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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참, 유 사장님. 새로 오신 지사장님은 지금 어디에 계세요?”

장대춘이 물었다.

옆에 있던 장호기도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회장님은 지금 VIP실에서 쉬고 계십니다. 파티가 정식으로 시작되면 나오실 겁니다.”

유보성이 대답했다.

그러자 장대춘이 웃으며 물었다.

“그래요? 그럼…… 제가 먼저 VIP실에 가서 지사장님을 한번 봬도 될까요?”

새 지사장이 취임한 지금, 장대춘이 계속 화정그룹과 거래하려면 그 새로 온 지사장에게 잘 보여야 하는 게 마땅했다.

“제가 지사장님에게 그쪽의 뜻을 전달해 드릴 수는 있습니다만, 지사장님께서 그쪽을 만날지 말지는 제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이에 유보성이 대답했다.

“그럼요. 부탁 할게요.”

장대춘이 웃으며 말했다.

장대춘의 회사는 단지 현지의 작은 건재회사일 뿐, 서남 최고점에 있는 화정그룹과는 비교도 안 됐다.

……

VIP실.

호텔 회장이 떠나고 얼마 되지 않아 임운기의 핸드폰이 울렸다.

“네, 유 사장님.”

“지사장님, 홍달건재유한공사의 장대춘과 그의 아들 장호기가 회장님을 찾아 뵙고 싶어합니다.”

유보성이 말했다.

“나를 만나고 싶어 한다고요?”

임운기가 듣더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장호기가 학교에서 그에게 심한 말을 했었는데, 오늘에 바로 그를 만나고 싶어하다니.

‘인연이라는 게 참 신기하단 말이지.’

장호기는 자기가 그토록 만나보고 싶어하는 새 지사장님이 임운기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 게 분명했다.

“데리고 오세요.”

임운기가 웃으며 말했다.

“예, 지사장님.”

유보성이 대답한 후 전화를 끊었다.

호텔 입구.

“유 사장님, 어때요? 지사장님께서 승낙하셨나요?”

장대춘과 장호기가 기대에 찬 표정으로 유보성을 바라보았다.

“올라 오시랍니다.”

유보성이 말했다.

“네!”

장대춘과 장호기가 듣더니 기뻐하며 대답했다.

이때의 장호기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자기가 그토록 만나고 싶어하는 새 지사장이 바로 임운기라는 것을.

“따라오세요.”

유보성은 장호기 부자와 함께 2층의 VIP실로 향했다.

그러던 중, 장대춘이 물었다.

“유 사장님, 새 지사장님의 내력에 대해 조금만 귀띔해 줄 수 있을까요? 새 지사장님이 엄청 젊으시고 뒷배도 어마어마하다고 들었는데 진짜인지 모르겠네요.”

이에 유보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두 분이 상상하지도 못할 만큼 빽이 어마어마하신 분입니다.”

“그래요?”

장대춘과 장호기가 듣더니 더욱 궁금해졌다.

“유 사장님, 어서 말해봐요, 새 지사장님이 도대체 어떤 빽을 가지고 있는지.”

장대춘이 다시 물었다.

장호기도 궁금해하는 얼굴로 유보성을 쳐다보았다.

“새로 오신 지사장님은 류충재 회장님의 외손자이십니다.”

유보성이 대답했다.

“네? 류충재 회장님의 외손자라고요?”

두 사람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류충재는 서남의 갑부, 화정그룹의 창시자로서 장호기 두 부자가 죽어도 가까이에 할 수 없는, 평생 우러러볼 수밖에 없는 그런 두려운 존재이다.

“빽이 확실히 대단하시네요.”

장대춘이 감탄했다.

“아빠, 우리도 곧 그런 높은 곳에 있는 분을 만날 수 있다니요.”

장호기가 흥분해서 말했다.

“그래. 그러니 더 조심스럽게 대해야 해. 너 꼭 공손한 태도를 취하고, 절대 함부로 말해서는 안 돼, 알았지?”

장대춘이 흥분해 하는 장호기에게 말했다.

장대춘은 이미 속으로 다짐했다. 무조건 조심스럽고 신중한 태도로 류충재의 외손자를 대하겠다고.

류충재의 외손자와 좋은 관계를 맺을 수만 있다면, 그와 그의 회사는 앞으로 반드시 크게 성공할 것이니까.

“아빠 걱정 마세요. 그렇게 대단한 인물을 제가 감히 함부로 대할 리가 없잖아요.”

장호기가 말했다.

VIP실.

똑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들어오세요.”

임운기가 말했다.

곧이어 문이 열렸고 세 사람이 방으로 들어왔다.

선두에 선 사람은 유보성이었고, 그 뒤에는 장호기 부자가 따르고 있었다.

장호기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재빨리 고개를 들었다. 새 회장님이 대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하지만 임운기를 알아본 순간, 장호기의 미소가 사라졌다.

‘임운기? 저 자식이 왜 여기에 있는 거지?’

하지만 방에는 임운기 외에 아무도 없었다.

이때 유보성이 입을 열었다.

“장 사장님, 장 도련님. 이분이 바로 새로 오신 임운기 지사장님이십니다.”

‘뭐!?’

장호기가 듣자마자 완전히 멍해졌다.

장대춘은 장호기의 심상치 않음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얼른 아첨하는 미소를 지으며 임운기를 향해 몸을 굽혔다.

“홍달건재회사의 장대춘입니다. 지사장님을 처음 뵙겠습니다!”

그러고는 자신의 아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장호기가 제자리에 멍해 있는 모습에 그는 바로 미간을 찌푸리고 호통쳤다.

“장호기, 뭐 하는 거야! 빨리 인사를 드려야지!”

“왜…… 왜 너야!”

장호기는 아버지의 말에 대답하기는커녕 오히려 눈을 부릅뜨고 임운기를 노려보았다. 너무 놀란 나머지 목소리마저도 귀에 거슬릴 정도로 날카로웠다.

화정그룹 청양지사의 새 지사장이 임운기일 줄은 생각지도 못한 듯했다.

“장호기, 너 뭐 하는 거야! 빨리 지사장님에게 인사드려!”

장대춘은 아들의 헛소리에 화가 나서 바로 그의 다리를 발로 찼다.

분명 들어오기 전에 공손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알려줬는데도 들어오자마자 소리를 지르니, 화가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에 임운기가 웃으며 장대춘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장 사장님, 의아해할 필요도, 이상해 할 필요도 없습니다. 저 호기랑 아는 사이입니다. 심지어…… 같은 반 친구거든요.”

“같은 반 친구라고요?”

장대춘이 듣더니 멍해졌다.

이때, 임운기가 가죽 소파에서 일어나 장호기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러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장호기, 나 보고 놀랐지? 내가 어제 교실에서 말했잖아. 우리 오늘 파티에서 만날지도 모른다고, 이제야 믿어지나?”

“너…… 네가 어떻게 새로 온 지사장이야? 네가 류충재의 외손자라니! 뭔가 잘못됐어!”

장호기가 연거푸 고개를 저었다. 그는 이 사실을 전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에 옆에 있던 유보성이 차가운 소리로 질책했다. “장호기 씨, 말 조심하세요. 이분은 우리 지사의 새 지사장님이시자 류 회장님의 외손자가 맞으십니다.”

장호기가 유보성의 말을 듣더니 바로 절망에 빠졌다.

유보성이 그토록 확신하고 있고, 임운기도 이 방에 앉아 있었으니, 장호기는 아무리 믿기지 않아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순간 어제 주임에게 임운기를 퇴학시키라고 했을 때 총장이 왜 임운기를 그렇게 감싸고돌았는지 알 것 같았다. 총장은 이미 임운기의 빽을 잘 알고 있었겠지…….

게다가 임운기가 감히 펜으로 자신을 찌를 수 있었던 것도 그의 빽이 그를 커버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서 였을 것이고.

장호기는 순간 등골이 서늘해 났다. 많이 두려운 듯했다.

자기가 여태껏 이토록 무서운 존재와 맞서고 있었다니!

장대춘은 그제야 심상치 않음을 눈치채고 장호기를 향해 큰 소리로 물었다.

“장호기, 똑바로 말해! 너 지사장님의 미움을 산 적이 있어?”

“저…… 저…….”

지금의 장호기는 온통 절망뿐이었다.

장호기의 반응에 장대춘은 순간 확신했다. 장호기가 임운기에게 미운 털이 박힌 게 분명하다고.

분노한 장대춘은 발로 장호기를 세게 걷어찼다.

“망할 자식! 당장 무릎 꿇고 지사장님에게 사과하고 사죄해!”

장대춘은 너무 화가 났다. 장호기가 임운기의 미움을 산 것 때문에 화정그룹과의 계약이 끊어질 수도 있으니까.

하필이면 회사의 대부분 업무가 전부 화정그룹과 연관되어 있으니 만약에 화정그룹이 더 이상 그들과 거래하지 않는다면 회사가 점차 몰락하고 파산되는 건 시간의 문제였다.

게다가 류충재의 외손자라는 점만으로도 그들이 함부로 미움을 사서는 안 되는 건데.

장호기도 그 정도의 일이란 걸 모르는 건 아니다.

공포에 빠진 장호기는 식은 땀을 줄줄 흘리면서 온몸을 떨고 있었다.

그러다 바로 무릎을 꿇었다.

“지사장님,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장호기는 말하면서 자기 얼굴을 세게 때렸다.

그도 잘 알고 있었다. 류충재의 외손자라는 신분만으로도 임운기는 그를 아주 쉽게 죽일 수 있다는 걸.

게다가 그는 절대 반항할 마음을 품을 수 없다는 것도.

그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용서를 구하는 것뿐이다!

“허, 어제까지만 해도 나를 퇴학시킨다고 하지 않았나? 내 앞길도 망치겠다면서? 그런데 왜 이제 와서 용서를 비는 거지?”

“저…… 저…….”

장호기의 얼굴이 순간 빨개졌다.

무릎 꿇고 용서를 빌고 있는 장호기를 보면서 임운기는 냉소하며 말했다.

“내가 어제 말했잖아. 만약 네가 사과한다면 너를 용서해 줄 수도 있다고. 하지만 넌 그 기회를 잡지 않고 굳이 지옥으로 향하는 길을 택했지.”

장호기가 듣더니 놀라서 온몸을 떨었다. 임운기가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장호기는 바로 임운기의 발 밑으로 기어가 그의 허벅지를 안고 애원했다.

“운기야, 제발! 우리 같은 반 친구잖아, 한 번만 기회를 줘. 날 용서해 달라고!”

지금 장호기의 모습은 낭패하기만 할 뿐 전에 임운기한테 못된 말을 퍼부으며 날뛰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꺼져!”

임운기는 장호기를 발로 차버렸다.

장호기 같은 사람은 전혀 연민할 가치가 없었다.

임운기가 유보성을 향해 말했다.

“유 사장님, 오늘부터 홍달건재회사와의 모든 계약을 중지하고 그들의 어떤 건재도 구매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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