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4년 넘는 결혼 생활을 지나다가 그 여자가 돌아왔을 때에야 강나래는 비로소 알게 되었다. 아내와의 잠자리를 거부하며 얼음처럼 차갑기만 굴던 모습은 남편의 본성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매달 70만 원의 생활비만 주던 남편은 첫사랑의 연구 사업을 위해 통 크게 매달 7억 원을 보내주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대하는 남편의 태도가 너무 분명한 나머지 그녀는 깊은 상처를 입고 말았다. 심인혁은 첫사랑이 결혼이라는 감옥에 갇혀 재능을 썩히는 게 가슴 아프다고 했다. 하지만 강나래에게는 쥐꼬리만한 월급이나 받는 직장 따위 당장 치우고, 집에서 살림이나 하라고 강요했다. 그녀가 아무런 미래도 없는 퇴물로 살기를 바랐던 것이다! 하지만 심인혁이 모르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강나래는 평범한 회사원이 아니었다. 지난 4년간 그녀는 국가 기밀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이끌어왔다. 직급이 너무 높은 나머지 심인혁의 첫사랑마저 강나래의 부하 직원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해야 했다. 게다가 그는 아무렇게나 사인한 서류가 두 사람의 이혼 협의서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한 달 뒤. 과학계 거물이라는 강나래의 신분이 공개되고 조정 기간을 거쳐 두 사람의 이혼 역시 성사되었다. 줄곧 다정하고 점잖던 심인혁은 이혼 서류를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이 사실을 믿을 수 없었던 그는 시뻘게진 두 눈으로 분노를 터뜨렸다. "나 말고 또 누가 이혼한 그 여자를 원하겠어?" 고집을 부리며 센 척하는 사람도 그였고 무릎 꿇은 채 다시 합치자고 사정하는 사람 역시 그였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났을 때, 강나래는 최고 명문가의 실세인 하준혁의 팔짱을 끼고 있었다. 전남편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 속에 더 이상의 흔들림은 없었다. 하 대표는 짙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두 사람의 따끈따끈한 혼인관계증명서를 꺼내 들었다. "심 대표님, 자중하시죠. 이 사람은... 제 아내입니다."
Lihat lebih banyak심인혁과 임서연은 강나래를 본 순간 움찔 놀라며 무의식적으로 그녀에게서 한 걸음 멀어졌다. 그래도 부끄러운 줄은 아는 모양이었다. 심인혁은 본인이 이혼 협의서에 사인을 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은 더 알 수가 없었다. 그들에게 강나래는 여전히 심인혁의 아내였다. 김 비서는 배시시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심 대표님. 그리고 이 분은, 아내분인가요?" 아내라는 호칭을 들은 임서연은 강나래를 도전적으로 쳐다보았다. "아니에요." 심인혁은 강나래를 보며 그렇게 대답했다. 그 말에 임서연의 미소가 얼어붙었다. "저와 인혁이는 친구 사이예요." 김 비서와 박 비서는 여러 회사의 대표들을 만나왔기에 모두 남몰래 애인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심인혁과 임서연의 관계를 눈치챘지만 웃으며 아무것도 모르는 척 굴었다. 곁에 서 있는 강나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차갑게 얼어붙는 기분이었다. "강나래." 심인혁이 갑자기 그녀를 불렀다. 임서연 역시 웃으며 말했다. "나래 씨, 왜 저와 인혁이를 모르는 척 하는 거예요? 오해하지 말아요. 우리는 그저 함께 쇼핑 중이에요." 아파트를 산 뒤에 쇼핑을 온 건가? 게다가 심인혁이 약속했지만 한 번도 함께 와 보지 못한 백화점에 말이다. 역시나. 남자의 돈은 사랑하는 사람에게로 흐르는 모양이었다. 김 비서와 박 비서는 놀라며 강나래에게 물었다. "심 대표님과 아는 사이에요?" 강나래는 심인혁을 싸늘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네. 알아요." 강나래는 두 사람의 관계를 드러내지 않았다. 심인혁은 그런 그녀가 기특해야 마땅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기쁘기는커녕 가슴이 턱 막힌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임서연은 하준혁의 직원을 알지 못하기에 웃으며 물었다. "나래 씨 친구분들인가요? 같이 쇼핑을 온 모양이군요. 하지만 나래 씨는 이런 백화점에 와본 적이 별로 없을 거예요. 그러니 이곳에서 격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더라도 두 사람이 나래 씨를 잘 챙겨줘야 해요."
동료들의 호의 앞에서도 강나래는 그저 고맙다는 말 밖에 할 줄 몰랐다. "제가 고맙죠. 어제 저 대신 술자리에 가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생리 중에 술을 마신다면 생리통이 더 심해졌을 거예요." 김 비서는 뜨거운 물을 떠 와 강나래를 위해 꿀물을 타 주었다. 강나래는 꿀물을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어제 술을 마시지 않았어요." "정말요?" 김 비서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강나래에게 귓속말을 했다. "모두 우리를 뭐라고 하는지 알아요? 대표님의 외교부라고 해요. 우리는 능력이 뛰어날 필요도 없어요. 우선 예쁘장하게 생기고 말도 잘하고 술을 잘 마셔야 하죠. 전에는 저와 박 비서 두 사람뿐이었어요. 박 비서는 귀엽게 생긴 편이고 저는 요염하게 생긴 편이라고 해 두죠. 거기에 강 비서님까지. 이제 완벽하게 다 모였다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다른 대표님들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우리 대표님만의 좋은 점이 있어요. 매번 우리를 데리고 술자리에 나갈 때면 직접 우리를 다시 집으로 데려다주시곤 하거든요." 김 비서는 거울을 꺼내 립스틱을 바르더니 거울 속 본인을 보며 싱긋 웃었다. "그러니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 강 비서님의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에요. 술자리에서 술을 마시는 건 기본이니까요." 강나래는 어젯밤 확실히 술을 마시지 않았고 게다가 좋아하는 음식까지 먹을 수 있었다. 그녀는 계속해서 꿀물을 마신 뒤 만둣국을 먹었다. 비서직은 강나래에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자료 정리를 가장 잘했고 커피 역시 잘 탔다. 그동안 빠지는 곳 하나 없이 세심하게 심인혁을 돌봐온 덕분이었다. 바쁘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은 일자리는 계속해서 다른 여자와 몸을 섞는 심인혁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었고 여전히 속이 메스꺼웠다. 박 비서는 눈을 휘둥그레 뜬 채 강나래를 보며 물었다. "강 비서님, 설마 임신은 아니죠?" 사무실의 문을 닫지 않고 있던 하준혁은 그 말에 서서히 고개를 들어 강나래를 쳐다보았다. 그 점은 완전히 생각지 못한 것이었다. 설
큰 아파트. 심인혁은 가장 먼저 부모님을 위해 커다란 아파트를 샀다. 그리고 동생 심희연의 결혼 선물로 아파트를 하나 봐두었다. 이제 임서연을 위해 아파트를 한 채 사줄 생각인 듯했다. 하지만 4년 동안 곁을 지킨 아내에게는 아무것도 차려지지 않았다. 강나래는 참담하게 웃었다. 집으로 돌아오니 거실은 꽤 정돈이 되어 있었다. 아파트는 방이 모두 세 개 있었고 드레스룸은 안방에 딸려 있었다. 문을 열자마자 밤나무 냄새와 비슷한 이상한 냄새가 났다. 아파트 단지에는 밤나무가 없었다. 창문을 열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강나래는 침대 아래에 삐져나온 검은색 레이스를 발견하게 되었다. 강나래는 허리를 숙여 그것을 집어 들었다. 천이 가련하게 적은 검은색의 티팬티였다. 강나래는 이런 팬티를 입지 않았다. 두 사람의 집에는 이런 물건이 존재하지 않았다. 뭔가 알아차린 강나래는 이불을 확 제쳤다. 침대보는 잔뜩 구겨져 있었다. 보아하니 대단한 전투가 치러진 듯했다. 게다가 전투 뒤에 남겨진 흔적까지... 차마 입에 담기도 남사스러운 것이었다. 심인혁과 임서연이 몸을 섞은 모양이었다. 그녀의 침대에서 말이다. "우욱..." 강나래는 순간 메스꺼워져 화장실로 달려갔다. 하지만 아무것도 먹지 않은 탓에 그저 위산만 계속해서 토해 낼 뿐이었다. 메스꺼워. 너무 메스꺼워. 강나래는 눈가가 발개지고 위가 경련할 때까지 구역질을 했다. 간단히 입가심을 한 뒤 강나래는 얼른 그 집을 벗어나 하성그룹으로 출근했다. 아침 일찍 자리에 앉아 물을 반 컵 마시자마자 집에 있는 침대에서 벌어진 일이 떠올라 다시 한번 토기가 치밀었다. 강나래는 입을 틀어막고 밖으로 달려 나가 화장실 세면대에서 구역질을 했다. 조금 전 마셨던 물을 전부 토해내고 말았다. 토하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한 시간 일찍 사무실에 도착해 있던 하준혁은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강나래는 어제 입었던 옷을 입고 있었다. 가녀린 허리를 숙이고 있는 그 모습은 마치 꺾여 나
"응." 임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너 취했었어. 나에겐 널 밀쳐낼 힘도 없었고." 침대에서 내려온 심인혁은 마른세수를 했다. 마치 지금 상황이 곤란한 사람처럼 말이다. 심인혁과 임서연은 그와 강나래의 침대에서 몸을 섞었다. "씻고 올게." 샤워를 마치고 나와 보니 임서연은 이미 옷을 갖춰 입고 있었다. 그녀의 목에 키스 마크가 선명하게 보였다. 임서연은 그를 쳐다보며 볼을 붉혔다. "인혁아, 너 어젯밤에 너무... 마치 오랫동안 하지 않은 사람처럼 굴었어." 말을 마친 임서연은 다가와 그를 안았다. 심인혁은 고개를 숙이고 임서연을 쳐다보았다. 수많은 나날동안 그리워했던 여자였다. 그는 그녀를 가볍게 품에 안았다. "나래와는 잠자리를 가져본 적이 없어." "알아." 임서연은 심인혁을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인혁아, 네 마음속엔 항상 내가 있다는 사실 알고 있었어. 내 마음속에도 온통 너뿐이야." 임서연은 고개를 들어 심인혁의 입술에 입 맞췄다. 심인혁의 얼굴에 그제야 미소가 번졌다. 하지만 곧 뭔가 떠오른 듯이 미소는 다시 사라져 버렸다. "어젯밤 나래가 집으로 왔었어?" 임서연은 그 이름을 듣기가 싫었다. 그녀는 심인혁을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마치 심인혁이 도망이라도 갈 것처럼 말이다.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어. 뭐 하러 갔는지 누가 알겠어." 심인혁은 갑자기 임서연의 손을 풀더니 거실로 가 휴대폰을 찾았다. 문자도 전화도 와 있지 않았다. 하. 잘하는 짓이야. 그는 화가 난 나머지 휴대폰을 쥔 손이 새하얗게 질릴 정도로 힘을 주었다. "인혁아, 나래 씨를 걱정하는 거야?" "걱정하냐고?" 심인혁은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딜 가든 마음대로 하라지. 광명시에는 딱히 나래가 갈 데도 없어. 보육원 아니면 오연홍에게 찾아갔을 거야." "인혁아, 너 나래 씨를 좋아하게 된 거야?" 그에게 다가간 임서연의 표정은 무척 서글펐다. 순간 멈칫하던 심인혁이 대답했다. "허튼 생각 하지 마. 그저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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