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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1화

Penulis: 십일
예전 강서원이 정은에게 보였던 태도는 딱히 모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다정했던 것도 아니었다.

서영숙처럼 한발 물러서 있는 사람조차 그 미묘한 적의를 뚜렷이 느낄 정도였다.

‘그런 강서원이 정은을 며느리로 받아들일 리 없지.’

강서원도 은근히 고집도 세고, 자기 기준에서 벗어난 건 쉽게 용납 못 하는 성격이었다.

“허, 소정은... 생각보다 수완 있네. 내가 아는 바로는 조씨 집안 막내, 여자한테 눈길 한번 안 주던 애인데... 결국엔 소정은한테 넘어갔구먼.”

서영숙의 목소리엔 비아냥도, 질투도 섞여 있었다.

‘소정은이 우리 도겸이를 놓치고선 후회할 줄 알았는데, 더 잘난 사람을 잡았으니, 원...’

기대와는 정반대였다.

“얘! 도겸아, 엄마가 진작부터 말했잖아. 소정은 그 애, 딱 봐도 계산 빠른 스타일이야. 그때 너랑 사귈 때도, 속으론 더 나은 남자 고르려고 기웃거렸던 거지.”

도겸의 몸이 순간 굳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그만하세요.”

서영숙의 눈이 동그래졌다.

“엄마, 제가 정은이한테 그렇게 당하고도 눈치를 못 챈 게 사실이라고 칩시다. 이렇게 돼서 즐거우세요?”

“너, 지금...!”

서영숙은 거의 흥분한 듯,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도겸은 물러서지 않았다.

“앞으로 정은이 욕하는 말 하지 마세요. 정은이가 어떤 사람인지... 엄마보다 제가 더 잘 알아요.”

그 말을 남기고는 의자를 걷어차듯 밀어내고, 거침없이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봐라, 저 애가 날 어떻게 대하나! 내가 자기 친엄마인데, 소정은에 대해서 말 좀 했다고 저렇게 성질을 부려? 도대체 소정은이 뭐길래! 이미 딴 남자 만나는 전 여자 친구를, 왜 저렇게 감싸고 돌아?”

서영숙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복도 끝까지 퍼졌지만, 도겸은 귀를 막은 듯 묵묵히 걸었다.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2층 안방.

쾅!

도겸은 조용히 방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그는 여전히 이 방에서 지내고 있었다.

그리고 정은과 헤어진 후에도, 침대도, 가구도 그대로였다.

둘이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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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118화

    수표를 버릴 때, 경혜는 일부러 확인까지 했다.쓰레기통 안엔 다른 음식물 쓰레기도, 찌든 종이도 없었다.‘강도겸... 분명히 보게 될 거야.’그렇게 생각하며, 조용히, 아주 계산된 손놀림으로 수표를 넣었다.하지만, 이틀이 지났다.도겸의 전화는?없었다.도겸의 문자는? ‘읽음’ 표시조차 없었다.경혜의 인내심은 점점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거기다 대충 과일 껍질 하나만 버려도 보였을 텐데... 왜 아직도 아무 반응이 없지?’‘아니면 봤는데, 모른 척하는 걸까?’‘정말... 아예 신경도 안 쓴다고?’‘아니면... 하필 그날 바람이 불어서 수표가 구석으로 날아가 버린 건 아니겠지?’‘...’경혜의 머릿속엔 온갖 가능성이 떠다녔다.그리고 가슴은 누가 안에서 긁어대는 듯 불편했다.경혜가 수표를 ‘버린’ 건... 그냥 단순한 감정 표현이 아니었다.‘나는 네 돈이 중요한 여자가 아냐’라는 메시지를 도겸에게 전하고 싶었던 거다.근데... 도겸이 그걸 못 봤다면?그렇다면 수표도 잃고, 인상을 남기지도 못하고, 이미지 메이킹도 실패했다는 뜻.경혜에게는 ‘완전 손해’라는 최악의 결과일 뿐이었다.‘차라리 그냥 조용히 들고 나올걸... 지금쯤이면 통장에 몇억 있었을 텐데.’경혜는 점점 더 화가 났다.답답하고, 후회되고, 억울해서 미칠 지경.그녀는 뒤척이고 또 뒤척여도 도무지 잠들 수 없었다....그 시각, 도겸의 집.거실 청소 중이던 왕순자가 쓰레기통에서 종이 한 장을 발견했다.‘이건 또 뭐야...?’펼쳐 보니 왕순자의 입꼬리가 절로 씰룩거렸다.“수... 수표?”“아니, 이 사람들은 돈이 뭔 줄 모르나... 이걸 쓰레기처럼 버려?”왕순자는 수표를 다시 한번 보고는 혼잣말을 내뱉었다.“이거 분명 혼자 있을 때 욱해서 이랬네... 하아, 진짜 하나같이 신경들을 못 쓴다니까?” 그렇게 말하며 왕순자는 소파 뒤에 있는 문서 파쇄기 앞에 섰다.지체 없이 수표를 넣자, 5초 만에 수표는 종이 조각이 됐다.그걸 다시 한 줌으로 모아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117화

    도겸은 말을 마치자마자 더는 머무를 생각도 없이 힘이 없는 표정으로 돌아서 2층으로 올라갔다.“밖에 기사가 대기 중이야. 학교까지 데려다줄 거야.”경혜는 거실 한복판에 멈춰 선 채, 남자가 사라지는 계단 끝을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끝났구나.’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그저 멍하니 서 있다가, 경혜는 조용히 테이블 위의 수표를 들어 올렸다....도겸은 낮잠에서 깨어났다.훨씬 개운해졌다.입이 바싹 마른 걸 느끼며 왕순자한테 물 좀 달라고 하려다 말고, 오늘이 왕순자 휴일이라는 걸 떠올렸다.‘아, 맞다. 오늘은 안 계시지.’할 수 없이 스스로 물을 뜨러 1층으로 내려갔다.거실은 깔끔하고 햇빛이 잘 들었다.경혜는 이미 떠난 뒤였다.도겸은 무심코 테이블 쪽을 흘끗 봤는데, 비어 있었다.그는 별 감흥도 없이 발걸음을 주방으로 옮겼다.그런데 가스레인지 위에 놓인 냄비 하나가 있었다. 그가 가까이 다가가 손을 대보니 아직 따뜻했다.도겸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무심코 뚜껑을 열었다가 멈칫했다.노란빛 고운 죽이 한가득.윤기 도는 찹쌀과 진한 기운의 대추, 그 옆엔 율무, 백합...‘정은...?’도겸의 뇌리에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다름 아닌 정은이었다.하지만 금세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아니야, 말도 안 돼. 그럴 리 없어.’‘그렇다면 이 죽을 끓인 사람은... 심경혜?’도겸의 위장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그는 냄비를 한 번 더 들여다보더니, 바로 돌아서서 숟가락과 그릇을 챙겼다.‘안 먹을 이유가 없지. 게다가... 돈도 줬는데.’그리고 한 숟가락 뜨자, 입 안 가득 퍼지는 부드러움과 고소함.도겸은 무의식중에 눈을 가늘게 떴다.‘괜찮은데? 심경혜... 의외로 손맛 있네.’‘수표가 아깝지 않네.’솔직히, 상황만 달랐다면 도겸은 경혜를 전속 셰프로 고용하고 싶어질 정도였다. 다른 요리는 필요 없고, 이 죽 하나만 매일 끓여줘도 될 테니까....같은 시각, 기숙사 침대에 누워 있던 경혜는, 자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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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1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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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114화

    정은은 무심코 스쳐 지나가려는 서준을 흘끗 봤다.“어라?”‘평소엔 민지랑 붙어 다니더니, 오늘은 왜 각자야?’역시나, 서준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표정이 완전히 굳었네. 뭐야, 싸운 거야?’민지는 정은이 안 움직이자, 그냥 도시락을 들고 직접 다가왔다.“언니, 우리 창가 쪽에 앉아요! 햇빛도 좋고, 경치 보면서 먹으면 기분도 좋아질 테니까요.”서준의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창가 쪽 테이블은 딱 두 자리뿐.정은과 민지가 앉자, 서준은 그쪽으로 올 수도 없게 됐다.서준의 눈빛은 스치듯 어두워졌다.그는 무표정하게 다가와서는 갈비 한 통을 민지 앞에 ‘탁’ 내려놓았다. “천천히 먹어.”그 한마디만 남기고, 돌아서 가버렸다.민지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휴... 간신히 피했다.’정은은 웃으며 물었다.“왜, 또 싸웠어? 왜 피해 다녀?”민지는 난감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아휴... 얘기 길어요. 어젯밤에 또... 서준이 때문에 못 잤어요.”‘진짜, 이러다가 내 건강이 먼저 가겠어.’“언니, 저 하나만 여쭤봐도 돼요?”민지의 표정이 갑자기 진지해졌다.정은은 학문적인 질문인 줄 알고 자세를 고쳐 앉았다.“말해봐.”그런데 민지가 갑자기 몸을 기울여 정은의 귀에다 대고 몇 마디를 속삭였다. 정은은 처음엔 멍한 표정이었다.하지만 점점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하더니, 들으면 들을수록 표정이 점점... 미묘해졌다.“거절도 해봤는데, 소용이 없어요. 서준이가 너무 달콤하게 꼬셔서 결국 또... 언니, 나 어떡해요?”민지는 진짜 죽을 맛이었다.오늘 아침 체중 재보니까 60kg. 무려 2.5kg 감량.‘이런 방식으로도 살이 빠질 수 있다니, 난 상상도 못 했어... 진짜!’정은은 한참을 고민하다가...“그건 말이지, 음... 답이 없다.”민지이 이해가 안 됐다. “네??”“그냥... 젊은 남자니까. 정상 반응이야.”정은이 다시 설명했다.민지는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조 교수님은요?”정은은 순간 어떻게 대답해야 할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113화

    “여보세요?”전화를 받는 순간, 도겸은 잠시 멍해졌다가 곧 기쁨에 찬 목소리로 쏟아냈다.[정은이구나! 드디어 전화 받았네. 나 진짜... 미칠 것 같았어. 보고 싶어서, 온몸이 아플 지경이야.]재석은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이게 지금... 누구한테 하는 소리지?’하지만, 그는 곧장 상대가 누군지 알아챘다.재석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도겸이 먼저 말을 이었다.[잘 지냈어? 학교에서 일어난 일, 나도 다 봤어... 조재석, 그 자식은 널 지켜주지도 못해. 무능하다고. 그런 놈 옆에 있어봤자, 너만 힘들어져.]‘이 인간, 제정신인가?’재석이 속으로 너무 어이가 없었다. [돌아와 줘, 제발. 그땐 내가 바보였어. 너를 아프게 해서 미안해. 이제는 알아. 평생을 걸어서라도 너를 지키고, 아껴줄게. 네가 원하는 모든 걸 다 줄게. 그러니까... 다시 내 곁으로 와 줘.]재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눈빛이 서서히 식어갔다.‘참... 대단하다, 강도겸.’[정은아... 왜 말이 없어? 괜찮아, 다 듣고 있잖아. 그래... 아직은 나를 용서 못 하겠지. 그럼 말이야... 내가 죽으면, 그땐 날 한 번쯤 봐줄 거야?]그 순간, 재석이 입꼬리를 비틀며 차갑게 말했다.“하고 싶은 말은 다 했나? 강 대표?”[뭐...?]“걱정은 고맙지만, 감성팔이는 여기까지만 하시지. 안 먹히니까.”수화기 너머 갑작스러운 정적.그리고, 이를 갈 듯한 도겸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정은이 바꿔! 나, 정은이랑 얘기하고 싶다고!]재석은 담담하게 대꾸했다.[미안하지만, 내 여자 친구는 피곤해서 방금 막 잠들었어.]뚝!재석은 단호하게 전화를 끊고, 핸드폰을 소파 위에 툭 내려놓았다.그는 조용히 발걸음을 옮겨 침실로 돌아갔다.여전히 여름 이불을 품에 안은 채, 곤히 자는 정은의 얼굴에는 평온함이 감돌고 있었다.재석은 조심스럽게 그녀 곁에 누웠다. 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살짝 넘겨주며, 속삭이듯 말했다.“잘 자, 정은아.”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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