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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너를 붙잡다
다시, 너를 붙잡다
Penulis: 무안안

제1화

Penulis: 무안안
수화기 너머로 울먹이는 여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심미연, 나 임신했어. 지한 씨랑 빨리 이혼해. 우리 아이가 아빠도 없이 태어나는 걸 원하는 거야? 아이는 죄가 없잖아... 얼마나 불쌍하겠어!”

심미연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러나 감정이 묻어나지 않은 차가운 목소리로 응수했다.

“더 하고 싶은 말 있어? 어차피 녹음 중이니까 지금 다 말해. 나중에 이혼 소송할 때 도움 될 테니까.”

“심미연, 너 진짜 갈 데까지 가보겠다는 거야? 나쁜 년, 녹음까지 하다니...”

욕설과 함께 전화가 끊겼다. 들려오는 삐 소리를 들으며, 심미연은 천천히 손에 든 임신 테스트기를 내려다보았다.

[임신 4주 차]

또렷한 글자가 눈에 박혔다. 원래는 오늘 밤 강지한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려 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 보였다.

‘이 아이는 나에게 찾아온 구원이야...’

...

퇴근 후 집에 들어서자, 도우미 임혜자가 반갑게 다가왔다.

“사모님, 아침에 알려주신 레시피대로 요리 준비 다 해놨어요. 옷 갈아입고 내려오시면 바로 시작하시면 됩니다.”

심미연은 신발을 벗으며 무심히 답했다.

“아주머니가 해주세요. 저는 목욕 좀 할게요.”

임혜자는 잠시 당황했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네. 알겠습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중얼거렸다.

‘사모님이 평소에는 몸이 안 좋아도 도련님 밥은 꼭 직접 준비하셨는데... 무슨 일이 있으신 건가?’

심미연은 피곤한 몸을 욕조에 담그며 눈을 감았다. 차가운 물소리가 하루의 무게를 씻어내는 듯했지만, 깊은 피로는 그녀를 그대로 잠들게 했다.

깨어난 것은 갑작스러운 움직임 때문이었다. 몸이 들어 올려지는 느낌에 눈을 떠보니 강지한의 깊고 날카로운 눈동자와 마주쳤다.

“아주머니한테 식사 준비를 부탁했다고 했다던데, 어디 안 좋은 거야?”

강지한은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어떤 감정도 섞여 있지 않았다.

심미연은 온지유의 전화가 떠올라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형님... 임신하셨다면서? 아이를 낳으실 생각인가 봐?”

강지한은 짧게 대답했다.

“응.”

그의 얼굴에서 무엇이라도 읽어내고 싶었지만, 그는 철벽처럼 단단했다. 실망한 심미연은 욕조에서 나와 타월로 몸을 감싼 채 냉랭하게 말했다.

“그 아이, 절대 낳게 두지 않을 거야.”

‘어떤 여자가 자기 남편의 아이를 임신한 여자를 형수님이라 부르며 깍듯이 대할 수 있겠어? 하물며 그 여자가 낳은 아이까지 받아들이라니,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심미연은 속으로 씁쓸히 중얼거리며 마음을 굳혔다.

‘내 배 속의 아이와 온지유의 아이 중 하나만 남을 수 있다면, 강지한은 분명 온지유의 아이를 택하겠지. 결국 이혼은 피할 수 없어.’

그녀의 결심이 굳어지기도 전에, 강지한의 차가운 시선이 그녀를 꿰뚫었다. 그의 눈빛은 섬뜩할 정도로 날카롭고 위협적이었다.

“지유가 아이를 낳든 말든, 그건 네가 허락할 일이 아니야. 심미연, 내가 경고하는데 그 아이한테 손대지 마.”

심미연은 말없이 눈앞의 강지한을 바라보았다.

지난 3년간 부부로 지내온 남편이 이제는 마치 당장이라도 자신을 찢어발길 듯한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이 가슴 깊숙이 날카로운 칼처럼 박혀 들어왔다.

‘온지유의 아이를 이렇게까지 감싸다니... 그러니 온지유가 그렇게 뻔뻔하게 전화로 이혼을 요구할 정도로 자신만만했던 거겠지.’

심미연은 고통을 애써 삼키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강지한, 우리 이혼하자.”

그녀는 온지유가 아이를 가진 이상, 이제 자신이 물러나야 할 때임을 깨달았다. 차라리 지금 이혼하는 것이 나았다. 어쩌면 강지한의 외도가 명확한 증거가 되어 재산 분할에서 더 유리한 위치를 점할 기회였다.

그러나 ‘이혼’이라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강지한의 얼굴은 한순간 어둡게 변했다.

“이혼하겠다고? 네가 사랑했던 박유진이 돌아와서 그런 거야?”

심미연은 잠시 멈칫했다. 곧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다 알고 있었구나. 그러니까 더 이상 시간 끌지 말고 이혼 서류에 도장 찍어. 그래야 나도 그 사람과 행복하게 살 수 있을 테니까.”

그녀는 지난 3년 동안 최선을 다해 좋은 아내가 되고자 했다. 친정에서조차 큰 사랑을 받지 못했던 그녀였지만, 강지한과의 결혼 생활만큼은 성공시키고 싶었다. 퇴근 후에는 시간을 쪼개서 요리와 제빵을 배우고, 그의 취미에 맞춰 꽃꽂이까지 익히며 노력했다.

‘위가 안 좋았던 너를 위해... 내가 3년 동안 매일 같이 영양식을 챙겨주며 겨우 낫게 해줬는데...’

심미연은 눈앞이 뿌옇게 흐려졌다. 자신이 이렇게까지 노력했는데도, 강지한은 그녀를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사실이 얼마나 그녀의 가슴을 후벼 팔지 모를 리 없었다.

강지한은 분노를 억누르려는 듯 이를 악물고 그녀 앞으로 다가왔다. 그의 눈빛은 위압적이었고, 목소리는 서늘했다.

“너는 내 여자야. 이혼한다고 달라질 줄 알아? 다른 남자와 어울릴 꿈은 꾸지도 마.”

심미연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네가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지 않으면, 내가 너를 불륜으로 고소할 거야. 그러면 온 경성이 알게 되겠지. 네가 온지유를 불륜녀로 만든 장본인이라는 걸. 네가 그렇게 아끼는 여자가 손가락질당하는 꼴을 보고 싶지 않을 거 아니야?”

예전에는 온지유가 그녀 앞에서 거들먹거리며 설쳐도, 그저 무시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같은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그녀를 더는 모른 척할 수도, 외면할 수도 없었다.

강지한이 긴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들어 올리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심전 그룹 망하는 꼴 보고 싶지 않으면 얌전히 굴어. 온지유한테 손대지 마.”

그의 단호하고 날 선 말 한마디, 한마디가 무거운 망치처럼 심미연의 가슴에 내려앉았다. 그녀는 등골이 서늘해지고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그는 그녀를 놓아준 뒤 옷매무시를 정리했다. 방금 전의 위협적인 태도는 온데간데없이, 고고한 상류층의 엘리트다운 표정으로 돌아갔다.

강지한이 방을 나서자, 그녀는 자신이 헝클어진 모습으로 서 있는 것을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법무법인 리우의 대표 변호사로 경성에서 최고라 불리는 내가... 집에서는 이렇게 비참하고 초라하다니...’

심미연은 마음을 추스르고 옷을 갈아입은 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식당으로 들어서자마자 강지한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렸다.

“울지 마. 금방 갈게.”

그는 통화를 끝내고는 급하게 떠났다. 테이블 위에 정갈하게 차려진 네 가지 반찬과 국을 바라보며 심미연은 문득 식욕이 뚝 떨어졌다. 배 속의 아이를 생각하며 억지로 몇 입을 떠넣었지만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방으로 돌아오자, 의뢰인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술에 좀 취한 듯, 결혼 초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우린 맨손으로 시작했어요. 처음엔 힘들었지만 그래도 서로 사랑했거든요. 근데 이제 돈 좀 벌었다고 남편이 변했어요. 지금은 바람난 여자들이 넘쳐나네요...”

심미연은 자신의 결혼 생활을 떠올렸다. 결혼한 지난 3년 동안, 몇몇 가까운 사람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자신이 강지한의 아내라는 사실을 몰랐다.

‘적어도 내 의뢰인은 남편과 함께 행복했던 시간이 있었네...’

그 생각이 들자, 마음 한구석이 묘하게 아려왔다.

‘사랑하는 지한 씨와 함께할 수 있다면, 아무리 초라해져도 괜찮다고 생각했었는데... 돌이켜보니 그냥 스스로 바보짓을 하고 있었던 거야.’

결국 의뢰인은 술에 취해 잠들었고, 심미연은 전화를 끊고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눈을 감으며 스스로에게 말했다.

‘내일 아침이 오면, 내 인생은 새롭게 시작될 거야.’

하지만 깊은 밤, 핸드폰 벨소리가 그녀를 깨웠다.

“형수님, 벨라비타로 한 번 와주시면 안 될까요? 지한이 형이 취해서요.”

대답할 틈도 없이 전화는 끊겼다. 심미연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내일 아침 법원에 가야 하는데, 강지한이 지금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면 아침에 못 일어날 게 뻔했다. 이혼 서류 처리가 또 미뤄지는 것은 견딜 수 없었다. 결국 체념하며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섰다.

‘내일 이혼하면, 강지한이 어디서 술에 취하든 나랑은 상관없겠지.’

결혼 후, 그녀는 벨라비타에 취한 강지한을 데리러 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익숙하게 방을 찾아갔고, 방 안에서 온지유를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온지유는 강지한 주변의 재벌 2세들과 잘 어울렸지만, 심미연은 그들 사이에서 늘 이질적인 존재였다.

“형수님, 이렇게 늦은 시간에 오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전화를 걸었던 박인우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는 무리 중 막내였고, 강지한을 유독 존경해 그의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섰다.

“괜찮아.”

심미연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강지한의 무리 대부분은 심미연을 무시하며 이름만 불렀지만, 박인우만큼은 예의를 갖춰 그녀를 형수님이라 불렀다. 게다가 그는 박유진의 동생이기도 해서, 심미연은 그에게 어느 정도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 순간, 차갑고 낮은 목소리가 그녀의 귀를 파고들었다.

“큰형수님이 알아서 지한이를 잘 돌봐주실 겁니다. 여긴 심미연 씨가 필요하지 않아요. 이만 돌아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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