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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5화

Author: 강맹아
“아가씨, 이담 아가씨가 오셨어요.”

도우미가 침대 옆에서 조심스럽게 불렀다.

여름은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이담도 바로 다가가지 않았다.

먼저 도우미를 내보낸 뒤 침대 쪽으로 다가갔다.

한걸음 정도 떨어진 곳에 멈춰서, 한참 말을 고르다 입을 열었다.

“여름아, 많이 힘든 거 알아. 사실 나도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걸 믿고 싶지 않아.”

이불 속에서 여름이 이불 끝을 꽉 움켜쥐었다.

희미한 흐느낌이 들렸다.

이담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사실 막내 외삼촌은 네 외삼촌이 아니야. 권씨 집안 아이라면... 네가 막내 이모라고 불러야 하는 사람이야.”

여름이 천천히 이불을 내렸다.

눈물로 젖은 눈동자에 의문이 떠올랐다.

“막내... 이모요?”

“여자야.”

여름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막내 외삼촌이... 여자라고요? 그럼 그날 드레스룸에서 본 그림도 진짜였던 거예요?”

“그냥 여자 옷을 좋아하는 게 아니었던 거예요?”

이담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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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628화

    은호가 고개를 들어 잠시 이담의 얼굴을 바라봤다.뭔가 확인하는 듯한 시선이었다.입을 열었을 때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아버지가 다 얘기하셨어?”“응.”이담은 옆에 앉았다.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살짝 거리를 두고서.막상 마주하고 나니 무슨 말로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난 괜찮아.”은호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하지만 실제로는 괜찮지 않다는 걸 이담도 알고 있었다.권주남을 어떤 감정으로 대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권주남이 할아버지 손에 죽었다. 그것도 바로 자신의 눈앞에서.그 사실을 당장 받아들이기 힘든 게 당연했다.한참 뒤 이담이 조심스럽게 말했다.“오빠.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지겠지?”은호는 잠시 침묵하다 살짝 웃었다.“응. 다 지나갈 거야.”이담도 더는 묻지 않았다.화제를 돌려서 내일 함께 용주시를 돌아다니자고 제안했다.일부러 밝게 말하는 이담을 보자 내키지 않아도 차마 거절하기 어려웠다.은호는 결국 못 이기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방으로 돌아온 이담은 핸드폰을 꺼내 강준에게 전화를 걸었다....다음 날.권주혁이 경찰에 연행됐다는 소식은 결국 언론에 퍼졌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각종 관련 기사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곧 권주남의 사망 소식까지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권회명은 여론이 이렇게 흘러갈 걸 예상하고 미리 손을 써뒀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권주남이 벌인 일들도 하나둘 드러났다.권씨 집안의 장녀 권주연의 살해에 연루됐다는 사실까지 포함돼 있었다.하룻밤 사이에 업계는 관련 뉴스로 발칵 뒤집혔다.용주시 주요 언론들이 모두 앞다퉈 보도했다.심지어 권씨 집안이 ‘집안 정리’를 한 게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왔다.권씨 본가의 거실.권은석이 태블릿을 테이블 위에 던졌다.화면에는 아직 권씨 집안 관련 기사 제목이 빼곡했다.그는 미간을 문지르며 창가에 서 있는 권회명에게 말했다.“아버지 관련 여론은 어느 정도 눌렀다 쳐. 그런데 주남이 출생에 관해서는 왜 아무 설명도 안 해?”“그 애가 죄가 없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627화

    권주혁이 살인 혐의로 경찰에 연행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담은 여름과 함께 있었다.두 사람은 곧장 본가로 향했다.마당에 들어서자 권은석과 강준이 밖으로 나오고 있었고, 권은상도 뒤따라 나오고 있었다.“아빠!”이담이 빠르게 다가갔다.미처 묻기도 전에 권은상이 강준에게 말했다.“우리는 먼저 가자.”강준이 고개를 끄덕이고 권은상과 먼저 떠났다.상황은 상당히 급박해 보였다.두 사람이 황급히 멀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던 이담의 마음에 불안이 번졌다.아버지를 돌아보자 표정이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눈가에는 좀처럼 보이지 않던 피로가 드러나 있었다.“아빠, 대체 무슨 일이에요?”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굳었다.권은석은 잠시 생각하다 천천히 말했다.“주남이 죽었어. 아버지가 직접 손을 쓰셨어.”“은호의 목숨으로 협박하면서 일부러 아버지가 움직이게 만들었대.”권주남의 죽음 소식을 듣자 이담은 잠시 멍해졌다.권주남과 깊은 인연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그래도 몇 번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눴던 사람의 죽음이라, 잠시 현실감이 없었다.뒤에 서 있던 여름의 얼굴은 순식간에 핏기가 사라졌다.눈빛도 어두워졌다.“그 사람... 죽었어요?”여름이 어릴 때부터 가장 좋아했던 사람은 막내 외삼촌이었다.적어도 친어머니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알기 전까지는, 권씨 집안에서 어머니 다음으로 가장 가깝다고 여겼던 사람이 권주남이었다.어머니의 죽음에 권주남이 관여했다는 걸 알게 된 뒤 원망도 했고 미워도 했다.하지만 이해하지는 못했다.자신이 알던 ‘막내 외삼촌’이 왜 그렇게 변했는지.그런데 다시 들려온 소식은 죽음이었다.복잡한 감정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이담은 여름을 한번 바라봤다.하지만 지금은 그녀까지 챙길 여유가 없었다.“오빠는요? 오빠는 괜찮아요?”“괜찮아.”권은석은 뭔가 더 말하려다 결국 말을 삼켰다.“네가 돌아가서 옆에 좀 있어주는 것도 좋겠다.”권은석은 오래 머물지 않고 경찰서로 향했다.여름도 먼저 돌아갔다.아마 지금은 혼자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626화

    “넌 정말 완전히 미쳤구나!”권주혁이 목소리를 높이며 권주남을 노려봤다.“난 진작에 미쳤어요.”권주남은 몇 걸음 뒤로 물러나 양팔을 벌리며 웃었다.“구윤슬이 나한테 호르몬 주사를 맞히기 시작했을 때부터, 내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순간부터 이미 돌이킬 수가 없었어요!”“그 폭발 장치도 원래 당신이랑 같이 죽으려고 준비한 거였고요. 은호를 위해서라면 당신이 반드시 날 찾아올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어요.”권주혁의 가슴이 크게 들썩거렸다.깊게 눈을 감았다.“그렇다면 나를 그곳으로 불렀어야지.”“생각이 바뀌었어요.”권주남은 아무렇지 않게 옆으로 걸어갔다.이제는 사람도, 일도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생각해 보니까 당신은 나이도 많고 어차피 머지않아 죽을 텐데, 굳이 괴롭힐 필요가 있나 싶더라고요.”“하지만 은호는 다르죠. 아직 젊고, 당신이 가장 아끼는 손자잖아요.”“권주남.”권주혁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천천히 일어섰다.평생 결단력 있게 살아온 그조차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듯했다.잠시 침묵한 뒤 물었다.“뭘 원하는 거냐?”“내가 원하는 건...”권주남은 잠깐 말을 멈췄다.눈가가 미세하게 떨렸다.“됐어요. 이젠 원하는 것도 없어요.”권주혁이 지팡이를 짚고서 한 걸음 다가갔다.“네가 마음속에 깊은 원한을 품고 있다는 건 안다. 하지만 은호와는 어릴 때부터 사이가 좋았잖아. 그 아이한테까지 이래서는 안 돼.”“내 목숨이 그렇게 갖고 싶었던 거라면 가져가. 그걸로 네 화가 풀린다면 난 상관없다.”권주남이 웃었다.“그럼 차라리 무릎이라도 꿇고 빌어보시죠.”권주혁의 표정이 굳어졌다.그의 나이와 신분을 생각하면 어린 사람 앞에 무릎을 꿇는 건 크나큰 치욕이었다.그런데도 겨우 잠시만 망설였을 뿐이었다.권주혁은 정말 천천히 무릎을 굽혔다.멀리 있던 경호원들이 그 모습을 보고 모두 얼어붙었다.서로 얼굴을 바라보다 황급히 다가왔다.“어르신!”“오지 마.”권주혁이 등을 보인 채 명령했다.사람들은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625화

    권주남은 주변의 들판을 바라봤다.푸른빛 사이사이로 금빛이 섞여 있었다.곧 겨울이 오는데도 풍경은 여전히 아름다웠다.“제가 왜 안 오겠어요.”다시 권주혁을 바라보며 코웃음을 쳤다.“그래도 수십 년 동안 제 아버지였는데. 낳아준 은혜는 없어도 키워준 은혜 정도는 있겠죠.”권주혁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키워준 은혜를 말하는 사람이 이런 식으로 갚아?”권주남은 아랑곳하지 않았다.두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옆으로 걸어갔다.“갚았잖아요. 이렇게 실컷 휘저어놔서 아버지 자식들이 서로 뭉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닫게 해드렸는데요.”“안 그랬으면 아버지가 아직 살아 계신데도 서로 물고 뜯었을 테니, 얼마나 골치가 아팠겠어요.”권주혁이 코웃음을 쳤다.“그럼 내가 고맙다고 해야겠구나.”이내 표정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권씨 집안이 갈라지고 형제자매끼리 싸우게 된 진짜 원인은 서안이와 주연이, 그리고 구윤슬에게 있었다.”“네가 하고 싶은 말이 그거냐?”권주남은 대답하지 않았다.“내가 늙긴 했어도 그렇게까지 흐리멍덩해진 건 아니다.”권주혁은 지팡이를 손끝으로 천천히 쓸었다.목소리는 느긋했다.“서안이와 주연이가 구윤슬 곁에 붙어서 뭔가 노리고 있다는 건 진작에 알고 있었어. 그 둘이 큰일을 해낼 그릇이 못 된다는 것도 알았고. 그래서 신경도 쓰지 않았지.”“구윤슬도 마찬가지야. 내가 그 여자를 모를 것 같으냐? 나 말고는 제대로 된 뒷배도 없는 여자다. 돈만 쥐여주면 만족하는, 다루기 쉬운 사람이었어.”권주혁의 시선이 권주남에게 향했다.“그런 여자가 수십 년 동안 내 곁에 있으면서 한 번도 그런 욕심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대체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품게 된 걸까?”의미심장한 시선이었다.“누가 옆에서 부추기지 않고서야 감히 그런 욕심을 품었겠어?”권주남이 차갑게 웃었다.“원래부터 욕심 많은 여자였어요. 누가 부추길 필요가 있었겠어요?”“욕심은 있었겠지.”권주혁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하지만 감히 행동에 옮기지는 못했어. 그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624화

    권서안을 배웅한 뒤 집사는 다시 서재로 돌아왔다.권주혁의 마음을 달래듯 조심스럽게 말했다.“제가 보기에는 서안 도련님도 정말 뉘우치고 계신 것 같습니다. 한 번만 기회를 주시는 건 어떻겠습니까?”권주혁은 책상 뒤에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눈조차 뜨지 않은 채 말했다.“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뉘우칠 수 있어. 뉘우칠 마음이 있다면 그에 대한 책임도 질 줄 알아야지.”수십 년 동안 권주혁을 모셔온 집사는 곧바로 뜻을 알아들었다.권서안은 결국 권주연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사람 중 하나였다.직접 손을 쓰지는 않았더라도 계획에 가담했고,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살인에 가담한 공범이나 다름없었다.권주혁이 말한 ‘책임’은 권주연의 죽음에 대한 대가를 직접 치르라는 뜻이었다.“은호는 어떻게 하고 있나?”권주혁이 화제를 돌렸다.집사가 대답했다.“은호는 아직 주남 도련님을 설득하려고 하고 있습니다.”그러다 무심코 말을 멈췄다.원래 부르던 도련님 호칭이 입에 붙어 있었던 것이다.권주혁이 미간을 찌푸렸다.“감정에 휘둘리고 있어.”깊게 숨을 내쉬었다.“그 아이도 너무 마음이 약해. 은석이랑 똑같아. 이 일은 오래 끌 수 없어.”“곧 언론에서도 알게 될 거야. 그렇게 되면 수습하기 더 어려워.”잠시 말을 멈춘 권주혁이 단호하게 덧붙였다.“그 애가 내 딸 하나를 죽게 만들고 아들 하나까지 저 지경으로 만들었어. 우리 권씨 집안이 더 이상 그 애랑 할 얘기는 없다.”집사를 바라봤다.“준비 좀 해. 이번 일은 내가 직접 끝낼 생각이다.”집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이틀 뒤.권주남은 결국 DNA 검사까지 했다.경호원이 서류철과 함께 검사 결과를 가져왔을 때도 선뜻 손을 뻗지 못했다.그저 테이블 위에 두라고 했다.사람이 나간 뒤에도 한동안 파란색 파일만 바라봤다.열어볼지 말지 망설이다가 결국 파일을 펼쳤다.자신과 은호 사이에는 혈연관계가 전혀 없다는 결과가 적혀 있었다.권주남은 곧바로 파일을 덮었다.얼굴은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623화

    허미란은 말문이 막혔다.자신과 남편이 아무리 심한 짓을 했다 해도 마동순이 친아들에게 무슨 짓을 할 수 있겠는가?그래 봐야 더는 아들을 믿지 않는 정도일 것이다.하지만 자신은 달랐다.아무리 억울하다고 해도 하씨 집안의 며느리일 뿐 결국은 남이었다.경호원들이 허미란을 차로 모셨다.이번에는 저항하지 않았다.저항할 방법도 없었다.애초에는 아무도 모르게 권서안과 손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권서안이 진혁을 용주시에 붙잡아두기만 하면 됐다.죽든 살든 경성시로만 돌아가지 못하게 만들면, 시간을 끌수록 자신들에게 유리했다.마동순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만 버티면 자신들이 이기는 거였다.하지만 한 가지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용주시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이미 진혁의 손바닥 안에 있었다는 사실을....권서안은 자신이 식당을 떠난 직후 진혁이 허미란을 찾아갔다는 사실을 몰랐다.그는 퇴원 후 처음으로 스스로 본가를 찾았다.권주혁은 만나주지 않았다.권서안은 서재 문 앞에 무릎을 꿇은 채 머리를 조아리며 잘못을 빌었다.“아버지, 제가 죽일 놈입니다. 제가 미쳤습니다. 권주남이랑 구윤슬의 말을 믿는 게 아니었는데...”울먹이며 말을 제대로 잇지도 못했다.“큰누나를 죽일 생각까지는 없었습니다. 그날 큰누나가 계단에서 떨어지고도 아직 살아 있었어요.”“그런데 제가 구해주지 않았습니다.”“제가 정신이 나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바로 구했으면, 큰누나가 권주남한테 죽는 일도 없었을 겁니다.”권서안은 목 놓아 울면서 계속 머리를 바닥에 찧었다.쿵, 쿵 머리를 박는 소리가 복도에 울렸다.이마는 벌겋게 부어올랐고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다.집사가 옆에서 일으키려고 했지만 듣지 않았다.계속 울부짖으며 자신의 잘못을 고백했다.서재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한 시간을 꼬박 무릎을 꿇고 있었다.무릎은 이미 감각이 없었고, 이마에서도 피가 맺히기 시작했다.기력이 다 빠져갈 즈음 권서안이 쉰 목소리로 애원했다.“아버지... 때리셔도 좋고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4화

    이담의 몸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남자를 바라봤다.“내가 무안을 줬다고?”‘그러니까 지금 문초연 때문에 나를 찾아온 거야?’“문초연은 네 상사야. 아무리 그래도 사람들 앞에서 무안을 주면 안 되지.”진혁은 업무를 처리하는 듯 공적인 말투로 말했다. 그 목소리에서 부부의 정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이담은 쓰라린 마음을 애써 참으며 피식 웃었다.“집도의가 나라는 거 잊지 마. 나한테 그럴 권리도 없어?”“그러는 너야말로 잊었나 본데.”진혁은 조롱 섞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난 집도의를 교체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3화

    진혁은 이담이 이혼을 언급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지,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이혼은 안 돼.”이담은 잠시 멍해졌다.‘이혼하기 싫어하는 게 설마...’미처 희망을 품기도 전에 남자의 말이 이어졌다.“할머니도 동의 안 하실 거야.”곧이어 쾅 하는 문소리가 이담을 현실로 끌어당겼다.이담은 그 자리에 한참 동안 서 있었다. 그 순간 솜뭉치가 가슴을 꽉 막고 있는 듯이 답답했고, 자기 생각이 얼마나 우스웠는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하진혁이 나 때문에 이혼을 거절할 리 없지...’진혁은 단지 마동순이 동의하지 않을까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2화

    너무 놀라서 잠시 멍하니 있던 마동순이 이담과 눈을 마주쳤다.“애초에 나와 거래할 때 이런 말은 없었잖니. 왜? 후회하는 거니?”맞다. 이담은 후회하는 중이다.이담은 시큰거리는 눈을 내리깔면서 애써 눈물을 참았다.“제가 실망을 안겨드렸어요.”마동순은 깊은 눈동자로 이담을 바라보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됐어. 이혼하고 싶으면 이혼해. 난 기회를 줬어. 네가 진혁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이니, 이제 하씨 가문은 너한테 빚진 거 없다.”순간 처연한 미소를 지은 이담이 갈라질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감사합니다.”...그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1화

    “심 선생, 잘 생각하고 결정한 거야? 정말 강성병원으로 가려고?”병원장 주원식은 심이담의 전근 신청서를 보고는 의아한 듯 물었다.그 순간 이담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면서, 씁쓸한 미소가 입가에 번졌다.“이미 결정했어요.”이미 마음을 굳게 먹은 듯한 이담을 보자, 주원식은 한숨을 푹 내쉬며 결국 전근 신청서에 사인했다.병원장 사무실에서 나오기 무섭게, 이담은 하진혁과 의사 가운을 입은 문초연 모자를 발견하고 걸음을 우뚝 멈췄다.세 사람은 마치 화기애애한 가족 같았다.초연은 어린 남자애의 손을 잡고 진혁과 나란히 걷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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