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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많이 울었어요?

Author: 서담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15 21:59:24

오전 회의가 시작되기 전.

기태와 로로가 나란히 상무실로 들어갔다.

공동 프로젝트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면서 최종 샘플과 생산 일정을 정리하기 위한 회의였다.

이무혁은 두 사람이 가져온 자료를 차례로 확인했다.

“1팀 수정안은 이걸로 최종인가요?”

로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착용 테스트까지 끝냈어요. 이대로 넘겨도 문제없어요.”

“2팀은요?”

기태가 자료를 펼쳤다.

“마감 수치만 한 번 더 확인하면 됩니다. 오늘 오후까지 최종안 올리겠습니다.”

“생산 일정에는 영향 없고요?”

“없습니다.”

무혁이 서류를 몇 장 더 넘겼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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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 이름을 부르는 사이   18화. 진짜 물건이 됐잖아요

    오후가 되자 최종 샘플이 도착했다. 공동 프로젝트의 수정사항이 모두 반영된 마지막 샘플이었다. 기태가 상자를 열어 하나씩 확인하던 중 하랑을 불렀다. “이하랑 씨.” “네?” 대답과 동시에 하랑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태가 손짓했다. “이것 좀 보세요.” “뭔데요?” 하랑이 가까이 다가왔다. 기태가 샘플 하나를 건넸다. 하랑은 별생각 없이 받아들었다가 눈을 크게 떴다. “어?” 손바닥 위의 작은 주얼리를 이리저리 돌려봤다. 시선이 한곳에 멈췄다. “팀장님.” “왜요.” “이거.” 하랑이 손가락으로 안쪽을 가리켰다. “제가 말했던 거죠?” “네.” “진짜요?” “수정안 확인했잖습니까.” “그건 도면이었잖아요.” 하랑이 다시 샘플을 들여다봤다. 지난 외근에서 직접 제작 과정을 보며 궁금했던 부분. 착용감을 위해 안쪽 곡률을 조정하고, 두께가 줄어드는 부분에는 보강을 넣었다. 자신이 질문했고, 수정안을 만들었고, 그게 실제 제품의 형태가 되어 손 위에 올라와 있었다. 하랑의 입술이 조금씩 앞으로 나왔다. 기태가 그 모습을 내려다봤다.

  • 네 이름을 부르는 사이   17화. 많이 울었어요?

    오전 회의가 시작되기 전. 기태와 로로가 나란히 상무실로 들어갔다. 공동 프로젝트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면서 최종 샘플과 생산 일정을 정리하기 위한 회의였다. 이무혁은 두 사람이 가져온 자료를 차례로 확인했다. “1팀 수정안은 이걸로 최종인가요?” 로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착용 테스트까지 끝냈어요. 이대로 넘겨도 문제없어요.” “2팀은요?” 기태가 자료를 펼쳤다. “마감 수치만 한 번 더 확인하면 됩니다. 오늘 오후까지 최종안 올리겠습니다.” “생산 일정에는 영향 없고요?” “없습니다.” 무혁이 서류를 몇 장 더 넘겼다. “좋아요. 이번 프로젝트는 두 팀 다 고생 많았어요.” 로로가 의자에 등을 기대며 물었다. “끝난 거예요?” “한 팀장은 왜 그렇게 집에 가고 싶은 사람처럼 물어요?” “끝났으면 빨리 보내주시라고요.” “아직 안 끝났는데요.” “그럴 줄 알았어.” 로로가 다시 자세를 바로 했다. 무혁은 마지막 서류까지 확인한 뒤 덮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난 듯 기태를 봤다. “아, 한 팀장.” “네, 상무님.” “우리 하랑이 아침부터 울었다면서요?” 기태의 손이 멈췄다. 옆에 있던 로로도 고개를 돌렸다. “…

  • 네 이름을 부르는 사이   16화. 그건 치우면 됩니다

    다음 날 아침.출근한 하랑은 회사 로비를 가로지르다 걸음을 멈췄다.청소하시는 아주머니가 커다란 쓰레기봉투를 낑낑거리며 들어 올리고 있었다.하랑이 얼른 다가갔다.“어머니, 제가 들어드릴게요.”“아유, 괜찮아요. 이거 무거워.”“제가 할게요.”“진짜 무겁다니까.”하랑이 봉투를 한번 내려다봤다.그리고 씩 웃었다.“저 힘세……지는 않은데 이 정도는 들어요.”“아가씨, 그러다 다쳐.”“괜찮아요.”하랑은 기어코 양손으로 봉투를 들어 올렸다.생각보다 묵직했다.“어…….”팔이 아래로 쭉 처졌다.그래도 다시 힘을 줬다.“들 수 있어요.”“내가 같이 들게.”“아니에요. 제가—”툭.이상한 소리가 났다.하랑의 눈이 커졌다.“……어?”봉투 아래쪽이 벌어졌다.종이컵이며 휴지, 자잘한 쓰레기들이 바닥으로 우르르 쏟아졌다.하랑은 그대로 굳었다.깨끗했던 로비가 순식간에 엉망이 됐다.“……어떡해.”“아이고.”“죄송해요!”하랑이 황급히 쪼그려 앉았다.“죄송해요. 제가 괜히 도와드린다고 해서…….”“괜찮아. 괜찮아요.”“제가 다 치울게요.”하랑은 떨어진 쓰레기를 양손으로 주워 담기 시작했다.“아가씨 때문에 그런 거 아니라니까. 봉투가 약했나 보지.”“제가 안 들었으면 안 터졌잖아요.”“아유, 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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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 아침.하랑은 평소와 다를 것 없이 밝은 얼굴로 출근했다.“팀장님, 좋은 아침이에요.”“네.”가방을 내려놓던 하랑이 기태를 빤히 봤다.“팀장님.”“왜요.”“오늘은 더 무뚝뚝하세요.”기태가 모니터에서 시선을 들었다.“원래 이렇습니다.”“아닌데. 어제보다 한 스푼 더 무뚝뚝한데.”“그걸 어떻게 잽니까?”“느낌으로요.”“일하세요.”“네.”하랑은 별생각 없이 자리에 앉았다.기태의 시선이 잠시 그쪽으로 향했다.어제 회사 앞에서 봤던 모습이 불쑥 떠올랐다.‘오빠!’남자에게 달려가 환하게 웃던 얼굴.자연스럽게 끼던 팔짱.기태가 미간을 한번 눌렀다.하랑이 누구를 만나든 자신이 신경 쓸 일이 아니었다.그런데 왜 자꾸 생각나는지.그게 더 짜증 났다.점심시간이 가까워질 무렵.정훈이 탕비실에서 커피를 타던 하랑에게 물었다.“하랑 씨.”“네?”“어제 남자친구가 데리러 왔던데요?”기태의 손이 아주 잠깐 멈췄다.하랑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남자친구요?”“회사 앞에서 같이 가던 분이요.”“아!”하랑이 금세 웃었다.“강진 오빠요?”기태가 서류 한 장을 넘겼다.“우리 사촌오빠인데요.”손이 다시 멈췄다.사촌오빠.정훈도 놀란 얼굴이었다.

  • 네 이름을 부르는 사이   14화. 없다며

    금요일 오후.공동 프로젝트 수정안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서 사무실 분위기도 한결 느슨해졌다.하랑은 샘플 사진과 도면을 번갈아 보며 마지막 수정사항을 확인하고 있었다.입술은 어김없이 앞으로 나와 있었다.기태가 지나가다 그 모습을 봤다.“이하랑 씨.”“네?”하랑이 바로 입술부터 집어넣었다.“저 또 입 나왔죠?”“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근데 왜 부르셨어요?”기태가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이거 확인하세요.”“아.”하랑이 받아들더니 작게 중얼거렸다.“이제 팀장님이 부르면 입부터 넣게 되네.”“집중하면 나온다면서요.”“네.”“그럼 그냥 두세요.”하랑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안 이상해요?”“일하는 데 지장 없잖습니까.”“팀장님이 맨날 놀리셨잖아요.”“놀린 적 없습니다.”“‘입.’ 이것도 놀리는 거 아니에요?”“알려준 겁니다.”“그게 그건데.”“다릅니다.”“어떻게요?”기태가 잠시 하랑을 바라봤다.“일하세요.”“또 설명 안 해주시네.”“이하랑 씨.”“네. 일하겠습니다.”하랑이 웃으며 돌아갔다.기태는 고개를 한번 저었다.질문 하나에 대답하면 꼭 다음 질문이 붙었다.이제는 제법 익숙했다.퇴근 시간이 가까워졌다.하랑은 평소보다 자주 휴대전화를 확인했다.메시지가

  • 네 이름을 부르는 사이   13화. 왜 안 물어봅니까?

    오전 열 시.기태가 수정 요청서를 하랑의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하랑이 서류와 기태를 번갈아 봤다.“이거 제가 해요?”“네.”“혼자요?”“네.”“팀장님 안 도와주시고요?”“막히면 물어보세요.”하랑이 눈을 가늘게 떴다.“제가 질문 많은 거 아시면서 그런 말씀을 하세요?”“……그러네요.”“벌써 후회하세요?”“조금.”“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요?”“그러니까 시작하세요.”“네.”이번 공동 프로젝트에 들어갈 팔찌의 세부 수정안이었다.입사 후 처음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하랑에게 맡겨진 일이었다.하랑이 괜히 어깨를 한번 폈다.“잘해볼게요.”“잘해야죠.”“팀장님은 응원을 참 무뚝뚝하게 하시네요.”“응원 아니었습니다.”“그럼요?”“업무 지시였습니다.”“그래도 저는 응원으로 들을게요.”기태는 대답하지 않고 돌아섰다.말을 해도 늘 자기 듣고 싶은 대로 듣는다.그런데 이상했다.삼십 분.한 시간.조용했다.너무 조용했다.평소라면 벌써 몇 번은 들렸어야 했다.‘팀장님.’‘이것 좀 봐주세요.’‘하나만 더 물어봐도 돼요?’기태가 결국 고개를 돌렸다.하랑은 모니터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수치를 적었다 지우기를 반복하고,입술은 잔뜩 앞으로 나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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