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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Penulis: 고성하
심하온은 그의 당당한 모습에 분노로 가득했던 마음이 갑자기 확 차분해졌다.

이 남자를 진작 간파했는데 이제 와서 뭐가 더 실망일까?

이번 프로젝트를 강다인에게 주고 싶다면 그렇게 하면 될 것을.

다만 강다인이 쉽게 감당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강선우는 그녀의 갑작스러운 침착함에 안심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 가까이 다가오며 차가운 그녀의 손을 잡았다.

“하온아, 우리가 오빠, 언니로서 동생 도와주는 건 당연한 일 아니겠어?”

심하온은 그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빼내며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대표님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

강선우는 그녀의 태도에 불쾌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심하온이 더 이상 프로젝트 담당자 문제로 집착하지 않으니 이 남자도 나무랄 이유가 없었다.

“다인이가 이 프로젝트를 막 시작해서 모르는 게 많을 거야. 네가 옆에서 많이 챙겨줘.”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가 너무 힘들까 봐, 건강이 걱정된다던 이 남자는 지금 그녀더러 강다인을 챙겨주라고 한다.

심하온의 눈가에 스친 야유가 너무 적나라했던지 강선우는 어색하게 헛기침을 두어 번 했다.

“오늘 병원에는 왜 간 거야? 별다른 문제는 없었지?”

뒤늦은 관심은 심하온의 마음속에 어떤 파동도 일으키지 못했다. 오히려 더 가증스럽게 느껴질 뿐이었다.

“네, 없어요.”

그녀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이만 나갈게요.”

강선우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이유 모를 불안감이 다시 한번 밀려들었다.

하지만 이 불안감은 곧 문을 열고 들어온 강다인에 의해 빠르게 끊겼다.

“오빠, 하온 씨 화 안 났어요?”

그녀는 강선우 앞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니. 걱정하지 마. 하온이 현명한 애야.”

강선우는 그녀를 안심시키듯 미소를 지었다.

“그럼 다행이네요.”

말은 이렇게 해도 강다인의 마음은 아주 불편했다.

그녀가 심하온의 프로젝트를 빼앗았는데 강선우에게 깽판을 치지 않았다고?

강다인이 원했던 것은 심하온이 강선우와 대판 싸우고 이로 인해 강선우가 화를 내며 두 사람의 갈등이 더욱 깊어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심하온은 정작... 참는 연기가 일품이었다.

눈동자를 굴리던 강다인은 묘한 생각이 떠올랐다.

“오빠, 오늘 나 입사한 기념으로 저녁에 회식하는 건 어때요? 비서실 동료들 다 불러서 이참에 더 빨리 친해지고 좋잖아요.”

“좋아.”

강선우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지금 바로 예약하라고 할게.”

곧 저녁 회식 소식은 모두에게 알려졌다.

[갑자기 왜 회식이야?]

[너무 뻔하잖아. 강다인 씨 환영식이겠지.]

[그 여자 정체가 뭐야? 대표님과 같은 강 씨던데 혹시 가족?]

[설마? 두 분 서로 바라보는 눈빛이 완전 꿀 떨어지던데. 그 애틋한 분위기만 봐도 알 수 있잖아. 성이 같은 건 우연일 거야.]

[그럼 대표님 여자친구라고? 난 전부터 대표님이랑 심 비서님이 커플인 줄 알았는데...]

[에이, 만약 그 둘이 커플이었다면 진작 공개했겠지.]

사내 뒷담화 단톡방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심하온은 쓱 훑어보고는 무표정으로 임했다.

강다인이 온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았는데 비서실 직원들은 그녀와 강선우 사이의 애매한 분위기를 이미 눈치챘다.

이 두 사람은 그야말로 ‘애틋한’ 사이인가 보다.

전에 심하온이 회사에서 강선우와의 연애를 공개하려고 할 때, 이 남자는 이렇게 말했다.

“하온아, 여긴 회사잖아. 우리 둘의 사적인 일을 끌어들이지 않는 게 좋겠어.”

그녀는 강선우가 단지 회사 사람들에게 사생활을 알리고 싶지 않아서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흔쾌히 동의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는 강다인에게 아내 자리를 남겨두고 싶었던 것이다.

저녁 회식에 심하온은 가고 싶지 않았지만 몇몇 동료들이 계속 열정적으로 끌어들여서 마지못해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오늘 이 자리가 강다인 환영식이란 걸 모두가 잘 알기에 회식이 시작되자마자 누군가 강다인에게 술을 권했다.

그때 강선우가 이를 막았다.

“다인이는 몸이 안 좋아서 술을 못 마셔요. 내가 대신 마실게요.”

곧이어 그는 앞에 놓인 술잔을 들어 단숨에 비웠다.

술을 다 마신 후에도 잊지 않고 강다인에게 과일 주스를 따라주었다.

룸 안에 작지 않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아마 회사가 아니라서 평소 강선우를 무서워하던 비서실 직원들이 담대해진 모양이다.

“대표님은 다인 씨한테 정말 잘해주시네요.”

“대표님은 정말 멋진 남자예요.”

강다인의 뺨이 붉어졌다.

“천만에요... 대표님이 단지 제 건강을 걱정해주시는 거예요.”

“됐네요, 다인 씨, 겸손은. 이건 분명 다인 씨 신경 써주는 거잖아요, 대표님이.”

“대표님, 그럼 오늘 저희가 다인 씨한테 권하는 술을 전부 마셔주실 거예요?”

강선우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옆에 앉은 강다인을 보았다.

“얼마든 다 마실게요.”

“대박...”

모두가 감탄을 연발했다. 평소 차갑기만 했던 대표님이 연애하더니 이렇게 변할 줄이야.

한편 심하온은 구석에 홀로 앉아 앞에 놓인 술잔을 바라보았다.

예전에 강선우와 함께 술자리에 참석했을 때, 도수가 높은 고량주를 한 잔, 두 잔 마셨어도 그는 언제 한 번 막아준 적이 없었다. 단 한 잔도...

그녀 역시 바보였다. 강선우가 술을 다 마신 뒤 위로의 말 한마디, 숙취 해소제 한 병만 가져다주면 자신을 걱정하는 것으로 생각했으니까.

이제 보니 진정한 배려는 이런 것이었다.

강다인이 술 한 잔도 못 마시게 하는 것, 심지어 도수가 낮은 맥주조차도.

“심 비서님.”

갑자기 앞에서 강다인의 가식적인 목소리가 들렸다.

시선을 올리자 술잔을 든 강다인이 그녀 앞에 서 있었다.

“몇 년 동안 심 비서님이 모두를 이끌어왔다고 들었어요. 다들 심 비서님을 몹시 존경하더라고요. 저 오늘 첫 출근이니 심 비서님께 한 잔 따라드릴게요.”

말을 마친 그녀는 손에 든 술잔을 심하온 앞에 내밀었다.

심하온은 태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죄송하지만 저는 요즘 위가 아파서 술을 못 마셔.”

“심 비서님...”

강다인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제가 기분 상하게 해드렸나요? 그냥 술 한 잔 따라드리고 싶었을 뿐이에요. 다른 뜻은 없어요.”

심하온은 할 말을 잃었다. 그녀는 사실만을 말했을 뿐인데 강다인이 또다시 불쌍한 척하며 강선우를 바라보았다.

그는 곧장 미간을 찌푸렸다.

“심 비서.”

한없이 차가운 이 남자의 목소리...

“다인이는 네 새로운 동료야. 동료가 술을 권하면 마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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