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대통령 집무궁 대회의실.
새벽이 가까워졌지만 회의실 불은 꺼질 기미가 없었다.
대형 스크린 앞에는 외교 실무진과 통역팀, 국가안보실 직원들이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프랑시아 관련 자료가 산처럼 쌓여 있었고, 모니터마다 긴급 뉴스 속보가 떠올랐다.[프랑시아 대통령 긴급 입장 발표 예정]
[엘리아나 실종 사건 국제 이슈화] [대한민국 정부 대응에 전 세계 관심 집중]강시온은 넥타이를 만지작거리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저 진짜 해도 됩니까?”
한채린은 태블릿 화면을 넘기며 냉정하게 대답했다.
“이미 각하 일정표에 포함돼 있습니다.”
“취소 버튼은 없나요?”
“없습니다.”
“숨기 버튼은요?”
“더 없습니다.”
“일정표가 너무 불친절한데…”
오민석이 작게 중얼거렸다.
“솔직히 저도 로그아웃 기능 필요합니다…”
한채린이 차갑게 말했다.
“두 분 다 현실 도피는 회담 끝나고 하십시오.”
시온은 결국 고개를 떨궜다.
“망했다…”
그때 통역관이 다급하게 다가왔다.
“각하, 회담 예상 질문 정리됐습니다.”
“벌써요?”
“예상 질문만 스물세 개입니다.”
시온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스물세 개요?”
“네.”
“대답은요?”
“아직 준비 중입니다.”
“그럼 질문만 알고 죽으라는 거잖아요.”
회의실 한쪽에서는 외교팀이 빠르게 의견을 주고받고 있었다.
“프랑시아 측 감정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강경 대응 가능성 높습니다.” “특히 대통령 딸 납치 사건이라 여론 압박이 심합니다.”시온은 작게 중얼거렸다.
“왜 하필 대통령 딸이 우리나라에서…”
한채린이 말했다.
“우연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네?”
“대한민국을 의도적으로 끌어들였을 수 있습니다.”
순간 회의실 공기가 더 무거워졌다.
시온은 천천히 침을 삼켰다.
“저… 지금 국제 음모 한가운데 있는 겁니까?”
“현재까지는 그렇습니다.”
“백수였던 저한테 왜 이런 이벤트가…”
오민석이 위로하듯 말했다.
“그래도 각하, 어제보다 표정 좋아지셨습니다.”
“그건 포기한 사람 얼굴이에요.”
잠시 후.
회의실 조명이 살짝 어두워졌다.
대형 스크린이 켜졌다.
프랑시아 대통령 관저.
고풍스러운 집무실 중앙에 은빛 머리의 중년 남성이 앉아 있었다.
날카로운 눈빛.
단정한 제복. 그리고 화면 너머로도 느껴지는 압박감.프랑시아 대통령, 아르망 드 로셸.
회의실 전체가 긴장했다.
한채린이 낮게 말했다.
“시작합니다.”
시온은 마른침을 삼켰다.
“…헬로.”
통역관이 거의 동시에 움직였다.
아르망 대통령은 잠시 시온을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 딸이 사라졌다.”
통역이 전달됐다.
낮고 무거운 목소리였다.
“대한민국 영토 안에서.”
회의실 공기가 얼어붙었다.
시온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통역이 이어졌다.
“하지만 반드시 찾겠습니다.”
아르망의 눈빛이 좁아졌다.
“확신하나?”
시온은 순간 솔직하게 말하고 싶었다.
아니요.
전 정치도 모르고 외교도 모릅니다. 며칠 전까지 편의점 도시락 먹던 백수였습니다.하지만 이번에는 이상하게 도망치고 싶지 않았다.
“네.”
짧지만 단단하게 대답했다.
“제가 직접 찾겠습니다.”
잠시 침묵.
그리고 아르망은 예상 밖의 말을 했다.
“좋다.”
회의실 모두의 표정이 흔들렸다.
“24시간 주겠다.”
통역이 끝나자 회의실 전체가 술렁였다.
“내 딸을 무사히 데려와라.”
아르망은 차갑게 말을 이었다.
“그러면 이번 일은 협력으로 기록하겠다.”
그는 잠시 멈췄다.
그리고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덧붙였다.
“실패하면… 책임을 묻겠다.”
순간 시온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건 단순한 경고가 아니었다.
국가 대 국가의 압박.
그리고 세계 강대국 정상의 분노였다.화면이 꺼졌다.
정적.
몇 초 동안 아무도 말을 못 했다.
가장 먼저 무너진 건 오민석이었다.
그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저 수명 3년 줄었습니다…”
시온도 소파에 기대며 중얼거렸다.
“전 한 10년 줄었어요.”
“각하, 아직 시작도 안 했습니다.”
“그 말이 제일 무섭거든요?”
한채린은 이미 다음 자료를 열고 있었다.
“쉴 시간 없습니다.”
“방금 세계 정상한테 협박받았는데요?”
“그래서 더 바쁩니다.”
역시 냉정했다.
새롭게 확보된 정보는 많지 않았다.
창고에서 도주한 차량은 흔적을 지웠고, 체포된 조직원들도 핵심 정보는 몰랐다.
말단만 움직인 흔적이 강했다.하지만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현장 스피커 시스템.
그건 외부에서 해킹돼 조종되고 있었다.
한채린이 화면을 넘겼다.
“범인들은 현장 구조를 지나치게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내부 정보가 샜다는 거네요.”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
시온은 머리를 감싸쥐었다.
“나라 돌아가는 게 왜 다 하드 모드예요?”
오민석이 작게 말했다.
“각하 취임 난이도가 좀 높은 편이긴 합니다.”
“좀?”
“많이요.”
임태건도 낮게 입을 열었다.
“문제는 적이 우리보다 한발 빠르다는 겁니다.”
스크린에는 항만 CCTV 분석 자료가 떠올랐다.
범인들은 경찰 이동 경로를 미리 피했고, 특수부대 진입 타이밍까지 계산한 듯 움직였다.
“누군가 내부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시온의 표정이 굳었다.
“청와대 안에도요?”
“아직 단정은 못 합니다.”
한채린은 잠시 말을 멈췄다.
“하지만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습니다.”
순간 시온은 회의실 사람들을 천천히 둘러봤다.
모두 평범해 보였다.
하지만 누군가가 적일 수도 있다.
갑자기 현실감이 이상하게 무거워졌다.
그때.
한채린이 새로운 자료를 띄웠다.
대형 스크린에 한 남자의 사진이 등장했다.
화려한 무대 의상.
완벽한 미소. 압도적인 존재감.시온은 눈을 크게 떴다.
“연예인이 왜요?”
“오늘 밤 World Harmony Fest 사전 홍보 무대의 주인공입니다.”
“지금 축제 할 때예요?”
“오히려 지금이라서 필요합니다.”
한채린은 설명을 이어갔다.
“국민 불안과 국제 여론을 잠재우려면 대한민국이 흔들리지 않았다는 메시지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연예인을 부른다고요?”
“연예인이 아닙니다.”
그녀는 정정하듯 말했다.
“글로벌 최정상 아이돌, 루카입니다.”
오민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진짜 루카요?!”
시온은 놀란 얼굴로 돌아봤다.
“유명한 사람인가요?”
회의실 전체가 조용해졌다.
오민석은 충격받은 얼굴이었다.
“각하…”
“네?”
“세상과 너무 단절돼 계셨네요.”
“백수였으니까요…”
오민석은 진지하게 설명했다.
“루카는 그냥 스타가 아닙니다.”
“그럼요?”
“대한민국의 자랑, 걸어 다니는 국가 브랜드입니다.”
시온은 감탄했다.
“오.”
“전 세계 팬덤 8억 명.”
“오오.”
“공항에 한 번 뜨면 경제 뉴스가 따라옵니다.”
“…그건 과장 같은데요?”
한채린이 조용히 말했다.
“실제로 해외 소비 지표가 움직입니다.”
시온은 입을 벌렸다.
“진짜 국가 브랜드네…”
그 순간.
회의실 문이 열렸다.
“실례합니다.”
가벼운 목소리와 함께 한 남자가 들어왔다.
긴 코트.
자연스럽게 넘긴 머리. 압도적인 비율.화면보다 실물이 훨씬 비현실적이었다.
걸어 들어오는 순간 회의실 분위기가 미묘하게 바뀌었다.
심지어 실무진 몇 명은 몰래 숨을 삼켰다.
오민석은 입을 틀어막았다.
“실물 미쳤다…”
남자는 능청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대통령님.”
그는 자연스럽게 시온 앞에 섰다.
“루카입니다.”
시온도 얼떨결에 손을 내밀었다.
“강시온입니다.”
루카는 악수하며 피식 웃었다.
“알죠. 요즘 가장 핫한 분.”
“네?”
“총격전 뚫고 현장 가신 분.”
시온은 민망하게 웃었다.
“어쩌다 보니요.”
“보통 어쩌다로는 못 갑니다.”
루카는 흥미롭다는 듯 시온을 바라봤다.
“실제로 보니까 더 평범하게 생기셨네요.”
“칭찬인가요?”
“네. 대통령 같지 않아서 재밌습니다.”
“그건 욕 같은데…”
오민석은 옆에서 혼자 감탄 중이었다.
“둘 다 얼굴 말도 안 되네…”
임태건이 낮게 말했다.
“업무 집중하십시오.”
“죄송합니다.”
루카는 곧바로 한채린을 돌아봤다.
“그래서 절 왜 급히 부르셨습니까?”
한채린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오늘 무대, 예정대로 진행합니다.”
“국제 납치 사건 터진 날인데요?”
“그래서 더 그렇습니다.”
루카는 잠시 생각하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재밌네요.”
“그리고 각하와 공동 등장 부탁드립니다.”
순간 시온이 얼어붙었다.
“저요?”
“국민 안정 메시지 발표 후 무대 오프닝입니다.”
“제가 무대에요?”
루카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대통령님 표정 좋네요.”
“전 안 좋습니다!”
한채린은 태연하게 일정을 정리했다.
“18시 리허설, 20시 생중계.”
“잠깐만요. 저 춤 못 춥니다.”
“춤추라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노래도 못합니다.”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왜 저를…”
한채린은 시온을 똑바로 바라봤다.
“사람들은 지금 불안합니다.”
짧은 침묵.
“각하가 직접 나와 괜찮다고 말해야 믿습니다.”
시온은 입을 다물었다.
장난처럼 들리던 일정표가 갑자기 현실이 됐다.
루카는 그런 시온을 보더니 씩 웃었다.
“걱정 마세요.”
“네?”
“무대는 제가 살릴 테니까.”
“그 말 되게 든든한데 자존심 상하네요.”
루카가 돌아서려던 순간.
그의 발걸음이 멈췄다.
회의실 스크린 한쪽에 엘리아나 실종 속보가 계속 떠 있었기 때문이다.
루카의 표정이 아주 잠깐 굳었다.
짧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시온은 놓치지 않았다.
“아는 사람입니까?”
루카는 다시 평소의 미소를 지었다.
“글쎄요.”
그러나 눈빛은 웃고 있지 않았다.
“예전에… 조금.”
한채린의 시선도 날카로워졌다.
회의실 분위기가 다시 차갑게 가라앉았다.
새로운 연결고리였다.
그리고 어쩌면—
이번 사건의 진짜 시작일 수도 있었다.
대한민국 전체가 지켜보는 생중계 무대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납치 사건으로 흔들린 나라.
24시간 시한 통보. 그리고 정체를 숨긴 적들.그 한가운데서—
대통령 강시온은 아이돌과 함께 무대에 서게 되었다.
World Harmony Fest 10일차 마지막 날.오전 9시 41분.메인 공연장.콰아아아앙——!!첫 번째 폭발음이 행사장 왼편을 찢었다.조명이 흔들리고.객석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꺄아아악!”“폭발이다!”“뒤로 물러나세요!”순식간에 평화로웠던 폐막식장은 혼란으로 뒤덮였다.사회자의 마이크가 바닥으로 떨어졌다.치직.치직.스피커에서는 깨진 잡음만 흘러나왔다.강시온은 무대 뒤에서 몸을 움찔했다.바닥이 흔들렸다.짧은 순간.그의 눈앞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연기였다.그 다음은.사람들이었다.도망치는 사람들.넘어진 아이.서로를 붙잡고 울부짖는 관람객들.대표단을 감싸며 이동하는 경호원들.강시온은 그대로 뛰쳐나가려 했다.한채린이 그의 팔을 붙잡았다.“각하!”“위험합니다!”시온은 그녀를 돌아봤다.“사람들이 있습니다.”“경호팀이 이동 중입니다.”“제가 직접 가겠습니다.”“안 됩니다.”한채린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낮았다.아니.조금 떨리고 있었다.그녀도 그 사실을 숨기지 못했다.시온은 아주 짧게 그녀의 손을 바라봤다.자신의 팔을 붙잡은 손.평소처럼 단단했지만.손끝이 굳어 있었다.
출입증의 주인은 찾았다.하지만 문을 연 사람은 여전히 없었다.한채린은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내일 폐막식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계속 확인하겠습니다.”시온이 그녀를 바라봤다.“밤새실 생각은 아니죠?”“필요하면 그래야 합니다.”“그건 제가 말려도 안 들으시겠네요.”한채린이 잠깐 그를 봤다.“각하께서 하실 말씀은 아닌 것 같습니다.”시온이 작게 웃었다.“그건 인정하겠습니다.”짧은 대화였지만.굳어 있던 상황실 공기가 아주 조금 풀렸다.한채린은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대신 끝까지 확인하겠습니다.”“네.”시온도 더 말리지 않았다.지금은 서로를 쉬게 할 때가 아니라.같은 끝을 보고 버틸 때였다.폐막식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열여섯 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오후 7시.행사 운영본부.직원들이 하나둘 자리를 정리했다.“내일 봅시다.”“고생하셨습니다.”그 틈에서 남자도 서류철을 들고 일어났다.“먼저 들어가겠습니다.”“네. 내일 뵙겠습니다.”그는 다른 직원들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랐다.몇 층 아래.직원들이 차례로 내렸다.마지막 사람이 손을 흔들었다.“내일 봬요.”“네.”
World Harmony Fest 9일차.오후 2시 30분.행사 운영본부.자판기 앞에 선 남자가 종이컵을 받아 들었다.지나가던 직원이 웃으며 말했다.“오늘도 바쁘겠네요.”남자도 자연스럽게 웃었다.“내일이면 끝이니까요.”직원이 사라지자 남자는 주머니에서 작은 단말기를 꺼냈다.화면에는 한 문장만 떠 있었다.『D-1』그는 메시지를 지우고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목에는 행사 운영본부 출입증이 걸려 있었다.마주 오는 직원과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남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사람들 사이로 섞여 들어갔다. 같은 시각.대통령 집무궁 임시 상황실.모니터에는 행사 운영 구역 출입 기록이 떠 있었다.오전 11시 17분.정상 승인.한서준은 그 기록을 기준으로 확인 범위를 좁히고 있었다.강시온이 물었다.“운영 권한을 가진 사람은 얼마나 됩니까?”“아직 많습니다.”한서준이 명단을 띄웠다.“행사 시작 전부터 지금까지 실제로 해당 구역을 드나든 사람들만 추렸습니다.”오민석이 화면을 훑었다.“그래도 꽤 되네요.”한채린이 바로 말했다.“직급보다 사용 시간을 보죠.”“출입증은 사용됐는데 CCTV에 사람이 없거나.”“반대로 CCTV에는 있는데 출입 기록이 없는 구간.”“기록이 반복해서 끊기는 사람부터 확인하면 됩니다.”한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그쪽이 빠르겠네.”
오전 11시 40분.World Harmony Fest 운영본부.폐막식 준비는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었다.스태프들은 장비와 자료를 들고 복도를 오갔다.누구도 내일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지 못했다.임시 상황실.한서준은 전날 밤 외곽 차량 기록에서 새로 추려낸 승합차 한 대를 화면에 띄웠다.“이상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시온과 한채린의 시선이 동시에 모니터로 향했다.승합차가 행사장 외곽 도로로 들어오는 모습이 정지 화면으로 떠 있었다.“운전자를 찾은 겁니까?”“아닙니다.”한서준이 시간 기록을 확대했다.“차량이 행사장 외곽에 도착하기 직전.”“내부 출입 기록 하나가 남아 있습니다.”한채린이 곧바로 물었다.“몇 시입니까?”“오전 11시 17분입니다.”“그 직전 기록부터 보여주세요.”기록들이 빠르게 지나갔다.그리고 한 줄에서 멈췄다.행사 운영 구역.출입 승인.오민석이 화면 가까이 다가갔다.“이게 왜 이상한 겁니까?”“이 구역은 일반 출입증으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임태건의 표정이 굳었다.“운영 권한이 있어야 합니다.”시온이 물었다.“위조입니까?”“아닙니다.”한서준의 대답은 짧았다.“정상 승인입니다.”상황실이 조용해졌다.억지로 문을 연 것도 아니었다.인증을 속인 흔적도 없었다.정상적인 권한으로 문이 열렸다.시온
World Harmony Fest 9일차.오전 8시.대통령 집무궁 임시 상황실.전날 밤 발견된 배치도가 화면 중앙에 떠 있었다.붉은 원 하나.폐막식 무대를 정확히 가리키고 있었다.강시온이 한동안 화면을 바라보다 물었다.“취소해야 합니까?”한서준은 밤새 들어온 분석 결과를 확인한 뒤 입을 열었다.“아직 그 단계는 아닙니다.”“폐막식이 실제 목표인지도 확정되지 않았습니다.”시온이 붉은 원을 바라봤다.“하지만 가능성은 가장 높고요.”“네.”한서준의 목소리가 낮아졌다.“그래서 오늘 안에 찾아야 합니다.”“공격 방식도.”“안에서 움직이는 사람도.”오민석이 작게 숨을 내쉬었다.“하루도 안 남은 셈이네요.”한채린이 태블릿을 내려놓았다.“상대가 언제 움직일지 모르니 더 짧다고 봐야 합니다.”짧은 정적.시온이 먼저 입을 열었다.“그럼 나눠서 보죠.”“한 차장님은 내부 접근 기록.”“임 팀장님은 무대와 대표단 동선.”“오 비서관님은 현장 보고.”그리고 마지막으로 한채린을 바라봤다.“한 실장님은 전체 조율 부탁드립니다.”“알겠습니다.”한채린은 곧바로 태블릿에 역할을 정리했다.어젯밤 복도에
밤 9시.대통령 집무궁 임시 상황실.오후에 시작한 대조 작업이 끝나 있었다.외곽 CCTV.출입 기록.차량 이동.한서준이 세 기록을 한 화면에 띄웠다.“확인 끝났습니다.”강시온이 바로 물었다.“밖으로 나간 기록은요?”“없습니다.”오민석이 화면을 다시 봤다.“정말 하나도 없습니까?”“USB 전달 이후를 기준으로 전부 대조했습니다.”한서준이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외곽 CCTV에도 없고.”“출입 인증에도 없습니다.”“차량으로 빠져나간 흔적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시온의 표정이 굳었다.오후에 발견한 내부망 접속 흔적.그 가능성이 이제 다른 기록과 맞물리고 있었다.“그럼 아직 행사장 안에 있을 수 있다는 거군요.”한채린이 행사장 구역도를 띄웠다.“그럼 수색 기준을 바꿔야 합니다.”한채린의 손끝이 화면 안쪽을 가리켰다.“안에 남아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합니다.”오민석이 작게 숨을 내쉬었다.“행사장 규모가 작은 것도 아닌데요.”임태건이 짧게 말했다.“구역부터 나누겠습니다.”한서준도 고개를 끄덕였다.“내부 출입 기록은 제가 다시 보겠습니다.”시온은 잠시 화면을 바라보다 말했다.“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