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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Aвтор: 고능비
"언니, 그건 태윤의 개인재산이야, 나는 한 푼도 내지 않았어, 공동소유라니 이건 말도 안 돼."

혼인신고를 하지 마자 태윤은 집 열쇠를 주었고 이로하여 즉시 이사하여 더는 형부의 눈치를 보며 살지 않게 된 예정은 이걸로도 아주 만족하고 있다.

그녀는 태윤에게 먼저 공동소유를 제안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만일 태윤이가 먼저 제안하면 거절할 생각도 없고 말이다. 이제 부부인 만큼 평생 함께 살기로 결심했다.

예진도 그저 한번 말해보았을 뿐이다. 동생은 이런 것들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렇게 묻고 답하면서 잠시 뒤에야 예정은 언니의 집에서 이사를 할 수가 있었다.

언니는 발렌시아 아파트까지 데려다주려고 하였지만 그때 마침 조카 우빈이 깨어나 울면서 엄마를 찾았다.

"언니, 먼저 우빈이부터 챙겨, 물건이 그리 많지 않으니 혼자 갈 수 있어"

예진은 아들에게 밥을 먹여줘야 하고, 그러고 나서 또 점심 식사도 준비해야 했다. 남편이 점심에 돌아올 때 식사가 차려져 있지 않으면 또 집에 있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나무랄 것이다.

"그럼 조심해서 가 알았지? 점심은 어떡할래? 네 남편 불러다 같이 먹을까?"

"언니, 나 점심엔 가게로 돌아가야 해, 태윤인 일이 바빠서....오후엔 출장 가야 한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시간이 좀 지나야 언니 만나러 올 수 있을 것 같아."

예정은 거짓말을 했다.

태윤에 대해 아직 잘 모르지만, 전 할머니의 말에 의하면 태윤은 일이 바빠 아침 일찍 나가 저녁 늦게 돌아온다고 한다, 때로는 출장을 가는데 한번 출장을 가면 열흘이나 보름이 지나서 돌아온다고 한다. 예정은 태윤이 언제 시간이 될지 몰라 언니랑 약속을 잡을 수 없었다.

"오늘 혼인신고 하자마자 출장을 가다니...."

예정은 태윤이 동생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었다.

"우린 그냥 신고만 하였지 아직 결혼식도 올리지 않았잖아, 출장 가서 돈 많이 벌면 좋지 뭐....앞으로 돈 쓸데도 많아질 거야. 언니, 나 먼저 가볼게, 빨리 우빈이 밥부터 챙겨줘."

예정은 언니와 조카하고 작별 인사를 한 뒤 캐리어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발렌시아 아파트라고 들어 본 적은 있지만 정작 가 본 적은 없었다.

예정은 택시를 불러 곧장 아파트로 향했고, 아파트 앞까지 도착한 뒤에야 집이 몇 호인지 모른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급히 휴대전화를 꺼내 태윤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으나, 아직 휴대폰 번호는 서로 모르는 사이라 대신 카톡으로 음성 전화를 걸었다.

태윤은 회의 중이었다. 회의 기간에 사적인 전화는 금지라 모두 휴대폰을 무음으로 하고 있었다.

태윤도 휴대폰을 무음으로 하였지만, 회의실 책상 위에 놓여 있는 휴대폰 화면으로부터 예정으로부터 걸려 온 음성 전화를 곧 보게 되었다.

금방 카톡을 추가할 때 태윤은 예정의 이름을 따로 저장하지 않았다. 예정의 아이디 '심해의 인어공주'가 뜨자 태윤은 낯선 사람인가 하여 생각지도 않고 휴대폰을 들어 곧바로 예정의 음성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곧바로 예정을 카톡에서 삭제해 버렸다.

예정은 태윤이 자신의 음성 전화를 받지 않자 아무것도 모른 체 대신에 메시지를 보냈다.

"태윤씨, 저 지금 아파트 앞이에요. 혹시 집이 몇 호에요?"

메시지를 전송하였는데 뜻밖에도 전송에 실패한다.

예정은 핸드폰을 보면서 잠시 어안이 벙벙하였다.

"구청 입구에서 분명히 카톡 추가하였는데 왜 전송이 안되지? 내가 잘못 추가하였나?"

예정은 혼잣말하며 그때의 정경을 다시 되새기려 애썼다.

다시 기억을 돌려본 예정은 그때 두 사람이 카톡을 추가한 사실을 확신하였다.

‘그럼, 지금 전송에 실패하였다는 것은....태윤이 날 삭제하였단 말인데....

금방 혼인신고를 마친 사실을 잊어버린 건가?’

예정도 언니 집에서 이사하지 않았더라면, 이틀 뒤에 자신에게 태윤이라는 남편이 있다는 사실을 잊었을 것이다.

예정은 하는 수 없이 전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할머니, 저 언니 집에서 이사 나왔어요. 지금 발렌시아 아파트 앞인데 집이 몇 호인지 몰라서....할머닌 혹시 아세요?"

"....잠시만 기다려, 내가 지금 태윤이한테 전화해볼게."

사실 전 할머니도 집이 몇 호인지는 몰랐다.

태윤은 예정에게 보여주려고 일부로 평범한 수준의 집과 차를 따로 준비한 것이다. 전 할머니도 두 아이가 혼인신고를 하고 나서야 맏손자가 발렌시아 아파트에 집을 새로 마련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전 할머니는 예정과의 전화를 끊고 바로 태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태윤은 자기도 모르게 마누라의 카톡을 지워버리고 나서 핸드폰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회의를 계속하여 진행하였다. 그러다 3분도 안 되어 핸드폰 화면이 다시 켜졌고, 할머니의 전화인 것을 본 그는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받았다.

"할머니, 저 지금 회의 중이에요. 일 있으면 집에 가서 다시 얘기해요"

“윤아, 너 새로 산 집이 발렌시아 몇 호지? 예정이 이사를 갔는데 몇 호인지를 모르네, 너 카톡 추가하지 않았어? 빨리 예정이한테 알려줘."

태윤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 나 오늘 결혼했지....한 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할머니의 사랑을 유독 많이 받고 있는 여자랑...... 이름이 예정이었더라? 혹시 방금 삭제한 게 그녀의 아이디인가?

"할머니, B동 8층에 808호라고 전해주세요.”

"그래, 그럼 할머니가 대신 전달해 줄 테니 넌 계속 일이나 봐."

할머니는 원래 급한 성격이라 바로 태윤과의 전화를 끊고 예정에게 전화를 걸어 알렸다.

태윤은 핸드폰을 보며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예정에게 추가 요청을 보냈다.

예정은 금방 일어난 일을 개의치 않고 태윤을 추가했다.

"미안, 방금 당신이 누군지 잊었어."

태윤은 예정에게 사과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예정은 전에 전 할머니를 구한 적이 있는데, 그때 예정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넨 건 전 할머니의 아들들과 며느리들이었고, 손자들이 병문안을 갔을 때 예정은 이미 그곳에 없었다. 그래서 태윤은 예정이 누구인지 전혀 몰랐다.

할머니가 자주 예정의 얘기를 꺼내기도 하지만, 그게 귀에 들어오지 않고, 마음에도 둔적이 없어 태윤은 예정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예정은 바로 답장을 보냈다.

"괜찮아요, 바쁘시니 일 보세요. 전 바로 물건들을 위층으로 옮길 거예요."

"뭐 도와줄거 있어?"

"캐리어 하나밖에 없어서 저 혼자서도 위층으로 옮길 수 있어요. 게다가 정말 도움이 필요하면 돌아와서 옮겨주실 거예요?"

"아니!"

태윤은 그에 아니라고 솔직하게 답한다.

태윤은 평소 일이 엄청 바쁘다. 돌아가서 이사하는 걸 도와줄 시간 같은 건 전혀 없었다.

예정은 태윤에게 웃프다 는 이모티콘을 보내고는 더는 태윤에게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태윤도 더 이상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아직 서먹서먹한 관계라 달리 할 말이 없었다.

태윤은 단지 이 아내가 말을 좀 잘 듣기를 바랄 뿐이었다. 항상 사소한 일로 귀찮게 굴지 않았으면 더 좋고....

휴대폰을 다시 책상 위에 올려놓고 태윤은 고개를 들었는데....

모두가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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