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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펜트하우스에 남긴 것

Penulis: 6jay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8-19 11:00:56

태준의 변호사가 먼저 자료 원본과 수집 절차를 요구했다.

“독립 포렌식 업체의 원본 보존 확인서와 서버 사업자의 접속 증명입니다. 법원에도 같은 자료를 제출했습니다.”

태준은 화면을 한 번 훑고 입을 다물었다. 옆에 앉은 변호사가 낮은 목소리로 무언가를 말하자, 그의 손에서 여유롭게 돌던 펜이 멎었다.

“8년 전 편지 건은 김혜진 씨의 사실확인서와 당시 메시지 원본으로 별도 정정 요청하겠습니다. 오늘 합의 대상은 루네의 영업비밀 침해와 판매 중단입니다.”

그의 변호사가 휴정을 요청했다. 회의가 끝난 것은 아니었지만, 쟁점은 더 이상 ‘비슷한 유행’이 아니었다. 누가, 언제, 어떤 계정으로 파일을 가져갔는지가 됐다.

***

이틀 뒤, 루네의 공개회는 작은 쇼룸과 온라인 생중계로 동시에 열렸다.

채원은 런웨이 대신 작업대를 무대 중앙에 놓았다. 헤진 첫 샘플부터 최종 제품까지 차례로 마네킹에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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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를 삼킨 밤의 계약   33화. 계약 없는 밤

    도현은 한순간 굳었다. 곧 셔츠를 움켜쥔 채원의 손등을 덮고, 다른 팔로 허리를 단단히 끌어안았다.“채원아.”겨우 되찾은 이름이 입술 사이에서 뜨겁게 흩어졌다. 채원은 대답 대신 다시 키스했다. 첫 키스 때는 자신의 선택을 증명하려 했다. 지금은 그저 갖고 싶었다.도현의 입맞춤은 오래 눌러 둔 열을 감추지 못했다. 입술이 느리게 각도를 바꾸고, 손바닥이 젖은 머리카락 아래 목덜미를 받쳤다. 숨이 짧아져 채원이 고개를 돌리자 팔의 힘이 느슨해졌다.채원은 멀어진 그의 넥타이 없는 목을 끌어안아 다시 입술을 맞췄다. 그제야 도현의 손이 허리선을 깊게 감쌌다. 얇은 옷감 위로 손가락이 지나갈 때마다 뜨거운 자국이 남는 듯했다.침실 문 앞에서 도현이 입술을 떼고 이마를 맞댔다. 거칠어진 숨이 채원의 뺨을 스쳤다.“채원아, 나를 원해?”채원은 그의 셔츠 단추를 하나 풀었다.“너를 원하지 않았으면 여기까지 안 왔어.”두 번째 단추를 풀자 목선 아래의 뜨거운 체온이 손끝에 닿았다. 채원은 그의 손을 잡아 문고리 위에 올렸다.“열어, 도현아.”도현은 수건을 가져와 젖은 머리카락을 닦아 주다가 채원의 관자놀이에 입을 맞췄다. 입술이 목덜미로 내려오자 채원은 고개를 기울이고 그의 어깨를 끌어안았다.채원은 걷어 올린 셔츠 소매 아래의 팔을 쓸고, 단정하게 버티던 어깨를 끌어안았다. 도현이 자신을 삼킬 듯 입 맞출 때마다 더 가까이 당겼다. 오랫동안 참은 남자의 다정함은 느렸고, 그 아래 감춘 욕망은 전혀 느리지 않았다.채원은 뒤로 손을 뻗어 아직 열려 있던 침실 문을 직접 닫았다. 작은 잠금 소리가 나자 도현이 그녀를 번쩍 안아 올렸다. 채원은 놀란 웃음을 그의 입술에 흘리고 두 팔로 목을 감았다.

  • 너를 삼킨 밤의 계약   32화. 입술부터 막은 대답

    채원은 한동안 그 문장을 손가락으로 따라갔다.그때의 자신은 도현이 어떤 집에 사는지, 얼마를 갖고 있는지 몰랐다. 큰 안경 너머로 설명할 때만 달라지던 눈과, 모두가 비웃어도 계산을 포기하지 않는 고집을 봤을 뿐이었다.예측선이 처음으로 실제 판매량과 맞아떨어진 밤, 도현은 안경을 벗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 웃었다. 채원은 노트북 화면보다 그 얼굴을 더 오래 봤다.그 뒤로도 아르덴 기사를 몇 번이나 열었다가 닫았다. 기다렸다는 사실을 들키기 싫어서, 먼저 버린 사람은 도현이라고 정해 놓았다.“편지는 왜 안 돌려줬어요?”“그건 대표 자신의 비겁함까지 적힌 물건이라더군요. 윤 대표가 원하면 보내라고 했습니다.”채원은 기획서를 덮었다.“아니요. 직접 읽을게요.”***밤이 깊자 비바람이 거세졌다. 회사 앞에서 한 번 뒤집힌 우산을 겨우 세웠지만, 펜트하우스 로비에 도착했을 때는 치맛단과 구두뿐 아니라 머리끝과 어깨까지 젖어 있었다. 익숙한 엘리베이터 숫자가 올라가는 동안 돌아갈 이유는 여러 번 떠올랐다.늦었다. 충동적이다. 용서와 사랑을 혼동하고 있을지도 모른다.어느 것도 발을 돌리게 하지는 못했다.벨을 한 번 누르자 문이 열렸다.도현은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린 채였다. 넥타이는 없었고 손에는 읽던 서류가 들려 있었다. 문밖의 채원을 확인한 순간 손가락이 종이 가장자리를 구겼다.“윤채원.”그는 문을 더 열었지만 채원의 팔을 잡아당기지는 않았다.“무슨 일 있어?”“있어.”오랜만에 존댓말을 버리자 도현의 눈이 미세하게 흔들렸다.“내가 들어갈지 말지 당신이 정하지 않는 일.”도현이 옆으로 비켜섰다.채원은 스스로 문턱을 넘었다.집은 떠나던 날과 거의 같았다. 다만

  • 너를 삼킨 밤의 계약   31화. 첫 문장의 주인

    펜트하우스를 나온 지 2주가 됐다.아르덴에서 온 메일은 투자관리팀 공용 계정으로 도착했다. 매출 정산 양식과 다음 분기 이사회 일정, 그뿐이었다. 차도현이 덧붙인 문장도, 개인 번호로 온 안부도 없었다.채원은 회신에 필요한 파일을 첨부하고 서민지를 참조에 넣었다.「확인했습니다. 요청 자료는 월요일까지 전달하겠습니다.」보내기 버튼을 누른 뒤 채원은 빈 화면을 잠시 보고 있었다. 차 대표에게도 공유해 달라는 쓸데없는 문장을 붙이지 않은 자신이 우스웠다.도현은 약속을 지키고 있었다.비싼 선물도, 문 앞에 놓인 꽃도 없었다. 집의 임대차 문제는 법무 대리인을 통해 처리했고, 루네 투자 건은 한지혁과 투자관리팀이 맡았다. 우연을 가장한 만남조차 만들지 않았다.그렇게 해 달라고 한 사람은 채원이었다.그런데 저녁에 집으로 돌아와 불을 켤 때마다 지나치게 조용했다. 펜트하우스보다 훨씬 작은 집인데도 비어 있는 자리가 더 넓었다.비가 오면 젖은 머리를 대충 묶지 말라던 목소리가 생각났다. 커피를 두 잔째 내릴 때는 도현이 말없이 디카페인 원두를 내밀던 손이 떠올랐다. 잠들지 못해 거실을 서성이다가도, 자신보다 먼저 불 켜진 서재가 없다는 사실에 걸음을 멈췄다.채무 소멸 확인서는 서랍 안에 있었고 투자 승인서는 회사 금고에 있었다. 어느 쪽도 밤마다 켜지던 서재의 불이나, 식탁 건너편에서 서류를 읽던 남자의 자리를 채워 주지는 못했다.도현이 잘못한 일은 선명했다. 그렇다고 그가 건넨 모든 순간까지 거짓으로 돌리면, 펜트하우스에서 먼저 넥타이를 당긴 자신의 마음도 함께 거짓이 됐다.오후에 한지혁이 사무실로 찾아왔다. 이번에도 공식 일정이었다. 아르덴의 이해충돌 관리와 자료 폐기 확인을 위한 면담이었다.“아르덴이 루네 투자 검토 과정에서 수집한 자료 목록입니다. 공개 공시, 보도 자료, 유료

  • 너를 삼킨 밤의 계약   30화. 텅 빈 복도

    브리에의 판매 페이지가 중단된 뒤 루네 검색량은 이전 시즌 최고치를 훌쩍 넘었다. 관심을 매출로 바꾸는 일은 또 다른 문제였다. 채원은 무대에서 표절 사건을 되풀이하는 대신, 루네가 다음 계절에 무엇을 만들 것인지 이야기했다.“우리는 위기 때문에 투명해진 브랜드가 아닙니다. 만드는 사람과 입는 사람이 같은 정보를 가져야 오래 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오늘부터 모든 제품 페이지에 생산 공장과 주요 수정 이력, 예상 수선 비용을 공개하겠습니다.”대형 유통망을 잃은 약점을 고객과 직접 연결되는 구조로 바꿨다. 베스타리테일과의 신규 계약, 수선 회수 프로그램, 남은 원단을 활용한 소량 주문 제작 계획이 차례로 발표됐다.행사가 절반쯤 지났을 때 채원은 객석 뒤편에서 도현을 발견했다.검은 슈트 차림의 그는 카메라도 귀빈석도 피한 채 기둥 옆에 서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아주 작게 고개를 숙였다. 축하한다는 뜻을 그것으로 끝냈다.최종 선주문 수량은 준비한 목표치를 한참 넘어섰다. 직원들이 서로를 끌어안았고 민지는 채원의 손에 탄산수 잔을 쥐여 줬다.“이제 좀 웃어. 오늘은 네가 이겼어.”채원은 화면의 숫자를 확인한 뒤에야 웃었다.“우리가 이긴 거야.”그 순간 기둥 옆이 비어 있는 것이 보였다.채원은 잔을 내려놓고 행사장 뒤편으로 나갔다.도현은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복도 끝에 있었다. 채원의 구두 소리를 듣고 돌아섰지만 다가오지는 않았다.“축하해.”“그 말만 하려고 왔어요?”“응.”“그리고 또 내 눈앞에서 사라지려고요?”도현은 잠깐 눈을 감았다가 떴다.“사라지는 게 네가 원하는 거라고 생각했어.”“내가 물은 건 그게 아니에요. 왜 8년 전에도, 이번에도 솔직하게 말하지 않았어요?”복도 건너편에서 행사 음

  • 너를 삼킨 밤의 계약   29화. 예정 시각의 론칭

    민지는 협상실을 나온 뒤 길게 어깨를 폈다.“나 방금 20분 동안 대표님이 투자금 걷어차는 상상 세 번 했어.”“대신 빼앗기는 계약을 맺으면 그게 더 비싸.”“알아. 그래서 안 말렸지.”채원은 수정 계약서에 자신의 펜으로 서명했다. 도현이 벌어 준 시간 위에 어떤 조건을 적을지는 자신이 정했다.곧이어 열린 채권단 협의에서도 채원은 신규 투자 계약과 선주문금 보관 내역을 직접 펼쳤다. 채권단은 18개월 안에 갚는 안을 먼저 내놓았다.“그 기간이면 내년 생산비와 원금 상환이 다시 겹칩니다. 첫 6개월은 이자만 내고, 이후 월 매출의 일정 비율로 원금을 갚겠습니다. 대신 재고와 현금흐름을 매달 공개하죠.”“3년은 너무 깁니다.”“그래서 베스타리테일 확정 발주와 선주문 계좌를 상환 근거로 가져왔습니다. 상표권 담보를 요구하시면 협의는 여기서 끝내겠습니다.”다음 날 새벽까지 계산표가 오갔다. 채권단은 3년에 걸쳐 나눠 갚겠다는 안을 받아들였다. 첫 반년에는 생산비를 지키고, 그다음부터 옷이 팔린 만큼 원금을 줄이는 방식이었다.채원은 새 상환표의 첫 납입일에 붉은 동그라미를 쳤다. 다음 시즌을 만들 만큼 멀었고, 빚을 잊지 않을 만큼 가까운 날짜였다.그 돈은 직원들이 만든 옷을 팔아 갚을 것이다. 채원은 동그라미 옆에 짧게 적었다.첫 번째 상환.“대표님.”직원이 샘플 행거를 밀고 왔다.채원은 재킷 안쪽 봉제선을 확인했다. 긴급 생산으로 바뀐 공장이 초승달 자수를 2mm 아래에 달아 놓았다.“이대로 출고하면 움직일 때 자수가 접혀요. 오늘 물량은 전부 수정해 주세요. 납기보다 제품이 먼저예요. 고객들에게는 1일 지연 안내하고 보상 포인트를 넣죠.”“네.”판단해야 할 일이 이어졌다. 광고 문구, 플랫폼 배너 순서,

  • 너를 삼킨 밤의 계약   28화. 나를 위한 협상

    펜트하우스를 나온 지 열흘째 되는 아침, 채원은 오래 살던 집의 창문을 열었다.집주인은 여전히 도현의 개인 법인이었다. 그러나 채원이 돌아온 날 받은 것은 퇴거 통지가 아니라 주변 집들과 비슷한 보증금과 월세가 적힌 계약서였다. 1년 안에 직접 되살 수 있다는 문장도 한쪽에 붙어 있었다.채원은 계약서를 법무사에게 검토받은 뒤 서명했다. 월세 첫 회분도 자신의 계좌에서 보냈다.집 안에는 예전 가구가 그대로였지만 생활은 달라져 있었다. 새벽마다 울리던 채권자의 전화가 없었다.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자신이 고르지 않은 무가당 요구르트가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아무도 아침을 거르지 말라고 하지 않았다.채원은 식탁에 앉아 토스트 한 조각을 끝까지 먹었다. 굳이 그 남자의 말을 따른 것은 아니었다. 오후의 론칭을 버티려면 필요한 일이었다.“대표님, 베스타리테일 최종 계약서 왔습니다.”전화기 너머로 민지의 목소리가 들렸다.“수수료는?”“우리가 제시한 수수료로 받았어. 대신 첫 달 목표 수량은 조금 올렸고.”“받아. 해외몰은 반품 물류비 상한 조항 넣었는지 확인하고.”“넣었지. 그리고 아르덴 투자위원회 결과도 왔는데, 내가 읽어 줄까?”채원의 손이 컵 손잡이에서 멈췄다.“사무실에서 볼게.”민지가 짧게 웃었다.“사람하고 계약은 끝났어도 투자 심사는 끝까지 공적으로 보시겠다?”“공적인 걸 공적으로 보는 게 왜 흠이야.”“그래. 목소리가 지나치게 단정한 것도 흠은 아니지.”채원은 전화를 끊었지만 토스트가 전처럼 잘 넘어가지는 않았다.루네 사무실에 도착하자 책상 절반이 계약서로 덮여 있었다.베스타리테일은 온라인과 편집숍 유통을 맡고, 소형 공장 연합은 생산 물량을 보장했다. 외부 투자사인 서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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