ログイン갑자기 울려 퍼진 고함에 깜짝 놀란 사람들이 하나둘 고개를 돌렸다.언제 발표회장에 들어온 것인지 중년의 여자 한 명이 서 있었다. 성큼성큼 강다인 앞으로 걸어간 중년의 여자가 강다인이 그 어떤 반응을 할 새도 없이 그녀의 따귀를 힘껏 때렸다.여자가 강다인의 멱살을 잡고는 소리쳤다.“감히 내 아들을 모함해?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말을 마친 중년의 여자가 또다시 강다인을 때리기 위해 손을 올렸지만 곧 두 명의 현장 스태프가 다가와 중년의 여자를 잡아당겼다.“이거 놔. 내가 저 X 죽여버릴 거야.”여자의 얼굴을 확인한 강다인은 화끈거리는 얼굴 따위는 더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눈앞에서 발광하는 중년의 여자를 본 강다인은 깜짝 놀라 머리가 새하얘졌다. 몸은 저도 모르게 덜덜 떨리고 있었다.‘이 여자가 어떻게 여기 나타난 거야?’“저 여자는 누구야?”소유영이 갑자기 벌어진 상황을 구경하며 심하온에게 물었다.심하온이 소유영의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우지민 씨 어머니. 아, 우지민 씨가 바로 강다인이 얘기한 그 가정 폭력을 한 전남편이라는 사람이야.”말을 마친 심하온이 고개를 돌려 정윤재를 쳐다보았다.정윤재는 진작 사람을 시켜 우지민의 어머니를 찾고 있었다.우지민은 이미 체포되었고 명의 하에 있던 회사와 재산 역시 전부 압류당한 상태였다.우지민의 어머니는 아무리 아들을 구하고 싶어도 더는 손쓸 방법이 없었다. 우지민이 위법적인 사업을 한 탓이었다.정윤재는 우지민의 어머니를 찾은 후 그녀에게 강다인이 계속 우지민이 가정 폭력을 했다는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는 얘기를 전했다.그 얘기를 들은 우지민의 어머니는 순간 분노에 사로잡혔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녀는 자기 아들이 강다인을 불면 날아갈까 쥐면 꺼질까 애지중지했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강다인이 감히 그런 아들을 가정 폭력범으로 모함하고 있다니, 우지민의 어머니는 그런 강다인을 참아줄 수 없었다.곧장 강다인을 따라 입국한 그녀는 언제든지 강다인의 진면모를 폭로할
상황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온 걸까?금방 귀국했을 때까지만 해도 강다인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건 분명 아름다운 미래일 것이라 생각했다.하지만 지금...‘이건 전부 심하온 탓이야.’강다인이 갑자기 무너지듯 소리쳤다.“다들 내가 만만해? 내가 내연녀라서 형편없는 인간 같아? 하지만 나더러 어쩌라고?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도 없이 눈칫밥 먹으면서 하루하루 노심초사하면서 자랐어. 결혼해서는 남편에게 얻어맞기까지 하면서!”“하지만 심하온은? 부잣집 딸로 호의호식하면서... 뭐든지 누리고 살았잖아. 지금은 정씨 가문과 정략결혼까지 맺었어. 그러면 강선우 하나 정도는 잃을 수도 있는 거 아니야? 나는 그저 조금 더 나은 삶을 원했던 것뿐이라고.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강다인의 말에 심하온이 실소를 터뜨렸다.얼굴을 잔뜩 찌푸린 소유영이 또다시 욕을 퍼부으려는데 심하온이 그런 소유영을 잡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조금 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 탓에 소유영은 이미 목이 다 쉬어버렸다.여기서 더 흥분했다가는 쓰러지지는 않을까, 걱정이었다.강다인 같은 인간과는 쓸데없는 시비로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었다.누가 잘못을 했는지는 사람들이 알아서 판단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강다인의 삐뚤어진 논리에 휘둘릴 리가 없었다.그리고 정윤재가 방금 그 사람이 곧 도착할 거라고 얘기했다.음성 파일이 공개된 것은 돌발 상황이라 강선우는 라이브 방송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게다가 여러 매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라이브 방송은 강선우가 통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그러니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은 여전히 라이브 방송을 통해 생방송 되고 있었다.심지어 라이브 채널에는 점점 더 많은 시청자가 모여들기 시작했다.조금 전 강다인의 발언은 라이브 채널의 채팅창을 뜨겁게 달구었다.[지금 내연녀 주제에 불쌍한 척하는 거야? 미친 거 아니야?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줘도 된다는 거야? 본인이 그런 인생을 산 건 심하온 씨 탓
“당신...”고개를 돌린 강다인이 분노에 찬 눈빛으로 공민규를 쳐다보며 말했다.“당신은 또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시선을 올린 공민규가 냉담하게 강다인을 쳐다보았다.“강다인 씨와 강선우 씨는 서원국에서 혼인 신고를 하셨어요. 하지만 국내에서 그와 관련한 공식적인 절차를 밟지 않으셨죠. 그리고 국내에서는 서원국에서 한 혼인 신고는 인정하고 있지 않거든요.”공민규의 말에 충격을 받은 강다인은 머리가 울리는 것 같았다.‘서원국의 혼인 신고가 국내에서는 인정되지 않는다고?’당시 강다인은 전남편이 계속 치근거린다는 거짓말로 강선우를 속여 그를 현서국에 불러들였다.현서국에 도착한 강선우는 또 마침 서원국의 클라이언트와 미팅이 잡혀 강다인과 함께 서원국으로 출장을 떠났다.서원국에서의 미팅이 순조롭게 진행된 탓에 강선우는 그날 꽤 기분이 좋았었다.그리고 강다인은 바로 그 기회를 빌려 또 한 번 눈물을 글썽이며 전남편에게서 벗어날 수 있도록 혼인 신고를 해달라고 부탁했다.안 그래도 강다인을 안쓰럽게 여기던 강선우는 그녀의 눈물에 결국 마음이 약해졌다. 게다가 성공적인 미팅으로 들뜬 기분에 취해 서원국에서 바로 혼인 신고를 하기로 했다.사실 강다인은 서원국에서 혼인 신고하는 것이 그다지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심지어 두 사람은 규정상 서원국에서 혼인 신고를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강선우가 로비를 통해 기어코 서원국에서 혼인 신고를 마쳤다.강다인은 단순하게도 서원국에서 올린 혼인신고서만 있으면 두 사람은 법적인 부부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두 사람은 법적인 부부가 아니었다.“사실이에요. 국내에서는 서원국의 혼인신고서를 인정해 주지 않거든요.”한 기자가 말했다.“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에요. 국내에서 혼인 신고를 했어도 달라지는 건 없어요. 다인 씨는 여전히 제삼자에 불과하니까요.”한 내빈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그러게 말이에요. 내연녀 주제에 왜 저렇게 뻔뻔하게 구는지 모르겠어
“강다인!”강선우는 지금 이 순간, 누구보다 강다인을 원망했다. 뺨이라도 때리고 싶었지만 옆에 있던 회사 임원이 죽을힘을 다해 강선우를 꽉 붙잡고 있었다.만약 이 타이밍에 강선우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여자를 때리기라도 한다면 상황은 더 수습하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될 것이다.심하온 옆에 앉아 있던 소유영은 흥미진진한 얼굴로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녀는 재밌다는 듯 심하온에게 속삭였다.“강아지끼리 서로 물고 뜯는 걸 보고 있으려니까 가소롭네.”심하온이 살포시 웃음을 흘렸다.사실 심하온도 강다인이 나타날 줄은 몰랐었다.하지만 소유영의 말처럼 강선우와 강다인이 서로 질책하며 물어뜯는 모습을 보니 실소가 터져 나왔다.한 편. 심하온의 또 다른 옆에 앉아 있던 정윤재는 강다인을 본 순간 휴대폰을 꺼내 문자를 전송했다.[그 사람 데려와.]인터뷰에 응하는 강다인의 모습에 기자들은 얼른 그 기회를 틈타 질문을 이어갔다.“그러니까 심하온 씨 몰라 만남을 이어오신 게 사실이라는 건가요? 심하온 씨는 어떻게 속이신 거죠?”“두 분이 혼인 신고를 하셨다는 건 사실인가요? 이미 이혼 서류에 도장도 찍으셨고요?”“심하온 씨와 강선우 대표님께서는 이미 헤어지셨는데 두 분은 왜 이혼하신 거죠? 혹시 강선우 대표님께서 심하온 씨와 헤어진 걸 후회하셔서 다시 재회하고 싶었기 때문인가요? 아니면 강선우 대표님은 애초부터 다인 씨와 결혼할 생각이 없었던 건가요?”“지금은 본인이 여자친구가 있는 남자와 바람피운 것이 잘못된 행동이라고 인정하시는 건가요? 심하온 씨에게 사과할 생각은 있으세요?”심하온에게 사과할 의향이 있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강다인이 또다시 분노를 터뜨렸다.‘심하온에게 사과할 거냐고? 내가 왜?’심호흡을 내뱉던 강다인이 갑자기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제가 왜 심하온에게 사과해요? 아까 전부 들었잖아요. 저와 강선우는 이미 혼인신고까지 했어요. 우리는 법적인 부부라고요. 제가 불륜을 저지른 게 아니에요. 굳이 내연녀를 따지자면 그건 오히려..
“하온아, 너...”강선우는 심장이 찢기는 것만 같았다.그가 보는 앞에서, 그리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심하온은 단호하게 정윤재의 편에 섰다.“입만 열면 5년이 어쩌고 그런 얘기 좀 그만해. 역겨우니까.”심하온의 말투에는 혐오가 가득 담겨 있었다.하지만 지금 강선우의 머릿속은 어지럽기만 했다. 순간 충동적인 기분에 사로잡힌 강선우는 무의식적으로 변명을 이어갔다.“내가 너한테 상처줬다는 거 알아. 하지만 그 여자와는 이미 이혼 서류에 도장까지 찍었어. 그리고 애초부터 난 그저 그 여자를 도와주려고 혼인 신고를 한 거였어. 하지만... 그 여자, 그 여자가 먼저 나를 꼬셔서 나도 한 순간의 실수로 그랬던 거야.”“정말 너를 배신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어.”그 말을 들은 심하온이 실소를 터뜨렸다.심하온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강다인이 제삼자인 것은 사실이지만 바람을 피운 것을 여자 혼자만의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한눈을 판 것도 강선우였고 바람을 피우고도 결국 강다인 탓을 하는 것도 강선우였다. 강선우야말로 세 사람 사이에서 제일 나쁜 인간이었다.심하온은 강선우와는 더는 대화조차 나누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이때, 발표회장의 구석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강선우, 이 개자식!”날카롭고 처량하게 울려 퍼진 목소리에 모든 사람의 시선이 전부 같은 곳을 향했다.목소리의 주인공은 강다인이었다.고현주는 이미 강다인에게 밀쳐져 바닥에 쓰러진 채 거칠게 기침을 토해내고 있었다.강다인은 고현주가 또다시 일어나 자신을 잡기라도 할까,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강선우를 향해 뚜벅뚜벅 걸음을 옮겼다.“네... 네가 왜 여기 있어.”강다인을 마주한 순간, 강선우의 동공이 세차게 흔들렸다. 식은땀이 또다시 등을 타고 흘러내렸다.‘강다인이 왜 발표회장에 있는 거야?’강다인의 등장은 그저 이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었다.강선우 앞으로 달려온 강다인은 눈시울을 붉히며 처절한 목소리로 소리쳤다.“강선우. 왜 계속 모든 게 다 내 잘못이라고만 하는
하지만 조금 전 녹음 파일을 들은 사람들은 그 누구도 강선우의 말을 믿지 않았다.현장은 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로 소란스러웠고 라이브 채널의 댓글창 역시 여전히 강선우의 악플로 가득했다.[강선우 대표 웃긴 사람이네. 가정 폭력을 휘두르는 전남편에게서 벗어나게 해주려고 그 여자와 혼인 신고를 했다고? 우리를 바보라고 생각하는 거야?][그 여자를 도와주려는 거였으면 심하온 씨는 왜 속인 거야? 그리고 잠자리는 왜 하는 건데? 게다가 두 사람 대화를 들으면 심하온 씨와 사귀는 5년 동안 계속 그 여자와 만나고 있었잖아.][바람을 피운 거면 피운 거지 그런 말도 안 되는 핑계는 왜 대는 거야. 정말 염치도 없고 웃긴 인간이네.][굳이 관계를 가지면서 심하온 씨 얘기를 꺼내고 심지어 비하하기까지 했잖아. 심하온 씨라는 분만 너무 불쌍해.]현장의 기자들은 여전히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강선우의 등을 타고 내리던 식은땀이 이제는 옷을 적시고 있었다.그러던 그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심하온을 똑바로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하온아, 내가 한 말 전부 사실이야. 난 그냥 그 여자가 불쌍해서 도와주려고, 그래서 그런 거야. 처음부터 지금까지 내 마음속에는 줄곧 너밖에 없었어. 그게 아니라면 오늘 같이 중요한 자리에서 내가 너한테 이런 얘기를 할 이유가 없잖아.”“그리고 그 여자와는 이미 이혼 도장 찍었고 더는 아무 사이도 아니야.”강선우의 시선을 느낀 기자들이 전부 심하온을 인터뷰하기 위해 그녀를 향해 몰려갔다. 하지만 어디선가 경호원들이 나와 그들의 앞을 가로막아 심하온에게는 다가갈 수 없었다.몇 명의 기자가 겁 없이 경호원 사이를 뚫고 들어가려 하자 심하온 곁에 앉아 있던 정윤재가 시린 눈빛으로 그 기자들을 훑어보았다.그 눈빛에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으스스 소름이 돋은 기자들은 발에 못이라도 박힌 듯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선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심하온 씨는 이미 강선우 씨와 헤어졌어요.”정윤재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오늘 굳이 지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