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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화: 세 사람의 휴일>

Author: 에이르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3 22:57:18

일요일 오전.

윤하늘은 은빛새에게서 온 메시지를 확인했다.

오늘 가게 쉬는 날이에요. 혹시 시간 있어요?

하늘은 옆에서 신문을 읽고 있던 강단태를 바라봤다.

“빛새 씨가 오늘 시간 있냐는데요.”

“무슨 일 있답니까?”

“그냥 쉬는 날이래요.”

단태가 신문을 내려놓았다.

“그럼 같이 나가도 좋겠네요.”

하늘이 웃었다.

“지난번에는 둘이 있고 싶다면서요.”

“오늘은 특별한 계획이 없으니까요.”

“그럼 셋이 나갈까요?”

“좋습니다.”

하늘은 빛새에게 답장을 보냈다.

우리 오늘 시간 있어요. 어디 갈래요?

잠시 뒤 답장이 왔다.

오늘은 내가 정해도 돼요?

하늘은 웃으며 답했다.

좋아요. 대신 감자 요리 없는 곳으로.

오후 한 시.

세 사람이 만난 곳은 도심의 작은 독립서점이었다.

하늘이 간판을 올려다봤다.

“여기예요?”

빛새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한번 와보고 싶었어요.”

단태가 물었다.

“책 사러 오신 겁니까?”

“그것도 있고요.”

빛새는 입구에 붙은 안내문을 가리켰다.

오늘의 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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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의 장례식에 다른 아내가 나타났다   <198화: 윤하늘의 사진에는 사람이 없었다>

    토요일 오전 8시 40분.윤하늘은 카메라 가방을 세 번째 확인했다.배터리 두 개, 여분 메모리카드, 렌즈 클리너, 참가자 안내문.식탁에는 이름표 열두 개가 놓여 있었다.강단태가 커피를 내려놓으며 물었다.“오늘 수업 준비는 끝났습니까?”“거의요. 그런데 조금 긴장돼요.”“열두 분 모두 참석하신다고 했죠?”“네. 어제 최종 확인했어요.”하늘은 이름표를 가지런히 정리했다.오늘은 문화센터에서 의뢰받은 유료 사진 산책 수업이 열리는 날이었다.주제는 평소 지나치던 풍경.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동네를 걸으며 사진을 찍고 마지막에 서로의 결과물을 살펴보는 프로그램이었다.단태는 안내문을 읽었다.“동선도 다시 확인하셨네요.”“네. 계단 없는 길로 조정했고, 중간에 쉴 곳도 있어요.”“제가 도울 일은 없습니까?”“있어요.”단태가 고개를 들었다.하늘은 자신의 휴대전화를 건넸다.“수업 끝나고 저녁 메뉴 골라주세요. 오늘은 제가 결정할 기력이 없을 것 같거든요.”단태는 휴대전화를 돌려주었다.“그건 제가 맡겠습니다.”“아주 중요한 업무예요.”“알고 있습니다.”오후 1시 45분.문화센터 앞에는 참가자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하늘은 출석을 확인하고 안내문을 나눠주었다.“오늘은 카메라가 좋아야 하는 수업이 아니에요. 휴대전화로도 충분합니다.”한 참가자가 물었다.“사진을 잘 못 찍어도 괜찮나요?”“그럼요. 오늘은 잘 찍는 것보다 무엇을 찍을지 결정하는 연습을 할 거예요.”하늘은 준비한 예시 사진 세 장을 보여주었다.같은 골목을 촬영한 사진이었다.첫 번째는 골목 전체.두 번째는 벽에 드리운 그림자.세 번째는 그림자 사이로 드러난 작은 문손잡이였다.“셋 중 어떤 사진이 정답일까요?”참가자들이 서로를 바라봤다.“정답이 없지 않나요?”“맞아요. 다만 세 장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죠.”하늘은 사진을 내려놓았다.“오늘은 여러분이 어떤 이야기를 고르는지 보고 싶어요.”오후 2시 20분.첫 번째 장소는 오래된 세탁소 앞이

  • 남편의 장례식에 다른 아내가 나타났다   <197화: 강단태가 경매에 내놓은 것은 윤하늘의 비밀이었다>

    토요일 오전 10시.윤하늘은 거실에 들어섰다가 발걸음을 멈췄다.식탁 위에 흰 천이 깔려 있었다. 그 위에는 작은 상자 다섯 개가 일정한 간격으로 놓였고, 각 상자 앞에는 번호표가 붙어 있었다.강단태는 검은색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린 채 종이를 정리하고 있었다.“단태.”“일어나셨습니까?”“우리 집에 무슨 일이 생긴 거예요?”“지난번에 약속한 경매를 준비했습니다.”하늘은 상자들을 바라봤다.“진짜 준비했네요?”“하늘 씨가 기대한다고 하셨으니까요.”그는 식탁 한쪽에 나무 주걱을 올려놓았다.하늘이 웃음을 터뜨렸다.“경매봉도 그대로네.”“새로 구입하면 일주일 동안 불필요한 물건을 사지 않기로 한 약속을 어기게 됩니다.”“그 약속까지 기억했어요?”“아직 유효합니다.”하늘은 의자를 끌어당겼다.“좋아요. 오늘은 제가 고객이네요.”단태가 주걱을 들었다.“그럼 시작하겠습니다.”첫 번째 상자에는 작은 모래시계가 들어 있었다.하늘은 고개를 갸웃했다.“이런 것도 있었어요?”“예전에 책상 위에 놓으려고 구입했습니다.”“왜 안 썼어요?”“시간을 재려고 샀는데, 시간을 확인하려면 계속 모래시계를 봐야 하더군요.”하늘은 잠시 그를 바라봤다.“그걸 이제 알았어요?”“사용해보고 알았습니다.”단태는 태연했다.“첫 번째 상품의 입찰 조건은 저와 15분 동안 아무 목적 없이 산책하기입니다.”“그건 그냥 같이 나가면 되잖아요.”“그렇지만 낙찰받으시면 날짜를 정하셔야 합니다.”하늘은 손을 들었다.“입찰할게요.”“낙찰입니다.”그녀는 모래시계를 받아 들고 뒤집었다.가느다란 모래가 천천히 떨어졌다.“근데 이거 3분짜리네요.”“네.”“15분이면 다섯 번 뒤집어야 하잖아요.”“정확합니다.”하늘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강단태 씨, 경매 상품보다 계산이 더 복잡해요.”두 번째 상자에는 검은색 만년필이 있었다.단태가 설명했다.“대학 시절부터 사용하던 물건입니다. 지금은 다른 펜을 사용하고 있습니다.”하늘은 조심스럽게 만년필을 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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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요일 오후 6시 38분.강단태는 현관문을 열자마자 이상한 안내문을 발견했다.금일 한정, 윤하늘 소장품 경매입장료 무료 / 현금 사용 금지 / 낙찰 후 환불 불가단태는 구두를 벗다가 멈췄다.“하늘 씨?”거실에서 윤하늘이 모습을 드러냈다.검은색 원피스에 머리를 낮게 묶고, 손에는 나무 주걱을 들고 있었다.“어서 오십시오, 고객님.”“……무슨 일입니까?”“오늘은 경매가 있는 날입니다.”단태는 그녀의 손에 들린 주걱을 바라봤다.“그건 주방에서 쓰던 물건 아닙니까?”“오늘만큼은 경매봉이에요.”하늘이 주걱으로 손바닥을 가볍게 두드렸다.“입찰하시겠습니까?”“무엇을 파시는데요?”“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요.”단태는 잠시 침묵했다.“설명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거실 테이블에는 번호표가 붙은 물건 여섯 개가 놓여 있었다.하늘은 낮에 작업실을 정리하다가 이 행사를 생각해냈다고 했다.처분할 물건을 판매하는 대신, 서로에게 줄 수 있는 작은 약속을 입찰가로 정해보기로 한 것이었다.단, 원하지 않는 약속은 하지 않아도 되고 실제 물건의 소유권도 상대방의 동의가 있어야 이전된다.“그럼 사실상 교환 놀이군요.”단태의 설명에 하늘이 눈을 흘겼다.“경매라고 해야 분위기가 살잖아요.”“알겠습니다, 경매사님.”하늘은 첫 번째 물건을 들어 올렸다.작은 유리구슬이었다.“1번 상품. 파란색 유리구슬입니다. 햇빛에 비추면 안쪽에 무지개가 생깁니다.”“어디서 나셨습니까?”“예전에 촬영 소품으로 샀던 거예요. 지금은 사용하지 않고요.”단태는 구슬을 살펴봤다.“입찰가는 무엇입니까?”“이번 주말에 상대방이 고른 영화를 군말 없이 함께 보기.”“제가 고른 영화입니까?”“네.”“그럼 입찰하겠습니다.”하늘은 주걱을 들었다.“낙찰!”“경쟁자도 없는데 바로 낙찰입니까?”“우리 집 경매장은 속도가 생명이에요.”단태는 웃으며 구슬을 받아 들었다.두 번째 물건은 작은 은색 종이었다.손잡이가 없는 대신 받침에 세워두는 형태였다.하늘이

  • 남편의 장례식에 다른 아내가 나타났다   <195화: 우리 집 냉장고에 재판이 열렸다>

    수요일 오후 6시 40분.“강단태 씨.”윤하늘의 목소리가 주방에서 들려왔다.거실에서 책을 읽던 강단태가 고개를 들었다.“네?”“이거 설명 좀 해주시겠어요?”단태가 주방으로 들어갔다.하늘은 냉장고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투명한 밀폐용기가 들려 있었다.안에는 딸기 두 알이 남아 있었다.“이게 뭡니까?”“딸기죠.”“그렇네요.”“어제 분명히 여덟 알 있었거든요.”단태는 잠시 생각했다.“제가 먹었습니다.”“여섯 알이나요?”“네.”하늘은 용기를 식탁에 내려놓았다.“그런데 왜 두 알만 남겼어요?”“하늘 씨 드시라고요.”“두 알을요?”“네.”하늘은 단태를 빤히 바라봤다.“이거 아주 교묘한 범죄인데.”단태의 입가가 움직였다.“딸기를 먹은 게 범죄입니까?”“아니요. 두 알만 남겨서 다정한 사람처럼 보이려는 게 문제죠.”“그런 의도는 없었습니다.”“그건 재판에서 밝혀야겠네요.”단태는 웃음을 참았다.“재판이요?”하늘은 냉장고에 붙어 있던 자석을 떼어냈다.“오늘부터 우리 집에도 법원이 생겼습니다.”오후 7시 10분.저녁을 먹고 난 뒤, 하늘은 식탁 위에 종이 세 장을 펼쳤다.첫 번째 종이에는 사건 접수.두 번째에는 피고인 진술.세 번째에는 판결문이라고 적혀 있었다.단태가 물었다.“이걸 전부 작성하실 겁니까?”“네. 공정한 절차가 중요하니까요.”“재판장은 누구입니까?”“저요.”“검사는요?”“저요.”“그럼 제 변호인은요?”하늘은 잠시 침묵했다.단태가 팔짱을 꼈다.“절차상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하늘은 펜을 내려놓았다.“……그렇네요.”“재판장과 검사가 같은 사람이어도 됩니까?”“우리 집은 특별법 적용이에요.”“그 특별법은 누가 만들었습니까?”“저요.”단태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하늘도 따라 웃었다.“알았어요. 그럼 판사는 따로 정해요.”“어떻게요?”하늘은 거실을 둘러보다가 작은 나무 상자를 가져왔다.지난번 단태가 구입한 낡은 서랍이었다.“여기에 판결문을 넣고,

  • 남편의 장례식에 다른 아내가 나타났다   <194화: 강단태가 사라진 47분>

    월요일 오후 6시 12분.윤하늘은 식탁 위에 저녁 반찬을 내려놓다가 휴대전화를 확인했다.강단태: 오늘 조금 늦겠습니다. 7시쯤 도착할 것 같습니다.하늘은 답장을 보냈다.윤하늘: 알겠어요. 저녁은 같이 먹어요.그리고 냉장고에 반찬을 다시 넣었다.그런데 20분 뒤, 단태에게서 메시지가 하나 더 도착했다.강단태: 하늘 씨. 오늘 집에 도착하면 47분 동안 저를 찾지 말아 주세요.하늘은 눈을 가늘게 떴다.윤하늘: 네?강단태: 정확히 47분입니다.윤하늘: 집 안에서요?강단태: 네.윤하늘: 강단태 씨, 무슨 사고 쳤어요?한동안 답장이 없었다.그러다 짧은 메시지가 왔다.강단태: 사고는 아닙니다. 설명드리겠습니다.하늘은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47분은 또 뭐야?”오후 7시 3분.현관문이 열렸다.단태는 평소처럼 외투를 벗고 손을 씻었다.하늘은 거실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오셨어요?”“네. 늦어서 죄송합니다.”“그건 괜찮은데, 47분은 뭐예요?”단태는 가방에서 작은 봉투를 꺼냈다.“지난번에 우리가 만든 하루 교환 프로그램 기억하십니까?”“네.”“그 일정표를 운영자에게 제출했는데, 오늘 추가 체험을 안내받았습니다.”하늘이 눈썹을 올렸다.“추가 체험이요?”단태는 봉투를 건넸다.안에는 한 장의 종이가 있었다.생활 실험: 함께 사는 사람에게 47분의 완전한 자유를 주세요.규칙상대방의 행동을 확인하지 않습니다.도움을 요청받지 않는 한 간섭하지 않습니다.실험 종료 후 무엇을 했는지 설명할 의무는 없습니다.하늘은 종이를 읽고 고개를 갸웃했다.“왜 하필 47분이에요?”“운영자가 임의로 정한 시간이라고 합니다.”“그럼 서로 번갈아 하는 거예요?”“네. 오늘은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하늘은 잠시 생각했다.“좋아요. 그런데 단태.”“네?”“평소에도 서로 간섭 안 하잖아요.”단태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죠.”“그럼 이 실험이 무슨 의미가 있어요?”“저도 그게 궁금합니다.”오후 7시 15분.단태는 자신

  • 남편의 장례식에 다른 아내가 나타났다   <193화: 우리 집에 모르는 사람의 하루가 배달됐다>

    일요일 오전 10시 17분.윤하늘은 현관문 앞에 놓인 택배 상자를 발견했다.분명 자신의 집 주소였다.하지만 수취인 이름이 이상했다.강단태, 윤하늘 귀하.발신인은 '하루 교환소'.하늘은 상자를 들어 올렸다.“단태! 우리 뭐 주문했어요?”주방에서 커피를 내리던 강단태가 나왔다.“어떤 택배입니까?”“하루 교환소라는데요?”단태는 상자를 보더니 잠시 침묵했다.“아.”“아?”“지난주에 신청한 게 오늘 왔군요.”하늘은 눈을 가늘게 떴다.“또 뭘 신청했어요?”“다른 사람의 하루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입니다.”“그건 지난번에 했잖아요.”“이번에는 역할극이 아닙니다.”단태가 상자에 붙은 설명서를 가리켰다.당신이 모르는 누군가가 직접 설계한 하루를 살아보세요.서로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습니다.참가자가 제출한 일정 중 운영자가 안전성과 실행 가능성을 확인한 일정만 전달됩니다.하늘은 상자를 내려다봤다.“모르는 사람이 우리 데이트 코스를 정해줬다는 거예요?”“정확합니다.”“그런데 왜 이제 말해요?”“놀라실 것 같아서요.”“지금 충분히 놀랐거든요?”상자 안에는 번호가 적힌 봉투 다섯 개와 작은 종이 카드가 들어 있었다.오늘의 규칙봉투는 순서대로 개봉하세요.다음 일정은 앞선 일정을 마친 뒤에 확인하세요.마음에 들지 않는 활동은 건너뛰어도 됩니다.하늘은 첫 번째 봉투를 뜯었다.첫 번째 일정: 평소 가장 빨리 지나치는 길을 가장 느리게 걸어보세요. 단, 목적지는 정하지 마세요.하늘이 단태를 바라봤다.“이게 데이트 코스예요?”“그런 것 같습니다.”“목적지도 없고?”“네.”하늘은 잠시 생각하더니 운동화를 꺼냈다.“좋아요. 대신 오늘은 단태가 길 안내하지 마요.”“왜요?”“목적지 정해버릴 것 같아서요.”단태는 열쇠를 내려놓았다.“그럼 걸어서 나가겠습니다.”오전 11시.두 사람은 집 근처 골목으로 나왔다.하늘은 평소 장을 보러 갈 때마다 지나던 길을 일부러 천천히 걸었다.그러다 건물 외벽에 붙은 작은 금속판을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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