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예정도 그녀의 말에 동조했다. "네 말이 맞아. 그래도 이혁 도련님이 결정하기 전까지는 한번 노력해 볼 수 있잖아."도아영이 웃으며 말했다. "예정 언니, 효진 언니, 우리 샤부샤부 먹으면서 남자 얘기는 하지 말자고요.""언니네 남편들은 다 좋은 남자니까 듣기만 해도 행복한 느낌이 들어 괜찮지만 제가 마음에 둔 남자는 저한테 마음이 없으니, 그 사람 얘기를 하면 식욕이 떨어질 것 같아요. 우빈이가 그랬잖아요, 사람은 먹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우리 샤부샤부나 먹어요."하예정과 심효진은 여기서 멈추기로 했다.감정적인 문제는 그들도 전이혁의 마음을 컨트롤할 수 없었다."예정 언니, 효진 언니, 저 이번에 와서 사실 수확이 없는 건 아니에요. 두 언니를 얻었잖아요. 저랑 전이혁 씨가 어떻게 되든 우리는 자매고 친구예요. 언니들 나중에 저 모른 척하시면 안 돼요.""아무튼 전 언니들 꽉 붙잡을 거니까, 저 버릴 생각 마세요."하예정은 웃음을 터뜨리고 심효진은 웃으며 말했다. "네가 언니라고 부르는데 우리가 어떻게 널 동생으로 생각하지 않겠냐고."도아영은 사람 비위를 아주 잘 맞추는 편이었다.전씨 할머니가 고른 사람이 아니었다면, 심효진은 분명 도아영을 멀리했을 것이다."그럼 됐어요. 인생에는 사랑만 있는 게 아니라 우정과 가족애도 있잖아요? 전 우정이랑 가족애가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행복해요.""맞아, 맞아.""자, 우리 건배해요. 아, 술을 안 시켰네. 언니들은 술 못 마시고, 나도 어제 취해서 오늘은 안 되고. 에휴, 나중에 언니들 아기 다 낳고 술 마실 수 있을 때, 우리 취할 때까지 마시자고요."심효진이 시원하게 대답했다. "꼭 그러자.""예정 씨."이때 주서인이 갑자기 그들 앞에 나타났다."여긴 어쩐 일로 왔어요?"하예정은 미소를 거둔 채 주서인을 쳐다보지도 않으며 조카에게 음식을 집어주었다.주서인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나올 때 휴대폰을 깜빡 잊고 안 가져와서요. 샤부샤부를 다 먹고 계산하려고 보니 그제야 알게
“방금 그 사람들 주서인 씨 일가 아니었어? 맞을 거야. 꽤 부유하게 살고 있는 것 같은데. 온몸에 보석 액세서리들을 잔뜩 착용하고.”자리에 앉은 심효진이 하예정에게 물었다.심효진은 예전에 하예진이 이혼하기 전에 주서인 모녀가 서점에 찾아와 하예정에게 따질 때 주서인을 본 적이 있었다. 그렇게 찌질한 여자는 잊을 수가 있겠는가.“맞아.”하예정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임정한이 우빈을 몇 번 부르자 바로 정한의 입을 틀어막더라. 우리가 밥을 얻어먹으러 갈까 봐 걱정인 모양이지. 예전엔 매주 주말마다 일가족이 다 같이 언니 집에 쳐들어가서 밥만 축내곤 했어.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으면서 트집만 잡으면서.”주씨 집안 사람들은 아무리 변해도 여전히 찌질함이 남아있었다.관성시가 작다는 걸 내내 느끼곤 한다. 싫은 사람은 자꾸만 마주치게 되다니.도아영은 과거 사정을 몰랐지만 묻지 않고 귀 기울이며 듣기만 했다.심효진이 말했다.“정말 이상한 집안이네. 그렇게 많은 일을 겪고도 변할 줄 모르다니! 우리가 너무 기대했나 봐.”“한동안 주서인 씨가 우리 언니의 편을 들어 서현주 씨와 맞서 싸우기도 했어. 예전에 내가 임정한을 구해준 덕분에. 서현주 씨가 감옥에 들어가자 은혜를 다 갚았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예전 모습으로 돌아갔어. 그리고 우빈 앞에서 동명 오빠를 헐뜯으며 언니와 오빠의 결혼을 방해하려고 했어.”심효진은 바로 우빈에게 말했다.“우빈아, 그 사람들 말을 절대 듣지 마. 너의 동명 아저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야. 너랑 네 엄마에게도 잘해주잖아.”우빈은 어른다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이모, 저도 알아요. 저는 지금 동명 아저씨가 제일 좋아요. 동명 아저씨가 우리 두 번째 아빠가 됐으면 좋겠어요.”하예진은 친아빠와 새아빠에 관해 설명해주었다. 새아빠도 아빠이기 때문에 노동명이 하예진과 결혼하면 우빈을 함께 키울 거라고 했다. 그리고 우빈에게 노동명을 존중해주고 효도하면서 절대로 배은망덕한 놈으로 살면 안 된다고 가르쳤다.“저는 절대 배은망덕한
모연정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잘못을 고치면 착한 아이지.”용정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어른들이 지적해주는 실수는 모두 고칠 생각이었다.모연정이 몸을 일으키며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가서 놀아.”“엄마, 지연이는요? 동생이랑 놀고 싶어요.”용정이 물었다. 현재 그의 여동생은 단 한 명뿐이라 예지연을 가장 아꼈다.남동생들도 귀엽지만...“할머니께서 밖에 데리고 나가셨을 거야. 지호는 보모 아줌마랑 있을 텐데 동생이랑 놀래?”용정은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저는 지연이를 찾으러 갈게요. 지호는 보모 아줌마가 있어서 제가 필요 없어요.”예지호와 예훈은 둘 다 울보였다.예씨 가문 둘째 아들의 두 아이는 예지호보다 몇 달 더 커서 돌보기가 더 힘들었고 잠들었을 때만 가장 귀여웠다.반면 예지연은 자나 깨나 항상 사랑스러웠다.이번에 돌아왔을 때 예지연은 조금 자란 것 같았다. 용정은 여동생의 부드러운 얼굴을 보면 뽀뽀하고 싶어 참을 수 없었다.‘역시 내 여동생이 세상에서 제일 귀여워.'모연정이 웃으며 말했다.“그럼 밖에 나가 찾아봐. 아마 정원에 있을 거야.”“ 그럼 저는 나가볼게요!”용정은 밖으로 뛰쳐나갔다.예진 리조트는 넓었지만 용정은 매일 뛰어다니면서 잘 놀았기에 집안 어른들이 아기들을 자주 데리고 가는 장소도 익숙히 잘 알고 있었다.녀석은 곧장 유모차에 누워 할머니와 산책 중인 예지연을 찾아냈다.용정이 기쁜 마음으로 여동생을 향해 달려가는 동안 우빈은 하예정 일행과 함께 샤브샤브 가게에 들어섰다.“우빈아!”가게 문을 열자마자 한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두어 번 부르던 아이의 목소리가 더는 들리지 않았다.하예정 일행이 소리가 난 쪽으로 바라보았는데 주서인 부부와 시부모 그리고 세 아이가 샤브샤브를 먹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우빈을 부른 사람이 바로 임정한이었다.예전에 임정한은 우빈의 장난감을 빼앗고 괴롭히기 일쑤였지만 그리도 어린아이인지라 우빈을 보자 반가운 마음에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주서인이 급히
용정은 설이 지나야 겨우 네 살이지만 이미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빠른 학습 진도를 보이고 있었다. 고수들의 교육법은 역시 남달랐다.재능이 뛰어나고 영특하지 않은 아이는 그들의 교육을 따라갈 수 없었다. 물론 보통 아이들에게는 가르치지도 않을 것이지만.용정이 진지하게 대답했다.“제 가방에 있는 겨울방학 숙제들은 전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주신 설날 선물이에요. 정말 좋아요!”마지막 말은 특히 힘주어 말했다.모연정은 용정이가 가방을 열어 특별 선물로 가득 찬 숙제들을 발견했을 때 가방을 던질 뻔했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평소 용정이가 얼마나 많은 학습 압박을 받고 있는지도 알 수 있었다. 고수들 밑에서 사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하지만 그것은 또한 많은 사람이 꿈꾸지도 못할 기회이기도 했다.“저랑 우빈이가 나이도 비슷한데 제가 좋아하는 건 분명 우빈이도 좋아할 거예요. 그래서 우빈한테 이런 선물을 주고 싶어요. 먹을 거로 주자니 우빈이 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서 다 살 수가 없는걸요.”모연정이 되물었다.“돈 아까워서 그런 거야? 아니면 네가 할 숙제가 많아서 우빈도 같이 끌어들여 ‘고생도 나눠서 하자'는 거야?”용정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모연정이 그의 속마음을 다 꿰뚫어 본 듯했다.“용정아, 우빈이 좋아하는 걸 몇 가지만 골라서 줘도 돼. 다음에 만날 때 또 다른 걸 주면 되잖아. 그럼 우빈도 기뻐할 거야. 한꺼번에 전부 사줄 필요는 없어. 그리고 친구에게 선물할 때는 마음을 터놓아야 해. 네가 기쁜 마음으로 주어야 받는 사람도 기쁘게 받을 거야. 작은 돈 때문에 친구 사이에 틈이 생기게 하면 안 된다. 너의 세뱃돈에 엄마가 관여하지는 않지만 네가 돈이 부족하지 않다는 건 알아. 우빈이가 좋아하는 걸 선물한다고 해서 돈이 많이 나갈 것도 아니잖아.”모연정이 엄숙하게 훈계했다.얼굴이 더욱 붉어진 용정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스승님이 제가 돈을 벌고 모아야 한다고 하셨어요... 나중에 쓸 데가 많다고... 그래서 다 써버릴까 봐 걱정이에요
모연정이 웃으며 말했다.“그래, 내일 옷 사러 가면서 선물도 사자.”그녀는 용정 대신 선물값을 내주겠다는 말은 일부러 하지 않았다.용정은 이미 자신만의 작은 금고가 있어 돈이 부족하지 않았고 아이에게 작은 금고 관리를 맡긴 이상 스스로 돈을 내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우빈에게 줄 선물이니 당연히 그가 계산해야 했다.“우빈한테 뭘 선물하면 좋을까요?”용정은 모연정에게 묻는 듯 혼잣말하는 듯 중얼거렸다.모연정이 부드럽게 답했다.“우빈이 좋아하는 거로 골라야지.”용정은 고민에 빠진 표정으로 말했다.“우빈은 먹는 걸 제일 좋아해요. 장난감은 이미 너무 많아서 다 갖고 있는 것 같았어요.”“그럼 음식 선물을 준비하면 되겠네.”“우빈은 입에 들어가는 건 뭐든 잘 먹어요. 죽지만 않는 음식이면 다 좋아하는데. 그러면 선물을 엄청 많이 준비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용정은 그의 가여운 표정으로 모연정을 올려다보았다.막상 말로는 “제가 낼게요”라고 했지만 속으로는 모연정이 대신 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사공과 모연정, 그리고 예준성도 그에게 가르치기를 장차 대장부가 될 사람으로서 약속을 어기면 안 된다고 했다.‘아! 분명히 대장부가 되면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했지! 난 아직 어리니까 지금은 약속을 안 지켜도 되는 거 아닐까?’용정의 검은 눈동자가 말랑말랑 굴러갔다.하지만 모연정의 따뜻한 미소를 보자 결국 “돈 대신 내주세요”라는 말은 삼켰다. 그건 자신의 뒤통수를 치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니까.그때 문득 생각이 났다. 신의와 함께 돌아오기 전에 평소 할아버지, 할머니라 부르던 사공의 친구들이 선물을 잔뜩 줬던 것이 떠올랐다.스케치북이나 받아쓰기 노트 등을 선물 받았는데 방학 동안 다 완성하고 새해에 돌아가면 검사할 거라고 했다. 완성하지 못하면 새해에 세뱃돈을 안 준다고...할아버지들이 주는 세뱃돈은 유난히 두둑했다.돈을 벌어야 한다!신의기 늘 말씀하시길 용정은 커서 돈이 많이 필요할 테니 벌 줄도 알아야 하고 번 돈으로
신의는 예훈이가 그리웠던 모양이다. 아직 돌아오시기 전에 하루에도 수천 번씩 정겨울과 영상 통화를 하시며 예훈을 보려고 했다.정겨울은 귀찮다고 그냥 예훈을 산속으로 데려가서 키우라고 했다. 어차피 신의도 아이 키운 경험이 있으니까.정겨울도 신의의 손에서 자랐기 때문에 확실히 육아 경력이 있었다.하지만 예준일이 거절했다. 예훈이가 울보라 종종 그를 골치 아프게 하지만 누가 뭐래도 친아들이었기 때문에 예훈을 무척 아꼈다. 또한 신의가 사는 곳이 너무 추웠기에 어린 예훈이 견디기 힘들 거라면서 말이다.사실이었다. 신의가 생활하는 곳은 거의 세상과 단절되어 있었고 봄, 가을, 겨울 내내 줍고 여름에만 조금 따뜻했다. 지금도 눈이 펑펑 내리는 계절이라 신의는 매일 아침 눈을 치우며 용정에게 지식을 가르쳤다.추운 날씨에 무공 연습하는 이런 힘든 삶은 어린 예훈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어려울 것이다.용정은 자신이 매일 운동량이 많아서 추위를 견딜 수 있지만 어린 예훈 동생이 견디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용정은 자신이 또래 중에서 제일 고생하는 아이라고 생각했다.우빈이가 얼마나 부러울까.우빈은 부모님이 헤어지셨지만 이모와 이모부의 사랑 속에서 행복하게 자라고 있다.용정도 양부모님 가족의 사랑을 받고 있고 신의 외 다른 할아버지들도 모두 아껴주셨지만 그의 친부모님은 하늘나라로 가셨다.나이는 어리지만 용정이가 자란 환경과 주변의 전설적인 고수분들 덕에 녀석은 많은 걸 배웠다.용정은 가족들을 전부 잃고 유모 아주머니가 데리고 도망치다가 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잃으셨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모연정이 용정을 주워 왔을 때 용정은 말도 제대로 못 했다.“나도 너의 스승님이 보고 싶어.”우빈은 예진 리조트에 가서 신의 할아버지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 장난기 많은 할아버지에 대한 인상이 아주 좋았다.용정은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스승님은 예훈 동생만 생각하시거든. 난 너도 생각하고 동생들도 생각하는데. 얼른 샤브샤브를 먹으러 가. 네가 오면 내
샤브샤브 가게로 가는 길에 하예정은 모연정이 걸어온 전화를 받았다.전화를 받자마자 예지호의 옹알이가 들려왔다.“연정 씨, 예지호는 뭐 하고 있어요?”하예정이 웃으며 물었다.모연정은 아들을 안고 전화를 들고 있었다.“제가 전화하는 걸 보고 핸드폰 뺏으려고 난리에요. 안 주니까 소리 지르면서 어찌나 보채는지...”하예정은 빙그레 웃으며 말을 건넸다.“소리 나는 장난감 핸드폰 사주면 좋을 텐데.”“있어요. 그런데도 진짜 핸드폰 보면 달려들어요. 아마 저의 모든 것을 자기 것으로 생각하나 봐요.”모연정이 물었다.“예정 씨는 밥 드셨어요?”그리고는 옆에 있는 사람에게 말했다.“지호 좀 데리고 나가서 놀아줘요. 전화하기가 불편해요.”예지호는 울거나 소리 지르기 바쁜 울보였다. 예준일의 아들만큼이나 말이다.보모가 예지호를 데려갔고 별로 울지도 않는 예지연은 이미 다른 사람의 품에 안겨 있었다.순하고 얌전한 예지연은 특히 사랑받았다. 예씨 가문에서 드문 여자아이였기 때문이다.“우리는 지금 샤브샤브 먹으러 가는 길인데 연정 씨가 드물게 전화를 다 거네요. 제가 보고 싶었어요?”모연정이 웃으며 대답했다.“당연히 보고 싶죠. 근데 예정 씨가 안 오잖아요. 저도 가고 싶지만 이 두 꼬마를 데리고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단 말이에요.”예지연은 영리했다. 모연정이 외출하려 하면 쌍둥이 오빠 예지호를 쿡쿡 찔러 울게 했다.몇 달밖에 안 된 아기가 말은 못 해도 엄마를 부르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그런 일이 몇 번 있고 나니 모연정은 예지연이 울기만 하면 자기를 따라 나가고 싶어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여 외출할 때 두 아기를 함께 데리고 가게 되면 예지연은 한 번도 울지 않았다.모연정은 가능하면 두 아이를 모두 데리고 나갔고 보모까지 데리고 나가 아기들을 돌보게 했다. 하지만 혼자 나갈 때보다는 불편하고 자유롭지 못한 건 사실이었다.“우빈이 옆에 있어요?”“있죠. 우빈이 찾으려고요? 용정이도 돌아왔어요?”모연정은 보통 우빈을 특별히 찾지
아이들의 이야기가 나오니 도아영은 대화에 끼지 못했다. 결혼도 안 한 그녀에겐 너무 먼 이야기와도 같았다. 목표는 있지만 결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한참 수다를 떨던 중에 학생들이 학교 끝나면서 서점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우빈은 계산대 안쪽에서 놀고 세 어른은 바쁘게 일했다.해가 저물고 학생들이 야간자습을 위해 떠나자 하예정이 제안했다.“우리 같이 저녁 먹으러 갈까?”“나는 샤브샤브를 먹고 싶어.”심효진이 먼저 의견을 냈다.하예정이 눈살을 찌푸렸다.“또 샤브샤브? 요즘 너무 그거만 찾는 거 아니야?”“겨울엔 원래 샤브샤브가 제법이지.”도아영은 너그럽게 받아들였다.“저는 상관없어요. 언니들이 원하는 대로 따라갈게요.”“배가 큰 임산부 의견을 존중하자. 샤브샤브 먹으러 가는 거로.”하예정이 결정하자 심효진이 빙긋 웃었다.“너도 임산부잖아. 네 배 속의 아기가 나보다 한 달 정도 늦은 것뿐이거든.”“한 달이라도 늦으면 늦는 거야. 네 아기가 먼저 태어나도 내 아기는 아직 배 속에 있을 테니까.”하예정은 우빈의 가방을 챙기며 소리쳤다.“우빈아, 가자! 샤브샤브 먹으러 갑시다!”우빈은 기쁨에 들떠 있었다. 녀석은 사람들이 모여서 떠들며 먹는 것을 좋아했다.“이모, 이모부랑 정남 아저씨 그리고 동명 아저씨도 같이 가는 거죠?”계산대를 돌아 나오던 우빈은 본능적으로 하예정에게 안기려다 그녀의 배에 아기가 있다는 걸 떠올렸다. 그러더니 자기도 이제 커서 이모를 힘들게 해선 안 된다며 손을 내렸다. 그 순간 도아영이 우빈을 번쩍 들어 올렸다.“이모부네 바쁘대. 우리 넷만 가자.”우빈은 아쉬워했지만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서점 문을 닫을 때 그녀들은 옆 가게 사장님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오랜 동네 상가 사람들이었는데 그들은 하예정과 심효진이 재벌가에 시집가는 걸 지켜본 증인들이었다.하예정 일행은 곧 차에 올라타고 떠나갔다.한 가게의 사모님이 감탄했다.“심효진 씨랑 하예정 씨는 정말 복도 많아요. 특히 하예정 씨는 정말 모두
하예정은 우빈을 유치원에서 데리고 나왔지만 바삐 돌아치고 있는 전태윤을 방해하지 않고 다시 서점으로 돌아왔다. 오늘 전태윤은 점심도 함께 못 먹을 정도로 정신없이 바쁜 날이었다.노동명 역시 바빴다.결국 하예정은 우빈을 데리고 다시 서점으로 향했다.도아영은 여전히 서점에 남아있었고 우빈이 들어오는 걸 보자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우빈아, 이리 와봐. 안아줄게.”우빈은 도아영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예정이 손을 놓자 녀석은 재빨리 도아영 앞으로 달려가 달콤한 목소리로 인사한 후 그녀의 품에 안겼다.우빈은 심효진에게도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우빈이가 키 큰 것 같은데?”심효진이 우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컸어. 몸무게도 좀 늘었고. 태윤 씨가 우빈에게 많이 먹어야 방학 때 친구들 싸움에서 지지 않는다고 알려주었거든.”하예정이 대답하자 심효진은 웃으며 덧붙였다.“그래, 많이 먹어야지. 키 크고 덩치 좋아야 상대방을 눌러버릴 수 있지.”“용정음 힘도 세요.”우빈이 진지하게 말했다.우빈은 용정이가 많은 면에서 자신보다 뛰어난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전태윤이 말한 대로 모든 사람은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남과 비교할 필요가 없다는 걸 배우고 있었다.“우빈아, 과일이랑 간식 있는데 먹을래?”도아영이 물었다.우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손가락으로 간식을 가리켰다.“먹을래요.”도아영이 간식을 주자 우빈은 조용히 그녀의 품에서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우빈은 정말 착하네요.”도아영은 아이를 내려다보며 하예정에게 말했다.“사실 저는 아이들을 별로 안 좋아해요. 시끄럽고 자꾸 울기만 하는 것 같아서. 근데 어제 우빈을 만나고 나니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우빈도 가끔 울긴 해. 하지만 금방 위로해주면 또 금세 그치긴 하지. 그리고 스스로 휴지를 가져와 눈물 닦는 걸 보면 너무 귀여운 거 있지. 우빈은 나를 닮아서 단 걸 좋아해. 지금은 좋아하는 간식 먹고 있으니 당연히 더 조용하고.”하예정이 말하자 도아영이 바로 웃으며 말을 이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