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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Author: 무안안
강지한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깊은 눈빛으로 신하린을 바라보았다.

“심미연이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어젯밤 심미연에게서 걸려 온 전화가 떠올랐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그 순간 병실 문이 열리며 심미연이 들어왔다.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며 문을 닫고 들어온 그녀를 본 온지유의 눈에 순간적으로 살기가 스쳤다. 그러나 그 살기는 이내 감쪽같이 사라졌다.

온지유는 침대에서 급히 몸을 일으키며 걱정스러운 척 다가와 말했다.

“교통사고가 났다고 들었어. 어디 다친 데 없어? 괜찮은 거 맞아?”

그녀의 태도는 마치 심미연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듯 보였다.

강지한의 눈빛은 어두워졌고, 마음속에 의심이 피어올랐다.

‘심미연이 친구와 짜고 나를 속이려 한 건가?’

심미연은 침착하게 신하린을 뒤로 밀었다.

“하린아, 너 먼저 가. 여기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

신하린은 급히 말했다.

“내가 한 거 아니야. 저 여자가 스스로...”

심미연은 그녀의 말을 단호하게 끊었다.

“알겠어. 그러니까 먼저 가.”

지금 강지한의 태도가 어떤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신하린이 계속 머물러 있는 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었다.

신하린은 입술을 깨물며 눈가가 붉어진 채 병실을 나섰다.

성무진도 강지한을 한 번 바라본 뒤 병실을 빠져나갔다.

병실에는 강지한, 온지유, 그리고 심미연, 세 사람만 남았다.

심미연은 침대 옆으로 걸어가 온지유를 내려다보았다.

“때렸다면서? 많이 다쳤어? 진단은 받았어?”

온지유의 얼굴에는 희미한 손자국이 남아 있었지만, 진단이 필요할 만큼 심각해 보이진 않았다.

온지유는 입술을 깨물며 억울한 표정으로 심미연을 쳐다보았다.

“보이는 데는 안 때렸어. 그래서 진단도 못 받아. 믿기 싫으면 안 믿어도 돼!”

심미연이 무언가 대답하기 전에 강지한이 목소리를 높였다.

“바보야? 맞았으면 그 자리에서 다 말해야지. 만약 큰일이라도 생겼으면 어쩔 거야?”

온지유의 눈가가 금세 붉어지더니 억울함을 애써 참으며 말했다.

“두 사람이 싸우는 모습 보고 싶지 않아서 그냥 참았어. 몸에 이상 없으니까 괜찮을 거로 생각했어.”

강지한은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자기 건강도 못 챙기면서 나랑 심미연 사이까지 걱정해? 제정신이야?”

그의 말투는 냉정했지만, 어딘가 친근한 느낌도 묻어 있었다.

심미연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

법적으로는 가장 가까운 사이인 그녀가, 이 순간만큼은 그들 사이에 낄 틈조차 없는 철저한 이방인이 된 듯했다.

그 감정은 마치 그녀가 심씨 가문에서 느꼈던 외로움과 같았다.

온지유는 강지한을 향해 흘겨보며 투정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지한 씨랑 미연 씨 사이가 안 좋은 거, 내가 다 감당해야 하는 거잖아. 지한 씨가 늘 그런 얼굴로 있으면 내 기분도 나빠지니까, 내가 신경 안 쓸 수가 없잖아!”

강지한은 얼굴을 찌푸리며 짧게 꾸짖었다.

“참으로 말도 안 되는 소리만 늘어놔. 내 일에 너는 상관하지 마.”

온지유는 투덜거리며 애교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누가 상관한다고 했어! 정말!”

그녀의 투덜거림에 강지한은 그녀를 한 번 보고 나서 의사를 부르기 위해 호출 버튼을 눌렀다.

“의사 불러서 검사받아야겠어.”

그리고 호출 버튼을 눌렀다.

심미연은 속으로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몇 년 전, 그녀가 큰 병으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강지한은 단 한 번도 그녀를 찾아오지 않았다. 그때는 스스로를 위로하며 그가 바빠서 시간을 낼 수 없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 온지유를 대하는 그의 태도를 보며 모든 걸 깨달았다. 강지한은 시간이 없었던 게 아니라, 단지 그녀를 신경 쓰지 않았을 뿐이었다.

의사가 들어와 온지유를 진찰하는 동안, 강지한은 심미연의 손목을 잡고 병실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온지유는 두 사람이 나가는 모습을 보며 이불 아래에서 손을 주먹처럼 꽉 쥐었다.

병실 밖.

심미연은 강지한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고, 그와 마주 서며 단호하게 말했다.

“강지한, 우리 얘기 좀 하자.”

강지한은 짧게 웃으며 차갑게 대답했다.

“좋아. 그럼 우선 어젯밤 실검 사건부터 얘기하자.”

그는 결혼하기 전, 강제로 심미연과 결혼하게 된 상황을 떠올렸다.

결혼 후 3년이 흘렀지만, 그는 그녀에게 조금의 감정도 생기지 않았다.

그가 허용할 수 있는 건 질투였지만, 심미연이 질투 때문에 실검을 조작해 온지유를 음해하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심미연은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미 말했잖아. 실검은 내가 한 일이 아니야. 내가 하지도 않은 일을 절대 인정하지 않을 거야.”

그녀는 실검이 이미 삭제된 상황에서 그가 계속 문제로 삼는 것이 지나치다고 느꼈다.

그러나 강지한은 단호했다.

“내가 확신한 건 절대 바뀌지 않아. 오늘 오후 퇴근 전까지 네 결정을 알려줘.”

그는 심미연이 아무리 반발하더라도 자신의 결정을 번복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심미연은 그의 차가운 눈빛을 바라보며 발끝까지 얼어붙는 듯한 차가움을 느꼈다

“증거도 없이 나를 죄인으로 단정 짓는 게, 좀 심한 거 아니야?”

그녀는 한 글자 한 글자 힘을 주어 말했다.

‘강지한, 정말 나한테 너무하잖아...’

강지한은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온지유는 막 상을 받았어. 이런 시점에서 부정적인 기사가 나가면 그녀에겐 치명적이라고!”

강지한은 단호히 못 박았다.

심미연은 갑자기 비웃음을 터뜨렸다.

“온지유를 위해 내 이미지를 나락으로 떨어뜨리겠다고? 강지한, 네가 이 말을 할 때 내가 어떤 결과를 맞게 될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 봤어?”

‘아니, 생각했을 리가 없지. 생각했더라면 이런 말을 할 리가 없으니까.’

강지한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내가 매달 2천만 원씩 용돈을 주는데도 부족하다고? 도대체 왜 밖에서 일을 하겠다고 아등바등하는 건데? 이번 기회에 아예 그만두고 집에서 날 돌보는 데 집중해.”

심미연의 얼굴이 창백해지며 눈빛이 단호해졌다.

“네가 주는 2천만 원은 모두 집안 살림에 들어가고 있어. 난 그 돈으로 개인적인 곳에 쓴 적 없었어. 그리고 난 지금 하는 일이 정말 좋아. 사직할 생각도 없고, 사직하지 않을 거야. 내가 일 때문에 널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고 느낀다면 도우미를 더 고용해서 대신 시켜.”

그녀의 목소리에는 단호함이 서려 있었다.

강지한이 매달 주는 돈은 사실이었지만, 집안의 지출이 워낙 많아 남는 돈은 거의 없었다. 게다가 그녀의 월급 대부분은 외할머니의 병원비로 쓰였다. 일을 그만두면 외할머니의 병원비조차 감당할 수 없었다.

‘내가 일을 그만둘 수가 없잖아!’

강지한은 벽에 그녀를 밀어붙이며 위압적인 태도로 내려다보았다.

차가운 눈빛에서 위험한 기운이 풍겨 나왔다.

“내가 널 집으로 들인 이유는 네가 전적으로 날 돌보게 하기 위해서야. 내가 널 아내로 맞았는데, 도우미가 네 역할을 대신하게 하라는 거냐? 만약 2천만 원이 부족하다면 이번 달엔 2천만 원을 더 얹어 줄게.”

그의 말은 심미연의 귀에 시혜처럼 들렸다.

그녀는 가슴 깊숙이 서글픔이 밀려드는 것을 느꼈다.

‘결혼한 지 3년이 됐지만, 넌 한 번도 나를 진짜 아내로, 이 집의 가족으로 여긴 적이 없었어. 난 그저 네 부속품이고, 네 욕구를 해소하는 침대의 동반자일 뿐이야.’

강지한은 이어서 말했다.

“일을 그만둔 후엔, 한가할 때 상류층 사모님들이랑 어울리면서 인맥도 쌓아. 그래야 나중에 사업할 때 더 편해지지 않겠어?”

그의 말투에는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강지한에게 상류층 사모님들은 모두 그런 식으로 살아가는 존재들이었다. 심미연 역시 그의 아내로서 그런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심미연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뱉으며 차분히 말했다.

“왜 온지유는 집에서 가문의 큰사모님으로 살게 하지 않고 무대에서 활동하게 놔두는 건데?”

‘온지유는 강지한의 큰형과 결혼했어도 여전히 대회에 나가고 있잖아. 밖에서 얼굴을 드러내는 건 온지유가 더 심한 거 아닌가?’

강지한은 그녀를 노려보며 단호하게 대답했다.

“넌 온지유랑 달라. 온지유는 그녀만의 무대가 있어. 그녀가 그 무대에 서 있으면 빛이 나잖아. 하지만 너는 겨우 직장일 뿐이야. 일하고 안 하고의 차이가 별로 크지 않아. 차라리 조용히 사모님 역할에 충실해.”

강지한은 심미연의 턱을 손으로 들어 올리며,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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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나
이런글쓰면안창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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