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유산 후, 나는 한 달 동안 중환자실에 누워 있었다. 그런데 내 남편은 첫사랑과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고 있었다. 그는 나와 이혼하기로 마음먹고 나서야 비로소 나를 찾기 시작했다. 남편은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언제까지 철없는 짓을 할 거냐며 따져 물었다. 죽어 가는 나를 바라보던 엄마는 완전히 마음이 식어 버렸다. “이제 다시는 너를 괴롭힐 일 없을 거야. 됐어?”
View More경찰은 곧 엄마의 말이 진실임을 확인했다.이미 혼란에 빠져 있던 한기범에게 이 진실은 치명적인 일격이었다.진실을 안 뒤로 한기범은 모든 기운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변했다.낮이든 밤이든 경찰이 무슨 질문을 해도 그는 멍한 얼굴로 같은 말만 반복했다.“설연이 보고 싶어요. 제발요. 설연이를 봐야 해요.”“설연이 보고 싶어요. 만나게 해주세요.”“내가 한 번만 안아 주면 안 아플 거예요. 예전에 설연이 아플 때도 늘 그랬어요.”아무도 그가 정말 나를 보고 싶어 한다고 믿지 않았다.경찰을 포함한 모든 사람은 한기범이 그저 연기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뒤늦은 후회와 절절한 사랑을 연기하여 법의 심판을 피하려는 수작이라고 생각한 것이다.경찰뿐만이 아니었다. 마침내 한기범과 마주한 이지혜조차 더는 연기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맞아요. 설연 씨가 기범 씨를 업고 산 아래로 내려왔어요. 저는 그냥 지나가다 보고, 얼떨결에 생명의 은인인 척 좀 해 본 거고요.”“그때 설연 씨가 기범 씨 좋아하는 걸 보고, 남자 한번 뺏어 보면 재밌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기범 씨가 너무 빨리 넘어와서 재미도 없었네요.”이지혜는 이전과는 180도 달라진 태도로 차갑고 악독하게 말을 이었다.“우리 집에 일만 안 생겼고, 기범 씨가 지금 돈 좀 있는 사람이 아니었으면 제가 왜 다시 찾아왔겠어요?”“일부러 설연 씨를 자극하고, 설연 씨가 저를 계단에서 밀었다고 연기한 것도 맞아요. 그래도 조금 다치긴 했으니 저도 나름 아프긴 했죠.”그 말을 듣는 순간 한기범의 텅 비었던 눈동자에 얼음 같은 증오가 차올랐다.하지만 인제 와서는 아무 소용도 없었다.이지혜는 그를 비웃듯 바라봤다.“남은 인생은 감옥에서 천천히 보내세요.”순간 나는 한기범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분노에 휩싸이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가면을 벗어 던진 두 남녀를 보며 웃음이 터져 나올 뻔했지만 나를 위해 밤낮으로 울고 있는 엄마를 생각하니 웃을 수가 없었다.다행히 병원 관계자들은 엄마에게 이 일을 인터넷에 공
결국 한기범의 소원은 이루어졌다.엄마가 마음이 약해져 그의 요구를 받아준 것은 아니었다.엄마는 한기범이 나를 간접적으로 죽게 만든 진짜 원인일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그와 직접 대면해 따져 묻기로 했다.“네가 설연을 밀었어? 네가 내 딸을 이렇게 만든 거야?”엄마는 중환자실 안에 누워 있는 나를 가리키며 울먹였다.“한기범, 똑바로 봐. 내 딸 보고 제대로 말해.”양손에 수갑을 찬 한기범은 병상 위의 나를 보자마자 또 눈물을 쏟았다.나는 예전에는 이 남자가 이렇게 눈물이 많은 사람인지 몰랐다.며칠 동안 나는 그가 우는 모습을 수도 없이 봤다.대체 어떻게 아직도 눈물이 남아 있는 걸까.한기범의 눈물은 정말 끝이 없는 것 같았다.그는 나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유리창 앞으로 달려갔다.하지만 경찰이 그를 붙잡고 있어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한기범은 초췌해진 내 모습을 보자 갈라진 목소리로 소리쳤다.“설연아. 빨리 눈을 떠봐. 네가 연기한 거라고, 날 속인 거라고 말해. 설연아, 이러지 마, 네가 죽으면 나한테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네가 죽어도 난 너랑 이혼 안 해. 설연아.”나는 미친 듯이 소리치는 한기범을 보며 잠시 멍해졌다.‘며칠이나 갇혀 있던 탓에 정신이 이상해진 게 아니야?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지? 예전에는 입만 열면 이혼하자고 억지 부렸잖아.’엄마는 한기범이 또 연기한다고 생각해 더욱 분노했다.“넌 네 아이를 죽이고 네 아내를 죽게 만들고도 아무렇지 않게 그 이지혜라는 여자랑 여행을 다녔어. 넌 인간도 아니야. 예전에 설연이가 목숨 걸고 널 구했는데, 넌 결국 설연을 죽인 살인마가 된 거라고.”엄마는 그날의 진실을 알고 있었다.엄마의 허락을 얻기 위해 나는 내가 한기범을 위해 얼마나 미친 짓을 했는지 엄마에게 전부 털어놓았었다.내가 죽어가는 이 순간 그 비밀이 드러나게 될 줄은 몰랐다.한기범은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사람처럼 굳어 버렸다.그는 눈을 크게 뜨고 엄마에게 소리쳤다.
한기범은 경찰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그는 손을 떨더니 다시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설연이를 만나야겠어요. 설연이가 죽을 리 없어요. 유산이라니, 어떻게 유산을 해요? 우린 5년 동안 아이도 안 생겼는데. 분명 절 속이는 거예요. 또 연기하는 거라고요.”그는 당장이라도 경찰서 밖으로 뛰쳐나갈 기세였다.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 경찰들이 한기범을 바닥으로 제압하고 수갑을 채웠다.바닥에 납작 엎드린 한기범은 몸부림치며 비명을 질렀다.“설연이를 만나게 해 줘요. 설연이가 죽는다는 거 못 믿어요. 그럴 리가 없어요.”나는 붉게 충혈된 한기범의 눈과 일그러진 얼굴을 바라보며 쓸쓸히 고개를 저었다.‘내가 죽으면 당신은 이 결혼에서 해방될 수 있잖아. 이지혜와도 마음껏 함께할 수 있고. 그런 결말이면 더 좋지 않아? 당신이 원한 거잖아.’‘그런데 왜 기뻐하지 않지? 왜 조금도 만족스러워하지 않은 얼굴이야?’경찰들이 한기범을 억누르는 동안 그의 처절한 절규가 경찰서 안을 가득 메웠다.그러다 갑자기 한기범의 목소리가 뚝 끊겼다.한기범은 한순간에 온 힘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몸부림을 멈췄다.그는 바닥에 엎드린 채 머리를 바닥에 찧으며 흐느끼기 시작했다.“설연이를 만나게 해주세요. 설연이를 만나게 해 달라고요. 설연이가 죽을 리 없어요. 믿을 수 없다고요.”“설연아, 인제 그만 나한테 화내. 내가 잘못했어. 잘못했다고 사과할게, 응?”그의 말과 함께 억눌린 울음소리가 섞여 나왔다.나는 믿을 수가 없어 쪼그리고 앉아 그의 얼굴을 들여다봤다.한기범의 얼굴은 어느새 눈물로 흠뻑 젖어 있었다.그는 힘없이 흐느끼면서 가까스로 고개를 돌려 경찰을 바라봤다.“한 번만 만나게 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얼굴 한 번만 보면 돼요. 설연은 안 죽어요. 설연이가 나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아요? 그러니까 안 죽는다고요.”경찰이 그런 요구를 쉽게 들어줄 리 없었다.만약을 위해 그들은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관계를 확인했고, 각지의 CCTV를 뒤져 내 행적을
엄마는 이제 한기범에게 더할 말조차 없었다.엄마는 차갑게 대답했다.“자네는 설연을 볼 자격 없어.”한기범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거짓말하지 마세요. 더는 속이지 말라고요. 설연이 나오라고 하세요. 죽기는 누가 죽는다고 그래요? 설연이가 죽을 리 없어요. 절대 그럴 리 없다고요.”엄마 역시 참아왔던 분노를 터뜨렸다.“그럴 리 없다고?”엄마도 감정이 격해졌다.“내 딸이 내 눈앞에서 이렇게 고통받고 있는데 아직도 설연이가 거짓말한다고 생각해? 한기범, 난 설연이 편히 가게 해줄 거야. 다시는 네 놈의 그 추악한 얼굴을 내 딸이 보지 못하게 할 거라고.”엄마는 전화를 끊고 떨리는 손으로 한기범의 번호를 차단했다.한기범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한참을 서 있었다.주먹을 꽉 쥐고 잠시 고민하던 그는 다급히 집을 뛰쳐나갔다.나는 그를 따라 차에 올라탔다.또 이지혜를 찾아가려는 줄 알았는데 한기범은 내비게이션을 켜고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차를 몰았다.병원에 들어서자마자 중환자실이 어디냐고 묻고, 지설연이라는 환자가 있는지 확인하기 시작했다.“제가 그 사람 남편입니다. 혹시 여기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까요?”간호사는 초조해하는 한기범을 못마땅한 얼굴로 바라봤다.“정말 환자분 남편이세요? 남편이신데 아내분이 어느 병원에 계신지도 모르신다고요?”간호사는 그를 사기꾼이나 수상한 사람으로 의심했다. 결국 경비를 불러 한기범을 병원 밖으로 내보냈다.한기범은 차로 돌아와 핸들을 세게 내려쳤다.나는 이 정도로 창피를 당했으니 이제는 좀 포기하는 줄 알았다.‘대체 왜 이래? 인제 그만 서로 놓아주자. 나도 조용히 떠날 수 있게 내버려 줘.’하지만 오늘따라 한기범은 평소와 다르게 행동했다.그는 휴대폰을 꺼내 경찰에 신고했다.“안녕하세요. 신고하려고요. 제 아내가 실종됐습니다.”전화 속 한기범의 목소리만 들으면 마치 정말 내 안전을 걱정하는 사람 같았다.나는 그게 우습고도 황당했다.이혼하겠다고 마음먹고 나서야 자신에게 아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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