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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1화

作者: 강맹아
하동규가 고개를 들었다.

“누구 말이냐?”

진혁은 바둑알을 내려놓으며 짧게 대답했다.

“방민호 말입니다.”

하동규가 미처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준우가 먼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갑자기 사직하고 자취를 감춘 전 은행장 말씀하시는 겁니까?”

진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동규도 기억이 난 듯 말했다.

“그러고 보니 정말 오래전부터 소식이 끊어졌지. 외국으로 나갔다고 들었는데, 갑자기 그 사람은 왜 묻는 거냐?”

“그 사람한테 아들이 있지 않습니까?”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본 적은 없어.”

하동규는 바둑판을 정리하며 말을 이었다.

“방민호는 원래 사람 다루는 데 능했고 인맥도 넓었어. 그런데 십여 년 전에 갑자기 사직한 뒤에는 국내에 있는 사람들과의 연락도 전부 끊었지.”

“정말 이해가 안 되는 사람이야.”

진혁의 표정이 한층 무거워졌다.

하동규가 그를 바라봤다.

“네가 말하지 않았으면 나도 잊고 있었을 텐데.”

“누가 그 사람 얘기라도 꺼냈냐?”

“아닙니다.”

진혁의 말이 끝나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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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558화

    이담의 귓불이 살짝 달아올랐다.괜히 바쁜 척 고개를 숙였다.어느새 날이 저물고 있었다.도시 곳곳의 불빛이 하나둘 켜지면서 거리는 따뜻한 불빛으로 물들었다.두 사람은 하루 종일 돌아다녔다.밤바람에는 제법 서늘한 기운이 섞여 있었다.얇게 입고 나온 이담은 약간 쌀쌀하다고 느꼈다.진혁이 재킷을 벗어서 이담의 어깨에 걸쳐주었다.“감기 걸리면 어떡하려고.”이담은 재킷 깃을 가볍게 움켜쥐었다.옷에는 아직 진혁 특유의 향이 남아 있었다.우디 계열의 향수와 비슷한 세제 향.한때 너무도 익숙했지만, 나중에는 일부러 잊으려고 했던 냄새였다.문득 오래전 일이 떠올랐다.직위를 이용한 초연이 함정을 만들고 이담이 룸에서 몹쓸 일을 당할 뻔했던 날.그때 경훈이 이담을 병원으로 데려갔었다.그날도 병원에서 진혁이 지금처럼 자기 재킷을 이담의 어깨에 덮어주었다.다만 그때의 진혁은 그저 소유욕 때문에 그랬을 뿐이었다.이담이 경훈과 가까이 지내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지금처럼 눈에 온통 걱정을 담고 바라본 것은 아니었다.진혁은 이담의 눈빛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읽은 듯했다.가슴 한구석이 마치 날카로운 것에 찔린 것처럼 아파왔다.미안하다는 말을 꺼내고 싶었다.하지만 그 말은 너무 가볍게 느껴졌다.괜히 예전 일을 들추었다가, 어렵게 이어진 지금의 평온마저 깨뜨릴까 두렵기도 했다.진혁은 알고 있었다.이담에게 완전히 용서받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걸.시선을 돌린 진혁이 말했다.“집에 데려다줄게.”이담은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나란히 주차장 쪽으로 걸어갔다.그러다 꽃집 앞을 지나는데, 임신한 가게 주인이 손님들에게 꽃을 권하고 있었다.마침 이담을 발견한 여자가 웃으며 불러 세웠다.“아가씨, 오늘 밸런타인데이잖아요. 남자친구한테 꽃 한 다발 사달라고 해요.”“밸런타인데이?”두 사람은 동시에 서로를 바라봤다.이담은 당연히 진혁이 알고 데이트 일정을 잡은 줄 알았다.하지만 표정을 보니...진혁은 주먹을 입가에 대면서 어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557화

    영화가 끝난 뒤, 이담과 진혁은 나란히 영화관에서 나왔다.진혁은 정장 재킷을 팔에 걸친 채 이담의 가방까지 대신 들고 있었다.평소의 체면 같은 건 완전히 내려놓은 모습이었다.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저 모범적인 남자친구로 보일 정도였다.어두웠던 복도의 조명이 점점 밝아졌다.이담은 걸음을 살짝 멈추고 옆에 선 진혁을 바라봤다.몸을 돌리는 순간 긴 머리카락이 어깨 아래로 부드럽게 흘러내렸다.“당신 코미디 영화 싫어하지 않았어?”이담의 기억 속 진혁은 이런 영화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진혁이 미세하게 멈칫하더니 가방끈을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으로 문질렀다.“요즘 보기 시작했어.”이담은 더 묻지 않았다.영화관 로비까지 나온 순간 뭔가 떠올랐는지 다시 걸음을 멈췄다.“맞다. 방준영이 총격을 당했다는 얘기, 지훈 씨한테 들었어.”진혁의 목젖이 살짝 움직이면서 조금 전보다 목소리가 낮아졌다.“응. 지난주 일이야.”하필 이런 날 지훈 이야기를 들으니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그렇다고 티를 낼 수도 없었다.이담은 진혁의 미묘한 변화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잠시 망설이다 조심스럽게 물었다.“혹시... 사람을 시켜서 지원 씨 행방도 좀 알아봐 줄 수 있어?”진혁은 눈을 들어 이담을 바라봤다.시선이 마주친 순간 다른 생각은 전부 사라졌다.“그래.”진혁이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승낙하자 이담이 오히려 살짝 놀랐다.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주변을 둘러보다가 멀지 않은 곳의 디저트 가게를 발견했다.“저 집 밀크레이프 괜찮아 보이는데.”“먹어볼래?”진혁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당신 하고 싶은 대로 해.”원래대로라면 민아가 짜준 계획을 따라야 했다.하지만...그냥 이담이 원하는 대로 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두 사람은 디저트 가게로 들어갔다.마침 창가의 자리가 비어 있었다.이담이 자리에 앉자마자 진혁이 직원을 불렀다.“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하고 라떼 한 잔 주세요.”“라떼는 덜 달게, 따뜻한 걸로요.”이담이 놀란 얼굴로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556화

    권주혁이 경호원을 바라보았다.옆으로 다가온 경호원은 허리를 숙인 채 작은 소리로 뭔가 귓속말을 했다.그 말을 들은 순간 권주혁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어졌다.곧 음산한 눈빛이 나승준 부부를 향했다.김혜선과 나승준이 미처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나승준의 핸드폰이 울렸다.비서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천희가 성매매 혐의로 붙잡혔다는 내용이었다.그 소식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나 다름없었다.나승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뭐라고?”급히 전화를 끊은 나승준이 권주혁에게 말했다.“혼담은 일단 미루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저희 집안일부터 처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나승준과 김혜선은 황급히 자리를 떴다.나갈 때는 권주혁의 얼굴을 감히 쳐다보지도 못했다.권씨 집안과 혼담이 오간 뒤부터, 두 사람은 천희가 밖에서 추문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철저히 단속해 왔다.이담과 얽혔던 일을 빼면 실제로 별다른 문제도 일으키지 않았다.그런데 하필 이번 천희의 추문은 강성시 전체가 떠들썩해질 정도로 크게 터졌다.실시간 검색어까지 장악해 버렸다.여름 역시 핸드폰 알림을 확인하고서야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게 되었다.저도 모르게 입가에 기쁜 기색이 번졌다....천희의 추문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나승준이 그동안 재계에서 쌓아 올린 체면도 하룻밤 사이에 바닥으로 떨어졌다.소문에 따르면 천희는 단순히 성매매 여성을 부른 것만이 아니었다.이른바 친구라는 놈들과 함께 있었고, 경찰이 들이닥쳤을 당시 침대 위에는 남녀가 뒤엉켜 있었다고 했다.경찰이 현장을 통제할 때 천희는 아예 정신까지 잃은 상태였다.불법 성기능강화제를 과다 복용했다는 이야기까지 돌았다.주말이 될 때까지도 소문은 전혀 가라앉지 않았다.진혁의 차에 앉아서 며칠째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기사를 훑어보던 이담이 미간을 찌푸렸다.“혹시 이거 당신이 한 거야?”아무리 그래도 수법이 너무 지독했다.이제 천희는 강성시에서 두고두고 웃음거리가 될 게 뻔했다.진혁이 눈을 살짝 가늘게 떴다.“한주원이 손을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555화

    이담은 검체를 연구소 실험 구역으로 가져가서 지훈에게 건넸다.지훈은 검체를 조수에게 넘겼다.“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과 타우 단백질부터 검사해 주세요.”“네.”조수는 곧바로 실험실로 들어갔다.이담이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죄송해요. 며칠이나 늦어졌네요.”“괜찮아요.”지훈은 서두르지 않으면서 장갑을 벗었다.“집안의 일 때문에 그동안 정신이 없었다는 걸 압니다. 그래도 다시 돌아오셨으니 됐어요.”잠시 후 지훈이 눈을 들어 이담을 바라보았다.“방준영 씨 기억하십니까?”이담이 멈칫했다.“네, 기억해요.”지훈은 양손을 흰 가운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D국에서 주씨 집안의 사람들과 충돌이 있었다고 합니다. 총격을 당했다는데, 아직 시신은 찾지 못했고요.”이담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럼 지원 씨는요? 아직도 소식이 없어요?”지훈은 고개를 저었다.“아직은 없습니다.”‘아직도 소식이 없다니...’유람선 폭발 사고가 일어난 지도 벌써 1년이 넘었다.지원이 준영에게 끌려간 지도 꼬박 1년이 되었다.그동안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살아 있는지 죽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한편, 여름은 거실에 앉아 있었다.나씨 집안 부부와 권씨 집안 어른들이 이미 혼담을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이담이 대체 어떤 방법으로 자신을 도와줄 작정인지 알 수가 없었다.혼담과 관련된 이야기는 대부분 김혜선이 주도했다.결혼 지참금도 마찬가지였다.예전에 권주연과 상의했을 때는 2억 원을 주기로 했었다.대신 권주연이 혼수는 그보다 훨씬 넉넉히 챙겨 주기로 했었다.하지만 이제 권주연은 세상에 없었다.여름은 권씨 성을 따르지도 않았다.든든한 뒷배가 되어줄 어머니마저 사라진 이상, 김혜선으로서는 예전처럼 큰돈을 내놓고 싶지 않은 게 당연했다.권은상이 찻잔을 들어 천천히 한 모금 마셨다.“여름이가 권씨 성을 쓰지는 않아도 우리 언니 딸이에요. 1억 원은 나씨 집안 형편에 비하면 너무 성의 없는 금액 아닌가요?”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554화

    이담은 복도 벽에 기댄 채 아버지를 기다렸다.어머니의 상태를 떠올릴수록 무력감이 밀려왔다.알츠하이머병 자체는 흔한 질환이었다.하지만 그 병이 가족에게 닥치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졌다.살을 천천히 저미는 무딘 칼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는 고통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었다.잠시 후 권은석이 방에서 나왔다.풀이 죽은 이담을 바라보며 권은석이 다가왔다.“너무 걱정하지 마. 엄마가 너를 영영 잊을 리가 없어.”잠시 말을 멈추었던 권은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임상시험도 엄마를 위해서 하는 거잖아. 이담이 네가 뭘 하든 아빠는 반대 안 해.”아버지의 위로와 격려에 이담은 조금이나마 기운을 차렸다.고개를 든 이담의 눈가는 붉게 물들어 있었다.하지만 애써 눈물을 참았다.“아빠, 고마워요.”권은석은 웃으며 손을 뻗어 이담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였다.“됐어.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 아빠가 다 맞춰줄 테니까.”...연구소.“민아 씨, 이 서류들 부서에 좀 전달해 주세요. 부탁드릴게요.”민아는 품에 한가득 안은 서류를 보면서 서류를 부탁한 직원에게 활짝 웃었다.“괜찮아요. 저도 마침 한가한데요, 뭐.”“실험은 제가 못 해도 다른 일은 다 시키세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뭐든 할게요!”민아가 자리를 뜨자, 다른 직원 두 명이 슬그머니 다가왔다.한 명이 직원의 어깨에 팔을 걸치면서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야, 너희 부서 그 금수저 아가씨 진짜 시키는 대로 다 해주네. 성격도 좋고. 언제 우리한테도 좀 소개해 주라.”질문을 받은 직원은 난처한 듯 슬쩍 몸을 뺐다.“그건 좀... 그분 아는 사람도 많고 배경도 있어서.”“배경 좀 있으면 어때. 그냥 아는 사이로 지내자는 건데. 술 한잔하자고 부르는 게 뭐가 문제야? 우리가 잡아먹기라도 하냐?”두 사람이 낄낄거리며 놀려댔다.그때 등 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근무 시간에 술 마실 궁리나 하라고 월급 주는 겁니까?”언제 나타났는지 지훈이 바로 뒤에 서 있었다.두 사람은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55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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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3화

    진혁은 이담이 이혼을 언급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지,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이혼은 안 돼.”이담은 잠시 멍해졌다.‘이혼하기 싫어하는 게 설마...’미처 희망을 품기도 전에 남자의 말이 이어졌다.“할머니도 동의 안 하실 거야.”곧이어 쾅 하는 문소리가 이담을 현실로 끌어당겼다.이담은 그 자리에 한참 동안 서 있었다. 그 순간 솜뭉치가 가슴을 꽉 막고 있는 듯이 답답했고, 자기 생각이 얼마나 우스웠는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하진혁이 나 때문에 이혼을 거절할 리 없지...’진혁은 단지 마동순이 동의하지 않을까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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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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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8화

    너무나도 갑작스러워 이담은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이윤정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이제 심민철은 이담에게 삿대질을 하며 욕지거리를 퍼부었다.“하 서방이랑 이혼하겠다고? 꿈 깨! 어림도 없는 소리!”“하씨 가문 문턱을 아무나 넘을 수 있을 것 같아? 네가 운 좋게 하씨 가문 며느리가 된 건, 하늘이 준 운이야! 주제를 알아야지!”운?‘하긴, 나한테 운이 있기는 할까?’그저 어릴 때 진혁과 함께 어두운 시기를 이겨냈고, 모든 걸 내 걸고 그를 구해줘서 하씨 가문에서 은혜를 갚은 것뿐이다.이담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더니 눈시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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