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 connecter대통령 관저 식당.
오전 11시 46분.
강시온과 한채린은 창가 자리에 마주 앉았다.
따뜻한 국과 생선구이, 몇 가지 나물 반찬이 식탁 위에 놓여 있었다.
강시온은 숟가락을 들었다가 맞은편의 한채린을 바라봤다.
“한 실장님.”
“말씀하십시오.”
“제 과거를 전부 보고 나니까 제가 조금 달라 보입니까?”
한채린은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도 표정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아니요.”
“조금도요?”
“오히려 지금과 같았습니다.”
강시온의 손이 숟가락 위에서 멈췄다.
한채린은 국그릇으로 시선을 내리며 덧붙였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도 눈앞의 사람을 먼저 보셨고, 지금도 마찬가지니까요
오전 9시 10분.대통령 관저 국가위기대응실.레오나르드의 통신이 끊긴 뒤에도 대응실은 쉽게 움직이지 못했다.대형 화면에는 조금 전까지 사용된 암호 채널의 흔적이 빠르게 지워지고 있었다.박은호가 화면을 확대했다.“의도적으로 기록을 삭제하고 있습니다.”“십 분이면 대부분 사라질 겁니다.”강시온은 희미해지는 이동 경로를 바라봤다.“전부 없애지는 않을 겁니다.”“근거가 있습니까?”“정말 숨을 생각이었다면 직접 협상하지도 않았을 겁니다.”한채린이 화면을 확인했다.“우리가 따라오도록 길을 남겼다는 뜻이군요.”“예. 함정이어도 가야 합니다.”그때 대응실 한쪽 모니터가 검게 변했다.「접속 권한을 요청합니다.」박은호가 차단하려는 순간 문장이 바뀌었다.「후보 42번에게만 전송.」한채린이 보안 상태를 확인했다.“레오나르드가 사용한 암호 체계와 다릅니다.”“연결하십시오.”박은호가 외부망과 분리된 격리 채널을 열었다.검은 화면 위로 두 문장이 나타났다.「늦었습니다.」「하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닙니다.」잠시 뒤 낯익은 목소리가 대응실을 울렸다.―강시온 대통령.강시온의 표정이 굳었다.“제이드 리.”―이름은 기억하고 있었습니까?“당신이 살려 준 목숨을 잊을 만큼 기억력이 나쁘진 않습니다.”통신 너머에서 낮은 웃음이
박은호의 분석 결과가 한채린의 태블릿에 도착했다.「카이로→브뤼셀→서울 순으로 신호 전달.」「첫 중계 지점 차단 시 세 곳 모두 지연 가능.」한채린은 태블릿을 강시온이 볼 수 있도록 옮겼다.「삼 분이 필요합니다.」강시온이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레오나르드가 낮게 웃었다.―아직도 그녀의 판단을 기다리는 건가?강시온은 한채린을 바라보며 말했다.“믿고 있는 겁니다.”한채린의 손이 잠깐 멈췄다가 다시 빠르게 움직였다.강시온은 레오나르드와 마주했다.“선택하겠습니다.”―어느 도시를 살리지?남은 시간은 3분 21초였다.“세 곳 모두입니다.”레오나르드의 미소가 사라졌다.―그건 선택이 아니다.“당신이 정한 보기 안에서만 답을 고를 필요는 없습니다.”그 순간 한채린이 차단 명령을 입력했다.카운트다운이 3분 04초에서 멈췄다.하지만 곧 붉은 경고창이 나타났다.「우회 명령 활성화」“차단 경로가 변경됐습니다.”박은호의 얼굴이 굳었다.레오나르드가 다시 웃었다.―당신이 그녀를 곁에 남겨 둘 것도 예상했지.화면이 대한민국 대통령 관저의 내부 구조도로 바뀌었다.붉은 표시가 한채린의 위치 위에서 깜빡였다.대응실 안에 긴장감이 번졌다.박은호가 즉시 화면을 분석했다.“실시간 추적은 아닙니다.”“관저 보안 구조를 알고 있다는 걸 보여 주려는 겁니다.”&ldquo
오전 8시 50분.대통령 관저 국가위기대응실.강시온과 한채린이 들어서자 대형 화면에 레오나르드의 음성 파형과 일곱 개의 접속 지점이 떠 있었다.서울.브뤼셀.카이로.북해 연합 해역.서로 관계없는 위치들이 빠르게 바뀌고 있었다.“모두 위장 경로입니다.”박은호가 화면을 전환했다.“전 세계 통신망을 경유해 실제 접속지를 감추고 있습니다.”그 옆에서는 임태건이 관저 경호 인력을 재배치하고 있었다.“통신망이 활성화된 직후 세 곳의 국가 기반 시설에서 같은 코드가 발견됐습니다.”화면에 발전소와 위성 통신 기지, 국제 금융망이 나타났다.“아직 공격은 시작되지 않았지만 시스템 내부까지 침투한 상태입니다.”한채린의 표정이 굳었다.“원하는 순간 동시에 멈출 수 있다는 경고군요.”그때 통신 장비에서 짧은 신호음이 울렸다.화면 중앙에 문장이 나타났다.「대한민국 대통령에게 협상을 요청한다.」그 아래로 십 분의 제한 시간이 줄어들기 시작했다.「응답이 없을 경우 첫 번째 국가의 전력망을 중단한다.」오민석이 물었다.“첫 번째 국가가 어디입니까?”“표시가 없습니다.”박은호가 각국 정보기관과 연결했지만 누구도 공격 대상을 알지 못했다.강시온은 카운트다운을 바라봤다.“연결하십시오.”“안 됩니다.”한채린의 대답이 먼저 나왔다.“상대가 만든 통신망입니다. 음성과 위치 정보
「최종 종합 평가」첫 문장이 나타났다.「후보 42번은 모든 사람을 직접 구할 수 없다.」강시온의 표정이 굳었다.이어 두 번째 문장이 나타났다.「그러나 후보 42번과 함께 움직이는 사람의 수는 모든 후보 중 가장 많다.」그리고 마지막 결론.「후보 42번은 가장 뛰어난 사람이 아니었다.」잠시 뒤.그 아래에 한 줄이 더 떠올랐다.「그러나 가장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사람이었다.」강시온은 오래도록 그 문장을 바라봤다.이제야 자신이 왜 선택됐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완벽해서가 아니었다.무엇이든 혼자 해결할 수 있어서도 아니었다.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 했고, 그 선택이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 움직였기 때문이었다.강시온이 낮게 말했다.“결국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는 사람이었네요.”“그렇게 이해하시면 곤란합니다.”한채린의 목소리에 아주 옅은 답답함이 섞였다.“각하께서는 또 가장 나쁜 쪽으로 해석하고 계십니다.”“그럼 한 실장님은 어떻게 생각합니까?”“혼자 모든 것을 할 수 없다는 걸 알고도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그게 그렇게 중요한 겁니까?”“예.”한채린은 단호하게 답했다.“권력을 가진 사람은 도움을 요청하는 대신 명령하기 쉽습니다.”“각하는 다른 사람의 판단을 믿었습니다.”“그래서 사람들도 각하를 믿은 겁니다.”강시온은 그녀의 말을
다음 문장이 천천히 이어졌다.「세계평화프로젝트가 찾는 사람은 한 사람을 포기해서 다수를 구하는 지도자가 아니라—」「끝까지 아무도 포기하지 않으려는 사람이다.」강시온은 마지막 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오랫동안 찾아 헤맨 답이었다.그런데 막상 눈앞에 나타나자 안도보다 먼저 묘한 두려움이 밀려왔다.“이게 정말 기준이었다면.”강시온이 낮게 말했다.“저는 좋은 선택만 한 사람이 아닙니다.”“망설인 적도 많고, 제 고집 때문에 위험을 키운 적도 있습니다.”한채린은 곧바로 부정하지 않았다.대신 문서 아래쪽에 붙은 평가표를 펼쳤다.「판단 속도 낮음.」「위험 부담 높음.」「개인 희생 가능성 과도함.」강시온이 씁쓸하게 웃었다.“정확하네요.”“예.”“한 실장님은 조금도 감싸 주지 않으십니까?”“사실을 감추는 건 감싸는 일이 아닙니다.”한채린은 다음 줄을 가리켰다.「단, 후보 42번의 선택 이후 주변 참여 인원이 지속적으로 증가함.」강시온의 시선이 멈췄다.“주변 참여 인원.”“각하께서 혼자 해결한 사건은 거의 없습니다.”한채린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이번에는 문서를 읽는 사람의 말투가 아니었다.“경호팀은 명령 범위를 넘어 움직였고, 비서실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던 계획을 다시 검토했습니다.”“각국 대표들도 처음에는 각자의 이해관계를 앞세웠지만 결국 같은 자리로 돌아왔
몇 걸음 뒤, 한채린이 먼저 입을 열었다.“책을 읽습니다.”강시온이 고개를 돌렸다.“어떤 책입니까?”“그 질문까지는 다음에 답하겠습니다.”강시온은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다음이 또 생겼네요.”한채린은 대꾸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걸음을 빨리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어깨가 닿을 듯 가까운 거리로 나란히 걸었다.강시온은 그 거리를 억지로 좁히지 않았다.한채린이 먼저 알려 줄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그 사람을 알아가는 방법이었다.봉투를 열지 않은 채 보낸 시간이었지만 강시온의 마음은 오히려 정돈되고 있었다.누군가 만든 기준보다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가 더 선명했다.다음 날.오전 8시 14분.대통령 관저 서재.강시온과 한채린은 마주 앉아 있었다.한채린이 봉투를 책상 중앙으로 밀었다.“이제 확인하시겠습니까?”강시온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이번에는 도망치지 않겠습니다.”“도망친 적은 없습니다.”“미룬 것도 비슷하지 않습니까?”“생각할 시간을 가진 겁니다.”강시온은 그녀를 보며 웃었다.“한 실장님이 그렇게 말해 주면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그는 봉인을 뜯었다.첫 장에는 마흔두 명 후보의 능력 평가가 적혀 있었다.외교 협상.위기 대응.조직 통솔.국제 정치 경험.강시온의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