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하예정이 돈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돈을 주나 안 주나 불효라고 욕할 것이니 차라리 안 주고 욕 먹는 게 훨씬 낫다.그 당시 두 자매는 미성년자였고 그들의 친척들은 모질게도 누구도 자매를 거두어들이려 하지 않았다. 그럴 뿐만 아니라, 그 많은 배상금을 가져갔고 부모님이 남긴 집까지 차지하였다. 그때 하예진이 철이 좀 들어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으면 자매는 어떻게 되었을지 모른다.하예정은 전태윤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태윤 씨, 당신 말이 맞아요. 태윤 씨 말대로 그들이 뭐라고 하든 돈 한 푼도 안 줄 거예요."그들은 그때 그런 짓을 해놓고도 두려워하지 않는데,하예정이 왜 두려워해야 하는가?혹시 누군가가 어르신은 나이가 많고 친할아버지와 친할머니인데 그만 따지라 한다면 그녀는 자기과 입장을 바꾸어 직접 겪고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면 다시 얘기하라고 반박하고 욕할 것이다. 남의 고통을 겪지 않은 이상 남에게 선을 권하지 마라.그녀는 끌려다니는 것을 제일 질색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전태윤은 하예정을 관성 중학교 정문 앞까지 데려다주었다.이 시간에 학생들은 이미 수업을 시작하여 주변 상가에는 별사람이 없었다.심효진은 계산대에서 휴대폰을 놀고 있었는데 전태윤이 하예정을 데려다주는 것을 보고 급히 뛰어나왔다."태윤 씨."심효진은 전태윤을 보고 그에게 인사를 했다.전태윤은 차창만 내리고 차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그는 가게를 들여다보고 심효진이 인사를 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억지로 웃음을 짜내었다. 그것이 바로 인사에 대한 답장이었다."얼른 출근하러 가요. 그리고 회사에 도착하면 문자 주고요.""알았어."전태윤은 두 사람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차창을 올린 후 떠났다."너 스쿠터는?""이후에도 계속 남편이 데려다주는 거야? 두 사람이 알콩달콩 잘 지낸다는 거 티 나는데.""응, 그런 셈이지."그는 그녀의 인내심의 한계를 터치하지 않고 그녀는 그의 뜻에 반대하지 않았을 때 알콩달콩한 부부이다."어제저녁에 스쿠터가 갑자기 고
한편 회사에 도착한 전태윤은 비서에게 말했다. "비서실장 좀 불러줘요."비서는 인터폰으로 비서실장인 소정남에게 전화를 걸었다. "실장님, 전 대표께서 찾으십니다. 지금 바로 올라오시라고 합니다."소정남은 아무 말도 묻지 않고 응하며 대답하고는 전화를 끊었다.몇 분 후 소정남은 대표실의 문을 노크하고 들어갔다.전태윤은 서류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소정남이 들어오자, 전태윤는 펜을 놓고 그에게 들어오라는 제스처를 보냈다."무슨 급한 일 있어?"소정남과 전태윤은 동창이다. 전태윤은 그의 능력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졸업도 하기 전에 소정남을 미리 스카우트하였고 그는 이내 전 씨 그룹의 엘리트가 되었다. 소정남은 스스로 성과를 내고 한 걸음 한 걸음 비서실장의 자리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리고 또 전태윤의 신뢰도 얻게 되었다."급한 일은 아니고 사적인 일이야. 너랑 따로 말하려고 불렀어."소정남은 소파에 앉은 후 웃으며 말했다. "전화로 얘기해도 되잖아."소정남은 비서실장이지만 전태윤은 가끔 그에게 사적인 일을 부탁한다. 소정남에게는 이미 익숙한 일이다."뭐 좀 알아봐 줄래?""내가 알아봐 준 일이 어디 한두 가지야? 뭔데, 말해 봐."소씨 가문은 엄청 미스터리하다. 그들은 재벌 집안이지만 아주 겸손하다. 전씨 집안보다도 더 겸손한 편이다. 그래서 소씨 가문이 재벌 집안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얼마 없다.소정남은 장남이 아니다. 그래서 그는 집안일을 물려받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가 한 말은 형제 중에서도 꽤 위상이 있었다. 그리고 소씨 가문이 제일 잘하는 일이 바로 정보를 캐는 일이다. 그들의 정보 통신망은 큰 도시에 쫙 깔려있다.특히 관성에서는 그들이 모르는 일이 없을 정도다.하지만 누구나 소씨 가문의 힘을 빌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태윤이 소정남과 친구이자 상사와 부하의 관계이기에 소씨 가문의 가주도 전태윤을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이다. 매번 전태윤이 도움을 청할 때마다 소씨 가문의 가주는 최선을 다해 도와주었다."우리 할머니가
"소정남!"전태윤은 부끄러워 화를 냈다.그는 정말로 자기의 체면 때문이었다.하예정은 그의 아내이고 누군가 그를 괴롭히는 것은 자신 얼굴에 먹칠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전태윤은 절대로 이런 일이 발생하게 두지 않을 것이다."알았어, 안 웃을게. 다 네 얼굴을 위한 거지. 내가 알아 올게. 이름이 하예정 맞지? 실은 이동명을 시켜서 해도 됐었잖아. 나는 비서실장이고 전 회사의 일을 책임져야 하는데 바빠서 물 마실 시간도 없어. 그런데 나한테 이런 소소한 일을 시키다니."전태윤은 일어서서 소정남에게 물을 한 잔 따라주었다. "그러면 지금 마셔, 바빠서 물 마실 시간 없다 하지 말고.""내가 들어온 지가 언젠데?""난 또 목 안 마른 줄 알았지, 우리의 어떤 사인데 마시고 싶으면 알아서 마시겠지. 언제 너더러 나한테 사양하고 그랬어?"소정남은 헤헤하고 웃었다."동명이의 입은 너만큼 무겁지 못하잖아.""그건 그렇지, 이동명은 가끔 보면 말이 너무 많아."소정남은 잘난 척 한번 했다."하씨 집안 모든 사람의 정보 다 가져와." 하예정한데서 하씨 집안사람들이 다 만만치 않다는 것을 듣고 전태윤은 두 자매가 꼭 어려움에 부닥칠 것이라는 감이 왔다.하예진의 일은 자기가 관여하지 않아도 되지만 하예정의 일은 절대 모른 척할 수 없다.그러니 상대방 정보를 자세히 알아야 하고 그래야 백전백승할 수 있는 것이다.전태윤은 절대로 자신 없는 싸움은 하지 않는다.그들이 어떤 수를 써도 그가 있는 한, 하예정이 당하는 일은 없다."너 아내는 언니만 있는 게 아니었어?""고향에 만만치 않은 친척들이 한가득 있어."소정남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니 네가 신분을 숨기고 결혼도 숨기는구나, 그 만만치 않은 친척들이 꽤 골치 아프겠어."전태윤은 그의 말에 답하지 않았다.그가 신분을 숨기고 결혼도 숨기는 것은 친척들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하예정의 인품이 어떤지 지켜보려고 그런 것이다. 전태윤은 할머니가 하예정과 결혼하라고 할 때부터 하예정의 인성을 의
물론 전태윤의 입에서 좋은 말이 나올 수가 없다.차라리 실제 행동으로 사과하는 게 나을 것이다."왜? 아내를 오해 어? 뭐라고 오해했는데 선물까지 주면서 사과해야 해?"소정남은 호기심이 부풀어 올랐다."얘기 다 했으니 일하러 가봐. 그리고 저녁에 네가 대신 가서 박 대표랑 필요한 사항들 협의해, 나는 저녁에 시간 없어."전태윤은 하예정과 하예진의 집으로 가서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왜 또 시간 없어? 너 뭐 하러 가는데?""알다시피 난 가정이 있는 남자야. 회사 일에만 신경 쓰다간 아내가 바람날 수도 있어.""......"그는 순간 뭐라고 대답할 말이 없었다.그리고 상사가 회사 일을 그에게 미루고 아내와 함께 있으려 한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결혼하면 다야?’‘그럼 나도 결혼할 거야. 그리고 손님 접대며 야근이며 다 때려치우고 집에 가도 되는 건가?’하지만 소정남은 여자친구가 없다. 당분간 결혼하고 싶어도 결혼 상대가 없다.소정남은 상사에게 착취당하고 쓸쓸한 마음으로 나갔다.같은 하늘 아래에서도 서로 다른 사람들은 서로 다른 곳에서 서로 다른 일을 하고 있다.하예진은 동생더러 저녁 먹으러 오라고 초대했다. 하예진은 주우빈이에게 밥을 먹이고 평소처럼 어린이 카트를 밀고 시장에 장을 보러 나왔다.문을 나선지 얼마 안 돼 주형인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무슨 일이야?""너 장 보러 갔어?"주형인은 전화에서 물었다."아직, 금방 문 열고 나왔는데 오늘 뭐 먹고 싶어?""맛있는 거 많이 사 와. 우리 엄마 아빠 그리고 누나도 온대, 우리 누나 해산물 좋아하니까 해산물 많이 사 오고, 우리 엄마는 소고기 좋아하니 소고기도 좀 사 와."하예진은 본능적으로 말을 했다. "해산물이 얼마나 비싼데. 당신 누나는 올 때마다 새우랑 꽃게를 엄청 많이 먹어야 하잖아. 그리고 지금 소고깃값도 많이 올랐어. 평소에는 아까워서 우빈이 먹일 거만 조금 사고 있어."그는 시부모와 시누이를 대접하기 싫었다. 그들이 오면 좋은 것을 먹어야 할 뿐
주형인의 어머니인 김은희는 아들에게 하예진은 공부를 잘했지만 결국은 돈도 못 버는 무용지물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내조도 잘하고 돈도 잘 버는 여자만이 주형인에게 도움이 된다고 하였다.그리고 중요한 것은 하예진은 자신을 꾸미지 않는다. 예전에는 예쁘고 몸매도 좋았는데 지금은 돼지처럼 뚱뚱하고 꾸미지도 않는다. 결혼 전과 비교했을 때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그래서 회사 동료들이 비웃을까 봐 술자리에도 하예진을 감히 데려가지도 못했다.그를 서현주과 비교했을 때 완전히 하늘과 땅 차이였다.하예진은 남편의 말에 엄청 화가 났다.그녀는 전화를 끊어 버렸다.그래서 하예정과 전태용이 저녁 먹으러 온다는 것도 말하지 않았다.시부모랑 주서인이 오고 하예정 부부가 오면 다들 떠난 후 두 사람은 꼭 싸우게 될 것이다.‘시댁에서는 밥 먹으러 올 수 있는데 내 동생은 오면 안 돼?’이 집에도 그녀의 한몫이 있다.집을 사고 매달 갚아야 하는 은행 대출금은 주형인이 갚고 있지만 인테리어랑 가구를 사는 돈은 하예진이 낸 것이다. 이 돈은 그녀가 결혼 전에 모은 전 재산이었고 이 집을 위해 바쳤다.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하예진은 기가 살아났다.그녀는 당연히 장을 많이 볼 것이다. 하예정 부부를 초대했기 때문이다.마침 하예정도 해산물을 좋아한다.‘더치페이하자 이거지. 시댁 사람들이 와서 쓴 돈은 모두 적어 두고 가고 나면 주형인이랑 하나하나 다 계산할 거야.’그리고 더치페이하는데 집안일도 혼자서 하지 않을 것이다.오늘부터 주형인의 일에 대해서 돕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옷, 신발, 양말, 먹을 것 모든 것을 자신이 알아서 해결하라고 할 것이고 이제부터는 황제처럼 챙겨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막 결혼했을 때 주형진은 달콤한 말로 하예진더러 회사 일을 그만두라고 했다. 그리고 하늘이 무너져도 자기가 있다며 그가 충분히 먹여 살릴 수 있고 집에서 마음 편히 아름다운 아내 역할만 맡으면 된다고 하였다.또 일찍이 임신시켜 회사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아
전태윤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갑자기 하예정의 서점으로 찾아갔다.그가 서점에 도착했을 때 하예정과 심효진은 일을 마치고 배달 음식을 먹으려고 했다. 전태윤은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하예정은 놀란 표정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는 전태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전태윤은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고개를 약간 숙이며 물었다. "누군지 못 알아보겠어?"정신을 차린 하예정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냥 좀 의외여서요. 무슨 일이에요? 밥은 먹었어요? 안 먹었으면 지금 시켜줄게요."심효진은 전태윤과 인사를 하고 눈치 있게 음식을 들고 큰 책장 뒤로 자리를 피해주었다."난 먹었어, 넌 아직도 밥 안 먹은 거야?"전태윤은 손목에 찬 시계를 보았다. 벌써 오후 1시가 다 되어간다.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하예정에게 말했다. "밥은 꼭 제때 먹어. 이러다 몸 상하면 다시 회복하기 힘들어."오늘은 회식 자리가 있어 전태윤은 점심 11시에 거래처를 동반하여 레스토랑에서 식사하였다. 그는 배불리 먹고서야 하예정을 찾으러 온 것이다.만약에 그가 이 시간까지 밥을 안 먹었다는 걸 알았으면 함께 회식 자리에 데리고 갔었다.어?안되지!그는 전 대표의 신분으로 회식 자리에 참석했는데 하예정을 데리고 가면 모두 들통날 것이다.전태윤은 순간의 생각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얼굴에는 표현하지 않았고 담담하게 하예정을 보며 말을 했다. "음식 가지고 차에서 먹어, 갈 곳이 있어.""어디 가는데요? 이렇게 급하게 가야 해요?"전태윤은 설명하지 않고 돌아서 밖으로 나갔다.하예정은 잠시 침묵하고 결국 배달 봉투를 들었다. 그녀는 심효진과 얘기하고 전태윤을 따라 나갔다.차에 탄 후 그녀는 전태윤에게 물었다. "도대체 어디 가는데요? 꼭 지금 가야 하나요?"전태윤은 여전히 설명하지 않았다. 답을 얻지 못한 하예정은 밥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하예정이 밥을 다 먹었을 때 전태윤의 차도 멈추었다.하예정이 차에서 내려와 보니 전태윤은 그녀를 자동차 판매점에 데려왔다."차 사려고요? 나 스쿠터
"선수금만 내준다면서요?"하예정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비싼 거 아니라 그냥 일시불로 했어."하예정은 머리를 끄덕이고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나중에 금액의 반은 돌려줄게요."전태윤은 그녀를 보고 말했다. "됐어."하예정은 눈을 깜빡이였다.‘됐다고? 그럼, 지금 나에게 차 한 대를 선물하는 거야?’아무리 안 비싸다 해도 2천만 원은 한다. 아무리 부부라고 하지만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서로에 대해서 아는 것도 별로 없다. 그리고 반년 후에 갈라지기로 계약서에 사인까지 하였다.전태윤이 갑자기 큰돈을 써서 그에게 2천만 원의 차를 선물해 주는 데 하예정의 마음은 그리 편치 않았다. 그래서 그를 밖으로 데리고 나와 물었다. "태윤 씨 왜 저한테 갑자기 차를 선물해 주는지 물어봐도 돼요? 말해주지 않으면 저도 마음 편히 차를 쓸 수 없을 것 같아요. 그 쪽에게 큰 신세를 질까 봐요."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세를 갚는 게 제일 어려운 일이다.전태윤은 그를 바라보았다.그리고 그녀는 한참을 지나서야 시선을 옮겼다. 하예정은 그의 잘생긴 얼굴에 살짝 빨간빛이 도는 것을 발견했다."......""어제저녁에, 어, 내가 널 오해했어......"하예정은 문득 깨달았다. "태윤 씨가 나를 오해했다고 미안해서 이렇게 갑자기 차를 선물하고 사과하는 거예요?"전태윤은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다행히 그녀는 똑똑해서 바로 알아챘다."어제저녁에 우리는 이미 오해를 풀었고 당신도 나한테 사과했어요. 당신에게 정말 화가 많이 났었지만, 나중에는 괜찮아졌어요. 그러니 이렇게 큰돈을 쓰면서 나한테 차를 선물하고 사과할 필요는 없어요.""당신도 차가 있으면 더 편하잖아."차가 있으면 편하다는 것은 하예정도 알고 있다."정말로 이 차를 산다면 돈은 꼭 갚을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안 사요. 그리고 태윤 씨가 반년 후에 이혼하면 지금 당신이 몰고 있는 차를 나에게 넘기기로 했으니, 나에게도 차가 있는 것과 같은 거예요."전태윤은 말문이 막혔다.계약서는 그가
심효진은 하예진의 기를 세워주려고 새 차를 보며 칭찬했다. "괜찮네, 얼마짜리야?""2천만 원.""일시불로 아니면 대출로?""태윤 씨가 일시불로 긁었어."심효진은 웃으며 하예정의 어깨를 살짝 쳤다. "오, 괜찮은데 우리 예정이. 벌써 태윤 씨의 마음을 사로잡은 거야? 이렇게 큰돈을 써서 차까지 선물해 주고.""만난 지 얼마 안 돼서 초고속 결혼을 했지만 네가 태윤 씨 마음을 잡을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어. 우리 예정이 이렇게 훌륭한데 태윤 씨가 안 넘어오는 게 이상하지."심효진은 하예정이 아주 괜찮은 여자라고 생각한다.가게로 들어와 하예정은 물 한 컵을 따랐다. 그녀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그게 아니야. 어제저녁에 진우가 나를 집에 데려다주었는데 태윤 씨가 그걸 보고 내가 외도라도 한 줄 알고 오해했어. 그리고 둘이 싸울뻔했지.""설명하고 나서야 오해했다는 것을 알았어. 그리고 태윤 씨는 미안한 마음으로 차를 선물해 주며 나한테 사과하는 것이고.""......"그녀는 이미 머릿속으로 로맨틱 소설을 쓰고 있었는데 현실은 그녀에게 찬물을 한 바가지 부었다."효진아, 우리는 절친이니 나와 태윤 씨의 일을 솔직하게 얘기할게. 우리 언니한테도 아직 말 안 했는데 너한테는 솔직하게 말할게. 우리가 토요일에 부모님을 만났고 그날 저녁에 태윤 씨가 계약서를 주며 사인하라고 했어.""계약서의 내용은 거의 다 그쪽 이익을 보장하는 것들이었어. 태윤 씨가 나한테 선입견이 있는 거 같아. 내가 뭘 원해서 그에게 다가간 것처럼. 계약서에는 반년 뒤에 서로 사랑하지 않는다면 이혼이라고 적혀있었어.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이랑 그가 몰고 있는 차는 나에게 위자료로 주겠다고 적혀있었지. 사실 내 반년이라는 시간에 대한 보상이지.""이 일에선 태윤 씨는 그래도 최선을 다했어. 그 집은 태윤 씨가 일시금으로 샀고 결혼 전의 재산이야. 난 그냥 들어가서 살고 있는 거고 그에게 뭘 바라지도 않아. 하지만 계약서에 그렇게 있으니 나도 귀찮아서 그냥 사인
“할머니, 제가 뭐가 똑똑해요, 전 진짜 멍청해요. 할머니야말로 대단하신 분이죠.”전이혁은 할머니께 아부하는 멘트를 던졌다.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아부라고 할 수 없는 게, 할머니는 정말 대단한 인물이었다. 남들이 보기엔 전씨 가문 자손들은 이미 충분히 뛰어난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할머니의 손바닥 안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할머니는 마치 삼장법사였고 자손들은 손오공 같은 존재로 손오공이 아무리 강해도 삼장법사 앞에선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할머니, 저 진짜 꼼수 같은 거 부리지 않아요.”“그건 네 사정이고. 어떻게 하든 네 마음대로 해. 할머니는 이미 너에게 신붓감을 골라줬고, 대시하든 포기하든 그것 역시 너에게 달린 일이야. 1년이면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줬다고 생각한다.”“하지만 한 가지 경고할게. 지금까지 우리 전씨 가문에는 일편단심인 남자만 있었을 뿐 양다리를 걸치는 남자는 없었어. 네가 전씨 가문의 가풍을 망가뜨리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전이혁은 최대한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알겠어요, 할머니. 저 이제 운전해야 해요. 도착해서 또 이야기 나눠요.”“그래, 운전 조심하고.”할머니는 전이혁에게 안전을 당부하고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끊은 뒤, 할머니는 곧장 양씨 아저씨에게 전화를 걸었다.“양 집사, 내 생선은?”할머니는 자신이 잡은 생선을 혹시 다른 사람이 먹을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양씨 아저씨는 웃으며 대답했다.“어르신께서 구운 생선은 냄새가 정말 좋아요. 아무도 어르신의 생선을 뺏어 먹으려 하지 않으니 안심하세요.”그들 몇몇 자식들 따라 직원 숙소에서 지내는 할머니들은 전씨 할머니가 좋은 분인 걸 알고 함께 수다도 떨고 낚시도 하지만 전씨 가문의 중심인 전씨 할머니의 권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들은 전씨 할머니의 물건을 건드리는 일은 없었다. 혹시나 건드렸다가 이곳에서 일하는 자식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었으니까.서원 리조트의 모든 직원은 훌륭한 대우와 복지를 받고 있었다. 산기슭에 지어진 숙소는 혼자인
두 사람은 함께 아침을 먹은 후, 방을 나섰다.그러자 집사는 전태윤이 다음에 올 때 묵을 수 있도록 스위트룸을 원래 상태로 정리하기 시작했다.도아영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서 다시 잠을 청했다.전이혁은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고, 할머니가 전화를 받자 물었다.“할머니, 지금 어디 계세요?”“리조트에 있어. 무슨 일이야? 할머니 보고 싶어? 그렇다면 와서 할머니랑 같이 밥 한 끼 먹자.”그러더니 할머니는 한 마디 덧붙였다.“지금 생선이 막 익었어. 냄새 진짜 좋다.”전이혁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침부터 생선 구워 드세요?”“너한테 말한 거 아니야. 친구들이랑 얘기 중이었어. 아침부터 생선 구우면 안 돼? 그리고 지금 아침도 아니잖아. 아홉 시도 넘었네, 해가 중천에 뜨려고 하고 있어.”“오늘 날씨도 풀렸고, 할머니는 친구들이랑 낚시 갔다가 지금은 잡은 생선 구워 먹고 있어. 소풍하는 느낌이라 꽤 괜찮아.”전이혁은 그 모습이 쉽게 그려졌다. 산 아래에는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고 물 아래에는 물고기와 새우들이 헤엄치고 있었다.할머니는 가끔 몇몇 직원들의 어머니들과 함께 낚시하곤 했었다. 냇가에는 큰 나무 한 그루 있었는데 그 아래에는 돌로 된 테이블이 몇 개 있어 할머니의 한마디면 집사는 바비큐 그릴을 가져와 그들이 직접 구워 먹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할머니가 말하길, 그들은 먹는 것보다는 굽는 과정을 더 즐겼다. 비록 직원이 구워줄 수도 있었지만, 그들은 다른 사람이 구워주는 건 맛이 없다며 투덜대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들은 다 먹지 못할 때면 남은 건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었다.서원 리조트의 직원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할머니는 권위를 내세우며 직원들에게 막 대하지 않고 옆집 할머니처럼 따뜻하게 대해준다는 사실을.“할머니, 생선 더 잡아서 구워주세요. 저 지금 갈게요.”전이혁은 결심한 듯 할머니에게 진실을 털어놓으러 갈 생각이었다.“네가 와서 직접 잡아. 손질까지 하면 할머니가 구워줄게.”그러더니 할머니는 전이혁에게 물었다.“
“여긴 호텔 맞고, 당연히 아영 씨가 묵던 방일 수가 없죠. 어제 아영 씨가 취해서 방에 데려다줬는데 눕자마자 토하더라고요. 침대랑 바닥까지 모두 엉망이 돼서 어쩔 수 없이 다른 방으로 옮겼어요.”전이혁은 다시 자리에 앉더니 도아영에게 말했다.“아영 씨 술 취하면 정말 감당하기 힘들어요. 앞으로 술 좀 줄이는 게 좋을 것 같네요.”도아영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뗐다.“제가 전이혁 씨랑 함께 많이 마신 건 알겠는데 그 뒤로는 기억이 하나도 안 나네요. 그런데 그 술 진짜 맛있었어요. 제가 해주시로 돌아갈 때 한 박스만 챙겨줘요. 기분 안 좋을 때 집에서 한두 잔 마시려고요.”“아영 씨가 그 정도로 술이 부족하진 않을 텐데요?”전이혁은 도아영의 집에 좋은 술이 부족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그는 도아영의 말이 전혀 믿기지 않았다.“맞아요. 술이 부족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전이혁 씨가 준 술은 부족하죠.”전이혁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그래요. 아영 씨가 돌아갈 때 한 박스 챙겨줄게요. 그리고 관성 특산물도 좀 챙길 테니 같이 가져가요. 어찌 되었든 먼 길 왔는데 헛걸음하게 하면 안 되니까요.”도아영은 웃으며 대답했다.“맞아요. 헛걸음하게 만들면 안 되죠.”그러더니 그녀는 전이혁의 옆으로 다가가 소파에 기대어 앉았다.“전이혁 씨, 여기 꿀 있어요? 머리가 아파서 그러는데 저 꿀물 좀 타 주면 안 돼요?”“아까는 참을 만하다면서요?”전이혁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일단 세수 좀 하고요. 그리고 타 줄게요. 아영 씨도 세수해요.”“목욕할 거면 아영 씨 방에 가서 해요. 여긴 우리 형이 자주 묵는 스위트룸인데, 아영 씨니까 형이 허락한 거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형수님이 부탁해도 절대 안 된다고 했을 거예요.”전이혁의 큰형과 형수님은 도아영이 할머니께서 정해준 자신의 신붓감이라는 걸 알고,이미 도아영을 가족이나 다름없이 생각하고 있었다.어젯밤, 전이혁이 그런 말을 했을 때 도아영은 살짝 기분이 상했었다. 하지만
전이혁은 얼른 도아영을 부축하더니 살짝 귀찮다는 듯이 물었다.“아영 씨, 또 왜 그래요?”“저... 화장실... ”도아영은 눈이 풀린 채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화장실 가고 싶어요?”도아영은 비틀거리며 제대로 걷기도 힘든 상태였고 전이혁의 표정은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다. 도아영을 혼자 화장실에 가게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남자인 자신이 부축해서 데려가는 것도 난감한 일이었다.도아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전이혁은 급히 그녀를 부축하며 다시 한번 물었다.“혼자 괜찮겠어요?”도아영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녀는 이미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를 정도로 심하게 취해 있었다.도아영의 상태를 보아하니 전이혁은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부축해 화장실로 데려가야 했다. 전이혁은 가면서도 입으로는 끊임없이 투덜거렸다.그는 도아영을 화장실로 들여보내고 도망치듯 밖으로 뛰어나왔다.전이혁은 도아영이 나올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10분이 넘도록 나오지 않았고, 노크를 해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결국, 전이혁은 걱정된 마음에 문을 살짝 열어 안을 들여다봤지만 무슨 일인지 도아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어? 어디 간 거야?’전이혁은 의심스러운 마음에 문을 활짝 열고 들어가 보았다. 그 결과, 도아영은 화장실 문 옆 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그러니 문틈 사이로 도아영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다.“이 여자 진짜!”도아영의 모습을 보자, 전이혁은 앞으로 절대 그녀에게 술을 많이 마시게 하지 않으리라고 결심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전이혁은 앞으로 자신이 도아영과 함께 밥을 먹게 된다면 그녀에게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 자신 말고는 도아영이 다른 누구와 함께 얼마나 마시든, 그건 전이혁이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전이혁은 안으로 들어가 도아영을 안고 나온 뒤,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그는 원래 방으로 돌아가 쉴 예정이었지만, 도아영의 상태를 보아하니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결국 그날 저녁,
한편 호텔에서 도아영을 돌보던 전이혁은 전창빈의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단독으로 그에게 음성 메시지로 물었다.[너 그 먼 곳까지 가서 가정 요리사를 하려고?]전창빈은 소파에 앉아 답장을 보냈다.[안 될 건 없지?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 자리는 도전적이잖아. 내가 합격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어. 다행히도 형 동생이 모든 경쟁자를 물리쳤지 뭐야. 난관을 하나둘씩 돌파했어.]전이혁이 회답했다.[요리사 하나 뽑는 걸 대통령 선거처럼 하는구먼. 얼마나 있을 계획이야? 설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명절에는 안 오려고?]전창빈이 답장했다.[설날에는 아마 못 갈 것 같아. 여기 주인이 날 해고하면 그때나 갈 수는 있겠는지.]전이혁이 피식 웃었다.[네 실력으로는 해고당할 리가 없잖아. 네가 주인을 해고하는 게 더 말이 되겠다. 이해가 안 가. 왜 그 먼 곳까지 가려고 한 거야? 넌 사업도 있는데... 어디서 요리하든 다 마찬가지일 텐데 굳이 몇천 리나 떨어진 곳까지 갈 필요가 있나? 거기 추울 텐데 너 괜찮겠어?]전창빈이 대답했다.[우리 추위를 못 타본 것도 아니고. 형도 할머니에 의해 눈이 수북이 쌓인 산으로 버려지지 않았어? 내 얘긴 그만하고... 형은 어때? 우리 미래의 형수님께 구애하기 시작했어?]‘난 벌써 움직이고 있는데 형이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가 나중에 민아 씨와 함께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갈 때 형은 대체 어쩌려고?’전창빈은 속으로 생각했다.전씨 할머니의 지팡이가 전창빈의 등짝을 때리지 않는다면 해가 서쪽에 뜨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말도 마라. 정말 귀찮아. 큰형수님이 오늘 저녁에 우리한테 밥 사주셨어.]전창빈이 웃으며 회답했다.[하하! 괴로웠겠네.][내 말이. 할머니께서 나에게 정해주신 그 여자분이 큰형수님을 찾아가 하소연했더니 큰형수님이 우리 두 사람에게 밥을 사주신 거 있지.][형이 우리 형수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아직 너의 형수님이 아니거든!]전이혁은 전창빈의 호칭을 정정했다. 그는 도아영과
“저는 앞으로 큰아가씨의 평가에 근거해서 요리 방법을 조정해 나갈 거예요. 그렇게 해야만 실력을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만드는 모든 요리를 큰아가씨께서 만족해하시면 제가 여기에서 졸업할 수 있겠네요.”강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되면 큰아가씨께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걸요.”‘평생 선우민아 씨를 위해 요리해 드리는 건 기쁜 일이지.'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전창빈은 꾹 참았다. 이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설령 전창빈이 선우민아에게 애정 공세를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고 해도 이런 생각을 드러내서는 절대로 안 된다.선우민아가 가업을 운영한다는 건 그녀가 매우 유능한 인물이라는 증거다. 이렇게 강한 강한 여성은 쉽게 넘볼 수 없는 상대이다.전호영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너무 힘들어서 하예정의 도움을 받은 끝에야 지름길을 택할 수 있었고 고현의 마음을 얻었다.강진은 그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깨닫고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전창빈 씨, 오늘 오후 내내 바쁘셨는데 일찍 쉬세요. 내일 아침 큰아가씨를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가장 일찍 아침을 드시는 분은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입니다. 민기 도련님은 학교에 가야 해서 일찍 식사하시고 큰아가씨는 매일 민기 도련님을 학교에 데려다주신 후 회사에 가시니까 두 분은 늘 함께 식사하시는 편이에요. 하여 아침 7시쯤이면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의 아침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의 아침은 9시 이후에 준비하시면 돼요.”전창빈이 말을 건넸다.“그 시간대면 아침과 점심을 함께 드시는 거네요.”“어르신과 사모님은 그렇죠. 점심 무렵에 일어나셨다가 식사 후에는 외출하셔서 저녁에야 돌아오세요. 때로는 안 오시기도 하는데, 그럴 땐 제가 미리 알려드릴게요. 안 오시는 날은 창빈 씨가 쉬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냥 자신의 배만 채우시면 돼요.”여기에서는 사실상 선우민아 자매만 아침을 먹는 셈이다.“큰아
동생 선우정아가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며 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지금은 네가 전창빈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는 일이니까. 앞으로 매일 여기 와서 식사해. 전창빈 씨와 접촉할 기회도 많아져야 그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거 아니야. 만약 그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거리가 멀어도 너희 부모님께서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하실 거야. 혹은 전창빈 씨에게 우리 지역에서 사업을 하게 하고 여기서 집을 사도록 하든가.”선우정아는 또 벙어리가 되어버렸다.선우민아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선우정아는 앞으로는 감히 그 집에 밥 먹으러 가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여겼다.선우민아가 자꾸 자신이 전창빈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지 않는가.전창빈은 미래의 아내는 지금 미래 처제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전이혁은 강진을 따라 숙소로 돌아갔다. 강진은 웃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전창빈 씨, 이제 우리는 동료가 되었군요. 오래 함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선우씨 가문의 여러 집안이 같은 대저택 안에서 함께 살고 있었지만 집안마다 독립된 공간이 있었다.선우민아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었기에 강진 역시 1년 정도는 함께 일할 사람을 원했다.요리사와 친해지기도 전에 퇴직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전창빈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집사님과 오래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가 요리들을 더 연구해서 큰아가씨께서 제 요리만 먹고 싶어 하도록 해야겠네요.”“큰아가씨께서 창빈 씨 요리만 고집하게 만들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요리 대회에 나가면 ‘요리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을 만큼요.”선우민아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전창빈은 웃으며 말했다.“‘요리의 신'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저는 단지 제 요리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손님들을 만족시키고 싶을 뿐이죠.”전창빈은 그가 고용한 요리사들에게는 항상 조언을 해주곤 한다. 본인이 잘 배워야 현재 이끌고 있는 요리사들도
선우민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런 사업을 가진 사람을 네가 정말 좋아한다면 작은아버지와 숙모도 반대하지 않으실 거야. 다만 전창빈 씨가 관성 사람이라 우리랑 거리가 너무 멀어. 작은아버지와 숙모는 네가 먼 곳으로 시집가는 걸 아쉬워할 수도 있을 거야.”선우정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언니! 제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저는 정말 그런 마음 없단 말이에요. 오히려 저는 그분이 언니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우리 자매 일곱 명 중 언니가 맏이라 당연히 언니가 먼저 시집가야죠. 제가 언니를 앞지를 순 없잖아요.”착각인지 정말 본 건지, 선우정아는 전창빈이 선우민아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특별한 시선이 느껴졌다.그리고 전창빈은 사실 정말로 선우민아를 위해 온 거였다.아니, 정확히는 선우민아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다른 손님들도 분명히 만족시킬 수 있을 테니까.선우정아는 생각했다. 선우민아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동생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우리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잖아. 게다가 사촌 자매이기도 하기 때문에 네가 나보다 먼저 시집간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안 되거든. 나는 당분간 시집갈 생각 없어. 만약 고려한다 해도 이 지역의 사람일 거야. 생각해봐, 민기와 민수는 아직 몇 살밖에 안 됐는데 애들이 커서 사업을 이어받을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20년은 더 기다려야 되잖아. 이 20년 동안 우리 자매는 계속 회사를 떠받쳐야 해. 만약 우리가 먼 곳으로 시집가면, 누가 회사를 이끌겠어? 셋째와 넷째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거야 아니야.”셋째 동생과 넷째 동생도 이제 성인이 되어 사업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거대한 가업을 떠받칠 능력이 되지 못했다.하여 선우민아는 자연스레 먼 곳으로 시집갈 생각이 없었다. 시집을 간다 해도 A시의 남자에게 시집갈 것이다. 그래야 시집가서도 친정 회사를 계속 관리할 수 있으니까.앞으로 선우민기
전창빈이 말했다.“행동으로 보여드리죠.”선우정아는 눈썹을 치켜들며 웃었다.“전이혁 씨는 정말 자신만만하신가 봐요.”선우민아는 선우정아를 한 번 흘겨보더니 전창빈에게 물었다.“그럼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이 자리를 위해 온 만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세요. 강 집사님께서 이미 숙소를 준비해 뒀을 테고 월급은 내일부터 계산됩니다. 한 달의 수습 기간이 있고 수습 기간 중 급여는 일당으로 지급됩니다. 공짜로 일을 시키진 않을 거예요.“누구든 마찬가지로 하루 일하면 하루 급여를 계산해 주었다.“집사님께서 어제 이미 숙소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급여는 어떻게 계산되든 상관없습니다. 전 도전을 위해 온 거지 월급을 위해 온 게 아니니까요.”전이혁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아내만 부족할 뿐...“좋아요. 지금은 숙소로 가서 쉬세요. 우리 집에서의 하루 세끼 준비 시간은 집사님께서 알려주실 거예요. 아침을 제외한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은 변함없어요.”선우씨 가문의 사람들 아침 식사는 각자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었다.전창빈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집사님께 여쭤보겠습니다.”그는 다시 모두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전창빈이 떠나자 선우민아도 일어서서 가족들에게 말했다.“저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민기한테는 주말에 데리고 나가주겠다고 전해주세요.”선우민기는 그녀보다 스무 살이나 어렸기 때문에 남동생을 아들처럼 키웠다.선우민기는 선우민아를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랐다.선우정아도 그녀의 언니를 따라 일어섰다.“저도 일 보러 갈게요.”한경주가 딸에게 당부했다.“접대할 때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몸에 해로워.”“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5년 전의 제가 아닌걸요.”선우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회사를 막 이어받았을 때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땐 위엄도, 경험도 없었고 회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