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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라진 생일
내가 사라진 생일
Author: 보리들

제1화

Author: 보리들
쌍둥이 언니보다 겨우 5분 늦게 태어났다는 이유로... 나는 가족에게 엄마를 죽인 불길한 아이로 낙인찍혔다.

나는 어릴 때부터 가족의 편애와 언니의 질투 속에서 자랐다. 말기 암 판정을 받기 전까지는 그랬다.

나는 더는 조심스럽게 가족의 온기를 구걸하지 않기로 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려는 내 앞에서... 나를 외면했던 사람들이 미쳐 가기 시작했다.

...

“민재 씨, 나 문 앞이야.”

목이 아파서 쉰 내 목소리를 들은 남자친구 고민재는 잠시 말이 없었다.

오래 침묵하지는 않았다.

고민재는 곁에 있던 직원을 불러 나를 들여보내라고 했다.

오빠 천지훈이 가장 먼저 나를 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에 얼굴에서 웃음기를 싹 지웠다.

“천지연, 어디 갔다가 이제 와? 오늘 지아 생일인 거 몰라? 파티 다 끝나 갈 때 나타나면 어쩌자는 거야.”

식탁에서 나이프와 접시가 부딪치는 소리가 거슬리게 울렸다.

아버지가 낮게 코웃음을 쳤다.

“지아보다 5분 늦게 태어난 것도 모자라, 하는 짓은 지아 발끝도 못 따라가. 이런 고급 레스토랑에 오면서 그 꼴이 뭐냐? 옷이라도 좀 제대로 입고 오지.”

나는 의자를 빼고 조용히 앉았다.

‘아, 기억은 하는구나.’

‘나와 천지아가 같은 날 태어났다는 걸...’

그저 내 생일을 챙기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

“언니 생일 선물 사러 갔다 왔어요. 갈아입을 시간도 없었고요.”

나는 입꼬리를 살짝 당기며 차분히 대답했다.

내가 평소처럼 맞받아치지 않자 모두가 잠시 멈칫했다.

분위기는 어색하게 가라앉았다.

유리창 밖에서 보았던 따뜻한 장면과는 완전히 달랐다.

아버지는 고개를 돌리며 중얼거렸다.

“핑계는...”

오빠가 헛기침하며 분위기를 수습하려 했다.

“아버지가 지금 말씀은 저렇게 하셔도 네가 없을 때는 네 얘기를 제일 많이 하셔.”

나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내 욕을 제일 많이 했다는 뜻이겠지.’

이어 오빠는 랍스터 살 한 조각을 집어 내 그릇에 올려놓았다.

“먹어. 오늘 이거 항공편으로 들여온 랍스터야. 살이 달고 탱글탱글하더라. 아버지가 너 먹으라고 따로 남겨 두라고 하셨어. 지연이 네가 이거 제일 좋아하잖아.”

그릇 위에 놓인 랍스터 살을 보자 숨이 막혔다. 누가 심장을 움켜쥔 듯 메스꺼움이 치밀었다.

나는 해산물 알레르기가 있다.

랍스터를 좋아하는 사람은 내가 아닌 천지아였다.

나는 차갑게 웃었다.

“다들 기억력 정말 좋네요.”

아버지가 거칠게 식탁을 내리쳤다.

“너 지금 누구한테 그런 표정이야? 가족이 다 네 생각해서 해 주는 건데 그게 잘못이냐?”

“셋 중에 네가 어릴 때부터 제일 속을 썩였어. 네 엄마를 죽게 만든 것도 모자라 이제는 나랑 네 오빠까지 화병 나게 할 셈이냐!”

한 글자 한 글자가 촘촘한 바늘처럼 살을 파고들었다.

바늘은 사라졌지만, 통증은 오장육부에 박혀 사지를 타고 흘렀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랍스터 살을 집었다. 입에 넣고 크게 씹어 삼켰다.

정말 맛있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맛있는 것을 얻는 데도 늘 큰 대가가 필요했다.

랍스터 살도 그랬고, 사랑도 그랬다.

“저는 엄마가 많이 그리워요. 아빠랑 오빠를 화나게 하고 싶었던 적도 없어요. 랍스터를 먹기 싫은 건 제가 해산물 알레르기가 있어서예요. 그런데 여기 있는 사람 중 누구도 그걸 기억하지 못하네요.”

나는 남의 이야기를 전하듯 평온하게 말했다.

아버지의 표정이 조금 굳어졌다. 그래도 아버지는 끝까지 물러서지 않았다.

“네가 워낙 까다롭게 굴잖아. 남들이 기억 못 하면 네가 먼저 말했어야지.”

오빠의 표정이 달라졌고, 바로 내 손을 잡아당겼다.

“우리는 가족이야. 가족한테 괜히 오기 부리고 버티지 마. 말 들어. 당장 뱉어.”

고민재도 벌떡 일어나 내 곁으로 다가왔다.

“알레르기는 장난칠 일이 아니야. 빨리 뱉으라고.”

고민재의 눈에 담긴 걱정은 진짜였다.

나는 그 눈을 보니 잠시 정신이 흐려졌다.

내가 고민재의 손을 잡으려던 때, 옆에서 갑자기 짧은 비명이 터졌다.

고민재는 바로 내 손을 피하듯 놓고 재빠르게 두 걸음 만에 천지아를 받아 안았다.

쓰러지려던 천지아의 허리를 감싼 큰 손이 지나치게 자연스럽고 다정했다.

“왜 그래? 어디 불편해?”

고민재는 늘 차분하고 절제된 사람이었다. 감정을 크게 드러내는 법이 거의 없었다.

이렇게 초조하고 애타는 표정은 나도 본 적이 없었다.

나는 허공에 떠 있던 손을 천천히 거두었다. 웃음이 나올 만큼 우스꽝스러웠다.

천지아는 고민재의 품에 기대어 식탁 위 물건을 가리켰다.

“지연이가 나에게 줄 생일 선물을 준비했다길래 열어 보려고 했어.”

“그런데 왜 여기 피가 묻어 있어? 민재 씨, 오빠, 아빠, 너무 무서워...”

자세히 보니 목걸이 케이스 위에는 정말 가느다란 핏자국이 있었다.

아마 내가 쓰러질 때 팔을 긁힌 탓에 실수로 묻은 모양이었다.

아버지는 목걸이 케이스를 멀리 내던졌다.

“지아가 피를 무서워하는 거 몰라? 네가 언니를 못살게 하려고 작정했구나!”

그 목걸이는 이번 시즌 신상품이었다. 내가 1년 동안 돈을 모아 산 선물이었다.

오빠도 실망한 눈으로 나를 보았다.

“그 브랜드 포장에 흠집 없는 거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 네가 아무리 기분이 나빠도 선물에 피를 묻혀서 지아를 힘들게 만들면 안 되지.”

고민재는 방금 개인 주치의와 통화한 것을 끊고 나를 향해 매섭게 말했다.

“네가 동생이라는 이유로 매번 제멋대로 굴 수 있는 건 아니야. 지아한테 사과해.”

천지아가 나를 바라보았다. 눈 속에는 감추지 않은 승리감이 가득했다.

나와 천지아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우리가 쌍둥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늘 내가 더 섬세하고 예쁘게 생겼다고 말했다.

게다가 나는 무언가 배우는 것도, 해내는 것도 천지아보다 항상 나았다.

천지아는 오래전부터 나를 질투했다.

천지아는 겉으로는 너그럽고 온화한 척했지만, 뒤에서는 늘 아버지와 오빠의 편애를 이용해 나를 밀어냈다.

이제는 내 남자친구인 고민재마저 천지아 쪽에 서 있었다.

나는 피가 배어 나온 팔의 상처를 손으로 눌렀다. 몸 안쪽까지 서늘해졌다.

“미안해, 언니.”

“내가 잘못했어. 모두 기분 상하게 해서 미안해. 앞으로는 절대 이런 일 없게 할게.”

나는 낮게 말했다. 가냘프고 순한 목소리였다.

내 앞의 몇 사람 눈에 담겼던 혐오와 짜증이 그대로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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