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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5화

Author: 무안안
“신 대표님, 지금 회의실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소민은 그녀를 보더니 손으로 회의실을 가리켰다.

신하린은 입술을 감빨며 말했다.

“알았어. 일 보러 가봐.”

“대표님, 소문이 있어요.”

소민이 그녀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이노하이브에서 새 건물이 완공되어 정원 설계에 관해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래요. 우리도 도전해 볼 까요?”

“이노하이브 회사의 입찰 요구는 아주 높아서 우리 같은 작은 작업실은 기회가 없어. 됐어. 헛생각하지 말고 일하러 가.”

그들이 디자인할 수 있다고 해도 이렇게 작은 작업실은 입찰에 참여할 자격조차 없었다.

“그냥 아쉬워서 그래요.”

소민이 낮은 소리로 감탄했다.

만약 작업실이 이번 정원 디자인을 따낸다면 이 분야에서 널리 소문을 퍼뜨릴 것이다.

신하린은 웃으며 회의실로 들어갔다.

회의실 내, 정교한 창살을 통해 부드럽고 화사한 빛이 여러 가지 그림자를 드리웠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온화한 얼굴을 한 이씨 가문 사모님은 의자에 앉아 있었지만 그 눈빛은 칼을 머금은 것처럼 날카로웠다.

깐깐히 훑어보는 그녀의 시선에 신하린은 애써 마음을 다잡으며 평온하게 보이려고 노력했다.

이씨 가문 사모님은 부드럽고 예의 바르게 웃으며 말했는데 내뱉은 말은 정성껏 다듬은 것처럼 친근해 보이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아 마치 보이지 않는 그물을 엮은 것 같았다.

신하린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는 몸을 곧게 펴며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게 말했다.

“사모님, 안녕하세요. 제가 신하린이에요.”

“하린 씨, 앉아봐. 우리 잠깐 얘기할까?”

그녀는 부드럽게 웃으며 온화한 말투로 말했다.

신하린은 입술을 깨물었다.

‘난 성이 하씨가 아닌데 왜 친근한 척 성씨를 빼고 하린이라고만 부르지?’

“아휴, 우리 진영이는 속을 썩이잖아.”

그녀는 무심코 이진영의 신분을 언급했다. 신하린은 그 존귀한 신분에 압박감을 받은 것처럼 저도 모르게 등을 곧게 폈다.

곧이어 화제는 미묘하게 이진영의 결혼 문제로 향했는데 그녀의 말은 정성껏 파놓은 함정처럼 은밀하면서도 암시로 가득했다. 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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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46화

    신하린은 그의 말을 듣고 있자니 복잡한 감정이 북받쳐 입술을 살짝 깨물며 진지하게 대답했다.“알았어요, 진영 씨. 우린 다 앞날을 봐야 해요. 앞으로 어떻게 되든지 저는 다 용감하게 맞설 거예요.”“난 헤어지자고 하지 않았어. 영원히 헤어질 생각 하지 마!”이진영은 소리 지른 후 전화를 끊어버렸다.신하린은 휴대폰을 들고 저도 모르게 씩 웃었다.‘이 남자는 나와 평생 엮일 생각을 했다니, 나에게 참 모질어.’...심미연의 손가락이 가볍게 키보드를 두드렸고 화면의 희미한 불빛이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처럼 그녀의 눈동자에 비쳤다.그녀가 습관적으로 계정을 열었을 때 순식간에 수많은 문자가 밀물처럼 몰려들어 메시지 안내음이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이는 여름철 소나기가 내리기 전의 천둥처럼 특별한 폭풍이 다가왔음을 예고한다.그녀는 눈동자가 약간 움츠러들더니 신속하게 부단히 증가하는 숫자를 바라보았는데 팔로워가 로켓을 탄 것처럼 순식간에 200만 명으로 급증했다. 예상치 못한 서프라이즈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숨을 죽였고 마음속에서는 믿을 수 없는 충격과 함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격이 뒤섞였다.그러나 심미연은 이 모든 것을 예상한 것처럼 곧 차분하고 냉정해졌다. 그녀는 가볍게 입을 벌리고 담담하게 웃었지만 손가락은 키보드에서 춤을 추듯 미끄러지며 계속해서 업데이트했다.창작을 마친 후 그녀의 시선은 다시 그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댓글에 집중되었다.화면에는 다양한 댓글이 가득했지만 그중에는 악덕 여자 조연에 대한 욕설과 혐오감이 제일 많았다.댓글 하나하나가 마치 시퍼런 칼날처럼 그 가상의 캐릭터의 심장을 찌르고 있어 구독자를 놀라게 했다.하지만 심미연은 그저 살짝 웃었는데 그 웃음 속에는 약간의 재미와 여유로움이 숨겨져 있었다. 그녀는 이러한 격렬한 반응이 작품에 대한 가장 진지한 피드백이며, 독자들의 공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알고 보니 이 가상의 세계에서 모두의 마음이 서로 잘 통했는데 정의와 악의에 대한 경계가 이토록 명확하게 구분되고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47화

    “무슨 일이야?”심미연은 손을 뻗어 시근거리는 목을 주물르며 물었다.“강지한이 온지유의 출국 준비를 하고 있어. 아마도 최근에 온지유를 출국시키려는가 봐.”전화기 너머로 목소리는 점점 더 낮아졌는데 심미연이 슬퍼할까 봐 두려워하는 것 같다.“알았어!”심미연의 예쁜 얼굴에는 비아냥거리는 웃음이 번지며 조용히 말했다.“그럼 계속해서 이 일을 지켜봐 줘. 소식이 있으면 바로 알려줘야 해!”“너, 괜찮아?”조심스럽게 묻는 목소리가 들리자 심미연은 웃으며 말했다.“난 괜찮아. 걱정하지 마!”강지한에 대한 감정을 내려놓았기 때문에 그에 관한 소식을 들어도 아무런 감정 변화가 없을 것이다.심미연은 그저 강지한이 온지유에게 정말 잘해준다고 감탄했을 뿐이다.강지한은 항상 온지유의 뒤에서 그녀를 위해 묵묵히 길을 닦아주고 모든 장애물을 제거해 줬으며 심지어 무조건 온지유를 믿었다. 온지유가 무슨 말을 하든 그는 곧이곧대로 믿었는데 이 믿음 때문에 온지유는 거리낌 없이 행동했다.“괜찮다니 다행이야. 난 네가 감당하지 못할까 봐 걱정했어.”“난 괜찮아. 걱정하지 않아도 돼.”“그 여자는 널 보고 싶어 해. 언제 만날 거야?”그는 비록 그 사람이 누구인지 이름을 말하지 않았지만 심미연은 그녀가 누구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심미연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알았어. 시간과 장소를 정해놓은 후 알려줘!”“내가 곧 이 좋은 소식을 전해줄게. 그 사람은 무조건 아주 좋아할 거야.”전화기 너머로 그 사람의 어린아이처럼 즐겁게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심미연은 마음이 뭉클해졌다.“미안해.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난 아직 찾아내지 못했어.”“넌 누구에게도 잘못한 게 없어!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지 마.”심미연의 마음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괴로웠다.“알았어. 난 아직 다른 일이 있어 이만 끊을게.”심미연은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알았어. 안녕!”전화를 끊은 후 심미연은 하드디스크를 꺼내 컴퓨터에 연결하며 작업을 시작했다.‘강지한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48화

    그제야 성무진은 그녀가 말한 큰일이 무슨 뜻인지 알았다.‘어쩐지 방금 대표님이 이렇게 화를 내셨더라니, 이것 때문이네. 망했어. 오늘 기술부에서 이 일을 처리하지 못하면 아마 모두 해고될 수도 있겠네.’성무진은 비서더러 일하러 돌아가게 한 후 직접 기술부에 갔다.그러나 그가 사람을 데려와 이 일을 해결하기도 전에 화면에 떠 있었던 글씨는 비아냥거리는 이모티콘으로 변했다.성무진은 머리가 지끈 거리며 아파 났다. 이게 대체 누가 이런 장난을 치고 있단 말인가.이런 상황을 처음 겪어보는 기술부 직원들도 서로 얼굴만 쳐다보며 멍해졌다.“왜? 처리할 수 없어?”강지한의 목소리는 26도인 실온에서 살을 에는 듯한 차가움이 느껴지게 했다.“강 대표님, 이건...”“알겠어요! 이건 3년 전에 갑자기 사라진 최고의 해커 중독이 한 짓이에요. 이분이 나타났을까요?”옆에서 갑자기 울려 퍼진 목소리에 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뭐라고?”강지한은 눈썹을 찌푸리며 몸을 움직여 편안한 자세를 취했다.“네가 말해봐.”이 중독과 그에게 메일을 보낸 [중독]이 같은 사람일까?성무진도 그를 힐끗 보았다. 바로 두 달 전에 새로 모집한 대학원생으로 아직은 남자아이 모습이었고 기술부 직원 중에서 너무 젊어 보였다.그가 한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가 없었다.이 젊은 직원은 강지한을 힐끗 쳐다본 후 기억을 더듬으며 말했다.“이 바닥에서 [중독]에 관한 소문은 아주 많아요. 말로는 13세에 그때 최고의 해커 고수들을 물리치고 랭킹 1위를 차지했고 이 기록은 9년 동안 유지되었다고 했어요. 하지만 제일 이상한 것은 이 사람은 한 번도 임무를 받은 적이 없어요. 아무도 그 이유를 몰라요.”여기까지 말하고 나서 그는 잠시 멈추었는데 무슨 문제를 생각하는 것 같았다.강지한은 눈을 가늘게 떴다.“계속 말해봐.”“저는 갓 입사했을 때 회사의 방화벽이 보강되어 아무도 회사의 네트워크 시스템에 침입할 수 없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저는 그때 우리 회사에서 그분의 도움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49화

    강지한은 숨을 깊이 들이마신 후 침울한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이야?”“경찰이 미르 파크에 와서 나를 데려가겠다고 해. 지한 씨, 날 구해줘!”울먹이며 말하는 온지유의 목소리는 가엾었다.“당황해하지 마. 내가 일단 전화해볼게.”그는 말을 다 한 후 전화를 끊었다.강지한은 휴대폰을 잡은 채 아까 보았던 메일을 떠올렸다. 만약 온지유가 정말 이런 짓을 했다면 경찰에 잡히는 건 억울한 것도 아니다.강지한은 처음으로 온지유의 말에 의심을 했다. 이때 휴대폰 건너편의 온지유는 휴대폰을 꽉 잡고 있었는데 손톱이 살갗에 들어가도 아픈 줄 몰랐다.그 사람은 이미 그녀를 버렸다. 만약 강지한마저 내친다면... 그 결과가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었다.‘안돼, 난 이렇게 무작정 당할 수만 없어! 나 자신을 보호할 방법을 생각해야 해.’마음을 다잡은 후 그녀는 문소영에게 전화했지만 전화가 끊겨버렸고 다시 걸어보니 이미 차단당했다.어쩌면 자신이 유산한 그 날부터 문소영은 그녀는 버렸을 것이다. 그녀의 손자를 잃었으니 더는 쳐다보지도 않을 게 분명했다.온지유는 휴대폰을 꽉 잡은 채 심호흡했다.몇 년 동안 노력해서 곧 얻을 것만 같은 물건들이 결국 연기처럼 사라졌는데 그녀가 어떻게 내킬 수 있을까?냉정해지려고 애써 노력하며 온지유는 머릿속으로 누가 자신을 구할 수 있을지 아는 사람을 하나씩 생각했다.갑자기 한 사람이 떠올랐다.‘생각났어. 강씨 가문의 늙다리가 날 지켜줄 수 있어. 비밀을 가지고 교환해야지.’온지유가 전화번호를 입력하려고 할 때 강지한의 전화가 걸려왔다.“지한 씨...”애처롭게 그의 이름만 부르고 다른 말을 하지 않는 온지유는 마음이 아플 정도로 철이 든 것 같았다.“어디도 가지 말고 미르 파크 안에 있어. 이미 경찰 쪽에 사람을 보내 처리하게 했어.”강지한의 목소리는 매우 담담해서 그의 감정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알았어.”온지유의 불안했던 마음은 순식간에 나아졌고 기뻐서 어찌할 줄 몰랐지만 말할 때 목소리는 여전히 울먹였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50화

    “이대로 놔둬, 아무것도 하지 마!”강지한이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이 일에 관하여 누가 뒤에서 심미연을 돕는지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박유진은 감히 이렇게 대놓고 그와 싸울 수 없다. 그럼 혹시 심미연에게 다른 남자가 있다는 걸까?강지한은 지금 마음이 여느 때보다도 더 초조했다. 결혼한 지 3년이 되었지만 그는 심미연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고 심지어 그녀의 주변에 어떤 친구가 있는지도 몰랐다.“심미연 씨를 찾아 얘기해보시겠어요?”성무진이 작은 소리로 물었다.인터넷의 일이 심미연이 저질렀든 아니든 간에 이 일에 관해 심미연과 소통하는 것은 분명히 쓸모가 있을 것이다.“필요 없어!”강지한은 차가운 얼굴로 대답했다. 무슨 낯짝으로 심미연을 찾아가 얘기한단 말인가?그리고 심미연이 그에 대한 태도로 보아 그가 찾아간다고 해도 그녀는 그와 얘기하지 않을 것이다.예전에 그는 심미연의 성격이 그렇게 까칠한지 몰랐다.성무진은 더는 말을 꺼내지도 못하고 몸을 돌려 사무실을 떠났다.강 대표님이 있으면 회사는 아무 일도 없기 때문이다.성무진이 떠나자마자 강지한의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할아버지가 걸려온 전화인 것을 보고 그는 더욱 초조해졌다.‘심미연은 정말 대단하네. 피해자인 척 연기해서 모든 사람이 동정하게 만들잖아. 할아버지는 심지어 재산도 넘겨줬어.’벨 소리가 끊어지기 전에 그는 전화를 받았다.“할아버지.”“듣자 하니 너한테 방금 완공된 주택 건물이 있다며? 정원 설계 프로젝트를 나에게 줘. 내가 사람을 찾아서 시킬게!”강준형은 우렁찬 목소리로 빙빙 돌리지 않고 요구를 말했다.“누구에게 주려고요?”강지한은 이상해서 물었다.강준형은 이미 오랫동안 회사의 일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내가 누구에게 주든 상관하지 마. 어쨌든 이 프로젝트를 나에게 주면 돼!”강준형의 횡포스러운 말투였다. 한마디로 프로젝트만 달라는 것이다.강지한은 더더욱 궁금해졌다.“설마 속은 거 아니죠?”최근에 인터넷 사기가 많이 벌어지고 일부 사기꾼은 일부러 집까지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51화

    강지한이 막 걸음을 떼려는 순간 한 남자가 운전석에서 내려와 심미연 쪽으로 손을 뻗는 게 보였다. 그 남자는 편안한 캐주얼 차림을 하고 있었는데 심미연과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마치 연인처럼 보일 정도로 잘 어울렸다. 너무나도 잘 어울려서 더 신경이 쓰일 정도였다. 강지한의 주먹이 저도 모르게 단단히 쥐어졌다. ‘뭐야, 심미연. 벌써 새 남자를 찾은 거야?’성무진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강지한의 시선을 따라갔다. 그리고 곧바로 한 남자에게 손을 잡힌 채 있는 심미연을 발견했다. 그는 당황한 얼굴로 잠시 멈춰 섰다. ‘뭐지?’‘심미연 씨 남자 친구가 생긴 건가?’‘그럼 대표님 엄청나게 화내실 텐데?’ 그때 강지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온지유 데려와.” 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화가 난 듯 성큼성큼 걸어갔다. 성무진은 눈을 깜빡였다. ‘온지유 씨를 데려오라고?’ ‘심미연 씨를 약 올리시려는 건가?’‘그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으신데...’ 그가 잠시 망설이고 있을 때 심미연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걸 느꼈다. 심미연은 그의 앞에 서더니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뭐예요? 강 대표님이 이제 저를 스토킹할 정도로 할 일이 없으신 건가요?”‘아니면 이렇게 우연히 마주칠 리가 없잖아.’성무진은 그 말을 듣자마자 심미연이 완전히 오해하고 있음을 깨닫고 급히 손을 내저으며 해명했다. “아니에요! 대표님이 스토킹하신 게 아니라 오늘 저녁에 우연히 여기서 식사 약속이 있었던 거예요.” 정말 이건 너무 우연이라 그였어도 아마 믿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사실인 것도 맞다. “그렇다면 넘어가죠.” 심미연은 고개를 돌려 남자를 향해 말했다. “선배, 우리 가요.”그렇게 두 사람은 나란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성무진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 남자의 얼굴을 떠올리려고 애썼다. ‘어딘가 낯이 익은데... 혹시 유명한 사설탐정 방원호 아니야?’ ‘심미연 씨랑 그 사람이 친한 사이였나?’두 사람이 문을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52화

    강지한은 화가 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심미연이 이렇게 날카로운 입을 가진 여자였다는 걸 왜 그때는 미처 몰랐을까.’방원호는 강지한을 흘낏 보고는 비웃듯 웃으며 말했다. “당신 여자나 잘 챙기세요. 머리 위에 뿔이 난 것도 모르고 있는 거 같은데. 미연이 일은 당신이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심미연은 원래 답답했던 마음이 그의 한 마디에 순식간에 풀리며 입술 끝에 은은한 미소가 떠올랐다. 눈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유독 예뻐 보였다.강지한은 방원호의 비꼬는 말에 화가 나 손을 뻗어 심미연의 옷깃을 거칠게 움켜잡았다. 목이 너무 조여서 심미연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였다. 겨우 정신을 차린 그녀는 급히 다리를 들어 뒤로 차버렸다.강지한은 한차례 차임에 아파 급히 손을 풀었다. 심미연은 간신히 숨을 돌린 뒤 몸을 돌려 강지한의 얼굴을 향해 손을 들어 내리쳤다. 그 순간 방원호도 강지한에게 거침없이 손을 뻗었다. 심미연의 작은 손이 강지한의 얼굴에 내리치며 맑고 또렷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강지한은 냉큼 숨을 들이켰고 반응할 틈도 없이 가슴에 또 한 번 강한 주먹이 날아왔다. 방원호는 일부러 강지한의 가슴을 가격했다. 얼굴을 때리는 건 너무 뻔히 보였기에 나중에 강지한이 그를 찾아와 골치 아프게 할 것이 분명했다. 강지한은 두 대를 맞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화를 터뜨리려던 찰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심미연은 방원호의 손을 잡고 재빠르게 뛰어나갔다. 강지한은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을 보며 눈빛에서 분노가 불꽃처럼 일렁였다. ‘심미연, 이 여자가 진짜! 내 돈으로 다른 남자를 키우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감히 나까지 때려? 드라마에서도 이런 황당한 전개는 절대 안 나올 거야.’ 심미연은 방원호를 이끌고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황급히 그의 손을 놓았다. “선배, 아까 좀 실례했어요. 정말 죄송해요!” 방원호는 그녀가 놓아버린 손을 내려다보며 여전히 남아 있는 그녀의 체온을 느끼더니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내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53화

    심미연은 갑자기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내려앉는 기분을 느꼈다. ‘사모님의 말은 무슨 뜻일까?’‘혹시 사모님이 뭔가 알게 된 걸까?’“사모님, 스승님과 벌써 20년을 서로 함께하셨잖아요. 스승님이 사모님을 진심으로 사랑하시고 있다는 걸 믿으셔야 해요!” 방원호가 급히 말했다. 여인은 살짝 미소 지으며 답했다. “그 사랑이 그저 보여주기 위한 사랑일지 누가 알겠어.”이제 그 일을 꺼낼 때 그녀는 담담한 모습이었다. 그 남자가 배신했는지 아닌지 이제는 그저 그것조차 평온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아니요. 사모님은 자신의 눈을 믿으셔야 해요. 그리고 스승님의 인품도 믿으셔야죠.”방원호는 스승님의 인품을 굳게 믿고 있었다. 그는 스승님이 아내와 가정을 배신할 사람이 될 리 없다는 확신이 있었다. “자, 이 얘기는 잠시 미뤄두고 너희 얘기나 하자.”여인은 심미연을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이 몇 년 동안 이룬 성과는 내가 다 알고 있어. 네 스승님이 너를 좋아하는 이유도 충분히 이해가 가네.” 심미연은 언제나 남들보다 뛰어난 존재였다. 그래서 그때 그녀의 남편이 심미연을 특별히 가르치고 배영했었다. “사모님...” 심미연은 다시 눈물이 나려 했고 말도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인제 그만 울어. 스승님은 이미 떠나셨고 더 이상 이런 얘기 하는 것도 다 의미 없어. 너희는 지금 열심히 일하는 게 스승님한테 가장 큰 보답이야.” 여인은 웃으며 말을 마쳤다.“그럼 그만 얘기하고 먼저 식사해요.”방원호가 말을 마치자 마침 그때 음식이 담긴 카트가 들어왔고 음식을 차례차례 올리기 시작했다. 테이블에 둘러앉은 세 사람은 이상할 정도로 정적에 휩싸였고 창밖을 스치며 지나가는 바람 소리마저 유난히 선명하게 들려왔다. 심미연은 조심스럽게 생선 한 점을 집어 들었다. 부드러운 살결 위로 황금빛 소스가 고루 얹혀 있고 그 향은 너무나도 유혹적이었다. 그녀는 천천히 생선 한 점을 입에 넣었다. 그런데 그 순간 이유 모를 구역질

Pinakabagong kabanata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40화

    심미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의아한 기색을 담아 물었다.“무슨 일이길래 그래요?”이지연은 숨을 깊이 들이쉬고 일부러 속도를 늦추며 차분하게 말했다.“온지유 씨가 도망쳤어요.”“언제요?”심미연의 눈빛이 반짝이며 날카로워졌다. 누가 이 일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는 건지 의심이 스쳤다.“어젯밤에요.”이지연의 목소리는 한껏 가라앉아 있었고 자책감이 가득 배어 있었다.“죄송해요. 제가 방심했어요.”심미연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미안해하지 마요. 이건 지연 씨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어요.”이지연은 입술을 꼭 깨문 채 불안한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그럼 이제 어떻게 하죠? 제가 당장 찾아올까요?”심미연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녀는 손끝으로 휴대폰을 천천히 만지며 생각했다.“잠깐만 생각 좀 해볼게요.”어젯밤 강지한이 교통사고를 당한 장면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맴돌았다. 혹시 온지유의 실종과 강지한이 관련 있는 걸까? 만약 강지한이 온지유를 구한 거라면 도대체 어디서 그런 정보를 얻은 거지? 끝도 없이 밀려드는 의문들이 머리를 지끈거리게 했다.“참, 보스. 어젯밤에 스승님 못 보셨어요?”이지연이 물었다.심미연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사실은 봤었다. 그녀는 진운혁이 차를 몰고 떠나는 걸 보고 따라붙었다가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는 걸 말하지 않았다.“그럴 리가요? 제가 분명히 확인했는데... 스승님께서 이진영 씨랑 같이 식사하고 계셨어요!”이지연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심미연은 다시 한번 미간을 찌푸렸다.문득 이전에 마주쳤던 진운혁의 모습들이 떠올랐고 그 순간 한 가지 의심이 그녀의 마음속을 훑고 지나갔다.‘그때 내가 본 스승님은... 정말 스승님이 맞았을까? 만약 누군가가 스승님을 사칭하고 있었다면 그 목적은 대체 뭘까?’그때 이지연의 흥분한 목소리가 심미연의 생각을 끊어냈다.“보스! 새로운 정보를 발견했어요!”“무슨 정보예요?”심미연은 본능적으로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눈을 가늘게 뜨고 귀를 기울이자 이지연의 들뜬 목소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39화

    백선영이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 진은숙의 팔을 살짝 끌어당기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이제 가요.”진은숙은 손바닥 위에 놓인 봉투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가 망설이면서 입을 열었다.“이건... 어쩌죠?”백선영은 잠시 고민하다가 이 난처한 상황을 심미연에게 넘기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봉투를 조심스럽게 심미연 앞에 내려놓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사모님, 마음은 충분히 받았지만... 이 돈은 받을 수가 없어요.”심미연은 미소를 지으며 눈길을 봉투 위로 흘렸다.“오빠가 직접 드린 건데 마음 편히 받으세요. 저한테 돌려주실 필요는 없어요. 자, 얼른 가서 일 보세요. 저 벌써 배가 고파졌는걸요.”그러나 말하다가 알 수 없는 서운함이 스르르 마음 한쪽에 올라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박유진은 예전에 밤하늘을 보며 수없이 약속했었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그녀와 아이를 평생 지키겠다고. 그런데 지금 그 약속들은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처럼 금세 꺼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오빠, 나랑 약속한 거 잊은 거야?’“정말 감사합니다, 사모님! 사모님과 사장님 두 분 다 참 요즘 보기 드물게 좋은 분들이세요. 두 분, 좋은 일만 가득하시고 영원히 행복하시길 빌게요!”진은숙은 기쁜 얼굴로 연신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고 백선영의 팔을 붙잡고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방을 나갔다. 오늘 정말 행운이 따랐다 싶었다. 이렇게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다니.심미연도 가볍게 한숨을 쉬고 나서 주방으로 들어가 컵에 따뜻한 물을 따라 목을 축였다. 어쩐지 목이 바싹 마른 게, 감정이 몰려서 그런 걸까.막 물을 다 마셨을 무렵 문밖에서 귀엽고 여린 목소리가 들려왔다.“엄마! 어디 있어요?”그 소리는 마치 봄날에 막 피어난 꽃처럼 듣는 사람 마음을 몽글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심미연은 표정이 풀렸고 얼른 얼굴을 내밀며 따뜻하게 웃었다.“우리 태하, 엄마 여기 있어!”심태하는 쏜살같이 달려와 그녀 품에 안겼다.“엄마, 아빠가 나 버렸어요!”심미연은 깜짝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38화

    백선영은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모깃소리만큼이나 작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했다.“사장님께서 떠나시기 전에... 집에 안 계시는 동안 꼭 사모님과 도련님을 잘 챙기라고 당부하셨습니다.”진은숙도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맞아요, 맞아요! 사장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고는 바로 캐리어 들고 곧장 나가셨거든요.”심미연은 그 말을 듣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마음속으로 박유진의 말뜻을 곱씹어 보았지만 마치 안개 속을 걷는 듯 선명하게 와닿지 않았다.“그런데요, 사모님...”진은숙이 심미연을 흘끗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눈빛에는 망설임과 불안이 뒤섞여 있었다.“왜 그러세요?”심미연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지만 말투는 여전히 부드러웠다. 언제나 그래왔듯 도우미 아주머니들에게 함부로 대하는 법이 없었고 태도가 마치 봄바람처럼 따뜻하고 너그러웠다.진은숙은 잠시 그녀의 얼굴을 살펴보더니 마음을 굳힌 듯 입술을 깨물고 말했다.“어젯밤에 제가 목이 말라서 물을 마시러 나왔는데 계단 모퉁이에서 사장님을 마주쳤었어요. 사장님도 물 마시러 나오신 것 같았어요.”곁에 서 있던 백선영도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거들었다.“저도요! 밖에서 인기척이 들리길래 문 열고 나왔더니 사장님이 아래층으로 내려가고 계셨습니다.”심미연은 입을 다문 채 생각에 잠겼다.‘어젯밤에 오빠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진은숙은 마음을 가다듬고 이어서 말했다.“불빛이 비쳐서 얼핏 봤는데 사장님 눈가가 벌겋게 부어 있더라고요. 꼭 방금 울기라도 한 사람처럼요. 아마 제가 눈치챌까 봐 인사만 툭 하고는 곧장 자리를 피하셨어요. 전 그냥 물만 마시고 방으로 돌아갔는데 보니까 사장님은 그 자리에 그대로 멍하니 서 계셨어요. 제가 방에 들어간 뒤에도 안 들어오시더라고요.”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조심스럽게 덧붙였다.“오늘 아침에 사장님께서 나가신 뒤에 서재를 청소하러 들어갔는데 휴지통에 담배꽁초가 가득 쌓여 있었어요. 어젯밤 내내 잠도 못 주무시고 담배만 피우셨던 것 같아요..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37화

    휴대폰 화면이 켜지고 그 익숙하면서도 가슴을 죄는 번호가 뜨는 순간, 박유진의 심장은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움켜잡힌 듯 조여들었다.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가슴속에서 일렁이며 축축한 솜처럼 뭉쳐져 목덜미를 틀어막았고 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들었다. 말은 더더욱 나올 리 없었다.그 번호는 마치 꿈결 속 가장 마주하고 싶지 않은 유령처럼 소리 없이 다가와 그의 마음 가장 깊은 곳의 고통과 갈등을 다시 불러냈다.박유진은 손을 떨며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다가 한참을 망설인 끝에 결국 전화를 받지 않기로 했다.그 순간 시간이 멈춘 듯했다. 공기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긴장감과 묘한 압박이 가득했다. 박유진은 숨을 들이쉬며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썼고 손끝으로 천천히 휴대폰 키보드를 두드려 문장을 써 내려갔다.[진성에 가서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돌아가면 다시 이야기하자. 그래도 되지?]그 메시지엔 그의 복잡한 심경이 담겨 있었다. 현실을 피하고 싶은 마음도, 언젠가 다시 마주하길 바라는 희미한 기대도 모두 그 짧은 문장 안에 섞여 있었다.메시지 전송을 마친 박유진은 망설임 없이 전원을 꺼버렸고 휴대폰을 한쪽으로 툭 던졌다. 마치 그렇게 하면 마음속 어지러운 생각들까지 함께 던져버릴 수 있을 것처럼.주변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텅 빈 공간엔 그의 심장 뛰는 소리만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규칙적이고도 묵직한 박동이 마치 그 존재를 스스로 확인하려는 듯했다.박유진은 눈을 감았다. 피로한 몸은 본능적으로 가장 편한 자세를 찾아갔고 그 짧은 정적 속에서 조금이나마 위로를 찾고자 했다.비록 밤새 한숨도 못 잤고 눈은 충혈되어 있었지만 정신만큼은 유난히 또렷했다. 보이지 않는 힘이 그를 지탱해 주듯 그는 끝내 무너지지 않았다.하지만 피하고 싶을수록 심미연의 모습은 그의 머릿속에서 더욱 선명해졌다. 그녀의 미소는 때론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처럼 순수하고 따스했으며 때로는 눈빛 하나로도 사람 마음을 뒤흔드는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품고 있었다. 또 부끄러워하던 그 순간순간들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36화

    박유진은 자신의 앞날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심미연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는 언제나 그녀의 편이 될 것이란 사실.만약 그녀가 아이를 데려오겠다고 마음먹는다면 그는 가진 것을 다 내어주어서라도 그녀를 돕고 그 아이를 보살필 것이다. 마치 자신의 친딸인 양 지극정성으로.박유진은 자신의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자신은 심미연을 사랑하고 그녀의 아이와 그녀가 지닌 모든 것을 함께 안아줄 준비가 되어 있음을.심미연의 눈가는 어느새 붉게 물들고 있었다. 그녀의 두 손은 마치 물에 빠진 이가 살고 싶어서 지푸라기를 붙잡고 있는 것처럼 박유진의 옷깃을 꼭 움켜쥐었다. 수많은 감정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한 마디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그녀가 박유진에게 진 빚은 너무나도 많고 무거웠다. 그 빚을 다 갚기 위해서는 평생이라는 시간이 필요할지도 몰랐다.“시간이 늦었으니까 이젠 좀 쉬어. 나도 방으로 돌아갈래.”박유진의 목소리엔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로 미세한 떨림이 묻어났다. 그는 본능적으로 심미연을 더욱 꼭 안았다. 마치 그녀를 자신 뼛속 깊이까지 끌어안고 다시는 떨어지지 않겠다는 듯이.어쩌면 이 다정함이 그들 사이 마지막 남은 따뜻함이 될지도 모른다...박유진의 마음속은 쓸쓸함으로 가득했다. 머릿속 이성은 매서운 바람처럼 그를 휘감으며 이제는 놓아줄 때라며 끊임없이 속삭였다.하지만 감정은 뿌리 깊은 덩굴처럼 박유진을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는 얼마나 바랐던가. 단 한 순간이라도 더 심미연의 곁에 머물 수 있기를. 이 찰나의 시간이 남은 생을 따뜻하게 데워줄 수만 있다면...심미연은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박유진의 얼굴을 어루만졌고 그녀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온기가 박유진의 마음속 한기를 모두 녹이는 듯했다.심미연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머금고 부드럽게 말했다.“이생에 오빠를 만나 알아가고 수많은 인파를 뚫고 함께 걸을 수 있었던 건... 정말 큰 복이었어. 앞으로 어떤 길을 가더라도 우리 손 놓지 말고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35화

    박유진은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눈빛이 그녀를 감쌌고 낮지만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응. 말해 봐.” 심미연은 용기를 내어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과 마주친 순간, 마음 한켠에서 설명할 수 없는 두려움이 피어올랐다. 마치 오래도록 감춰온 비밀이 이제야 드러날 것만 같은 예감처럼. “왜 그래, 미연아?” 박유진의 목소리는 조심스러우면서도 따뜻했다. 그녀의 불안을 감싸 안으려는 듯 아주 섬세하게 묻는 말이었다. 심미연은 입을 열 듯 말 듯 망설였다. 떨리는 입술이 달싹이기만 할 뿐 말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마음 깊은 곳에서 끌어올리고 있는 건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을 수 없던 진실이었다. 그러다 마침내 결심한 듯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강지한의 딸, 강상미. 들어본 적 있지?” 박유진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 아이가 왜?” 툭 튀어나온 말이었지만 그의 마음속에 조용한 파문이 일었다. ‘미연이랑 강지한의 딸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왜 지금에서야 그 아이를 말하는 걸까.’ 심미연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다짐하듯 눈을 감았다가 뜨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사실 예전에 내가 잃어버린 내 딸... 그 애는 세상을 떠난 게 아니었어.” 그 말 한마디를 꺼내기 위해 그녀는 거의 모든 용기를 다 쏟아부었다. “정말이야?” 박유진의 목소리는 놀라움에 젖어 있었다. 그의 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그때 너 분명히 말했잖아. 아이 숨 안 쉬고 있었다고. 직접 확인했었잖아... 확신했었어.” 그 순간, 박유진의 머릿속을 스친 단 하나의 가능성. ‘설마... 지금 미연이가 말하려는 게... 그 아이가 강상미라는 말이야?’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지금껏 맞춰지지 않던 조각들이 하나로 이어지고 복잡하게 얽혔던 퍼즐이 비로소 그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박유진의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 손끝이 얼어붙고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34화

    박시훈은 눈을 깜빡이며 바로 앞에 있는 얼굴을 바라봤다.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예쁜 여자가 있을 수가 있지?’ 심장이 터질 듯 뛰는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심장 박동이 너무 빠른데요? 정상은 아닌 것 같네요.” 심미연은 이마를 찌푸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박시훈은 민망해서 땅속으로 숨어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내가 왜 비정상이야... 완전 정상이거든...’ 심미연은 아무렇지 않게 그의 상처를 확인했다. 상처는 붉게 부어 있었고 피도 조금 배어 있었다. 그녀는 말없이 약을 꺼내 상처 위에 다시 발라주었다. 상처는 쓰라렸지만 박시훈은 이 순간이 영원히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곁에 있는 지금이 너무도 소중했다. 심미연은 조심스럽게 상처를 감싸고 도구들을 하나씩 정리했다. 마무리를 한 뒤 장갑을 벗으며 병실을 나갈 준비를 했다. “저... 방금 야식 시켜놨는데... 같이 먹고 가주면 안 돼요?” 박시훈은 괜히 목이 메여 말끝이 흐려졌다. 자신이 이렇게 소심한 사람이었다니, 스스로도 놀라웠다. ‘내가 왜 이 사람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거야...’ “저는 밤에 야식 먹는 습관 없어요.” 심미연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야식 너무 자주 먹지 마요. 건강에 안 좋아요. 전 이만 갈게요. 야식 먹고 푹 쉬세요.” 그녀의 말에 박시훈은 마치 한겨울 찬물이라도 뒤집어쓴 듯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얼어붙었다. 심지어 발끝까지 저릿했다. 그녀가 간다. 그를 남겨두고 그냥 떠나버린다. 속이 텅 빈 것처럼 허전했다. 심미연은 이미 등을 돌린 채 병실을 나서고 있었고 박시훈의 낙담한 얼굴은 그녀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병실을 벗어난 심미연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깊게 숨을 들이켰다. 몇 시간째 이어진 수술에, 온몸이 녹초가 된 상태였다. 하지만 강지한을 살릴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로비로 걸어 나왔을 때 문 앞에 서 있는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33화

    심미연의 시선이 하얗게 눈처럼 샌 강준형의 머리카락에 머물렀다. 가슴 어딘가가 저릿하게 아려왔다. 만약 시간이 되돌릴 수 있다면. 그저 아무 걱정 없이 웃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땐 주저 없이 말했을 것이다. ‘네. 할게요.’그때 그녀는 강지한을 사랑했고 그의 가족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더 이상 강지한을 사랑하지 않는다. 그리고 강준형이 걱정된다고 해서 그 바람을 무조건 들어줘야 할 이유도 없었다. 곁에서 조용히 그녀를 훔쳐보던 가정부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사모님은 역시 마음이 떠나신 거구나...’ ‘이러다 어르신 또 며칠을 우울하게 보내시겠네...’강준형도 그녀의 침묵에서 모든 걸 느낄 수 있었다. 인연이란 게 억지로 붙잡는다고 이어질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비록 아쉬움은 남지만 그 역시 그녀의 선택을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할아버지, 사실 저랑...”“딩.” 심미연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려는 순간,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고개를 든 그녀는 곧장 부드러운 눈빛을 머금은 박유진과 눈이 마주쳤고 그 말은 다시 목구멍 깊숙이 삼켜졌다. “오빠, 여긴 어떻게 왔어?”박유진은 따뜻한 미소로 대답했다. “너 데리러 왔어.” 그리고 곧 예의를 갖춰 강준형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할아버지.”강준형은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유진아, 너랑 미연이...?” 어딘가 모르게 다정해 보이는 둘의 분위기. 설마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의심이 스쳤다.“할아버지, 제가 차까지 모셔다드릴게요.” 심미연은 사실 내일 박유진과 혼인신고를 하러 갈 거라고 말하려 했다. 하지만 조금 전, 강준형이 ‘강지한과 다시 잘해봤으면 좋겠다’고 했던 말이 떠오르자 그 말을 도저히 꺼낼 수 없었다.‘말하지 말자. 괜히 말했다가 할아버지 마음만 상할 수도 있어.”그 순간, 박유진의 손이 저절로 움켜쥐어졌다. ‘할아버지한테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32화

    하지만 정작 온지유의 칼끝을 막나낸 사람은 그다지 친하다고 할 수 없었던 박시훈이었다. 심미연의 진지한 얼굴을 본 강준형은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는 걸 단박에 알아챘다. 더는 묻지 않았다. 그녀는 조심스레 그를 의자에 앉히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잠깐만 앉아 계세요. 옷만 갈아입고 금방 나올게요.” “그래. 다녀오너라.” 강준형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가볍게 흔들어 보냈다. 심미연이 등을 돌려 복도로 사라지자 그는 그녀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눈길을 거두지 못했다. 그리고 이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곁에 서 있던 가정부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요즘 사모님이 예전보다 훨씬 더 예뻐지신 것 같아요. 성격도 훨씬 부드러워지셨고요. 만약 사모님이 도련님과 다시 재결합하신다면 어르신께서도 도련님 혼자 남을까 봐 걱정 안 하셔도 될 텐데요.” 강준형은 그 말에 잠시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러게 말이다. 미연이가 돌아온다면 지한이도 지금처럼 외롭진 않겠지. 상미도 엄마 손길이 필요하고... 지한이가 아무리 잘 챙긴다 해도 아빠는 아빠일 뿐이지. 엄마처럼 섬세하긴 어렵잖니. 게다가 지한이는 이노하이브를 이끄는 입장이라 상미를 온전히 돌보기엔 시간도 턱없이 부족하고 말이다.” “나중에 사모님께 슬쩍 한번 말씀드려보시는 건 어떠세요?” 가정부는 늘 심미연을 좋게 봐왔다. 도련님과 이혼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도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요즘 세상에 외모, 인품, 성격, 효심까지 갖춘 여자를 다시 만나긴 정말 쉽지 않으니까. 강준형은 또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분위기 봐서 말해보지. 미연이가 듣기 싫어하면 더는 꺼내지 않을 거다.” “네. 그게 좋을 것 같아요.” 가정부도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옷을 갈아입은 심미연이 다시 나타났다. 그녀는 다가와 손을 내밀며 말했다. “가시죠. 할아버지. 제가 집까지 모셔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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