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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Autor: 고능비
"네, 할머니."

비록 전씨 할머니가 평소 잘해주긴 하지만, 아무래도 태윤이는 친손자이고, 자기는 그저 손자며느리에 불과한데, 혹여 갈등이 발생하면 며느리 편을 들어주기나 할까?

예정은 전혀 믿지 않았다.

마치 언니의 시부모들처럼 말이다.

결혼 전에 그들도 언니에게 친딸이 질투할 정도로 엄청나게 잘해주었지만.... 결혼 후엔 태도가 확 달라지더니 언니랑 형부가 갈등이 있을 때마다 시어머니는 언니에게만 아내노릇을 잘 하지 못한다고 비난했다.

아들은 언제나 한집 식구이고, 며느리는 그냥 남인 것이다.

"이제 출근하러 가야겠네? 그럼 할머니는 그만 가 볼게. 그리고 저녁에 태윤이한테 데리러 가라 할게, 같이 밥이라도 먹자"

"할머니, 제가 가게 문을 늦게 닫아서 아마 식사는 어려울 것 같아요. 주말은 어떨까요?"

주말에 학교가 쉬면 학교에 의존하여 먹고사는 서점들은 장사가 잘되지 않는다. 그래서 주말엔 문을 닫아도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전씨 할머니는 그 말을 자상하게 받아주셨다.

"그럼 주말에 다시 보자, 먼저 일 보거라."

그러고는 먼저 전화를 끊었다.

예정은 바로 가게로 가지 않고, 먼저 절친인 심효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점심에 학생들이 학교에서 나오기 전에 가게로 돌아간다고 했다.

인생의 큰일을 해결한 예정은 아무래도 돌아가서 언니에게 말하고 나서 언니의 집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십여 분 후,

언니의 집에 도착했다.

형부는 이미 출근하였고 언니는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고 있었다. 그녀가 집으로 돌아온 것을 본 언니는 걱정되는 듯 물었다.

"예정아, 왜 벌써 돌아왔어? 오늘 가게 안 열어?"

"점심때 다시 갈 거야, 점심때가 가장 바빠. 우빈인 아직 안 깼어?

주우빈은 예정의 조카로 이제 막 두 살이 된 장난꾸러기이다.

"아직이야. 그 녀석이 깨어나면 집안이 이렇게 조용할 리가 없어."

예정은 언니를 도와 옷을 널면서 어젯밤에 일었던 일을 조심스레 물어봤다.

“예정아, 형부가 널 쫓아내려는 게 아니라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그랬을 거야, 내가 별로 수입도 없고....”

언니의 이 말을 들은 예정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형부는 작은 사장이어서 수입이 꽤 높은 편이었다. 언니와 형부는 대학 동창이고 원래 같은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나중에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결혼 후 형부는 언니에게 배려하는 듯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내가 당신을 책임질 테니 당신은 집에서 쉬면서 아기 가질 준비나 해."

그에 언니는 참 시집 잘 갔다고 생각하며 회사 일을 그만두게 되었고, 그 뒤론 집에서 주부로 살았다. 결혼한 지 1년 만에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낳았고, 아이를 보랴, 가정을 돌보느랴 바쁘게 지내온 탓에 더 이상 자신을 꾸밀 시간도 없었고, 게다가 몸매 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하여 다시 직장으로 돌아갈 생각은 엄두도 못냈다.

어느덧 3년, 언니는 젊고 예쁜 미녀로부터 뚱뚱한 몸매에 꾸미지도 않는 주부가 되었다.

예정은 언니와 다섯 살 차이로, 열 살 때 부모님이 교통사고를 돌아가고 나서부터는 언니와 둘이 의지하면서 살았다.

부모님이 교통사고 난 뒤 보상금은 원래 두 자매가 학업을 마치기에 충분하였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일부를 가져갔고,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도 일부를 가져가, 남은 돈은 두 자매가 아껴 써야 겨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버틸 수 있었다.

게다가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집까지 빼앗긴 예정은 언니와 함께 밖에서 셋방을 얻었고, 언니가 시집갈 때에야 비로소 셋방살이를 끝냈다.

언니는 예정을 딸처럼 예뻐하면서 키웠다. 결혼 전에도 남편에게 결혼 후에 동생이랑 같이 살겠다고 하였는데, 그때 형부는 흔쾌히 응하였지만 지금은 예정이 같이 사는 것이 차차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언니, 이게 다 나 때문이야.”

"아니, 예정아! 너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마. 엄마 아빠가 일찍 돌아가셨지만....넌 언니만 믿고 의지하면 돼 알았지?"

예정은 이 말에 크게 감동한다.

어렸을 땐 언니를 의지하고 살았지만, 지금은 언니의 의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예정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말을 꺼냈다.

"언니, 나 결혼했어. 방금 혼인신고도 마쳤고....그래서 언니한테 이 소식 알려주러 온 거야, 나 이따 짐 정리해서 나갈게.”

"뭐? 너 결혼했다고?"

예진은 거의 비명 지르는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리고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여동생을 바라보다가 빼았는 듯 예정의 손에서 결혼사진이 담긴 핸드폰을 가져갔다.

"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넌 남자친구도 없었잖아?"

사진에 나오는 남자는 잘생기긴 하였으나 눈빛이나 표정이 너무 차가웠다. 보기만 하여도 동생이랑 잘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예정은 돌아오는 길에 이미 어떻게 변명할지 생각했다.

“언니, 나 남친 사귄 지 꽤 되었어, 이름은 태윤이라고....평소에 일이 너무 바빠서 언니한테 소개해 줄 기회가 없었어."

"어제 나에게 프러포즈하였고, 난 그저 그걸 받아들인 것뿐이야. 그리고 우린 이미 혼인신고도 끝났어. 언니, 아주 훌륭한 남자고 나한테도 엄청나게 잘해주니까 걱정하지 마, 나 결혼 후에 꼭 행복할 거야!”

예진은 여전히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동생한테 남자친구가 있다는 소리는 단 한 번도 못 들었는데 벌써 결혼이라니....

어젯밤 부부 싸움을 한 걸 동생이 들은 것을 생각하면 예진은 괴로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예정아, 언니가 형부한테 네가 식비를 낸다고 했으니 그냥 여기서 아무 생각 말고 지내."

"서둘러 시집가서 급하게 이사갈 필요 없어."

예진은 동생이 남자친구에 대하여 지금까지 알려주지 않은 것을 보며, 사귄 지가 얼마 되지 않았을 거로 추측한다.

오늘 갑자기 혼인신고를 하게 된 것은 남편이 예정을 눈에 거슬리게 생각하여 급하게 시집을 가게 된 것일 거다.

예정은 웃으며 언니를 위로하듯 말한다.

“언니, 정말 이거랑 아무런 관계가 없어. 나 태윤이랑 함께 있을 때 정말 행복하거든? 그러니까 언니는 기뻐하기만 하면 되."

예진은 계속 말없이 눈물만 흘렸다.

예정은 언니를 살며시 끌어안았다, 언니가 울음을 멈추고 감정을 추스르자 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

"언니, 자주 보러 올게, 나 태윤이랑 발렌시아 아파트에서 살 거야, 거긴 여기서 그리 멀지 않아, 오토바이로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어"

"태윤이 가정 조건은 어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예진도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예정은 아직 전씨 가문에 대해 잘 모른다.

비록 전씨 할머니와 3개월을 알고 지냈지만, 평소에 따로 집안일을 물은 적이 없었다.

어떨 때 전씨 할머니가 먼저 말을 꺼내면 그녀는 조용히 듣기만 했다.

태윤은 집안의 장남이고 그 아래에는 남동생들(사촌 동생 포함)이 여럿 있다는 것만 알고 있다.

태윤은 관성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에 출근하고 있고 이미 차도 집도 샀으니, 가정 형편이 나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였다. 예정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을 언니에게 말해줬다.

제부가 대출 없이 집을 샀다는 소식을 들은 하예진은 이렇게 말한다.

"그 집문서 너랑 공동명의로 소유하는 건 안 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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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우민아가 웃으며 말했다.“그만, 그만요. 오늘 입에 꿀 바른 것처럼 너무 달콤해서 하는 말마다 제 마음을 녹이고 있네요.”그녀는 웃으며 그를 욕실 밖으로 밀어냈다.“창빈 씨도 이제 방으로 돌아가세요. 씻고 푹 쉬어요. 내일은 형수님이랑 조카 보러 병원에 가야 하잖아요. 잘 자요.”“민아 씨도 잘 자요.”전창빈은 좀처럼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끝내 선우민아가 가볍게 입맞춤으로 굿나잇 인사를 해 주자 그제야 아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선우민아는 상쾌하게 샤워를 마친 뒤 침대에 앉아 시간을 확인했다.시계는 아직 열한 시를 조금 넘긴 상태였는데 그녀에게는 충분히 이른 시간이었다.평소에도 자정 전에 잠드는 일은 드물었다.그녀는 휴대전화를 들어 선우정아에게 메시지를 보내 회사 상황을 물었다.하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고 대신 전화가 걸려 왔다.“언니, 아직 안 쉬었어요?”선우정아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이제 겨우 열한 시인데 이렇게 일찍 자긴 아직 이르지. 일찍 누우면 오히려 잠이 안 와. 난 팔자가 세서 밤새워서 일하는 사람이잖아.”선우정아가 웃으며 말했다.“언니, 그런 말 함부로 하면 벌받아요. 언니처럼 잘 지내면서 스스로를 팔자 센 사람이라고 하면 진짜 힘들게 사는 사람들은 뭐가 돼요. 전씨 가문의 사람들은 어때요? 다들 잘해 주시죠?”선우정아가 걱정스럽게 물었다.언니가 회사에 없는 동안 선우정아는 땅에 발을 내디딜 틈도 없이 정말 바빴다. 원래 언니 몫이었을 일까지 대신 맡느라, 하루 종일 정신없이 보내느라 전화를 걸 여유도 없었다. 그래서 이제야 부모님을 만난 소감이 어떤지 묻는 참이었다.“다들 정말 잘해 주셔. 귀한 손님이자 가족처럼 편하게 대해 줘서 전혀 부담이 없더라. 같이 있으니까 기분도 좋고. 나연이 말이 맞았어. 전씨 가문 분위기가 정말 좋아. 집 같은 느낌이라 처음 가봤는데도 금세 마음이 편해진 거 있지.”선우정아가 웃으며 말했다.“언니, 부모님도 만났으니까 이제 결혼 얘기도 금방 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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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에는 왜 이런 말 안 하셨어요? 저 예쁘다는 말도 한 번 안 하셨잖아요.”선우민아가 웃으며 그를 놀렸다. 괜히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에 그녀는 더 놀리고 싶어졌다.“우리가 아직 확실한 사이가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말하지 못했죠. 괜히 일부러 잘 보이려고 하는 사람으로 보일까 봐, 저를 안 좋게 볼까 봐 걱정됐거든요. 민아 씨, 제 눈에는 당신이 정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으로 보여요. 사랑해요. 저는 오직 민아 씨만 사랑할 거예요.”선우민아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알겠어요. 장난이에요.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돼요. 콩깍지가 씌어서 창빈 씨의 눈에 제가 제일 예뻐 보이는 거겠죠.”자기 외모에 대해서는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예쁜 편이긴 했지만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할 만큼의 절세미인은 아니었다.국색천향이나 풍화절대라 불릴 정도의 미인들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조금은 부족했다.어쩌면 전씨 가문에서는 그저 무난한 수준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전씨 가문은 원래 남자들은 훤칠하고 여자들은 또 저마다 다른 매력을 지닌 가문이었다.그 가문으로 시집온 여자들 가운데 눈에 띄게 못난 사람은 없었다. 성격은 달랐지만 모두 각자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내일 병원에 가서 형수님이랑 조카 좀 보고 와요. 아주 작은 아기를 보는 건 정말 오랜만이에요.”선우민아가 마지막으로 갓난아기를 본 기억은 사촌 동생이 태어났을 때였다.어느새 오륙 5,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지금은 선우민수가 유치원 5세 반에 다니고 있었고 올해 9월이면 형과 같은 초등학교에 입학할 예정이었다.선우민수는 예전부터 선우민기와 같은 학교에 다니고 싶다고 말해 왔다.두 형제는 사이가 무척 좋았고 누나들도 그 모습에 흐뭇했다.선우민아 자매들은 두 남동생이 어릴 때부터 형제애가 깊어 앞으로도 서로 의지하며 지내길 바랐다. 그래야 훗날 형제가 힘을 합쳐 선우씨 가문의 책임을 함께 짊어질 수 있을 테니까.“저는 더 오래됐어요. 아홉째 동생이 태어난 뒤로 우리 집에는 십몇 년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4368화

    물론 전창빈 스승이 이들뿐이었던 것은 아니었다.전씨 그룹 호텔에서 일하는 요리사들 역시 각자 자신만의 특기 요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전창빈은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 빠짐없이 묻고 배웠다.지금의 솜씨는 그렇게 여러 사람의 장점을 두루 흡수한 결과였다.저녁 식사 뒤에도 전씨 할머니는 선우민아의 손을 잡고 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이어 갔다.그날 밤에 선우민아가 전씨 할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전창빈은 사랑하는 여인의 곁에 앉을 틈이 없다는 걸 깨닫자 위층으로 올라가 게스트룸을 다시 살폈다.사실 게스트룸은 이미 장소민이 준비해 두었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은 전창빈은 하나하나 직접 확인하며 다시 정리했다.선우민아가 불편함 없이 자기 집처럼 편안하게 지내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밤 10시가 되어서야 전창빈은 비로소 그녀 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전씨 할머니가 피곤하다며 먼저 자리를 뜨자 집안 어른들과 형제들도 차례로 흩어졌다.전창빈은 선우민아 옆에 앉자마자 그녀의 손을 꼭 잡고 투정을 부렸다.“역시 그럴 줄 알았어요. 아가씨가 오시자마자 저는 바로 찬밥 신세가 됐죠. 문을 들어선 순간부터 오늘 밤 내내 저는 한 번도 아가씨 곁에 앉지 못하고 할머니께 붙잡혀 계셨잖아요.”선우민아가 웃으며 말했다.“할머니한테 우리 할머니 모습이 겹쳐 보였어요. 저도 조부모님과 사이가 좋아서 당신 할머니와 얘기하다 보니 그만 빠져들었네요. 창빈 씨를 신경 쓰지 못한 건 미안해요. 이제 제 이름으로 불러요. 당신 집에서까지 계속 아가씨라고 부르면 가족분들이 불편해하실까 봐 그래요. 지금 창빈 씨는 제 남자 친구이지 제 요리사가 아니잖아요.”전창빈이 살짝 몸을 기울여 조심스럽게 그녀의 얼굴에 입을 맞췄다.선우민아가 피하지 않는 것을 보자 전창빈은 그제야 용기를 얻은 듯 자연스럽게 그녀의 입술로 다가갔다.짧은 입맞춤이 끝나자 전창빈은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그의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었다.선우민아는 그의 품에 잠시 머물렀다가 이내 가볍게 밀어내며 똑바로 앉았다.“민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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