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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Author: 일세종환
"나래 씨, 뭘 보고 있어요?"

"방금 저쪽에서 누군가 우리를 보고 있는 것 같아서요."

"음?"

서아영은 그녀가 가리키는 곳을 쳐다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강나래가 말했다.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어요."

"엘리베이터? 저 엘리베이터 말이에요?"

서아영은 손가락으로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을 가리켰다. 강나래가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긴장하며 침을 꼴깍 삼켰다.

그건 대표님 전용 엘리베이터였다!

서아영의 사무실에 도착한 강나래는 문에 붙어 있는 HRVP라는 팻말을 보게 되었다. 인사팀 실장.

승진을 한 모양이었다.

강나래는 웃으며 말했다.

"아영 씨, 축하해요."

"고마워요."

서아영은 아직도 조금 전 강나래가 했던 말 때문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다행히 꼼꼼하게 일 처리를 했으니 별다른 빈틈은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강나래가 말했다.

"아영 씨, 사직서를 제출하러 왔어요."

"사직서요?"

서아영은 강나래가 보여 주기 식의 절차를 밟으려 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녀의 의견을 물었다.

"시간은 얼마나 필요할까요?"

"규정된 절차대로 진행해 주세요."

"규정된 절차대로 처리한다면 정직원은 한 달 전에 사직서를 제출해야 해요. 하지만 인수인계를 다 마친다면 나래 씨 직급에서는 2,3일 만에 퇴사 처리를 마칠 수 있죠."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서아영은 대표님의 측근이 방으로 들어오자 얼른 공손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 비서님."

"아영 씨, 대표님께서 찾으십니다."

'와야 할 것이 드디어 왔구나!'

서아영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올해 상반기 하성그룹에서 20억에 달하는 공금을 횡령한 사건이 터졌다. 그 사람은 고위급 인사의 친척이었다. 하여 격노한 대표는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회사 내의 부정당한 관계들을 엄히 조사하고 있었다.

서아영의 상사였던 사람 역시 대표님에 의해 해임이 되었다. 하여 그녀가 인사팀의 실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아직 권력의 맛을 제대로 느껴 보지도 못했는데...

설마 그녀가 고용한 사람 중에 낙하산이 있었던 건가?

하지만 서아영이 기억하는 낙하산이란 강나래밖에 없었다.

'강나래는 하씨 가문의 사람이 직접 부탁한 사람인데.'

게다가 강나래는 직급이 아주 낮았고 시스템상으로만 월급이 150만 원이라 되어 있었을 뿐 실질적으로 월급이 지급되는 것도 아니었다.

"나래 씨, 잠깐만 기다려 줄래요?"

강나래 앞에서 덤덤하게 굴던 서아영은 사무실을 나서자마자 전전긍긍하면서 물었다.

"주 비서님, 대표님께서 저를 왜 찾으시는 건가요?"

금테 안경을 쓰고 있는 주 비서가 웃었다.

"가 보면 알게 될 겁니다."

모호한 말에 서아영의 간담이 더욱 서늘해졌다.

대표 사무실.

넓은 사무실은 검은색, 흰색, 회색 세 가지 색으로만 인테리어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하성그룹의 대표가 싸늘하고 엄숙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방금 서아영 씨가 직접 맞이한 사람이 누구죠?"

정말 강나래 때문이었다!

서아영은 긴장하며 대답했다.

"강나래 씨예요."

"강나래."

하준혁은 그 이름을 곱씹었다.

호텔에서 처음 만났을 때 눈시울이 붉게 달아오른 채 서 있던 여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다시 만난 지금 얼굴의 붉은 자국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여전히 머리를 귀 뒤로 넘긴 그녀는 청아한 얼굴을 드러내고 있었다.

간단한 파란색 셔츠 원피스에 너무 씻어서 색이 바랜 파란색 에코백을 메고 있었다.

하준혁은 키보드를 몇 번 두드렸다

서아영은 하준혁의 뜻을 알아차렸다.

직접 강나래의 자료를 찾아볼 생각인 듯했다. 하지만 강나래에 관한 자료는 짧디짧은 몇 마디뿐이었다.

하준혁은 화면 속 짧디짧은 한 페이지의 자료를 보고 있었다. 애티가 물씬 풍기는 사진이었다. 어깨까지 오는 단발머리에 머리끝은 살짝 뻗쳐 있어 미묘한 활기가 느껴졌다.

기본적인 학력 정보를 제외하면 회사에서 일을 한 흔적이나 급여의 변동 같은 내용은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설명해 보세요."

하준혁이 물었다.

서아영은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대표님, 강나래 씨는 둘째 고모님께서 회사에 입사시킨 사람입니다. 그저 직책만 걸고 있을 뿐 급여는 받지도 않고 회사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둘째 고모?'

하준혁은 눈살을 찌푸렸다. 하성그룹의 경영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던 둘째 고모가 갑자기 사람을 하성그룹에 꽂았다고?

손을 들어 올린 그가 손가락을 까딱 움직였다.

주 비서가 얼른 그에게 다가갔다.

"이 여자를 조사해 봐."

"네."

"대표님."

서아영이 말했다.

"강나래 씨는 오늘 사직서를 제출하기 위해 온 거예요."

'사직?'

하준혁은 생각에 잠긴 듯 아무런 말 없이 눈을 내리깐 채로 조사 결과를 기다렸다. 보통 그의 비서는 30분이 지나기 전에 그가 원하는 자료를 들고 그를 찾아오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10분 만에 비서가 들어왔다.

10분이라. 찾을 수 있는 내용이 제한되어 있다는 뜻이었다.

주 비서는 얇디얇은 한 페이지의 자료를 든 채 식은땀을 흘렸다.

"대표님, 찾을 수 있는 자료는 이것뿐입니다."

고아, 광명시 최고 명문대를 졸업한 석사.

구체적으로 어느 보육원에서 자랐는지에 관한 자료 역시 찾을 수가 없었다.

졸업 후의 자료는 더욱 전무했다.

하성그룹에 보관된 데이터에는 그래도 이미 결혼했다는 사실과 하성그룹의 행정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내용이 더 추가되어 있었다.

주 비서가 말했다.

"이렇게 깨끗한 자료라면 분명 처리를 거친 것입니다. 숨겨진 신분이 있는 사람 같습니다."

미스터리한 신분을 가진 사람이었다.

하준혁의 표정이 점점 심각해졌다. 그는 강나래의 정체에 관해 호기심을 넘어선 걱정마저 느끼고 있었다.

미스터리한 신분의 여자가 그가 이끌고 있는 회사에 위장취업을 했다니. 게다가 하씨 가문의 어른과 알고 지내는 사람이었다.

음모론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서아영 역시 그 점을 알아차렸다. 인사팀 실장이라는 직위가 곧 사라질 것만 같았다.

"서아영 씨..."

"네! 대표님!"

서아영은 몸을 흠칫 떨며 마치 군인처럼 자세를 바로 했다.

'대표님! 전 당신의 가장 충실한 병사인 걸요!'

하준혁은 아무런 말도 없었다.

그는 손으로 귀를 살살 어루만졌다. 하마터면 고막이 터져버릴 뻔했던 것이다.

"이만 나가요. 강나래 씨 퇴사 건은 일단 미뤄 두고요."

"아... 네?"

대표님께서 벌을 내리지 않으셨어?

서아영은 멍한 상태로 대표 사무실을 떠났다. 사무실로 다시 돌아왔을 때 강나래는 이미 가고 없었다. 다음에 다시 오겠다는 메모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강나래는 연구소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고 하성그룹을 떠났다.

아주 급한 일이었다.

강나래는 부지런히 단지를 가로질렀다. 가녀린 여자의 모습이 빌딩의 가장 높은 곳에 서 있는 빌딩 주인의 시야에 들어왔다.

꼭대기 층은 시야가 아주 넓었다. 여자는 서쪽 대문을 나섰다. 벤 한 대가 앞에 멈추어 서더니 기사가 내려 여자를 위해 문을 열어주었다. 여자를 태운 차는 도시의 동쪽을 향해 달려갔다.

하준혁은 실눈을 뜨고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동생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 본가로 갈 거야.]

둘째 고모 하은혜는 본가에서 살고 있었다.

연구소.

'자체 개발 칩'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화상을 입은 임서연도 예외는 아니었다.

임서연은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 줄곧 그녀를 피하며 만나지 않으려 하는 데다가 프로젝트팀 전체를 기다리게 만든 강 박사가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강나래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나래 씨, 잠깐 봐요."

성 교수가 복도에서 그녀를 불러 세웠다.

강나래는 살짝 열었던 문을 다시 닫았다.

"성 교수님, 프로젝트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예요?"

"아니. 위에서 이미 일주일 뒤에 연구 개발 성과를 대외적으로 공개하기로 했어요. 한 달 안에 입찰을 마치게 될 거예요. 나래 씨 남편은 성우테크의 대표잖아요. 게다가 나래 씨는 하성그룹에 위장 취업을 한 상태고. 하성그룹 산하에도 기술 회사가 있는데. 두 회사도 입찰에 참여할 거예요. 프로젝트의 핵심 책임자로서 막중한 신분을 가지고 있어서 입찰이 끝나기 전 그 누구의 신분도 새어나가서는 안 돼요. 이건 새로 작성된 비밀 유지 계약서예요. 입찰이 끝나고 나면 나래 씨가 프로젝트팀을 대표해 계약식에 참여할 거예요. 그자리에서 신분을 세상에 밝히게 될 거고."

신분이 공개되는 날도 한 달 뒤라니. 강나래의 두 눈이 흔들렸다. 어쩐지 감개무량해졌다.

두 가지 일의 시기가 맞물리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많은 번거로움이 줄어들 테니 말이다.

한 달 뒤면 그녀는 심인혁이 엮어 놓은 새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월급 150만 원을 받는 보잘것없는 회사원인 척 연기하지 않아도 되었다.

오롯이 강나래로 살게 될 것이다.

강나래는 깔끔하게 사인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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