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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화

作者: 강맹아
‘잔인하다고?’

이담의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그의 깊고 어두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이 정도 가지고 잔인하다고 하는 거야? 예전에 나한테 했던 일에 비하면 만분의 1도 안 돼.”

진혁은 이미 그런 대답을 예상한 듯 희미하게 웃었다.

“그래, 넌 처음부터 끝까지 날 미워하고 있었어.”

“내 곁에 남아 있는 것도 어머니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일 뿐이고. 안 그래?”

이담은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만옥이 자신과 약속했던 일을 진혁도 알고 있었던 걸까?

이담의 흔들리는 눈빛과 애써 피하는 시선이 모든 걸 말해 주고 있었다.

진혁은 그 작은 변화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았다.

결국 자신의 생각이 맞았던 것이다.

진혁은 힘없이 몸을 기대며 손으로 이마를 감쌌다.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지로 삼킨 뒤 조용히 말했다.

“가.”

이담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자 진혁이 갑자기 소리쳤다.

“가라고!”

이담은 그의 격한 반응에 움찔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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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494화

    숨이 막힐 듯한 입맞춤에 취기가 오른 이담은 진혁의 품 안에서 힘없이 늘어졌다.진혁은 코끝으로 이담의 귓불을 살짝 건드렸다.뜨거운 입술이 목덜미에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맴돌았다.이담이 진혁의 가면으로 손을 가져가려는 순간, 진혁이 손을 들어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귓가에 닿았다.“고작 키스한 걸로 내 가면을 벗기려고?”이담이 미간을 찌푸렸다.“하진혁, 뭐 하는 거야?”“나를 뭐라고 불렀지?”“하진혁...”그때 거실 쪽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누군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모양이었다.이담은 재빨리 손을 빼내면서 진혁의 품에서 벗어났다.그리고 흐트러진 드레스를 급히 정리했다.“진 선생님, 여기 계셨군요?”권회명이 가면을 쓴 남자를 부르는 호칭에 이담은 순간 멈칫했다.“진 선생님?”진혁을 바라보던 권회명은 놀란 표정의 이담에게로 시선을 옮겼다.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눈빛이었다.진혁은 소매 끝을 매만지며 살짝 웃었다.“그냥 잠시 쉴 곳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이담 씨를 만났습니다. 이담 씨가 술을 좀 많이 마신 것 같더군요.”이담은 진혁을 가만히 바라봤다.뭔가 생각하는 듯한 눈빛이었다.권회명이 피식 웃더니 이담에게 설명했다.“이분은 X국에서 오신 진유빈 씨야. 내 손님이기도 하고.”진유빈.이담은 웃음이 나올 뻔했다.누가 봐도 진혁이었다.“아, 진 선생님이셨군요.”이담은 진혁을 바라보며 비꼬듯 말했다.“수상하게 숨어 계시길래, 얼굴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는 무례한 사람이 또 왔나 했어요.”권회명은 순간 할 말을 잃었지만, 진혁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웃었다.“이담 씨가 오해한 모양이군요. 제 잘못입니다.”이담은 더는 말하지 않고 몸을 돌려 계단을 올라갔다.진혁은 웃는 얼굴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권회명은 뭔가 눈치챈 듯했지만, 그렇다고 눈앞의 남자가 진혁이라는 건 알아차리지 못했다.다만 진유빈이라는 사람이 권은석의 딸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아차렸다.이왕 이렇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493화

    이담은 은호의 팔짱을 낀 채 사람들 사이에 모습을 드러냈다.이담은 짙은 사파이어 블루 벨벳 롱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목 부분은 리본으로 묶는 디자인이었다.목덜미에서 늘어진 나비 모양의 리본이 등까지 길게 내려왔고, 잘록하게 잡힌 허리와 몸에 자연스럽게 붙는 세로 라인 덕분에 이담의 몸매가 한층 돋보였다.화려한 보석으로 꾸밀 필요조차 없었다.그저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눈부시고 우아했다.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이담에게로 향했다.권은석은 술잔을 들고 손님들과 잔을 부딪쳤다.“모두 바쁘신데도 우리 딸의 환영 연회에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딸이 이제 막 용주에 돌아와서 아직 이곳에 익숙하지 않으니, 앞으로 사업하는 데도 많은 도움 부탁드립니다.”“권 회장님, 그런 말씀은 마십시오. 앞으로는 저희가 오히려 이담 아가씨나 은호 도련님께 도움을 받아야 할지도 모르지 않습니까?”“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권은석은 시원하게 웃으며 잔을 들어 보였다.은호가 이담을 바라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우리 동생이 정말 예쁘긴 예쁘네. 내가 잘 지켜봐야겠어. 눈치 없는 놈들이 꼬이면 곤란하잖아.”이담은 웃음을 터뜨렸다.“여기에 눈치 없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래요?”“내가 괜히 걱정하는 거겠지.”이담은 주변을 둘러봤다.“할아버지는 안 오셨어요?”은호가 잠시 말을 멈추더니 뭔가 생각하는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본가에서 사람이 도착했지만, 온 사람은 셋째 권회명뿐이었다.타지에 있는 권은상을 제외한 다른 가족들은 아무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권회명은 이담을 위해 준비한 선물까지 가져왔다.이담은 선물을 받아들었다.“감사해요, 큰삼촌.”“다 가족인데 뭘 그렇게 격식을 차리니. 할아버지는 오늘 몸이 좋지 않으셔서 참석하지 못하셨단다. 그래서 내가 대신 온 거고.”권회명은 권주혁이 오지 못한 이유만 설명했다.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담도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이담이 뭐라고 말하기도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492화

    돌아오는 길.차 안에서 권은석이 호탕하게 웃었다.“아빠는 네가 긴장해서 아무 말도 못 할까 봐 걱정했는데, 이렇게 당당하게 나설 줄은 몰랐네?”이담은 권은석의 팔짱을 끼며 웃었다.“아빠랑 오빠 체면을 구기게 할 수는 없잖아요.”“우리야 원래 얼굴에 철판 깔고 사는 사람들이라 괜찮아.”그 말은 이담이 혹시 실수하더라도 뒤에서 어떻게든 수습해주겠다는 뜻이었다.말없이 고개를 숙이면서 이담은 가슴 한구석이 따뜻해졌다.‘다행이다. 아빠도, 엄마도, 오빠도 정말 나를 사랑해주는구나.’“아, 그리고 이번 연회는 제대로 성대하게 열자.”권은석이 은호를 바라봤다.“은호야, 네 동생을 위한 연회는 네가 맡아.”“네. 조금 있다가 바로 호텔에 연락해서 메뉴부터 정할게요.”은호가 이담을 바라봤다.“원하는 거 있으면 뭐든 말해. 괜히 신경 쓰지 말고 네가 원하는 대로 해.”이담은 입술을 살짝 깨물다가 조용히 말했다.“저는 특별히 원하는 것도 없어요. 그래도 아빠가 성대하게 하라고 하셨으니까, 아빠 뜻대로 크게 해요.”권은석은 이담의 말에 기분이 좋아져서 입이 귀에 걸렸다....남산원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려던 순간, 이담의 핸드폰이 울렸다.발신자 표시에 경성 번호가 떠 있었다.잠시 망설이던 이담은 은호에게 전화를 받겠다는 손짓을 하고 한쪽으로 걸어갔다.그리고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사진 받았지?]“누구세요?”목소리가 어딘가 익숙했다.[내 목소리도 잊었어? 하긴, 벌써 1년이나 지났으니까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겠네.]그 말투를 듣는 순간 이담은 비로소 누군지 알아차렸다.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하지연? 그 사진은 왜 보낸 건데?”[오빠가 아직 살아 있다는 걸 알았는데, 안 놀랐어?]진혁이 살아 있다는 말을 듣는 순간 이담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지난해 크리스마스 밤 이후로 이담은 진혁이 어쩌면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왔다.그리고 지금.사진으로 직접 그의 모습을 확인하고, 살아 있다는 말을 다시 듣자, 애써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491화

    권주연은 말속에 담긴 뜻을 눈치채고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이 어린 게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내가 속이 좁다는 거야?”“이담이 말이 틀린 것도 아니잖아.”권은석이 피식 웃었다.“누나는 평소에 선물을 많이 받으니까, 그동안 챙겨 받은 것도 꽤 많겠네?”권주연의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왜 갑자기 내 얘기를 꺼내?”“누나가 굳이 인사 선물 하나 가지고 트집을 잡으니까 묻는 거잖아.”권은석의 말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에는 날카로운 기색이 숨겨져 있었다.“그리고 내 딸이 어떻게 하든 남이 이래라저래라 할 일은 아니지.”이담은 옆에 서서 말없이 사람들의 표정을 하나하나 살폈다.이 집안 사람들은 모두 가면을 쓰고 있는 것 같았다.분명 피를 나눈 가족인데도, 이상할 만큼 가족의 정이 느껴지지 않았다.‘사람 사이의 정이란 게 정말 이익 앞에서는 종잇장처럼 얇아지는 걸까?’이담과 달리 은호는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했다.마치 이런 상황이 벌어질 걸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계속 침묵하고 있던 남자가 그제야 입을 열었다.“은석아, 너는 여전히 말 한마디도 안 지는구나.”“과찬이야.”권회명이 상석에 앉은 권주혁을 바라봤다.“아버지, 넷째가 딸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잖아요. 이 아이도 은호와 마찬가지로 우리 권씨 집안의 피를 이어받은 가족이고요. 어떻게 생각하세요?”권주혁은 천천히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았다.깊고 묵직한 시선이 이담에게 향했다.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잠시 이담을 바라보던 권주혁이 낮고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이름이 이담이라고 했지? 미영이를 많이 닮았구나. 그래서 네 아버지가 그렇게 너를 감싸는 모양이야.”“이미 권씨 집안으로 돌아왔으니 이제는 한 식구다. 며칠 뒤에 네가 돌아온 걸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하자꾸나.”이담은 잠시 멈칫하다 고개를 숙였다.“할아버지 뜻대로 할게요.”권주연은 ‘축하하는 자리’라는 말을 듣자 못마땅한 듯 눈을 흘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490화

    그날 저녁.이담은 가족들과 함께 식탁에 앉아 저녁을 먹었다.김미영은 계속 이담의 앞접시에 반찬을 올려주면서, 맛있는 음식은 전부 이담에게 챙겨줬다.“아가, 많이 먹어. 그래야 얼른 크지.”이담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네.”권은석은 직접 김미영의 앞접시에 음식을 덜어주며 달랬다.“우리 아가는 벌써 다 컸어.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김미영은 남편의 젓가락을 살짝 밀어내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나 혼자서도 밥 먹을 수 있어. 아가가 여기 있잖아.”“알았어, 알았어.”권은석은 그녀가 원하는 건 뭐든 맞춰줬다.이담은 아이처럼 행복해하는 김미영을 바라보다가 은호에게 물었다.“오빠, 엄마 상태는 어때요? 좀 나아졌어요?”“가끔 정신이 돌아오실 때가 있어. 하지만 금방 다시 지금처럼 되시고.”은호가 잠시 말을 멈췄다.“그래도 약물 치료를 병행하면서 상태는 꽤 안정적이야.”이담은 눈을 내리깔았다.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저녁 식사를 마치자, 고용인이 이담을 방으로 안내했다.궁전처럼 화려하게 꾸며진 침실이었다.권은석이 딸을 그리워하는 김미영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주기 위해 직접 마련한 방이었다.수십 년 동안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지만, 관리하는 사람이 꾸준히 드나들며 깨끗하게 유지해왔다.이담은 짐을 정리해놓고 발코니로 나갔다.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저택이 높은 곳에 자리한 덕분에, 산 아래 펼쳐진 도시의 고층 빌딩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그때 핸드폰 화면이 갑자기 밝아졌다.문자 한 통이 와 있었다.이담은 별생각 없이 메시지를 확인했다.낯선 번호로 사진 한 장이 전송되어 있었다.사진 속 남자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이담은 그대로 굳어버렸다.익숙하면서도 어딘가 낯선 얼굴을 한참 동안 멍하니 바라봤다....다음 날.이담은 전날 받은 사진 때문에 제대로 잠들지 못했다.권은석은 이담이 갑자기 낯선 곳에 와서 잘 적응하지 못한 탓이라고만 생각했다.그래서 오늘 밤에는 김미영이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489화

    강준이 순간 멈칫했다.“권회명 씨 손님이라고요?”이담이 강준을 돌아봤다.“저는 이제 막 용주에 돌아왔는데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요. 아무 자리나 편한 곳으로 잡아주세요.”강준은 뭔가 말하려다 결국 입을 다물었다.매니저는 웃으면서 두 사람을 홀 안쪽의 편안한 자리로 안내했다....한편 위층 룸.두 명의 경호원이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직원이 간식을 들고 올라와서 문을 열었다.짙은 색의 병풍 너머로 남자의 뒷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지연 아가씨가 그 사진을 손에 넣었습니다. 대표님이 아직 살아 계신다는 걸 알았으니, 허미란 씨는 이제 한동안 마음 편히 잠들기도 힘들 겁니다.”옆에 서서 말하고 있는 여자는 헤어스타일을 바꾼 안나였다.원래의 단정한 단발을 길게 길러서 검은 생머리로 바꿨지만, 깔끔하고 세련된 옷차림은 여전했다.차분하면서도 노련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그리고 그 자리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 남자는 바로 진혁이었다.진혁은 짙은 회색의 정장에 조끼를 받쳐 입고 있었다.몸에 꼭 맞는 조끼가 날렵한 허리선을 드러냈고, 소매 아래로 살짝 드러난 메탈 시계에서 차가운 빛이 반사됐다.진혁은 손끝으로 찻잔 가장자리를 가볍게 만지작거렸다.은은한 차 향이 피어오르면서 방 안을 가득 채웠다.차갑고 선명한 이목구비는 예전과 다를 바 없었다.그런데도 예전과는 어딘가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진혁은 살짝 눈을 내리깔고 맑은 찻물에 시선을 고정한 채 입을 열었다.“내가 살아 있다는 소식만으로도 한동안 정신없이 움직이겠지.”“TO테크 인수는 어떻게 됐어?”안나가 대답했다.“이미 협상에 들어갔습니다. 아마 모레쯤이면 결과가 나올 겁니다.”진혁은 뭔가 생각하는 듯 천천히 차를 한 모금 마셨다.그리고 더는 말하지 않았다.그때였다.탕비실 쪽에서 들려온 목소리가 진혁의 생각을 끊었다.“아까 아래에 있던 그 예쁜 아가씨가 정말 은호 도련님의 친동생이래?”“권씨 집안에 언제 아가씨가 또 있었지?”“강 비서님이 직접 말씀하셨잖아.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4화

    이담의 몸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남자를 바라봤다.“내가 무안을 줬다고?”‘그러니까 지금 문초연 때문에 나를 찾아온 거야?’“문초연은 네 상사야. 아무리 그래도 사람들 앞에서 무안을 주면 안 되지.”진혁은 업무를 처리하는 듯 공적인 말투로 말했다. 그 목소리에서 부부의 정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이담은 쓰라린 마음을 애써 참으며 피식 웃었다.“집도의가 나라는 거 잊지 마. 나한테 그럴 권리도 없어?”“그러는 너야말로 잊었나 본데.”진혁은 조롱 섞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난 집도의를 교체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3화

    진혁은 이담이 이혼을 언급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지,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이혼은 안 돼.”이담은 잠시 멍해졌다.‘이혼하기 싫어하는 게 설마...’미처 희망을 품기도 전에 남자의 말이 이어졌다.“할머니도 동의 안 하실 거야.”곧이어 쾅 하는 문소리가 이담을 현실로 끌어당겼다.이담은 그 자리에 한참 동안 서 있었다. 그 순간 솜뭉치가 가슴을 꽉 막고 있는 듯이 답답했고, 자기 생각이 얼마나 우스웠는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하진혁이 나 때문에 이혼을 거절할 리 없지...’진혁은 단지 마동순이 동의하지 않을까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2화

    너무 놀라서 잠시 멍하니 있던 마동순이 이담과 눈을 마주쳤다.“애초에 나와 거래할 때 이런 말은 없었잖니. 왜? 후회하는 거니?”맞다. 이담은 후회하는 중이다.이담은 시큰거리는 눈을 내리깔면서 애써 눈물을 참았다.“제가 실망을 안겨드렸어요.”마동순은 깊은 눈동자로 이담을 바라보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됐어. 이혼하고 싶으면 이혼해. 난 기회를 줬어. 네가 진혁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이니, 이제 하씨 가문은 너한테 빚진 거 없다.”순간 처연한 미소를 지은 이담이 갈라질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감사합니다.”...그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1화

    “심 선생, 잘 생각하고 결정한 거야? 정말 강성병원으로 가려고?”병원장 주원식은 심이담의 전근 신청서를 보고는 의아한 듯 물었다.그 순간 이담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면서, 씁쓸한 미소가 입가에 번졌다.“이미 결정했어요.”이미 마음을 굳게 먹은 듯한 이담을 보자, 주원식은 한숨을 푹 내쉬며 결국 전근 신청서에 사인했다.병원장 사무실에서 나오기 무섭게, 이담은 하진혁과 의사 가운을 입은 문초연 모자를 발견하고 걸음을 우뚝 멈췄다.세 사람은 마치 화기애애한 가족 같았다.초연은 어린 남자애의 손을 잡고 진혁과 나란히 걷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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