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 connecter백수였던 남자가 하루아침에 대통령이 되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냉정한 비서실장은 그런 그를 믿을 수 없었다. 세계 최대 평화 축제 World Harmony Fest를 준비하며 서로를 믿지 못했던 두 사람은 점점 서로의 가장 큰 버팀목이 되며 조금씩 가까워진다. 하지만 축제를 노리는 거대한 음모가 시작되고, 두 사람은 세계를 지키기보다 먼저 서로를 지키고 싶어지는데…. 세계를 바꾸는 대통령과 비서실장의 로맨스 판타지.
Voir plus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강시온은 이불 속에서 낮게 신음하며 몸을 뒤척였다.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무거웠다.어젯밤 편의점에서 사 온 감기약을 두 알이나 먹고 잔 탓이었다.
원래 한 알만 먹으라고 적혀 있었지만, 그는 늘 그런 걸 대충 넘기는 사람이었다.“아… 망했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중얼거렸다.
원래라면 아침 일찍 일어나 이력서를 넣어야 했다.
하지만 백수 생활 8개월 차.강시온은 이미 인생의 리듬이라는 걸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
알람은 꺼놓은 지 한 달이 넘었고, 낮과 밤도 자주 바뀌었다.
편의점 삼각김밥과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것도 익숙해진 상태였다.어제도 면접에서 떨어졌다.
면접관은 웃으며 말했다.
“강시온 씨는 사람이 참 편안하네요.”
그 말은 사실상 탈락 통보였다.
시온은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
그냥 다시 자고 싶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평소라면 눅눅한 원룸 냄새와 함께 창밖 오토바이 소리, 옆집 TV 소리가 들려야 했다.
새벽까지 게임하는 윗집 키보드 소리도.하지만 오늘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너무 조용했다.
조용해서 오히려 낯설 정도였다.
“…뭐지?”
그리고 침대가 이상했다.
지나치게 푹신했다.
몸이 반쯤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시온은 미간을 찌푸렸다.
“뭐야… 내가 죽어서 호텔 온 건가?”
억지로 눈을 떴다.
그리고 그대로 굳었다.
“…어?”
천장이 보였다.
그런데 그건 분명 원룸 천장이 아니었다.
금빛 용무늬가 새겨진 거대한 서까래.
붉고 푸른 단청이 화려하게 그려진 목재 천장. 고급 호텔 스위트룸처럼 은은한 조명이 공간 전체를 비추고 있었다.시온은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잠깐 동안 뇌가 현실을 거부했다.
“…꿈인가?”
손등을 꼬집었다.
아팠다.
“아픈 꿈인가?”
시온은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 순간 침대 크기에 한 번 더 놀랐다.
혼자 자기에 지나치게 넓었다. 거의 드라마에서나 보던 황실 침대 수준이었다.주변은 더 충격적이었다.
전통 궁궐처럼 꾸며진 침실.
비단 커튼, 옥으로 장식된 탁자, 은은한 향이 퍼지는 인센스 스틱. 넓은 창 너머로는 거대한 정원이 보였다.새벽 안개 사이로 연못과 정자가 흐릿하게 드러났다.
시온은 입을 벌린 채 주변을 둘러봤다.
“…뭐야 이거.”
그리고 침대 옆.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일렬로 서 있었다.
남자와 여자 모두 검은 정장 차림이었다.
표정은 딱딱했고 자세는 완벽했다.마치 영화 속 경호팀 같았다.
“…누구세요?”
그 말이 떨어지자 정장 입은 사람들이 동시에 허리를 숙였다.
“좋은 아침입니다, 각하!”
“……네?”
각하?
시온은 뒤를 돌아봤다.
혹시 자기 뒤에 누가 있는 줄 알았다.
아무도 없었다.
다시 앞을 봤다.
그들은 진심이었다.
“대통령님, 오전 일정까지 40분 남았습니다.”
“대통령님?”
시온은 자기 얼굴을 만졌다.
익숙한 얼굴이었다.
잘생기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못생긴 것도 아닌 평범한 얼굴.
감기 때문에 살짝 부은 눈까지 그대로였다.“잠깐만요. 무슨 몰래카메라예요?”
직원들의 표정이 동시에 굳었다.
농담을 들은 반응이 아니었다.
그때였다.
문이 열렸다.
또각, 또각.
일정한 하이힐 소리가 조용한 침실 안으로 울렸다.
한 여자가 걸어 들어왔다.
차가운 분위기의 검은 정장.
흐트러짐 없는 긴 생머리. 날카로운 눈매. 그리고 군더더기 없는 걸음.시온은 본능적으로 생각했다.
무섭다.
엄청 예쁜데 엄청 무섭다.
그녀는 시온을 보자마자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기상 시간이 12분 지났습니다.”
“…누구신데요?”
“대통령 비서실장, 한채린입니다.”
그녀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태블릿 화면을 넘겼다.
“오늘 일정은 국가안보회의, 경제 브리핑, 외교 화상 회담, 청년 정책 발표, 그리고 저녁 만찬까지 총 열세 건입니다.”
시온은 멍하니 그녀를 바라봤다.
말이 하나도 귀에 안 들어왔다.
국가안보회의?
외교 회담?그런 건 뉴스에서나 보던 거였다.
“저기요… 사람 잘못 보신 것 같은데요. 저는 그냥 강시온인데요.”
“알고 있습니다.”
“백수인데요?”
“그것도 압니다.”
“통장 잔고 4만 8천 원인데요?”
“지금은 국가 예산 9,400조 원의 최종 결재권자십니다.”
“…네?”
시온의 뇌가 잠시 멈췄다.
한채린은 자연스럽게 침대 옆 옷장을 열었다.
그 안에는 각종 정장이 정렬되어 있었다.
검은색, 남색, 흰색.
심지어 금장 장식이 들어간 의전용 정장까지 있었다.“환복하십시오.”
“아니, 설명부터 해주세요!”
“시간 없습니다.”
“제가 왜 대통령인데요?”
그 순간 한채린이 처음으로 시온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차갑고 흔들림 없는 눈빛이었다.
“그건… 저도 알고 싶습니다.”
순간 시온은 그녀의 얼굴에서 아주 미세한 피로를 봤다.
겉으론 완벽해 보였지만 어딘가 지쳐 있었다.
마치 며칠째 잠도 못 잔 사람처럼.시온은 더 묻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직원들이 너무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누군가는 세면도구를 준비했고,
누군가는 정장을 꺼냈으며, 누군가는 일정 브리핑을 시작했다.모든 게 너무 익숙했다.
마치 강시온이 원래 대통령이었다는 것처럼.
30분 후.
시온은 거울 앞에 서 있었다.
깔끔한 정장.
정돈된 머리. 넥타이에는 대통령 휘장이 달린 배지까지 달려 있었다.그는 거울 속 자신을 한참 바라봤다.
“…와.”
진심으로 놀랐다.
“사람은 옷빨이구나.”
“감상은 이동하면서 하시죠.”
한채린이 문을 열었다.
밖으로 나가자 더 엄청난 광경이 펼쳐졌다.
넓은 복도는 전통 궁궐처럼 꾸며져 있었고, 바닥은 최고급 대리석이었다.
천장에는 거대한 샹들리에가 매달려 있었다.창밖 정원에는 연못과 정자.
그리고 멀리 헬기장까지 보였다.“여기 어디예요?”
“대통령 집무궁입니다.”
“청와대 같은 건가요?”
“청와대보다 큽니다.”
“왜요?”
한채린은 너무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대한민국이 세계 1위 국가니까요.”
시온은 걸음을 멈췄다.
“…네?”
“대한민국은 현재 경제력, 군사력, 기술력, 문화 영향력 모두 세계 1위입니다.”
“…미국은요?”
“2위입니다.”
“…중국은요?”
“4위입니다.”
“…일본은요?”
“8위입니다.”
시온은 속으로 생각했다.
감기약이 아직 안 깼구나.
이건 꿈이다.
분명 꿈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말이 안 됐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아래층 로비에는 수십 명의 참모진과 경호원들이 대기 중이었다.
시온이 나타나자 모두가 동시에 고개를 숙였다.
“각하!”
엄청난 기세였다.
시온은 얼떨결에 손을 들었다.
“아… 안녕하세요?”
순간 주변이 술렁였다.
참모진 표정이 흔들렸다.
한채린이 아주 작게 한숨을 쉬었다.
“손 인사는 공식 일정 때만 하십시오.”
“왜요?”
“지금 하시면 지지율이 오릅니다.”
“그게 왜 문제죠?”
“오늘 야당 대표와 회담이 있습니다.”
“…벌써 피곤하네요.”
그때 거대한 문이 열리며 기자들이 보였다.
플래시가 번쩍였다.
“대통령님! 최근 청년 실업 대책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World Harmony Fest 준비 상황은 어떻습니까!”
“외교 갈등에 대한 입장은!”
질문이 쏟아졌다.
시온은 입을 벌렸다가 다물었다.
청년 실업?
외교 갈등?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심장이 미친 듯 뛰기 시작했다.
망했다.
진짜 망했다.
그 순간.
옆에 있던 한채린이 낮게 속삭였다.
“모르면 솔직하게 말씀하십시오.”
“네?”
“거짓말보다 낫습니다.”
시온은 그녀를 바라봤다.
차갑고 완벽해 보이던 얼굴.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한마디는 믿음직했다.
시온은 천천히 기자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사실… 저도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정적.
모든 사람이 얼어붙었다.
한채린의 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
기자들 입도 벌어졌다.
시온은 식은땀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모른다고 외면하지는 않겠습니다.”
조용했다.
“직접 듣고, 배우고, 해결하겠습니다.”
다시 정적.
그리고 누군가 박수를 쳤다.
한 명.
두 명.순식간에 박수가 퍼졌다.
기자들조차 서로 얼굴을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한채린은 처음으로 시온을 다시 바라봤다.
“…이상한 사람.”
시온은 작게 웃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때였다.
멀리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
한 남자가 헐레벌떡 뛰어오며 외쳤다.
“각하! 큰일 났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남자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해외 정상급 인사가… 실종됐습니다!”
순간 로비 공기가 얼어붙었다.
한채린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시온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출근 첫날부터요?”
누군가 낮게 답했다.
“네, 각하.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
강시온은 직감했다.
백수보다 대통령이 더 힘들다는 것을.
그리고 그의 미친 하루가,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
한서준은 동생을 한번 살폈다.“얼굴 좋아졌네.”“갑자기?”“전에는 맨날 피곤해 보였잖아.”한채린은 대답 대신 보온병을 내려다봤다.한서준이 돌아섰다.“센터 들어간다.”“응. 조심해서 가.”몇 걸음 가던 그가 돌아봤다.“둘 다 무리하지 마.”강시온이 고개를 끄덕였다.“예.”한서준은 그대로 복도 끝으로 사라졌다.강시온이 작게 물었다.“저도 포함해서 걱정해 주신 거 맞죠?”“욕심내지 마십시오.”한채린이 먼저 걸었다.강시온이 웃으며 따라갔다.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박은호가 보낸 메시지였다.「제이드 리 관련 최종 보고. 치료 종료 후 보호 관찰 전환. 잔여 조직 수사 협조 완료.」그 아래에는 제이드 리가 남긴 문장이 있었다.「이제는 남이 정한 길 말고 제 길로 가보겠습니다.」강시온은 화면을 잠시 바라봤다.“좋은 소식입니까?”“예.”그는 휴대전화를 넣었다.“이번에는 정말 자기 선택대로 살아보겠답니다.”한채린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후 7시 15분.대통령 관저 정원.공식 일정이 끝난 뒤 강시온은 약속대로 한채린과 저녁을 먹고 정원으로 나왔다.휴대전화가 울렸다.루카가 보낸 사진이었다.야외 카페에서 엘리아나와 나란히 앉아 있었다.「데이트 중입니다. 대통령님도 열심히 하세요.」강시온이 피식 웃었다.“이 사람은 연애를 해도 여전하네요.”한채린이 사진을 확인했다.“엘리아나 씨가 고생하시겠네요.”“그래도
몇 달 후.오전 8시 30분.대통령 관저 집무실.강시온은 책상 위의 보고서 첫 장을 바라봤다.「뉴(New) 세계 평화 프로젝트 제1차 공동운영회의」첫 장 아래에는 한 사람의 이름 대신 참여국들의 서명이 빼곡했다.“현재 참여국은 62개 국가입니다.”한채린이 태블릿을 확인했다.“오늘 회의 이후 추가 참여를 결정할 국가도 있습니다.”강시온이 다음 장을 넘겼다.“최고 승인권자는 없고요?”“없습니다.”“후보 평가도?”“없습니다.”“몰래 사람을 관찰하는 일도?”한채린이 그를 바라봤다.“그 질문을 매번 하실 생각입니까?”“확인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서요.”강시온이 웃었다.과거의 세계 평화 프로젝트 자료는 공개됐고.누군가를 몰래 고르고 움직이던 조직은 사라졌다.새 프로젝트는 각국이 같은 권한으로 참여하고 주요 결정과 예산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사람을 선택하는 계획이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 함께 움직이기 위한 약속이었다.강시온은 마지막 페이지에 서명했다.“이제 조금 실감이 나네요.”“무엇이 말입니까?”“이전과는 다른 프로젝트가 시작됐다는 게요.”“시작만 했습니다.”“좋은 분위기를 오래 두는 법이 없으시네요.”“오늘 일정이 많으니까요.&rdquo
강시온이 천천히 웃었다.“그러면 한 번 더 해도 됩니까?”이번에는 한채린이 대답 대신 그의 재킷을 가볍게 잡아당겼다.두 번째 입맞춤은 첫 번째보다 조금 길었다.멀리서 사람들의 박수가 다시 터졌다.World Harmony Fest의 마지막 순서가 끝나고 있었다.두 사람이 천천히 떨어졌다.한채린이 말했다.“이제 정말 돌아가셔야 합니다.”강시온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미소로 그녀를 바라봤다.“같이 가시는 거죠?”“예.”강시온이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었다.한채린은 망설이지 않고 그 손을 잡았다.두 사람은 맞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 행사장으로 돌아갔다.오후 7시 34분.World Harmony Fest 메인 행사장.마지막 공식 일정까지 모두 끝난 뒤였다.루카는 무대 뒤 통로에 기대 서 있었다.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아직 안 가셨어요?”루카가 고개를 들었다.엘리아나가 걸어오고 있었다.“누굴 좀 기다렸어요.”“누구를요?”루카가 웃었다.“그걸 꼭 물어봐야 알아요?”엘리아나는 잠깐 그를 바라보다 말했다.“오늘 무대 좋았어요.”“봤어요?”“네. 끝까지요.”루카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그럼 됐네요.”“뭐가요?”
“이번에는 기다리지 않게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한채린의 말이 끝난 뒤 강시온은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수없이 미뤘던 말인데, 막상 허락을 받고 나니 준비했던 문장들은 필요 없었다.“좋아합니다.”한채린의 눈빛이 멈췄다.“한채린이라는 사람을 좋아합니다.”“처음에는 저도 잘 몰랐습니다.”강시온이 조금 어색하게 웃었다.“늘 옆에 계셔서 의지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그런데 일이 없어도 보고 싶었고, 안 보이면 찾게 됐습니다.”그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대통령이라서 제 곁에 있어 달라는 말이 아닙니다.”“비서실장이라서 옆에 계셨으면 하는 것도 아니고요.”강시온은 결국 가장 쉬운 말로 돌아갔다.“그냥 제가 한채린이라는 사람 옆에 있고 싶습니다.”한채린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시온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제가 너무 늦었습니까?”“많이 늦으셨습니다.”강시온의 표정이 굳자 한채린이 아주 작게 웃었다.“그래도 기다렸습니다.”이번에는 강시온이 말을 잃었다.한채린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저도 처음에는 이 감정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습니다.”“각하를 걱정하는 것도, 찾는 것도 업무라고 생각하면 편했으니까요.”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걸 업무라고 부르는 게 더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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