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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8화

Author: 고능비
“예정 씨, 언니는요? 언니더러 전화 좀 받으라고 해요!”

김은희의 퉁명스러운 말투를 보아하니 지금 한창 분노에 차 있을 게 뻔했다.

“언니는 왜요? 이미 그쪽 집안과 아무 연관이 없는 거로 알고 있는데요. 말하세요, 무슨 일이죠?”

하예정이 느긋하게 물었다.

아마도 주형인의 부모가 본가에서 이사를 왔는데 집 인테리어가 엉망진창이 되어 홧김에 하예진에게 따져 물을 기세인 듯싶었다.

‘반응이 되게 느리네. 하긴, 인제야 알게 된 것도 그럴만하지.’

그날 하예진과 주형인이 이혼 절차를 마무리한 후 김은희와 주경진은 택시를 타고 본가로 돌아갔다.

다음날 바로 이사 오려고 했는데 주서인의 자녀가 학교에 돌아가 성적 수첩을 가져와야 하는 바람에 하루를 더 머물렀다.

오늘 초등학교가 정식으로 방학을 했다.

주형인의 부모는 주서인 가족과 함께 차 두 대로 움직여 크고 작은 짐들을 한가득 실은 채 도시에 와서 구정을 보낼 예정이었다.

아침 일찍 출발한 것도 다 김은희의 작은 꼼수였다.

일찍 오면 서현주더러 그들 한 가족을 위해 아침을 차려놓으라고 할 참이었으니까.

시작부터 서현주의 기강을 잡을 생각이었다.

다만 크고 작은 짐을 한가득 둘러업고 계단을 올라가 집 문을 열었더니 식겁하여 그만 짐을 바닥에 떨어트리고 말았다. 집을 잘못 들어온 게 아닌지 의심되어 여러 번 확인했지만 아들 집이 맞았다.

주서인은 곧바로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주형인은 요 이틀 협력업체가 갑자기 협력을 취소하는 바람에 머리가 터질 것 같아 가족들에게 집 인테리어가 망가졌다는 얘기를 꺼내지 못했다.

누나의 전화를 받았을 때도 그는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

부모님과 누나네 가족이 모두 도시에 들어왔다는 걸 알게 된 후 주형인은 그제야 이 일을 떠올리며 가족들에게 자초지종을 들려주었다. 김은희는 그 자리에서 하예진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녀가 주씨 집안 사람들을 전부 블랙리스트에 넣은 바람에 연락이 되지 않았다. 김은희는 마지못해 하예정에게 전화했다.

“언니랑 함께 있는 거 아니었어요?”

김은희가 퉁명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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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42화

    심효진의 배는 서서히 불러오고 있었다.하예정과 도아영이 펄펄 웃자 심효진은 잠시 당황하다가 그제야 상황을 이해하고는 하예정의 팔을 치며 말했다.“지금 날 놀리는 거지?”“어쨌든 아영이는 너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네. 쪼끔 살쪘대...”하예정은 포크로 과일을 찍어 친구 입에 넣어주며 빙긋 웃었다.심효진이 도아영을 힐끗 보며 농담을 던졌다.“나에게 잘 보일 필요 있어? 너 자신에게 잘 보이면 되잖아.”도아영은 전씨 가문의 넷째 사모님으로 될 사람이다. 전씨 가문 자체가 도아영의 든든한 후견인이 되는 셈이다.하예정이 눈치를 주자 심효진은 도아영과 전이혁 사이에 문제가 생겼음을 직감해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궁금한 점은 도아영이 간 후에 하예정에게 물어보기로 했다.오후 3시 50분, 하예정은 유치원에 우빈을 마중 나가야 했다.도아영은 따라가지 않고 서점에 남아 심효진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소설을 좋아하는 심효진에게 책을 추천해달라고 부탁하면서 말이다.심효진이 웃으며 물었다.“평소에 소설 볼 시간 있어?”심효진이 물었다.“잠들기 전에 잠깐씩 봐요. 책 읽으면 금방 졸려서 잠들기 좋더라고요.”“어떤 장르를 좋아해?”도아영은 잠시 망설이다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여자가 남자를 쫓는 내용의 소설도 있나요?”심효진은 눈썹을 치켜들며 전이혁과의 관계가 순탄치 않음을 짐작했다.“있기는 한데 대부분 작가가 여자가 쫓는 과정은 생략하고 얼렁뚱땅 넘어가더라고. 그러다가 남자 주인공의 첫사랑이 나타나면 바로 깨지고. 그리고 헤어지고 나서야 남자가 뒤늦게 사랑을 깨닫는 그런 내용은 있는데... 볼래?”도아영은 잠시 말없이 있더니 물었다.“처음부터 끝까지 여자가 적극적으로 쫓아서 결국 남자를 얻는 내용은 없나요?”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말했다.“아니면 그냥 여주인공 소설을 추천해주세요. 남자 없이 혼자 천하를 호령하는 진짜 강한 여자 이야기 말이에요. 겉으로만 강한 여자 이미지이지만 실제론 남자들이 다 해결해주는 가짜 소설은 싫어요.”심효진은 생각에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41화

    하예정은 과일을 들고 주방으로 들어가 씻기 시작했다.심효진은 도아영을 앉히며 물었다.“아영아, 차 마실래? 아니면 그냥 물?”도아영이 먼저 “효진 언니”라고 부르며 친근감을 보이자 심효진도 자연스럽게 이름을 불렀다.“따뜻한 물 한 잔만 주세요. 예정 언니의 사무실에서 커피 한 잔 마셨거든요. 밤에 잠 안 올까 봐 차는 마시고 싶지 않아요.”심효진은 그리운 듯 말했다.“나도 몇 달째 커피 못 마셨거든. 아침에 한 잔 마시고 하루를 버티던 때가 그립네. 나도 많이 마시면 잠 안 오더라. 그땐 가게에 나와서 한 잔 정도 마시면서 오후까지 버텼었는데. 그러면 저녁에 잘 때 영향받지도 않고.”심효진은 도아영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건넸다.“관성에서 며칠쯤 놀다가 갈 계획이야?”심효진은 읽던 소설책의 펼쳐둔 페이지를 접어 표시한 후 덮었다.“이틀 후면 돌아갈 거예요. 회사 일도 바쁘고 해서요.”“연말이라 다들 바쁘긴 하지. 우리 서점은 다음 주면 잠시 문 닫고 방학 끝날 때까지 쉴 계획이야. 요즘은 겨울방학 문제집 사러 오는 학생들 때문에 좀 바쁘거든.”학교에서 숙제를 내주지만 학생들이 스스로 서점에서 직접 문제집을 사 가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떤 학교는 통일로 구매해주기도 했다.“며칠 바쁘다가 학생들이 방학하면 같이 쉴 수 있어서 편하시겠어요.”도아영이 말했다.“해주시로 돌아가면 서점을 오픈할 만한 곳 찾아봐야겠어요. 나중에 은퇴하면 서점 가게나 차리면서 살까 봐요.”그녀 명의로 된 상가도 몇 군데나 있었다. 가장 큰 곳을 잘 장식해서 서점을 열어 작은 카페 공간도 마련하려 했다. 책 읽는 손님들이 커피 한 잔을 사서 마시면서 여유를 즐길 수 있게끔 말이다.도아영은 그런 삶이 정말 낭만적일 것 같았다.심효진이 웃으며 말을 건넸다.“몇 살인데 벌써 은퇴 후 삶을 생각해?”도아영도 피식 웃었다. 심효진은 계속해서 말했다.“나도 게을러. 근데 소설도 좋아해서 예정이랑 함께 이 서점 열었어. 투자한 것도 있는데 지금은 배당금만 기다리는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40화

    하예정이 회사에 출근하면 그녀의 경호원들은 회사 주변을 맴돌며 지키고 있었고 하예정이 회사를 떠나는 순간 즉시 뒤따라 보호할 준비가 되어 있다.길에서 하예정은 심효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서점에 도착하자 심효진이 안에서 나와 하예정이 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오늘은 안 오실 줄 알았는데... 우리 마님?”심효진은 차에서 내린 하예정의 팔을 친근하게 껴안으며 말했다.“바쁘긴... 진짜 바쁜 사람은 소현 언니지.”하예정이 웃으며 답하자 심효진은 미안한 표정을 드러냈다.“원래 우리 셋이 분담해야 할 일인데 지금은 대부분 소현 언니가 혼자 하고 있네.”도아영이 과일과 간식 봉지를 들고 차에서 내리고 있었다.심효진이 하예정에게 물었다.“예쁜 아가씨 한 분을 소개해 준다더니 사람은?”“저기, 지금 내리고 있어.”심효진은 도아영을 바라보았다.도아영은 당당하게 걸어와 자아 소개를 했다.“ 저는 해주시에서 온 도아영입니다. 갑작스럽게 찾아뵈어 죄송합니다.”심효진은 친구의 팔을 놓고 도아영과 악수를 한 뒤 그녀가 들고 있던 봉지를 건네받으며 말했다.“도아영 씨, 안녕하세요. 예정이가 저를 보러 온다고 아까 얘기해줬어요. 와주시기만 해도 고마운데 이렇게 많이 사 오시다니.”도아영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실은 제가 점심때 산 거예요. 예정 언니랑 같이 먹으려고 했는데 효진 언니를 보러 가자고 하면서 들고 오라고 하셨어요. 셋이 같이 먹으면 더 맛있을 것 같다면서요.”고아영은 당장에서 “효진 언니”라고 부르며 친근감을 표현했다.심효진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좋은 건 나누어 먹어야 제맛이지! 혼자 먹으면 살만 쪄.”심효진은 하예정과 눈길을 마주치며 도아영의 솔직한 성격에 호감을 느꼈고 그와 동시에 하예정이 부럽기만 했다. 시댁에 들어오는 동서마다 모두 좋은 사람들이라니...하예정의 동서들은 인품이 정말 훌륭했다.소정남의 형제들은 아직 결혼하지 않아 심효진은 앞으로의 동서 관계가 어떻게 될지 걱정되었다.다만 소지훈의 배우자가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39화

    “서점에 갈 거면 전부 가지고 가서 효진이랑 같이 먹자. 우리의 입맛이 서로 비슷하거든. 지금 효진은 나보다 더 잘 먹어. 배가 벌써 나왔으니까 아기가 영양분을 많이 필요로 하지. 하루에 몇 끼 더 먹는다니까.”도아영이 물었다.“그럼 살 많이 쪘어요? 우리 회사에서 임신하신 직원들을 보면 금방 살이 불어나시던데. 정말 많이 찌더라고요. 임신 초기엔 입덧으로 아무것도 못 먹다가 입덧이 끝나면 폭풍 흡입한다던데. 음식 조절 못 해서 살이 확 찐대요. 태아가 크면 엄마도 같이 살이 찐다고 하던데.”하예정이 급히 물었다.“나도 살쪄 보여?”하예정도 많이 먹는 편이었다.“아직 배가 많이 나오진 않으셔서 약간 통통해 보일 뿐이에요. 살쪘다고는 못하겠는데요.”하예정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행히 일하고 있어서... 집에서 쉬었으면 진짜 돼지처럼 뚱뚱해졌을 거야.”하예정은 임신 중에도 일을 고집했다. 단순히 사업이 바쁜 것뿐만 아니라 집에서 먹고 자기만을 반복하다 보면 정말 돼지가 될 것 같아서였다. 그녀는 건강하고 무술 기본기까지 있어 일반 여성보다 상태가 좋은 편이라 8개월까지 일하다가 휴가를 계획하려고 했다.아이 낳고 나면 바로 운동 시작해서 원래 체중으로 돌아가야 한다.전태윤이 어떤 모습이 되든 영원히 사랑할 거라고 말했지만 하예정은 스스로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남자의 말은 가끔 듣기만 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아야 하는 법이다.과거 주형인도 하예진에게 그런 말을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하예진이 몸매 관리를 못 하자 바람까지 피웠다.“임신이 병도 아니고. 무거운 일만 안 하면 큰 문제 없어요. 우리 회사 여직원들도 대부분 8개월까지 일하시더라고요. 제가 아는 일 중독자 한 분은 9개월 넘게 일하다가 휴가를 내자마자 일주일 만에 아들 낳았대요. 아들이 석 달 되자마자 바로 출근했고요. 육아휴직을 반년까지 줬는데도 안 받더군요.”하예정이 말을 이었다.“안 받는 게 아니라 생활하기 위해서일 거야. 너무 오래 쉬면 자리를 뺏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38화

    “잠도 안 오고 심심해서 근처에서 좀 돌아다녔어요. 회사 주변에 마트가 많아서 뭐든 쉽게 살 수 있더라고요.”도아영이 하예정을 부축하려 하자 하예정이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아직 임신 후기처럼 불편한 건 아니니까.”스스로 앉은 하예정의 옆에 도아영이 자리를 잡았다.“과일이랑 간식 좀 샀는데 제가 먼저 맛보고 괜찮은 것만 골랐어요.”도아영이 사 온 봉지들을 풀어놓으며 말했다.하예정은 물컵을 내려놓고 과일을 살펴보았다.“난 편식 안 해.”도아영도 웃으며 덧붙였다.“저도 크게 편식하는 편은 아니에요. 물론 맛있는 건 더 좋아하지만요.”“다 그래. 맛있는 게 있으면 당연히 그걸 먹는 거지. 없으면 그냥 먹을 수 있는 것을 먹고.”가난한 시절을 겪은 하예정은 비록 지금은 전씨 가문의 큰며느리가 되었어도 여전히 검소한 습관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녀는 과자 한 조각을 집어 입에 넣었다.“이 집 간식 괜찮더라. 소현 언니랑 가끔 사 먹곤 했어.”하지만 대부분은 집에서 만든 간식을 가져왔다. 전씨 가문의 요리사가 만든 간식이 훨씬 예쁘고 맛있었다.“더 돌아다닐 생각 있어?”하예정이 물었다. 낮잠에서 깨면 도아영을 데리고 구경시켜주기로 약속했었다.“쇼핑은 안 가도 될 것 같아요. 언니의 복 터진 그 서점만 가볼게요. 소씨 가문의 며느리님도 소개해주세요. 이렇게 중요한 분을 꼭 만나 봐야죠.”하예정은 폭 소리쳤다.“복 터진 서점이라니.”“맞잖아요. 그 서점에서 사업을 시작하시고 전 대표님을 만나셨으니 복 터진 서점이 아니에요?”하예정은 반박할 수 없었다.“효진은 성격이 직설적이고 외향적이라서 사귀기 쉬울 거야. 친구 사귀는 것도 좋아하고.”“언니가 낮잠 자는 동안 알아봤는데 다들 친절하다고 그러더라고요. 소현 언니만 눈이 너무 높아서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은 쳐다도 안 보신다던데.”성소현은 친구를 가릴 정도로 까다로웠다.관성의 재벌가 아가씨들은 대부분과 성소현과 사이가 좋지 않았기에 하예정과 심효진을 알기 전에는 단 한 명의 친구 문가희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37화

    이소라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사모님은 아직 젊으시니 회복도 빠르실 거예요. 몸매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제가 돌본 부자 사모님 중에도 산후조리 끝나자마자 운동 열심히 하셔서 금방 날씬한 몸매로 돌아오신 분들이 많으셨어요.”그녀는 여운별이 유산이었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유산 후 조리하는 동안은 몸매가 변할 정도가 아니었고 살이 찔 리도 없었다.하루 세 번씩 영양 만점 보양식이 들어오지만 여운별은 대부분 한두 입만 맛보고 치우게 하거나 이소라에게 주곤 했다.여운별은 안심한 표정이었다.“적게 먹을래요. 조리가 끝나고 뚱뚱보가 되는 건 싫으니까. 그런데 유산 후 조리하는 기간은 보통 며칠이나 해야 하죠? 침대에만 누워있으니 지루해서 죽겠어요.”여운별이 모습을 안 보이면 하예정이 그녀를 잊어버릴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다시 접근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텐데...’사실 여운별은 하예정 일행과 어울리고 싶지 않았다.하예정의 행복한 삶과 주변인들의 부유한 생활은 여운별의 가슴을 더욱 쓰라리게 했다.특히 여운초! 그 눈먼 여자에 대한 증오는 더욱 깊어만 갔다.과거의 비참했던 삶과는 달리 지금의 여운초는 전이진과의 결혼으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전이진이 바로 여운별이 한때 마음에 두었던 남자였다.이소라가 설명했다.“형편이 좋으신 분들은 산후조리처럼 한 달 정도 쉬시고 직장인들은 보통 일주일 후에 일상으로 돌아가세요. 사모님은 여유도 있으시고 젊으시니 한 달 정도 푹 쉬시는 게 좋겠네요.”이소라는 여운별이 용태호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그저 나이 많은 남편을 둔 젊은 아내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이 넓은 저택에는 여운별과 두 명의 경호원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이소라는 용태호를 본 적도 없었고 그가 중년의 용씨 성을 가진 남자라는 정보조차 여운별의 입에서 나온 것이 전부였다.여운별은 국물을 천천히 마시다가 말했다.“벌써 괜찮은 것 같아요. 한 달은 너무 길어요. 다른 사람들은 일주일 후에 일상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36화

    특히 하예정에 대한 증오는 더욱 깊어만 갔다.여운별은 온갖 불행의 근원이 하예정 때문이라고 믿었다.여씨 가문의 몰락과 여운초의 집권까지 전부 하예정이 참견했기 때문이다.‘차라리 내가 초능력이라도 있었으면 시원하게 복수했을 텐데...'여운별은 이를 악물었다. 지금의 하예정은 전씨 가문에서 국보급 대우를 받으며 행복한 임신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반면 여운별은? 첫 아이를 가졌지만 사랑하는 남자의 자식도 아닐뿐더러 용태호의 강요로 지워야 했다.‘같은 인간인데 왜 이리도 운명이 다른 거야?'방 안의 난방이 답답한지 여운별은 창가로 걸어갔다.문을 열려는 순간...“사모님, 창문 열지 마세요! 유산 후 찬 바람을 쐬면 안 돼요.”문을 열고 들어온 산후 조리사 이소라가 허둥지둥 말렸다.“밖에 햇빛이 아주 강해서 안 추워요. 관성의 겨울은 춥지 않거든요. 다른 곳처럼 눈이 펑펑 오는 것도 아니고. 에어컨을 끌까요? 에어컨을 틀어놓으니 숨 막혀 죽겠어요. 창문마저 닫아두니 공기까지 막혀서 정말 답답하네요.”여운별은 결국 창문을 열어젖혔다.추워도 며칠이면 금세 지나갈 것이다. 한파가 지나면 기온이 회복되어 낮에는 17, 18도까지 오르고 있었기에 정말 춥지 않았다.거리에는 반팔 입은 사람들도 보였다. 한마디로 봄, 여름, 가을, 겨울옷을 입은 사람들이 모두 공존하는 관성의 거리는 사계절이 한꺼번에 펼쳐진 듯했다.여운별을 돌보는 산후 조리사 이소라는 용태호가 특별히 데려온 사람으로 15일만 근무하면 월급을 받고 떠나는 조건이었다.그녀는 여운별의 장기적인 건강을 고려해 가지고 온 보신탕을 침대 옆 탁자에 내려놓고는 여운별의 곁으로 다가가 타일렀다.“사모님은 아직 젊으셔서 모르시겠지만 유산 후에도 산후조리처럼 조심히 대해야 해요. 침대에서 푹 쉬시고 좋은 음식 드시며 찬 바람을 쐬지 않는 게 정말 중요하거든요. 지금은 별일 없다고 생각하시겠지만 나이가 들면 문제가 생길 거예요.”여운별은 별로 개의치 않으며 말했다.“외국 여자들은 산후조리도 안 하면서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35화

    도아영은 전이혁이 보낸 메시지를 한참 바라보다가 답장을 보냈다.[아직 확정된 건 없어요. 왜요? 밥이라도 대접해 주실 건가요? 아니면 제가 돌아가는 게 아쉬워요?”전이혁이 회답했다.[음식 대접하고 싶어서요. 아영 씨랑 다시 한번 이야기를 나누고 싶거든요.]도아영은 물었다.[무슨 이야기를요? 우리의 미래에 대해서요? 아니면 이혁 씨가 이미 그녀를 선택하셨다는 걸 확정하신 건가요? 만약 정말 여자친구가 생겼다면 저에게 그분을 소개해 주세요. 그렇게만 된다면 저는 이혁 씨의 세계에서 영원히 사라져 줄게요.]그녀는 노력해보기도 전에 희망이 없다면 포기할 생각이었다.전씨 가문과 같은 좋은 집안은 흔치 않았지만 전이혁이 그녀를 좋아하지 않고 결혼할 마음이 없다면 아무 소용도 없는 일이다.전이혁은 몇 분 동안 답장이 없다가 이렇게 보내왔다.[제가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하지만 아직 공식적인 연인 관계는 아니라서 아영 씨에게 소개할 수는 없어요. 우리 사이의 문제는 이따가 만나서 천천히 이야기해요. 오늘 저녁에 시간 되시나요?][없어요.][그럼 언제 시간 되세요? 제가 음식 대접하고 싶은데.]도아영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제가 관성에 온 건 이혁 씨에게 확실한 답을 듣기 위해서였어요. 이제 대충 알 것 같으니 이틀 후면 돌아갈 거예요.]이미 여기까지 왔는데 도아영은 며칠 동안 관성에서 휴가를 즐기기로 했다.해주시로 돌아가면 다시 바쁜 업무에 파묻히면서 쉴 틈도 없을 것이 분명했다.[돌아가기 전에 식사 한번 하죠.]부부는 못 되더라도 원수지간이 될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둘 사이에 원수 사이로 지낼만한 일도 없지 않은가.전이혁은 이미 그녀에게 모든 걸 말해 주었다. 그가 왜 그녀에게 접근했는지, 왜 그렇게 잘해줬는지에 대한 진짜 이유를 말이다.그리고 도아영이 훌륭한 사람이지만 그의 취향이 아니라는 점도 알려주었다.두어 달밖에 알지 못한 사이, 설령 마음이 움직였다 한들 깊은 정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지 않는가.전이혁이 도아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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