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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무안안
심미연은 방금 무례하게 끼어든 남자를 힐끗 보았다. 그는 바로 강지한의 소꿉친구이자, 경성에서 유서 깊은 육씨 가문의 자제인 육현성이었다.

육현성은 언제나 심미연을 업신여겼다. 몰락한 가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그녀를 깔보는 태도는 노골적이었다.

그러나 육현성은 자신감 넘치는 모습 뒤에서 온지유의 도구처럼 움직이는 존재였다. 온지유가 원하는 방향으로 그녀를 공격하곤 했으니, 그의 행동은 예측할 수 있을 만큼 단순했다. 그 생각에 심미연은 옅게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큰형수님이란 호칭은 저희 아주버님의 아내를 말하는 거 맞죠? 방금 하신 말씀, 누가 들었다면 지한 씨가 큰형수님과 부적절한 관계라도 되는 줄 오해했을 겁니다.”

육현성이 심미연을 불쾌하게 하려고 던진 말이었으니, 그녀도 굳이 체면을 살려줄 이유는 없었다. 심미연은 강지한을 사랑했지만, 그의 친구들 앞에서까지 참으며 굽힐 생각은 없었다.

그녀의 대답에 온지유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원래 흐뭇하게 웃고 있던 그녀는 손이 떨릴 정도로 화가 났지만, 억지로 미소를 유지하며 부드럽게 말했다.

“나랑 지한 씨는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랐어. 내가 돌본다고 해서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진 않아. 오히려 너야말로 지한 씨 좀 잘 챙겼으면 좋겠네. 지난달 건강검진에서 위 안 좋다고 나왔더라.”

온지유의 말은 억울함과 은근한 비난을 담고 있었다. 심미연은 그런 그녀를 보며 전혀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더 선명한 미소를 보이며 답했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아주버님 돌아가신 건 형님 얼굴이 과부상을 띠어서 그런 거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심미연의 말이 끝나자, 온지유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일그러졌다. 강지한의 위 건강을 위해 3년 동안 애쓴 자신을 무시한 채 꾸며내는 비난에 어처구니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상대가 심리전을 걸어온다면, 자신도 한 방 먹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과부상’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온지유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손을 들어 심미연의 뺨을 때리려 했다. 과거에 시어머니에게 들었던 똑같은 말을 떠올리며 분노가 치밀어 올랐던 것이었다.

‘그 남자가 단명한 걸 왜 나한테 뒤집어씌우는 건데!’

하지만 온지유의 손은 심미연에게 닿지 못했다. 심미연이 단번에 그녀의 손목을 붙잡아 멈췄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차가운 눈빛으로 온지유를 노려보며 말했다.

“말문 막히니까 이제 손찌검 하려는 거야?”

심미연은 자신이 만만한 사람이라는 착각을 누구에게도 주고 싶지 않았다.

“야! 이거 놔! 아프잖아!”

온지유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소리쳤다.

육현성은 화가 나서 달려들려 했으나, 박인우가 그를 간신히 붙잡았다.

“현성이 형! 진정하세요!”

육현성은 몸을 버둥거리며 소리쳤다.

“심미연 씨! 그 손 당장 놓지 못해요?”

방 안의 소란은 결국 강지한을 깨웠다. 그는 천천히 눈을 뜨며 미간을 찌푸렸다.

강지한이 깨어난 것을 눈치챈 온지유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스쳤다. 그녀는 갑자기 심미연의 손을 두 손으로 붙잡더니 힘껏 밀어냈다. 그리고 그 틈에 몇 걸음 물러나더니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손으로 배를 감싸쥔 채 고통스러운 얼굴로 소리쳤다.

“현성 오빠, 배가 너무 아파요!”

박인우는 순간적으로 당황하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그 틈을 타 육현성이 박인우의 손을 뿌리치고 온지유에게 달려가려 했다. 하지만 강지한이 먼저 움직였다. 그는 날렵하게 온지유를 안아 올리며 심미연을 향해 차갑게 노려보았다.

“지유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강지한의 서늘한 목소리가 그녀의 가슴을 얼어붙게 했다.

“지한 씨, 내가 실수로 넘어져서 그런 거야. 미연 씨와는 아무 상관 없어!”

온지유는 강지한의 옷을 잡아당기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지한 씨도 참, 왜 앞뒤 상황을 따져 보지도 않고 미연 씨한테 그런 말을 해!”

“내가 다 봤어!”

강지한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지한 씨가 잘못 본 거야. 내가 실수로 넘어진 거라니까. 미연 씨가 나를 밀친 게 아니라고!”

온지유는 서둘러 강지한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부자연스러운 해명은 심미연을 더욱 수상하게 만들 뿐이었다. 그녀는 강지한의 위치에서 보면 자신이 심미연에게 밀린 것처럼 보였을 거라는 것까지 계산했던 터였다.

온지유의 연기하는 모습을 보며, 심미연은 비웃음을 머금고 차분히 말했다.

“자기가 실수로 넘어졌다고 본인이 말하고 있잖아. 내가 밀친 게 아니라니까? 지한 씨, 듣고는 있어?”

온지유의 왜곡된 상황 조작에 순순히 넘어갈 생각은 없었다. 그녀의 담담한 태도는 온지유의 얼굴을 굳게 만들었다.

“지한 씨... 배가... 너무 아파...”

결국 심미연의 논리적인 태도에 더 이상 맞설 수 없었던 온지유는 강지한의 주의를 돌리려 고통스러운 척 연기했다.

“좀 참아. 내가 병원에 데려다 줄게!”

강지한은 온지유를 부드럽게 달래며 그녀를 안아 들었다. 그리고 단 한 번도 심미연을 돌아보지 않은 채 방을 나섰다.

희미한 조명이 드리워진 복도에서 강지한의 뒷모습이 점점 멀어져 갔다. 심미연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가슴 깊숙이 답답한 무언가가 밀려드는 것을 느꼈다.

‘정말 남보다 못한 남편이야.’

그에게 바친 9년이라는 시간과 정성이 우스꽝스러울 지경이었다.

“형수님, 괜찮으세요? 집에 모셔다드릴까요?”

박인우가 다가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그의 얼굴에는 약간의 후회가 서려 있었다.

‘형수님에게 전화를 거는 게 아니었는데...’

“괜찮아, 고마워.”

심미연은 생각을 정리한 뒤 그를 올려다 보며 미소를 지었다.

“형이 돌아왔다는 얘기를 들었어. 사실이야?”

심미연은 그저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어제 막 돌아왔어요.”

“알겠어. 이제 늦었으니 들어가자.”

심미연은 그에게 손을 흔들고는 돌아서서 밖으로 걸어 나갔다.

차가 고가도로로 올라섰을 때, 그녀는 뒤에서 번호판 없는 차가 따라오는 것을 발견했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재빨리 비상 연락망에 저장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울먹이는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한 씨, 너무 아파. 아이가 잘못되는 건 아니겠지?”

“울지 마. 금방 괜찮아질 거야...”

남자는 다정하게 그녀를 달랬다.

심미연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온 힘을 다해 소리쳤다.

“지한 씨, 누가 날 죽이려고 해! 도와줘!”

“지한 씨, 미연 씨부터 도와줘! 난 괜찮아. 나 혼자서도 잘할 수 있어!”

온지유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하다가 연신 기침했다.

“말 한마디 하면서도 기침하느라 정신이 없으면서, 혼자 괜찮다고? 됐고, 얼른 자. 상관없는 사람 일에 신경 끄지 마!”

강지한의 목소리는 차갑게 변했고, 그의 말은 심미연의 가슴을 깊게 찔렀다.

심미연은 가슴이 찢어질 듯한 아픔을 억누르며 쉰 목소리로 간절히 말했다.

“강지한, 나 지금 경현고가도로야. 뒤에 차가 따라오고 있어. 날 죽이려는 것 같아. 제발 와줘!”

그녀에게는 강지한이 마지막 희망이었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매달렸던 사람이었으니, 이번에도 그녀를 외면하지 않을 거라고 믿고 싶었다.

“양치기 소년도 아니고, 그만 좀 해! 이제는 네 말은 믿지 않을 거야. 심미연, 적당히 해!”

“강지한, 진짜야. 정말로 차가 날 쫓아오고 있어! 제발 와줘!”

“네가 죽으면 내가 가서 수습해 줄게. 강씨 가문의 사모님으로서 성대하게 장례 치러줄 테니까. 다시는 전화하지 마!”

강지한은 차갑게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단절음에 심미연은 모든 희망을 잃었다.

갑작스러운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차체가 크게 흔들렸다. 그녀는 흩어져 가던 생각을 다잡으며 급히 핸들을 바로잡았다. 그러나 뒤쪽 차량이 다시 한번 차를 들이받았다.

차가 가드레일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심미연은 손이 떨리면서도 다급히 번호를 눌렀다. 누구에게 전화를 거는지도 모른 채 본능적으로 손이 움직였다.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친구 신하린의 다급한 외침이었다.

“미연아! 어디야? 말 좀 해!”

심미연은 눈물이 터질 듯했지만, 이를 악물고 최대한 침착하려고 애썼다.

“경현고가도로...”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눈앞이 새까매지며 의식을 잃었다.

의식이 흐려진 그녀는 오래된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그녀는 열네 살이던 시절, 처음 강지한을 만났던 순간으로 돌아갔다.

...

눈을 떴을 때, 심미연은 자신이 병상에 누워 있다는 것을 알았다. 곁에는 신하린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앉아 있었다.

“미연아, 깼구나!”

신하린은 안도와 기쁨이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미연아, 너 알아? 너 임신했어! 나 이제 조카가 생긴 거야!”

심미연은 손을 천천히 자신의 배 위로 올렸다. 살짝 배를 쓰다듬으며 잠시 망설이더니,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하린아, 나 강지한이랑 이혼하기로 했어. 하지만 이 아이는 지킬 거야.”

그녀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이 아이를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아이는 이제 그녀의 삶의 이유이자 새로운 희망이었다.

“뭐라고? 너 강지한이랑 이혼한다고?”

세상에서 심미연이 강지한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신하린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녀가 이혼을 이야기하다니, 신하린은 자기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심미연은 쓴웃음을 지었다. 오열하는 대신 더 서글픈 표정으로 담담히 말했다.

“온지유도 임신했어. 강지한이 그 아이를 낳으라고 하더라...”

‘강지한의 큰형이 1년 전에 교통사고로 죽었으니, 온지유의 아이가 큰형의 아이일 리 없잖아...’

신하린의 눈빛이 분노로 불타올랐다. 두 손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화가 났다.

“강지한 그 개자식! 평소에 그 여자랑 붙어 다니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애까지 만들었다고? 정말 둘 다 죽여버리고 싶어!”

심미연은 마음이 쓰라렸지만, 차분히 그녀의 손을 잡으며 작은 목소리로 달래듯 말했다.

“하린아, 이렇게 생각해 봐. 나 이제 아이도 가졌고, 이혼하면 다른 남자랑 다시 결혼할 수 있어. 그러면 강지한의 아들은 다른 사람을 아빠라고 부르게 되겠지. 생각만 해도 통쾌하지 않아?”

언제나 그녀의 편인 신하린은 잠시 눈물을 훔치더니, 결국 그 말에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심미연은 옆에 두었던 휴대폰을 들어 화면을 확인했다. 강지한의 번호였다. 그녀는 주저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러나 곧 전화벨이 다시 울렸다.

심미연은 짜증 섞인 얼굴로 화면을 바라보다 결국 전화를 받았다.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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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도현은 심미연의 표정이 굳은 걸 보고 머리를 쉴 새 없이 굴리기 시작했다.‘안 되겠어. 일단 지금 이 상황부터 어떻게든 모면해야 해.’하지만 심미연은 그렇게 쉽게 속을 여자가 아니었다. 그가 아무 말이나 둘러대면 단번에 꿰뚫어 볼 게 뻔했다.‘어쩌지?’그때 마침 심미연의 휴대폰이 울렸다.“잠깐 전화 좀 받고 올게요.”“네, 가서 일 봐요. 난 여기 있을게요!”문도현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심미연은 대답도 제대로 못 하고 황급히 사무실을 나섰다.문도현은 기지개를 한껏 켠 뒤 슬며시 일어나 그녀의 책상 앞으로 걸어갔다. 책상 위에 액자 하나가 놓여 있었는데 그 안에 심미연이 다른 사람과 같이 찍은 사진이 한 장 있었다.그런데 그 사진 속에서 심미연의 옆에 박유진이 서 있는 걸 본 순간 문도현은 마치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박유진이랑 심미연이 왜 같이 있어? 말도 안 돼! 절대 이 둘이 이어지게 두면 안 돼!’문도현은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 채 홱 돌아서 사무실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때 마침 임현이 문을 열고 들어오다 그와 정면으로 부딪쳤다.“아야! 아이고, 아파라...”임현이 낮게 신음하며 얼굴을 찡그렸다.하지만 문도현은 그녀를 밀치고 나가버렸다.임현은 어이없다는 듯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아니, 누가 건드리기라도 했나? 왜 저렇게 화가 나 있지?”마침 그때 심미연이 다시 들어왔다.“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어요? 문 대표님은요?”“방금 나가면서 저랑 부딪혔어요. 엄청 화난 얼굴이던데요? 아무 말도 안 하고 나가더라고요.”임현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저 남자, 감정 기복 진짜 심하네.’“잘됐네요. 나 급한 일이 있어서 나가야 해요. 오늘은 임현 씨가 사무실 좀 맡아줘요.”심미연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가방을 챙겨 들고 서둘러 나가버렸다.방금 강지한이 의식을 되찾았다고 한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에게 직접 물어봐야 했다.그가 어떻게 그녀가 교통사고를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45화

    문도현의 치명적인 얼굴에 서서히 미소가 떠올랐고 깊고 그윽한 눈빛엔 묘하게 사람 마음을 사로잡는 기운이 스쳤다. 그 눈으로 마음속 깊은 비밀까지 꿰뚫어 볼 것만 같았다.“정말 여기서 얘기할 거예요?”그는 나직하면서도 묘하게 귀를 간질이는 목소리로 말했다.“누가 사진이라도 찍으면 어쩌려고요?”그의 목소리는 낮고 묵직하면서도 이상하리만치 매혹적이었다. 마치 한 음절 한 음절이 심장을 울리는 현처럼 듣는 이의 감정을 툭툭 건드렸다.유흥가를 오래 드나든 남자답게 문도현의 말투나 몸짓 하나에도 범상치 않은 분위기가 서려 있었다. 그의 존재만으로도 상대방은 쉽게 그에게 빠질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그 뒤에 자리 잡은 견고한 집안 배경은 그의 존재에 신비로움과 권위를 덧씌웠다. 한 번만 눈빛을 주고받아도 수많은 여자가 그를 위해 기꺼이 심연으로 빠져들곤 했다.심미연은 가늘고 곧은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무심한 어조로 말했다.“그래요. 그럼 위에 올라가서 얘기하죠.”그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차 문을 잠그고는 성큼성큼 앞서 걸었다. 그녀의 발걸음엔 흔들림 없는 결의가 담겨 있었다. 아무리 개인적으로 복잡한 감정이 얽혀 있더라도 문도현은 사건을 의뢰하러 온 손님이었다. 심미연은 일과 사적 감정을 분명히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문도현의 시선은 무심결에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라인을 훑고 지나갔다. 그러자 곧 뇌리에 수많은 기억의 파편이 번뜩이듯 스쳐 지나갔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길들지 않은 야수 하나가 깨어나는 느낌이었다.이제야 그는 자신이 여자에게 설레는 감정을 잃은 게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다만 평범한 여자들에게 더 이상 설레지 않았던 것뿐이었다. 흔한 여자들은 이제 그의 마음을 건드릴 수 없지만 심미연은 예외였다.그 순간 심미연의 차분하고 냉정한 목소리가 그의 흐트러진 정신을 다시 현실로 끌어당겼다.“문 대표님께서 소송을 의뢰하신다네요. 임 변호사님께서 맡아주세요.”“알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문 대표님.”임현이 공손하게 몸을 살짝 기울이며 안내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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