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MELDEN숨 막히는 재벌 가문을 탈출한 7살 서이현. 절망의 끝에서 마주친 하유주는 구원이자 찬란한 햇살이었다. 그 온기를 독점하기 위해 이현은 다정한 소꿉친구의 가면을 쓴 채 성인이 된다. 마침내 거대한 제국의 주인이 된 이현. 그는 이제 유주의 세상을 무너뜨려 오직 제 곁에만 가두려 한다. “도망쳐봐, 유주야. 네가 멀어질수록 난 더 잔인해질 수 있거든.” 다정했던 첫사랑은 언제부터 광기 어린 집착이 되었을까? 일생을 바쳐 설계한 치밀한 소유욕, 그 끝에 기다리는 것은 구원일까, 파멸일까.
Mehr anzeigen서이현의 입에서 튀어나온 그 잔인하고도 노골적인 질문은 유주의 귓가를 사정없이 난도질했다. 질투와 광기가 뒤섞인 추궁 속에서, 유주는 묘하게도 가슴 한구석이 뻐근해지는 허탈감을 느꼈다.지독한 소유욕과 숨통을 조이는 집착 속에서도, 가끔씩 문득 스쳐 지나가던 그의 기괴할 정고로 서글프던 다정함. 과거 차가운 절망 속에서 오직 자신만을 향해 내밀어졌던 그 커다란 손길의 온기를, 순간적으로나마 그리워하고 말았던 자신이 너무나 한심하고 비참했다.자조적인 한숨이 목구멍을 타고 치밀어 올랐다. 그의 품 안에서 느껴지는 온기는 사람을 속절없이 나약하게 만들고, 모든 저항을 포기한 채 그저 안주하고 싶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하지만 이댜로 그의 체온에 녹아내려 가다가는, 영혼까지 완전히 그에게 잠식당해 뼛조각조차 남지 않을 것임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더 이상 그의 품에 안겨 흔들려서는 안 됐다.유주는 질끈 감았던 눈을 뜨고, 떨리는 두 손을 뻗어 그의 단단한 어깨와 가슴팍을 강하게 밀어냈다. 그리고 그의 체온이 남아 있는 서늘한 품에서 힘겹게 상체를 일으켜 세우며, 엉망으로 흐트러진 호흡을 가까스로 골라 삼키며 말했다. "안에... 안에 사정했다면 어쩔 건데? 너와 난 항상 대화가 이런 식이야. 넌 날 쫓고 집착하고, 난 널 수용하고 받아들이려던 순간 너의 그 숨 막히는 집착 때문에 결국 이렇게 퉁명스럽게 굴게 돼." 유주의 목소리에는 자포자기에 가까운 서글픔과 짙은 분노가 서려 있었다. 그녀는 입고 있던 드레스의 끈을 홱 잡아 내려, 이현에게 보란 듯이 이진이 남긴 흔적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서이현, 똑바로 봐. 네가 그렇게 집착하는 하유주는 이런 여자야. 아무하고나 몸을 굴리는 그런 닳고 닳은 여자라고!" 유주의 자학 섞인 절규에도 이현은 당황하기는 커녕, 오히려 피식 입꼬리를 끌어당기며 서늘하게 웃어 보였다. 그 순간, 그의 눈동자 속에서 휘발되었던 집착의 광기가 다시금 검붉게 타올랐다. "하유주. 난 네가 이런 여자라서 오히려 좋아. 내 무
꿈을 꿨다. 이게 꿈이라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내 곁에 서이현도, 서이진도 없이 평안한 나날이 지속되는 온전한 자유를 누리고 있었으니까. 만약 이 꿈에서 깨어난다면 또다시 그들의 지독한 집착 속에 갇히는 신세가 되겠지. 영원히 이 잠에서 깨어나지 않고 싶었다.회귀하기 전, 존재할지도 모르는 신을 향해 서이현을 만나기 전으로 돌려달라고 간절히 빌고 또 빌었었다. 하지만 다시 한번 간절히 기도한다고 해서, 과거로 돌아가 그를 모르는 척 살아갈 수 있을까.내 대답은 '아니오'였다. 신이라는 존재는 인간의 간절한 바람에 희망이라는 입김만 후- 하고 불어 넣어 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으니까.이번 회귀를 통해 뼈저리게 깨달았다. 내가 진짜 죽지 않는 한, 죽어서 완전히 새로운 삶을 얻지 않는 한, 영원히 서이현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서이현과 얽혔던 잔혹한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고, 갇혀 있던 꿈속에서 무거운 눈꺼풀을 어렵게 들어 올려 눈을 떴다. 마지막 기억은 서이현에게 악에 바쳐 소리를 지르다 실신했던 순간이었다."하....."낮고 짧은 한숨을 내쉬며 상체를 일으켜 천천히 방 안을 둘러보았다. 회귀 전, 서이현과 함께 밤을 보내던 안방의 구조와 인테리어가 토씨 하나 다르지 않고 똑같았다. 심지어 지금 깔고 누워있는 침구의 디자인마저도.'나는 또다시 신의 짖궃은 장난에 놀아나고 있는 걸까.'지친 몸을 일으켜 벗어나려던 찰나, 침대 왼쪽에서 서늘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조용히 두 눈을 감고 잠들어 있는 서이현이 있었다."하.... 서이현, 이 미친놈."낮게 읊조리며 조심스럽게 이불을 걷어내고 자리를 벗어나려 하자, 어느새 그의 커다란 손이 유주의 허리를 강하게 감싸 안아 왔다."어디 가."낮게 가라앉은 그의 잠긴 목소리가 귓가를 어지럽혔다. 허리를 감싸 쥔 그의 두터운 팔에서 전해지는 따뜻한 온기가, 원치 않게도 회귀 전 그와 나눴던 기억들을 자꾸만 끄집
회귄 전에 살았던 그의 집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은 외관, 그리고 차가운 집안 풍경까지.그녀는 또다시 그의 서늘한 시선 아래 붙잡혀 온 스스로가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이럴 순 없었다. 그 참혹했던 과거를 끊어내고 벗어나고자 어렵게 얻은 회귀였는데.... 결국 또다시 그의 손아귀라니.울컥 치밀어 오르는 속상함과 절망감에 유주의 커다란 두 눈망울에 투명한 물기가 가득 서렸다."후....."그녀의 눈에 그렁그렁 맺힌 눈물을 발견한 서이현은 조용히 다가와 낮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하유주. 넌 내가 그렇게 싫어? 그렇게 슬픈 눈을 하고, 눈물이 차오를 만큼?"그의 무심한 한마디에 마침내 고여 있던 눈밀이 톡, 뺨을 타고 떨어져 내렸다. 유주는 제어할 수 없는 감정에 이성을 잃고 소리쳤다."어, 싫어! 나한테 너는 서가그룹 전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근데 넌 대체 나한테 왜 이렇게까지 집착하는 건데!"한 번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온 절규는 멈추지 않았다. 유주는 핏대를 세우며 악에 바쳐 소리를 질렀다."서이현, 진짜 싫어! 미치도록 싫다고! 회귀 전이나 지금이나, 넌 왜 나를 그냥 가만히 두지 않는 건데........!"'회귀 전이나 지금이나.'말이 밖으로 튀어나온 순간, 유주의 사고가 정지했다. 공기마저 얼어붙는 듯한 정적 속에서 이현의 눈빛이 삽시간에 기괴할 정도로 차갑게 변해갔다. 차가운 한기가 온몸을 덮쳐오자, 유주는 자신이 치명적인 말실수를 했다는 것을 직감했다. 황급히 소파 위에 던져두었던 가방을 챙겨 그를 지나쳐 대문으로 향하려 했다."야. 하유주, 기거 서."차갑게 내려앉은 일갈."회귀라고? 역시 너, 나와 처음 만난 사이가 아니었네."말이 끝남과 동시에 소파에서 몸을 일으킨 이현이 순식간에 유주의 앞을 막아서며 그녀의 손에 쥐여 있던 가방을 빼앗아 바닥에 거칠게 내던졌다.콰당-"대답해야지."유주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그가 서서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오만하게 내려다보았다. 순간적으로 몰아치는
이현의 저돌적이면서도 묘하게 부드러운 혀가 유주의 입안을 유영하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달뜬 숨을 내뱉었다. 아찔한 감각이 뇌리를 스치며 아랫배 끝이 간질거림과 동시에 저려왔다. 탈의실 안을 밀도 높게 부유하던 공기는 가빠진 두 사람의 숨결로 인해 한층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 찰나의 반응을 놓치지 않은 이현의 입꼬리가 유연하게 호선을 그렸다.지독하고 진득한 키스가 이어지던 도중, 유주는 몽롱해지는 이성을 간신히 붙잡으려는 듯 감았던 눈을 살며시 떴다. 가느다란 속눈썹 사이로 들어찬 이현의 얼굴. 평소의 무심하고 차가운 가면 뒤로, 묘하게 흥분된 열기가 넘실거리는 남자의 모습이 유주의 뇌리에 선명하게 새겨졌다."하아, 읏....."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유주가 이현의 단단한 가슴을 살짝 밀어내며 타오르는 숭을 갈무리했다."후............"이현 역시 나직하게 숨을 가다듬었다. 그는 붉게 달아올라 헐떡이는 유주의 모습을 제 두 눈에 오롯이 박아 넣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그녀의 반응을 탐닉하던 그의 뜨겁게 흥분해 올라와있던 열기가 순식간에 빠져나가며 살얼음판 같은 서늘함이 들어찼다.갑작스럽게 온도가 떨어진 그의 시선에 유주는 섬뜩한 소름이 피부 위로 도지는 것을 느꼈다. 위험 신호를 감지한 그녀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불안한 눈으로 그를 올려다본 찰나였다. 이현이 주저 없이 손을 뻗어 유주의 가슴을 덮고 있던 드레스 옷자락을 확 제쳐냈다.스르륵-이현과의 격정적인 키스에 취해, 옷매무새 따위는 까맣게 잊고 있었던 탓이었다. 깊게 파인 스쿱 라인 아래, 하얀 살결 위로 새겨진 이진의 은밀하고 붉은 흔적들이 이현의 서늘한 눈동자에 박혔다. 순간, 완전히 덫에 걸렸다는 위기감이 유주의 전신을 옥죄어왔다."하유주."낮고 묵직하게 가라앉은, 그야말로 얼음장 같은 말투였다."너 이거 뭐야."그의 핏기 없는 목소리에 유주의 속눈썹이 경련하듯 잘게 떨렸다. 유주는 쿵쾅거리는 심장을 애써 누르며, 그를 향해 퉁명스럽게 대꾸했다."제 몸이
서가 그룹 본사 로비는 인간의 오만을 형상화한 것 같은 공간이었다. 초고층 빌딩의 무게를 지탱하는 거대한 대리석 기둥들은 마치 신전의 그것처럼 위압적이었고, 발소리조차 허용하지 않을 것 같은 매끄러운 바닥은 침입자의 긴장감을 고스란히 반사해냈다. 하유주는 로비 한복판에 서서 가쁘게 몰아치는 숨을 억눌렀다. 손바닥에 쥔 메모지는 이미 땀으로 눅눅해져 글씨가 번져 있었다. 15년 전, 그 강가에서 등을 돌려 달아났을 때 유주는 믿었다. 사탕을 건네지 않았으니, 그 소년의 고독에 참견하지 않았으니, 이번 생의 궤적은 서이현이라는
이현의 집무실은 한낮에도 그림자가 짙었다. 통유리창을 통해 쏟아지는 채광조차 그의 서늘한 분위기에 눌려 맥을 못 추는 듯했다. 비서가 두고 간 ‘서가 문화재단 장학생 선발 명단’을 넘기던 이현의 손길이 일순간 멎었다.정작 그 '조각'이 된 하유주는, 대학교 도서관 한구석에서 숨을 죽인 채 전공 서적에 파묻혀 있었다. 불안감이 엄습했다. 이현의 성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유주는 그가 이 근처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았다. 유주는 가방을 챙겨 재빨리 건물 뒷문으로 향했다. 인파가 몰리는 정문 대신, 후진 지하 통로를 통해 학교
소년은 무릎에 얼굴을 묻은 채 어깨를 들먹이고 있었다. 원래의 기억대로라면, 유주는 지금쯤 주머니 속 사탕을 만지작거리며 저 소년에게 다가가 “왜 혼자 울고 있어?”라고 다정하게 물어야 했다. 그 친절이 씨앗이 되어 20년 뒤의 괴물을 키워낼 것이었다. 소년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유주가 있는 방향을 두리번거렸다. 유주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공포와 전율이 전신을 감쌌다. '만나면 안 돼. 말을 걸어서도, 눈을 마주쳐서도 안 돼!’ 유주는 주머니 속에 든 알사탕을 꽉 움켜쥐었다. 그리
이현의 집착은 해가 저물수록 더욱 노골적이고 집요해졌다. 그에게 밤은 유주를 온전히 자신의 방안에 가두어 두는 시간이었다. 넓고 차가운 침실, 은은한 조명만이 감도는 그 공간에서 유주는 매일 밤 질식할 것 같은 공포를 견뎌야 했다. 이현은 항상 유주보다 늦게 잠들었다. 최근 들어 그 증상은 더욱 심해졌다. 유주가 방에서 몰래 나와 거실 창문을 열어보았다는 보고를 받은 날부터, 그는 집 안의 모든 보안 시스템을 직접 재점검하고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한 CCTV 영상을 밤새 돌려보느라 며칠째 제대로 눈을 붙이지 못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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