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다음 날 오전 10시.
World Harmony Fest 메인 행사장.
전날 밤 늦게까지 보안 점검이 이어졌지만, 결국 아침은 찾아왔다.
행사장 곳곳에는 각국 국기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무대 위에서는 마지막 리허설이 진행 중이었다.
스피커를 통해 음악이 울려 퍼졌고, 수백 명의 스태프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개막식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얼마 없었다.
강시온은 행사장 중앙에 서서 주변을 둘러봤다.
며칠 동안 수많은 사건이 있었다.
총격전.
납치 사건.
홍보 영상 유출.
그리고 어젯밤의 협박 영상.
그런데도 축제는 결국 여기까지 왔다.
“와…”
시온이 작게 감탄했다.
“진짜 열리긴 열리네요.”
옆에 있던 오
오전 9시 50분.대통령 관저 지하 작전통제실.북해 해저 기지의 구조도가 대형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박은호가 제이드 리에게 받은 진입 코드를 확인했다.“외부 보안문까지는 이 코드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그 이후는요?”“확실하지 않습니다. 내부 시스템이 이미 일부 변경됐습니다.”임태건이 작전 인원을 확인했다.“국제 공조팀은 해상에서 대기합니다. 내부 진입은 최소 인원으로 제한하겠습니다.”강시온이 화면 가장 깊은 곳을 바라봤다.「최상위 명령실」그 아래에는 레오나르드 크로우의 이름이 남아 있었다.“제가 들어가겠습니다.”예상했던 말이었다.그런데도 한채린의 표정이 굳었다.“조건을 기억하고 계십니까?”“혼자 움직이지 않는다.”“하나 더 있습니다.”“작전이 바뀌면 바로 공유한다.”“정확합니다.”강시온이 희미하게 웃었다.“시험 보는 기분이네요.”“통과하셔야 보내 드릴 수 있으니까요.”잠시 뒤 강시온이 물었다.“한 실장님도 갑니까?”“예.”대답이 너무 빨랐다.강시온의 웃음이 사라졌다.“아니요.”“방금 혼자 움직이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그 말이 한 실장님까지 위험한 곳에 데려가겠다는 뜻은 아닙
박은호가 신호 복구를 시도하던 중 새로운 파일을 발견했다.“자동 전송된 자료가 하나 더 있습니다.”격리망에서 파일을 열자 숫자로 표시된 계정들이 나타났다.정부 기관.국제기구.민간 보안 기업.서로 무관해 보이던 계정들이 같은 암호 체계로 연결돼 있었다.“내부 조직의 통신 명단입니다.”박은호가 삭제 로그와 대조했다.“홍보영상 유출과 보안 기록 삭제.”“World Harmony Fest 설비 통로 접근과 경호 동선 변경까지 같은 조직으로 이어집니다.”한채린이 연결 구조를 훑었다.“내부 협조자는 한 명이 아니었습니다.”“역할을 나눠 서로를 모르게 한 겁니다.”최상위 명령 계정에는 사용자 정보가 없었다.남은 것은 마지막 접속 기록뿐이었다.「최종 계획 승인」승인 시각은 레오나르드가 세 도시를 위협하기 한 시간 전이었다.박은호가 제이드 리의 암호 키를 입력했다.잠겨 있던 좌표가 복원됐다.북해 해상 구역.공식 지도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위성 기록을 겹치자 바다 아래 구조물이 드러났다.“해저 통신 시설로 위장한 비공식 기지입니다.”임태건이 구조도를 확인했다.“접근로는 하나뿐입니다.”“경비 규모도 알 수 없습니다.”강시온이 물었다.“제이드 리의 마지막 발신 위치도 그곳입니까?”박은호가 좌표를 대조했다.“같은 구역입니다.”
오전 9시 10분.대통령 관저 국가위기대응실.레오나르드의 통신이 끊긴 뒤에도 대응실은 쉽게 움직이지 못했다.대형 화면에는 조금 전까지 사용된 암호 채널의 흔적이 빠르게 지워지고 있었다.박은호가 화면을 확대했다.“의도적으로 기록을 삭제하고 있습니다.”“십 분이면 대부분 사라질 겁니다.”강시온은 희미해지는 이동 경로를 바라봤다.“전부 없애지는 않을 겁니다.”“근거가 있습니까?”“정말 숨을 생각이었다면 직접 협상하지도 않았을 겁니다.”한채린이 화면을 확인했다.“우리가 따라오도록 길을 남겼다는 뜻이군요.”“예. 함정이어도 가야 합니다.”그때 대응실 한쪽 모니터가 검게 변했다.「접속 권한을 요청합니다.」박은호가 차단하려는 순간 문장이 바뀌었다.「후보 42번에게만 전송.」한채린이 보안 상태를 확인했다.“레오나르드가 사용한 암호 체계와 다릅니다.”“연결하십시오.”박은호가 외부망과 분리된 격리 채널을 열었다.검은 화면 위로 두 문장이 나타났다.「늦었습니다.」「하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닙니다.」잠시 뒤 낯익은 목소리가 대응실을 울렸다.―강시온 대통령.강시온의 표정이 굳었다.“제이드 리.”―이름은 기억하고 있었습니까?“당신이 살려 준 목숨을 잊을 만큼 기억력이 나쁘진 않습니다.”통신 너머에서 낮은 웃음이
박은호의 분석 결과가 한채린의 태블릿에 도착했다.「카이로→브뤼셀→서울 순으로 신호 전달.」「첫 중계 지점 차단 시 세 곳 모두 지연 가능.」한채린은 태블릿을 강시온이 볼 수 있도록 옮겼다.「삼 분이 필요합니다.」강시온이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레오나르드가 낮게 웃었다.―아직도 그녀의 판단을 기다리는 건가?강시온은 한채린을 바라보며 말했다.“믿고 있는 겁니다.”한채린의 손이 잠깐 멈췄다가 다시 빠르게 움직였다.강시온은 레오나르드와 마주했다.“선택하겠습니다.”―어느 도시를 살리지?남은 시간은 3분 21초였다.“세 곳 모두입니다.”레오나르드의 미소가 사라졌다.―그건 선택이 아니다.“당신이 정한 보기 안에서만 답을 고를 필요는 없습니다.”그 순간 한채린이 차단 명령을 입력했다.카운트다운이 3분 04초에서 멈췄다.하지만 곧 붉은 경고창이 나타났다.「우회 명령 활성화」“차단 경로가 변경됐습니다.”박은호의 얼굴이 굳었다.레오나르드가 다시 웃었다.―당신이 그녀를 곁에 남겨 둘 것도 예상했지.화면이 대한민국 대통령 관저의 내부 구조도로 바뀌었다.붉은 표시가 한채린의 위치 위에서 깜빡였다.대응실 안에 긴장감이 번졌다.박은호가 즉시 화면을 분석했다.“실시간 추적은 아닙니다.”“관저 보안 구조를 알고 있다는 걸 보여 주려는 겁니다.”&ldquo
오전 8시 50분.대통령 관저 국가위기대응실.강시온과 한채린이 들어서자 대형 화면에 레오나르드의 음성 파형과 일곱 개의 접속 지점이 떠 있었다.서울.브뤼셀.카이로.북해 연합 해역.서로 관계없는 위치들이 빠르게 바뀌고 있었다.“모두 위장 경로입니다.”박은호가 화면을 전환했다.“전 세계 통신망을 경유해 실제 접속지를 감추고 있습니다.”그 옆에서는 임태건이 관저 경호 인력을 재배치하고 있었다.“통신망이 활성화된 직후 세 곳의 국가 기반 시설에서 같은 코드가 발견됐습니다.”화면에 발전소와 위성 통신 기지, 국제 금융망이 나타났다.“아직 공격은 시작되지 않았지만 시스템 내부까지 침투한 상태입니다.”한채린의 표정이 굳었다.“원하는 순간 동시에 멈출 수 있다는 경고군요.”그때 통신 장비에서 짧은 신호음이 울렸다.화면 중앙에 문장이 나타났다.「대한민국 대통령에게 협상을 요청한다.」그 아래로 십 분의 제한 시간이 줄어들기 시작했다.「응답이 없을 경우 첫 번째 국가의 전력망을 중단한다.」오민석이 물었다.“첫 번째 국가가 어디입니까?”“표시가 없습니다.”박은호가 각국 정보기관과 연결했지만 누구도 공격 대상을 알지 못했다.강시온은 카운트다운을 바라봤다.“연결하십시오.”“안 됩니다.”한채린의 대답이 먼저 나왔다.“상대가 만든 통신망입니다. 음성과 위치 정보
「최종 종합 평가」첫 문장이 나타났다.「후보 42번은 모든 사람을 직접 구할 수 없다.」강시온의 표정이 굳었다.이어 두 번째 문장이 나타났다.「그러나 후보 42번과 함께 움직이는 사람의 수는 모든 후보 중 가장 많다.」그리고 마지막 결론.「후보 42번은 가장 뛰어난 사람이 아니었다.」잠시 뒤.그 아래에 한 줄이 더 떠올랐다.「그러나 가장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사람이었다.」강시온은 오래도록 그 문장을 바라봤다.이제야 자신이 왜 선택됐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완벽해서가 아니었다.무엇이든 혼자 해결할 수 있어서도 아니었다.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 했고, 그 선택이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 움직였기 때문이었다.강시온이 낮게 말했다.“결국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는 사람이었네요.”“그렇게 이해하시면 곤란합니다.”한채린의 목소리에 아주 옅은 답답함이 섞였다.“각하께서는 또 가장 나쁜 쪽으로 해석하고 계십니다.”“그럼 한 실장님은 어떻게 생각합니까?”“혼자 모든 것을 할 수 없다는 걸 알고도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그게 그렇게 중요한 겁니까?”“예.”한채린은 단호하게 답했다.“권력을 가진 사람은 도움을 요청하는 대신 명령하기 쉽습니다.”“각하는 다른 사람의 판단을 믿었습니다.”“그래서 사람들도 각하를 믿은 겁니다.”강시온은 그녀의 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