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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십일
식탁 쪽.

“왜 죽이 없죠?”

“보양식 죽 말이죠?”

“보양식 죽?”

“네, 정은 아가씨가 자주 끓여준, 찹쌀과 표고버섯, 황태, 대추를 함께 끓인 그 죽 말씀하시는 거죠?”

“아이고, 그거 준비하려면 표고버섯, 황태랑 대추만이라 해도 전날에 준비를 해놔야 해요.”

“그리고 불 조절이 특히 중요해요. 저는 정은 아가씨처럼 인내심이 없어서 계속 불을 볼 수 없어요. 제대로 끓여내지 못해요.”

“그럼 고기 소스 좀 가져다줘요.”

“그래요. 도련님.”

“맛이 이상한데요?”

도겸은 병을 훑어보았다.

“포장도 다르네요.”

“도련님이 자주 먹던 그건 이미 다 먹어서 이제는 이거밖에 없어요.”

“나중에 마트 가서 두 병 사다 놔요.”

“못 구해요.”

왕순자는 약간 난처하게 웃었다.

“그것도 정은 아가씨가 직접 만든 거라서, 저는 못 해요.”

쿵!

도겸은 깜짝 놀랐다.

“음? 도련님, 식사 안 하세요?”

“네.”

왕순자는 도겸이 계단을 올라가는 뒷모습을 보며 당황했다.

‘갑자기 왜 화를 내시는 거지?’

...

“게으름뱅이! 일어나!”

정은은 몸을 뒤척이며 눈을 뜨지 않았다.

“시끄러워, 조금만 더 잘래.”

조수민은 화장을 마치고 가방을 고르고 있었다.

“곧 8시야, 너 강도겸한테 아침 안 해줘도 돼?”

예전에도 정은은 가끔 외박하곤 했지만, 새벽에는 돌아갔다. 도겸의 속을 위해 보양식 죽을 끓이기 위해서였다.

수민은 그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도겸이 다친 것도 아니고, 휴대폰으로 배달을 시키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정말 사람 힘들게 한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말해 쓸데없는 습관이었다.

수민이 계속해서 부르자 정은은 잠결에 손을 흔들었다.

“안 해줘도 돼, 헤어졌어.”

“오, 이번에는 며칠 동안 헤어지려고?”

수민의 말에 정은은 할 말을 잃었다.

“그래, 그럼 더 자. 아침 식사는 탁자 위에 있어. 나는 일하러 간다. 그리고 나 저녁 약속이 있어서 저녁은 준비하지 마.”

“됐다. 너 어차피 다시 돌아갈 거지? 그럼 나갈 때 베란다 창문 좀 닫아줘.”

정은은 배가 고파서 일어났다. 친구가 만든 샌드위치를 먹으며 창밖의 밝은 햇살을 바라보았다. 언제 마지막으로 이렇게 편하게 일어났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옷을 갈아입은 후 정은은 은행으로 향했다.

먼저 100억짜리 수표를 현금으로 바꿨다. 역시 돈은 손에 쥐고 있어야 안심할 수 있으니까. 그 후 다른 은행으로 갔다.

“프라이빗 뱅커를 만나고 싶어요. 20억을 예금하고 싶습니다.”

은행장이 나와 꽤 괜찮은 연이율을 제안했으나, 정은은 2퍼센트를 더 추가해 주는 조건을 제시하고 수락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같은 방법으로 다른 두 은행에 가서 각각 20억 원씩 예금했다. 연이율은 점점 높아졌다.

마지막 은행을 나서면서, 정은은 세 개의 은행에서 블랙 카드를 손에 쥐고 있었고, 총 60억의 예금과 40억의 유동 자금을 가진 부자가 되었다.

“꽤 잘 나눴네.”

하룻밤 사이에 부자가 된 셈이었다. 한 미용실을 지나가다가, 그곳이 붐비는 것을 보고 정은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현장에서 회원권을 끊어서 우선 예약권을 얻었다. 정은은 거울 앞에 앉아 갈색의 웨이브 머리를 바라보며, 처음으로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아가씨, 머릿결이 정말 좋네요. 마치 바비 인형 같아요.”

웨이브 머리는 도겸이 좋아하는 긴 머리와 분위기 때문에 유지하고 있었다. 침대에서 뒹굴 때마다 도겸의 손은 항상 정은의 머리카락 사이를 지나갔다. 그러나 아름다운 웨이브 머리를 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이에 정은은 미소를 지으며 헤어 디자이너에게 말했다.

“짧게 잘라 주시고요. 매직 펌도 해주시고, 그리고 블랙으로 염색해 주세요.”

인형이 아무리 예뻐도, 결국 장난감일 뿐이다. 이제 정은은 누가 좋아하든 상관없었다. 그만두겠다고 마음 먹었다.

미용실을 나서자마자 정은은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고, 마침 옆에 유니클로가 할인 중이었다. 정은은 들어가서 흰 티셔츠와 청바지를 골라 바로 입고 나왔다. 오늘 신은 운동화와 딱 어울렸다.

걷다 보니 서비대학교 정문 앞에 도착했다. 자전거를 타고 드나드는 학생들을 정은은 멍하니 바라보았다.

“성준 선배! 여기요!”

한 젊은 남자가 소정은을 지나쳤다.

“왜 다들 여기 모여 있죠?”

“오미선 교수님 병문안하려고요.”

“이 정도 인원은 병실에 다 못 들어가요. 생물정보학 전공 학생 두 명만 대표로 저와 함께 가죠.”

‘생물정보학 전공, 오미선 교수.’

정은의 눈이 번쩍이며 빠르게 앞으로 나갔다.

“방금 누구라고 했죠? 누가 아프다고요?”

하성준은 앞에 서 있는 청초하고 예쁜 여자를 보며 약간 말을 더듬었다.

“오미선 교수님이요.”

“오미선 교수님이라고요?”

“네.”

“어느 병원에 계시죠?”

“서광병원이에요.”

“감사합니다.”

“저기... 혹시 어느 과세요? 오미선 교수님의 학생인가요?”

남자의 질문을 무시한 채 정은은 빠르게 떠났다. 아파트로 돌아온 정은은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그 성질 급한 늙은이가 아프다니? 심각한 건가?’

정은은 연락처에서 방소연이라고 저장된 번호를 찾아 망설였다. 결국 전화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정은은 도겸과 함께 있기 위해 사랑이라는 명분으로 석박사 통합 과정 기회를 버렸다. 심지어 학부 졸업 후 하루도 일하지 않고, 남자에게만 의지하며 살았기에 분명 실망했을 것이다.

“어? 정은아, 안 갔네?”

수민이 신발을 갈아 신으며 말했다.

“왜? 나 빨리 갔으면 좋겠어?”

“신기하네. 이번에는 꽤 오래 버티는걸? 지난번에는 강도겸이랑 헤어지고 반나절도 안 돼서 전화 오니까 바로 돌아갔잖아.”

“냄비에 죽 있어, 알아서 먹어.”

수민은 기뻐하며 주방으로 달려가 한 그릇을 퍼먹으며 감탄했다.

“강도겸 그 남자는 정말 행복하겠다. 매일 이렇게 맛있는 죽을 먹을 수 있다니.”

“다 먹고 나면 설거지하고, 청소도 해. 난 잘 거야.”

“야, 진짜 안 돌아갈 거야?”

굳게 닫힌 문에 수민은 혀를 찼다.

“이번에는 정말 마음먹었네.”

같은 밤, 벨라 비스타 별장.

[대표님, 은행에서 확인했습니다. 오늘 정오 12시 5분 본인이 직접 100억 수표를 현금화했다고 합니다.]

도겸은 전화를 끊고, 차갑게 창밖을 바라보았다.

‘소정은, 이번엔 또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거지?’

정은이 이런 식으로 나온다고 해서, 자신이 마음을 바꿀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었다. 도겸은 자신이 내린 결정은 번복하지 않았다.

“전선우, 나와서 한잔할래?”

30분 후, 도겸이 방의 문을 열자, 선우가 가장 먼저 웃으며 다가왔다.

“형, 모두 모였고 형만 기다렸어요. 오늘 뭐 마실까요?”

도겸은 방 안으로 걸어갔고 선우는 움직이지 않고 그저 도겸의 뒤를 바라보았다.

“왜 멍하니 있어?”

“정은 누나는요? 주차 중이에요?”

그러자 도겸의 얼굴이 살짝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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