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3화

Author: 고능비
"네, 할머니."

비록 전씨 할머니가 평소 잘해주긴 하지만, 아무래도 태윤이는 친손자이고, 자기는 그저 손자며느리에 불과한데, 혹여 갈등이 발생하면 며느리 편을 들어주기나 할까?

예정은 전혀 믿지 않았다.

마치 언니의 시부모들처럼 말이다.

결혼 전에 그들도 언니에게 친딸이 질투할 정도로 엄청나게 잘해주었지만.... 결혼 후엔 태도가 확 달라지더니 언니랑 형부가 갈등이 있을 때마다 시어머니는 언니에게만 아내노릇을 잘 하지 못한다고 비난했다.

아들은 언제나 한집 식구이고, 며느리는 그냥 남인 것이다.

"이제 출근하러 가야겠네? 그럼 할머니는 그만 가 볼게. 그리고 저녁에 태윤이한테 데리러 가라 할게, 같이 밥이라도 먹자"

"할머니, 제가 가게 문을 늦게 닫아서 아마 식사는 어려울 것 같아요. 주말은 어떨까요?"

주말에 학교가 쉬면 학교에 의존하여 먹고사는 서점들은 장사가 잘되지 않는다. 그래서 주말엔 문을 닫아도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전씨 할머니는 그 말을 자상하게 받아주셨다.

"그럼 주말에 다시 보자, 먼저 일 보거라."

그러고는 먼저 전화를 끊었다.

예정은 바로 가게로 가지 않고, 먼저 절친인 심효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점심에 학생들이 학교에서 나오기 전에 가게로 돌아간다고 했다.

인생의 큰일을 해결한 예정은 아무래도 돌아가서 언니에게 말하고 나서 언니의 집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십여 분 후,

언니의 집에 도착했다.

형부는 이미 출근하였고 언니는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고 있었다. 그녀가 집으로 돌아온 것을 본 언니는 걱정되는 듯 물었다.

"예정아, 왜 벌써 돌아왔어? 오늘 가게 안 열어?"

"점심때 다시 갈 거야, 점심때가 가장 바빠. 우빈인 아직 안 깼어?

주우빈은 예정의 조카로 이제 막 두 살이 된 장난꾸러기이다.

"아직이야. 그 녀석이 깨어나면 집안이 이렇게 조용할 리가 없어."

예정은 언니를 도와 옷을 널면서 어젯밤에 일었던 일을 조심스레 물어봤다.

“예정아, 형부가 널 쫓아내려는 게 아니라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그랬을 거야, 내가 별로 수입도 없고....”

언니의 이 말을 들은 예정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형부는 작은 사장이어서 수입이 꽤 높은 편이었다. 언니와 형부는 대학 동창이고 원래 같은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나중에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결혼 후 형부는 언니에게 배려하는 듯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내가 당신을 책임질 테니 당신은 집에서 쉬면서 아기 가질 준비나 해."

그에 언니는 참 시집 잘 갔다고 생각하며 회사 일을 그만두게 되었고, 그 뒤론 집에서 주부로 살았다. 결혼한 지 1년 만에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낳았고, 아이를 보랴, 가정을 돌보느랴 바쁘게 지내온 탓에 더 이상 자신을 꾸밀 시간도 없었고, 게다가 몸매 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하여 다시 직장으로 돌아갈 생각은 엄두도 못냈다.

어느덧 3년, 언니는 젊고 예쁜 미녀로부터 뚱뚱한 몸매에 꾸미지도 않는 주부가 되었다.

예정은 언니와 다섯 살 차이로, 열 살 때 부모님이 교통사고를 돌아가고 나서부터는 언니와 둘이 의지하면서 살았다.

부모님이 교통사고 난 뒤 보상금은 원래 두 자매가 학업을 마치기에 충분하였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일부를 가져갔고,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도 일부를 가져가, 남은 돈은 두 자매가 아껴 써야 겨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버틸 수 있었다.

게다가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집까지 빼앗긴 예정은 언니와 함께 밖에서 셋방을 얻었고, 언니가 시집갈 때에야 비로소 셋방살이를 끝냈다.

언니는 예정을 딸처럼 예뻐하면서 키웠다. 결혼 전에도 남편에게 결혼 후에 동생이랑 같이 살겠다고 하였는데, 그때 형부는 흔쾌히 응하였지만 지금은 예정이 같이 사는 것이 차차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언니, 이게 다 나 때문이야.”

"아니, 예정아! 너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마. 엄마 아빠가 일찍 돌아가셨지만....넌 언니만 믿고 의지하면 돼 알았지?"

예정은 이 말에 크게 감동한다.

어렸을 땐 언니를 의지하고 살았지만, 지금은 언니의 의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예정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말을 꺼냈다.

"언니, 나 결혼했어. 방금 혼인신고도 마쳤고....그래서 언니한테 이 소식 알려주러 온 거야, 나 이따 짐 정리해서 나갈게.”

"뭐? 너 결혼했다고?"

예진은 거의 비명 지르는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리고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여동생을 바라보다가 빼았는 듯 예정의 손에서 결혼사진이 담긴 핸드폰을 가져갔다.

"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넌 남자친구도 없었잖아?"

사진에 나오는 남자는 잘생기긴 하였으나 눈빛이나 표정이 너무 차가웠다. 보기만 하여도 동생이랑 잘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예정은 돌아오는 길에 이미 어떻게 변명할지 생각했다.

“언니, 나 남친 사귄 지 꽤 되었어, 이름은 태윤이라고....평소에 일이 너무 바빠서 언니한테 소개해 줄 기회가 없었어."

"어제 나에게 프러포즈하였고, 난 그저 그걸 받아들인 것뿐이야. 그리고 우린 이미 혼인신고도 끝났어. 언니, 아주 훌륭한 남자고 나한테도 엄청나게 잘해주니까 걱정하지 마, 나 결혼 후에 꼭 행복할 거야!”

예진은 여전히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동생한테 남자친구가 있다는 소리는 단 한 번도 못 들었는데 벌써 결혼이라니....

어젯밤 부부 싸움을 한 걸 동생이 들은 것을 생각하면 예진은 괴로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예정아, 언니가 형부한테 네가 식비를 낸다고 했으니 그냥 여기서 아무 생각 말고 지내."

"서둘러 시집가서 급하게 이사갈 필요 없어."

예진은 동생이 남자친구에 대하여 지금까지 알려주지 않은 것을 보며, 사귄 지가 얼마 되지 않았을 거로 추측한다.

오늘 갑자기 혼인신고를 하게 된 것은 남편이 예정을 눈에 거슬리게 생각하여 급하게 시집을 가게 된 것일 거다.

예정은 웃으며 언니를 위로하듯 말한다.

“언니, 정말 이거랑 아무런 관계가 없어. 나 태윤이랑 함께 있을 때 정말 행복하거든? 그러니까 언니는 기뻐하기만 하면 되."

예진은 계속 말없이 눈물만 흘렸다.

예정은 언니를 살며시 끌어안았다, 언니가 울음을 멈추고 감정을 추스르자 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

"언니, 자주 보러 올게, 나 태윤이랑 발렌시아 아파트에서 살 거야, 거긴 여기서 그리 멀지 않아, 오토바이로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어"

"태윤이 가정 조건은 어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예진도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예정은 아직 전씨 가문에 대해 잘 모른다.

비록 전씨 할머니와 3개월을 알고 지냈지만, 평소에 따로 집안일을 물은 적이 없었다.

어떨 때 전씨 할머니가 먼저 말을 꺼내면 그녀는 조용히 듣기만 했다.

태윤은 집안의 장남이고 그 아래에는 남동생들(사촌 동생 포함)이 여럿 있다는 것만 알고 있다.

태윤은 관성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에 출근하고 있고 이미 차도 집도 샀으니, 가정 형편이 나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였다. 예정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을 언니에게 말해줬다.

제부가 대출 없이 집을 샀다는 소식을 들은 하예진은 이렇게 말한다.

"그 집문서 너랑 공동명의로 소유하는 건 안 될까? “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395화

    집을 두고 다툴 때 홍씨 가문의 사람들은 유산을 포기하고 하예진 자매에게 모두 주겠다고 했다. 이후 하예정은 홍씨 가문에 선물을 보내며 예의를 차렸지만 오직 그뿐이었다.이경희가 어릴 적 여러 집안을 전전하며 많은 기억을 잃었는데 어쩌면 선택적 망각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예정 자매는 이경희의 과거를 한두 번쯤 여쭈어보았지만 그녀는 회상하기를 꺼리며 알려주지 않아 그녀들도 더는 묻지 않았다.하예정은 특히 어머니의 어린 시절이 궁금했다. 이경희는 서너 살까지는 정말 행복한 아이였다고 했다.한성근은 추억에 잠긴 듯 말을 건넸다.“경희 아가씨는 입이 말주변이 좋고 사랑스러운 아이였죠. 지금 우빈을 보면 어릴 적 경희 아가씨를 보는 것 같아요. 정말 누구나 좋아하는 아이였죠. 말썽을 자주 피워도 모두 경희 아가씨를 꾸짖기는 어려웠을 정도죠. 아이들의 천성이었으니까 다들 이해는 해주었거든요. 경혜 아가씨는 경희 아가씨처럼 말주변이 좋은 건 아니지만 보는 이마다 안아주고 싶고 사랑스러운 아이였어요.”그렇게 사랑스러운 아이가 가문의 변고로 인해 운명이 급변하고 결국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이경희에 대한 화제는 너무 무거웠다. 전씨 할머니는 급히 화제를 돌렸다.“경혜 씨, 이제 식사할 시간이죠? 저는 일찍부터 와서 빈속이라 배가 너무 고파요.”이경혜도 전씨 할머니의 의도를 이해했다. 이경희의 이야기 또한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의 아픔이었다.“네, 식사 준비되었어요. 얼른 가시죠.”그녀는 또 한성근에게 따뜻하게 말했다.“아저씨, 종일 주무시고 아무것도 드시지 않으셨죠? 일단 식사하시고 나중에 우빈이와 놀아요.”한성근은 옛날 생각을 정리하며 우빈을 바라보았다.“그럼 먼저 식사나 하죠.”그는 품에 있는 우빈에게 부드럽게 말했다.“우빈아, 우리 밥 먹으러 갈까? 너 혼자 잘 먹을 수 있어? 어른들이 도와줘야 하나?”우빈은 즉시 허리를 곧추세우며 당당하게 대답했다.“증조할아버지, 저는 혼자 잘 먹을 수 있어요! 유치원에서도 항상 혼자 먹는데 선생님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394화

    그들은 두 자매에게 너무도 큰 상처를 남겼다.한성근은 성씨 가문을 방문하기 전에 이미 두 아가씨의 어려운 사정을 알고 있었다.이경희가 너무 안타깝기도 했고 하씨 집안에 분노가 치밀었다.그는 하예정 자매가 부모님께서 남기신 집을 되찾은 점에 대해서도 잘했다고 여기셨다.그 집은 하예진 자매의 것이었고 이경희 부부가 한 땀 한 땀 지은 집이며 어린 시절의 행복한 기억들이 서려 있었다. 그 집에 들어설 때마다 부모님과의 소중한 순간들이 떠올랐고 그들이 간직하고 싶은 유일한 추억이었다.그런데도 억지로 빼앗아가려 했으니...하씨 집안은 하예정 자매에게 큰 죄를 지었다. 그들은 하예정 부모님의 사망 보상금으로 떵떵거리며 살았으면서 정작 두 딸은 쫓아내고 재산을 강탈했다. 하예정 자매가 성년이 된 후에도 그녀들에게 하씨 할머니의 치료비를 떠맡기려 했다.그런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 제대로 응징당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하예정 자매는 그녀들 아버지의 체면을 봐서라도 그들을 완전히 무너뜨리지는 않았다.하 영감 부부는 이제야 어느 아들이 가장 훌륭한지 깨달았다.하지만 늦은 후회였다.하 영감은 두 손녀에게 미안해하며 관계 회복을 원했지만 상처는 이미 너무 깊었다.이제는 그냥 형식적인 관계를 유지할 뿐이다.하씨 집안은 더 이상 어떤 소동도 일으킬 수 없었고 하예정 자매를 건드릴 용기도 없었다.한성근이 말을 이었다.“그래서 예정 아가씨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이렇게 된 걸 거예요. 하늘은 언제나 보고 있죠. 사람이 지나치게 나쁜 짓을 하면 반드시 벌을 받게 마련이고 악에는 악의 보응이 있고 선에는 선의 보응이 있거든요. 때가 되지 않아서 그런 것뿐이에요. 때로는 본인이 아닌 자손들에게 그 대가가 돌아가기도 하죠.”“할아버지, 나중에 우리 어머니와 이모의 어릴 때 이야기 많이 해주세요. 정말 듣고 싶어요.”하예정은 친어머니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간절하게 알고 싶었다.이경희는 세 살 무렵부터 운명이 급변하며 여러 집안을 전전해야 했다. 한때 귀하게 자라던 아가씨는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393화

    전씨 할머니께서 웃으며 말씀하셨다.“우빈은 정말 말썽도 잘 피우지만 기본적으로 착하고 사려 깊은 아이예요. 조용히 있을 때면 반드시 사고를 치고 있을 때잖아요.”하예정이 말을 이었다.“한번은 혼자 조용히 놀고 있길래 뭘 하고 있나 보러 갔더니 제 화장품을 가지고 놀고 있더군요. 립스틱으로 책상과 바닥을 도배해놓았죠. 얼굴에도 입술에도 온통 칠해놓고서는 제 앞에서 뿌듯해하던 표정이 어찌나 우스운지...”그 장면을 상상하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우빈은 웃음거리가 된 것이 부끄러웠는지 한성근의 품에 얼굴을 파묻으며 작은 목소리로 투덜댔다.“증조할아버지... 이모가 저를 놀려요.”한성근은 그 애교 어린 호칭에 마음이 녹아내렸는지 당장 우빈을 감싸면서 하예정에게 말을 건넸다.“예정 아가씨, 아이를 놀리지 마세요. 어린아이들이 다 그렇잖아요. 경희 아가씨도 어릴 적엔 말썽꾸러기였거든요. 경희 아가씨는 가주님께서 소중히 아끼시던 술을 쏟아버리고 병까지 깨뜨리기도 했고 가위를 들고 다니며 사람들 옷을 마구 자르는 바람에 결국 가주님께서는 가위는 반드시 높은 곳에 두라는 지시를 하셨을 정도죠. 우빈은 외할머니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모양이로군요.”하예정이 웃으며 말했다.“그건 말썽꾸러기라고 해야 할 거 같은데요? 제 기억 속의 어머니는 아주 부드러우신 분이셨는데... 할아버지와 할머니께도 효도하시고 아빠와도 금슬이 엄청 좋으셨어요. 하지만 효자 효녀가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경우는 드문 법이죠.”말을 이어가던 하예정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하예정의 부모님께서 돌아가셨을 때 그녀는 이미 열 살이 되어 어느 정도 세상을 이해할 나이였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부모님을 차별하던 모습, 딸만 둘이라며 핀잔주던 모습들이 떠올랐다.3대 독자를 끊었다며 아들을 낳으라고 종용하던 그때의 기억이 생생했다. 부유하지도 않은 집안에서 아들 한 명을 더 기른다는 것은 엄청 힘든 일이었다. 게다가 부모님은 농촌에 계셨기에 생활도 그다지 넉넉하지 않았고 아들을 낳는다고 해도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392화

    “그렇게 말씀하시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쩌면 좋아요? 전 대표님 같은 사람도 그럭저럭 지내는 편이라면 우리 같은 건 아예 낙제 수준이 아니에요?”성기현이 웃으며 할머니께 말했다.예준하도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그러자 전씨 할머니는 더욱 환하게 웃으셨다. 그녀에게 가장 자랑스러운 것이 바로 아홉 명의 손자들이었다. 앞으로 몇 년만 지나면 아홉 손자가 전부 가정을 꾸리게 될 터, 그때면 죽어서도 저승에서 사흘 밤낮을 웃으며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한성근의 시선이 우빈에게로 향했다.우빈은 하예정의 품에 안겨 모두를 호기심 가득히 바라보고 있었다. 어른들의 대화는 도통 이해할 수 없었지만 열심히 귀 기울이고 있었다.한성근이 중얼거렸다.“닮았어... 정말 닮았구나. 경희 아가씨 어릴 적과 똑 닮았어. 만약 양 갈래 머리를 하고 치마를 입히면 바로 경희 아가씨의 환생이라고 해도 믿겠어요.”한성근은 우빈을 보며 추억에 잠겼다.예전에 이경희는 한성근을 볼 때마다 어린애 같은 목소리로 말하곤 했다.“아저씨, 안아주세요. 업어주세요!”그는 그 어린아이의 요청을 절대 거절할 수 없었다. 매번 그 아이를 번쩍 들어 올리고 빙글빙글 돌린 후 자신의 어깨에 앉혀 마당을 돌아다니곤 했다.그때마다 이경희는 두 팔을 벌리며 ‘와! 나 지금 날고 있어!’라고 외치곤 했다.이은숙은 그 장면을 볼 때마다 늘 ‘한성근이 바쁜 사람인데 자꾸 귀찮게 하지 마.’라고 나무라셨다. 그러면 한성근은 그냥 싱글벙글 웃으며 ‘괜찮아요. 틈을 내서 같이 놀아주고 싶어요.’라고 하면서 대답했다.이은숙은 늘 한성근이 친아빠보다 딸들에게 더 잘해준다고 하셨고 그때마다 한성근은 그저 웃기만 했다. 이경혜 자매는 귀여운 아이들이었고 게다가 이은숙의 자식들이니 당연히 아낄 수밖에 없었다.그의 마음속에서 가주 이은숙이 모든 것보다 중요했고 그녀의 자식들을 피를 나눈 자식은 아니지만 친자식처럼 여겼다.아이들의 아빠도 사실 그녀들을 무척 아꼈다.이은숙은 몸이 편치 않았고 성격도 엄격하여 아이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391화

    전태윤의 입꼬리가 살짝 떨렸다.할머니께서는 또 손자들을 멍청하다고 하셨다.하예정도 미소를 지었다.전씨 할머니는 항상 몇몇 손자들의 혼사를 걱정하셨다.민지영은 모두가 자신을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 전이혁을 흘끗 쳐다보았다.전씨 할머니는 성씨 가문에 오실 때 아직 관성에 머무는 몇몇 손자들에게 연락해 성씨 가문에 와서 여러 고수님을 만나보라고 했다.김청산 일행이 전씨 할머니의 초대를 받아들이고 서원 리조트에 머물겠다고 약속했지만 할머니는 그들이 말을 지키지 않고 갑자기 사라질까 봐 걱정했다. 그렇게 되면 도대체 어디서 그들을 찾아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비록 모두 같은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지만 전씨 할머니는 그들과 별로 친분이 없었고 이름만 들어볼 뿐 실제로 만난 적은 거의 없었다.그들이 정말로 자신의 체면을 살려 서원 리조트에 와줄지 확신할 수 없었다.공은호는 전씨 할머니의 말을 듣고 제자를 힐끗 바라보더니 농담했다.“이리저리 날아다니실 필요 없습니다. 우리 제자는 어떠합니까? 지영이도 이젠 20대 중반인데 계속 솔로인데 결혼하라고 재촉하면 오히려 우리에게 아내를 찾아오라고 합니다... 너무 기가 막혀서. 우리 이렇게 늙었는데 무슨 결혼까지... 아내를 맞이해서 우리 재산을 나눠주기라도 하라는 것처럼...”전씨 할머니는 민지영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민지영 씨는 정말 좋죠.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죠. 우리 집 넷째랑도 잘 어울리는데... 그 녀석이 개구쟁이라 제가 골라준 좋은 여자는 안 받아들이고 이름도 모르는 여자를 쫓아다니고 있단 말이죠. 다른 손자들은 다 목표가 정해졌고 아직 목표가 없는 손자들은 결혼할 나이도 안 됐거든요. 하지만 민지영 씨가 괜찮다면 우리 집 일곱째 손자 유하나 여덟째 손자 유림을 소개해줄 수도 있는데.”민지영도 웃으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연상 연애는 별로라서요. 저보다 조금 나이가 많은 남자를 좋아해요. 너무 많이는 안 되고 최소한 동갑이어야 해요. 남자들이 나이가 너무 어리면 성숙하지 못하고 유치해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390화

    민지영이 본명조차 말하지 않자 하예정 일행은 그녀의 고향이 어딘지도 묻지 않았다.이경혜가 계단을 내려올 때 한성근에게 조심하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리자 모두 웃음을 멈추고 계단 쪽을 올려다보았다.젊은이들이 한성근을 부축하려 하자 한성근이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아직 그렇게 약해빠지지는 않았어요.”이 젊은이들은 거의 모두 이은숙의 후손들이었다.한성근은 마음속으로 깊은 위안을 느꼈다. 이은숙의 핏줄이 완전히 끊긴 줄 알았는데 다행히 두 아가씨를 찾았고 두 아가씨에게도 후손이 있었다.이은숙의 혈통은 끊기지 않은 것이다.우빈은 한성근을 처음 만났다.한성근을 보자마자 우빈은 재빨리 하예정의 품으로 파고들었다.하예정이 우빈에게 속삭였다.“우빈아, 이분이 바로 전에 말했던 증조할아버지야.”우빈은 말없이 커다란 눈으로 한성근을 바라보았다.한성근이 자리에 앉고 먼저 전씨 할머니 일행에게 인사를 나누었다.전씨 할머니가 걱정스럽게 물었다.“괜찮으신가요? 안색이 좋지 않아 보이네요. 신의님, 어르신의 건강을 잘 돌봐주세요.”김청산이 말을 이었다.“오늘 새벽부터 고생하여 어젯밤부터 잠을 제대로 못 잤기 때문에 안색이 좋지 않은 겁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와 제자가 잘 돌볼 테니 우리 형에게는 아무 일도 없을 겁니다.”적어도 당분간은 괜찮을 것이다.한성근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저는 아주 건강해요. 거의 백 세 가까운 나이에 장거리 여행을 견딜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그는 어릴 때부터 무술을 배워 체력이 좋았다. 게다가 수십 년 동안 신의의 도움으로 건강을 관리받았기에 병고와 후유증이 남았지만 버틸 수는 있었다.이경혜를 찾기 전까지는 쓰러질 수 없었다.사실 한성근도 마음속으로는 자신이 버티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 다행히 하느님도 그를 불쌍히 여겼는지 그에게 이경혜를 찾을 기회를 주셨다.전씨 할머니가 활기차게 웃으며 말했다.“정말 그러시네요. 어르신의 체력은 정말로 부러울 정도예요. 신의님, 저의 건강도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