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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1화

Author: 고능비
전태윤과 하예정이 서로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때 전태윤이 물었다.

“언니 집에 가볼래?”

하예정이 휴대전화로 시간을 확인했다.

“주형인이 아직 안 들어왔을 거예요.”

그녀가 잠깐 머뭇거리다가 계속 말을 이었다.

“언니 일은 언니가 알아서 해결하게 놔두는 게 좋겠어요. 내 도움이 필요할 때 언니가 말만 꺼내면 최선을 다해 도와줄 거예요.”

전태윤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휴대전화로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러더니 몇 분 후 갑자기 그녀에게 말했다.

“너 기분도 안 좋아 보이는데 오늘은 그만 문 닫는 게 어때? 나랑 바람이나 쐬러 가자.”

하예정이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말했다.

“딱히 가고 싶은 곳이 없어요.”

언니의 결혼 얘기만 꺼내면 하예정은 기분이 확 다운되었다.

두 자매는 오랜 시간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왔다. 언니가 결혼하면 행복하게 살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야말로 잔혹하기 그지없었다.

이제 언니의 결혼 생활도 곧 끝나가고 그녀와 전태윤도 힘들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으니 앞으로 어떤 결과가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팔자가 사나운 사람은 행복할 자격도 없단 말인가?

“가고 싶으면 가자. 나머지는 나한테 맡기고.”

평소 하예정을 보는 그의 눈빛이 항상 차가웠기에 눈빛으로 그의 마음속을 들여다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 그의 눈빛에는 그녀에 대한 걱정이 담겨있었다.

그 순간 마음이 따뜻해진 하예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그럼 지금 문 닫을게요. 나가서 바람이나 쐬자고요.”

그때 카운터 밑에 앉아있는 봄이를 본 하예정이 다정하게 물었다.

“아주머니랑 봄이, 얘네들은 어떡해요? 먼저 집에 데려다줄까요?”

그러자 전태윤이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왜요?”

“차 키 줘.”

하예정이 차 키를 꺼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운전할 줄 알아요?”

“알아.”

일하는 사람을 뽑을 때 요구 조건 중 하나가 운전면허가 있는 사람이었다. 어쨌거나 그들이 사는 곳이 시끌벅적한 시 중심과 꽤 거리가 있으니 말이다. 만약 운전할 줄 모른다면 한번 외출하기 어렵다.

전태윤은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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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82화

    그녀의 말에 전태윤이 눈살을 찌푸리며 뭐라 하려는데 하예정이 가로챘다.“나랑 효진이 다른 거로라도 소현 씨한테 갚을 거예요. 절대 공짜로 받지 않아요.”성소현이 물건을 이곳에 가져다 놓으니 그녀와 심효진도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받지 않으면 성소현이 화를 낼지도 모르니 일단 받는 수밖에 없었다.물건을 정리하던 두 사람은 성소현이 가져온 물건의 값어치가 어느 정도인지 대충 짐작이 갔다. 아무래도 나중에 무슨 수를 써서든 성소현에게 돌려줘야겠다.“공짜로 받는지 안 받는지, 그 문제가 아니야. 가뜩이나 크지 않은 가게에 책장이랑 진열대도 가득한데 성소현 씨는 계속 물건을 잔뜩 가져오잖아. 너한테 팔라고 준 것도 아니고, 괜히 자리만 차지해.”사실 전태윤은 기분이 매우 언짢았다. 아직 그가 아내의 가게에 자리를 잡기도 전에 성소현이 먼저 차지했으니 말이다. 맨날 그의 아내를 독차지하려는 성소현은 김진우보다도 더 괘씸했다. 왜냐하면 성소현은 여자니까. 그렇다고 해서 하예정에게 이런 얘기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자기야, 난 자기가 성소현 씨랑 가깝게 지내는 게 싫어. 나 질투 나니까 그 여자랑 당장 연락 끊어.”만약 그가 이런 얘기를 한다면 하예정은 아마 괴물을 보듯 그를 볼 것이고 어쩌면 얻어맞을지도 모른다.“집이 널찍하니까... 아니면 먼저 집에 가져갈래요?”전태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성소현이 산 물건을 그녀의 가게에 가져다 놓은 것도 언짢은데 집에까지 들여다 놓는다고?“그만 가자.”고작 이런 일로 하예정과 얼굴을 붉히고 싶지 않았던 전태윤이 먼저 고개를 숙였다. 하예정은 생각이 별로 없어서 부부 싸움을 할 때도 화를 내는 건 전태윤이었다. 전에도 이 같은 경험이 있어 교훈으로 삼았다.그녀는 화가 나면 쇼핑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 말고는 여전히 헤벌쭉 웃으며 할 일을 했다. 그런데 오히려 화가 나서 별장으로 돌아간 건 전태윤이었다. 다행히 할머니가 타일렀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았을 것이다.“알았어요.”하예정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83화

    하예정이 바닷가로 가서 바닷바람을 쐬자고 하자 전태윤은 곧바로 그녀와 함께 바닷가로 향했다. 물론 오션 뷰가 보이는 그의 별장에는 갈 수가 없었다.다행히 지금 여름이 아닌 데다가 늦은 밤이라 바닷가에 사람이 그지 많지 않았고 그저 여행객들만 조금 있었다.두 부부는 부드러운 모래를 밟으며 바닷바람을 마음껏 쐬었다. 바람에 하예정의 머리가 헝클어졌고 갑자기 한기가 느껴졌다.전태윤이 발걸음을 멈추자 하예정도 멈춰 서서 그에게 물었다.“왜 그래요?”전태윤이 양복 외투를 벗어 하예정에게 건넸다.“바닷바람이 세니까 내 옷 입어.”하예정이 외투를 받지 않자 그가 계속하여 말했다.“스스로 입을래? 아니면 내가 입혀줄까?”하예정은 하는 수 없이 외투를 받고 입으면서 말했다.“태윤 씨는 안 추워요?”“나도 추워. 그런데 네가 감기 걸리면 안 되니까.”하예정이 그를 보며 피식 웃었다.“태윤 씨 대답은 드라마에서 봤던 거랑 다르네요. 드라마에서는 남자주인공이 보통 ‘난 안 추워, 네가 입어’ 이렇게 얘기하거든요.”물론 그의 대답이 그녀에겐 더 진실성 있게 느껴졌다.“바닷바람이 이렇게 차가운 줄 알았으면 오자고 하지 않았을 텐데.”그가 건넨 외투를 입으니 몸이 순식간에 따뜻해졌다. 그녀가 고개를 돌렸을 때 그도 마침 그녀를 보고 있어 두 사람의 시선이 딱 마주쳤다.“나도 춥긴 추운데 너처럼 몸을 움츠릴 정도는 아니야. 게다가 긴 팔 셔츠를 입어서 반팔인 너보다 덜 추워.”“그렇게 얘기하니까 그나마 덜 미안하네요.”전태윤이 입을 삐죽거렸다.“내가 추운 게 걱정되면 날 안아도 되는데. 따뜻함을 함께 나누면 안 춥잖아.”하예정은 하마터면 사레가 들릴 뻔했다.‘지... 지금 날 꼬시는 건가?’그녀가 아무 말이 없자 전태윤은 그녀가 아예 그럴 생각이 없다는 걸 알아챘다. 그는 긴 다리를 뻗으며 앞으로 걸어갔다.그런데 2분도 채 되지 않아 그녀가 쫓아와 양복 외투를 다시 건넸다. 그러고는 얘기할 틈도 주지 않고 먼저 입을 열었다.“태윤 씨는 나보다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84화

    하예정이 웃음을 터뜨렸다. 갑자기 그가 옷을 홀딱 벗고 춤추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전태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녀의 이마에 딱밤을 때렸다.“도대체 이 머릿속에는 뭐가 들어있는 거야? 항상 남들과는 다르단 말이지.”하예정이 일부러 말했다.“할머니가 계속 나한테 태윤 씨를 덮쳐서 증손주를 안겨달라고 하시잖아요. 할머니의 소원을 들어줘야 할지 고민해봐야겠어요.”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전태윤은 또다시 그녀의 이마에 딱밤을 때렸다.“아야.”하예정도 더는 참지 않고 복수할 겸 그의 두 볼을 꼬집었다.“하예정.”그녀의 두 손을 잡은 전태윤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하예정은 장난을 멈추고 그의 그윽한 두 눈을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태윤 씨, 할 얘기 있으면 해도 되는데 정색하지 말아줄래요? 무섭단 말이에요.”“내 말 들어.”“네. 귀 기울이고 듣고 있어요.”“잘지 말지는 사적인 일이고, 우리 둘만의 일이야. 우리 마음이 가는 대로 해야지, 남의 말을 들어선 안 돼!”전태윤은 두 사람의 첫 관계가 할머니의 간섭하에 이뤄지는 걸 원치 않았다. 그때 혼인신고 할 때도 할머니에게 얘기했었다. 이제부터 하예정을 어떻게 대하든 그건 그의 일이니까 더는 간섭하지 말라고 말이다.“그 얘기였군요.”하예정은 긴장을 풀고 그가 잡고 있던 손을 빼고는 걸어가면서 말했다.“농담이에요. 당연히 할머니의 말씀 때문에 그러진 않죠.”그녀도 남녀 사이의 일은 서로 원해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전태윤은 아무 말 없이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자신이 옳은 것 같으면서도 또 뭔가를 놓친 것 같았다. 그녀가 그를 덮쳐서 하룻밤을 보낼 기회를 날렸다...하지만 그러기엔 조금 이른 것 같았다. 부부 사이가 아직은 그 정도로 활활 타오르진 않았다. 아까 차에서 그녀의 질문에 한 대답처럼 그녀가 아직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현재 두 사람의 관계를 확인한 후 전태윤은 성큼성큼 걸어가 그녀와 속도를 맞추었다.두 사람은 한 해산물 가게로 와서 야식으로 해산물을 먹기로 했다. 하예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85화

    전태윤이 외투를 벗어 그녀에게 건넸다.“이 옷 덮고 자.”바닷가에서 바닷바람을 맞을 필요가 없어 하예정은 거절하지 않고 그의 외투를 덮었다.전태윤은 혹시라도 그녀가 자는데 방해될까 봐 음악까지 꺼버렸다.그는 묵묵히 운전에 몰두했고 그녀는 단잠에 빠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두 사람이 발렌시아 아파트에 도착했다.경호원들이 아직도 아파트 밑에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왜냐하면 도련님이 밤새 그들의 시선을 벗어나 있었기 때문이다.숙희 아주머니가 사모님의 반려동물과 함께 돌아온 걸 보고 경호원들은 도련님이 사모님과 함께 드라이브 갔을 거라고 예상했다. 그들은 마음이 급했지만 두 사람의 시간을 방해할까 봐 누구 하나 감히 도련님에게 전화를 걸지 못했다.전태윤이 운전하여 돌아온 걸 본 경호원들은 혹시라도 사모님에게 들킬까 황급히 사방으로 흩어졌다. 특히 강일구가 가장 빨리 도망쳤는데 잔디밭에 숨어들 기세였다. 사모님이 그의 얼굴을 알고 있으니 절대 들켜선 안 되었다.전태윤은 경호원들의 반응을 못 본 척했다. 하예정이 생각이 없기에 망정이지, 안 그러면 맨날 집 밑에서 어슬렁거리는 그들을 보고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을 것이다.그는 차를 주차한 후 안전벨트를 풀며 하예정을 불렀다.“예정아, 집 다 왔어.”어찌나 깊이 잠들었는지 그가 불러도 듣지 못하고 곤히 자고 있었다. 아무래도 맥주 두 병을 마신 탓인 것 같다.전태윤이 그녀를 살짝 흔들었는데도 몸을 움직이기만 할 뿐 깰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맥주 두 병에 이렇게 곯아떨어진다고? 앞으로는 술 자주 못 마시게 해야겠어.”전태윤은 조수석 쪽으로 걸어가 차 문을 열고 그녀의 안전벨트를 푼 후 품에 끌어안았다.뿔뿔이 흩어졌지만 멀리 가지 않은 경호원들이 그 광경을 목격하고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두 눈을 비볐다.자신이 목격한 게 사실이라는 걸 안 경호원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피했다.‘그냥 얼른 들어가서 잠이나 자야겠다. 도련님이랑 사모님 사이가 엄청 좋네.’전태윤은 하예정을 안고 집으로 올라갔다. 현관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86화

    전태윤은 곧바로 행동에 옮겼다. 그는 하예정의 방 안에서 마치 도둑처럼 살금살금 걸어 다니며 이리저리 뒤졌다. 그런데 그녀가 숨길 수 있는 곳은 전부 다 찾아봤지만 계약서는 어디에도 보이질 않았다.‘대체 어디에 숨긴 거야?’전태윤은 화장대 앞에 서서 화장대를 뚫어져라 내려다보며 조금 전 어느 구석을 뒤지지 않았는지 돌이켜 보았다. 모든 서랍을 다 뒤진 후 그의 시선이 상 위에 머물렀다. 상 위에는 금비녀를 그린 종이 한 장이 놓여있었다. 전태윤이 그 종이를 들었다.‘그림 엄청 잘 그리네? 그나저나 금비녀는 왜 그렸지?’전태윤은 하예정이 왜 금비녀를 그렸는지 그 의중을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종이를 뒤집은 순간 종이에 적힌 내용은 다름 아닌 그가 찾던 계약서였다.그녀가 계약서 뒷면에 그림을 그렸을 줄이야. 이러니 곳곳을 다 뒤져도 찾질 못했지.그는 자리에 앉아 곤히 잠든 하예정을 한참 동안 보다가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그의 입가에 교활한 미소가 지어졌다.“하예정, 넌 평생 나 전태윤의 아내로 살아야 해!”만약 할머니가 이 자리에 계셨다면 그는 분명 얼굴이 화끈거렸을 것이다. 아내를 쫓아다니지 않겠다던 사람이 지금 몰래 아내의 얼굴을 어루만지고 있으니 말이다.전태윤은 하예정의 계약서를 훔친 후 기쁜 마음으로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 그러고는 화장실에 숨어서 라이터로 계약서 두 부를 몽땅 태워버렸다. 재가 되어버린 계약서는 변기 물에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하예정이 시간을 되돌리지 않는 한 평생 그 계약서를 찾지 못할 것이다....하예진이 잠에서 깨어났을 땐 이미 자정이 훌쩍 넘었다.‘아직 샤워도 못 했는데.’원래는 아들을 재운 후 샤워하려고 했었는데 아들을 재우다가 그만 함께 잠이 들고 말았다. 아들과 한잠 자고 나서야 아직 씻지 않았다는 걸 알아챘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현관 잠금장치를 확인했다. 안으로 잠그지 않은 걸 보니 주형인이 아직 들어오지 않은 모양이다.“이리 늦었는데도 안 와? 일부러 피하는 거야?”하예진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87화

    하예진은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서현주가 전화를 받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녀는 바로 통화 화면에서 녹음 버튼을 눌렀다.제부의 친구가 그녀를 도와 주형인의 외도 증거를 모아주면서 그녀에게 그 증거들은 주형인이 정신적으로 외도했다는 증거일 뿐이지, 실질적인 관계가 있었는지는 증명할 수 없다고 했다.지금 이 순간 쓰레기 같은 남녀가 함께 있다고 짐작하여 하예진은 일단 녹음부터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당신은 누구죠?”그녀가 침묵하는 사이 서현주는 더없이 우쭐거렸다. 하예진은 대본대로 이어나갔다.주형인이 바람피웠다는 사실을 발견한 후 온갖 난리를 피운다면 주형인이 귀찮아서 아들의 양육권도 버리고 그녀와 이혼할 것이다. 그런데 울지도 않고 난리도 피우지 않는다면 주형인은 그녀가 이혼하길 바란다고 생각하여 오히려 더 질질 끌 것이다.“저는 형인 씨의 비서 서현주라고 합니다. 그러는 당신은 누구죠?”서현주가 뻔히 알면서도 물었다.“내가 누구냐고? 형인 씨 와이프다! 형인 씨 어디 갔어? 당신들 지금 어디서 뭐 하는 거야? 당장 형인 씨한테 전화 바꿔!”하예진이 포효하며 분노를 터뜨렸다. 그녀의 분노에 서현주는 자신이 승자가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서현주는 전화를 끊지 않고 계속하여 말했다.“얘기했잖아요. 형인 씨 지금 샤워 중이라 빨리 못 나와요. 오늘 저녁에 술자리가 있다고 형인 씨가 얘기 안 했나요? 전 비서인데 당연히 함께해야죠. 우리 다 술을 마신 바람에 운전할 수 없어서 호텔 방 하나 잡았거든요. 이따가 술이 깨면 다시 가려고 했는데 사모님이 이 늦은 밤에 전화할 줄은 정말 몰랐어요.”서현주의 말이 참 아니꼽게 들렸다.“대리운전이 그렇게나 많은데 아무 대리운전이나 불러서 오면 되잖아. 굳이 호텔에 있어야 해? 두 사람 나 몰래 무슨 짓 했어? 말해! 당장 말하라고! 남편이 밤늦게 안 들어왔는데 전화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내가 전화하면 네가 어쩔 건데? 그건 형인 씨 와이프인 나의 자유야. 너 같은 외부인이랑 무슨 상관인데?”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88화

    서현주는 하예진이 아들을 챙겨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 시간에 아들 혼자 집에 두고 불륜 현장을 잡으러 호텔에 간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예정이한테 전화할까?’하예진이 망설였다.‘이 시간에 자는 사람 깨워도 괜찮나?’잠깐 머뭇거리던 하예진은 주형인이 외도했다는 증거를 잡을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어 결국 하예정에게 전화를 걸었다.맥주 두 병 마시고 깊이 잠든 하예정은 전태윤이 방까지 안고 올라왔다는 것도 몰랐다. 하예진이 걸어온 전화벨 소리를 듣고 나서야 겨우 잠에서 깼다. 휴대전화를 꺼낸 그녀는 발신자를 확인하지도 않고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세요?”“예정아, 나 언니야.”“언니, 무슨 일이야?”겨우 정신을 차린 하예정은 그제야 언니가 형부에게 이혼 얘기를 꺼낸다는 일을 떠올렸다. 부부가 또 싸운 줄로 오해한 그녀는 잠도 채 깨지 못하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언니, 왜 그래? 혹시 주형인이 또 언니 때렸어?”“그 사람 아직 집에 안 들어왔어. 저녁에 술 약속 있어서 늦게 들어온다고 했거든. 그런데 새벽 한 시가 거의 되는데도 안 와서 전화하니까 글쎄 서현주가 받는 거야. 두 사람 지금 같이 있어.”“언니 잡으러 가려고?”역시 친자매라 그런지 하예정은 언니의 생각을 단번에 알아챘다.“도둑을 잡으려면 훔친 물건을 잡으라고 했어. 불륜 현장을 제대로 잡아야 나도 떳떳하지.”“그 사람들이 지금 어디 있는지 알아?”“알아. 서현주가 어찌나 시건방을 떠는지 호텔 주소까지 보내더라고. 예정아, 나 혼자 가면 돼. 너 우리 집 와서 우빈이 좀 봐줄 수 있어? 내가 나간 다음에 내가 보이지 않는다고 울까 봐 그래.”“언니, 나랑 같이 가자.”“괜찮아.”“언니, 거긴 두 사람이고 언니 혼자 가서 난리 치면 당할 게 뻔해. 호텔 주소 나한테도 보내, 같이 가자. 내가 언니보다 드세서 충분히 그 두 사람 이길 수 있어.”그러자 하예진이 잠깐 침묵하다가 말했다.“예정아, 언니를 믿어. 언니 할 수 있어. 일단 끊을게. 난 나갈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89화

    하예정은 얘기하면서 열쇠 꾸러미에서 열쇠 하나를 뺀 후 전태윤에게 건넸다.“이건 언니 집 키예요.”전태윤의 두 눈이 반짝였다. 주형인이 술자리에 참석한다는 걸 전태윤은 알고 있었다. 그는 소정남에게 주형인이 외도한 증거를 모으라고 했다. 증거를 찾은 소정남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사람까지 붙여서 몰래 주형인의 뒤를 밟고 있었다.하여 주형인이 회사만 나서면 소정남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샅샅이 알고 있었다.저녁에 전태윤과 하예정이 같이 있을 때 소정남은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 주형인과 서현주가 실질적인 관계를 갖도록 부추긴 후 주형인이 가정을 배신했다는 증거를 잡을 계획이었다.그러면 하예진이 이혼 얘기를 꺼냈을 때 도덕적으로도 우세를 차지하게 된다.지금 주형인과 서현주가 같이 있다면 두 사람이 자연스럽게 발전한 걸까? 아니면 전태윤이 부추긴 결과일까?전태윤도 어떤 상황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하지만 결과는 다 똑같았다.“어느 호텔에 있는지 알아?”“언니가 안 알려줘요. 오지 말래요.”하예정은 답답하기만 했다. 그녀의 도움이 필요할 때 언니는 오히려 동생을 밀어내고 스스로 해결하려 했다.“내 친구한테 전화해서 알아보라고 할게.”“이 늦은 시간에...”“괜찮아. 다음날에 내가 밥 한 끼 사주면 돼.”소정남에게 휴가 하루를 더 주면 그만이다.“예정아, 아직 가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 그리고 네 차 키도 줘. 내가 아주머니 깨워서 우빈이 챙기러 처형 집에 가라고 할게. 넌 나랑 같이 처형 찾으러 가자.”전태윤의 당부에 하예정은 차 키를 그에게 건넸다. 차 키를 건네받은 전태윤은 숙희 아주머니의 방문을 노크하며 소정남에게 전화를 걸었다.저녁형 인간인 소정남은 늦게 자고 아침 늦게 깨났다. 재미있는 볼거리가 있을 때만 일찍 회사에 나오지, 안 그러면 전태윤보다도 늦게 출근했다.전태윤이 전화했을 때 소정남은 여전히 정신이 활기에 차 있었다.“주형인 지금 어디 있어?”전태윤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물었다.“성씨 그룹 계열사인 호가 호텔에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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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39화

    “서점에 갈 거면 전부 가지고 가서 효진이랑 같이 먹자. 우리의 입맛이 서로 비슷하거든. 지금 효진은 나보다 더 잘 먹어. 배가 벌써 나왔으니까 아기가 영양분을 많이 필요로 하지. 하루에 몇 끼 더 먹는다니까.”도아영이 물었다.“그럼 살 많이 쪘어요? 우리 회사에서 임신하신 직원들을 보면 금방 살이 불어나시던데. 정말 많이 찌더라고요. 임신 초기엔 입덧으로 아무것도 못 먹다가 입덧이 끝나면 폭풍 흡입한다던데. 음식 조절 못 해서 살이 확 찐대요. 태아가 크면 엄마도 같이 살이 찐다고 하던데.”하예정이 급히 물었다.“나도 살쪄 보여?”하예정도 많이 먹는 편이었다.“아직 배가 많이 나오진 않으셔서 약간 통통해 보일 뿐이에요. 살쪘다고는 못하겠는데요.”하예정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행히 일하고 있어서... 집에서 쉬었으면 진짜 돼지처럼 뚱뚱해졌을 거야.”하예정은 임신 중에도 일을 고집했다. 단순히 사업이 바쁜 것뿐만 아니라 집에서 먹고 자기만을 반복하다 보면 정말 돼지가 될 것 같아서였다. 그녀는 건강하고 무술 기본기까지 있어 일반 여성보다 상태가 좋은 편이라 8개월까지 일하다가 휴가를 계획하려고 했다.아이 낳고 나면 바로 운동 시작해서 원래 체중으로 돌아가야 한다.전태윤이 어떤 모습이 되든 영원히 사랑할 거라고 말했지만 하예정은 스스로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남자의 말은 가끔 듣기만 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아야 하는 법이다.과거 주형인도 하예진에게 그런 말을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하예진이 몸매 관리를 못 하자 바람까지 피웠다.“임신이 병도 아니고. 무거운 일만 안 하면 큰 문제 없어요. 우리 회사 여직원들도 대부분 8개월까지 일하시더라고요. 제가 아는 일 중독자 한 분은 9개월 넘게 일하다가 휴가를 내자마자 일주일 만에 아들 낳았대요. 아들이 석 달 되자마자 바로 출근했고요. 육아휴직을 반년까지 줬는데도 안 받더군요.”하예정이 말을 이었다.“안 받는 게 아니라 생활하기 위해서일 거야. 너무 오래 쉬면 자리를 뺏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38화

    “잠도 안 오고 심심해서 근처에서 좀 돌아다녔어요. 회사 주변에 마트가 많아서 뭐든 쉽게 살 수 있더라고요.”도아영이 하예정을 부축하려 하자 하예정이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아직 임신 후기처럼 불편한 건 아니니까.”스스로 앉은 하예정의 옆에 도아영이 자리를 잡았다.“과일이랑 간식 좀 샀는데 제가 먼저 맛보고 괜찮은 것만 골랐어요.”도아영이 사 온 봉지들을 풀어놓으며 말했다.하예정은 물컵을 내려놓고 과일을 살펴보았다.“난 편식 안 해.”도아영도 웃으며 덧붙였다.“저도 크게 편식하는 편은 아니에요. 물론 맛있는 건 더 좋아하지만요.”“다 그래. 맛있는 게 있으면 당연히 그걸 먹는 거지. 없으면 그냥 먹을 수 있는 것을 먹고.”가난한 시절을 겪은 하예정은 비록 지금은 전씨 가문의 큰며느리가 되었어도 여전히 검소한 습관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녀는 과자 한 조각을 집어 입에 넣었다.“이 집 간식 괜찮더라. 소현 언니랑 가끔 사 먹곤 했어.”하지만 대부분은 집에서 만든 간식을 가져왔다. 전씨 가문의 요리사가 만든 간식이 훨씬 예쁘고 맛있었다.“더 돌아다닐 생각 있어?”하예정이 물었다. 낮잠에서 깨면 도아영을 데리고 구경시켜주기로 약속했었다.“쇼핑은 안 가도 될 것 같아요. 언니의 복 터진 그 서점만 가볼게요. 소씨 가문의 며느리님도 소개해주세요. 이렇게 중요한 분을 꼭 만나 봐야죠.”하예정은 폭 소리쳤다.“복 터진 서점이라니.”“맞잖아요. 그 서점에서 사업을 시작하시고 전 대표님을 만나셨으니 복 터진 서점이 아니에요?”하예정은 반박할 수 없었다.“효진은 성격이 직설적이고 외향적이라서 사귀기 쉬울 거야. 친구 사귀는 것도 좋아하고.”“언니가 낮잠 자는 동안 알아봤는데 다들 친절하다고 그러더라고요. 소현 언니만 눈이 너무 높아서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은 쳐다도 안 보신다던데.”성소현은 친구를 가릴 정도로 까다로웠다.관성의 재벌가 아가씨들은 대부분과 성소현과 사이가 좋지 않았기에 하예정과 심효진을 알기 전에는 단 한 명의 친구 문가희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37화

    이소라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사모님은 아직 젊으시니 회복도 빠르실 거예요. 몸매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제가 돌본 부자 사모님 중에도 산후조리 끝나자마자 운동 열심히 하셔서 금방 날씬한 몸매로 돌아오신 분들이 많으셨어요.”그녀는 여운별이 유산이었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유산 후 조리하는 동안은 몸매가 변할 정도가 아니었고 살이 찔 리도 없었다.하루 세 번씩 영양 만점 보양식이 들어오지만 여운별은 대부분 한두 입만 맛보고 치우게 하거나 이소라에게 주곤 했다.여운별은 안심한 표정이었다.“적게 먹을래요. 조리가 끝나고 뚱뚱보가 되는 건 싫으니까. 그런데 유산 후 조리하는 기간은 보통 며칠이나 해야 하죠? 침대에만 누워있으니 지루해서 죽겠어요.”여운별이 모습을 안 보이면 하예정이 그녀를 잊어버릴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다시 접근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텐데...’사실 여운별은 하예정 일행과 어울리고 싶지 않았다.하예정의 행복한 삶과 주변인들의 부유한 생활은 여운별의 가슴을 더욱 쓰라리게 했다.특히 여운초! 그 눈먼 여자에 대한 증오는 더욱 깊어만 갔다.과거의 비참했던 삶과는 달리 지금의 여운초는 전이진과의 결혼으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전이진이 바로 여운별이 한때 마음에 두었던 남자였다.이소라가 설명했다.“형편이 좋으신 분들은 산후조리처럼 한 달 정도 쉬시고 직장인들은 보통 일주일 후에 일상으로 돌아가세요. 사모님은 여유도 있으시고 젊으시니 한 달 정도 푹 쉬시는 게 좋겠네요.”이소라는 여운별이 용태호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그저 나이 많은 남편을 둔 젊은 아내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이 넓은 저택에는 여운별과 두 명의 경호원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이소라는 용태호를 본 적도 없었고 그가 중년의 용씨 성을 가진 남자라는 정보조차 여운별의 입에서 나온 것이 전부였다.여운별은 국물을 천천히 마시다가 말했다.“벌써 괜찮은 것 같아요. 한 달은 너무 길어요. 다른 사람들은 일주일 후에 일상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36화

    특히 하예정에 대한 증오는 더욱 깊어만 갔다.여운별은 온갖 불행의 근원이 하예정 때문이라고 믿었다.여씨 가문의 몰락과 여운초의 집권까지 전부 하예정이 참견했기 때문이다.‘차라리 내가 초능력이라도 있었으면 시원하게 복수했을 텐데...'여운별은 이를 악물었다. 지금의 하예정은 전씨 가문에서 국보급 대우를 받으며 행복한 임신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반면 여운별은? 첫 아이를 가졌지만 사랑하는 남자의 자식도 아닐뿐더러 용태호의 강요로 지워야 했다.‘같은 인간인데 왜 이리도 운명이 다른 거야?'방 안의 난방이 답답한지 여운별은 창가로 걸어갔다.문을 열려는 순간...“사모님, 창문 열지 마세요! 유산 후 찬 바람을 쐬면 안 돼요.”문을 열고 들어온 산후 조리사 이소라가 허둥지둥 말렸다.“밖에 햇빛이 아주 강해서 안 추워요. 관성의 겨울은 춥지 않거든요. 다른 곳처럼 눈이 펑펑 오는 것도 아니고. 에어컨을 끌까요? 에어컨을 틀어놓으니 숨 막혀 죽겠어요. 창문마저 닫아두니 공기까지 막혀서 정말 답답하네요.”여운별은 결국 창문을 열어젖혔다.추워도 며칠이면 금세 지나갈 것이다. 한파가 지나면 기온이 회복되어 낮에는 17, 18도까지 오르고 있었기에 정말 춥지 않았다.거리에는 반팔 입은 사람들도 보였다. 한마디로 봄, 여름, 가을, 겨울옷을 입은 사람들이 모두 공존하는 관성의 거리는 사계절이 한꺼번에 펼쳐진 듯했다.여운별을 돌보는 산후 조리사 이소라는 용태호가 특별히 데려온 사람으로 15일만 근무하면 월급을 받고 떠나는 조건이었다.그녀는 여운별의 장기적인 건강을 고려해 가지고 온 보신탕을 침대 옆 탁자에 내려놓고는 여운별의 곁으로 다가가 타일렀다.“사모님은 아직 젊으셔서 모르시겠지만 유산 후에도 산후조리처럼 조심히 대해야 해요. 침대에서 푹 쉬시고 좋은 음식 드시며 찬 바람을 쐬지 않는 게 정말 중요하거든요. 지금은 별일 없다고 생각하시겠지만 나이가 들면 문제가 생길 거예요.”여운별은 별로 개의치 않으며 말했다.“외국 여자들은 산후조리도 안 하면서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35화

    도아영은 전이혁이 보낸 메시지를 한참 바라보다가 답장을 보냈다.[아직 확정된 건 없어요. 왜요? 밥이라도 대접해 주실 건가요? 아니면 제가 돌아가는 게 아쉬워요?”전이혁이 회답했다.[음식 대접하고 싶어서요. 아영 씨랑 다시 한번 이야기를 나누고 싶거든요.]도아영은 물었다.[무슨 이야기를요? 우리의 미래에 대해서요? 아니면 이혁 씨가 이미 그녀를 선택하셨다는 걸 확정하신 건가요? 만약 정말 여자친구가 생겼다면 저에게 그분을 소개해 주세요. 그렇게만 된다면 저는 이혁 씨의 세계에서 영원히 사라져 줄게요.]그녀는 노력해보기도 전에 희망이 없다면 포기할 생각이었다.전씨 가문과 같은 좋은 집안은 흔치 않았지만 전이혁이 그녀를 좋아하지 않고 결혼할 마음이 없다면 아무 소용도 없는 일이다.전이혁은 몇 분 동안 답장이 없다가 이렇게 보내왔다.[제가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하지만 아직 공식적인 연인 관계는 아니라서 아영 씨에게 소개할 수는 없어요. 우리 사이의 문제는 이따가 만나서 천천히 이야기해요. 오늘 저녁에 시간 되시나요?][없어요.][그럼 언제 시간 되세요? 제가 음식 대접하고 싶은데.]도아영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제가 관성에 온 건 이혁 씨에게 확실한 답을 듣기 위해서였어요. 이제 대충 알 것 같으니 이틀 후면 돌아갈 거예요.]이미 여기까지 왔는데 도아영은 며칠 동안 관성에서 휴가를 즐기기로 했다.해주시로 돌아가면 다시 바쁜 업무에 파묻히면서 쉴 틈도 없을 것이 분명했다.[돌아가기 전에 식사 한번 하죠.]부부는 못 되더라도 원수지간이 될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둘 사이에 원수 사이로 지낼만한 일도 없지 않은가.전이혁은 이미 그녀에게 모든 걸 말해 주었다. 그가 왜 그녀에게 접근했는지, 왜 그렇게 잘해줬는지에 대한 진짜 이유를 말이다.그리고 도아영이 훌륭한 사람이지만 그의 취향이 아니라는 점도 알려주었다.두어 달밖에 알지 못한 사이, 설령 마음이 움직였다 한들 깊은 정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지 않는가.전이혁이 도아영을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34화

    “이혁 도련님을 네 가이드로 삼아서 관성 구경을 시켜줄게. 교외에도 괜찮은 관광지 몇 군데가 있으니 한번 가보는 것도 좋아.”도아영은 고개를 저었다.“이혁 씨는 저랑 말 한마디조차 나누기 싫어하는 것 같은데요. 여행은 기분 좋게 다녀야지 제가 왜 그의 차가운 얼굴에 찰싹 달라붙어야 하죠? 오히려 기분만 망치겠어요. 언니 시간 있으세요? 같이 쇼핑 좀 하고 싶은데. 내일은 서원 리조트에 들러 전씨 할머니를 뵙고 싶어요.”전씨 할머니를 찾아가는 이유는 왜 자신을 선택했는지 따지려는 게 아니라 전씨 가문의 유명한 어르신을 한번 만나보고 싶어서였다.하예정은 웃으며 답했다.“물론이지. 근데 나는 낮잠 자는 게 습관이 되어서 안 자면 오후에 힘이 없어. 푹 쉬지 못하면 두통도 오고 눈도 아파.”“그럼 언니가 낮잠에서 깬 후에 같이 가요.”“그래, 내가 일어나면 우리 서점에도 데려갈게. 효진이가 거기 있을 거야. 내 가장 친한 친구는 효진이와 소현 언니뿐이거든.”하예정은 새로운 동서가 생길 때마다 자신의 두 친구를 소개하곤 했다.“좋아요.”도아영은 갈 데도 없고 할 일도 없는 터라 하예정이 어디로든 데려가 주기만 하면 그냥 따라가기로 했다.“너는 낮잠을 안 자?”“30분 정도는 자요.”“내 사무실이 크진 않아서 별도의 휴게실은 없어. 평소에는 긴 소파를 펴서 침대처럼 쓰고 낮잠에서 깨면 다시 접어서 소파로 써. 우리 둘이 자면 좀 비좁긴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어때?”도아영은 하예정을 도와 소파를 칩대로 펴주었다.“이런 접이식 소파 침대가 괜찮네요. 언니는 좀 주무세요. 저는 커피 마시면 잠이 안 와서... 지금은 일도 안 하기에 밤에 일찍 자면 돼요.”하예정은 하품하며 말했다.“그럼 난 좀 잘게.”“네.”도아영은 자신이 하예정의 평온한 일상을 방해하고 있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하예정은 전태윤에게서 온 메시지를 확인하고 몇 분간 대화를 나눈 뒤 누웠다. 그녀는 도아영을 전혀 경계하지 않았는지 금방 잠이 들었다.도아영은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33화

    “언니, 그때도 전씨 할머니께서 언니가 마음에 들어서 전 대표님이 언니에게 구애하신 건가요?”하예정은 웃으며 대답했다.“나와 태윤 씨는 깜짝 결혼했어. 누가 누구에게 구애하는 그런 것도 없이. 결혼 후에 서로 정을 키워나간 케이스지. 하지만 우리 할머니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지.”하예정과 전태윤의 깜짝 결혼 이야기를 도아영도 조금 알고 있었다.하예정은 간단히 그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전태윤은 완전히 전씨 할머니의 강요로 하예정과 결혼했던 것이다.더욱 놀라운 것은 전씨 할머니가 이미 일찍이 하예정을 노리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 이유는 더욱 황당했는데 어떤 점쟁이가 하예정과 전태윤이 한평생 부부의 인연이 있다고 점쳤을뿐더러 전태윤이 하예정과 결혼하지 않으면 평생 독신으로 살 것이라고 예언했다는 것이다.전태윤을 가장 아끼는 전씨 할머니께서 가만히 계실리가 있겠는가! 할머니는 전태윤의 효심을 이용해 온갖 방법으로 결혼을 강요했고 덕분에 지금의 행복한 결혼생활이 가능했다.도아영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그럼 전씨 할머니는 왜 저를 선택하신 걸까요? 확실히 말씀드리지만 저는 전씨 할머니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제 사주를 알아내서 점을 쳐보시고 이혁 씨와 부부의 인연이 있다고 판단하신 건가요?”하예정이 웃으며 대답했다.“그건 전씨 할머니께 직접 여쭤보셔야 할 것 같아. 내가 알기로는 그 점쟁이는 이제 전씨 할머니를 만나주지 않는다고 하셨어. 서로 인연이 끝났다면서. 내 생각에는 점쟁이 때문이 아니라 할머니께서 여행 다니시며 여러 사람의 인품을 파악하시고 손자들에게 맞는 여성이라고 판단하셔야만 손자들에게 추천하시는 것 같아. 할머니는 늘 태윤 씨 형제들을 걱정하고 계시거든. 남들보다 뛰어나게 잘 키웠는데 정작 연애만큼은 어리숙하다고 말이야. 결혼은커녕 연애도 제대로 안 한다고 잔소리하셔. 남들이 자기 자식들에게 알맞은 여성을 소개해달라고 하면 할머니 손자들의 인생 대사도 해결하지 못했는데 남의 일까지 신경 쓸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32화

    하여 전이혁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도아영은 어제 하예정과 이야기를 나누며 잘 통하는 부분이 있어 그녀의 회사로 찾아온 것이다.“난 점심에는 보통 커피를 마시지 않아.”두 사람은 함께 사무실을 나섰다.도아영은 하예정의 배를 살펴보며 말했다.“지금은 커피나 진한 차는 피하는 게 좋아요. 임신 중에는 조심해야죠.”하예정은 웃으며 답했다.“알아. 커피나 술은 이미 오래전부터 끊었어.”하예정이 오랫동안 커피를 마시지 않았기 때문에 도아영이 직접 커피를 내려야 했던 것이다.“성소현 씨는 오늘 안 오시나요?”도아영이 무심코 물었다.도아영이 온 지 30분이 넘었지만 성소현이 회사에 오지 않는 이유가 궁금했다.“소현 언니는 오늘 채소 시장에 갔어. 저녁이 되어야 돌아올걸.”하예정과 심효진은 둘 다 임신부였다. 그녀들 스스로 자신이 아직 힘이 넘친다고 생각했지만 성소현의 눈에는 둘 다 국보급 보물로 소중히 보호받아야 할 존재였다.“아...”식당에 들어가 두 사람은 각자 음식을 담아 한적한 자리에 앉았다.도아영은 생선과 고기, 그리고 새우가 가득 담긴 요리들을 보며 물었다.“회사 식사는 모두 똑같나요? 등급별로 나누지 않으시는군요.”“응, 등급 같은 건 안 나누어.”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거의 관리직이었기에 등급을 나눌 필요가 없었다.농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여기까지 오기에는 너무 멀었지만 하예정은 그들을 위해 삼시 세끼를 제공했고 요리들도 나쁘지 않았다.그녀는 노동자들의 식사에 고기와 국물이 반드시 놓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농장에서 힘든 일을 이겨내려면 고기와 기름진 음식이 없으면 쉽게 배고프기 일쑤였다.하예정은 시골 출신이었다. 열 살 이후로는 마을을 떠났지만 그전까지는 집안일을 많이 도왔기에 농사일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었다.하예정은 도아영을 살펴보며 물었다.“너희 회사 식당은 등급별로 나누어?”도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여러 개의 식당이 있어요. 직급에 따라 다른 식당에서 식사해요. 물론 메뉴도 다르지만 보통 직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31화

    “할머니께서는 저의 선택을 존중하신다고 하셨지만 후회하지 말라고 하셨어요.”전이혁은 명해은에게 먼저 국물을 떠드렸고 또 전현민이 들어오는 것을 보더니 다시 국물을 한 그릇 떠드리며 말했다.“저는 후회할 일은 절대 하지 않아요.”비록 이전에는 도아영과 꿈속의 여자 ‘여우' 사이에서 고민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여우'와 함께할 때 특별히 행복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는 ‘여우'와의 만남을 간절히 기대했고 만나서 싸운다고 해도 그 순간이 기다려지기만 했다. 이런 기대감은 도아영에게서는 찾을 수 없었다.그가 도아영에게 접근한 건 순전히 전씨 할머니께서 선택해주신 사람이기 때문이다.결국 감정은 억지로 할 수 없는 법, 억지로 따온 열매는 달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명해은이 입을 열었다.“그래. 후회하지나 말고.”명해은은 속으로 중얼거렸다.‘어머님이 널 이렇게 쉽게 놔두실 리가 없지. 넌 아직도 진실을 모르고 있구나!'전이혁은 그가 후회할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전씨 할머니께서는 확신 없는 일은 절대 하지 않으시는 분이었다.명해은이 전씨 할머니를 잘 알고 있다고는 하지만 전현민은 아들로서 명해은보다 그의 어머니를 더 잘 알았다.전현민 부부는 서로를 의미심장한 눈길로 바라보면서 웃었다.그리고는 전이혁과 도아영에 관한 화제를 더 이상 꺼내지 않았다.식사하면서 명해은은 계속 전이혁에게 반찬을 얹어주었다.“엄마, 제가 방금 돌아오자마자 바비큐를 많이 먹어서 배가 불러요. 이렇게 많이는 못 먹겠어요.”자기 그릇에 산처럼 쌓인 반찬을 보며 전이혁이 말했다.“엄마, 아빠께도 좀 드리세요. 안 그러면 또 제가 아빠의 아내 관심을 뺏었다고 투덜대실 거예요.”말이 떨어지자 전현민도 전이혁의 그릇에 반찬을 얹어주셨다.“평일엔 바쁘게 일하느라 제대로 식사도 못 했겠다. 살도 많이 빠졌네. 많이 먹어.”전이혁은 웃으며 말했다.“아빠, 아까는 밥 한 그릇과 나물 한 접시만 주신다고 하셨잖아요.”“그건 화나서 한 말이지,”전이혁도 부모님께 반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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