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진이 급급히 해명했다.“여보, 나 밖에서 여자 건드린 적 없어.”“알아. 난 당신이 밖에서 바람피웠다고 말한 적 없어. 단지 당신이 너무 멋지고 훌륭해서 수많은 여자를 매료시켰다고 말했을 뿐인데. 남자도 미녀를 볼 때 몇 번이고 더 보고 싶어 하고 심지어 첫눈에 반하잖아. 여자들도 마찬가지야. 멋진 남자를 보면 참지 못하고 눈길 한 번 더 주면서 설레하는걸. 연회에서 가희 씨가 날 친구에게 소개해 주셨는데 그 친구분은 첫 만남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너무 냉담하게 대하는 거야. 심지어 험한 말까지 나에게 하더라고. 너무 이상했어. 건드린 적도 없는데... 나중에 알았는데 당신을 짝사랑했더라고. 내가 그 친구분의 연적으로 된 거지.”전이진의 멋진 얼굴은 이내 굳어졌고 나지막이 물었다.“누구야?”그의 아내가상대방과 인사를 나누는 것만 해도 이미 상대방의 체면을 충분히 세워준 셈이다.그러나 그 여자가 의외로 여운초를 아랑곳하지 않았다.여운초는 전이진의 예쁜 얼굴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우리 남편은 내 나쁜 소식만 들어도 얼굴이 어두워진다니까. 이진 씨는 늘 부드러운 사람인데 차가운 표정을 지으면 당신 큰형과 겨루어 볼만 해. 여보, 난 당신의 어두운 얼굴이 싫어.”전에 그녀는 전이진을 볼 수 없었기에 그가 어떻게 생겼는지, 표정이 어땠는지도 몰랐다.전이진과 지내면서 느낌상으로 그가 부드럽고 지적인 남자라고 결론지었다.외부 사람들 눈에도 전이진은 우아하고 지적인 남자로 보였다. 그러나 그에게도 전씨 가문의 횡포함이 들어있었다.때때로 화가 날 때면 그의 냉담한 표정이 전태윤과 겨룰 수 있을 정도다.전태윤은 차가운 얼굴에 익숙해져 있지만, 전이진은 차가운 표정을 거의 짓지 않았다. 하여 전이진이 갑자기 차가운 얼굴로 나타나면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곤 한다.“내가 뭐라고 말한 것도 아니고. 내가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거든.”여운초는 웃으며 전이진의 찌푸린 얼굴을 쓰다듬어 주며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난 단지 당신에게 오늘 일어난 일을 말
예전에 여준희도 여운초에게 전이진을 놓치지 말라고 설득한 적 있었다.심지어 젊고 활기찬 여천우도 전이진을 칭찬하며 전이진의 눈에는 온통 그녀뿐이라고 말했다.여천우는 여준희와 힘을 모아 여운초에게 전이진의 감정을 받아들이라고 설득하지 않았던가!전씨 가문은 그녀가 시각장애인이라는 것을 싫어하지 않으니 스스로 자신을 괴롭히면 안 된다면서, 그녀도 아주 훌륭하기에 열등감을 가질 필요 없다면서 말했다.여운초도 전이진이 그녀에게 진심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당시 여운초는 그 당시 시각장애인이었기 때문에 전이진처럼 훌륭한 남자가 더 좋은 짝을 찾아야 마땅하다고 여겼다. 시각장애인인 그녀에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느꼈었다.그 뒤로 전이진은 정겨울이 여운초에게 눈을 치료하게 하려고 몇 번이고 예진 리조트를 드나들었다. 이 때문에 예씨 가문의 넷째 도련님은 전이진이 정겨울의 산후조리에 방해된다면서 불평까지 늘어놓았다.전이진은 낮게 웃으며 말했다.“날 빼앗을 수 있는 사람은 없어. 난 당신 사람이고 당신도 내 것이야. 당신은 할머니께서 나에게 골라주신 사람이야. 사실 처음에 나에게 시각장애인을 골라주어서 할머니가 너무 편파적이라고 생각했어. 나도 내가 훌륭하고 괜찮은 사람이라고 우리 큰형만큼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 할머니가 효심을 이용해서 큰형이 큰형수님과 결혼시켰거든. 형수님 출신이 우리 가문만 못하지만 적어도 정상인이잖아. 호영이 짝도 훌륭하고. 근데 할머니께서는 너에게 수많은 서프라이즈가 있으니 천천히 하나하나 캐어내라고 하신 거 있지.”전이진은 또 사랑하는 아내의 얼굴에 뽀뽀하고는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여보, 내가 처음 당신에게 접근했을 때 할머니께서 골라주신 사람이 얼마나 놀라운지 좀 보고 싶은 것도 있었어. 놀랍게도 넌 정말로 나에게 서프라이즈를 줬지. 넌 익숙한 환경에서는 일반적인 사람처럼 행동했어. 그때 난 우리 할머니께서 나에게 골라주신 아내가 남만 못지않을 거란 점을 알았거든. 그래서 먼저 너에게 꽃을 주문한 거야. 꽃 배달
다음 날 아침, 여운초는 전이진의 빤히 보는 눈빛에 의해 깨어났다. 그녀는 누군가가 그녀를 계속 쳐다보고 있는 것을 느꼈다.눈을 떠보니 전이진의 검은 눈동자가 그녀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여운초는 그의 눈을 가리더니 다시 눈을 감았다.전이진이 물었다.“여보, 왜 이렇게 쳐다봐? 사람을 먹지 않아서 다행이네. 아니면 나를 잡아먹을까 봐 걱정했을 거야.”전이진은 이번 한 번만 이렇게 쳐다본 건 아니다.전이진은 몇 번이고 여운초가 자는 모습을 뚫어지라 쳐다보았다.여운초는 깊은 잠에 빠져 있어도 본능적으로 잠에서 깨날 수 있었다.혼인 신고를 하고 부부가 되어 처음으로 한 침대에서 잠들고 깨어났는데 여운초는 그에게 이런 그윽한 시선을 받고는 화들짝 놀랐었다.집에 도둑이 있는 줄 알았다. 처음으로 한 침대에서 잠들었기 때문에 아직 익숙하지 않았고 전이진과 부부로 된 사실도 잊었다.눈앞의 사람을 똑똑히 본 여운초는 본능적으로 이불을 잡아당겨 자신을 꽁꽁 싸매고 나서 이불 아래로 발을 뻗어 전이진을 침대에서 걷어찼다.전이진은 그녀의 발에 차여 땅에 떨어졌고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여운초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두 사람이 혼인 신고를 한 기억을 떠올리더니 서둘러 침대에서 내려와 그를 땅에서 일으켜 세웠다.그리고 웃으면서 사과했다.“혼인 신고한 사실을 깜빡했어. 날 덮치려는 줄 알고 그만 차버렸네.”전이진은 어두운 표정으로 그녀를 나무랐다.“내가 언제 덮쳤다고 그래? 우리가 혼인 신고 하지 않았어도 약혼한 사이인데 내가 당신 침대에 있는 게 뭐 어때서?”그녀는 겸연쩍게 웃으며 작은 목소리로 그에게 예전에 강제로 키스한 적이 있지 않았냐고, 그것이 바로 덮치는 거라고 알려주었다.여운초가 옛날얘기를 꺼내자 전이진은 바로 꼬리를 내렸다.그녀가 두 사람이 이미 부부 사이로 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게 하려고 전이진은 그날 밤 다시 한번 불태워 하마터면 여운초가 침대에서 내려오지 못 할 뻔했다.전이진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난 이렇게 당신을 보고
여운초가 눈을 뜨고 전이진을 노려보았다.“동호 오빠와 형수님은 지금 서로 아끼고 사랑하고 있는데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마. 두 사람의 사이에 영향을 주면 안 돼.”전이진은 헤벌쭉 웃으며 대답했다.“알았어.”한동호 부부는 정말로 금실 좋은 생활을 하고 있었다.전이진은 그제야 완전히 마음을 놓았다. 아내를 빼앗길 걱정은 안 해도 되니까.지금 한동호가 여운초를 바라보는 눈빛은 예전처럼 강렬하지 않고 많이 평범해졌다. 정말로 여운초를 여동생처럼 대했다.전이진은 다가가 여운초의 볼에 뽀뽀하고는 부드럽게 말을 건넸다.“여보, 좀 더 자. 난 나가서 한 바퀴 뛰고 와서 아침밥 해줄게. 내가 직접 해줘야지. 창빈 도련님이 하신 요리가 더 맛있는데. 당신이 돌아올 때쯤이면 아마 창빈 도련님이 모두에게 아침 식사를 해놓고 기다릴걸.”전이진은 웃으며 대답했다.“큰아버지 댁으로 가서 아침을 먹고 싶어? 그럼 내가 빨리 가서 볼게. 창빈이가 일어났는지 모르겠어. 아침 많이 해놓으라고 부탁해서 우리 아침 식사를 그곳에 가서 하자. 창빈이가 월요일에 원림성의 A시에 간대. 큰어머니께서도 조금 아쉬워하셔서 며칠 동안 창빈이가 시간 내서 어르신들과 함께 있을 거야. 맛있는 음식도 해드리고.”여운초는 잠을 자지 않고 일어나 호기심에 물었다.“그렇게 먼 곳에 가서 무엇을 하신대? 출장 가시는 거야?”“다른 가문의 가정 요리사가 되고 싶어 해. 그 가문의 사람 입이 특히 까다롭다고 해. 창빈이가 자신의 요리 솜씨가 뛰어난지 확인하기 위해 한 번 시도해 보고 싶어 하는 눈치더라고.”여운초가 재빨리 말을 이었다.“창빈 도련님의 요리 솜씨가 검증이 필요해? 당신들 형제들은 전부 할머니의 밑에서 자랐잖아. 큰형수님이 말씀하시는데 당신 형제들 요리 솜씨가 아주 좋다고 하던데.”전씨 할머니는 세상의 모든 요리를 다 드신 분이다.전씨 가문의 형제들은 전부 전씨 할머니의 밑에서 자랐다. 그들은 종종 전씨 할머니께 요리해 드렸다. 할머니가 고개를 가로젓는 것은 그들의 요리 실
곧이어 전이진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다 큰 어른이라 그곳에 가서 무엇을 하든 간에 각자 하고 싶은 일이 있잖아. 세 살짜리 아이도 아닌데 우리가 형으로서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여보, 조금만 더 자. 나 나갈게.”전이진은 금세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건강달리기하러 나갔다.서원 리조트는 무척 크기에 반 바퀴만 뛰어도 운동량이 충분했다.많은 경우, 전이진은 정원에서 두 바퀴를 뛰었을 뿐 리조트 전체를 돌지는 않았다.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비록 오늘 출근하지 않아도 되지만 전이진은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좀 이따가 돌아와서 아내와 함께해야 했으니까.전이진은 아침 운동하러 나간 뒤 여운초는 계속 잠을 잤다.때때로 그녀는 남편이 매우 부러웠다. 쉬는 시간이 같았지만, 전이진은 항상 그녀보다 더 활기차 보였다.전이진은 계단을 내려갔으나 부모님을 보지 못했다. 아마도 아직 일어나지 않으신 모양이다.요즘 아침 날씨는 추웠다. 아직 6시가 조금 넘었기에 다들 이불 속에서 꿈을 꾸고 있을 것이다.그의 집에 있는 요리사들마저 아직 아침 준비하지 않았다. 그들이 집에서 먹을지 아니면 전창빈 댁에 가서 먹을지 아직 모른다.전이진이 계단을 내려가는 것을 본 요리사가 급히 물었다.“둘째 도련님, 좋은 아침이에요. 아침 식사를 준비해 드릴까요? 제가 아직 아침 식사를 준비하지 않았어요. 집사님께 여쭈었는데 아직도 모른다고 하시길래 아직 준비하지 않았어요.”“운초 씨가 큰아버지 댁에 가서 아침 식사를 하자고 하네요. 아침 준비 안 하셔도 돼요.”요리사가 대답했다.“네, 알겠습니다.”전이진 부부가 집에서 먹지 않으면 요리사는 하인들에게 아침 식사를 준비하면 될 것이다. 하인들의 아침 식사는 다양하지 않고 간단했기에 그의 작업량은 절반으로 줄어든다.“오늘은 어제보다 더 추운데 이렇게 일찍 아침 운동을 하러 나가실 겁니까? 헬스장에 가시는 것도 마찬가지일 텐데.”전이진은 웃으며 대답했다.“아침에 추워야 나가서 뛰어야 해요. 뛰면 춥지 않
과연 전창빈은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에서 혼자 바쁘게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창빈아, 우리 가족도 할머니와 함께 아침 식사를 하러 올 거야. 우리 것도 준비해 줘.”전이진은 늦게 왔을까 봐 걱정했다. 전창빈이 아침을 이미 준비해 놓으면 그들 몫이 없을까 봐, 사랑하는 여운초의 입맛을 만족시키지 못할까 봐 걱정했다.전창빈은 눈길 조자 주지 않고 대답했다.“나 바쁜 거 안 보여? 형도 일찍 일어났으면 얼른 도와주기나 해.”전태윤과 전이진이 그들의 별장으로 돌아갔고 소정남 부부도 왔기 때문에 전창빈은 눈치껏 모두를 위해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전씨 할머니만 집에 계시면 말할 것도 없이 모두가 자발적으로 중심 별장으로 와서 밥을 먹곤 했다.전이진은 급히 대답했다.“난 아침 운동을 해야 해서 아직 도와줄 시간이 없다. 게다가 다들 네가 만든 음식을 더 좋아해. 아침 식사도 네가 한 게 더 맛있대. 창빈아, 너도 우리와 똑같이 할머니 밑에서 자랐는데 넌 왜 이렇게 요리 실력이 이렇게 훌륭해? 난 네가 호영이도 추월했다는 생각이 들어.”공짜로 음식을 얻어먹는데 전이진은 사촌 동생을 칭찬하는 좋은 말들을 아끼지 않았다. 어쨌든 좋은 말을 하면 돈이 드는 것도 아닌데.전창빈은 고개를 돌려 전이진을 쳐다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대답했다.“형, 날 칭찬할 필요 없어. 내 실력을 내가 잘 알거든. 우리 형들도 실력이 좋아. 단지 형들이 유심히 연구하지 않은 것 뿐이야. 난 요식업에 관한 사업도 하거든.”전창빈은 요리를 정말 좋아해서 스스로 창업까지 했고 확고히 요식업계에 발을 들여놓았다.전호영의 직업은 전태윤이 안배해 준 것이다. 하여 전호영의 요리에 대한 열정은 전창빈보다 높지 않을 것이다.“내가 칭찬하는 건 아니거든. 넌 정말 대단해. 참, 창빈아. 너 월요일에 원림성 A시에 가서 가정 요리사로 지원할 계획이라며? 왜 남의 집에 가서 가정 요리사로 일할 생각을 하게 됐어? 요리사가 되고 싶으면 우리 집에서도 충분히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을 텐데.”“그냥
“괜찮다니까. 운초 씨가 억지를 부리는 사람이 아니거든. 난 떳떳해. 절대로 네 형수님에게 미안한 짓은 안 해. 걱정하지 마. 별일 없으니까. 나중에 아내가 생기면 우리한테서 많이 배워야 해. 아내를 집으로 데려가서 많이 사랑해줘야 해. 많이 예뻐해 주고 많이 달래주면서. 부부간에는 서로를 믿어야 하거든. 우리 전씨 가문 남자의 훌륭한 전통을 잃지 말아야 해.”아내를 아끼고 아내를 무서워하는 것은 전씨 가문 남자들의 훌륭한 전통이다.어렸을 때부터 그들 형제는 전씨 할머니에게 왜 아내를 사랑하는 남자가 되어야 하는지 물었다.전씨 할머니는 그들에게 아내가 인품이 좋고 사리에 밝고 남편이 아내를 아껴야만 큰 부자가 될 수 있고 집안이 번창할 것이라고 대답했다.게다가 아내가 부드러우면 사고도 적게 난다고 했다.좋은 아내를 얻으면 집안 3대가 복 받는다는 말도 있다.전창빈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할머니께서 가르쳐 주신 말을 어찌 잊겠어. 난 아직 젊어서 급하게 아내를 맞이할 필요는 없어. 제 앞에는 아직 결혼하지 못한 세 명의 형이 있잖아.”전호영은 여자친구가 있는데 아직 혼인 신고를 하지 않았다.전이혁과 전우는 말할 것도 없다.전씨 할머니는 두 사람을 위해 아내를 정해주었다. 전이혁은 움직인듯했지만 짝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몰랐고 만나지도 못했다.전우는 아직 움직이지 않았다.전창빈의 반쪽은...선우민아가 할머니 말처럼 그렇게 훌륭한 사람인지 아직 모른다.입맛이 까다롭다고 들었는데...다행히 그는 요리할 줄 알았다. 게다가 엄청 맛있게 한다.그렇지 않으면 전씨 할머니께서 이렇게 까다로운 여자를 골라주면 전창빈은 많은 시간을 들여 요리를 배운 뒤에야 선우민아에게 구애할 것이다.전창빈은 전씨 할머니가 그들 형제를 양성하고 모든 것에 능통한 이유가 바로 그들의 미래 아내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서라고 진지하게 의심했다. 그들은 형제들이 모든 일에 능통하면 아내가 무슨 일을 할 필요 있는가! 와이프는 단지 생활만 누리면 되는 건가?전창빈의 아버지
그러자 전씨 할머니가 대답했다.“어떤 것은 박태기나무이고 어떤 것은 백일홍인데 백일홍은 여름에 피기 때문에 간격을 두고 심으면 꽃이 만발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거든. 설이 지나고 명절이 지나고 매화가 피면 그때 나와 함께 매화를 보러 가자. 우리 리조트에 벚꽃도 있고 종류가 많아. 6월에 연꽃도 감상할 수 있어. 가장 많이 심었거든.”전씨 할머니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난 꽃이 그렇게 좋더라. 많이 심어놓으면 사시사철 제철의 꽃이 만발하여 생기가 넘치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정말 좋거든.”전씨 할머니가 좋아하셨기에 서원 리조트가 생기게 되었고 그 뒤로 전씨 가문에 시집온 여자들이 함께 즐길 수 있게 되었다.“할머니.”전이진은 재빨리 뛰어갔다.전씨 할머니를 부른 전이진은 하예정과 심효진에게 안부를 묻고 마지막으로 사랑스러운 아내에게 시선을 돌렸다.“날씨가 추운데 좀 더 자지.”그는 아직 아침 운동하던 참이라 아직 집에 돌아가지도 않았는데 여운초는 벌써 밖으로 나왔다.여운초가 대답했다.“잠깐 혼자 잤더니 잠이 안 와서 그냥 일어났어. 이제 해가 떠서 그렇게 춥지는 않아.”“춥긴 뭐가 춥다고. 예전에는 추웠지만, 지금은 지구 기온가 점점 올라가서 춥지도 않아.”전씨 할머니가 한마디 하셨다.전씨 할머니는 자신이 어렸을 때 관성의 겨울이 항상 추울 것으로 생각했다.언제부터인지 겨울이 점점 춥지 않았다.전이진은 웃으며 물었다.“할머니, 형수님. 꽃구경 가시게요? 아침은 드셨어요?”“아직요. 태윤 씨가 도와주러 갔어요. 창빈 도련님이 혼자서 너무 바빠서.”하예정이 대답했다.전이진도 눈치껏 말했다.“그럼 저도 돌아가서 옷 갈아입고 저도 도와줄게요. 할머니, 아침 드시고 나서 다시 내려가세요.”전씨 할머니는 웃으며 말했다.“그래. 그럼 아침을 먹고 우리 다시 꽃밭에 가자. 내가 너희들을 데리고 매화꽃을 보러 갈게. 아직 매화가 만발할 계절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 리조트의 구조를 익숙히 할 때도 됐어.”전씨 할머니는 하예정에게 말을 건
“할머니, 제가 뭐가 똑똑해요, 전 진짜 멍청해요. 할머니야말로 대단하신 분이죠.”전이혁은 할머니께 아부하는 멘트를 던졌다.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아부라고 할 수 없는 게, 할머니는 정말 대단한 인물이었다. 남들이 보기엔 전씨 가문 자손들은 이미 충분히 뛰어난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할머니의 손바닥 안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할머니는 마치 삼장법사였고 자손들은 손오공 같은 존재로 손오공이 아무리 강해도 삼장법사 앞에선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할머니, 저 진짜 꼼수 같은 거 부리지 않아요.”“그건 네 사정이고. 어떻게 하든 네 마음대로 해. 할머니는 이미 너에게 신붓감을 골라줬고, 대시하든 포기하든 그것 역시 너에게 달린 일이야. 1년이면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줬다고 생각한다.”“하지만 한 가지 경고할게. 지금까지 우리 전씨 가문에는 일편단심인 남자만 있었을 뿐 양다리를 걸치는 남자는 없었어. 네가 전씨 가문의 가풍을 망가뜨리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전이혁은 최대한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알겠어요, 할머니. 저 이제 운전해야 해요. 도착해서 또 이야기 나눠요.”“그래, 운전 조심하고.”할머니는 전이혁에게 안전을 당부하고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끊은 뒤, 할머니는 곧장 양씨 아저씨에게 전화를 걸었다.“양 집사, 내 생선은?”할머니는 자신이 잡은 생선을 혹시 다른 사람이 먹을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양씨 아저씨는 웃으며 대답했다.“어르신께서 구운 생선은 냄새가 정말 좋아요. 아무도 어르신의 생선을 뺏어 먹으려 하지 않으니 안심하세요.”그들 몇몇 자식들 따라 직원 숙소에서 지내는 할머니들은 전씨 할머니가 좋은 분인 걸 알고 함께 수다도 떨고 낚시도 하지만 전씨 가문의 중심인 전씨 할머니의 권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들은 전씨 할머니의 물건을 건드리는 일은 없었다. 혹시나 건드렸다가 이곳에서 일하는 자식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었으니까.서원 리조트의 모든 직원은 훌륭한 대우와 복지를 받고 있었다. 산기슭에 지어진 숙소는 혼자인
두 사람은 함께 아침을 먹은 후, 방을 나섰다.그러자 집사는 전태윤이 다음에 올 때 묵을 수 있도록 스위트룸을 원래 상태로 정리하기 시작했다.도아영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서 다시 잠을 청했다.전이혁은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고, 할머니가 전화를 받자 물었다.“할머니, 지금 어디 계세요?”“리조트에 있어. 무슨 일이야? 할머니 보고 싶어? 그렇다면 와서 할머니랑 같이 밥 한 끼 먹자.”그러더니 할머니는 한 마디 덧붙였다.“지금 생선이 막 익었어. 냄새 진짜 좋다.”전이혁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침부터 생선 구워 드세요?”“너한테 말한 거 아니야. 친구들이랑 얘기 중이었어. 아침부터 생선 구우면 안 돼? 그리고 지금 아침도 아니잖아. 아홉 시도 넘었네, 해가 중천에 뜨려고 하고 있어.”“오늘 날씨도 풀렸고, 할머니는 친구들이랑 낚시 갔다가 지금은 잡은 생선 구워 먹고 있어. 소풍하는 느낌이라 꽤 괜찮아.”전이혁은 그 모습이 쉽게 그려졌다. 산 아래에는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고 물 아래에는 물고기와 새우들이 헤엄치고 있었다.할머니는 가끔 몇몇 직원들의 어머니들과 함께 낚시하곤 했었다. 냇가에는 큰 나무 한 그루 있었는데 그 아래에는 돌로 된 테이블이 몇 개 있어 할머니의 한마디면 집사는 바비큐 그릴을 가져와 그들이 직접 구워 먹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할머니가 말하길, 그들은 먹는 것보다는 굽는 과정을 더 즐겼다. 비록 직원이 구워줄 수도 있었지만, 그들은 다른 사람이 구워주는 건 맛이 없다며 투덜대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들은 다 먹지 못할 때면 남은 건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었다.서원 리조트의 직원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할머니는 권위를 내세우며 직원들에게 막 대하지 않고 옆집 할머니처럼 따뜻하게 대해준다는 사실을.“할머니, 생선 더 잡아서 구워주세요. 저 지금 갈게요.”전이혁은 결심한 듯 할머니에게 진실을 털어놓으러 갈 생각이었다.“네가 와서 직접 잡아. 손질까지 하면 할머니가 구워줄게.”그러더니 할머니는 전이혁에게 물었다.“
“여긴 호텔 맞고, 당연히 아영 씨가 묵던 방일 수가 없죠. 어제 아영 씨가 취해서 방에 데려다줬는데 눕자마자 토하더라고요. 침대랑 바닥까지 모두 엉망이 돼서 어쩔 수 없이 다른 방으로 옮겼어요.”전이혁은 다시 자리에 앉더니 도아영에게 말했다.“아영 씨 술 취하면 정말 감당하기 힘들어요. 앞으로 술 좀 줄이는 게 좋을 것 같네요.”도아영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뗐다.“제가 전이혁 씨랑 함께 많이 마신 건 알겠는데 그 뒤로는 기억이 하나도 안 나네요. 그런데 그 술 진짜 맛있었어요. 제가 해주시로 돌아갈 때 한 박스만 챙겨줘요. 기분 안 좋을 때 집에서 한두 잔 마시려고요.”“아영 씨가 그 정도로 술이 부족하진 않을 텐데요?”전이혁은 도아영의 집에 좋은 술이 부족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그는 도아영의 말이 전혀 믿기지 않았다.“맞아요. 술이 부족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전이혁 씨가 준 술은 부족하죠.”전이혁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그래요. 아영 씨가 돌아갈 때 한 박스 챙겨줄게요. 그리고 관성 특산물도 좀 챙길 테니 같이 가져가요. 어찌 되었든 먼 길 왔는데 헛걸음하게 하면 안 되니까요.”도아영은 웃으며 대답했다.“맞아요. 헛걸음하게 만들면 안 되죠.”그러더니 그녀는 전이혁의 옆으로 다가가 소파에 기대어 앉았다.“전이혁 씨, 여기 꿀 있어요? 머리가 아파서 그러는데 저 꿀물 좀 타 주면 안 돼요?”“아까는 참을 만하다면서요?”전이혁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일단 세수 좀 하고요. 그리고 타 줄게요. 아영 씨도 세수해요.”“목욕할 거면 아영 씨 방에 가서 해요. 여긴 우리 형이 자주 묵는 스위트룸인데, 아영 씨니까 형이 허락한 거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형수님이 부탁해도 절대 안 된다고 했을 거예요.”전이혁의 큰형과 형수님은 도아영이 할머니께서 정해준 자신의 신붓감이라는 걸 알고,이미 도아영을 가족이나 다름없이 생각하고 있었다.어젯밤, 전이혁이 그런 말을 했을 때 도아영은 살짝 기분이 상했었다. 하지만
전이혁은 얼른 도아영을 부축하더니 살짝 귀찮다는 듯이 물었다.“아영 씨, 또 왜 그래요?”“저... 화장실... ”도아영은 눈이 풀린 채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화장실 가고 싶어요?”도아영은 비틀거리며 제대로 걷기도 힘든 상태였고 전이혁의 표정은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다. 도아영을 혼자 화장실에 가게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남자인 자신이 부축해서 데려가는 것도 난감한 일이었다.도아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전이혁은 급히 그녀를 부축하며 다시 한번 물었다.“혼자 괜찮겠어요?”도아영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녀는 이미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를 정도로 심하게 취해 있었다.도아영의 상태를 보아하니 전이혁은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부축해 화장실로 데려가야 했다. 전이혁은 가면서도 입으로는 끊임없이 투덜거렸다.그는 도아영을 화장실로 들여보내고 도망치듯 밖으로 뛰어나왔다.전이혁은 도아영이 나올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10분이 넘도록 나오지 않았고, 노크를 해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결국, 전이혁은 걱정된 마음에 문을 살짝 열어 안을 들여다봤지만 무슨 일인지 도아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어? 어디 간 거야?’전이혁은 의심스러운 마음에 문을 활짝 열고 들어가 보았다. 그 결과, 도아영은 화장실 문 옆 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그러니 문틈 사이로 도아영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다.“이 여자 진짜!”도아영의 모습을 보자, 전이혁은 앞으로 절대 그녀에게 술을 많이 마시게 하지 않으리라고 결심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전이혁은 앞으로 자신이 도아영과 함께 밥을 먹게 된다면 그녀에게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 자신 말고는 도아영이 다른 누구와 함께 얼마나 마시든, 그건 전이혁이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전이혁은 안으로 들어가 도아영을 안고 나온 뒤,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그는 원래 방으로 돌아가 쉴 예정이었지만, 도아영의 상태를 보아하니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결국 그날 저녁,
한편 호텔에서 도아영을 돌보던 전이혁은 전창빈의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단독으로 그에게 음성 메시지로 물었다.[너 그 먼 곳까지 가서 가정 요리사를 하려고?]전창빈은 소파에 앉아 답장을 보냈다.[안 될 건 없지?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 자리는 도전적이잖아. 내가 합격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어. 다행히도 형 동생이 모든 경쟁자를 물리쳤지 뭐야. 난관을 하나둘씩 돌파했어.]전이혁이 회답했다.[요리사 하나 뽑는 걸 대통령 선거처럼 하는구먼. 얼마나 있을 계획이야? 설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명절에는 안 오려고?]전창빈이 답장했다.[설날에는 아마 못 갈 것 같아. 여기 주인이 날 해고하면 그때나 갈 수는 있겠는지.]전이혁이 피식 웃었다.[네 실력으로는 해고당할 리가 없잖아. 네가 주인을 해고하는 게 더 말이 되겠다. 이해가 안 가. 왜 그 먼 곳까지 가려고 한 거야? 넌 사업도 있는데... 어디서 요리하든 다 마찬가지일 텐데 굳이 몇천 리나 떨어진 곳까지 갈 필요가 있나? 거기 추울 텐데 너 괜찮겠어?]전창빈이 대답했다.[우리 추위를 못 타본 것도 아니고. 형도 할머니에 의해 눈이 수북이 쌓인 산으로 버려지지 않았어? 내 얘긴 그만하고... 형은 어때? 우리 미래의 형수님께 구애하기 시작했어?]‘난 벌써 움직이고 있는데 형이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가 나중에 민아 씨와 함께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갈 때 형은 대체 어쩌려고?’전창빈은 속으로 생각했다.전씨 할머니의 지팡이가 전창빈의 등짝을 때리지 않는다면 해가 서쪽에 뜨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말도 마라. 정말 귀찮아. 큰형수님이 오늘 저녁에 우리한테 밥 사주셨어.]전창빈이 웃으며 회답했다.[하하! 괴로웠겠네.][내 말이. 할머니께서 나에게 정해주신 그 여자분이 큰형수님을 찾아가 하소연했더니 큰형수님이 우리 두 사람에게 밥을 사주신 거 있지.][형이 우리 형수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아직 너의 형수님이 아니거든!]전이혁은 전창빈의 호칭을 정정했다. 그는 도아영과
“저는 앞으로 큰아가씨의 평가에 근거해서 요리 방법을 조정해 나갈 거예요. 그렇게 해야만 실력을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만드는 모든 요리를 큰아가씨께서 만족해하시면 제가 여기에서 졸업할 수 있겠네요.”강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되면 큰아가씨께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걸요.”‘평생 선우민아 씨를 위해 요리해 드리는 건 기쁜 일이지.'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전창빈은 꾹 참았다. 이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설령 전창빈이 선우민아에게 애정 공세를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고 해도 이런 생각을 드러내서는 절대로 안 된다.선우민아가 가업을 운영한다는 건 그녀가 매우 유능한 인물이라는 증거다. 이렇게 강한 강한 여성은 쉽게 넘볼 수 없는 상대이다.전호영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너무 힘들어서 하예정의 도움을 받은 끝에야 지름길을 택할 수 있었고 고현의 마음을 얻었다.강진은 그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깨닫고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전창빈 씨, 오늘 오후 내내 바쁘셨는데 일찍 쉬세요. 내일 아침 큰아가씨를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가장 일찍 아침을 드시는 분은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입니다. 민기 도련님은 학교에 가야 해서 일찍 식사하시고 큰아가씨는 매일 민기 도련님을 학교에 데려다주신 후 회사에 가시니까 두 분은 늘 함께 식사하시는 편이에요. 하여 아침 7시쯤이면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의 아침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의 아침은 9시 이후에 준비하시면 돼요.”전창빈이 말을 건넸다.“그 시간대면 아침과 점심을 함께 드시는 거네요.”“어르신과 사모님은 그렇죠. 점심 무렵에 일어나셨다가 식사 후에는 외출하셔서 저녁에야 돌아오세요. 때로는 안 오시기도 하는데, 그럴 땐 제가 미리 알려드릴게요. 안 오시는 날은 창빈 씨가 쉬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냥 자신의 배만 채우시면 돼요.”여기에서는 사실상 선우민아 자매만 아침을 먹는 셈이다.“큰아
동생 선우정아가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며 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지금은 네가 전창빈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는 일이니까. 앞으로 매일 여기 와서 식사해. 전창빈 씨와 접촉할 기회도 많아져야 그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거 아니야. 만약 그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거리가 멀어도 너희 부모님께서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하실 거야. 혹은 전창빈 씨에게 우리 지역에서 사업을 하게 하고 여기서 집을 사도록 하든가.”선우정아는 또 벙어리가 되어버렸다.선우민아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선우정아는 앞으로는 감히 그 집에 밥 먹으러 가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여겼다.선우민아가 자꾸 자신이 전창빈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지 않는가.전창빈은 미래의 아내는 지금 미래 처제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전이혁은 강진을 따라 숙소로 돌아갔다. 강진은 웃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전창빈 씨, 이제 우리는 동료가 되었군요. 오래 함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선우씨 가문의 여러 집안이 같은 대저택 안에서 함께 살고 있었지만 집안마다 독립된 공간이 있었다.선우민아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었기에 강진 역시 1년 정도는 함께 일할 사람을 원했다.요리사와 친해지기도 전에 퇴직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전창빈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집사님과 오래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가 요리들을 더 연구해서 큰아가씨께서 제 요리만 먹고 싶어 하도록 해야겠네요.”“큰아가씨께서 창빈 씨 요리만 고집하게 만들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요리 대회에 나가면 ‘요리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을 만큼요.”선우민아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전창빈은 웃으며 말했다.“‘요리의 신'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저는 단지 제 요리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손님들을 만족시키고 싶을 뿐이죠.”전창빈은 그가 고용한 요리사들에게는 항상 조언을 해주곤 한다. 본인이 잘 배워야 현재 이끌고 있는 요리사들도
선우민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런 사업을 가진 사람을 네가 정말 좋아한다면 작은아버지와 숙모도 반대하지 않으실 거야. 다만 전창빈 씨가 관성 사람이라 우리랑 거리가 너무 멀어. 작은아버지와 숙모는 네가 먼 곳으로 시집가는 걸 아쉬워할 수도 있을 거야.”선우정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언니! 제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저는 정말 그런 마음 없단 말이에요. 오히려 저는 그분이 언니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우리 자매 일곱 명 중 언니가 맏이라 당연히 언니가 먼저 시집가야죠. 제가 언니를 앞지를 순 없잖아요.”착각인지 정말 본 건지, 선우정아는 전창빈이 선우민아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특별한 시선이 느껴졌다.그리고 전창빈은 사실 정말로 선우민아를 위해 온 거였다.아니, 정확히는 선우민아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다른 손님들도 분명히 만족시킬 수 있을 테니까.선우정아는 생각했다. 선우민아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동생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우리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잖아. 게다가 사촌 자매이기도 하기 때문에 네가 나보다 먼저 시집간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안 되거든. 나는 당분간 시집갈 생각 없어. 만약 고려한다 해도 이 지역의 사람일 거야. 생각해봐, 민기와 민수는 아직 몇 살밖에 안 됐는데 애들이 커서 사업을 이어받을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20년은 더 기다려야 되잖아. 이 20년 동안 우리 자매는 계속 회사를 떠받쳐야 해. 만약 우리가 먼 곳으로 시집가면, 누가 회사를 이끌겠어? 셋째와 넷째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거야 아니야.”셋째 동생과 넷째 동생도 이제 성인이 되어 사업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거대한 가업을 떠받칠 능력이 되지 못했다.하여 선우민아는 자연스레 먼 곳으로 시집갈 생각이 없었다. 시집을 간다 해도 A시의 남자에게 시집갈 것이다. 그래야 시집가서도 친정 회사를 계속 관리할 수 있으니까.앞으로 선우민기
전창빈이 말했다.“행동으로 보여드리죠.”선우정아는 눈썹을 치켜들며 웃었다.“전이혁 씨는 정말 자신만만하신가 봐요.”선우민아는 선우정아를 한 번 흘겨보더니 전창빈에게 물었다.“그럼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이 자리를 위해 온 만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세요. 강 집사님께서 이미 숙소를 준비해 뒀을 테고 월급은 내일부터 계산됩니다. 한 달의 수습 기간이 있고 수습 기간 중 급여는 일당으로 지급됩니다. 공짜로 일을 시키진 않을 거예요.“누구든 마찬가지로 하루 일하면 하루 급여를 계산해 주었다.“집사님께서 어제 이미 숙소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급여는 어떻게 계산되든 상관없습니다. 전 도전을 위해 온 거지 월급을 위해 온 게 아니니까요.”전이혁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아내만 부족할 뿐...“좋아요. 지금은 숙소로 가서 쉬세요. 우리 집에서의 하루 세끼 준비 시간은 집사님께서 알려주실 거예요. 아침을 제외한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은 변함없어요.”선우씨 가문의 사람들 아침 식사는 각자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었다.전창빈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집사님께 여쭤보겠습니다.”그는 다시 모두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전창빈이 떠나자 선우민아도 일어서서 가족들에게 말했다.“저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민기한테는 주말에 데리고 나가주겠다고 전해주세요.”선우민기는 그녀보다 스무 살이나 어렸기 때문에 남동생을 아들처럼 키웠다.선우민기는 선우민아를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랐다.선우정아도 그녀의 언니를 따라 일어섰다.“저도 일 보러 갈게요.”한경주가 딸에게 당부했다.“접대할 때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몸에 해로워.”“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5년 전의 제가 아닌걸요.”선우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회사를 막 이어받았을 때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땐 위엄도, 경험도 없었고 회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