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차 소리가 들리자 정원에 앉아 햇볕을 쬐고 있던 정군호는 옆에서 돌봐주던 도우미 아줌마에게 말했다.“나가서 한 번 봐. 혹시 도련님들이 돌아온 건 아닌지.”도우미 아줌마가 나가자 곧 세 아들이 앞뒤로 걸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그 광경을 본 정군호는 저절로 미간을 찌푸렸다.그제야 그는 살아생전에 아내가 왜 세 아들을 대할 때마다 쉽게 짜증을 내고 속이 터졌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정말이지 이 세 아들 때문에 속이 썩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그들에게 실력을 유지하라, 더 이상 과욕 부리지 말고 고향에 돌아와 살라고 타이르고 또 타일렀건만 그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설날 무렵 그는 아들들과 함께 고향으로 내려갔었다.그때만 해도 아들들이 드디어 마음을 고쳐먹은 줄로만 알았지만 명절이 끝나고 이씨 그룹의 업무가 재개되는 날이 되자 세 아들은 또다시 들뜬 얼굴로 회사로 돌아가 버렸다.그 꼴을 본 정군호는 집에서 한참이나 분통을 터뜨리며 욕을 퍼부었다.아무도 반대하지 않는다면 하예진이 이씨 가문의 새로운 가주가 될 것이다.하지만 두 집안 사이에는 이미 원수로 불릴 만큼 깊은 원한이 있는데 하예진이 정군호의 세 아들들을 순순히 놔두겠는가.이윤미는 그들과 함께 자라지 않아 생각의 뿌리부터 달랐고 게다가 지금 하예진의 편에 서 있었다.그 때문에 관성 쪽 사람들도 이윤미를 다르게 보기 시작했고 그나마 사정을 봐주며 수위를 조절했던 것이다.“아버지.”“아버지.”아들들이 차례로 부르자 정군호의 얼굴은 더욱 굳어졌다. 그는 불쾌한 목소리로 말했다.“지금이 근무 시간 아니냐? 너희들은 출근 안 해? 이렇게 시간 내서 돌아다닐 여유가 어디 있어?”그 말투에는 빈정거림이 묻어 있었다.“아니면 이씨 그룹이 한가한가? 그래서 너희들한테 장기 휴가라도 내주었단 말이냐?”말이야 바른말이지만 그 속에는 꾸짖음이 섞여 있었다.정일범은 정군호의 옆에 앉았다.정일호는 그들의 대화를 도우미 아줌마가 듣지 않기를 바라며 그녀에게 더 이상 이 자리에 있지 말
“그래도 제가 끝까지 오빠들을 설득해 볼게요. 며칠 안에 아버지랑 두 새언니를 만나 볼 거예요. 그분들이 나서서 오빠들을 좀 말려보게 해야죠. 그래도 정신을 못 차리면 정말 모른 척할 거예요. 그때 가서 예진 씨가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저는 못 본 척할래요.”정이 없는 건 아니었다. 다만 그 정을 귀하게 여길 줄 모르는 건 정일범 형제들이었다.하예진이 부드럽게 말했다.“저는 무고한 사람들을 괴롭히지는 않아요. 그분들이 조용히 살고 더러운 수작질만 안 한다면 강성 중심에서 물러나 정씨 집안 쪽 고향으로 돌아가 사시면 돼요. 그분들이 지금 가진 걸 전부 빼앗지는 않겠어요. 반만 넘기면 충분해요.”하예진이 이렇게 말한 건 이윤미에게 체면을 세워주는 뜻이었다.정일범 형제에게 절반의 재산은 남겨주겠다는 말은 그들이 굶어 죽지 않게 해주는 최소한의 배려였다.“그 사람들은 쉽게 마음을 접지 않을 거예요. 분명 뒤로도 은근슬쩍 일을 꾸미겠죠. 예진 씨가 그들의 재산 절반만 요구한 것도 사실은 자비를 베푼 셈이에요.”세 오빠와 함께 지낸 시간은 고작 두세 해 남짓이었지만 이윤미는 그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이은화가 생전에 세 아들을 직접 처리하지 못한 것도 결국 친자식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마음이 강한 사람이라도 친아들에게는 칼을 들이대지 못할 것이다.하여 이은화는 결국 그 짐을 이윤미에게 넘겼다.이윤미는 포용심이 없는 여자가 아니었으나 세 오빠는 그녀를 원망했다.정일범 형제는 이윤미에게 아무런 형제애도 없었다. 예전에도 없었고 지금은 더더욱 없었다.그들은 오히려 그녀의 불행을 바랐다.그런데도 이윤미가 하예진에게 고개를 숙여 그들의 목숨을 구해달라고 부탁한 것은 오직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해서였다.죽기 전에 이은화는 거의 모든 재산을 친딸인 이윤미에게 남겨주고 세상을 떠났다.두 사람은 오랜 시간 동안 사무실 안에서 대화를 이어갔다.그리고 이윤미는 하예진을 데리고 여러 부서를 돌며 회사의 구조와 업무 흐름을 직접 보여주었다.이씨 그룹의
노동명은 하예진이 아니면 결혼하지 않겠다고 고집했다. 그가 지금 두 다리를 잃게 된 것도 부모의 반대를 끝까지 꺾으려 한 결과였다.그는 자신의 다리로 부모의 동의를 얻었다. 하지만 그 동의가 진심이었는지 아니면 마지못해 한 연기였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었다.하예진이 설명했다.“잘해 주세요. 두 분 다 저한테 정말 잘해 주세요. 그리고 우빈이도 받아주셨어요. 다만 지금은 우빈이가 이모와 함께 지내는 걸 더 편하게 느껴서 그래요. 시부모님이 우빈이를 데리고 있으려고 며칠이나 달래셨는데 끝내 동의하지 않더라고요. 우빈이는 태어나서부터 거의 예정이가 돌봐왔거든요. 제가 제일 힘들 때도 옆에서 도와준 사람은 예정뿐이었어요. 제가 집에 없을 때 우빈이도 꼭 이모랑 같이 있고 싶어 해요. 누가 아무리 잘해줘도 결국에는 이모를 택하더라고요.”노동명은 우빈이를 친아들처럼 아꼈지만 하예진이 관성에 없을 때마다 우빈이는 노동명보다 하예정과 함께 있는 것을 좋아했다.“다행이네요. 적어도 노 대표님의 가족이 겉과 속이 다른 사람들은 아니란 뜻이니까요.”두 사람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나섰다.방윤림은 묵묵히 그들 뒤를 따랐다.대표실은 회의실과 같은 층에 있었고 회의실과 멀지 않았다.대표실로 돌아오자 하예진의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은 커다란 꽃병에 꽂힌 장미꽃 한 다발이었다.그건 방윤림이 이윤미에게 선물한 꽃이었다.방윤림은 두 사람 앞에 따뜻한 물을 한 잔씩 따라두고 다시 과일과 간단한 과자를 꺼내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놓았다.모든 것을 정리한 뒤에야 조용히 대표실을 나갔다.하예진은 그가 나가는 모습을 끝까지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했다.“방 비서님은 묵묵히 일을 잘하고 말수가 적은 사람이네요.”이윤미의 얼굴에 부드러운 온기가 번졌다.그녀와 방윤림의 관계가 점점 깊어지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느낄 수 있었다.“그래서 제가 좋아해요. 말수가 적지만 정말 세심하고 배려 깊은 사람이에요.”일할 때는 든든한 동료이고 삶에서도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이은화가
그리고 지독하게 악행을 저질렀던 이은화, 하예진 일행은 결코 그녀의 묘소를 찾아 제사를 올리진 않을 것이다.하예진 쪽 가문에게는 원수나 다름없는 사람이니까.하예진이 아무리 아량이 넓다고 해도 원수의 무덤 앞에 절을 올릴 정도로 관대하지는 않을 것이다.그래서 이윤미가 직접 돌아와 제사를 올려야 했다.어머니의 묘 앞이 썰렁하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 자식으로서 마지막으로 해야 할 도리였다.비록 이은화가 천만 가지의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도 그래도 그분은 이윤미의 어머니였다.“참. 예진 씨랑 노 대표님의 결혼식에는 저도 꼭 돌아올게요. 명색에 그래도 예진 씨 윗사람인데.”이윤미는 부드럽게 웃으며 늦은 축복을 건넸다.“예진 씨가 노 대표님과 인연을 맺게 되어 정말 기뻐요. 노 대표님은 예진 씨를 정말 아껴주시잖아요. 둘이 함께라면 분명 행복할 거예요.”노동명처럼 능력 있는 남자가 하예진을 위해 이씨 가문으로 들어오기로 한 일은 이씨 가문의 역사에서도 전례 없는 파격이었다.가주가 되는 여인의 남편이 능력 없는 재벌 2세가 아닌 진심으로 가주를 위해 문을 들어서는 사람이라니, 그건 새 시대의 시작이었다.“고마워요.”하예진은 고개를 숙여 감사 인사를 한 뒤 시선을 방윤림에게 옮겼다.“그럼 방 비서님이랑 언제 혼인 신고하실 거예요? 두 사람 결혼식에는 꼭 초대해 주세요. 저도 우리 결혼식 청첩장 드릴 테니까 윤미 씨도 저를 초대하셔야 해요. 윤미 씨 결혼식은 못 가면 섭섭할 거예요.”이윤미는 방윤림과 눈을 마주쳤다.그의 눈빛에는 부드러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우리는 안 급해요. 정착할 도시를 찾으면 그때 가서 혼인 신고해도 늦지 않죠.”이제 강성을 떠날 준비를 하는 마당에 굳이 이곳에서 혼인 신고를 하고 싶지 않았다.다른 도시에서 새로운 삶이 자리를 잡으면 그때 조용히 신고하고 평범한 나날을 보내고 싶었다.이윤미는 방윤림에게 자신의 계획을 이야기했다. 그녀는 전통 정원과 물이 흐르는 남쪽 지방의 한적한 분위기를 아주 좋아한다며 그런 풍경
하예진은 직접 행동으로 결과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하지만 회의실에 앉아 있던 임원진들 대부분은 속으로 긴장하고 있었다.특히 아첨으로 자리 잡은 이들에게는 불안이 엄습했다.권좌에 오른 자들은 늘 초반에 불을 피워 세력을 다지기 마련이다.이씨 그룹은 어디까지나 이씨 가문의 소유였다. 상장된 회사가 아니었기에 지분 백 퍼센트가 전적으로 이씨 가문에 속했고 가주의 손에 절대적인 결정권이 쥐어져 있었다.과거에는 이씨 가문의 어르신들이 회사 일에 간간이 손을 얹을 수 있었다.하지만 이은화가 실권을 잡은 이후로는 그들을 하나둘씩 배제하며 세력을 철저히 무너뜨렸다.이은화에게 맞설 만한 힘과 능력을 지닌 자들은 이미 그녀의 손에 의해 비밀스럽게 제거되었고 남은 이들은 감히 저항할 배짱도, 실력도 없었다.그리하여 지금의 가주는 말 그대로 회사 내부에서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존재였다.가주의 말이 곧 법이었다.과거에 이윤정과 정일범 형제에게 아첨하며 승진했던 자들은 이제 자신들의 든든한 배경이 무너졌음을 깨닫고 있었다.앞으로 닥쳐올 상황이 험난하리란 걸 본능적으로 알았던 것이다.몇몇 직원은 이미 속으로 사직을 결심했다.스스로 물러나는 편이 쫓겨나는 것보다는 낫다고 여긴 것이다.심지어 정일범 형제들조차 이윤미의 명령으로 사직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하물며 그들 밑에서 줄을 서온 이들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그날 회의 자리에서 이윤미는 임원진들에게 자아 소개를 요구하여 하예진이 그들의 이름과 맡은 직책을 하나하나 기억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었다.회의는 그렇게 오후 늦게까지 이어졌고 해가 완전히 기울어갈 무렵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임원진들이 하나둘 자리를 떠나자 남은 사람은 이윤미와 하예진, 그리고 방윤림뿐이었다.이윤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예진 씨, 회사 일은 천천히 배우면 돼요. 모르는 건 언제든지 물어보세요. 예진 씨라면 한 달이면 충분할 거예요. 오늘 밤에 큰 연회가 있어요. 초대장이 왔는데, 같이 가요. 앞으로 한 달 동안은 제가 옆에서 함께하며
방윤림의 실력은 모두가 잘 알고 있었다.정일범 삼 형제가 다 같이 덤벼도 방윤림의 털끝도 건드리지 못할 것이다.방윤림이 이윤미에게 얼마나 충성스러운지도 이미 익히 알려진 사실이었다.누구든 이윤미의 손끝 하나라도 다치게 한다면 설령 천 리 밖으로 도망친다고 해도 방윤림은 반드시 그들을 찾아내 복수할 사람이었다.그는 도혁찬과 매우 닮았다.도혁찬은 이은화의 곁에서 평생을 충성으로 지켜온 사람이다.이은화가 세상을 떠나자 도혁찬 또한 그 뒤를 따랐다.그야말로 생사를 함께하는 충신이었다.정일호는 정일범에게 끌려 나가면서도 끝까지 욕설을 내뱉었다.그들 형제가 회의실을 떠나자 회의실의 공기는 순간 얼어붙은 듯 고요해졌다.바늘 하나 떨어지는 소리조차 들릴 만큼 정적이 흘렀다.이윤미는 천천히 자리를 돌며 모두를 둘러보았다.“다른 의견 있으신가요?”사람들은 서로 눈빛만 주고받을 뿐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잠시 침묵이 흐르자 한 부대표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저희는 단지 이씨 그룹의 직원일 뿐입니다. 가문 내부의 일에는 관여할 자격이 없습니다.”이에 맞추어 가문의 어르신들도 상황을 파악하고 고개를 끄덕였다.“우리는 하예진 씨께서 새 가주님으로 되는 것을 인정합니다. 가주 자리는 원래부터 하예진 씨 쪽 혈통이 이어야 마땅한 것입니다. 이윤미 아가씨는 대의를 위해 결단을 내리셨습니다. 그럼 이씨 가문의 권력 또한 이은숙 가주님의 후손들에게 넘겨야 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전임 가주님의 죄를 대신 속죄한 셈이죠.”그들은 이제 이윤미를 후계자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렇다면 선택은 단 한 사람, 바로 하예진이었다.게다가 하예진의 뒤에는 여러 명문가의 지지가 있었다.강성의 고씨 가문과도 긴밀히 연락이 있었고 관성의 여러 재벌가 또한 그녀를 도울 터였다.이씨 가문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강성의 일류 가문으로 되돌릴 이는 오직 하예진뿐이었다.가문의 실력이 강해지면 비록 방계 친척들이 큰 이익을 얻을 수 없더라도 이씨라는 이름 아래에서 사는 한 그 빛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