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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작가: 다섯
임수연은 지금 술은커녕 음식조차 제대로 넘기지 못하는 몸이었다.

하지만 돈이 필요했다.

돈만 있으면 진통제라도 살 수 있었다.

임수연은 천천히 몸을 숙여서 바닥에 놓인 술병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병에 입을 대고 그대로 술을 들이켰다.

독한 술이 목을 타고 넘어가자 온몸이 타들어 가는 듯했다.

목구멍부터 위장까지 불길이 번져가는 것만 같았다.

아팠다.

너무도 아팠다.

순간 가슴이 뒤틀리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몸을 돌린 채 그대로 피를 토해냈다.

붉은 피가 바닥으로 쏟아졌다.

희미한 시야 너머로 신혁준과 송지호의 표정이 순간 굳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순간이었지만 두 사람의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스쳤지만, 그것도 아주 잠시뿐이었다.

곧이어 들려온 임유나의 목소리에 시선이 다시 그녀에게 향했다.

“수연아, 이제 그만 연기하지?”

“예전에도 집에서 빨간 약을 피인 척 뿌려 놓고 엄마 아빠를 속였잖아.”

“이제 와서 또 같은 수법 쓰는 거야?”

두 사람은 차갑게 임수연을 바라봤다.

조금 전 스쳤던 걱정의 기색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신혁준이 싸늘하게 말했다.

“돈 챙겨서 나가.”

임수연은 입가에 묻은 피를 손등으로 닦아냈다. 그리고 두 사람을 향해 조용히 허리를 숙였다.

돈을 챙긴 뒤 말없이 룸을 나섰다.

문이 닫히자 뒤에서 임유나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에휴, 또 저 돈으로 뭘 하려고 저러는 걸까?”

“예전에도 몰래 돈 들고 나이트클럽이나 다녀서, 엄마 아빠가 생활비를 안 주기 시작한 거잖아.”

그 말을 듣는 순간.

임수연의 가슴속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불안감이 스며들었다.

주머니에 돈을 넣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지만, 몇 걸음 떼기도 전에 경호원들이 앞을 가로막았다.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손에 들고 있던 돈다발을 빼앗겼다.

경호원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신 대표님과 송 대표님 지시입니다.”

“이 돈은 차라리 찢어 버릴지언정 당신한테 줄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돈다발은 순식간에 갈기갈기 찢어졌다.

잘게 찢어진 지폐 조각이 허공을 떠다니며 바닥으로 흩날렸다.

임수연은 그대로 주저앉아 떨어진 조각들을 하나씩 주워 모았다.

어떻게든 다시 붙여 보려고 했지만 아무리 맞춰도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렸다.

눈가를 훔치고 또 훔치면서 몇 번이고 다시 맞춰 보려고 했다.

그때 머리 위로 익숙한 비웃음이 들려왔다.

임수연이 천천히 고개를 들자, 눈앞에는 승리감에 젖은 임유나가 서 있었다.

“참 불쌍하다.”

“임수연, 왜 네 인생이 이렇게 된 건지 아직도 모르겠어?”

“엄마 아빠랑 혁준 오빠, 지호가 왜 나한테 그렇게 잘해주는지 알고 싶지 않아?”

임수연은 말없이 시선을 내렸다.

더는 상대하고 싶지 않았지만 임유나는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

“듣기 싫어도 들어.”

“엄마 아빠가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목숨 걸고 수혈해 준 사람이 나라고 속였어.”

“혁준 오빠가 그렇게 아끼는 옥패도 사실은 네가 비를 맞으면서 밤새 찾아낸 거잖아.”

“그런데 내가 가져다줬다고 했지.”

“그래서 혁준 오빠는 날 좋아하게 된 거야.”

“지호도 마찬가지야.”

“예전엔 그렇게 날 싫어했는데 지금은 왜 좋아하는 줄 알아?”

“예전에 신부전으로 쓰러졌을 때 신장을 기증한 사람이 나라고 내가 거짓말했거든.”

임수연은 충격에 휩싸인 채 임유나를 바라봤다.

입술만 떨릴 뿐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임유나는 더욱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임수연, 넌 그렇게 많은 걸 해놓고도 왜 아무 말도 안 했을까?”

“아무 말도 안 한 대가가 뭔지 알아?”

“네가 한 일은 전부 내가 대신 가져갔고, 넌 그 사람들이 날 하늘처럼 떠받드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잖아.”

“하지만 이제 와서 네가 말을 해도 아무도 안 믿어.”

“다들 이미 날 먼저 믿고 있으니까.”

“게다가 넌 증거도 없잖아?”

할 말을 마친 임유나는 승리한 사람처럼 당당하게 등을 돌렸다.

하이힐 소리가 복도 끝으로 멀어져 갔다.

임수연은 말없이 그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조용히 깜빡이는 카메라를 바라봤다.

씁쓸한 웃음이 입가에 번졌다.

예전에는 증거가 없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 영상은 모두에게 남기는 마지막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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