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맞아요. 저희도 하예진 씨가 새로운 가주님으로 오르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이씨 가문의 어른들도 차례로 고개를 끄덕였다.정일범 삼 형제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들은 여전히 믿고 있었다. 누군가는 자기들 편이 되어줄 거라고.하지만 이제 남은 기대마저 산산이 부서졌다.“이윤미, 회의 잠깐 중단하자. 우리 잠깐 밖에서 얘기 좀 해.”정일범의 목소리는 차가웠지만 이미 마지막 발버둥에 가까웠다.이윤미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오빠가 오늘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이유는 엄마의 아들이라서가 아니라 이씨 그룹의 임원진 신분으로 참석한 거야. 그 이상의 권한은 없어. 가문의 일에 관여할 자격도 없어. 지난해에도 수없이 대화했잖아. 내 입장은 변하지 않아. 내 것이 아닌 건 난 갖고 싶지 않아. 만약 엄마가 정당하게 가주 자리를 넘겨받았다면, 혹은 외할머니가 직접 전해주신 자리였다면 오늘 나는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아니잖아. 엄마가 어떻게 그 자리를 얻었는지 다들 다 알잖아. 엄마는 수많은 죄를 지었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죗값을 갚는 일이지 계속 빼앗은 걸 움켜쥐는 게 아니야.”그녀는 마지막으로 고개를 들어 냉정하게 말했다.“아직도 불만이 있다고 해도 그만둬. 스스로 사표 내!”그녀는 이미 여러 번 그들을 설득했다.떠나라고, 새로운 길을 찾으라고.하지만 그들은 매번 머뭇거렸다. 욕심과 미련, 그리고 끝없는 불만이 발목을 잡았다.새해를 맞이하면서도 그들은 여전히 강성에 남아 있었다.자식들도 학교에 보내야 하고 교통도 편리하여 결국 떠나지 않았다.이윤미는 그런 오빠들을 보며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아버지의 말도 듣지 않는 사람들이니 그녀가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설 연휴 내내 그녀는 오빠들이 드디어 떠난 줄 알았다.설이 되었는데도 이윤미는 아버지와 오빠들을 보지 못했다. 방윤림의 말로는 그들은 고향에 있는 정씨 집안으로 돌아갔다고 했다.하지만 설이 지나고 새해 첫 출근일, 정일
정일군이 정일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하예진은 정씨 삼 형제를 바라보았다.이윤미의 결정을 가장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은 다름 아닌 그 셋이었다.하예진이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저는 이미 저의 어머니 성씨를 따르기로 했습니다. 어머니의 성은 이씨, 그러니까 저도 이제 이씨입니다.”그녀는 이미 법적으로 이름을 바꿨다.이제 그녀는 이예진이었다.앞으로 그녀는 어머니의 피를 잇는 이씨 가문의 후계자로 될 사람이다.단, 동생 하예정은 여전히 하씨 성을 유지했다.굳이 바꿀 필요는 없었다.“가주의 자리는 원래 우리 이모나 우리 엄마에게 돌아가야 할 자리였어요. 당신들 어머니가 우리 엄마를 살해했고 저의 이모와 엄마가 집에 돌아오지 못한 채 가족과 떨어지게 하고 모든 걸 잃게 만든 장본인이죠. 결국 당신들 어머니가 이씨 가문의 모든 걸 강탈했어요. 이제 이은화 씨도 우리 외할머니 앞에서 속죄했고 모든 건 원래 자리로 돌아가야 해요. 하여 우리 외할머니 쪽 혈통이 다시 이씨 가문을 이어받아 새 가주가 되는 게 맞다고 봅니다.”하예진은 정일범을 향해 차갑게 쏘아붙였다.“정일범 씨, 불만 있으세요? 꾹 참으세요. 이건 우리 이씨 가문의 일이니까 당신들 정씨 집안 사람들은 상관하지 마세요.”그 말에 정일범의 얼굴이 분노와 굴욕으로 일그러지며 피기 하나 없이 새파랗게 질려갔다.그는 속으로 저주했다.‘하늘도 무심하지! 왜 이윤미가 아니라 어머니가 죽은 거야? 차라리 이윤미가 죽고 어머니가 살아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왜 상관이 없다는 거죠? 이윤미는 내 친여동생이고 이은화는 내 친엄마예요! 우리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고 해도 난 아직 여동생이 있어요. 이씨 가문의 전통에 따르면 가주는 당연히 내 여동생이 이어야 해요. 아무리 돌아봐도 당신 하예진이 끼어들 틈은 없어요!”정일범은 분노를 억누르지 못한 채 소리쳤다.“게다가 당신 어머니는 큰딸이 아니었죠? 둘째인 데다 이미 오래전에 죽었잖아요! 만약 당신 이모가 직접 가문을 이끌겠다고 나선다
강성의 하늘 아래, 이씨 그룹의 꼭대기 층.넓은 회의실 안은 긴 테이블을 중심으로 이씨 그룹의 주요 임원진들과 가문의 어르신들이 빼곡히 앉아 있었다.그들 대부분은 이미 머리가 희끗했고 하예정과 이경혜에게는 모두 어르신이라 불러야 할 존재들이었다.이윤미는 하예정과 나란히 주석 자리에 앉아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방윤림이 조용히 서 있었고 정일범 삼 형제도 앉아 있었다.그들의 시선은 매서웠고 차갑게 얼어붙은 눈빛이 회의실 공기를 죄어오듯 두 여자를 향해 날카롭게 꽂혔다.그중에서도 정일범의 눈빛은 유독 독했다.그는 이윤미가 원망스러웠다. 간청도 해봤고 설득도 해봤지만 이윤미는 단 한 번도 그들의 뜻을 들어준 적 없었다.끝내 이윤미는 그들이 이미 가문의 신망을 잃었다는 이유로 이씨 그룹의 모든 권한과 가문의 주도권을 하예정에게 넘겼다.그들이 뭐라고 반발하든 지금의 가주는 이윤미였다. 그녀의 어머니가 살아 있을 때부터 이미 이씨 가문의 권한 대부분은 가주 손에 집중되어 있었고 지금은 한마디 말로도 천하가 뒤집힐 수 있는 위치였다.이씨 가문의 어른들조차 이제는 실질적인 발언권이 없었다. 따라서 젊은 세대에게는 더더욱 입을 열 기회가 없었다.그나마 재능 있는 젊은이들조차 이은화에게 억눌려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지내고 있었다.비록 정일군 형제가 이씨 가문의 사람들 신망을 잃었다 해도 이윤미가 가주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권력을 손에 쥐고 있는 한 누가 감히 반대하겠는가.이 세상은 강자가 왕이 되는 법이었다.과거에 이은숙이 쇠약해진 틈을 타 이은화가 세력을 키워온 것이 아니던가.이윤미가 자리에 앉은 이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작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다들 알고 계시죠? 굳이 반복하지는 않겠습니다. 이미 충분히 아실 테니까요. 오늘부로 이씨 그룹과 이씨 가문의 모든 권한을 하예진 씨에게 넘기겠습니다. 앞으로 이씨 그룹의 새로운 대표이자 가주님으로 될 겁니다. 하예진 씨가 아직 젊다고 얕보지도, 경험이 부족하다고 무시하지도 마세요. 앞으로는 전적
전이진과 전호영은 앞으로 두세 달 동안 결혼식 준비와 신혼여행으로 바삐 돌아쳐야 했기에 회사의 무게는 다시 자연스럽게 전태윤의 어깨 위로 돌아왔다.넷째 전이혁부터 여섯째 전창빈까지 세 형제는 여전히 미래의 아내에게 애정 공세를 펼치고 있었다.그 아래 일곱째 전유하는 아직 경험이 부족했고 여덟째 전유림은 정식으로 사회에 발을 들여놓지도 못했다.전씨 할머니는 조만간 대규모 상류층 비즈니스 연회가 열릴 거라며 그 자리에 전유림을 데리고 나가도록 전태윤에게 부탁했다.연회에서 공식적으로 얼굴을 비추게 하여 세상 사람들 모두가 전씨 가문의 여덟째 아드님이 누구인지 확실히 기억하게 만들겠다는 뜻이었다.그리고 전유림에게도 전씨 그룹에서 몇 가지 직책을 맡길 계획을 세웠다.그 ‘몇 가지’란 말 그대로 여러 개 직책이었다.전씨 가문의 형제들은 처음 사회에 발을 들일 때는 모두 동시에 여러 부서의 직책을 맡아 경험을 쌓는 것이 전통이었다.물론 그들은 공식적으로 얼굴을 드러내기 전부터 각자 개인 자산을 굴리며 투자에도 손을 대곤 했다.하지만 전태윤은 이번에 전씨 할머니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그는 할머니더러 직접 전유림을 데리고 연회에 참석하라고 권했다.전태윤은 그런 연회를 가장 싫어했다.만약 아내가 함께 연회에 참석할 수 있다면 몰라도 지금 하예정은 임신 중이었다.석 달 뒤면 출산을 앞둔 상황에 그가 어떻게 연회 따위를 즐길 여유가 있겠는가.더구나 그동안 형제들이 공식적으로 얼굴을 공개할 때마다 늘 전씨 할머니께서 소개하셨기에 이번에 유림의 차례가 되었는데 할머니가 직접 나서지 않으면 전유림은 분명 서운해할 것이다.어쩌면 전유림은 전씨 할머니가 자신보다 앞선 일곱 형들만 편애한다고 느낄지도 모른다.전씨 할머니는 아직도 기운이 넘쳤다.전태윤이 요즘은 얼굴을 굳힌 채 엄하게 단속하며 제발 좀 조용히 지내라고 말리지 않았다면 아마 또 몰래 비행기를 타고 어딘가로 떠났을지도 몰랐다.그렇게 바깥을 좋아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니 차라리 이번에 전유림을
하예정이 조용히 말을 꺼냈다.“아까 저 여자가 자기가 아이를 유산했다고 했어요. 운초 씨가 예전에 말했어요. 여동생이 한동안 수술받겠다고 하면서 돈을 달라고 했대요. 그때 천우 씨가 직접 돌봐주겠다고 했는데 괜찮다면서 밀어냈다죠. 아마 그때 유산한 걸 거예요. 방금 나를 바라보던 눈빛은 아마 그때 일을 떠올렸던 모양이에요. 아직도 잊히지 않은 눈빛이었어요. 지금까지도 자기가 잘못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여전히 잘못한 건 나라고 믿고 있죠.”“그 여자는 이제 끝이에요. 구제 불능이죠.”여운별이 아무리 그녀를 미워한다고 해도 하예정은 두렵지 않았다.하예정은 여운별의 진짜 목적을 알아버린 뒤로 용씨 사모님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았다.여운별이 맡은 일을 끝내 수행하지 못한다면 하예정이 직접 손을 쓸 필요도 없었다.여운별의 뒤를 봐주는 거물이 곧 인내심을 잃고 그녀를 직접 처리해버릴 테니까.여운초는 다른 사람이 여운별을 건드리게 놔두지 않았다. 자매의 정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벌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여운별이 가장 질투하는 건 여운초가 예전에 자신이 탐내던 남자와 결혼해 다정하게 살아간다는 사실이다.게다가 나중에 여운초가 몸을 회복하고 임신이라도 하게 된다면 여운별은 아마 질투심에 미쳐버릴 것이다.전태윤이 진지하게 말했다.“여운별이 널 건드리기라도 한다면 내가 가만히 놔두지 않겠어. 이 세상에서 아예 사라져 버리게 할 거야.”하예정은 미소를 지었다.“걱정하지 마세요. 내 몸은 내가 지킬 수 있어요. 그리고 여운별이 감히 나를 건드릴 배짱은 없어요. 지금 그 여자가 믿는 건 그 남자뿐인데... 그 남자에게도 여운별은 그저 노리개뿐일 거예요. 결국 버려질 거예요.”그녀의 시선이 창밖으로 향했다.“솔직히 그 집 부모들도 책임이 크죠. 조금만 제대로 가르쳤어도 그렇게 망가지진 않았을 텐데. 운초 씨를 조금이라도 아꼈다면 지금 그 집안이 그렇게 무너지지도 않았을 거예요. 둘째 도련님과 운초 씨의 결혼식을 보면 아마 화나서 펄쩍 뛸걸요
여운별은 경호원 두 사람을 통해 겨우 용태호의 근황을 알아냈다.그 남자는 요즘 새로운 여자를 만나 즐기며 다닌다고 했다.여운별은 차지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싫증이 난 모양이었다.처음에는 열에 들뜬 듯 그녀를 감싸안더니 이제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만약 그녀가 쓸모가 없었더라면 용태호는 진작 그녀를 내팽개쳤을 것이고 용돈도 보내주지 않았을 터였다.지금이라도 겨우 명목상의 용 사모님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 그가 시킨 일을 끝내야 하기 때문이었다.그 일을 마치는 순간 여운별은 버려질 것이다.그 사실을 깨달은 여운별은 요즘 들어 쓰는 돈도 아껴 썼다.아낀 돈을 모아 그 일을 끝내는 대로 관성을 떠날 생각이었다.그리고 아무도 자신을 모르는 곳으로 가서 새 인생을 시작하리라고 마음먹었다.‘집을 사고 차도 사고 가게 두어 개만 운영하면 돼. 그 돈으로 생활비 벌고 나중에는 젊고 잘생긴 남자 만나 결혼해서 애 낳고 살면 되지. 그리고 여씨 가문의 재산도 언젠가 꼭 되찾을 거야. 전부는 못 가져도 최소 삼 분의 일은 내가 가져야지. 그걸 여운초한테 죄다 넘길 순 없어.’여운별은 무심코 자신의 배를 쓸어내렸다.그 안에는 한때 생명이 있었다.그녀가 처음으로 품었던 생명이었다.아기를 지워낸 뒤로 여운별은 다른 사람의 아이를 볼 때마다 시선이 잠시 머물곤 했다.그 아이가 만약 세상에 남아 있었다면 올해쯤이면 세상에 태어났을 터였다.여운별은 하예정이 몹시 원망스러웠다.그녀는 여전히 하예정을 향한 분노를 꾹꾹 눌러 담고 있었다.만약 그 여자가 나서서 여운초를 돕지 않았다면 자신이 굳이 하예정 부부를 건드릴 이유도 없었다.그러면 전태윤의 눈에 띄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 이후의 모든 파국도 없었을 것이다.그 뒤로 수많은 일들이 생겼다. 여운별의 부모는 감옥에 들어갔고 그녀가 점찍었던 남자 전이혁은 오히려 그녀의 형부가 되어 버렸다.게다가 여운초는 전씨 가문의 둘째 며느리가 되어 신의 제자 정겨울에게 치료받으며 10만에 시력을 되찾았다.그뿐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