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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던 날, 꽃이 피었다

떠나던 날, 꽃이 피었다

作家:  스칼렛 플레임完了
言語: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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概要

결혼

후회남

편애/이기적인

임신

가슴 아픈 사랑

결혼 8년 만에 나는 드디어 차선우의 아이를 가졌다. 이번이 여섯 번째 시험관 시술이자 마지막 기회이기도 했다. 의사는 더 이상 무리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그에게 이 좋은 소식을 전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혼기념일을 일주일 앞둔 날, 익명으로 사진 한 장이 도착했는데... 사진 속에서 남편 차선우가 고개를 숙이고 다른 여자의 임신한 배에 입을 맞추고 있었다. 그 여자는 차선우와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소꿉친구였다. 심지어 차선우의 가족들도 눈여겨 봐왔던 다정하고 착한, 더욱이 어른들의 환심을 사는 이상적인 며느릿감이었다. 가장 어이없는 것은 그들 온 가족이 이미 아이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나만 웃음거리로 취급당해버렸다. 내가 만신창이가 되도록 지탱해 온 결혼 생활이 사실은 그들이 공들여 짜놓은 다정한 거짓말에 불과했다. 관두자, 차선우 이 인간 내가 버리면 그만일 터. 뱃속의 소중한 이 아이는 절대 거짓 속에서 태어나서는 안 된다. 나는 이곳을 떠나려 비행기 표를 끊었다. 날짜는 우리의 8주년 기념일로 정했다. 이날은 차선우가 나와 함께 장미 정원에 가기로 했다. 결혼 전, 그는 내게 약속했었다. 오직 나만을 위한 장미 정원을 선물하겠다고. 하지만 이건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이 남자가 장미 정원에서 임신한 소꿉친구와 입 맞추고 있을 줄이야. 내가 떠나고 나서야 차선우는 비로소 빈자리를 느끼고 온 세상을 헤치면서 나를 찾아다녔다. “가지 마, 제발...” 그가 애원했다. “내가 잘못했어. 제발 가지 마.” 차선우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미꽃을 그 정원에 심었다. 그제야 그는 나에게 했던 약속을 떠올렸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그 약속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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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1話

제1화

“안은지 씨, 시험관 시술 여섯 번 만에 아이를 가졌는데 정말 지우실 건가요?”

“네.”

나는 밤을 꼬박 새운 탓에 목소리가 갈라졌지만, 머릿속은 더없이 또렷했다.

수술은 일주일 뒤, 우리의 결혼기념일로 잡았다.

별안간 휴대폰 화면에 실검 알림이 떴다.

차선우가 억대 예산으로 호화로운 저택을 매입하고 정원 가득 장미를 손수 심었다고 한다. 거기에 오직 안은지만 사랑한다고 온 세상에 다시 한번 선언했다.

수없이 쏟아지는 댓글들, 하나같이 그들의 사랑을 부러워했다.

하지만 내게는 그저 아이러니일 뿐이었다.

임신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차선우에게 가장 먼저 이 좋은 소식을 알리고 싶었다.

그런데 그때, 낯선 이에게서 메시지를 한 통 받았다.

사진 속에는 차선우의 어릴 적 친구인 민채원이 환하게 웃고 있었고 차선우는 그녀의 볼록한 배에 입을 맞추며 행복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여섯 번의 고통스러운 시술 끝에 얻은 아이인데 왜 이렇게 조롱받는 느낌이 드는 걸까?

이때 문이 열렸다.

붉게 충혈된 내 눈을 본 차선우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왜 그래? 시험관 시술이 또 실패했어? 울지 마. 아이 갖지 못해도 괜찮아. 난 너만 있으면 돼.”

하... 위선적인 인간!

밖에 곧 태어날 아이도 있으면서...

한편 차선우는 나의 이상한 기색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나직이 달랬다.

“여보, 일주일 뒤면 우리 결혼기념일이야. 널 위해 정원에 장미를 한가득 심어 뒀어.”

나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이 일로 차선우와 다투지 않았고 일부러라도 슬픔을 드러내지 않았다.

차선우의 힘이라면 내가 이곳을 떠나지 못하게 막을 것이 뻔했다.

나는 반드시 증거를 모아 그와 이혼해야 한다.

“나도 결혼기념일 선물 준비했어. 일주일 뒤에 줄게.”

“진짜? 엄청 기대된다.”

차선우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울지 말고 얼른 가서 씻어. 우리 집에 가서 저녁 먹어야지.”

차선우의 어머니는 나를 싫어했다. 우리는 매달 말, 시댁에 갈 때만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은지야, 이따 엄마가 무슨 말을 하든 마음에 담아두지 마.”

차선우 역시 어머니가 나를 싫어한다는 것을 알기에 내 손을 꼭 잡고 당부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차선우 어머니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세상에! 아기가 정말 귀엽네!”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어머니 곁에 있는 여자는 바로 임신 사진의 주인공이었다.

차선우의 어머니는 내 얼굴을 보더니 웃음을 거두었다. 그녀는 차선우에게 초음파 사진을 건넸다.

“선우야, 이 사진 좀 봐봐. 채원이 아기 코가 너랑 똑 닮았어.”

차선우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은근한 경고가 담겨 있었다.

“엄마, 농담하지 마세요. 채원이 아기가 어떻게 저를 닮아요?”

차선우의 아버지도 아내에게 한마디 했다.

“아무리 손주 욕심이 나도 그렇지. 은지도 있는데 말 좀 가려서 해.”

내 심장은 얼음처럼 차갑게 식었고 두 손이 걷잡을 수 없이 떨려왔다.

민채원의 존재를 차선우의 가족들이 전부 알고 있었다니. 나만 빼고 다...

나는 영혼 없이 식탁에 앉았다. 차선우는 평소처럼 자상하게 나를 챙겼다.

“여보, 오늘 새우 정말 싱싱해. 내가 까줄게.”

그는 늘 그렇듯 태연한 얼굴로 나를 대했다.

“선우 너 은지 씨한테 정말 잘해주네. 부러워. 나도 새우 좋아하는데 하나 까주면 안 돼?”

민채원이 뜬금없이 입을 열었다. 그녀의 말투에는 은근한 도발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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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안은지 씨, 시험관 시술 여섯 번 만에 아이를 가졌는데 정말 지우실 건가요?”“네.”나는 밤을 꼬박 새운 탓에 목소리가 갈라졌지만, 머릿속은 더없이 또렷했다.수술은 일주일 뒤, 우리의 결혼기념일로 잡았다.별안간 휴대폰 화면에 실검 알림이 떴다.차선우가 억대 예산으로 호화로운 저택을 매입하고 정원 가득 장미를 손수 심었다고 한다. 거기에 오직 안은지만 사랑한다고 온 세상에 다시 한번 선언했다.수없이 쏟아지는 댓글들, 하나같이 그들의 사랑을 부러워했다.하지만 내게는 그저 아이러니일 뿐이었다.임신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차선우에게 가장 먼저 이 좋은 소식을 알리고 싶었다.그런데 그때, 낯선 이에게서 메시지를 한 통 받았다.사진 속에는 차선우의 어릴 적 친구인 민채원이 환하게 웃고 있었고 차선우는 그녀의 볼록한 배에 입을 맞추며 행복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여섯 번의 고통스러운 시술 끝에 얻은 아이인데 왜 이렇게 조롱받는 느낌이 드는 걸까?이때 문이 열렸다.붉게 충혈된 내 눈을 본 차선우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왜 그래? 시험관 시술이 또 실패했어? 울지 마. 아이 갖지 못해도 괜찮아. 난 너만 있으면 돼.”하... 위선적인 인간!밖에 곧 태어날 아이도 있으면서...한편 차선우는 나의 이상한 기색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나직이 달랬다.“여보, 일주일 뒤면 우리 결혼기념일이야. 널 위해 정원에 장미를 한가득 심어 뒀어.”나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이 일로 차선우와 다투지 않았고 일부러라도 슬픔을 드러내지 않았다.차선우의 힘이라면 내가 이곳을 떠나지 못하게 막을 것이 뻔했다.나는 반드시 증거를 모아 그와 이혼해야 한다.“나도 결혼기념일 선물 준비했어. 일주일 뒤에 줄게.”“진짜? 엄청 기대된다.”차선우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울지 말고 얼른 가서 씻어. 우리 집에 가서 저녁 먹어야지.”차선우의 어머니는 나를 싫어했다. 우리는 매달 말, 시댁에 갈 때만 얼굴을 볼 수 있었다.“은지야, 이따 엄마가 무슨 말을 하든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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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차선우는 민채원의 요구를 들은 척도 안 했다.“먹고 싶으면 네가 직접 까. 나 지금 은지한테 까주는 거 안 보여?.”나는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역겨움을 간신히 억누르며 말했다.“그냥 다 채원 씨 줘. 난 입맛 떨어져.”이때 차선우의 어머니가 굳은 표정으로 젓가락을 내려놓았다.“은지 너 시험관 시술 여섯 번이나 실패했지. 마침 채원이도 왔겠다. 보고 좀 배워!”민채원은 수줍은 듯 고개를 숙였다.“저는 뭐 경험이 있는 건 아니에요. 그냥 남자친구랑 딱 한 방에 아이가 생겼을 뿐이에요. 저희 둘 다 몸이 좀 튼튼한가 봐요.”차정원의 어머니가 비꼬는 투로 말했다.“하긴! 은지는 너보다 다섯 살이나 많으니 몸으로야 비교가 안 되겠지. 채원이 앞으로 우리 집에서 살아. 임신 중인데 가족도 옆에 안 계시잖아. 여기서 지내면 가정부가 곁에서 잘 돌봐줄 거야.”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차선우가 단칼에 거절했다.“안 돼요!”차선우의 어머니는 더욱더 차가운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며 은근히 야유를 날렸다.“왜? 애 못 낳는 것들은 딴 사람 애 낳는 것도 못 봐준대? 그렇게 나약해 빠졌어?”식탁에 날 선 분위기가 감돌았고 민채원이 눈가를 붉히며 자리에서 일어섰다.“죄송해요. 다 제 잘못이에요. 저 때문에 가족끼리 싸우지 마세요. 이만 가볼게요.”차선우는 본능적으로 그녀를 향해 몸을 일으켰다가 이내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멈칫했다.“채원 씨는 갈 필요 없어요. 제가 갈게요.”나는 이 한심한 광경을 냉담하게 지켜보다 뒤돌아섰다.대문을 나서자마자 민채원에게서 문자가 한 통 도착했다.[5월 12일이 우리 첫날이에요. 선우가 종일 날 침대에서 못 내려오게 하는 거 있죠.]그날은 내가 다섯 번째 시험관 시술에 실패한 날이었다.나는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 채 방 안에서 밤새도록 울었다. 겨우 감정을 추스르고 문을 열었더니 차선우가 초췌한 얼굴로 문 앞에 서 있었다.내가 안쓰러워서 그러는 줄 알았더니 민채원과 잠자리를 끝내고 막 돌아온 참이었구나.그것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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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나는 장미 정원을 나서 집으로 돌아왔지만 차선우는 한밤중이 되어서야 돌아왔다.졸린 눈을 비비며 깨어났을 때, 차선우가 나를 품에 안았다. 그의 몸에 낯선 향수 냄새와 장미 향이 뒤섞였다.그 향에 속이 울렁거리고 아랫배까지 콕콕 쑤셔왔다.내가 고통에 배를 움켜쥐자 차선우가 더 가까이 다가와 내 배를 문질러주려 했다.그때 내가 그의 손길을 거칠게 뿌리쳤다.“너한테 역겨운 냄새 나.”차선우의 얼굴색이 변했다. 그는 자신의 몸을 더듬거리더니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장미 향이었네. 우리 결혼기념일을 계속 생각하느라 오늘 또 장미 정원에 다녀왔거든. 바로 가서 샤워하고 나올게.”나는 이 남자의 거짓말을 더 까발리고 싶지도 않았다.회사로 나간다던 사람이 누군데...샤워를 마친 후, 차선우가 내 옆에 누웠다. 금방 잠들까 하는데 휴대폰 알림음이 요란하게 울렸다.“미안, 나 때문에 깼지? 아직 마무리가 안 된 일이 좀 있어서. 먼저 자.”나는 몸을 돌려 잠든 척했다.잠시 후, 차선우가 떠보듯이 물었다.“은지야?”내가 아무 대답이 없자 이 남자는 기다렸다는 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문밖을 나섰다.[이런 사진 보내는 거 나 유혹하려고 작정한 거지? 음탕한 계집애, 내일 침대에서 못 내려올 줄 알아.]그가 떠난 뒤 나는 민채원에게서 메시지를 받았다.[은지 씨는 다 늙어서 매력이 떨어졌나 봐요. 선우가 오후 내내 나랑 같이 있었는데 지금 또 온다네요. 오늘 밤엔 새로운 자세를 시도해 보려나.][그러고 보니 나랑 선우는 한 방에 임신이 됐는데 은지 씨는 그 차가운 시험관 기계에만 의존해야 하네요. 그마저도 임신이 안 돼. 진짜 딱하다, 은지 씨.]나는 그 순간 온몸에 냉기가 돌았다. 잊지 않고 메시지를 캡처한 뒤 다시 침대에 누웠다.지난 8년 동안, 나는 항상 차선우와 너무 늦게 만났다고, 함께할 시간이 너무 짧다고 한탄했었다.하지만 이제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 시간이 견딜 수 없을 만큼 길게 느껴졌다.다음 날 아침, 나는 방에서 나오자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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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음식? 이번에는 또 뭔데? 산토끼 자궁이야? 아니면 고환인가? 그게 사람이 먹을 거 아니잖아!”차선우의 어머니는 늘 내게 기괴하고 효과도 없는 민간요법 음식을 보내주려고 한다. 하나같이 역겹고 쓸모없는 것들이었다.몇 년간 나는 이를 악물고 먹어야 했고 그럼에도 아이를 못 낳는다고 어머님께 구박을 들었다.“네가 얼마나 속상할지 알아. 아는데 그래도 엄마 연락처를 차단하면 어떡해?”나는 더 이상 차선우와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아 이참에 어머님과 나눈 대화 기록을 보여주었다.[애도 못 낳는 게 여자야? 전에 겨우 임신했다가 애 떨어졌지. 쓸모없는 년.]그랬다. 사실 차선우와 결혼한 직후, 나는 자연 임신을 했었다.하지만 7개월 차에 접어들었을 때 아이가 갑자기 심정지가 되어 결국 유도분만을 해야 했다.그때 차선우의 어머니는 원망 섞인 말들을 내게 수없이 늘어놓았다.그동안 차선우를 난처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단 한 번도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는데 놀랍게도 그는 지금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그래도 내 엄마잖아. 네가 좀 더 이해해 드려야지.”“뭐라고? 그럼 지난 몇 년간 내가 당한 서러움은 누가 이해해주는데? 첫아이를 잃었던 그 날이 내게 얼마나 큰 고통이었는지 너도 잘 알잖아!”차선우는 한숨을 쉬었다.“유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거야. 혹시 네가 뭘 잘못 먹었거나 아니면 사용하던 화장품 때문이었을지도...”나는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그제야 차선우도 자신이 실언했음을 깨닫고 황급히 사과했다.첫 임신이었던 만큼 나는 누구보다 조심스러웠다.아이를 잃고 나서 한동안은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했었다.그때 차선우는 내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았는데 이제야 진실을 알게 됐다.이 남자는 유산의 잘못을 내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모든 책임을 내게 떠넘겨야만 본인의 외도를 합리화할 구실이 생기니까.이후 사흘 동안 차선우는 줄곧 집에 머물며 나를 챙겼다.짐 정리를 하다가 그만 그에게 들켜버렸다. 이 남자는 바짝 긴장하며 내게 물었다.“어디 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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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나는 어떻게 정원으로 돌아온 걸까? 남동생도 마침 술병을 옮겨 들고 나왔다.나는 입꼬리를 씩 올리며 물었다.“선우는?”동생이 두 눈을 깜빡거렸다.“아까 실수로 술병을 깨서 치우는 중이야. 금방 돌아올 거야.”나는 두 눈이 벌겋게 충혈되고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대체 얼마나 수없이 거짓말을 해왔길래 이토록 태연하게 둘러댈 수 있을까.이제 정말 단 1초도 이곳에 더 머물고 싶지 않았다.“피곤해서 먼저 갈게.”차에 타기 전, 나는 내 품으로 기르다시피 했던 동생에게 마지막 눈길을 보냈다.차 문을 닫자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렸다.가는 길에 차선우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왜 혼자 집에 갔어? 다음에 꼭 같이 가. 너무 걱정되잖아.]하지만 동시에 민채원에게서도 메시지가 도착했다.[선우 방금 은지 씨 버리고 나랑 섹스하러 왔어요. 은지 씨가 너무 보수적이라 지루하대요. 별 재미가 없다나 뭐라나.]둘의 메시지에 나는 일절 답장하지 않았다.가장 속상한 건 동생이 커버 치려고 보낸 문자 내용이었다.[나 오늘 매형이랑 끝까지 달리기로 했어. 여기서 자고 갈게, 누나. 너무 걱정하지 마.]그 순간, 내 안에서 걷잡을 수 없는 감정들이 휘몰아쳤다.8년이라는 세월 동안 내 모든 것을 바쳐 사랑했던 남자.어린 시절부터 나의 손으로 길러온 하나뿐인 남동생.지금 나는 마치 한 편의 코미디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떨리는 손으로 눈물을 쓱 닦아냈다.더 이상 가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울고 싶지 않았다.차선우도, 내 친동생도...방에 돌아온 나는 그동안 모아둔 차선우의 외도 증거들을 정리했다. 그러고는 편안하게 잠들었다.결혼기념일 당일.차선우는 아침 일찍 일어나 나를 위해 정성껏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여보, 결혼기념일 축하해! 오늘은 장미 정원 가서 지내자. 오늘 밤이면 네가 보고 싶어 했던 장미 꽃밭 실컷 보게 될 거야.”나는 웃으며 대답 대신 서랍에 미리 준비해둔 이혼 합의서를 꺼내 밀었다.“사인해.”이혼 합의서 마지막 페이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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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민채원을 겨우 달랜 차선우는 집으로 돌아가 안은지와 결혼기념일을 보내려 했다.그때 민채원이 그의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선우야, 오늘 밤엔 여기서 같이 있어 주기로 했잖아.”차선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머릿속은 온통 안은지 생각뿐이었다.자신이 집에 없으면 그녀가 얼마나 걱정할지 뻔했다.그때 민채원이 잠옷 끈을 차선우의 손가락에 감았다. 천천히 잡아당기자 실크 잠옷이 바닥으로 흘러내렸다.차선우의 숨이 멎는 듯했다. 그는 민채원을 거칠게 끌어안으며 격정적으로 키스를 퍼부었다.옆으로 치워둔 휴대폰이 몇 번 울렸지만,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두 시간 후, 차선우는 민채원과의 시간을 마무리했다. 옷을 챙겨 입고서야 휴대폰을 볼 겨를이 생겼다.하지만 예상과 달리 안은지한테서 연락 한번 안 왔다.걸려온 전화는 모두 그의 어머니였다.차선우는 느긋하게 옷을 입으며 전화를 걸었다.“무슨 일이에요, 엄마?”“뭐 하느라 이제야 연락해? 빨리 인터넷 봐봐. 너랑 채원이 같이 있는 거 사진 찍혔어.”차선우는 벼락을 맞은 것만 같았다.“그럼... 은지도 봤어요? 어쩐지 아무 연락 없더라니. 분명 화났을 거예요. 안 되겠다. 그거 다 언론에서 의도적으로 조작한 거라고 설명해야겠어요.”곧이어 차선우 어머니의 잔소리가 이어졌다.“지금 다들 널 쓰레기라고 욕하고 있어. 은지가 계속 우리 집안 며느리로 살고 싶다면 너랑 같이 해명해줘야 해. 은지가 직접 나서서 그때 너랑 같이 있었다고 말해야 한다고!”차선우는 도저히 어머니의 말을 들어줄 겨를이 없어 전화를 끊고 기사를 확인했다.사진은 두 장 찍혔는데 첫 번째는 장미 정원 앞에서 그가 민채원을 껴안고 뜨거운 키스를 나누는 장면, 두 번째는 멀리서 그들을 바라보는 안은지의 쓸쓸한 뒷모습이었다.차선우의 마음속 마지막 희망마저 산산조각이 났다.안은지가 다 본 마당에 무슨 변명을 더 할까?모든 걸 완벽하게 숨길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동안 외면했던 모든 이상한 징후들이 이제야 또렷하게 떠올랐다.안은지는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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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하지만 집에는 가정부만 보일 뿐 안은지의 그림자도 찾기 힘들었다.“은지는요?”당황한 차선우의 외침에 가정부가 놀라 되물었다.“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사모님 외출하셨는데 여태껏 안 돌아오셨어요. 아 참, 도련님을 위해서 선물을 준비해뒀다고 하셨어요.”안은지가 마련한 서프라이즈는 아기방에 있었다.그곳은 차선우가 안은지와 함께 첫 아이를 기다리며 손수 꾸몄던 공간이었다.하지만 아기가 떠난 후, 안은지는 차마 그 방에 들어서지 못했고 결국 여태껏 방치되었다.차선우는 단번에 탁자 위에 놓인 봉투를 발견했다.무심코 지나치려다 정리함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쏟아져 나온 수십 개의 주사기가 바닥을 굴렀다.몇 년간 그가 모아온 주사기들, 안은지가 겪었던 고통이 모두 자신 때문임을 잊지 않으려고, 평생토록 그녀에게 잘해주리라 다짐하며 수집했던 것들이었다.차선우는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열었다.안에는 일주일 전 날짜가 찍힌 초음파 사진이 들어있었다.그는 숨이 점점 가빠지고 눈가가 뜨겁게 달아올랐다.안은지가 임신을 하다니!그녀가 이토록 화를 내고 자신을 피하려 한 것까지 전부 이해되는 순간이었다.이 아이는 차선우와 안은지가 무려 5년이나 간절히 기다려온 선물이었다.차선우는 또다시 그녀에게 전화했지만, 여전히 수신음만 들릴 뿐이었다.그는 메시지를 보내고 또 보냈다.사과하는 내용, 변명하는 내용, 애원하는 내용까지...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일관된 침묵이었다.차선우의 머릿속이 하얗게 타들어 갈 때쯤, 어머니의 전화가 걸려왔다.“방금 왜 전화 끊었어? 이미 언론에 다 얘기해놨으니 은지한테 촬영 협조하라고 해. 채원이는 당분간 집에만 있고 더는 얼굴 내비치지 않을게. 조용히 이 고비만 넘기면 돼.”“어림없는 소리 하지도 말아요! 저 이제 은지 속상하게 할 생각 없어요!”차선우의 어머니는 잠시 굳어졌다.“걔가 애를 못 낳으니까 이렇게 된 거잖아!”“우리가 계속 아이가 안 생기는 게 결국 다 엄마 때문인 건 잊었어요?”차선우는 처음으로 어머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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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사진에는 차선우의 아버지가 담겨 있었는데 품에 앳되어 보이는 젊은 여자를 안고 있었다.그 여자가 웃을 때 모습이 차선우 어머니의 젊은 시절을 쏙 빼닮았다.그 순간, 차선우의 어머니는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눈물을 쏟아냈다.“이 여자 누구예요? 당신 나한테 어떻게 이래요?”차선우의 아버지는 들통나버리자 더 이상 변명도 하지 않았다.“이게 다 당신한테 배운 거잖아. 채원이도 당신이 선우한테 붙여준 거 아니야? 난 그저 모든 남자가 저지를 법한 실수를 한 것뿐이야. 어차피 이 여자를 집에 들일 생각도 없었고 최소한 집안에 애가 더 늘어날 것도 아니잖아.”말을 마친 차선우의 아버지는 자리를 떠났다.이에 어머니가 울부짖으며 차선우에게 푸념했다.“이제 결혼한 지도 30년이 됐어. 그동안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니? 무슨 죄를 지었길래 너희 아빠가 나한테 이러는 거야?”차선우는 차가운 눈길로 어머니를 바라보았다.“그럼 은지는요? 은지는 또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요?”칼날이 제 몸에 닿아야 비로소 아픔을 느끼는 법이었다.차선우의 어머니도 그랬고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아무도 편안하게 살 자격 같은 건 없었다.차선우의 어머니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녀는 곁에서 옴짝달싹 못 하는 민채원을 노려보았다.“꺼져! 싹 다 꺼지라고! 너도 그 년이랑 똑같아. 싸구려 같은 것들!”차선우는 이 난장판을 뒤로하고 집 밖으로 나섰다.막 문을 나서자 민채원이 울먹이며 그를 쫓아왔다.“선우야, 나랑 아기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그는 대뜸 걸음을 멈췄다.민채원은 잘못이 있어도 아이는 죄가 없다.“돈 보내줄게. 아이랑 평생을 살아가는 데 부족함이 없을 만큼.”“아니, 싫어! 나 너 사랑해. 진심이야. 결혼까진 바라지 않아. 가끔이라도 나랑 아기 보러 와주면 안 될까?”차선우는 난처한 표정으로 거절하려 했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도련님, 사모님께서 물건 하나 보내오셨습니다.”순간 차선우의 얼굴에 화색이 감돌았다. 그는 곧장 민채원을 뿌리치고 차를 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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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차선우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분노를 삼켰다.만약 지금 이 전화를 받는 사람이 안은지였다면 이런 말을 들었을 때 과연 어떤 심정일까?“야, 민채원, 뒈지고 싶냐?”전화기 너머의 침묵은 잠시, 이내 민채원의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선우야... 오해야. 일단 내 말 좀 들어봐.”차선우는 더 이상 들을 가치가 없다는 듯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는 절대 민채원을 가만둘 리가 없다.이때 문 앞에 차 한 대가 멈춰 서더니 안은지의 남동생이 안에서 뛰쳐나왔다.그는 차선우의 옷깃을 거칠게 잡았다.“우리 누나 어디 있어? 왜 연락이 안 되는 건데!”차선우는 갑자기 헛웃음을 터뜨렸다.“갔어. 이제 우리 모두 필요 없다고 떠나가 버렸어.”“X발 뭐라는 거야! 누나가 어떻게 날 버려?”차선우는 그간의 모든 일을 안은지의 동생에게 털어놓았다.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당황과 혼란으로 물들었다.“하지만... 나도 다 누나를 위해서 그런 거잖아! 몇 년 동안 누나가 시험관 시술하느라 몸도 점점 약해지고 거기에 매형 엄마가 계속 압박을 주셨잖아. 누나가 도저히 견디지 못할까 봐 그런 건데... 그래서 민채원 일을 알게 되었을 때도 누나한테 일부러 비밀로 했던 거야. 나중에 민채원 아이를 입양하면 좀 더 행복해질 거로 생각했어.”차선우는 코웃음을 쳤다.“우리 모두 은지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정작 은지는 원했을까 이런걸? 은지 이제 떠나고 없어. 우린 지금 인과응보를 겪는 거야.”동생은 별안간 안은지가 떠나던 날, 차 안에서 자신을 바라보던 마지막 그 눈빛이 떠올랐다.그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자신을 키워준 누나가 이대로 떠나가 버렸다니?분명 민채원 때문에 화가 나서 자신을 안 보는 거라고, 그렇게 스스로 납득해보려 했다.하지만 그의 생각은 점차 광적인 집착으로 변해갔다.마침 그때 민채원도 서둘러 이곳으로 달려왔다.안은지의 남동생이 자신의 배를 바라보는 시선에 그녀는 문득 불안해졌다.하지만 남동생은 평소처럼 다정하게 그녀에게 손을 내밀며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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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나는 차선우를 떠난 첫 달, 그토록 바라왔던 바닷가 도시에서 힐링하기로 했다.또한 그곳에서 대학 시절 마냥 다정했던 서도겸 선배를 우연히 만났다.이 낯선 도시에서, 유산 후 몸이 허약해진 나에게 선배는 매우 큰 힘이 되어주었다.나는 감정에 아주 민감한 편이다. 서도겸의 눈빛이 단순한 우정을 넘어섰다는 것을 느낀 순간, 나는 조용히 작별을 고하고 다음 도시로 향했다.SNS에 올라오는 차선우의 사과 메시지는 애써 외면하려 했지만 이따금 들려왔다.깊은 고뇌에 찬 그의 모습에 일부 사람들은 차선우의 외도를 이해할 수 있다고, 게다가 그가 평소 나에게는 정말 잘해주지 않았냐며 동정하는 여론도 생겨났다.다만 나는 차선우의 외도를 알게 된 순간, 이미 용서해줄 마음이 없었다.두 번째 도시에서 보름 정도 머물다가 이곳 기후가 맞지 않아 다른 도시로 옮기기로 했다.떠나기 전날, 나는 필요한 물건을 미리 사두려고 문밖을 나섰다.“은지야.”무심코 뒤돌아보니 놀랍게도 서도겸이 바로 뒤에 서 있었다.“은지야, 난 항상 진심이었어. 대학교 때 했던 말,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아.”서도겸은 대학 시절에 이미 나에게 고백했었다.하지만 그때 나는 학업, 생계, 그리고 남동생까지 돌보느라 연애 따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잠시 망설이는 내게 서도겸이 조심스럽게 제안했다.“섣불리 거절하진 말아줘. 네가 받아들일 때까지 기다려줄게. 그전엔 절대 네 삶에 끼어들지 않아.”나는 고개를 저었다.“하지만 저는 곧 이 도시를 떠나요. 앞으로 어디에 머물지, 또 언제 떠날지도 확신할 수 없다고요.”서도겸은 웃었다.“내 말 믿어. 다음 도시에서도 우리는 꼭 만날 수 있을 거야.”그때 나는 선배가 허풍을 떠는 거라고만 여겼다.“좋아요. 그럼 다음 도시에서 봬요.”나는 서도겸을 지나쳐 걸어갔다.그날 밤, 내가 이 도시에 있다는 사진이 SNS에 올라왔고 차선우도 분명 봤을 것이다.본인 계정에 이런 글을 올렸으니까.[기다려.]나는 그 메시지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평소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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