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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9화

Author: 십일
“왜 자꾸 머리를 만져요?”

아파트 동 앞에 도착하자, 정은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재석은 또 무의식적으로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꼬마가 너무 세게 잡아당겨서... 머리카락 몇 가닥은 빠진 것 같아.”

“잡아당겼다고요?”

정은이 눈을 찡그렸다.

재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부러 그런 느낌도 있었어.”

정은은 눈썹을 살짝 올리더니 말했다.

“그 얘기 들으니까 생각났어요. 그 애 처음 봤을 때부터 어딘가 낯익다 했거든요. 얼굴 윤곽이 자꾸 누굴 떠올리게 했어요. 이제 확실히 알겠네요. 누굴 닮았는지...”

“누구?”

재석이 긴장된 얼굴로 묻자, 정은은이 천천히 재석을 바라봤다.

재석은 황당한 표정으로 입을 벌렸다.

“설마, 나?!”

“네! 요즘 유행하는 웹드라마 안 봐요? ‘재벌 2세와 하룻밤, 그리고 남겨진 아이가 수년 후 엄마와 함께 화려하게 컴백’ 이런 거...”

“하지 마!”

재석이 급히 손사래 쳤다.

“일단, 나 재벌 아니거든.”

“둘째, 하룻밤 그런 거 한 적 없고. 억지로 끼워 맞춘다면... 너랑은 ‘하룻밤’이 아니라 ‘여러 밤’이었지.”

“그리고... 나, 처음이었잖아. 너도 알잖아...”

‘아, 이 얘긴 왜 꺼낸 거야...’

재석은 끝내 얼굴까지 붉혔다.

정은은 고개를 진지하게 끄덕였다.

“그건 인정. 그런 건 연기 못하죠.”

재석이 말문이 막혔다.

‘이 여자, 너무 잘 알고 있어...’

귀여운 농담은 그걸로 끝났다.

둘 다 웃어넘기고 더는 신경 쓰지 않았다.

집 앞에 도착하자, 재석은 정은의 손을 꼭 잡은 채 놓지 않았다.

“자기야...”

정은이 가볍게 재석에게 입을 맞췄다.

“여자 친구의 말을 좀 들어요. 오늘 밤은 진짜 안 돼요.”

“왜...”

재석은 눈망울까지 촉촉하게 만들며 애처롭게 물었다.

“내일 실험실 가야 하잖아요. 오늘 좀 정리해 둬야 해요.”

자료는 아직 정리도 안 됐고, 이전 실험도 복기해야 했으며, 내일은 다음 단계 실험 계획까지 논의해야 했다.

할 일이 너무 많던 정은은 자기 머릿속 정리부터 해야 한다고 결심했다.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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