정아가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며 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지금은 네가 전창빈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는 일이니까. 앞으로 매일 여기 와서 식사해. 전창빈 씨와 접촉할 기회도 많아져야 그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거 아니야. 만약 그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거리가 멀어도 너희 부모님께서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하실 거야. 혹은 전창빈 씨에게 우리 지역에서 사업을 하게 하고 여기서 집을 사도록 하든가.”선우정아는 또 벙어리가 되어버렸다.선우민아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선우정아는 앞으로는 감히 그 집에 밥 먹으러 가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여겼다.선우민아가 자꾸 자신이 전창빈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지 않는가.전창빈은 미래의 아내는 지금 미래 처제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전이혁은 강진을 따라 숙소로 돌아갔다. 강진은 웃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전창빈 씨, 이제 우리는 동료가 되었군요. 오래 함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선우씨 가문의 여러 집안이 같은 대저택 안에서 함께 살고 있었지만 집안마다 독립된 공간이 있었다.선우민아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었기에 강진 역시 1년 정도는 함께 일할 사람을 원했다.요리사와 친해지기도 전에 퇴직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전창빈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집사님과 오래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가 요리들을 더 연구해서 큰아가씨께서 제 요리만 먹고 싶어 하도록 해야겠네요.”“큰아가씨께서 창빈 씨 요리만 고집하게 만들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요리 대회에 나가면 ‘요리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을 만큼요.”선우민아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전창빈은 웃으며 말했다.“‘요리의 신'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저는 단지 제 요리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손님들을 만족시키고 싶을 뿐이죠.”전창빈은 그가 고용한 요리사들에게는 항상 조언을 해주곤 한다. 본인이 잘 배워야 현재 이끌고 있는 요리사들도
선우민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런 사업을 가진 사람을 네가 정말 좋아한다면 작은아버지와 숙모도 반대하지 않으실 거야. 다만 전창빈 씨가 관성 사람이라 우리랑 거리가 너무 멀어. 작은아버지와 숙모는 네가 먼 곳으로 시집가는 걸 아쉬워할 수도 있을 거야.”선우정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언니! 제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저는 정말 그런 마음 없단 말이에요. 오히려 저는 그분이 언니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우리 자매 일곱 명 중 언니가 맏이라 당연히 언니가 먼저 시집가야죠. 제가 언니를 앞지를 순 없잖아요.”착각인지 정말 본 건지, 선우정아는 전창빈이 선우민아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특별한 시선이 느껴졌다.그리고 전창빈은 사실 정말로 선우민아를 위해 온 거였다.아니, 정확히는 선우민아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다른 손님들도 분명히 만족시킬 수 있을 테니까.선우정아는 생각했다. 선우민아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동생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우리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잖아. 게다가 사촌 자매이기도 하기 때문에 네가 나보다 먼저 시집간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안 되거든. 나는 당분간 시집갈 생각 없어. 만약 고려한다 해도 이 지역의 사람일 거야. 생각해봐, 민기와 민수는 아직 몇 살밖에 안 됐는데 애들이 커서 사업을 이어받을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20년은 더 기다려야 되잖아. 이 20년 동안 우리 자매는 계속 회사를 떠받쳐야 해. 만약 우리가 먼 곳으로 시집가면, 누가 회사를 이끌겠어? 셋째와 넷째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거야 아니야.”셋째 동생과 넷째 동생도 이제 성인이 되어 사업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거대한 가업을 떠받칠 능력이 되지 못했다.하여 선우민아는 자연스레 먼 곳으로 시집갈 생각이 없었다. 시집을 간다 해도 A시의 남자에게 시집갈 것이다. 그래야 시집가서도 친정 회사를 계속 관리할 수 있으니까.앞으로 선우민기
전창빈이 말했다.“행동으로 보여드리죠.”선우정아는 눈썹을 치켜들며 웃었다.“전이혁 씨는 정말 자신만만하신가 봐요.”선우민아는 선우정아를 한 번 흘겨보더니 전창빈에게 물었다.“그럼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이 자리를 위해 온 만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세요. 강 집사님께서 이미 숙소를 준비해 뒀을 테고 월급은 내일부터 계산됩니다. 한 달의 수습 기간이 있고 수습 기간 중 급여는 일당으로 지급됩니다. 공짜로 일을 시키진 않을 거예요.“누구든 마찬가지로 하루 일하면 하루 급여를 계산해 주었다.“집사님께서 어제 이미 숙소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급여는 어떻게 계산되든 상관없습니다. 전 도전을 위해 온 거지 월급을 위해 온 게 아니니까요.”전이혁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아내만 부족할 뿐...“좋아요. 지금은 숙소로 가서 쉬세요. 우리 집에서의 하루 세끼 준비 시간은 집사님께서 알려주실 거예요. 아침을 제외한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은 변함없어요.”선우씨 가문의 사람들 아침 식사는 각자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었다.전창빈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집사님께 여쭤보겠습니다.”그는 다시 모두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전창빈이 떠나자 선우민아도 일어서서 가족들에게 말했다.“저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민기한테는 주말에 데리고 나가주겠다고 전해주세요.”선우민기는 그녀보다 스무 살이나 어렸기 때문에 남동생을 아들처럼 키웠다.선우민기는 선우민아를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랐다.선우정아도 그녀의 언니를 따라 일어섰다.“저도 일 보러 갈게요.”한경주가 딸에게 당부했다.“접대할 때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몸에 해로워.”“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5년 전의 제가 아닌걸요.”선우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회사를 막 이어받았을 때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땐 위엄도, 경험도 없었고 회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