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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7화

Author: 고성하
프로젝트를 맡겠다고 했을 때, 정민재는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정윤재의 수준에 닿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현실은 그를 처참하게 무너뜨렸다.

‘분명 최선을 다했는데 왜 이렇게 쉽게 함정에 빠진 걸까?’

회사에 큰 손실을 끼쳤고 프로젝트도 거의 망칠 뻔했다.

할아버지가 이미 알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직접 사과하러 온 것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정윤재를 마주쳤다.

그를 보는 순간, 할아버지가 이 일을 그에게 맡겼다는 걸 직감했다.

자신의 실수를 결국 형이 수습하게 된 것이다.

“민재야, 뭐 하는 거냐? 형도 못 보고 인사도 안 해?”

정영훈이 꾸짖었다.

“괜찮습니다.”

정윤재가 그를 막고 정민재에게 다가가 어깨를 가볍게 다독였다.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며칠 푹 쉬어.”

그 말을 남기고 정영훈에게 고개를 한 번 숙여 보인 뒤, 그는 자리를 떠났다.

정윤재가 떠난 뒤, 정영훈은 주변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 얼굴을 굳혔다.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프로젝트도 망치고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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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남편의 아내   제1160화

    평범한 폐지가 아니었다.그건 당시 북부의 몇몇 대문벌이 목숨처럼 붙들었던 핵심이었다. 열네 개 희생 문서고의 서북 약재 원시 창고증권, 비철금속 광산 특허 진입 허가, 아직 상각되지 않은 육지 대종 토지증서까지 있었다.이것들이야말로 본국 하씨 가문과 강성의 진짜 본토 방어선이었다.심하온의 휠체어가 폭 1m는 족히 되는, 껍데기에 두꺼운 기름때가 눌어붙은 산업용 단말기 앞에서 급정거했다.“임씨 가문 특성 주파수... 병합 접속.”그녀는 한 손으로 키보드를 내리쳤다. 무쇠로 주조한 키보드는 키 하나하나가 무겁고 뻑뻑했다. 너무 세게 누른 탓에 왼손 검지 손톱 틈의 막 딱지 앉은 상처가 다시 벌어졌고, 핏방울 하나가 ‘톡’ 떨어져 알파벳 ‘E’ 틈에 정확히 스며들었다.화면이 몇 번 깜빡이더니 처참한 초록빛 위로 열몇 개의 뒤틀린 동적 그래프가 순식간에 펼쳐졌다.거의 같은 1밀리 초, 문밖에서는 재편국이 본국에 남겨 둔 암선부가 마침내 상황을 알아차렸다.조차장 외부의 무선 주파수가 그 순간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귀를 찢는 자폭 경보가 낡은 확성기를 통해 조차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경고! 서북 내부망에 불법 실물 권한 침범 발생! 메인 보드 자산에 생화학 사기 위험 통제가 발동 중입니다!”“자금 흐름... 거액이 판을 찍어 누르고 있어요!”허도영이 옆의 보조 화면을 보며 눈알이 튀어나올 듯 갈라진 목소리로 소리쳤다.“심 대표님, 강운시 쪽 그림자 계좌예요! 북부 금융 통제 최고 특권을 써서 핵심 포지션 네 곳의 자금을 전부 끌어왔어요. 서북 열네 개 문서고를 실물 동결하려는 거예요. 우리 메인 보드가 강제로 서킷브레이커에 걸려요!”‘북부의 늙은 괴물들, 그래도 개는 제법 잘 키워 놨네.’심하온은 계속 붉게 치솟는 강제 동결 코드를 죽어라 노려보다가 입꼬리를 지독하게 비틀어 올렸다.“날 동결한다고? 하, 재밌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오른손을 정장 주머니에 넣어 낡은 단추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주머니는 텅 비어 있었다.‘쯧, 아까 기어올

  • 내 남편의 아내   제1159화

    하씨 가문 잔당들이 공포에 질려 일제히 뒤로 물러서기 시작한 바로 그 순간, 무쇠 벤치 위에 누워 굵은 삼베 밧줄로 꽁꽁 묶여 있던 정윤재가 낡은 풀무 같은 쉰 목소리로 멀리서 신경질적인 광소를 터뜨렸다.그 웃음에는 서북 본거지 특유의 흙 비린내와 목숨을 내던지는 건달 기질이 느껴졌다.퍽!둔탁한 소리가 났다.극단적인 웃음 속에서 정윤재의 가슴 근육이 폭발적으로 솟았다. 왼쪽 어깨를 옭아맨 가장 위쪽 두 치 굵기의 삼베 밧줄 하나가 그의 힘에 그대로 물리적으로 끊어졌다.강철 못이 박힌 상처에서 피가 공짜라도 되는 듯 ‘촤악’ 하고 터져 측면의 부러진 철로 위로 넓게 튀었다. 그는 한 손으로 무쇠 벤치를 짚고 피와 모래로 범벅된 얼굴을 든 채 황사가 날리는 불빛 속에서 아주 천천히, 흉악하게 몸을 일으켰다. 늑대 같은 두 눈이 조차장의 새까만 그림자를 뚫고 문 앞의 잔당들의 목을 하나하나 겨누듯 바라봤다.우르르르르르!하지만 그가 손을 들어 무쇠 벤치 자체를 뒤집어엎기도 전에, 조차장 바로 아래, 30년 전에 폐기된 지하 중량 화물 철로 가장 깊은 곳에서 아무런 전조 없이 서북의 시멘트 지반 전체를 물리적으로 깨부술 듯한 초저주파 굉음이 터졌다.지하 무쇠 선로에서 만 톤급 금속 마찰의 비명이 울리자 조차장 바닥 전체가 미친 듯이 갈라졌다. 커다란 시멘트 조각들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땅속 어딘가에 15년 동안 묻혀 있던 거대한 무언가가 그 순간 갑자기 스스로 점화해 미친 듯이 지상으로 치솟고 있었다.그 굉음은 지심 깊숙한 곳을 억지로 파헤치며 올라오는 듯했다.30년 동안 버려져 있던 지하 중량 화물 철로가 그 순간 히스테릭하게 비명을 질렀다. 만 톤급 강철 마찰음이 실물 충격파로 변해 조차장에 남아 있던 곰팡내마저 순식간에 쓸어 버렸다.시멘트 바닥은 마디마디 갈라졌고 자갈들이 타닥타닥 공중으로 튀었다.“젠장! 지진인가?”허도영이 엉덩방아를 찧었다. 방금 갈아 넣은 검은 디젤이 손 전체에 끈적하게 쏟아졌다.하지만 지진이 아니었다.‘359호

  • 내 남편의 아내   제115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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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남편의 아내   제1157화

    대서양 바닥에서 자동화 기계 팔이 스크레이퍼로 뼈 사이를 산 채로 긁어냈던 어깨는 지금 살이 뒤집혀 있었고, 안쪽에는 손가락 한두 마디 폭의 새하얀 부러진 뼈끝까지 보였다.토박이 의원은 차가운 표정으로 기관차 하부를 수리할 때 쓰는 구식 골접합 공기압력 총을 오른손에 들었다.쾅! 쾅! 쾅!둔중한 파공음이 세 번 연속 울렸다.손가락만큼 굵은 중공업 규격 골접합 강철 못 세 개가 아무런 완충도 없이 뼈 틈에 맞춰졌다. 공기압력이 그것들을 정윤재의 쇄골 가장 깊숙한 곳까지 그대로 박아 넣었다.정윤재의 전신이 거칠게 위로 들썩였다. 가슴 근육이 폭발적으로 부풀며 몸을 묶은 굵은 삼베 밧줄이 ‘끼익, 끼익’ 긴 비명을 냈다. 이마의 핏줄은 손가락 두 개 너비로 불거졌고, 턱 근육은 미친 듯이 떨렸다. 이를 악물다 못해 아랫입술까지 깨물어 터뜨려 모래가 섞인 검은 피가 목을 따라 흘렀다.그런데도 이 미친놈은 살려 달라는 신음 한 번 내지 않았다.“쯧, 진짜 쇠로 만든 몸인 줄 아나.”심하온은 휠체어를 밀어 무쇠 벤치 세 걸음 앞에 멈추고 지독하게 비꼬며 웃었다.정윤재는 소리를 듣고 땀과 황사로 범벅된 머리를 기괴하게 옆으로 돌렸다.들개 같은 두 눈에는 핏발이 가득했다. 심하온을 죽어라 노려보던 그가 갑자기 웃었다. 건들건들한 웃음에 입안 가득 피딱지까지 엉겨 있어 보기만 해도 흉악했다.“심 대표... 어머님이 말한 그 자는 어디 있어? ...됐어. 정씨 가문 본국 화로지기의 철인장이나 똑바로 잡아.”이 재앙 덩어리는 모래 섞인 피 가래를 뱉으며 여전히 건달 같은 말투로 비웃었다.“내가 오늘 이 철로 위에서 뒈지면 기억해... 이 강철 못 박힌 뼈를 깨부숴서 강운시로 가져가. 가서 청산해.”“닥쳐.”심하온은 눈꺼풀조차 들어 올리지 않았다.“난 죽은 사람 주문은 안 받아.”서북 폭풍의 눈 한가운데서 두 세대의 미친개가 가장 거친 방식으로 몸에 강철 못을 박아 고정하고 있던 그때, 조차장의 이미 뒤틀려 어긋난 무쇠 대문이 아무런 전조도 없이 바깥

  • 내 남편의 아내   제1156화

    심하온은 무거운 머리를 힘껏 흔들었다.40도 고열은 철갑 셔틀 안에서 약으로 억지로 눌러 37.8도의 미열까지 떨어졌다. 당장 죽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조금 전 물리 충격파에 관자놀이 양쪽 혈관이 불붙은 뇌관처럼 뛰고 있었다.상부 객실이 분리될 때의 진동이 너무 거칠었다. 그녀가 앉은, 충격 흡수 스프링까지 썩어 버린 낡은 무쇠 휠체어는 철제 굉음 속에서 미친 듯이 미끄러졌다.허도영은 지금 엉덩이를 쭉 빼고 휠체어 바퀴 옆에 쭈그려 앉은 채 오른손에는 페인트가 벗겨진 낡은 알루미늄 오일 통을 죽어라 쥐고 있었다.원래 고개를 비스듬히 숙여 베어링 틈에 끈적한 검은 디젤을 조금씩 짜 넣고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열차 충돌에 동작이 끊기며 반 통이 넘는 검은 기름이 무쇠 선로 위로 날아갔다.“심 대표님, 드디어 깨어나셨네요. 임씨 가문의 열차예요! 이 지하에 열차가 숨어 있었어요!”고개를 들자 허도영은 얼굴 절반이 새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대서양에서 알루미늄 열합금탄을 맞으며 생긴 흔적이었다. 기름투성이 정장 소매로 이마를 대충 문질렀다가 오히려 얼굴에 더 긴 검은 줄을 하나 만들었다. 언뜻 보면 불법 탄광에서 막 도망친 광부 같았다.심하온은 대꾸하지 않았다.하나 남은 멀쩡한 왼손은 정장 주머니 속에서 안감에 붙은 낡은 단추 하나를 죽어라 비틀고 있었다. 대서양 바닥에서 건져 온 플라스틱 조각으로, 모서리는 이미 거칠게 닳아 있었다.왼손 엄지에 더 힘을 줬다.거친 플라스틱 모서리가 막 딱지가 앉은 손톱 틈 상처를 옆으로 파고들었다.“쓰읍.”날카로운 통증이 손끝에서 1초 만에 뇌수까지 박히며 눈앞의 검은 눈꽃이 절반 이상 순식간에 흩어졌다. 지금 그녀는 이런 자해 같은 방식으로 미열 속에서도 마지막 정신을 억지로 매달아 두고 있었다.역외의 검은 장부는 이미 대서양에서 결제가 끝났다. 하씨 가문 해외의 수백억 파생 밑천은 법리상 전부 심하온의 것이었다.하지만 서북은 케이맨 제도의 그림자 문서를 인정하지 않았다.이 황사 아래에는 그해 대청산의 밤

  • 내 남편의 아내   제1155화

    그건 폭발이 아니었다. 예술이었다.두 번째 수천 도 알루미늄 열합금 소이탄이 파멸의 비명을 끌고 특수 의료선 마지막 내압 갑판 세 겹을 완전히 뚫었다. 강제로 끓어오른 2만 톤의 바닷물이 검은 기름을 휘감고 무너진 갑판을 따라 산사태처럼 옆으로 들이닥쳤다.무균실의 순티타늄 합금 벽은 고열에 순식간에 넓게 벗겨졌다. 심하온의 몸은 45도로 심하게 기운 갑판 위를 미끄러져 폐쇄된 구석으로 내몰렸다.“심하온 씨! 철청반을 잡아요!”허도영이 자욱한 증기 속에서 목소리가 갈라질 만큼 고함을 질렀다.눈이 멀었다. 망막에는 고압 붉은 빛에 밀려 나온 검은 눈꽃만 가득했다.심하온의 40도 고열 육신은 차가운 바닷물에 닿아 경련했다. 케이맨 제도 그림자 거래 판의 비밀번호와 함께 북위 13도 공해 사각지대에서 말소되기 직전의 만분의 1초, 대서양 수심 2천 미터 아래의 무음 정적이 난폭하기 짝이 없는 물리 충돌음 하나에 찢겨 나갔다.우르르르르르!중유 때와 녹청이 온몸에 엉겨 붙은 초중형 철갑 셔틀 한 척, 정씨 가문 본국의 가장 오래된 ‘화로지기’가 운용하는 특수 인도 잠수정이었다. 그것은 끓어오른 바다 장막을 가르고 무쇠 탑 같은 선체로 의료선 측면을 막무가내로 들이받아 부쉈다. 그리고 무쇠 기밀 감압실 하나를 심하온의 눈앞에 거칠게 들이밀었다.15년 전 임민정이 ‘359’ 면책 코드로 해저 가장 깊은 곳에 잠가 둔 본토 인도용 데드 사인이었다.문이 터져 열리자 정윤재가 하나 남은 멀쩡한 오른손을 뻗었다. 심하온의 정장 뒷깃을 움켜쥔 채 그녀와 허도영을 물리적으로 철갑 셔틀 깊숙한 곳으로 끌어당겼다.쾅!원형 유압 밸브가 수면 아래에서 데드락 됐다. 2만 파운드의 기압이 순간적으로 병합되며 심하온의 양쪽 귀에서 피가 솟았고, 그녀는 검은 디젤 냄새 속에서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흙 비린내가 들러붙은 철갑 괴물은 국제 컴플라이언스 항로 따위 이용하지 않았다. 지하 하천과 폐기 화물 중량철로의 경계에 숨어 있는 본토 사각지대, 암선은 임씨 가문의 최하단 통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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