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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Author: 고성하
“하온 씨, 좋은 아침이에요.”

강다인이 몸을 돌렸다.

그녀는 오늘 브이넥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말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네크라인을 살짝 끌어내려 가슴팍의 얼룩덜룩한 키스 자국을 드러냈다.

심하온은 또다시 헛구역질이 나서 자리를 떠나고 싶었다.

이때 마침 강선우가 프라이팬을 들고 부엌에서 나오며 그녀에게 말했다.

“하온아, 이따가 같이 회사 가자.”

“나 회사 안 가요.”

심하온은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병원에 갈 거예요.”

“뭐? 어디 아파?”

강선우는 접시를 식탁에 놓고 말했다.

“그럼 나랑 같이 가.”

그는 심하온을 향해 걸어가려 했지만 강다인이 팔을 잡아당겼다.

“오빠, 잊었어요? 오늘 나랑 같이 있어 주기로 했잖아요...”

애처롭고 속상한 말투에 강선우는 망설이며 발걸음을 멈추었다.

역시 예상하던 대로였다. 심하온은 강선우의 위선적인 말에 더 이상 신경 쓸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고 곧장 떠났다.

강선우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알 수 없는 불안감이 그의 마음속에서 희미하게 피어올랐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고쳐 썼다. 심하온이 자신을 그토록 사랑하는데 고작 병원에 함께 못 가준다고 해서 크게 화를 낼 리는 없다고, 딱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이다.

병원에 도착해 검사를 받은 후.

“위병이 더 심해졌어요. 약을 처방해 드릴 테니 제때 드세요.”

의사가 검사 결과를 보며 말했다.

이에 심하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임신은 아니었다.

“하온 씨, 혹시 최근에 무리하셨나요? 자주 밤새우고 식사도 불규칙적이었어요?”

의사의 표정이 심각했다.

“지금은 젊어서 괜찮지만 위병을 소홀히 하면 앞으로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심하온은 씁쓸하게 웃었다.

최근 그 프로젝트 때문에 정말 최선을 다했고 제 몸 하나 돌볼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 프로젝트가 막바지에 다다랐으니 더 이상 그렇게 무리할 필요는 없다.

“감사합니다, 의사 선생님. 당분간 주의할게요.”

“당분간이 아니라 앞으로 쭉 주의해야 해요. 더는 무리하면 안 돼요.”

“네.”

심하온이 나직이 말했다.

“명심할게요.”

약을 가지고 병원을 나온 심하온은 회사로 향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부드럽고 다정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우리 모두 동료가 될 거예요. 이건 저의 자그마한 선물이에요. 부담 갖지 말고 받아주세요.”

“우와, 영월 공방의 떡이네요! 거기 진짜 비싼데!”

“다인 씨 정말 통 크네요.”

“다들 좋아해 주니 저도 너무 기뻐요.”

비서실 직원들은 강다인을 에워싸고 있었고 그녀는 한창 이들에게 떡을 나눠주었다.

“심 비서님, 오셨어요.”

동료 한 명이 심하온을 보고 인사를 건넸다.

“빨리 와요. 이분은 새로 오신 강다인 씨에요.”

강다인이 고개를 들고 그녀를 보더니 입꼬리를 씩 올렸다.

득의양양함과 도발에 가까운 미소에 심하온은 미간을 살짝 찌푸릴 뿐 그대로 무시하고 제자리로 걸어갔다.

이때 어시스트가 그녀에게 다가와 억울하고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심 비서님, 대체 왜 이렇죠?”

“뭐가?”

심하온은 컴퓨터를 켜고 프로젝트 계획표를 더 완벽하게 작성하려고 했다.

“이번 프로젝트 때문에 심 비서님이 얼마나 고생하셨는데 이제 와서 대체 왜 딴 사람이 성과를 누리냐고요!”

심하온은 잠시 동작을 멈췄다.

“그게 무슨 말이야?”

“방금 대표님께서 심 비서님이 계속 담당했던 프로젝트를 오늘부터 강다인 씨가 맡는다고 말씀하셨어요!”

어시스트가 씩씩거리면서 말다.

순간 심하온은 혈압이 치솟았다.

어쩐지, 아까 강다인이 그런 표정이더라니.

아무 노력 없이 그녀의 반년 치 노력을 가로챘기 때문이었다.

심하온은 즉시 일어나 강선우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 프로젝트 강다인 씨한테 맡긴다고요?”

아마 그녀가 물어볼 것을 예상했는지 강선우는 평소처럼 침착했다.

“너 요즘 너무 힘들었잖아.”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병원까지 다녀오니 네 몸이 걱정돼서 그래. 프로젝트는 다인이한테 넘겨.”

심하온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미 마무리 단계예요. 가장 힘든 시기도 지났는데 프로젝트가 끝나면 담당자는 누구로 할 건데요? 성과는 누구 몫이냐고요?”

그녀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거의 몸을 혹사했는데 강선우가 가벼운 말 한마디로 강다인에게 공을 넘기려 하다니!

“하온아!”

강선우의 안색이 살짝 어두워졌다.

“나중에 심씨 가문과의 협력 건에 관해 다인이가 참여했으면 해. 만약 다인이가 이 실적을 쌓으면 이후 협력에도 도움이 될 거야. 네가 좀 더 이해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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