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회사에 도착한 전태윤은 비서에게 말했다. "비서실장 좀 불러줘요."비서는 인터폰으로 비서실장인 소정남에게 전화를 걸었다. "실장님, 전 대표께서 찾으십니다. 지금 바로 올라오시라고 합니다."소정남은 아무 말도 묻지 않고 응하며 대답하고는 전화를 끊었다.몇 분 후 소정남은 대표실의 문을 노크하고 들어갔다.전태윤은 서류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소정남이 들어오자, 전태윤는 펜을 놓고 그에게 들어오라는 제스처를 보냈다."무슨 급한 일 있어?"소정남과 전태윤은 동창이다. 전태윤은 그의 능력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졸업도 하기 전에 소정남을 미리 스카우트하였고 그는 이내 전 씨 그룹의 엘리트가 되었다. 소정남은 스스로 성과를 내고 한 걸음 한 걸음 비서실장의 자리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리고 또 전태윤의 신뢰도 얻게 되었다."급한 일은 아니고 사적인 일이야. 너랑 따로 말하려고 불렀어."소정남은 소파에 앉은 후 웃으며 말했다. "전화로 얘기해도 되잖아."소정남은 비서실장이지만 전태윤은 가끔 그에게 사적인 일을 부탁한다. 소정남에게는 이미 익숙한 일이다."뭐 좀 알아봐 줄래?""내가 알아봐 준 일이 어디 한두 가지야? 뭔데, 말해 봐."소씨 가문은 엄청 미스터리하다. 그들은 재벌 집안이지만 아주 겸손하다. 전씨 집안보다도 더 겸손한 편이다. 그래서 소씨 가문이 재벌 집안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얼마 없다.소정남은 장남이 아니다. 그래서 그는 집안일을 물려받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가 한 말은 형제 중에서도 꽤 위상이 있었다. 그리고 소씨 가문이 제일 잘하는 일이 바로 정보를 캐는 일이다. 그들의 정보 통신망은 큰 도시에 쫙 깔려있다.특히 관성에서는 그들이 모르는 일이 없을 정도다.하지만 누구나 소씨 가문의 힘을 빌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태윤이 소정남과 친구이자 상사와 부하의 관계이기에 소씨 가문의 가주도 전태윤을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이다. 매번 전태윤이 도움을 청할 때마다 소씨 가문의 가주는 최선을 다해 도와주었다."우리 할머니가
"소정남!"전태윤은 부끄러워 화를 냈다.그는 정말로 자기의 체면 때문이었다.하예정은 그의 아내이고 누군가 그를 괴롭히는 것은 자신 얼굴에 먹칠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전태윤은 절대로 이런 일이 발생하게 두지 않을 것이다."알았어, 안 웃을게. 다 네 얼굴을 위한 거지. 내가 알아 올게. 이름이 하예정 맞지? 실은 이동명을 시켜서 해도 됐었잖아. 나는 비서실장이고 전 회사의 일을 책임져야 하는데 바빠서 물 마실 시간도 없어. 그런데 나한테 이런 소소한 일을 시키다니."전태윤은 일어서서 소정남에게 물을 한 잔 따라주었다. "그러면 지금 마셔, 바빠서 물 마실 시간 없다 하지 말고.""내가 들어온 지가 언젠데?""난 또 목 안 마른 줄 알았지, 우리의 어떤 사인데 마시고 싶으면 알아서 마시겠지. 언제 너더러 나한테 사양하고 그랬어?"소정남은 헤헤하고 웃었다."동명이의 입은 너만큼 무겁지 못하잖아.""그건 그렇지, 이동명은 가끔 보면 말이 너무 많아."소정남은 잘난 척 한번 했다."하씨 집안 모든 사람의 정보 다 가져와." 하예정한데서 하씨 집안사람들이 다 만만치 않다는 것을 듣고 전태윤은 두 자매가 꼭 어려움에 부닥칠 것이라는 감이 왔다.하예진의 일은 자기가 관여하지 않아도 되지만 하예정의 일은 절대 모른 척할 수 없다.그러니 상대방 정보를 자세히 알아야 하고 그래야 백전백승할 수 있는 것이다.전태윤은 절대로 자신 없는 싸움은 하지 않는다.그들이 어떤 수를 써도 그가 있는 한, 하예정이 당하는 일은 없다."너 아내는 언니만 있는 게 아니었어?""고향에 만만치 않은 친척들이 한가득 있어."소정남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니 네가 신분을 숨기고 결혼도 숨기는구나, 그 만만치 않은 친척들이 꽤 골치 아프겠어."전태윤은 그의 말에 답하지 않았다.그가 신분을 숨기고 결혼도 숨기는 것은 친척들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하예정의 인품이 어떤지 지켜보려고 그런 것이다. 전태윤은 할머니가 하예정과 결혼하라고 할 때부터 하예정의 인성을 의
물론 전태윤의 입에서 좋은 말이 나올 수가 없다.차라리 실제 행동으로 사과하는 게 나을 것이다."왜? 아내를 오해 어? 뭐라고 오해했는데 선물까지 주면서 사과해야 해?"소정남은 호기심이 부풀어 올랐다."얘기 다 했으니 일하러 가봐. 그리고 저녁에 네가 대신 가서 박 대표랑 필요한 사항들 협의해, 나는 저녁에 시간 없어."전태윤은 하예정과 하예진의 집으로 가서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왜 또 시간 없어? 너 뭐 하러 가는데?""알다시피 난 가정이 있는 남자야. 회사 일에만 신경 쓰다간 아내가 바람날 수도 있어.""......"그는 순간 뭐라고 대답할 말이 없었다.그리고 상사가 회사 일을 그에게 미루고 아내와 함께 있으려 한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결혼하면 다야?’‘그럼 나도 결혼할 거야. 그리고 손님 접대며 야근이며 다 때려치우고 집에 가도 되는 건가?’하지만 소정남은 여자친구가 없다. 당분간 결혼하고 싶어도 결혼 상대가 없다.소정남은 상사에게 착취당하고 쓸쓸한 마음으로 나갔다.같은 하늘 아래에서도 서로 다른 사람들은 서로 다른 곳에서 서로 다른 일을 하고 있다.하예진은 동생더러 저녁 먹으러 오라고 초대했다. 하예진은 주우빈이에게 밥을 먹이고 평소처럼 어린이 카트를 밀고 시장에 장을 보러 나왔다.문을 나선지 얼마 안 돼 주형인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무슨 일이야?""너 장 보러 갔어?"주형인은 전화에서 물었다."아직, 금방 문 열고 나왔는데 오늘 뭐 먹고 싶어?""맛있는 거 많이 사 와. 우리 엄마 아빠 그리고 누나도 온대, 우리 누나 해산물 좋아하니까 해산물 많이 사 오고, 우리 엄마는 소고기 좋아하니 소고기도 좀 사 와."하예진은 본능적으로 말을 했다. "해산물이 얼마나 비싼데. 당신 누나는 올 때마다 새우랑 꽃게를 엄청 많이 먹어야 하잖아. 그리고 지금 소고깃값도 많이 올랐어. 평소에는 아까워서 우빈이 먹일 거만 조금 사고 있어."그는 시부모와 시누이를 대접하기 싫었다. 그들이 오면 좋은 것을 먹어야 할 뿐
주형인의 어머니인 김은희는 아들에게 하예진은 공부를 잘했지만 결국은 돈도 못 버는 무용지물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내조도 잘하고 돈도 잘 버는 여자만이 주형인에게 도움이 된다고 하였다.그리고 중요한 것은 하예진은 자신을 꾸미지 않는다. 예전에는 예쁘고 몸매도 좋았는데 지금은 돼지처럼 뚱뚱하고 꾸미지도 않는다. 결혼 전과 비교했을 때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그래서 회사 동료들이 비웃을까 봐 술자리에도 하예진을 감히 데려가지도 못했다.그를 서현주과 비교했을 때 완전히 하늘과 땅 차이였다.하예진은 남편의 말에 엄청 화가 났다.그녀는 전화를 끊어 버렸다.그래서 하예정과 전태용이 저녁 먹으러 온다는 것도 말하지 않았다.시부모랑 주서인이 오고 하예정 부부가 오면 다들 떠난 후 두 사람은 꼭 싸우게 될 것이다.‘시댁에서는 밥 먹으러 올 수 있는데 내 동생은 오면 안 돼?’이 집에도 그녀의 한몫이 있다.집을 사고 매달 갚아야 하는 은행 대출금은 주형인이 갚고 있지만 인테리어랑 가구를 사는 돈은 하예진이 낸 것이다. 이 돈은 그녀가 결혼 전에 모은 전 재산이었고 이 집을 위해 바쳤다.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하예진은 기가 살아났다.그녀는 당연히 장을 많이 볼 것이다. 하예정 부부를 초대했기 때문이다.마침 하예정도 해산물을 좋아한다.‘더치페이하자 이거지. 시댁 사람들이 와서 쓴 돈은 모두 적어 두고 가고 나면 주형인이랑 하나하나 다 계산할 거야.’그리고 더치페이하는데 집안일도 혼자서 하지 않을 것이다.오늘부터 주형인의 일에 대해서 돕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옷, 신발, 양말, 먹을 것 모든 것을 자신이 알아서 해결하라고 할 것이고 이제부터는 황제처럼 챙겨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막 결혼했을 때 주형진은 달콤한 말로 하예진더러 회사 일을 그만두라고 했다. 그리고 하늘이 무너져도 자기가 있다며 그가 충분히 먹여 살릴 수 있고 집에서 마음 편히 아름다운 아내 역할만 맡으면 된다고 하였다.또 일찍이 임신시켜 회사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아
전태윤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갑자기 하예정의 서점으로 찾아갔다.그가 서점에 도착했을 때 하예정과 심효진은 일을 마치고 배달 음식을 먹으려고 했다. 전태윤은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하예정은 놀란 표정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는 전태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전태윤은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고개를 약간 숙이며 물었다. "누군지 못 알아보겠어?"정신을 차린 하예정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냥 좀 의외여서요. 무슨 일이에요? 밥은 먹었어요? 안 먹었으면 지금 시켜줄게요."심효진은 전태윤과 인사를 하고 눈치 있게 음식을 들고 큰 책장 뒤로 자리를 피해주었다."난 먹었어, 넌 아직도 밥 안 먹은 거야?"전태윤은 손목에 찬 시계를 보았다. 벌써 오후 1시가 다 되어간다.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하예정에게 말했다. "밥은 꼭 제때 먹어. 이러다 몸 상하면 다시 회복하기 힘들어."오늘은 회식 자리가 있어 전태윤은 점심 11시에 거래처를 동반하여 레스토랑에서 식사하였다. 그는 배불리 먹고서야 하예정을 찾으러 온 것이다.만약에 그가 이 시간까지 밥을 안 먹었다는 걸 알았으면 함께 회식 자리에 데리고 갔었다.어?안되지!그는 전 대표의 신분으로 회식 자리에 참석했는데 하예정을 데리고 가면 모두 들통날 것이다.전태윤은 순간의 생각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얼굴에는 표현하지 않았고 담담하게 하예정을 보며 말을 했다. "음식 가지고 차에서 먹어, 갈 곳이 있어.""어디 가는데요? 이렇게 급하게 가야 해요?"전태윤은 설명하지 않고 돌아서 밖으로 나갔다.하예정은 잠시 침묵하고 결국 배달 봉투를 들었다. 그녀는 심효진과 얘기하고 전태윤을 따라 나갔다.차에 탄 후 그녀는 전태윤에게 물었다. "도대체 어디 가는데요? 꼭 지금 가야 하나요?"전태윤은 여전히 설명하지 않았다. 답을 얻지 못한 하예정은 밥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하예정이 밥을 다 먹었을 때 전태윤의 차도 멈추었다.하예정이 차에서 내려와 보니 전태윤은 그녀를 자동차 판매점에 데려왔다."차 사려고요? 나 스쿠터
"선수금만 내준다면서요?"하예정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비싼 거 아니라 그냥 일시불로 했어."하예정은 머리를 끄덕이고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나중에 금액의 반은 돌려줄게요."전태윤은 그녀를 보고 말했다. "됐어."하예정은 눈을 깜빡이였다.‘됐다고? 그럼, 지금 나에게 차 한 대를 선물하는 거야?’아무리 안 비싸다 해도 2천만 원은 한다. 아무리 부부라고 하지만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서로에 대해서 아는 것도 별로 없다. 그리고 반년 후에 갈라지기로 계약서에 사인까지 하였다.전태윤이 갑자기 큰돈을 써서 그에게 2천만 원의 차를 선물해 주는 데 하예정의 마음은 그리 편치 않았다. 그래서 그를 밖으로 데리고 나와 물었다. "태윤 씨 왜 저한테 갑자기 차를 선물해 주는지 물어봐도 돼요? 말해주지 않으면 저도 마음 편히 차를 쓸 수 없을 것 같아요. 그 쪽에게 큰 신세를 질까 봐요."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세를 갚는 게 제일 어려운 일이다.전태윤은 그를 바라보았다.그리고 그녀는 한참을 지나서야 시선을 옮겼다. 하예정은 그의 잘생긴 얼굴에 살짝 빨간빛이 도는 것을 발견했다."......""어제저녁에, 어, 내가 널 오해했어......"하예정은 문득 깨달았다. "태윤 씨가 나를 오해했다고 미안해서 이렇게 갑자기 차를 선물하고 사과하는 거예요?"전태윤은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다행히 그녀는 똑똑해서 바로 알아챘다."어제저녁에 우리는 이미 오해를 풀었고 당신도 나한테 사과했어요. 당신에게 정말 화가 많이 났었지만, 나중에는 괜찮아졌어요. 그러니 이렇게 큰돈을 쓰면서 나한테 차를 선물하고 사과할 필요는 없어요.""당신도 차가 있으면 더 편하잖아."차가 있으면 편하다는 것은 하예정도 알고 있다."정말로 이 차를 산다면 돈은 꼭 갚을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안 사요. 그리고 태윤 씨가 반년 후에 이혼하면 지금 당신이 몰고 있는 차를 나에게 넘기기로 했으니, 나에게도 차가 있는 것과 같은 거예요."전태윤은 말문이 막혔다.계약서는 그가
심효진은 하예진의 기를 세워주려고 새 차를 보며 칭찬했다. "괜찮네, 얼마짜리야?""2천만 원.""일시불로 아니면 대출로?""태윤 씨가 일시불로 긁었어."심효진은 웃으며 하예정의 어깨를 살짝 쳤다. "오, 괜찮은데 우리 예정이. 벌써 태윤 씨의 마음을 사로잡은 거야? 이렇게 큰돈을 써서 차까지 선물해 주고.""만난 지 얼마 안 돼서 초고속 결혼을 했지만 네가 태윤 씨 마음을 잡을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어. 우리 예정이 이렇게 훌륭한데 태윤 씨가 안 넘어오는 게 이상하지."심효진은 하예정이 아주 괜찮은 여자라고 생각한다.가게로 들어와 하예정은 물 한 컵을 따랐다. 그녀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그게 아니야. 어제저녁에 진우가 나를 집에 데려다주었는데 태윤 씨가 그걸 보고 내가 외도라도 한 줄 알고 오해했어. 그리고 둘이 싸울뻔했지.""설명하고 나서야 오해했다는 것을 알았어. 그리고 태윤 씨는 미안한 마음으로 차를 선물해 주며 나한테 사과하는 것이고.""......"그녀는 이미 머릿속으로 로맨틱 소설을 쓰고 있었는데 현실은 그녀에게 찬물을 한 바가지 부었다."효진아, 우리는 절친이니 나와 태윤 씨의 일을 솔직하게 얘기할게. 우리 언니한테도 아직 말 안 했는데 너한테는 솔직하게 말할게. 우리가 토요일에 부모님을 만났고 그날 저녁에 태윤 씨가 계약서를 주며 사인하라고 했어.""계약서의 내용은 거의 다 그쪽 이익을 보장하는 것들이었어. 태윤 씨가 나한테 선입견이 있는 거 같아. 내가 뭘 원해서 그에게 다가간 것처럼. 계약서에는 반년 뒤에 서로 사랑하지 않는다면 이혼이라고 적혀있었어.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이랑 그가 몰고 있는 차는 나에게 위자료로 주겠다고 적혀있었지. 사실 내 반년이라는 시간에 대한 보상이지.""이 일에선 태윤 씨는 그래도 최선을 다했어. 그 집은 태윤 씨가 일시금으로 샀고 결혼 전의 재산이야. 난 그냥 들어가서 살고 있는 거고 그에게 뭘 바라지도 않아. 하지만 계약서에 그렇게 있으니 나도 귀찮아서 그냥 사인
하지만 전태윤은 그렇지 못하고 쪽팔려 하였다.온 오후 그의 표정은 어두웠다. 전 씨 그룹의 모든 사람은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대체 누가 이 악덕 대표를 화나게 하였는지.평소에도 시크하고 차가운데 억지로 화기를 억누르고 있으니 더욱 무서웠다.전혁진과 소정남도 될수록 전태윤의 눈앞에 나타나지 않았다.전태윤은 답답하지만 약속은 지켰다. 오후에 퇴근하고 평소처럼 서점에 와서 하예정을 기다렸다.하예정은 일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가게로 들어와 하예정을 도와주었다.그러나 그는 너무 시크하고 말쑤가 적은 데다 큰 키에 우두커니 카운터에 서서 돈을 받으니, 누구도 감히 그를 찾아 계산하지 못하고 전부 하예정과 심효진에게로 갔다.하예정은 전태윤에게 말했다. "태윤 씨, 제가 돈 받을게요."전태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하예정을 바라보았다. 그는 그윽한 눈길로 잘생긴 얼굴에 힘을 주고 계산대에서 나왔다. 그리고 서점 앞에 서 있었다. 그는 마치 얼음조각 같았다. 전태윤은 기가 세고 온몸에서 다가오지 말라는 기운을 뿜어냈다.그러니 계산하러 오는 사람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미 가계에 들어와 있는 학부모들 외에는 더 이상 감히 가게로 들어오는 사람이 없었다."......"이 현상을 발견한 후 심효진은 다급히 하예정에게 속삭였다. "예정아, 너 태윤 씨 데리고 빨리 가, 나 혼자 가게 보면 돼. 태윤 씨가 가게 앞에 서 있으니 우리 가게의 매출이 수직으로 떨어지고 있어.""그럼 수고해, 효진아."하예정은 밖으로 나갔다.그는 전태윤에게 말했다. "가요."하지만 전태윤은 움직이지 않았다. 하예정이 그를 당기려고 할 때 그는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했다. "너 지금 내가 쓸모없다고 귀찮아하지!"하예정은 어처구니없어 그의 팔을 잡고 말했다. "쓸모없다고 귀찮아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일이 당신과 안 어울리는 것이에요. 학생들이 당신을 무서워해요. 아마 교감 선생님을 본 것보다 더 무서워할걸요?"하예정은 그를 억지로 차에 태웠다. "새 차는 집에 두고
한편 호텔에서 도아영을 돌보던 전이혁은 전창빈의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단독으로 그에게 음성 메시지로 물었다.[너 그 먼 곳까지 가서 가정 요리사를 하려고?]전창빈은 소파에 앉아 답장을 보냈다.[안 될 건 없지?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 자리는 도전적이잖아. 내가 합격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어. 다행히도 형 동생이 모든 경쟁자를 물리쳤지 뭐야. 난관을 하나둘씩 돌파했어.]전이혁이 회답했다.[요리사 하나 뽑는 걸 대통령 선거처럼 하는구먼. 얼마나 있을 계획이야? 설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명절에는 안 오려고?]전창빈이 답장했다.[설날에는 아마 못 갈 것 같아. 여기 주인이 날 해고하면 그때나 갈 수는 있겠는지.]전이혁이 피식 웃었다.[네 실력으로는 해고당할 리가 없잖아. 네가 주인을 해고하는 게 더 말이 되겠다. 이해가 안 가. 왜 그 먼 곳까지 가려고 한 거야? 넌 사업도 있는데... 어디서 요리하든 다 마찬가지일 텐데 굳이 몇천 리나 떨어진 곳까지 갈 필요가 있나? 거기 추울 텐데 너 괜찮겠어?]전창빈이 대답했다.[우리 추위를 못 타본 것도 아니고. 형도 할머니에 의해 눈이 수북이 쌓인 산으로 버려지지 않았어? 내 얘긴 그만하고... 형은 어때? 우리 미래의 형수님께 구애하기 시작했어?]‘난 벌써 움직이고 있는데 형이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가 나중에 민아 씨와 함께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갈 때 형은 대체 어쩌려고?’전창빈은 속으로 생각했다.전씨 할머니의 지팡이가 전창빈의 등짝을 때리지 않는다면 해가 서쪽에 뜨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말도 마라. 정말 귀찮아. 큰형수님이 오늘 저녁에 우리한테 밥 사주셨어.]전창빈이 웃으며 회답했다.[하하! 괴로웠겠네.][내 말이. 할머니께서 나에게 정해주신 그 여자분이 큰형수님을 찾아가 하소연했더니 큰형수님이 우리 두 사람에게 밥을 사주신 거 있지.][형이 우리 형수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아직 너의 형수님이 아니거든!]전이혁은 전창빈의 호칭을 정정했다. 그는 도아영과
“저는 앞으로 큰아가씨의 평가에 근거해서 요리 방법을 조정해 나갈 거예요. 그렇게 해야만 실력을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만드는 모든 요리를 큰아가씨께서 만족해하시면 제가 여기에서 졸업할 수 있겠네요.”강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되면 큰아가씨께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걸요.”‘평생 선우민아 씨를 위해 요리해 드리는 건 기쁜 일이지.'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전창빈은 꾹 참았다. 이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설령 전창빈이 선우민아에게 애정 공세를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고 해도 이런 생각을 드러내서는 절대로 안 된다.선우민아가 가업을 운영한다는 건 그녀가 매우 유능한 인물이라는 증거다. 이렇게 강한 강한 여성은 쉽게 넘볼 수 없는 상대이다.전호영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너무 힘들어서 하예정의 도움을 받은 끝에야 지름길을 택할 수 있었고 고현의 마음을 얻었다.강진은 그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깨닫고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전창빈 씨, 오늘 오후 내내 바쁘셨는데 일찍 쉬세요. 내일 아침 큰아가씨를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가장 일찍 아침을 드시는 분은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입니다. 민기 도련님은 학교에 가야 해서 일찍 식사하시고 큰아가씨는 매일 민기 도련님을 학교에 데려다주신 후 회사에 가시니까 두 분은 늘 함께 식사하시는 편이에요. 하여 아침 7시쯤이면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의 아침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의 아침은 9시 이후에 준비하시면 돼요.”전창빈이 말을 건넸다.“그 시간대면 아침과 점심을 함께 드시는 거네요.”“어르신과 사모님은 그렇죠. 점심 무렵에 일어나셨다가 식사 후에는 외출하셔서 저녁에야 돌아오세요. 때로는 안 오시기도 하는데, 그럴 땐 제가 미리 알려드릴게요. 안 오시는 날은 창빈 씨가 쉬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냥 자신의 배만 채우시면 돼요.”여기에서는 사실상 선우민아 자매만 아침을 먹는 셈이다.“큰아
동생 선우정아가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며 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지금은 네가 전창빈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는 일이니까. 앞으로 매일 여기 와서 식사해. 전창빈 씨와 접촉할 기회도 많아져야 그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거 아니야. 만약 그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거리가 멀어도 너희 부모님께서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하실 거야. 혹은 전창빈 씨에게 우리 지역에서 사업을 하게 하고 여기서 집을 사도록 하든가.”선우정아는 또 벙어리가 되어버렸다.선우민아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선우정아는 앞으로는 감히 그 집에 밥 먹으러 가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여겼다.선우민아가 자꾸 자신이 전창빈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지 않는가.전창빈은 미래의 아내는 지금 미래 처제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전이혁은 강진을 따라 숙소로 돌아갔다. 강진은 웃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전창빈 씨, 이제 우리는 동료가 되었군요. 오래 함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선우씨 가문의 여러 집안이 같은 대저택 안에서 함께 살고 있었지만 집안마다 독립된 공간이 있었다.선우민아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었기에 강진 역시 1년 정도는 함께 일할 사람을 원했다.요리사와 친해지기도 전에 퇴직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전창빈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집사님과 오래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가 요리들을 더 연구해서 큰아가씨께서 제 요리만 먹고 싶어 하도록 해야겠네요.”“큰아가씨께서 창빈 씨 요리만 고집하게 만들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요리 대회에 나가면 ‘요리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을 만큼요.”선우민아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전창빈은 웃으며 말했다.“‘요리의 신'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저는 단지 제 요리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손님들을 만족시키고 싶을 뿐이죠.”전창빈은 그가 고용한 요리사들에게는 항상 조언을 해주곤 한다. 본인이 잘 배워야 현재 이끌고 있는 요리사들도
선우민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런 사업을 가진 사람을 네가 정말 좋아한다면 작은아버지와 숙모도 반대하지 않으실 거야. 다만 전창빈 씨가 관성 사람이라 우리랑 거리가 너무 멀어. 작은아버지와 숙모는 네가 먼 곳으로 시집가는 걸 아쉬워할 수도 있을 거야.”선우정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언니! 제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저는 정말 그런 마음 없단 말이에요. 오히려 저는 그분이 언니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우리 자매 일곱 명 중 언니가 맏이라 당연히 언니가 먼저 시집가야죠. 제가 언니를 앞지를 순 없잖아요.”착각인지 정말 본 건지, 선우정아는 전창빈이 선우민아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특별한 시선이 느껴졌다.그리고 전창빈은 사실 정말로 선우민아를 위해 온 거였다.아니, 정확히는 선우민아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다른 손님들도 분명히 만족시킬 수 있을 테니까.선우정아는 생각했다. 선우민아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동생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우리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잖아. 게다가 사촌 자매이기도 하기 때문에 네가 나보다 먼저 시집간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안 되거든. 나는 당분간 시집갈 생각 없어. 만약 고려한다 해도 이 지역의 사람일 거야. 생각해봐, 민기와 민수는 아직 몇 살밖에 안 됐는데 애들이 커서 사업을 이어받을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20년은 더 기다려야 되잖아. 이 20년 동안 우리 자매는 계속 회사를 떠받쳐야 해. 만약 우리가 먼 곳으로 시집가면, 누가 회사를 이끌겠어? 셋째와 넷째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거야 아니야.”셋째 동생과 넷째 동생도 이제 성인이 되어 사업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거대한 가업을 떠받칠 능력이 되지 못했다.하여 선우민아는 자연스레 먼 곳으로 시집갈 생각이 없었다. 시집을 간다 해도 A시의 남자에게 시집갈 것이다. 그래야 시집가서도 친정 회사를 계속 관리할 수 있으니까.앞으로 선우민기
전창빈이 말했다.“행동으로 보여드리죠.”선우정아는 눈썹을 치켜들며 웃었다.“전이혁 씨는 정말 자신만만하신가 봐요.”선우민아는 선우정아를 한 번 흘겨보더니 전창빈에게 물었다.“그럼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이 자리를 위해 온 만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세요. 강 집사님께서 이미 숙소를 준비해 뒀을 테고 월급은 내일부터 계산됩니다. 한 달의 수습 기간이 있고 수습 기간 중 급여는 일당으로 지급됩니다. 공짜로 일을 시키진 않을 거예요.“누구든 마찬가지로 하루 일하면 하루 급여를 계산해 주었다.“집사님께서 어제 이미 숙소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급여는 어떻게 계산되든 상관없습니다. 전 도전을 위해 온 거지 월급을 위해 온 게 아니니까요.”전이혁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아내만 부족할 뿐...“좋아요. 지금은 숙소로 가서 쉬세요. 우리 집에서의 하루 세끼 준비 시간은 집사님께서 알려주실 거예요. 아침을 제외한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은 변함없어요.”선우씨 가문의 사람들 아침 식사는 각자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었다.전창빈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집사님께 여쭤보겠습니다.”그는 다시 모두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전창빈이 떠나자 선우민아도 일어서서 가족들에게 말했다.“저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민기한테는 주말에 데리고 나가주겠다고 전해주세요.”선우민기는 그녀보다 스무 살이나 어렸기 때문에 남동생을 아들처럼 키웠다.선우민기는 선우민아를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랐다.선우정아도 그녀의 언니를 따라 일어섰다.“저도 일 보러 갈게요.”한경주가 딸에게 당부했다.“접대할 때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몸에 해로워.”“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5년 전의 제가 아닌걸요.”선우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회사를 막 이어받았을 때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땐 위엄도, 경험도 없었고 회사에
그러나 전창빈은 사업을 확장하거나 삶을 즐길 생각은 하지 않고 먼 길을 떠나 여기까지 와서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로 지원했다.선우민아는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전창빈은 솔직하게 대답했다.“도전하려고 왔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요리를 좋아했고 스승을 모셔 요리 실력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여러 구역의 다양한 요리를 연구하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창업으로 작은 성공을 거두었지만 산 밖에 산이 있고 사람 위에 사람이 있는 법이라고 여기기에 계속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손님들의 입맛이 바로 저를 발전하게 하는 원동력이니까요.”전창빈은 자신의 요리가 손님들이 맛있다고 생각해야만 요리 실력이 검증된 것으로 생각했다.손님들이 그 요리에 대해 조언을 해주면 그것을 개선해 더 높은 수준의 요리 실력을 갖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선우민아처럼 까다로운 손님을 만났을 때 그녀의 평가는 전창빈을 더욱 발전하게 할 것이다.선우민아는 그가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 자리에 도전하고 싶어서 온 것임을 직감하고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자신이 갑이 되는 것과 남의 밑에서 일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에요. 전이혁 씨는 제대로 고려해보셨나요? 만약 우리 가문에서 요리사로 일한다면 우리 가문만의 가정 요리사가 되어 전국의 다양한 손님을 상대할 기회가 없어요. 아마 전이혁 씨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죠.”전창빈은 빙그레 웃으며 선우정아와 시선을 마주치며 대답했다.“아마 큰아가씨님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몇 명 없을 겁니다. 제가 여기서 일하면 전국의 손님을 상대할 수는 없겠지만 큰아가씨께서 싫증 내지 않을 정도로 1년 정도 일할 수 있다면 제 요리 실력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실력을 키워 앞으로 관성으로 돌아가면 제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도 손님이 떼구름처럼 몰려들겠죠.”전창빈은 자신의 요리사들을 이끌어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전국의 손님들이 고향의 전통 요리와 관성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노
강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 경험상으로 보면 전창빈 씨는 합격일 겁니다. 어서 큰아가씨를 뵈러 가세요. 긴장할 필요 없어요. 큰아가씨는 표정이 좀 진지하지만 사실은 매우 좋은 분이십니다.”“감사합니다.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전창빈은 엄격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선우민아가 아무리 엄격해도 그의 큰형 전태윤보다는 못할 것이다.엄격한 전태윤의 얼굴에 익숙해진 전이혁은 이미 엄격한 사람들에게 면역력이 생겼다.전창빈은 강진을 따라 주방을 나섰다.강진은 전창빈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주방을 나선 후에도 전창빈은 여기저기 둘러보지 않았고 또 선우씨 가문 저택의 호화로움에 놀라지도 않았다.다른 지원자들은 늘 선우씨 저택의 사치스러움에 압도되어 주변을 둘러보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과는 달랐다.강진은 전창빈이 분명 세상 물정을 다 겪어본 사람이거나 굉장한 침착성을 가진 사람일 거로 생각했다.어쨌든 강진은 눈앞의 이 젊은 요리사에게 좋은 인상을 받았다. 아마 내일이면 동료가 될 것 같았다.강진은 전창빈을 데리고 선우민아가 앉은 자리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멈추어 섰다. 그는 전창빈에게 잠시 기다리라는 신호를 보낸 후 먼저 나아가 공손히 말했다.“큰아가씨, 전창빈 씨께서 오셨습니다.”선우씨 가족 중 전창빈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오직 선우정아뿐이었다.다른 사람들은 그때 집에 없어 전창빈을 직접 보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다들 그를 보더니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한경주가 남편 선우진혁에게 소곤거렸다.“정말 젊어 보이네요. 우리 민아랑 비슷한 나이 같아요.”선우진혁도 고개를 끄덕였다.“젊네. 보아하니 매우 침착해 보이고. 조금도 긴장하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구먼.”“이 요리사분이 매우 잘생겼다는 생각 안 들어요?”선우씨 가문의 둘째 부인, 즉 선우정아의 어머니가 작은 목소리로 시누이에게 말했다.한경주가 웃으며 대답했다.“정말 잘생겼네요.”선우정아도 말을 이었다.“제 말 이제 믿으시죠? 제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가 매우 젊고 잘
선우민기는 입을 삐죽 내밀며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민기야, 오늘 저녁 요리 맛있었어?”선우민아가 동생에게 물었다.“맛있어요. 엄청 맛있었어요.”사촌 동생도 따라 말했다.“정말 정말 맛있었어요. 누나, 저 앞으로 매일 누나 집에 와서 밥 먹어도 돼요?”선우민아가 웃으며 대답했다.“오고 싶으면 오렴. 하지만 너랑 민기는 밥 잘 먹어야 해. 놀기만 하면 안 된다?”두 꼬마가 함께 모이면 말 그대로 손오공이 천궁을 뒤집어 놓는 수준이었다.가문의 후손에 남자아이가 둘뿐이라 모두가 그들을 귀여워했다. 선우씨 가문의 누나들이 집에 없을 때면 두 꼬마는 진짜로 지붕조차 뒤집을 기세였다.어르신들이 말릴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만약 두 꼬마가 지붕을 뜯으려 하면 오히려 사다리를 대줄 정도니까.“알았어요. 저희 꼭 말을 잘 들을게요.”“그래, 너희 둘 밖에 나갈 땐 외투 꼭 입고 나가야 해. 밖이 너무 추워.”두 꼬마는 기쁜 마음으로 손을 잡고 집에서 뛰쳐나갔다.동생들이 모두 놀러 나가자 선우민아가 집사에게 지시했다.“아저씨, 전창빈 씨를 만나게 해줘요.”강진이 공손하게 대답했다.“네. 바로 전창빈 씨를 불러오겠습니다.”선우민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자리를 떠났다. 그녀가 이동하자 가족들도 모두 따라 일어나 거실 소파에 앉았다.선우민아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를 만나고 싶다고 하자 선우씨 가족들은 바로 그 지원자가 채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직감했다.확실히 오늘의 저녁 식사는 온 가족을 만족시켰다.선우민아의 입맛이 까다로워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다. 그들은 선우민아 덕분에 항상 최고의 요리사가 준비한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비록 그녀만큼 입맛이 까다롭지는 않았지만 요리의 품질을 가리는 안목은 그래도 꽤 좋은 편이다.강진이 미소를 머금으며 주방으로 들어갔고 전창빈이 의자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모습을 보자 그쪽으로 다가갔다.발소리를 들은 전창빈은 휴대전화에서 시선을 떼었고 고개를 들어
원림성 A시.전창빈은 모든 요리를 다 하고는 주방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휴대전화를 꺼내 뉴스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그는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온종일을 바쁘게 보냈다.정확히 말하면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지금까지 준비한 모든 것이 전부 오늘 저녁 식사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그리고 저녁이 되어서야 주인공이 돌아왔다.잠시 기다린 후, 전이진이 오후 내내 준비한 요리들이 하나둘씩 하인들에 의해 운반되어 나갔다. 물론 그는 나갈 필요가 없었다.선우민아가 그의 요리를 맛본 후 만족스럽다면 전창빈을 불러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통보도 없이 주방에 머물다가 선우씨 가족들이 모두 식사를 마치고 떠나면 집으로 돌아야 한다.비록 전창빈은 자신의 요리 실력에 대한 확신이 있지만 밖이 완전히 어두워졌는데도 선우민아의 면담 요청이 없었다. 그는 겉으로는 여전히 뉴스를 보며 담담해 보였으나 속으로는 조금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다.그는 송일우처럼 세 번이나 도전하는 상황은 원치 않았다. 송일우는 몇 년이나 도전했지만 여전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에 실패한 뒤로는 다시 오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나이도 점점 들어가고 있었던 모양이다.한편 선우씨 가족들이 이미 식사를 마치고 있었다.선우민아도 냅킨으로 입가를 닦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 앉아 있던 선우민아의 어머니 한경주가 관심 있게 물었다.“민아야, 이번 지원자가 만든 음식은 어때?”선우민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한경주는 계속해서 말했다.“엄마 생각엔 괜찮은 것 같은데 그냥 채용하는 게 어때?”선우민아의 남동생 선우민기는 의자에 털썩 앉아 배를 만지며 말했다.“누나, 나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아. 이번 요리는 정말 맛있었어. 오랜만에 이렇게 배불리 먹었어.”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선우민기의 배를 가볍게 톡 치며 눈가에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너는 굶은 적도 없으면서 왜 이렇게까지 많이 먹었어? 이번만 먹고 다음 끼니는 못 먹을 거로 생각한 건 아니지? 좀 앉아 이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