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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2화

Author: 네입클로버
온하준과 이하나가 함께 영어 스피치 대회에 나간다는 소식은 아직 공식 발표가 되지 않았지만 3학년 사이에는 이미 소문이 자자하게 퍼져 있었다.

누군가는 별 관심 없다는 반응이었고, 누군가는 온하준은 원래 잘하니까 당연하다고 말했으며 또 누군가는 선발 기준이 무엇이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결국 이 일은 학교 익명 게시판에까지 올라가며 작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논란이 커지자 학교 측은 소문을 전면 부인했으며 이번 주 금요일 전교생을 대상으로 교내 영어 스피치 대회를 열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각 반에서 두 명씩만 신청할 수 있고 최종 선발된 우수한 두 명이 학교를 대표하여 외부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는 조건이었다.

강지연은 망설임 없이 신청서를 제출했다.

최종적으로 누가 뽑히든 상관없었지만 두 자리 중 하나는 반드시 자신의 것이어야 했다.

사실 스피치 대회에 선뜻 나서려는 학생은 많지 않았고 특히 고등학교 3학년이라면 더더욱 그랬다.

만약 입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거나 눈에 띄는 스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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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제693화

    이하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환하게 웃으며 먼저 인사를 건넸다.“강지연, 안녕!”마치 조금 전 험담에 끼어들지 않았다는 태도였다.강지연은 그 자리에서 더는 따지려 하지도 않았고 그저 담담하게 시선을 거둔 채 그녀 앞을 지나쳐 나왔다.그날 강지연은 식당에서 또다시 이하나와 마주쳤다.이번에도 그녀가 먼저 다가오더니 마치 오래전부터 허물없이 지내온 사이처럼 자연스럽게 입을 열었다.“강지연, 왜 날 피하는 거야? 오늘 우리가 했던 말 오해한 거 아니지?”“너희가 무슨 말을 했는데?”강지연이 되묻자 이하나는 당황해하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하지만 이내 다시 환하게 웃으며 손을 뻗어 강지연의 손을 잡으려 했다.“강지연, 우리 그런 뜻은 아니었어. 그냥... 다들 예체능에 대한 편견이 있잖아. 우리도 널 걱정해서 그런 거야. 어차피 나랑 온하준도 대회에 나가니까 우리 같이 연습하고 원고도 같이 외우면 좋지 않을까 해서...”강지연은 그 손을 밀어내며 말했다.“고마워. 그럴 필요는 없어.”그 순간 이하나는 마치 강지연이 일부러 세게 밀기라도 한 것처럼 손목을 감싸 쥐며 짧은 비명을 질렀다.“악!”그녀의 눈시울은 순식간에 붉어졌고 이내 눈물까지 맺혀 있었다.이하나는 한층 더 가늘고 여린 목소리로 말했다.“강지연, 난 진심으로 너랑 친구가 되고 싶었어. 그런데 네가 싫다면 어쩔 수 없지. 앞으로는 귀찮게 안 할게...”강지연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장면이었다.이하나가 이 정도로 완벽하게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건 분명 누군가 보고 있다는 뜻이었고 아무도 보지 않는 곳이라면 이런 연기가 나올 리 없었다.강지연이 고개를 돌려보니 예상대로 바로 뒤에 온하준이 서 있었고 모든 장면을 지켜본 얼굴이었다.다음 순서도 뻔했다.‘하준아, 강지연 탓하지 마. 일부러 그런 게 아닐 거야. 내가 괜히... 다 내 잘못이야...’그녀의 머릿속에는 이하나가 다른 시공간에서 했던 말들이 또렷이 재생되고 있었다.그리고 이번에도 강지연의 짐작은 틀리지 않았다.이

  •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제692화

    온하준과 이하나가 함께 영어 스피치 대회에 나간다는 소식은 아직 공식 발표가 되지 않았지만 3학년 사이에는 이미 소문이 자자하게 퍼져 있었다.누군가는 별 관심 없다는 반응이었고, 누군가는 온하준은 원래 잘하니까 당연하다고 말했으며 또 누군가는 선발 기준이 무엇이냐는 의문을 제기했다.결국 이 일은 학교 익명 게시판에까지 올라가며 작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논란이 커지자 학교 측은 소문을 전면 부인했으며 이번 주 금요일 전교생을 대상으로 교내 영어 스피치 대회를 열겠다고 공식 발표했다.각 반에서 두 명씩만 신청할 수 있고 최종 선발된 우수한 두 명이 학교를 대표하여 외부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는 조건이었다.강지연은 망설임 없이 신청서를 제출했다.최종적으로 누가 뽑히든 상관없었지만 두 자리 중 하나는 반드시 자신의 것이어야 했다.사실 스피치 대회에 선뜻 나서려는 학생은 많지 않았고 특히 고등학교 3학년이라면 더더욱 그랬다.만약 입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거나 눈에 띄는 스펙이 되는 대회라면 이야기가 달랐을 것이다.혹은 예체능 대회였다면 공부에 부담 없이 재미로 참가하려는 학생들이 있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이번 대회는 영어 스피치 대회였고 게다가 어디서 후원하는지도 모를 아무런 가치도 없는 대회였다.대부분 학생들은 힘만 들고 얻을 건 하나도 없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다.하여 강지연의 반에서 지원한 학생은 단 두 명 강지연과 차유준이었다.차유준은 문과반에서 손꼽히는 우등생이었기에 그의 지원을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은 없었다.하지만 강지연은 의외였다.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미 이런저런 말이 오가고 있었다.그녀와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조차 굳이 왜 지원하는 거냐며 조심스럽게 물어왔다.강지연은 알고 있었다.그들은 자신이 절대 뽑히지 못할 거로 생각한다는 걸.그녀는 이 시공간에서 자신의 1년 동안의 성적을 확인한 적이 있었다.평범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의 성적으로 나쁘지는 않았지만 특별히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만약 일반 수능으로 대학에 간다면 명문대

  •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제691화

    “괜찮아. 네가 틀린 말 한 건 아니야. 가게에서 일하는 입장이면 우리 가게라고 말할 수도 있는 거지.”온하준이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여긴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나한테는 다 오래된 친구들이니까 굳이 네가 챙기지 않아도 돼. 가서 볼일 봐.”“응... 그래...”이하나는 눈시울을 붉히며 한껏 가련한 표정을 지은 채 몸을 돌렸다.강지연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얼굴이었다.예상대로 곧 모든 화살은 최아현에게로 향했다.먼저 입을 연 건 이승우였다.“최아현, 넌 왜 매번 이하나한테만 그렇게 짓궂어? 걔가 너한테 뭘 잘못한 것도 아니고. 볼 때마다 얼마나 친절해?”최아현은 냉정하게 웃으며 말했다.“지금 네가 나한테 뭐라고 하는 것 자체가 걔가 나한테는 친절하지 않다는 증거야!”“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논리야?”이승우가 어이없다는 듯 되물었다.“무슨 논리냐고? 여자는 여자가 잘 알아. 넌 멍청해서 이해 못 해!”최아현의 얼굴은 싸늘하게 굳어 있었다.“너...”이승우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사실이잖아!”최아현은 디저트를 집어 한입에 베어 물었다.“온하준, 강지연. 말 좀 해봐! 최아현이 너무 억지 아니야?”이승우가 억울하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그제야 온하준이 입을 열었다.“별것도 아닌 일로 우리끼리 이렇게까지 싸울 필요 있어?”“그러니까.”이승우는 든든한 편이라도 생긴 듯 우쭐거리며 강지연에게 물었다.“강지연, 네가 말해 봐.”“나?”강지연은 손에 든 컵을 천천히 돌리며 말했다.“난 원칙이 있는 사람이야.”이승우는 그녀 역시 자기편에 서는 줄로 알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래, 계속 말해 봐.”“내 원칙은 간단해. 나한테 잘해주는 사람한테 나도 잘해주는 거야. 옳고 그름은 중요하지 않아. 그러니까 난 무조건 최아현 편이야.”강지연은 지난 시간을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물론 너희가 다른 사람이 더 좋으면 그 사람 편들어도 돼. 상관없어. 우린 모든 선택에 공정한 편이야. 대신 둘 다 챙기려 하지는 말

  •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제690화

    절에서 나온 뒤 그들은 내친김에 산까지 올랐다.강지연과 최아현은 팔짱을 낀 채 나란히 걸으며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눴다.“이따가 우리 온하준 가게 가서 밥 먹기로 했는데... 너도 같이 갈래?”“좋아.”딱히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선뜻 나온 대답에 최아현은 오히려 놀란 표정이었다.“이렇게 바로 동의한다고?”‘뭐가 이상한 거지?’“예전에는 같이 가자고 입이 닳도록 말해도 절대 안 간다더니.”최아현이 의미심장하게 말을 덧붙였다.“너랑 온하준 사이 냉전은 드디어 끝난 거야? 무슨 냉전이 일 년씩이나 가?”강지연은 사라진 일 년 동안 이 시공간의 자신이 어떤 시간을 보냈고 어떤 상황을 겪었는지 몰랐고 알려줄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최아현은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은 채 주절주절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원래 온하준이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끼리만 아는 비밀이었거든. 그런데 누가 알고 소문을 퍼뜨린 것인지 지금 온하준은 거의 아이돌이 됐다니까. 나한테 대신 전해달라며 맡긴 선물이랑 손 편지가 얼마나 많은지 몰라.”강지연은 가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원래 그런 사람이잖아. 아니야?”온하준은 차갑고 성질도 고약하지만 잘생긴 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게다가 성적도 우수하고 운동도 잘하기에 여자애들이 좋아할 만도 했다.최아현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그거랑은 다르지! 예전에는 누가 좋아한다고 해도 꿈쩍도 안 했잖아? 그런데 이번에 전학생 이하나라는 여자애가 왔는데 걔한테는...”이름을 듣는 순간 강지연은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이하나? 돌고 돌아도 결국 피할 수 없는 인물인가?’그녀의 갑작스러운 멈춤에 최아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왜? 너 설마 이하나를 몰라?”강지연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그녀는 이 시공간의 자신이 이하나를 알고 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던 것이다.하지만 강지연이 대답하기도 전에 최아현은 기회를 놓칠세라 그동안 쌓아두었던 말을 줄줄이 쏟아냈다.“우리 이과반에 유명 인물이잖아! 운동회 때

  •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제689화

    “시주님, 혹시 궁금한 점이라도 있으신 겁니까?”스님은 두 손을 모아 합장했다.신종 모고.종을 울릴 시간이 아니었지만 어찌 된 일인지 갑자기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강지연은 순간 어리둥절해졌다.그리고 마치 돌을 묻던 그날로 돌아간 듯 종소리와 경 읽는 소리가 귓속에 맴돌았다.“스님.”그녀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제가 만약... 십 년 뒤의 어느 날 이곳에 왔었다고 말하면 믿으시겠습니까?”스님은 빗자루를 손에 쥔 채 인간 세상의 모든 번뇌를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러나 강지연의 기이한 말에 조금도 놀라지 않고 그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시주님,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라도 있으십니까?”“한 사람이 있는데 제가 찾을 수가 없어요. 그런데 그 사람은 또 여기에 있고...”강지연은 자신의 이런 터무니없는 말을 스님이 알아들을 수 있을지 몰랐다.스님은 여전히 온화한 표정으로 말했다.“시주님, 사람마다 각자의 기연이 있습니다. 그분은 자신이 있어야 할 곳에 있을 것입니다.”“스님, 그 뜻은...”강지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결국 말을 잇지 못했다.“그분의 기연은 결국 그분의 선택입니다.”스님의 눈빛은 한없이 부드러웠다.“시주님께서 너무 집착하실 필요는 없습니다.”“하지만...”강지연은 그 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하지만 저는 꼭 찾아야 해요. 저는...”“시주님, 그럼 찾은 뒤에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그 질문에 강지연은 말문이 막혀버렸다.온하준의 두 다리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로 그녀는 당황하기만 했고, 그를 만나야 하고 찾아야 한다고만 생각했다.그러나 막상 찾은 뒤에는 무엇을 할지, 또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스님은 다시 합장하고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시주님, 그렇다면 잠시 조용히 기다려 보십시오. 시간이 답을 알려 줄 것입니다.”“그럼... 그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강지연은 스님이 떠날까 봐 서둘러 물었다.그러나 스

  •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제688화

    온하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숙인 채 강지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마...많이 아파?”지금 자신의 상태가 얼마나 이상해 보일지 그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넋이 반쯤 나간 사람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강지연은 오직 자신만이 알고 있는 비밀이 있었고 그 비밀은 이 세계에서 영원히 설명할 수 없는 것이었다.온하준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잠시 그녀를 바라보더니 이내 돌아서 산문 쪽으로 걸어갔다.최아현과 이승우는 이미 산문 앞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너희 둘은 왜 이렇게 늦었어?”등에 가방을 메고 양손에 봉투를 든 채 서 있던 이승우가 투덜거렸다.“그만한 짐도 무겁다고 투덜거려? 남자 맞아? 진짜 쓸모가 없다니까!”옆에 있던 최아현이 곧바로 맞받아쳤다.두 사람이 다시 말다툼을 시작하려는 순간 온하준이 눈치채고 먼저 입을 열었다.“싸우더라도 장소는 좀 가려.”최아현은 이승우를 한 번 흘겨본 뒤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그럼... 일단 뭐 좀 먹고 갈까? 무게라도 좀 줄이자. 너희들은 배 안 고파?”이승우는 봉투 하나를 열어 안에 들어있는 물을 한 병씩 나눠주고 과자 두 통도 함께 꺼냈다.최아현은 이내 과자를 받아 들더니 그중 하나를 강지연에게 건네며 말했다.“너희 둘이 나눠 먹어. 이거 온하준 가게에서 만든 거야. 너 아직 못 먹어봤지?”“당연히 못 먹어봤지! 쟤 일 년 동안이나 우리랑 안 놀았잖아. 하준이 가게에 한 번도 안 가봤고.”이승우가 말을 거들었다.‘온하준의 가게?’그러고 보니 지금 그들은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과거의 온하준은 큰 저택을 은행에 담보로 맡기고 고등학교 2학년에서 3학년으로 넘어가는 여름방학 사이 그 돈으로 가게 하나를 운영했다.강지연의 기억으로 그는 그때 열여덟 살이 채 되지 않았기에 결국 최숙희의 명의로 담보를 잡았었다.그렇다면 지금도 과거와 똑같이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빨리 먹어, 강지연! 온하준이 가게를 운영한 뒤로 나랑 이승우는 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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