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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66화

Author: 고능비
전이혁의 목소리가 부엌에서 들려왔다.

“그럼 죽을 좀 끓여 드릴게요.”

죽을 끓이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여우’를 더 오래 붙잡아 둘 수 있을 것이다.

“집 안을 구경해도 돼요. 환경에 익숙해져야죠.”

‘내가 이미 이 별장의 곳곳을 다 뒤져봤지만 그 물건은 전혀 찾지 못했거든!’

하지만 ‘여우’는 이 생각을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말했다간 도둑질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꼴이 되어 전이혁과 같은 놈으로 여겨질 테니까.

그녀는 과일 접시의 과일을 반쯤 먹고 나서 포크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일어나 거실을 어슬렁거리다 부엌문 앞에 이르렀다.

‘여우’는 팔짱을 낀 채로 부엌문에 기대어 서서 자신의 다리를 살짝 흔들었다. 긴 코트를 벗은 그녀는 타이트한 빨간색 옷을 입고 있었다.

사실 그녀는 빨간색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이혁을 만날 때 빨간 옷을 입고 온 적이 있어서 이번에도 빨간색을 선택한 것뿐이다.

“전씨 가문의 형제들 전부 요리에 능하다면서요?”

“네, 다들 요리를 잘해요. 우리 가문에서 직접 부엌에서 요리하는 사람은 대부분 남자거든요. 우리 아빠는 요리를 잘하셔서 우리 엄마는 거의 안 하세요. 둘째 형이 둘째 형수님을 모시고 올 때에야 엄마가 가끔 기분 내서 직접 요리하시곤 해요. 만약 제가 여자 친구를 데려간다면 우리 엄마도 며느리를 위해 한 상 가득 음식을 차려주실 거예요.”

‘여우’가 말을 건넸다.

“그쪽 집안의 좋은 평판은 전부 할머니의 덕분인 것 같아요. 할아버지도 참 복도 많이 받으셨네요. 좋은 아내를 얻어서. 집에 현명한 아내가 있으면 몇 대까지 잘된다고 하던데. 전씨 가문은 할머니도 현명하시고 사모님들도 현명하시잖아요. 지금은 손자며느리도 인품 좋은 부잣집 딸만을 골라서 맞이하시는 것을 보면 전씨 가문의 후손들도 앞으로도 복이 많을 것 같아요.”

전이혁은 냉장고를 열어 재료를 살피며 ‘여우’가 자기 집안을 칭찬을 들으면서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럼요. 많은 재벌 가문은 3대를 못 넘기는데 우리 집은 이미 그걸 넘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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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67화

    ‘여우’를 따라잡지 못한 전이혁은 실망한 채로 돌아왔다.오늘 밤 헤어지면 또 언제 그녀를 볼 수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만약 그녀가 어디에 사는지 알았다면 자주 찾아갈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주소도 이름도 모르니 그는 완전히 수동적인 입장이 되어 버렸다. 여우’가 시간이 날 때 찾아와 그녀의 물건을 돌려달라 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바쁠 때는 한 달 내내 그녀를 한 번도 보기 어려웠다.‘진짜 직업이 뭔지 저리도 바쁘다니. 전씨 가문의 도련님인 나보다도 더 바쁜 것 같아...’전이혁은 전씨 그룹의 본사에서 일하지는 않지만 지사 두 개를 운영하면서 또 자신만의 소규모 회사도 몇 군데 운영하고 있었다.매일 정신없이 바쁜 삶을 보냈다.방금까지 숨어 있던 김지성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전이혁이 실망한 채 돌아오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도련님, 빨간 옷을 입은 아가씨를 못 따라잡으셨나요?”김지성이 물었다.전이혁은 걸음을 멈추고 김지성을 잠시 바라보다 말했다.“너무 늦게 달려가서...”김지성은 “아.” 하고는 돌아서서 걸어가기 시작했다.“집사님, 별장 대문이 아직 안 닫혔어요.”“도련님께서 대신 닫아주시죠. 아가씨 하나 따라잡지도 못하다니, 참.”전이혁 그가 무시당했다. 자기 집 집사에게 무시당한 것이다.‘감히 나 전이혁을 무시하다니!’전이혁은 진짜로 김지성을 해고해 집으로 돌려보낼까 생각도 했다.전이혁은 얼굴을 찌푸리며 김지성이 떠나는 모습을 바라볼 뿐 실제로 해고하지는 않았다.김지성은 서원 리조트에서 배양된 인재로 능력도 출중했기에 작은 별장을 김지성에게 맡기면 모든 게 안심이었다.아무것도 걱정할 필요 없이 모든 게 전이혁의 취향대로 준비되어 있었다.이렇게 배려심 있고 유능한 집사를 해고한다면 어디서 이렇게 잘 맞는 사람을 다시 구할 수 있단 말인가?감히 서원 리조트에 가서 집사를 달라고 했다가는 양 집사에게 욕먹는 건 물론이고 전씨 할머니의 지팡이도 충동할 것이다.결국 전이혁은 억울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66화

    전이혁의 목소리가 부엌에서 들려왔다.“그럼 죽을 좀 끓여 드릴게요.”죽을 끓이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여우’를 더 오래 붙잡아 둘 수 있을 것이다.“집 안을 구경해도 돼요. 환경에 익숙해져야죠.”‘내가 이미 이 별장의 곳곳을 다 뒤져봤지만 그 물건은 전혀 찾지 못했거든!’하지만 ‘여우’는 이 생각을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말했다간 도둑질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꼴이 되어 전이혁과 같은 놈으로 여겨질 테니까.그녀는 과일 접시의 과일을 반쯤 먹고 나서 포크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일어나 거실을 어슬렁거리다 부엌문 앞에 이르렀다.‘여우’는 팔짱을 낀 채로 부엌문에 기대어 서서 자신의 다리를 살짝 흔들었다. 긴 코트를 벗은 그녀는 타이트한 빨간색 옷을 입고 있었다.사실 그녀는 빨간색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하지만 전이혁을 만날 때 빨간 옷을 입고 온 적이 있어서 이번에도 빨간색을 선택한 것뿐이다.“전씨 가문의 형제들 전부 요리에 능하다면서요?”“네, 다들 요리를 잘해요. 우리 가문에서 직접 부엌에서 요리하는 사람은 대부분 남자거든요. 우리 아빠는 요리를 잘하셔서 우리 엄마는 거의 안 하세요. 둘째 형이 둘째 형수님을 모시고 올 때에야 엄마가 가끔 기분 내서 직접 요리하시곤 해요. 만약 제가 여자 친구를 데려간다면 우리 엄마도 며느리를 위해 한 상 가득 음식을 차려주실 거예요.”‘여우’가 말을 건넸다.“그쪽 집안의 좋은 평판은 전부 할머니의 덕분인 것 같아요. 할아버지도 참 복도 많이 받으셨네요. 좋은 아내를 얻어서. 집에 현명한 아내가 있으면 몇 대까지 잘된다고 하던데. 전씨 가문은 할머니도 현명하시고 사모님들도 현명하시잖아요. 지금은 손자며느리도 인품 좋은 부잣집 딸만을 골라서 맞이하시는 것을 보면 전씨 가문의 후손들도 앞으로도 복이 많을 것 같아요.”전이혁은 냉장고를 열어 재료를 살피며 ‘여우’가 자기 집안을 칭찬을 들으면서 자랑스럽게 말했다.“그럼요. 많은 재벌 가문은 3대를 못 넘기는데 우리 집은 이미 그걸 넘었거든요.”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65화

    사람들이 정겨울을 건드리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녀의 독을 제조할 수 있는 능력 때문이다. 물론 정겨울은 절대 독으로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 일부 독소는 적절히 사용하면 오히려 약이 될 수 있다고 정겨울이 말하곤 했었다.하지만 인간 심리가 원래 그렇지 않은가.정겨울이 독에 능하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녀가 선을 지킬 의사라는 점을 알지만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독살당할까 봐 두려워했다. 하여 정겨울이 진료를 거절해도 아무도 불만을 제기하지 못했다.전이혁이 살짝 떠보았다.“그쪽... 혹시 그분들의 제자인 건 아니죠? 만성의 남씨 가문에 현임 가주 사모님과 아는 사이인가요?”‘여우’는 웃을 듯 말 듯한 미소를 지었다.“저의 출신에 그렇게 관심 많으면 직접 조사해보시던가. 전이혁 씨가 알아내면 제가 인정해줄게요.”전이혁도 웃으며 말했다.“만약 제가 그쪽의 정체를 밝혀내면 조건 하나를 걸겠습니다. 무조건 들어줘야 해요.”“혼자서만 조사하면 인정하죠. 소씨 가문의 힘을 빌리지 않고 혼자서 알아내시면 조건 백 개라도 들어줄게요.”전이혁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사람이 많아야 힘도 센 법인데...”솔직히 혼자서는 자신이 없었다.설령 알아낸다 해도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그때쯤이면 ‘여우’가 이미 다른 사람의 여자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여우’는 “호호” 웃었다. 그 웃음소리에 전이혁의 얼굴이 붉어졌다.열 받는 일이었다!하지만 정말 그럴 능력도 없었다.소씨 가문의 소지훈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넓은 인맥을 동원해야만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들 같은 신분은 직접 행동하기보다는 인재를 잘 활용하는 법을 알았다.“호호!”‘여우’가 또 웃었다.전이혁의 얼굴은 더욱 붉어졌다. ‘여우’는 흥미롭게 그의 붉은 얼굴을 바라보며 농담했다.“전이혁 씨의 얼굴이 화장품 바른 것처럼 빨개졌어요.”전이혁이 화제를 돌렸다.“야식을 드실래요? 제가 직접 만들어 드릴게요.”‘여우’가 웃었다.“요리도 할 줄 아는군요. 좋아요. 기분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64화

    전씨 할머니께서는 아내를 얻으려면 체면이 아무 소용 없다고 하셨다.체면만 차리면 평생 독신으로 살아야 할 것이라면서 말이다.전태윤처럼 위엄 있는 사람도 하예정을 위해 고개를 숙이고 체면 따윈 버리면서 자존심도 내팽개쳤다. 그 결과 지금은 누구나 부러워하는 행복을 얻지 않았는가.전이혁은 그만한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했기에 체면 같은 건 버리기로 했다.어차피 전씨 할머니께도 실토했고 도아영과도 잘 정리했으니 이제 마음 편히 진심으로 좋아하는 여자를 쫓아다닐 수 있었다.‘여우’는 멍하니 앉아있기만 했다.“성씨만이라도 알려주세요. 계속 ‘그쪽’이라고 부를 수는 없잖아요.”“그걸 알아서 뭐하게요?”‘여우’는 고의로 아무 정보도 알려주지 않았다.“알고 싶으면 그쪽이 알아내던가. 이미 저를 조사하라고 사람들까지 보냈으면서.”‘여우’는 약 올리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전이혁이 자신의 정체를 못 찾아낸 것을 매우 즐거워하는 모양이었다.‘여우’ 말 그대로 백 가지 다른 얼굴을 가졌다는 의미였다. 그녀가 밖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래 그녀의 진짜 얼굴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녀가 오늘은 이 모습으로 전이혁을 만났지만 내일이면 완전히 다른 외모와 목소리, 심지어 성격까지 바꾸어 나타날 수도 있었다.그래야만 누군가와 연결하지 못하고 그녀의 진짜 신분을 숨길 수 있었다.전이혁은 쓴웃음을 지었다.“조사해 보라고는 했지만... 저의 경호원들이 두들겨 맞은 후로는 그만두었죠. 또 당신에게 얻어맞을까 봐. 솔직히 그쪽과 같은 실력과 신출귀몰한 행적을 보니 옛날의 여러 어르신이 떠오르네요. 할머니께서 늘 말씀하시면서 존경하던 분들인데... 우리 형님들도 다 그 이야기 들으며 자랐죠. 우리 둘째 형이 그중 한 분을 뵙게 되었는데 바로 신의의 제자 정겨울 의사님이에요. 우리 둘째 형수님도 정겨울 선생님 덕분에 다시 빛을 보게 되셨거든요. 역시 신의의 제자이신지라 덕분에 저의 둘째 형수님께서 시력을 완전히 회복할 수 있게 됐어요.”사실 여운초는 이미 치료가 거의 완료된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63화

    김지성은 다시 전이혁을 바라보았다.그리고 ‘여우’를 맞이하며 안으로 안내했다.전이혁은 코를 만지작거리며 별장의 본채로 따라 들어갔다.본채의 거실은 마치 낮처럼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김지성은 이미 ‘여우’를 소파로 안내했다.실내에 들어오니 따뜻해진 ‘여우’는 빨간 외투를 벗어 접은 뒤 옆에 내려놓았다.전이혁이 들어왔을 때 김지성은 ‘여우’에게 따듯한 물 한 잔을 내어주고 있었다.전이혁은 김지성에게 가서 일을 보라고 신호를 보냈다.김지성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도련님, 신사답게 행동하세요. 아가씨를 그렇게 달래는 게 아니에요.”전이혁도 낮게 대답했다.“제가 달래고 있는 게 아니라고요.”김지성은 미소만 지을 뿐 더는 말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그는 전이혁이 고집부리는 것으로 생각했다.‘여우’를 집으로 초대할 정도면 마음에 드는 게 분명했다.기사 말로는 여러 번 만났다는데 아직도 성명은커녕 ‘여우’라는 별명만 알고 있다니.전이혁은 김지성의 웃음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김지성이 이미 떠났고 ‘여우’가 있는 상황에서 더 따지기가 어려웠다.전이진은 손님을 위해 과일을 씻어 접시에 담아 테이블에 올려놓았다.“과일을 좀 드세요. 제가 평소 간식을 즐기지 않아 집에 과자나 디저트는 없고 과일만 있어요. 단 거 좋아하세요? 좋아하시면 앞으로 준비해 둘게요. 오실 때마다 드실 수 있게.”전이혁은 ‘여우’의 맞은편에 앉으며 그녀의 고운 얼굴을 자기도 모르게 그윽하게 바라보고 있었다.“전이혁 씨, 대체 어디 있어요? 거짓말하지 마세요. 그쪽 기억력이 그리 나쁘지 않을 텐데. 어떻게 해야 돌려주겠다는 거죠? 그건 저에게 정말 소중한 물건이란 말이에요. 돌려주면 두 번 다시 안 찾아올게요.”그녀도 바쁜 사람이라 항상 관성에 올 수 있는 건 아니었다.전이혁은 포크로 과일을 찍어 ‘여우’에게 건네며 뜨거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과일 좀 드시죠. 다시 찾아보고 발견하면 갖다 드릴게요. 어디에 사세요? 이름이라도 알려주실 수 없나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62화

    그 물건은 크지 않았기에 전이혁이 집에 두지 않고 몸에 지니고 다녔을 것인데 ‘여우’가 방금 그의 바지 주머니까지 다 뒤져봤지만 전혀 찾지 못했다. 대체 어디에 숨겨두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저를 믿지 못하는 건 어쩔 수 없어요. 말했잖아요, 집 안을 마음껏 뒤져보셔도 된다니까요. 찾으면 가져가세요. 정말 어디에 뒀는지 기억이 안 나서 그래요. 제 행동이 그쪽이랑 똑같다는 생각 안 들어요? 그쪽도 남몰래 하신 일이 많을 것 같은데.”‘여우’는 전이혁을 노려보며 다시 한번 걷어차고 싶었지만 조금 찔렸는지 결국 발을 뻗지 못했다.그녀도 실력이 출중하여 가끔... 그랬다. 그런 식으로 행동한 적이 있었다.예전에 주씨 할아버지의 제자들과 어울리다 보니 선배들의 버릇이 조금 묻었던 탓이다.“밤이 깊어져 갈수록 기온이 떨어져요. 며칠 후면 한파가 내려온다던데 이번에는 정말 추워질 거라고 했어요. 관성도 최저 기온이 영하 6도까지 떨어진다던데 얼른 안으로 들어가서 따뜻한 차 한잔하면서 천천히 이야기해요.”전이혁은 ‘여우’를 별장 안으로 초대했다. 그녀는 긴 코트를 입고 있어서 사실 춥지 않았다. 한파가 아직 오지도 않았기에 낮에는 전혀 춥지 않았고 밤에도 그다지 추운 느낌은 없었다.전이혁이 서원 리조트에서 데려온 집사 김지성은 이미 별장의 문을 열고 기다리고 있었다.김지성은 문을 열고 나와 전이혁과 ‘여우’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더니 조금 놀란 눈치였다.운전기사가 차를 안으로 몰고 들어가자 김지성은 기사에게 살며시 다가가 속삭였다.“저 빨간 옷을 입은 여성분이 바로 도련님의 마음을 흔들어 놓으신 분인가요?”“아마도 그럴 거예요.”기사도 확신할 수 없었다.하지만 전이혁의 눈빛을 보면 호감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방금도 ‘여우’가 담장 위에서 뛰어내릴 때 전이혁이 도와주려고 했다.“도련님께서 마음이 움직인 모양이었어요. 저 근데 저 아가씨는 도련님께 별로 좋은 감정이 없는 것 같더군요. 도련님이 몰래 저 아가씨의 소중한 물건을 가져간 모양이에요. 그래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61화

    ‘여우’는 얼굴을 찌푸리며 전이혁을 노려보았다.전이혁은 두 손을 양쪽으로 펼치고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건넸다.“진짜예요. 지금 당장 내놓으라면 정말 어디 두었는지 기억이 안 나서 못 내놓겠어요. 저랑 집으로 함께 들어가서 우리 집을 뒤져보는 건 어때요? 혹은 저의 주머니를 수색해 보시는 건 어때요?”‘여우’는 담장 위에서 뛰어내렸다.전이혁은 급히 팔을 벌려 그녀를 받으려 했지만 그녀는 뛰어내리면서 그를 한발 걷어차는 바람에 전이혁은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여우’는 흔들림 없이 그의 바로 앞에 착지했다.전이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녀가 걷어차는 바람에 아프긴 했지만 전이혁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맞은 부위를 툭툭 털며 발자국을 닦아냈다.“우리 집 담장 높은 편인데 그렇게 위에서 뛰어내리지 마세요. 혹시라도 중심을 잃으면 떨어질 수도 있잖아요.”전이혁이 그녀를 꾸지람했다.“전이혁 씨가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저는 안 떨어져요.”‘여우’는 싸늘하게 말했다.그녀는 손을 뻗어 전이혁의 옷깃을 잡아당겼지만 그는 순순히 끌려가며 저항하지 않았다.그리고 ‘여우’는 전이혁의 주머니를 더듬었지만 지갑과 휴대폰 외에는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지갑을 열어본 ‘여우’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지갑 안에는 자신의 작은 사진이 들어있었던 것이다.분명 전이혁이 몰래 찍어서 지갑에 넣어둔 사진이었다.‘언제 이런 사진을 찍었대...’‘여우’는 전이혁과 몇 번 만나 보지도 못했는데 그가 몰래 사진을 찍은 줄은 미처 몰랐다. 그녀는 주저 없이 사진을 꺼내 들며 따졌다.“언제 몰래 찍은 거예요? 이렇게 몰래 사진 찍고 지갑에 넣어두어도 된다고 생각해요? 그건 도둑 같은 행동이에요. 전씨 가문의 좋은 평판을 그쪽 때문에 깎아 먹게 생겼네요.”전이혁은 얼굴을 붉히며 웃었다. 그는 처음 ‘여우’를 만났을 때 꿈에서 그토록 엮였던 여자가 현실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감탄하며 몰래 사진을 찍었다.나중에 그녀에게 마음이 생기자 사진을 지갑에 넣어두게 되었다. 지갑을 열 때마다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60화

    “태윤 도련님은 도련님보다 더 바쁘셨는데도 큰 사모님과 연애할 시간을 내셨는걸요. 도련님은 왜 시간을 못 내시는지...”전이혁은 자기 운전 기사에게 결혼을 재촉당하더니 할 말을 잃었다.한참 만에 전이혁이 웃으며 말했다.“진짜로 그녀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서 그래요. 찾을 수가 없으니 어쩔 수가 없단 말이죠. 다음에 우연히 마주칠 기회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전이혁의 운전기사는 그의 차를 자주 몰면서 ‘여우’를 한 번 본 적이 있었다. 운전기사는 그 빨간 옷을 입은 여자에 대한 인상이 매우 깊었고 운전 중에 전이혁이 소 대표님에게 그 빨간 옷을 입은 여자를 찾아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들은 적이 있었다.기사는 추측하며 물었다.“혹시 그 빨간 옷을 입은 아가씨에게 설레시나요?”“빨간 옷이요? 아, 한 번 빨간 옷을 입은 적이 있었죠. 그녀를 볼 때마다 옷 색깔이 매번 달라서 헷갈리네요.”“저는 한 번밖에 못 봤어요. 그때 도련님께서 차가 막 멈추자마자 급히 내려 그녀에게 달려가시는 걸 잠깐 봤지만 자세히 보진 못했어요. 그 뒤로 도련님께서 소 대표님께 도움을 요청하시는 걸 들었을 때 아마 그 빨간 옷을 입은 아가씨 때문일 거로 추측했거든요.”이런 명문가의 아드님들의 차를 모는 운전기사들은 입이 무거워야 했다. 자주 목격하거나 듣게 되는 주인들의 사생활을 외부에 누설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전이혁은 미소를 지었다.“기억력이 좋군요. 제가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아영 씨는 저를 좋아하지만 저는 그녀에게 마음이 없어요. 인연이 없는 거죠. 제가 아영 씨랑 호텔에서 나올 때 기사님도 아영 씨를 보셨을 텐데 결혼 경험이 있는 기사님의 눈에는 그녀가 어때 보였어요?”“도련님이 안 좋아하시는데 왜 물어보세요? 제가 좋다고 하면 도련님이 마음이 바뀌실 거예요?”전이혁은 또 할 말을 잃었다. 그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잠시 눈 좀 붙일 테니까 집에 도착하면 깨워줘요.”“도련님, 10분 정도 더 가야 하는데 주무시려고요?”전이혁이 대답하기도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59화

    몇 분 기다리자 전이혁의 운전기사가 차를 몰고 왔다.기사가 길가에 차를 세우자 전이혁은 내리지 말라고 손짓하고는 스스로 문을 열어 차에 올라탔다.기사는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피며 본능적으로 물었다.“도련님, 젊고 예쁜 아가씨랑 같이 나가신 거 아니었어요?”전이혁은 자리에 앉으며 대답했다.“찾을 필요 없어요. 택시 태워서 호텔까지 보내줬으니까. 집으로 출발해요. 저의 집으로.”전이혁은 서원 리조트가 아닌 자신의 사는 아파트로 가려고 했다. 오늘 낮에 이미 본가에 다녀온 참이었다.운전기사가 말을 이었다.“그 아가씨가 도련님의 여자친구인 줄 알았어요.”“아니에요. 우리 큰형수님 친구예요. 몇 달 전에 알게 된 사이거든요. 저의 미래의 부인은 아직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네요.”정말로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여우’는 관성에 와서 전씨 그룹을 찾아갔었으나 전이혁이 본사에서 일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는 그냥 떠나버렸다.그때 그의 형이 그에게 전화했을 때 다른 여자를 괴롭힌 사실을 부인하며 거짓말을 했었지만 전화를 끄자마자 바로 그 ‘여우’를 찾아 나섰다.하지만 찾지 못했다.그녀가 관성에 올 때마다 어디서 머무는지도 몰랐다.전이혁은 ‘여우’가 무척 그리웠다.‘다시 언제쯤 만날 수 있을지...’.전이혁은 뒤로 기대어 창밖의 거리 풍경을 바라보며‘여우’와 함께 거리를 거닐고 공원을 산책하는 상상을 하고 있었다.도아영과 함께할 시간은 없었지만 ‘여우’라면 얼마든지 시간을 낼 수 있었다.물론 사업도 중요하지만 전이혁에게는 ‘여우’를 찾는 것이 그보다 더 중요했다.도아영이 왔을 때 전이혁은 바쁘다며 시간을 내지 않았지만 ‘여우’라면 한가로운 사람처럼 반갑게 맞이했을 것이다. 사랑하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였다.운전기사가 웃으며 말했다.“도련님만 원하시면 금방 부인을 찾을 수 있을 건데요.”전이혁이 사회에 나온 후부터 그의 전속 운전기사로 일해온 터라 전씨 가문에서 오래 일한 베테랑 운전기사였다. 전씨 가문의 아들들이 얼마나 뛰어난지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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